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울경 기초단체장 대진표 윤곽, 인물·정책 꼼꼼히 따져야
6·3 지방선거를 43일 앞두고 부산·울산·경남 39개 기초단체장 후보 대진표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여야는 19일 부산 16개 구·군 기초단체장 후보를 모두 확정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이날 서구, 부산진구, 동래구, 해운대구, 사하구, 연제구, 기장군 등 7곳의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민주당 부산시당도 지난 18일 마지막 퍼즐로 남아 있던 서구청장 경선을 마무리했다. 양당의 구청장·군수 후보 라인업이 완성되면서 부산시장 후보 위주로 흘러가던 선거 국면은 한층 다각화하고 있다. 경남 시장·군수와 울산 기초단체장 공천도 마무리 수순이다. 부울경 기초단체장 선거가 이제 전면전에 접어드는 형국이다. 이번 부산 기초단체장 선거는 ‘전·현직 리턴매치’로 주목받는다. 국힘은 현역 프리미엄이 있는 구청장들이 경선을 통과했다. 공한수 서구청장, 장준용 동래구청장, 주석수 연제구청장, 김성수 해운대구청장, 김영욱 부산진구청장 등이 경선에 승리하면서 16개 구·군 가운데 10곳에서 현역 구청장이 본선 후보로 나온다. 민주당은 2018년 당선됐던 서은숙 전 부산진구청장, 박재범 전 남구청장, 정명희 전 북구청장, 홍순헌 전 해운대구청장, 김태석 전 사하구청장, 김철훈 전 영도구청장이 전면에 나선다. 민주당 여성 후보는 6명인 반면, 국힘 후보가 모두 남성인 점도 대비된다. 현역 구청장을 내세운 야당과 여성·전직 구청장을 중용한 여당이 총력전을 펼칠 기세다. 민주당은 2018년 신화 재현을 목표로 세력 확장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은 당시 부산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사상 첫 구청장을 13명이나 배출했다. 민주당은 이번에 경남에서 합천군수 공천만 하면 18개 전 지역 시장·군수 공천을 마무리한다. 지금까지 8번의 지방선거를 치르는 동안 민주당이 경남 전 시·군에서 후보를 공천한 것은 2018년이 유일하다. 민주당은 울산 5개 구·군의 구청장·군수 후보도 확정했다. 국힘은 경남 10개 지역, 울산 4개 지역에서 공천을 마무리한 상태다. 부울경에서 집권 여당 프리미엄을 지닌 민주당의 바람몰이가 거센 가운데, 국힘은 경선 내홍 수습과 보수 표심 결집이라는 과제에 직면한 상태다. 부울경은 지역별로 다른 특성을 지니지만, 지역 소멸이라는 공통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번 6·3 지방선거를 통해 부울경 지역 삶의 조건과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 절실하다. 기초단체장 후보들은 정치 구호를 앞세우기보다 지역을 제대로 살릴 공약으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펼쳐야 한다. 유권자들도 선거 프레임에서 벗어나 지역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참 일꾼을 가려내야 한다. 인물과 정책을 꼼꼼히 따져서 지역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후보를 뽑아야 하는 것이다. 기초단체장은 지역사회와 주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어떤 후보가 제대로 된 실력을 갖췄는지 이제부터 유권자가 제대로 검증해야 할 것이다.
[사설] 해수부 이전에 기업 부산행, 해양 클러스터 활성화 계기로
바다는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동력이다. 해양강국의 꿈을 이루기 위한 전초기지인 부산은 글로벌 해양도시로의 발돋움을 위해 현재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해양수산부 이전을 계기로 산하기관은 물론 관련 기관 등의 이전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절실한 것은 해양수산 정책과 산업, 금융, 물류 등과 관련한 국내외 기업들의 자발적인 이전이다. 부산에 관련 기업들이 한데 모일 때 가장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올해 하반기 개관 예정인 해양과학기술 산학연 협력센터 입주 기업의 절반 가까이가 다른 지역 기업들로 채워진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부산시는 오는 7월 부산 영도구 동삼혁신지구 해양클러스터에 해양과학기술 산학연 협력센터를 개관한다. 전국 최초의 해양수산 인공지능(AI)·데이터 기반 산학연 협력 플랫폼인 이 센터는 해양클러스터 내 연구·산업 기반 시설을 활용해 기업 수요 기반 연구와 실증, 사업화 등 기업 성장 과정을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그런데 최근 공모를 통해 입주 기업을 선정한 결과 전체 13개사 중 약 46%에 달하는 6개사가 부산 이외 지역 해양수산 관련 기업인 것으로 집계됐다. 주요 사업 분야는 해양 관측·예보, 연구 인프라, 해양 환경·공학 등이다. 해양수산부 이전으로 민간 기업의 자발적 부산행도 본격화됐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기업들의 부산 이전은 더 많아져야 한다. 관련 산업을 집적화하면 할수록 해양강국 대한민국의 미래는 더욱 튼실해진다. 이를 위해서는 해양 클러스터의 인프라를 한층 활성화해야 한다. 기업들은 수익 등 모든 것을 따져본 뒤 환경이 유리한 곳으로 이전하는 속성을 갖는다. 이런 점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내년부터 센터에 단계적으로 구축될 예정인 ‘해양항만 인공지능 전환(AX) 실증센터’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 부산을 다른 지역과 차별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상시적인 협업 등을 통해 그동안 개별적 활동에 치중했던 해양 클러스터의 총체적인 역량을 키우는 작업도 시급하다. 산학연 네트워킹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 부산시 등도 각종 인허가 행정 절차 완화 등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 부지 구입비 지원, 산업은행 등과 연계한 금융 프로그램 지원, 공공발주 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이전 러시’를 이끌어내야 한다. 환경 규제에 따른 기업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탄소중립 연계 투자펀드 조성 등도 검토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해운 대기업 HMM의 이전은 산업 집적화를 위한 상징적 조치인 만큼 차질 없는 이전이 필수적이다. 해양강국과 글로벌 해양도시 도약은 해양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생태계 조성과 집적화에 달렸다. 해수부와 부산시 등 관련 기관의 한층 긴밀한 협업을 기대한다.
