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 미래에 대한 정책 검증 돋보인 부산시장 토론회
〈부산일보〉·관훈클럽 공동 주최로 26일 열린 6·3 지방선거 부산시장 후보 토론회는 사전투표 직전에 유권자에게 의미 있는 판단 근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그간 여러 양자 토론회가 네거티브 공방으로 흐르면서 지역 미래 비전은 뒷전이 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토론회는 같은 장소에서 후보들이 차례로 출연해 5개 언론사 패널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말꼬리 잡기나 상대 약점 부각 대신 지역 현안에 대한 진지한 질의응답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였다. 지면과 유튜브 부산일보TV를 통해 유권자들이 후보의 자질과 정책 역량을 검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토론회의 의미가 적지 않다. 이제 남은 것은 시민의 냉철한 판단과 선택이다.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 센텀캠퍼스 대강당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드러낸 부산 시정 평가와 미래 비전의 차이는 분명했다. 인구 감소와 산업 기반 약화, 청년 유출, 대기업 부재라는 구조적 위기의 진단에서 두 후보의 출발점이 같지만, 해법은 확연히 달랐다. 두 후보는 큰 틀에서는 ‘해양수도’와 ‘글로벌허브도시’ 구호로 맞서고 있다. 부산의 산업 전환 투자 플랫폼도 다를 수밖에 없는데, 전 후보는 50조 원 규모의 동남투자공사를 견인차로 삼겠다고 했고, 박 후보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필수 불가결하다고 못 박았다. 시정 평가에 대한 인식 차이도 컸다. 전 후보는 “시민이 체감할 성과가 없다”며 시정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박 후보는 “대저대교와 수영만 요트경기장, 공동어시장 현대화 등 장기 표류 과제 상당수를 해결한 5년이었다”고 반박했다. 스타벅스 탱크 마케팅을 두고도 ‘기업도 제약받아야 한다’와 ‘자유 훼손은 조심해야 한다’는 상반된 입장을 드러냈다. 까르띠에 시계 의혹과 엘시티 매각 지연 등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물론 이날 소명으로 제기된 의혹이 말끔히 해소됐다고 할 수 없다. 두 후보는 남은 선관위 공식 토론회와 선거 유세 과정에서 미진한 부분이 풀릴 때까지 유권자들에게 설명할 책임이 있다. 지방선거의 본령은 지역의 미래 의제를 놓고 펼쳐지는 공론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실현 방안이 선택받는 것이다. 지방정부를 구성할 선거가 진영의 대리전이나 중앙 정치에 종속된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지역 미래 역시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민선 시대가 30년을 넘기고 있지만 수도권 일극 체제와 지역 소멸 위기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진짜 풀뿌리 일꾼의 목소리보다 정치공학과 세력 다툼이 득세하는 풍토를 경계해야 진정한 지방 시대가 열린다. 6·3 지방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부산의 미래를 책임질 구체적 비전과 실행력을 갖춘 후보가 선출돼야만 지역의 생존을 기약할 수 있다는 절박함이 필요하다.
[사설] 개통 하세월 부전~마산 복선전철 시공 오류까지 확인
개통이 한없이 지연되고 있는 부전~마산 복선전철 건설공사 구간에서 철도 선로(궤도)가 설계도와 다르게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5공구 일부 구간에서 궤도 위에 설치되는 레일이 설계에서 정한 위치와 다르게 시공됐다는 것이다. 철도 레일 높이 위치 오차는 통상 3㎜까지는 허용되지만, 최대 82㎜까지 위치 오차가 발생했다. 궤도가 잘못된 곳은 한화가 시공한 5공구 구간이 많으며 길이는 4~5km에 이른다. 5공구는 사업 종점인 진례신호소 쪽이다. 지하 피난갱 붕괴 사고로 인해 개통이 6년 이상 늦어진 부전~마산 복선전철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공 오류까지 발견됐다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시공 오류는 사업 시행자인 스마트레일과 SK에코플랜트, 감리단 케이알티씨가 궤도 시공 상태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현재 부전~마산 복선전철은 5개 공구로 구성돼 있다. 1·2공구는 SK에코플랜트, 3·4공구는 삼성물산, 5공구는 한화가 각각 시공 중이다. 궤도 공사는 전 구간을 SK에코플랜트가 시공했다. 궤도는 2020년 시공됐는데 국토교통부는 지난주에야 시공 오류 사실을 보고 받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국가철도공단은 같은 해 발생한 지하 피난갱 붕괴 사고를 복구하는데 정신이 쏠려 궤도 시공을 검증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렇다고 해도 6년 동안 궤도 시공을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힘든 처사다. 