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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국민성장펀드

닻 올린 국민성장펀드

정부 주도 형태의 펀드는 ‘관제 펀드’로 불린다. 정부 지원이 필요한 핵심 산업이지만, 수익성이나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일반 투자자가 투자를 꺼리는 분야에 재원이 투입된다. 역대 정부에서 관제 펀드는 늘 존재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펀드’가 대표적이다. 2009년 녹색성장이 국정과제로 채택되면서 2012년까지 42개 상품이 쏟아져 나왔다. 설정액은 3000억 원에 육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비전으로 제시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녹색성장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정책적 드라이브와 함께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자금을 쏟아부었으나, 이후 글로벌 공급 과잉과 관련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겹치며 펀드 수익률은 곤두박질쳤다. 박근혜 정부가 밀었던 ‘통일대박펀드’도 마찬가지였다. 박 전 대통령이 2014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 발언을 한 이후 출시된 이 펀드는 2016년 개성공단 폐쇄 이후 수익률이 급락했다.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출시된 ‘국민참여형 뉴딜펀드’의 경우 국민에게 총 2000억 원을 모아 10개 자펀드에 나눠 4년간 투자했다. 하지만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연간 2.37% 수준에 그쳤다. 수익률이 시중은행 예금 금리 수준에 머문 것이다. 그나마 2%대 수익률을 올린 것도 재정이 손실을 우선 부담한 덕분이다. 정책 펀드의 가장 큰 맹점인 ‘정권 리스크’의 직격탄도 피하지 못했다.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관련 예산안이 대폭 삭감됐고, 펀드 명칭 역시 ‘혁신성장펀드’로 통폐합되며 정책 동력을 상실했다. 이처럼 국가 주도의 펀드는 모두 초반에 수익을 내면서 인기를 끌다가 정권 후반엔 동력 상실과 실적 부진으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이재명 정부의 ‘국민참여성장펀드’가 출시 이틀 만인 지난 26일 전체 판매 물량의 97.5%가 소진되며 사실상 완판됐다. 최대 40%의 소득공제, 손실 20%까지 정부 부담 등 파격 혜택이 금융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12개 첨단전략 산업에 60% 이상 자금이 투입되는 이 펀드는 향후 5년 동안 매년 6000억 원씩 판매된다. 예상을 뛰어 넘는 인기에 금융위는 하반기 추가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가 150조 원 규모로 조성하는 국민성장펀드에 국민이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국민참여성장펀드가 이번에는 관제 펀드의 흑역사를 끊어냈으면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액 성과급 지급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투자한 국민이 5년 뒤 환한 웃음을 짓길 기대한다.

부산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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