[사설] '일자리 만들어 달라'는 부산 시민 호소 후보들 잘 새겨야
부산 시민들이 지방선거를 통해 만들고 싶은 지역의 미래는 소박했지만 절박했다. ‘이 도시를 떠나지 않고 살 수 있는 삶의 질을 보장해 달라!’ 〈부산일보〉가 6·3 지선을 40여 일 앞두고 시민 63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는 ‘부산을 떠나게 만드는 조건을 개선하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부산의 유권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키워드는 일자리였다. 교통 불편, 돌봄 부족 등 다양한 요구가 분출했지만, 삶의 기반을 결정하는 핵심은 안정된 일자리라는 점에서 전 연령대에서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압도적이었다. 이는 지역 정치가 정치 담론이나 대형 개발 이슈가 아닌 일상에서 체감하는 변화에 집중해야 함을 분명히 보여준다. 시민들이 토로한 지역의 현실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구조적 위기를 드러낸다. 지역에 좋은 일자리가 부족해 청년층이 수도권으로 유출되면 그저 인구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소비 감소, 상권 침체의 악순환을 부르고 결국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부메랑이 된다. 여성과 중장년층, 노년층은 경력 단절과 재취업의 벽에 부딪히는 것이 일상적이다. 교통 불편과 돌봄 부족도 일자리와 맞물려 있다. 산업단지 접근성이 떨어지면 기업 유치가 어렵고, 돌봄 서비스가 작동하지 않으면 마음 놓고 일터로 갈 수 없다. 이른바 ‘괜찮은 일자리’는 청년 대책인 동시에 인구와 상권, 지역경제를 살리는 공통 열쇠인 셈이다. 그간 지방선거는 지역 유권자들의 기대와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거대 정당을 등에 업은 후보자들은 정치 공방 구도를 지역에서 재연하기 일쑤였으며, 대형 개발 사업과 장밋빛 청사진에 치중할 뿐이었다. 문제의 핵심은 ‘일할 곳이 없는 도시에서 활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시민 인식의 변화를 정치가 따라가지 못하는 데 있다. 일자리 관련 공약은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력에 허점을 드러냈고, 시민이 체감할 만한 변화를 이끌기에 부족했다. 유권자들은 지방자치가 주민 한 명 한 명의 삶을 바꾸는 ‘생활 행정’이 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4년 지역의 미래를 책임지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후보자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시민 인터뷰에서 ‘일자리’는 무려 46회 언급되면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청년’(25회)과 ‘기업’(19회)이 뒤따랐다. 성별과 연령대를 불문하고 ‘먹고사는 문제’를 으뜸으로 꼽은 것은 대한민국 제2 도시로서 뼈아픈 대목이다. 이에 대해 지역의 일꾼을 자처하며 나선 후보자들이 답해야 한다. 시민들은 ‘부산에서 계속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한다. 지역이 활력을 되찾고 주민의 삶이 바뀔 수 있는 도시를 원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행정은 일자리 창출을 중심에 두고 산업, 교통, 돌봄, 문화 정책을 설계하고 실행해야 한다. 지선의 관전 포인트는 정당의 유불리가 아니라 지역민 삶의 질 개선을 둘러싼 경쟁이어야 한다.