궤도 시공 오류를 발견하지 못하고 복선전철 개통을 그대로 진행했다고 한다면 정말 아찔한 일이다. 곡선구간의 경우, 레일 오차가 발생하면 열차 흔들림이 심해질 수 있다. 만에 하나 궤도 이탈(탈선)까지 발생한다면 승객 안전 위협은 물론,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5일 직접 현장을 찾아 궤도 시공 상태를 확인했다. 국토부는 5공구 외 다른 구간에도 잘못 시공된 부분이 있는 것으로 파악돼 전체적으로 궤도 검측을 다시 할 예정이라고 한다. 열차 운행과 승객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궤도에 대한 철저한 재시공이 이뤄져야 한다. 부전~마산 복선전철은 부산·경남 행정통합 추진, 부울경 초광역 경제권 구축, 해양수도 완성을 위한 핵심 인프라다. 부전역과 창원 마산역 사이 32.7㎞ 구간이 완전히 개통되면 양 지역 간 이동시간이 기존 1시간 33분에서 38분으로 단축된다. 하지만 2020년 3월 발생한 낙동강 하저터널 붕괴 이후 피난터널 연결 통로 설치 문제로 공정률 99%에 멈춰 있다. 복구공사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궤도 재시공이란 추가 변수까지 발생하면서 언제 개통할지 알 수 없게 됐다. 제대로 된 광역철도망 하나 없이 지역민들은 또다시 희망고문에 시달려야 한다. 정부는 궤도 재시공과 터널 붕괴 복구공사를 최대한 서둘러 조속한 개통의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사설] 6·3 지방선거 부산 여야 박빙의 승부, 투표 중요성 커진다
6·3 지방선거가 8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부산에서 여야가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일보〉는 지난 23~24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부산시장 선거, 북갑 국회의원 보궐 선거, 교육감 선거, 기초단체장 선거 등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활용. 무선 ARS 방식)를 실시했다. 부산시장 후보 지지율은 민주당 전재수 후보 47.4%,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 41.5%, 개혁신당 정이한 후보 3.5% 순이었다. 북갑 보궐 선거에서는 무소속 한동훈 후보 38.2%, 민주당 하정우 후보 34.0%, 국힘 박민식 후보 23.3% 순으로 나타났다. 28일 이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공표가 금지돼 이번 조사 결과가 부산 지방선거 판세를 예측하는데 유의미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부산시장 지지율은 전재수 후보가 1위를 유지하되 격차가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전 후보는 40~50대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박형준 후보는 30대 이하와 60대 이상에서 1위를 차지했다. 두 후보의 지지율은 여당의 ‘국정 안정론’(47.1%)과 야당의 ‘정권 견제론’(41.6%)과 판박이였다. 전 후보는 해양수산부와 HMM 본사 이전 등 자신의 성과가 집권 여당 프리미엄에서 비롯된 것임을 부각한다. 박 후보는 ‘힘 있는 야당 3선 시장’으로 거듭나 이재명 정권의 연성 독재로부터 낙동강 전선을 사수하겠다는 프레임으로 지지를 호소한다. 서부산권과 중도층에서 표심 이동 조짐이 감지되고 있어 이들 민심을 잡는 후보가 선거 막판 주도권을 쥘 공산이 크다. 전국적인 시선을 모은 북갑 보궐선거에선 최근 상승세를 보인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3자 구도에서도 민주당 하정우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친다는 여론조사 흐름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부산교육감 지지율에선 ‘진보’ 김석준 후보가 39.4%로 정승윤(15.7%), 최윤홍(13.3%) 보수 성향 후보를 압도했다. 해운대·기장·부산진·사상 4곳에서 실시한 기초단체장 조사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모두 선두를 달렸다. 서부산은 물론 동·중부산 지역도 비슷한 흐름이어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4년 전과는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기장군, 사상구의 경우 무소속 후보 지지율이 10% 안팎을 보여 보수 진영 단일화 논의가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부산 지방선거는 박빙 승부로 흐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오는 29~30일 사전 투표가 실시되는 만큼 표심을 잡기 위한 여야 후보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이는 지역의 미래와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후보들이 이전투구가 아닌 선명한 정책과 비전 대결을 펼치게 하려면 유권자들이 막판까지 지켜보고 투표를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산 지방선거의 장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는 만큼, 유권자들도 적극적으로 투표에 동참해야 한다. 냉소와 무관심에서 벗어나 지역 발전을 이끌 제대로 된 ‘지역 일꾼’을 뽑는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할 것이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닻 올린 국민성장펀드
