"부산구치소 접견 제한 헌법 침해" 부산변회 손배 추진
법무부 온라인 예약 부작용 속출
"평일 30분당 8~12명만 허용"
만원 시 길게는 2주 후에나 가능
재판 연기·방어권 행사 부실 초래
“접견교통권·변론권 등 위반 심각”
부산 사상구 주례동 부산구치소 전경. 정종회 기자 jjh@
부산구치소 변호인 접견 신청이 온라인 예약 시스템으로 전환된 이후 수용자 접견에 차질을 겪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간당 일정 인원만 허용하는 온라인 예약에 실패하면 적절한 시점에 접견이 어려워져 재판을 연기하는 부작용까지 잇따르고 있다. 부산 변호사들은 ‘수강 신청’ 같은 온라인 예약제가 헌법이 보장하는 접견교통권과 변론권 등을 침해한다며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부산변호사회는 지난달 이사회에서 ‘부산구치소 접견 불편 사항 관련 대책 마련’ 안건을 의결한 후 대응 방안을 정리 중이라고 23일 밝혔다. 변호사들에게 구체적 피해 사례를 수집한 뒤 올해 중 정부(법무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추진하려 한다. 부산변호사회 측은 “부산구치소에 제도 개선을 위한 면담 등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소송까지 준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법조계는 법무부가 2022년 1월부터 온라인 신청만 받기 시작해 변호인 접견에 제약이 많아졌다고 토로한다. 기존에는 부산구치소가 이메일이나 팩스로도 신청을 받아 당일 접견도 큰 차질이 없었지만, 온라인 예약으로 일원화한 후 시간당 접견 인원에 제한을 뒀기 때문이다.
전국 교정시설이 똑같은 방식으로 예약을 받아도 부산구치소는 과밀 수용이 가장 심각해 상대적으로 차질이 더 큰 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부산구치소 수용률은 158.1%로 전국 55개 교정시설 중 가장 높다.
부산 변호사들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반까지 30분당 8~12명만 접견을 허용하는 건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낸다. 시간대마다 예약 인원이 차면 길게는 2주 후에야 접견할 수 있어 즉각적 대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변호사 A 씨는 “예전에는 당일에 기다리면 늦게라도 접견이 됐는데 지금은 당일뿐 아니라 오후 4시 이후로는 다음 날 예약 신청도 받지 않는다”며 “수강 신청하듯 예약을 성공한 그날이 와야 접견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재판 연기 등 각종 부작용은 현실화한 상태다. 변호사 B 씨는 “접견을 제때 하지 못해 재판 3개 연기 신청을 이틀 전에 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접견을 빨리 마친 변호사가 많은 시간대엔 접견실 대부분이 비어 있을 때도 꽤 있다”며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새로 도입한 제도인데 실정에 맞게 다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부산 변호사들은 온라인 예약 제도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손해배상 소송까지 불사할 예정이다. 변호사 C 씨는 “많은 변호사가 헌법이 보장하는 접견교통권과 변론권 등을 침해하는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헌법상 권리 행사 제한은 엄격히 이뤄져야 하는데 정말 급한 상황에도 접견이 막힐 때도 있다”고 했다. 그는 “온라인 예약이 찼을 때 전화로 읍소하면 구치소 측이 급한 사안은 당일 접견 가능 여부를 통보해 줄 때는 있다”며 “기본적 권리인 변호인 접견을 구치소 측이 사실상 시혜적으로 베푸는 상황으로 변질됐다”고 토로했다.
김용민 부산변호사회 회장은 “구치소 접견이 어려워졌다는 말은 변호사들에게 매주 듣고 있다”며 “접견을 위해 교도관들에게 비는 듯한 상황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예상치 않게 구속을 당한 의뢰인 등이 접견을 통해 방어권을 행사하는 건 기본적 권리”라며 “헌법이 정한 법적 절차를 보장하려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측은 “부산구치소 변호사 접견에 딱히 불편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하루 전에 접수하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변호사 접견실 14곳에서 제한 없이 접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