구내식당
지방자치의 역사가 길고 공동체 의식이 유달리 강한 스웨덴과 핀란드 같은 지역에서는 자치단체가 오후에 지역민들에게 술과 함께 청어를 끼운 빵을 내놓는 전통이 있었다. 이 전통이 16세기 들어 스웨덴에서 상업화하면서 스뫼르고스보르드(샌드위치 보드)라 불리는 상차림으로 발전했고 이것이 구내식당의 연원이 됐다는 설이 있다.구내식당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제1차 세계대전이 계기가 됐다. 특히 전시 영국에서는 전쟁 수행력과 노동력의 질 유지가 중요해지면서 국가가 산업체별로 구내식당 개설을 적극 권장하고 나섰다. 전쟁 전인 1914년 이전에는 통계조차 미미하던 산업체 식당이 1918년 무렵엔 1000개를 훌쩍 넘어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꺼번에 약 100만 명의 전시 노동자에게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규모였다고 추정된다.미국에서 구내식당이 본격화한 것은 1939년 미국 뉴욕박람회 이후라고 알려져 있다. 미국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시대가 본격화하자 기업에서 직원들에게 식사를 공급하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박람회에서 스웨덴식 샌드위치 보드가 선을 보이자 기업들은 너도나도 비슷한 상차림을 도입한 구내식당을 개설했다. 이후 대학과 군대까지 구내식당이 확산하면서 셀프서비스와 대형화 등 지금의 구내식당 형태가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한국에서는 더욱 독특한 형태의 구내식당도 등장했다.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공사장을 중심으로 현장에서 운영되던 소위 ‘함바’가 그것이다. 한자어 飯場을 일본어로 발음한 함바는 밥을 먹는 장소라는 뜻이다. 기업들이 운영하는 상설 구내식당과는 달리 현장이 존재할 때만 운영되는 임시 구내식당이라는 게 특징이었다.지난 2월부터 해양수산부가 구내식당을 운영하면서 인근 음식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소식에 구내식당의 명암에 새삼 관심이 쏠린다. 구내식당은 직원들에게는 회사가 제공하는 복지의 일환이라 할 만하지만 인근 음식점들로서는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식사시간 외부 이동이 없으면 음식점 외에도 인근 상권 전반이 타격을 입는다.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공공기관 이전 때 구내식당 대신 외부 식당 이용을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를 정책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만큼 식재 조달의 지역화와 요일별 휴무제 확대 등 인근 음식점과의 상생 방안부터라도 조속히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이상윤 논설위원 nur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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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경 칼럼] 교육감이 안 보인다
6·3 지방선거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부울경 시도지사와 기초단체장 후보가 속속 확정되면서 여야 후보 간 치열한 공방전이 시작됐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전통적 보수 텃밭으로 꼽히는 PK 지역이 전국 최대 격전지로 떠올라 유권자들의 관심도 달아오르는 중이다. 하지만 지방선거의 또 다른 한 축을 이루는 교육감 선거는 좀체 분위기가 뜨지 않는다. 부산교육감의 경우 선거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조용하다. 4선에 도전하는 진보 성향 김석준 현 교육감은 부자 몸조심하듯 예비후보 등록을 미루며 현직 인지도 프리미엄을 십분 활용하는 중이다. 이에 맞서 보수 성향 최윤홍 전 부산교육청 부교육감이 예비후보 등록 후 본격 선거 행보에 나서 진보와 보수의 1 대 1 대결 구도가 형성되는 양상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전호환 전 동명대 총장의 불출마 선언 후 ‘단일화를 통한 컨벤션 효과’ 필요성이 거론되며 후보 발굴을 시도하고 있지만 선뜻 나서는 이가 없다. 박종훈 현 교육감의 3선 제한으로 무주공산이 된 경남교육감 선거는 오히려 후보 난립이 골치다. 한때 20명을 웃돌던 후보군은 6명 정도로 압축되고 있다. 권순기 전 경상국립대 총장, 송영기 전 전교조 경남지부장, 김상권 전 경남교육청 교육국장, 김승오 전 청와대 교육행정관, 오인태 전 남정초등학교 교장, 김준식 전 지수중학교 교장이 여전히 진영별 합종연횡을 모색 중이다. 그러나 뜨거운 입후보 경쟁에도 불구하고 유권자 반응은 싸늘하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유권자의 71%가 ‘지지하는 사람이 없다’라거나 ‘모른다’고 답했다. 천창수 현 교육감 불출마로 역시 무주공산이 된 울산교육감 선거전은 보수 진영 김주홍 전 울산대 교수와 진보 진영 조용식 전 울산교육감 비서실장, 구광렬 울산대 명예교수의 3파전으로 정리되는 분위기인데 유권자 무관심은 마찬가지다. 전국적으로도 17개 시도의 교육감 선거 양상이 별반 다르지 않다. 교육감 직선제 역사는 1991년 교육자치제 도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육위원과 학교운영위원이 교육감을 선출하는 간선제로 출발했는데 비리와 담합으로 얼룩지자, 일반 유권자 전체로 확대됐다. 2006년 교육자치법 개정 후 실시된 직선제 첫 무대가 2007년 부산이었는데 투표율은 15.3%에 그쳤다. 2010년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시행된 부산교육감 선거에서는 후보들의 난립과 낮은 인지도 속에 정책 대결이 아니라 누가 기호 1번을 뽑느냐에 관심이 집중됐고 실제 1번이 당선됐다. 이름하여 ‘로또 교육감’의 등장이었다. 이후 교호투표제가 도입됐지만 유권자의 무관심과 단일화를 둘러싼 이전투구가 교육감 선거의 주된 쟁점이었다. 