정부 주도 형태의 펀드는 ‘관제 펀드’로 불린다. 정부 지원이 필요한 핵심 산업이지만, 수익성이나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일반 투자자가 투자를 꺼리는 분야에 재원이 투입된다. 역대 정부에서 관제 펀드는 늘 존재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펀드’가 대표적이다. 2009년 녹색성장이 국정과제로 채택되면서 2012년까지 42개 상품이 쏟아져 나왔다. 설정액은 3000억 원에 육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비전으로 제시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녹색성장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정책적 드라이브와 함께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자금을 쏟아부었으나, 이후 글로벌 공급 과잉과 관련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겹치며 펀드 수익률은 곤두박질쳤다. 박근혜 정부가 밀었던 ‘통일대박펀드’도 마찬가지였다. 박 전 대통령이 2014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 발언을 한 이후 출시된 이 펀드는 2016년 개성공단 폐쇄 이후 수익률이 급락했다.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출시된 ‘국민참여형 뉴딜펀드’의 경우 국민에게 총 2000억 원을 모아 10개 자펀드에 나눠 4년간 투자했다. 하지만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연간 2.37% 수준에 그쳤다. 수익률이 시중은행 예금 금리 수준에 머문 것이다. 그나마 2%대 수익률을 올린 것도 재정이 손실을 우선 부담한 덕분이다. 정책 펀드의 가장 큰 맹점인 ‘정권 리스크’의 직격탄도 피하지 못했다.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관련 예산안이 대폭 삭감됐고, 펀드 명칭 역시 ‘혁신성장펀드’로 통폐합되며 정책 동력을 상실했다. 이처럼 국가 주도의 펀드는 모두 초반에 수익을 내면서 인기를 끌다가 정권 후반엔 동력 상실과 실적 부진으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이재명 정부의 ‘국민참여성장펀드’가 출시 이틀 만인 지난 26일 전체 판매 물량의 97.5%가 소진되며 사실상 완판됐다. 최대 40%의 소득공제, 손실 20%까지 정부 부담 등 파격 혜택이 금융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12개 첨단전략 산업에 60% 이상 자금이 투입되는 이 펀드는 향후 5년 동안 매년 6000억 원씩 판매된다. 예상을 뛰어 넘는 인기에 금융위는 하반기 추가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가 150조 원 규모로 조성하는 국민성장펀드에 국민이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국민참여성장펀드가 이번에는 관제 펀드의 흑역사를 끊어냈으면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액 성과급 지급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투자한 국민이 5년 뒤 환한 웃음을 짓길 기대한다.
논설주간/상무이사
강윤경
수석논설위원
김승일
논설위원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데스크 칼럼] 자본 탈출
전문직에 종사하는 동생 A가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잘 지내?” “응.” “아직 부산에 살고 있나 해서.” “당연하지. 부산일보 다니는데 어딜 가.” 몇 번의 문자가 더 오간 뒤, A는 해운대 마린시티 아파트를 팔고 서울 아파트를 샀다고 했다. “지금 안 갈아타면, 진짜 서울 집 못 살 거 같아서. 좀 서둘렀어.” 부산에 살고 있냐는 말이, 몸이 부산에 있느냐를 묻는 말이 아니었다. 몸과 영혼을 나누듯, 사는 집과 자본을 나눈다면 너의 자본이 부산에 아직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영혼과도 같은’ 자본을 ‘상급지’ 서울로 옮긴 분투기를 듣고서야, ‘아직’ 부산에 살고 있느냐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 A는 주식에 ‘젬병’이었던 기자에게 미국 주식 시장이 꽤 괜찮은 투자처란 걸 처음 알려줄 때처럼, 최대한 기분이 나쁘지 않도록 돌려 말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A의 자본은 ‘유출’이 아니라 부산을 ‘탈출’했다. ‘돈깨나 있는’ 시니어층 사이에서도 건물을 팔고, 회사를 팔고 자식들 있는 서울에 집을 사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수십 억 건물을 부산에 놔둬 봐야 오르지도 않고 공실과 임대 관리로 골치만 아픈데 서울 ‘똘똘한 한 채’를 사 눌러 앉으면 걱정도 사라지고, 자식 손주도 더 자주 볼 수 있으니 ‘돈 싸들고’ 서울로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서울에 자리 잡은 자녀들이 가업을 승계할 마음이 없으니, 회사를 매각한 뒤 자금을 챙겨, 자산 가치가 보장되는 서울로 향한다고 했다. 