하윤수 부산교육감 낙마로 치러진 지난해 4월 재선거에서도 단일화 이슈가 압도했고 투표율 또한 22.8%에 불과했다. 2007년 첫 직선제 후 27년 동안 유권자 무관심과 ‘후보들만의 단일화 게임’이라는 기형적 직선제 문제점은 고스란히 누적돼 온 것이다. ‘로또’가 ‘깜깜이’로 대체된 정도다. 그러는 사이 교육자치의 본질은 온데간데없고 교육 현장의 이념화와 교육의 질적 저하, 비리 교육감 양산이라는 부정적 결과로 이어졌다. 직선제 이후 선거 부정 등으로 수사받거나 법정에 선 직선 교육감만 20명이 넘는다. 교육 예산과 인사권을 움켜쥔 막대한 권력의 교육감을 ‘깜깜이 선거’로 뽑아온 결과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앞세우지만, 실상은 정당 선거보다 더 혼탁한 진영 선거의 양상을 띄는 게 지금의 교육감 직선제다. ‘인지도 깡패’라는 용어까지 생겼고 막대한 선거 비용은 참신하고 능력있는 교육 전문가에게 진입 장벽이 되고 있다. 더 이상 민주적이지도 교육적이지도 투명하지도 못한 교육감 직선제가 교육자치라는 명분으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교육 혁신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데 지금의 기형적 제도로 시대적 요구와 미래 지향적 교육 발전을 이끌기 어렵다. 러닝메이트와 공동등록제, 정당 공천제, 임명제, 선거 연령 하향 등 다양한 내용의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는데 이런저런 정치적 셈법으로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치는 현재를, 교육은 미래를 바꾼다’라고 했는데 지금의 제도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까. 지난해 대통령 주재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한 학부모가 “중학교 1학년 아들이 중학생부터 교육감 선거에 투표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대통령께 꼭 부탁하고 오라고 했다”라고 전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공부는 자기들이 하는데 왜 교육감 투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하느냐는 것이었다. 작금의 교육감 선거 현실을 생각하면 웃고 넘길 수만은 없는 이야기다. 강윤경 논설주간 kyk93@busan.com
[문우석의 기후 인사이트] 다가오는 슈퍼 엘니뇨와 봄의 예측 장벽
최근 기상학계는 2015~2016년 이후 약 10년 만에 적도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2℃ 이상 상승하는 슈퍼 엘니뇨가 올해 하반기 발생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막대한 해양 열에너지를 대기로 방출해 전 지구적 기상 이변을 촉발하고, 지구 평균기온을 1.6~1.7℃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 대비가 시급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겨울철 이상 고온과 강수 패턴의 변동성 확대 등 계절 기후의 불안정성이 심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열대 중동태평양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상시보다 높거나 낮아지며 발생하는 현상이다. 해양과 대기의 긴밀한 상호작용이 빚어낸 역동적인 결과물이다. 해양은 거대한 열 저장소로서 에너지를 축적하고 운반하며 대기 순환의 흐름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적 불균형은 전 지구적 기상 이변의 기폭제가 된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고정된 달력처럼 정확하지는 않지만 보통 2~7년의 간격을 두고 되풀이되는 ‘준주기성’을 띤다. 적도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 상승 경고 겨울 이상 고온·강수 변동성 확대 우려 미세한 요동 포착해 예측 오차 줄여야 엘니뇨와 라니냐가 전 지구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고려할 때, 현상 발생 전 이를 예측하고 사회적 대비책을 마련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수개월 앞을 내다보고 엘리뇨와 라니냐의 강도를 예측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예측의 난이도는 일 년 중 어느 시점에 예보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통상 엘니뇨와 라니냐가 교차하며 나타나는 준주기성 덕분에, 특정해에 어떤 현상이 지배적일지에 대한 대략적인 경향성은 파악이 가능하다. 하지만, 연중 특정 시점에서 해당 현상이 얼마나 강력하게 발달할지를 정밀하게 예측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적도 태평양은 대체로 7월부터 12월까지 대기와 해양의 상호작용이 증폭되기 쉬운 불안정한 국면에 접어든다. 이 시기에는 미세한 교란도 연쇄적으로 확대되며, 그 배경에는 이른바 ‘비에르크네스 피드백’이 작동한다. 평상시 적도 무역풍은 상대적으로 차가운 동태평양에서 더 따뜻한 서태평양을 향해 불며, 이는 동쪽의 고기압과 서쪽의 저기압 사이의 기압 경도에 의해 결정된다. 무역풍은 표층 해수를 서쪽으로, 그리고 적도 밖으로 밀어내 동태평양의 용승을 강화하고, 그 결과 표면 수온을 더 낮춘다. 낮아진 수온은 고기압을 한층 강화해 무역풍을 다시 강화시키며, 이는 라니냐 상태를 심화시키는 양의 되먹임 고리를 이룬다. 반대로 동태평양의 표면 수온이 상승하면 무역풍은 약화하고, 용승 역시 둔화해 추가적인 수온 상승을 제어하지 못한다. 이 과정은 다시 무역풍의 약화를 부추기며, 결과적으로 엘니뇨 상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이와 같은 양의 되먹임이 강하게 작동하는 시기에는, 미세한 요동조차도 체계 전반의 큰 반응으로 증폭할 수 있다. 교란의 성격에 따라 시스템은 엘니뇨 혹은 라니냐 방향으로 급격히 기울 수 있는 것이다. 비에르크네스 피드백이 대체로 7월부터 12월 사이에 가장 활발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이 기간에 발생한 작은 변동들은 누적·증폭된다. 그래서 피드백의 활동성이 잦아드는 12월 무렵 적도 태평양의 상태를 전망하려면 다양한 요소를 정밀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4월과 5월의 적도 동태평양은 다른 시기와 달리 단기적 교란이 빈번히 발생하는, 이른바 ‘잡음이 큰’ 국면으로 특징지어진다. 이러한 물리적 배경을 감안하면, 연말 엘니뇨의 강도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5월까지 적도 동태평양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요동을 정교하게 포착해 초기 예측 오차를 최대한 줄이는 일이 관건이다. 이는 7월 이후 비에르크네스 피드백에 의해 오차가 증폭되는 폭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기도 하다. 더불어 7월부터 12월 사이 시스템이 불안정한 국면에 들어서는 만큼,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변수들까지도 면밀히 반영해야 연말 전망의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활용되는 기후모델들은 날씨와 유사한 단기 시간 규모에서 발생하는 변동성을 정밀하게 재현하는 데 한계를 보인다. 이는 특정 모델의 결함이라기보다, 본질적으로 예측 가능성이 낮아지는 시기의 특성에 가깝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봄철 예측 장벽’이라 부른다. 올해 말 슈퍼 엘니뇨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이에 대비하고 경각심을 갖는 일은 분명 필요하다. 다만 동시에, 현 시점에서 연말의 해양·기후 상태를 정밀하게 예측하는 일 자체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 역시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 계절 규모에서 엘니뇨와 라니냐를 전망하기에 지금은 통상적으로 가장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연말에 슈퍼 엘니뇨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일부 예측을 비판하기보다는, 예측이 본질적으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점을 상기했으면 한다.
[데스크 칼럼] 인간과 AI의 대결, 부산에서 하면 어떨까
2016년 3월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의 대결은 단순한 바둑 승부를 넘어 AI 시대의 서막을 알린 사건이었다. 최고의 바둑 인간 실력자와 최고의 바둑 AI 프로그램의 대결로 주목받았고, 최종 결과는 알파고가 4승 1패로 승리했다. 당시 대국은 인간과 AI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한 역사적 이벤트로 평가된다. 특히 알파고의 승리는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직관’과 ‘창의성’의 영역에서도 AI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당시 대국은 전 세계로 생중계된 글로벌 이벤트였다. 국내에서는 공중파와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됐고,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해외에서도 시청 가능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해설까지 별도로 제공돼 글로벌 시청자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가 직접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면서, AI에 관심 있는 전 세계 시청자들이 이날 대결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대국이 열렸던 서울 포시즌스호텔은 대규모 국제행사를 치를 수 있는 보안·방송 인프라는 물론, VIP 동선 관리도 쉬운 환경 등을 고루 갖췄다는 점에서 구글 딥마인드가 찾던 대국 장소로 안성맞춤이었다. 행사를 무사히 치른 포시즌스호텔은 전 세계 생중계 화면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며 ‘AI의 역사적 순간이 열린 도시’ 서울에서 역사적 이벤트와 결합한 브랜딩 효과를 거뒀다. 서울 포시즌스호텔은 많은 국내외 취재진이 몰려들었고 TV,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국이 생중계되며 최대 1000억 원 이상의 홍보 효과를 누렸다는 분석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인류사에 또 하나의 상징적인 대결이 예고됐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AI 기업 xAI의 차세대 모델 ‘그록5’와 세계 최고 e스포츠 팀 중 하나인 T1,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페이커의 맞대결이다. 바둑에서 시작된 ‘AI 대 인간’ 구도가 이제는 팀 기반의 복잡한 전략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LoL)로 확장되는 셈이다. 미국-이란 중동 전쟁 등의 국제적인 변수가 발생하며 이 이벤트 매치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 등에 대한 논의가 지연되고 있지만, 이 대결이 현실화한다면 그 상징성과 파급력은 10년 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바둑이 개인의 직관과 계산을 겨루는 경기였다면, LoL은 실시간 협력과 전략, 변수 대응이 결합된 고차원적 게임이기 때문이다. AI가 인간의 협력과 변수 대응 등의 영역에서 인간을 넘어설 수 있는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수밖에 없다. 만약 이 역사적 대결이 올해 올린다면, 그 장소는 부산이 됐으면 한다. 부산이 대결 장소로 최적인 당위성은 충분하다. 부산은 이미 국내 대표 게임 도시로 자리 잡았다. 