지역에서 창출된 부는 더 이상 지역 재투자나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수도권 자본 시장으로, 무서운 속도로 탈출하고 있다. ‘청년’뿐 아니라 ‘자본’도 서울로 빨려 들어가면서 지역은행들은 지역에서 빌려줄 돈이 모자라 수도권에서 고리로 자금을 끌어오기도 한다. 이처럼 곳곳에서 자본 탈출이 일상화되고 있고, 이를 다시 끌어오기 위한 노력은 눈물겹다. 지방의 자본 탈출은 지역 경기 침체와 투자 감소, 다시 인구 유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지탱한다. 자본이 스스로의 증식을 위해 더 넓고 비옥한 땅으로 떠나는 것이 자본주의 생리라지만, 자본이 떠난 지역의 경제는 쪼그라들고, 일자리는 더 사라지게 된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그의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자본 수익률(r)이 경제 성장률(g)을 앞설 때 자산 불평등이 심화된다고 했다. 성장률이 하락하면, 자연스럽게 소득보다 과거에 축적했던 부가 더 큰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매년 성실히 일해 번 근로 소득과 사업 소득은 서울에 사둔 아파트 한 채 가격 상승분을 절대로 따라잡지 못하는 현실이 됐다. 부산의 산업 성장이 정체된 사이, 서울의 부동산과 주식 등 자본 자산의 가치는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새로 생겨난 ‘반도체 계급’과 ‘돈 복사기’로 불리는 삼전닉스 등의 주식 호황은 수도권으로 자본을 더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A가 “지금 안 갈아타면 영영 못 갈 것 같다”고 서두른 이유도 바로 이 r과 g의 격차를 몸소 체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웬만한 자본 수익률쯤은 가뿐히 뛰어넘을 것 같은 전문직 A의 소득으로도 r과 g의 격차를 체감하고 서두를 정도면, 다른 직업군은 말해 무엇하랴. 실제로 지난해 상위 20%의 순자산이 7.9% 늘어나는 동안 하위 20%는 오히려 4.9% 감소하며 자산 격차가 7.82배까지 벌어졌고,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순자산 지니계수는 역대 최악인 0.625를 기록했다. 한국은 OECD 주요 선진국 18개국 중 5번째로 불평등한 나라로 꼽힌다. 한국은행 이슈노트에 따르면 지역 격차의 확대는 세대간 경제력 대물림에도 영향을 미친다. 부모 자산 4분위(상위 25%)의 자녀는 1분위(하위 25%) 자녀에 비해 수도권 이주 확률이 43%포인트 높고,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 이주를 통한 계층 상승의 기회는 부모 경제력이 뒷받침된 자녀들에게만 집중된다. 자본 탈출은 수도권에서의 자녀 계급 상승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 될 수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불평등의 대가가 결국 경제 시스템 전체의 효율성을 저해한다고 경고했다. 불평등이 심해지면 교육 의욕, 노동 의욕이 떨어져 인적 자본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자본에 대고 애향심을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강제로 발을 묶어둘 수도 없다. 그보다 자본이 지역에 남는 편이 더 합리적일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세금이 가볍고, 유동성이 좋으며, 가격 상승 기대가 클수록 자본은 부산에 남을 수밖에 없다. 6·3선거에서 부산시민의 선택을 받을 시장은 부산을 청년, 기업이 머물고 싶은 도시뿐 아니라 자본이 머물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중앙로365] 선거의 바로미터, 여론조사와 그 규제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는 조사기관마다 큰 차이를 보이고, 낮은 응답률과 표본의 대표성 문제 등 다양한 지적이 일고 있다. 여론조사는 단순한 통계자료를 넘어 유권자의 판단과 선거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그 파급력이 적지 않다. 이에 공직선거법은 여론조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규제를 두고 있으나, 여전히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유권자들은 본인의 동의 없이 휴대전화로 여론조사 전화가 걸려오는 것에 대한 불안과 불편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공직선거법상 허용된 ‘가상번호 제도’에 따른 것이다. 