매년 국제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가 매년 11월 열린다. 2009년부터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는 세계적인 게임 축제로 자리 잡았고, 전 세계 게임 기업과 유저들이 모이는 플랫폼이 됐다. 특히 부산은 국제 행사를 치를 수 있는 인프라를 충분히 갖췄다. 벡스코와 오디토리움에서는 대형 e스포츠 이벤트를 열 수 있다. APEC 누리마루와 서면 삼정타워에 있는 e스포츠 아레나도 최적의 장소다. 부산의 특급호텔들 역시 VIP 보안과 동선 확보, 중계 인프라를 갖춰 역사적 이벤트를 충분히 치러낼 수 있다. 해운대를 중심으로 한 숙박·관광 인프라는 대규모 방문객을 수용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 부산은 이미 APEC 정상회의와 국제기구 회의인 ITU 전권회의 등을 성공적으로 치렀고,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도 성공적으로 치러낸 검증된 도시다. 인간과 AI의 역사적 이벤트를 치를 무대가 부산이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지만,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이 이를 어젠다로 이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한 ‘장소 제공’을 넘어 도시 차원의 전략적 접근도 필요하다.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은 당리당략과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부산에 이벤트를 유치하기 위해 협력하고, 부산에서 왜 이번 대결이 이뤄져야 하는지 강점과 당위성을 정부에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글로벌 AI 기업과 방송사, 스폰서 등과 소통 창구를 직접 만들고 정부 차원의 외교적 지원과 정책적 뒷받침도 이끌어 내야 한다. 10년 전 서울에서 시작된 인공지능 시대의 상징적 장면이 또 한 번 펼쳐질 기회가 눈앞에 와 있다. 6·3 지방선거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차기 부산시장과 지역 정치권이 이벤트 유치를 통해 부산의 도시 위상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는 어젠다를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종횡무진 활약하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길 기대한다.
[노트북 단상] 김기철, 잊히지 말아야 할 이름
김기철 씨는 1980년 3월 14일 부산 안창마을의 두 평 남짓한 단칸방에서 숨을 거뒀다. 향년 43세. 그는 임종 직전까지 제대로 된 진찰 한 번 받지 못했다. 황달과 폐질환 증세를 보였지만, 병의 근원은 고문 후유증에 깊이 뿌리박혀 있었다. 부산에서 기자 생활을 했던 언론인 조갑제 씨의 논픽션 〈김기철 씨는 왜 요절했나?〉는 ‘김근하 군 피살 사건’을 둘러싼 수사와 재판 과정을 추적한 기록이다. 경찰과 검찰, 법원, 언론이 고문과 조작, 오판, 오보로 얼룩진 사건을 어떻게 조작했는지 보여준다. 억울한 누명을 쓴 이들이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1967년 10월 17일, 화랑국민학교(현재 초등학교) 5학년 김근하(11) 군은 부산 서구 동대신동에 있는 학교를 나와 과외를 마치고 귀가했다. 근하 군은 그날 밤 늦게 부산시청 인근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집으로 돌아가던 근하 군이 유괴·납치된 뒤 살해된 것으로 보였다. 경찰은 사건과 무관한 인물을 고문해 허위 자백을 받아냈지만, 이들이 모두 풀려나면서 수사는 결국 헛발질로 마감됐다. 검찰도 마찬가지였다. 김기철 씨는 이듬해 5월 5일 검찰에 구속됐다. 수년 전 범천공원에서 라디오를 빼앗았다는 혐의였다. 단순 절도 혐의로 시작된 사건은 곧 근하 군 살해 혐의로 확대됐다. 검찰은 김 씨 지인 김금식 씨의 허위 자백을 토대로 사건을 엮었다. 말 그대로 ‘생사람 잡는’ 수사를 벌였다. 김 씨에게 가해진 가혹행위 부분은 차마 눈으로 읽기 힘들 정도다. 그는 검사실로 불려가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다. 두꺼운 가죽 수갑을 채워 세수조차 못 하게 했다. 검찰은 김 씨가 잠이 들면 감방 재소자들이 발길질하도록 유도했다. 한편으로는 김 씨에게 불고기가 놓인 술상을 차려놓고 자백을 회유했다. 그럼에도 김 씨는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법원과 언론의 대응도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부산지법은 1968년 11월 22일 검찰의 엉터리 공소장을 토대로 김 씨 등 4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당시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수사 검사를 치켜세우는 데 급급했다. 항소심은 달랐다. 1969년 3월 21일 김 씨 등은 전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어 같은 해 7월 25일 대법원이 검찰의 항고를 기각했다. 하지만 육체와 정신이 무너진 김 씨는 끝내 병을 이기지 못했다. 아들의 누명을 벗기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던 김 씨의 부모 또한 차례로 세상을 등졌다. 근하 군 사건은 1982년 10월 17일 공소시효가 만료돼 영구 미제가 됐다. 1960년대 군사독재 시대 벌어진 일이지만, 이 사건이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무겁다. 이제는 고문으로 허위 자백을 받아내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피의자를 둘러싼 검찰의 회유, 이른바 '연어 술파티'와 같은 사건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김 씨에게 제공했던 '불고기 술상'과 묘한 기시감을 느꼈던 이유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수사권 조정과 보완수사, 공소청 설치, 헌법소원 등의 쟁점이 충돌 중이다. 정파적 유불리를 떠나 단 하나에 집중해야 한다. 