가상번호는 실제 휴대전화 번호를 직접 제공하지 않고 비식별화된 번호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통신사·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론조사기관 간 다층적 전달체계를 전제로 제한적으로 제공된다. 공직선거법 제108조의2는 선거여론조사기관이 공표 또는 보도를 목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경우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거여론조사기관은 관할 심의위원회를 거쳐 이동통신사에 가상번호를 요청할 수 있다. 이렇게 가상번호 제공의 법적 근거는 공직선거법에 마련되어 있으나, 개인정보보호법과의 관계나 정보관리 범위에 대한 세부 기준은 미비한 실정이다. 또한 공직선거법에 선거 목적 외 사용 금지, 제3자 제공 금지, 조사 종료 후 즉시 폐기, 제공거부권 고지 등의 보호장치가 존재하지만, 향후 정보제공 절차와 관리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공직선거법상 여론조사에 대한 규제는 어떠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을까. 크게는 세 가지 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기준 마련과 심의, 시정명령 등의 감독 체계이다. 둘째, 여론조사를 수행하는 기관에 대한 등록 및 신고 제도이다. 셋째, 왜곡된 여론조사 결과의 공표 금지와 선거 직전 공표 제한 등 조사 내용과 공표 방식에 관한 규제이다. 선거를 앞둔 시기에는 여론조사를 수행한 기관의 적법성과 공표 방식을 둘러싼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108조 제3항은 여론조사기관이나 방송사·정당이 아닌 자가 선거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하려는 경우 조사 개시일 전 2일까지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과 관련하여 자주 문제되는 사례로는 인터넷 카페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정치 성향 설문조사가 있다. 단순한 의견조사처럼 보이더라도,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로 판단될 경우 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또한 공직선거법 제96조는 누구든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하여 공표하거나 보도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또한 방송사나 신문사는 객관적 자료 없이 선거 결과를 단정적으로 예측하는 보도를 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선거 직전에는 이른바 ‘깜깜이 기간’이라 불리는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제도가 적용된다. 공직선거법 제108조 제1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선거일 전 6일부터 투표 마감 시각까지 정당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의 결과를 공표하거나 보도할 수 없다. 이 제도는 막판 여론조사가 부동층의 판단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이다. 실제로 여론조사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승패 프레임을 형성한다. 이는 우세한 후보에게 표가 쏠리는 ‘밴드왜건 효과’를 유발하기도 하고, 반대로 열세 후보에게 동정·응원 심리가 작동하는 ‘언더독 효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국 여론조사는 단순한 통계자료가 아니라 유권자의 심리와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변수라는 점에서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의 실익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해당 기간동안 유권자의 알권리가 제한된다는 점에서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거나 제도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이에 대한 폐지 의견을 낸 바 있다. 현행법은 여론조사에 대하여 이미 상당한 수준의 규제를 마련하고 있으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많은 사례에 대한 조사 및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법에서 형식적 투명성을 담보하고 있음에도, 유권자가 체감하는 정보 환경은 아직 혼란스럽다. 선거의 공정성, 정보의 왜곡 방지와 함께 유권자의 알권리 및 개인정보보호, 나아가 여론조사에 노출되지 않을 의사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여론조사의 기능과 효율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권자의 권리를 보다 균형있게 보장할 수 있는 세심한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프런티어] ‘될 때까지’ 투자해 부산형 유니콘으로 키웁니다
부산에서 만난 한 창업가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투자를 받으려면 결국 서울로 가야 하더라고요.” 좋은 기술과 시장, 팀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다음 단계로 넘어갈 다리가 부족했다.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이것은 한 기업의 하소연이 아니라 지역 창업 생태계가 마주한 질문이다. 우리는 창업가를 잘 키우고 있는가? 아니, 더 정확히 묻자. 씨를 뿌리고 싹을 틔운 뒤에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어린아이에게는 격려와 보살핌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이는 자라서 언젠가 사회로 나가야 한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예비 창업자와 초기 기업 보육은 중요하다. 하지만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려면 보육을 넘어서야 한다. 넘어선다는 것은,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성장하고, 지역 인재를 채용하고, 지역에 뿌리내리는 일이다. 그동안 지역 창업 정책은 아이를 돌보는 일에 익숙했다. 창업 교육을 하고, 사무실을 제공하고, 시제품 제작을 도왔다. 그러나 기업이 스스로 설 수 있을 만큼 성장하지 못하면 보육은 출발선에서 끝난다. 창업 기업도 일정한 단계에 이르면 더 큰 시장과 인재, 과감한 자본을 만나야 한다. 나는 창업 보육의 끝판왕은 투자라고 생각한다. 투자는 “시장이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하는 신호”다. 창업가가 다음 단계로 건너가는 다리다. 부산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좋은 기술과 창업가는 있지만, 성장의 순간마다 서울을 바라보게 된다. 투자자와 고객, 멘토를 만나기 위해 서울로 간다. 그렇다면 우리는 물어야 한다. 창업가가 부산에 남아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는가? 부산에서 창업하고, 투자받고, 글로벌로 진출하는 길을 충분히 열고 있는가. 저수지에 돌을 던지면 물결이 퍼지듯, 지역 창업 생태계에도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 좋은 창업자·멘토·투자사가 부산에서 만나야 한다. 멘토는 길을 함께 찾는 사람이어야 하고, 투자자는 단순히 돈을 대는 사람이 아닌, 기업의 가능성을 세상에 증명해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 만남이 많아질수록 창업가는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을 얻는다. 부산기술창업투자원이 하려는 일도 바로 그 물결을 만드는 일이다. 창업-스케일업-글로벌 진출까지 끊김이 없는 성장 사다리를 놓고, 창업가가 필요한 순간에 사람과 자본을 만나게 하는 일이다. ‘부기테크’ 같은 IR 채널 역시 같은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부산에 좋은 스타트업이 많다고만 해서는 부족하다. 보여줘야 한다. 보여야 연결되고, 투자와 성장으로 이어진다. 왜 스케일업하는 스타트업을 키워야 할까? 답은 일자리에 있다. 피지컬 로봇 자동화가 확산하면 AI, 대기업의 정형화된 일자리는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다르다. 초기 스타트업은 정해진 일만 하는 사람이 드물다. 한 사람이 기획·영업·기술을 함께 맡는다.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고객이 늘수록 다양한 역할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의 성장 자체가 일자리다. 그렇다면 지역은 일자리를 밖에서 기다릴 것인가, 스스로 만들어낼 것인가? 일본 구마모토가 TSMC 유치를 계기로 지역 산업과 인재 흐름을 바꾸고 있듯, 지역 혁신에는 강한 앵커가 필요하다. 그러나 부산의 앵커를 외부에서만 찾을 필요는 없다. 부산에서 태어난 스타트업을 키워 대기업으로 만드는 일, 그것이 부산의 미래 혁신 전략이다. 이제는 창업 숫자보다 성장의 깊이를 물어야 한다. 지역 펀드를 키우고 투자사가 부산에 머물게 하고, 대학과 병원, 항만, 공공기관이 스타트업의 실험장이 되어야 한다. 시민도 창업을 도시의 미래로 받아들여야 한다. 창업은 일부만의 도전이 아니라, 지역 일자리와 산업을 바꾸는 도시의 과제다. 어린아이를 보듬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도시의 미래는 고등학생을 어떻게 키우느냐에 달려 있다. 이제 부산 창업 정책은 보호에서 성장으로, 지원에서 투자로, 행사에서 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혼자 가면 길이 되고, 같이 가면 역사가 된다”라고 했다. 창업가 혼자서는 길을 만들 수 없다. 멘토와 투자자, 대학·기업·시민이 응원할 때 그 길은 도시의 역사가 된다. 창업가가 서울로 떠나지 않아도 되는 도시. 부산에서 자라고, 투자받고, 세계로 나가는 도시. 부산은 “될 때까지” 키우는 도시가 되겠다.