인권을 보호하고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김기철이라는 이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중앙로365] 청년이 떠나면 해양수도도 없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은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정책 경쟁의 무대가 되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계기로 해양 관련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 논의가 본격화하고, 북극항로 추진본부 출범과 수산진흥공사 설립 추진, 국내 최대 국적 선사인 HMM 본사 이전 논의까지 이어지면서 부산의 해양 정책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금 부산은 글로벌 해양 경제 중심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러나 이러한 거대한 정책 구상과 인프라 확충의 이면에는 우리가 반드시 짚어 봐야 할 불편한 현실이 있다. 바로 이 해양 산업 생태계를 실제로 운영하고 혁신을 이끌어갈 청년 인재를 충분히 길러내고 있느냐의 문제다. 과연 부산은 그 준비가 되어 있는가. 부산은 이미 대한민국 해양 정책과 연구의 핵심 거점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국립수산과학원,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국가 해양 정책과 연구를 이끄는 주요 기관들이 부산에 집적돼 있고, 이들 기관은 매년 대규모 연구개발 사업을 통해 고부가가치 전문 인력 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적 수준의 항만과 물류 인프라까지 더하면, 부산은 명실상부한 해양 산업 중심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산업 기반을 뒷받침할 인재는 충분한가. 현재 부산의 해양수산 전문 교육은 국립부경대와 한국해양대, 부산대 등 일부 국립대에 집중되어 있고, 다수의 사립대학과 전문대학은 해양 인재 양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수산 분야는 국립부경대를 제외하면 체계적인 인력 양성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 해양 금융, 해양 로봇, 해양 바이오와 같은 신산업뿐 아니라 스마트 양식, 해양 식품 산업, 항만, 해양물류 등 해양 산업 전반에서 전문 인력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대학들은 여전히 기존 학과 체계에 머무른 채 급변하는 산업 현장의 요구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지역 청년들은 해양 산업에서 미래를 그리지 못한 채 수도권으로 떠나고 있다. 더욱이 수산 분야 인력의 고령화는 이미 위험 수준이다.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수산 산업은 물론 부산 해양 산업 전체의 인력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우리가 참고할 만한 사례는 미국 텍사스의 오스틴이다. 오스틴이 ‘실리콘 힐즈’라는 이름의 세계적 기술 도시로 성장한 배경은 단순한 세제 혜택만이 아니었다. 지역 대학들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강력한 교육 생태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기업이 먼저 와서 인재를 찾은 것이 아니라, 우수한 인재가 있었기에 기업이 자연스럽게 몰려든 것이다. 부산 역시 같은 원리를 적용해야 한다. HMM과 같은 대형 해운기업과 공공기관이 인력 걱정 없이 부산행을 선택하게 하려면, 부산이 전문 인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도시라는 믿음을 먼저 심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대학들의 역할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립대 몇 곳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최근 지적되는 특정 대학 출신 쏠림으로 인한 인력 풀의 경직성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다. 지역 대학들은 각자의 강점과 해양 산업을 연결하는 융합 교육 모델을 과감히 확대하고, 해양수산 특성화 학과 신설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IT·AI, 공학, 인문학, 경영학 등 다양한 전공이 해양 산업과 연결될 때 수도권 대학과 차별화된 부산만의 독보적인 인재 생태계가 완성된다. 동시에 공공기관과 기업들도 대학 교육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첨단 연구 장비를 학생들과 공유하고, 기업과 기관이 교육 과정 설계에 참여하고 졸업생 채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적 인재 양성 생태계가 구축되면 교육과 산업 현장의 미스매치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대학과 기업, 연구 기관이 인프라를 공동 활용하며 현장 중심 교육을 운영하면 지역 인재와 산업 경쟁력은 동시에 강화된다. 부산은 이미 세계적 수준의 항만과 해양 인프라, 다양한 정책 거버넌스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해양수도의 경쟁력은 건물이나 기관의 숫자가 아니라 그 안에서 미래를 설계하는 청년 인재의 역량과 열정에서 나온다. 지역 대학들이 수동적 대응에서 벗어나 인재 공급의 전진 기지로 거듭나고, 부산시가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을 과감히 펼칠 때 부산은 기업과 인재가 스스로 찾아오는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해양도시가 될 수 있다. 기관과 기업의 이전만으로는 해양수도가 완성되지 않는다. 결국 도시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은 ‘사람’이며, 교육의 근본적 전환을 통한 인재 생태계 구축이야말로 우리가 완성해야 할 최고의 해양수도 전략이다.