[김종기의 미술 미학 이야기] 에밀리 데이비슨과 여성의 참정권
선거를 앞두고, 1913년 6월 4일의 사건을 떠올린다. 런던 근교 엠섬다운스 경마장에서 열린 ‘더비 경마대회’에서 에밀리 데이비슨(1872~1913)은 여성 참정권을 부르짖으며, 국왕 조지 5세 소유의 말 ‘엔머’(Anmer) 앞으로 몸을 던졌다. 그녀는 말발굽에 밟히는 중상을 입고, 6월 8일 세상을 떠났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영국 내 여성 참정권 운동이 더 격렬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영국 정치권은 1918년, 30세 이상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했고, 1928년이 되어서야 여성에게 남성과 동일한 보통선거권을 인정했다. 미국 역시 오랜 여성운동 끝에 1920년 수정헌법 제19조를 통해 여성의 투표권을 보장했다. 프랑스가 여성 참정권을 인정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44년이었다. ‘직접 민주주의의 나라’ 스위스조차 무려 1971년에 연방 차원의 여성 선거권을 허용했다. 한편 한국 여성은 1948년 제헌헌법과 함께 참정권을 획득했다. 그러나 그것은 영국이나 미국처럼 여성들이 수십 년 동안 거리 시위와 투옥, 단식투쟁 등을 거치며 쟁취한 권리와는 다소 달랐다. 근우회나 여성 계몽운동 등 중요한 여성운동이 있었지만, 서구의 서프러제트(여성 참정권 운동)처럼 여성 참정권 자체가 사회 전체의 거대한 정치적 갈등으로 전개되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여성의 정치적 권리가 법적으로 비교적 이른 시기에 인정되었음에도, 그것이 사회적 감각과 문화 속에 충분히 내면화되는 과정은 더뎠다. 오늘날에도 여성에 대한 차별과 배제, 혐오의 언어가 반복되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러한 역사적 조건과 무관하지 않다. 스트리트 아티스트 제롬 데이븐포트(예명 Ketones6000)는 런던 동부 보우(Bow)의 동네 펍 ‘로드 머페스’(Lord Morpeth)의 외벽에 스프러제트 운동가 실비아 팽크허스트를 그렸다. 거대한 얼굴은 도시의 벽면을 점유하며, 주변부에 존재하던 여성들의 정치적 존재를 다시 거리의 중심으로 호출한다. 이 작품은 여성 참정권 운동의 집단적 기억과 노동계급 여성들의 정치적 각성을 담은 공공미술에 가깝다. 현대의 거리미술 작업은 여성 참정권 운동을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민주주의 문제로 다시 환기한다. 이들의 중요한 미학적 의미는, 박물관에 박제된 역사를 거리와 일상의 공간으로 끌어낸다는 점에 있다. 서프러제트 벽화는 역사 삽화를 넘어, 도시의 벽을 공적 기억 장소로 전환시키는 정치적 이미지이다. 여성 참정권 운동이 한때 거리 시위와 행진, 체포와 투옥 속에서 이루어졌듯, 오늘날의 거리미술 역시 제도권 밖의 목소리를 공적 공간에 다시 출현시키는 행위가 된다. 이때 예술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잊힌 존재들을 현재의 감각 속으로 다시 소환하는 기억의 실천이 된다. 미술평론가·철학박사
[부동산 돋보기] '6·3 선거'와 부동산시장
부동산R114의 렙스(Reps) 자료에 따르면 2026년 5월 넷째 주,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국 0.11%, 서울 0.13%, 부산 0.07% 상승했다. 부산은 2주 연속 하락하다 상승 반전했다.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국 0.17%, 서울 0.21%, 부산 0.15% 상승했다. 부산 전셋값은 2025년 8월 15일 이후 38주 연속 상승세다. 매매가격은 등락이 있는 반면, 전세가격은 미미하지만 지속 상승세다. 두 가지로 요약된다. 아파트값이 급격하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이니 전세수요로 남겠다거나 아니면 반대로 가격 상승까지는 아니지만 상승 압력이 지속적으로 누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6·3 지방선거’가 시작됐다. 민선 9기를 뽑는 지방선거를 통해 후보들이 베일을 벗고 있다. 중앙정부의 선택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후보들의 면모가 속속 드러나면서 실망감 때문인지 지역 이슈들이 후보들의 인기를 삼키고 있다. 선거 일자가 임박할수록 ‘인물’보다는 ‘지역 현안’에 대한 후보들의 인식이 중요해지고 있다. 서울은 이미 ‘부동산 선거’다. 처음에는 ‘인물’이었다. ‘누가’ 서울을 보다 발전시킬 것인가라는 큰 화두에서 지금은 ‘누가 서울 부동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가로 여론이 수렴되고 있다. 서울이 부동산 문제로 열기가 뜨거워질수록 주택 공급을 누가 잘할 수 있고 누가 공급을 막고 있는지로 선거 결과가 귀결될 듯 싶다. 그만큼 ‘부동산’은 모든 세대에게 중차대한 이슈다. 결과적으로 서울에서 부동산 이슈가 강조될수록 서울은 ‘더 똘똘한 한 채’ 문제(최근 석달간 유입된 자금 7.6조)가 도드라지는 반면 부산과 같은 지방은 상대적 역차별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은 서울이 ‘독점적 양극화’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선거가 부동산 이슈로 쏠리면서 2021년 고점 이후 장기 횡보를 이어온 부산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 부산 시장 후보들의 공약에도 더욱 관심이 쏠린다. 박형준 후보의 1호 공약 ‘청년 자산 1억 형성 지원’은 청년들의 주거 자립 기반을 다져 실수요층을 붙잡겠다는 포석이다. 떠나는 청년 세대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전재수 후보의 1호 공약인 ‘부산 4대 해양산업벨트 구축’은 지역 고용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야구장 문제, 북항 재개발, 부산진역-부산역 간 지하화 관련 청년주택개발과 민간투자 방안 등 부산의 현재 주거안정과 도시 재구조화를 통한 부산의 세계 도시 비전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준비된 후보가 누구인지 알고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고] ‘사유’를 멈추면 주권도 사라진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울리는 선거 문자와 SNS의 자극적인 영상, 실현 가능성보다 눈길부터 끄는 공약들이 뉴스를 도배하고 있다. 정치가 우리 삶을 보듬는 대안의 장이 아니라, 마치 누가 더 자극적인가를 겨루는 쇼윈도가 된 듯한 기분이다. 소음에 지친 유권자들은 “정치는 다 똑같다”며 고개를 돌리지만, 정치를 외면하는 바로 그 순간 민주주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너지기 시작한다. 최근 선거판을 보면 클릭베이트(Clickbait) 공약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표를 얻기 위해 예산이나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일단 던지고 보는 공약들을 의미한다. 이런 공약들은 유권자의 깊은 고민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찰나의 순간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길을 사로잡고, 당장의 이득을 약속하며 유권자를 유혹한다. 당장은 입에 달콤하지만 공동체의 미래에 아무런 영양가가 없는 공약들이다. 정책이 국가의 백년대계가 아닌 ‘클릭 수’를 높이는 마케팅 도구가 될 때, 유권자의 주권은 미끼를 기다리는 물고기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정교한 AI 알고리즘은 이런 미끼에 쉽게 걸려들게 만든다. AI는 우리가 클릭한 혐오 콘텐츠나 특정 진영의 주장만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필터 버블 현상을 유발한다. 유권자가 무엇에 분노하고 무엇에 약한지 데이터로 분석해, 딱 입맛에 맞는 선동적인 문자나 네거티브 정보를 보낸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되는 환경 속에서, 유권자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보다 진영 논리에 갇힌 조건반사적 반응을 보이게 된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과거 끔찍한 학살을 저질렀던 이들은 괴물이 아니라,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시키는 대로 일했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을 짚어냈다. 오늘날의 유권자에게 요구되는 윤리도 이와 다르지 않다. 쏟아지는 문자 메시지와 SNS 공세 속에서 비판적인 사유를 멈추는 것, 네거티브 정보에 무작정 동조하거나 혹은 귀찮다고 투표를 포기하는 것은 현대판 사유의 정지라 할 수 있다. 생각을 멈추고 시스템이 던져주는 정보에만 몸을 맡길 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나쁜 정치를 돕는 방관자가 되고 만다. “나 하나 투표 안 한다고 세상이 바뀌겠어?”라는 생각은 책임감을 분산시키고, 결국 정치를 선동가들의 놀이터로 만든다. 하지만 방관은 결코 중립이 아니다. 유권자가 눈을 감으면 정치는 더 자극적인 네거티브에 집착하기 마련이다. 이제 구경꾼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때다. 미끼처럼 던져지는 공약 뒤에 숨은 실체를 따져 묻고, 알고리즘이 배달하는 증오의 언어를 이성의 힘으로 거부해야 한다. 내 주권을 알고리즘과 선동가들에게 약탈당하지 않겠다는 지적인 저항이 필요하다. 투표는 단순히 선거일에 도장을 찍는 행위가 아니다. 수많은 거짓과 비난 속에서 무엇이 진짜 우리를 위한 길인지 찾아내는 지적인 투쟁이라 할 수 있다. 청년 유권자부터 전 세대에 이르기까지 비난의 말들에 속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주인이 되어야 한다. 유권자가 정책을 따지고 진실을 찾으려 노력할 때, 비로소 정치는 시민을 두려워하고 시민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사유하는 시민만이 알고리즘의 노예가 되지 않고 민주주의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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