[편집국에서] 정책 결정할 시간, 실패할 자유, 다시 일어설 권리
2년 전 다뤘던 주제를, 지금 또 다룰 거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부산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이하 글로벌특별법)’ 얘기다. 지난달 박형준 부산시장의 삭발 투쟁과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의 등장 이후 하루 만에 국회 행안위 법안소위를 통과할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공은 내 것’이라던 정치인들의 발언은 기분 좋게 묻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은 높았고, ‘숙려’라는 이름의 방관은 길었다. 이달 초 글로벌특별법 통과는 그렇게 또 좌절됐다. 여야가 합의한 법이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으로 올스톱됐다. 이 대통령이 글로벌특별법을 두고 ‘타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포퓰리즘적’ 입법 사례로 거론한 것은 지방자치의 본질을 오독한 결과다. 지역균형발전은 모든 지역에 똑같은 양의 사탕을 나눠주는 산술적 평등이 아니다. 각 지역이 가진 고유의 경쟁력을 극대화해 국가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전략적 선택이어야 한다. 여야가 뜻을 모은 글로벌특별법은 단순히 지역에 건물 몇 채 더 짓겠다는 개발 사업이 아니다. 대한민국을 짓누르는 수도권 일극주의에 균열을 내고, 지역이 스스로 생존 전략을 짤 수 있게 해 달라는 ‘주권 선언’에 가깝다. 부산이 ‘글로벌 허브’라는 이름 아래 요구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동남권 경제축을 살려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국가적 동맥경화를 뚫어내겠다는 고육지책이란 말이다. 사실 글로벌특별법은 당초 ‘~해야 한다’는 강행 규정으로 설계됐던 핵심 조항들이 21대 국회 폐기 후 22대 개원과 동시에 재발의를 앞두고 중앙부처와의 협의 과정에서 ‘~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으로 후퇴하면서 지역의 거센 반발을 낳은 바 있다. 재정 투입이 전제되지 않은 ‘허울뿐인 껍데기’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하지만 지역은 내심 기대했다. 글로벌특별법을 통해 국제 물류·금융 중심의 자유 비즈니스 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라도 마련되면 부산도 또하나의 글로벌 경제축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껍데기’ 법안이 2년간 표류할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최근 박 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추진하는 행정통합 역시 정부의 ‘5극 3특’과 다른 것 같아도 결국 궤를 같이 한다. 정부의 ‘5극 3특’ 밑그림 위에 부산·경남의 행정통합이라는 집을 지어 실질적 ‘지방 자치’를 이끌어내자는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는 이미 지역 불균형의 위험을 경험하고 대안을 마련해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프랑스는 1982년 ‘지방자치단체의 자유와 권리에 관한 법’과 이듬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지방자치단체 간 권한배분법’을 제정해 각 지방에 재정·교육·도시계획 권한을 이양해 독립적인 산업 클러스터 구축에 성공했다. 독일 역시 연방기본법에 근거해 동등한 생활 조건 조성을 목표로 한 재정조정제도를 마련한 데 이어 7년간 논의 끝에 2020년 새로운 재정조정제도를 도입하는 등 지역 간 재정 운용을 형평성 있게 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영국의 행보도 빼놓을 수 없다. 런던 중심 국가였던 영국도 2014년 그레이터맨체스터 권한 이양 협정을 통해 그레이터 맨체스터에 보건·복지 예산 집행권을 완전히 넘겼다. 이후 그레이터맨체스터내의 불평등이 잉글랜드의 나머지 지역에 비해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현실은 이 같은 세계의 흐름에서 역주행하고 있다. 수도권이 모든 자원을 블랙홀처럼 흡수하고 있는 와중에도 정부는 여전히 중앙 승인을 전제로 한 ‘무늬만 특별법’을 내민다. 정부가 “해주면 좋고, 안 해줘도 그만”이라는 식의 안일한 태도로 지방의 절규를 무시하는 사이 부산의 시계는 멈췄다. 글로벌특별법을 비롯해 지역균형발전을 토대로 한 여러 법안을 요구하는 부산의 외침은 지역 이기주의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지역의 사활이 걸린 가덕신공항도, 북극항로 개척도 중앙의 입만 바라봐야 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바꾸자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세계 여러 국가들이 수도 중심 체제에서 벗어나 지역을 살려냈듯 우리에게도 결단이 필요한 때가 왔다는 ‘알람’이기도 하다. 진정한 지방자치는 중앙이 배포하는 예산 리스트가 아니라 지역이 스스로 법과 제도를 설계할 수 있는 통로를 여는 것에서 비롯된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법안들이 선거용 ‘표심 잡기’ 불쏘시개로 쓰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유야무야되거나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 폐기된다면 지방소멸은 가속화할 것이다. 부산이 요구하는 것은 예산 몇 푼이 아니다. 정책 결정을 할 시간, 실패할 자유, 그리고 다시 일어설 권리다. 그것이야말로 한국 민주주의를 살리는 마지막 기회다. 정치권은 부산의 분노가 ‘나중에’라는 말로 잠재울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는 것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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