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선-해운 상생 협의회, 해수부 기능 이전 출발점 되길
조선과 해운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이 격화일로를 걷고 있다. 북극항로와 같은 미래 먹거리뿐만 아니라 중동전쟁 이후 해양 중심의 안보 상황까지 무한 경쟁에 놓인 상태다. 이 때문에 해양강국 대한민국을 향한 양대 산업 축인 조선과 해운이 각자도생보다 동반성장을 위해 뭉쳐야 한다는 지적이 일찌감치 제기돼 왔다. 이 같은 지적에 따라 마침내 국내에서 두 산업의 상생 협력과 산업 경쟁력 동반 강화를 위한 민관 협력체계가 본격 출범했다는 소식이다.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코리아 원팀’의 주체가 될 해당 협력체계가 해양수도 부산을 이끄는 주축으로 범정부적 발걸음을 내딛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부는 28일 ‘조선-해운 상생발전 전략협의회’ 발족식을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두 정부 부처의 장관을 비롯해 국내 주요 조선사와 해운사 대표들이 대거 참석해 조선과 해운의 전략적 연대 강화를 다짐했다. 이날 발족한 전략협의회는 초격차 기술 확보와 두 산업의 연계 동맹 구성, 국적 선대 확충과 조선사 일감 확보, 지역경제 기반 상생 생태계 구축 등 네 가지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 가운데 최우선적으로는 국내 해운사의 국내 조선사에 대한 전략적 집중 발주 방안이 거론된다. 이를 위해 두 정부 부처는 각각 실증 수요 발굴과 핵심기술 개발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태세다. 두 정부 부처가 이처럼 조선과 해운산업 등 민간 산업계까지 아우르는 전략적 동반 관계를 만들고 나선 것은 조선·해운업이 더 이상 ‘개인전’이 아닌 ‘팀전’이 됐다는 인식에서다. 중동전쟁 과정에서 보듯 호르무즈해협 봉쇄 등 위기 사태 발생 때 외국 선박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치명적이다. 자국 건조 능력이 부족하면 유사시 운송수단 확보가 곤란해지는 것도 자명하다. 한때 조선과 해운 분야에서 강대국의 지위를 누리던 미국과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조선·해운산업의 붕괴는 한순간에 발생하며 이를 복원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코리아 원팀’으로 조선·해운산업 경쟁력 동반 강화에 나선 것은 박수받을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전환을 통해서만 조선·해양산업 경쟁력 동반 강화를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두 정부 부처가 합동으로 정책을 발표하면서까지 전략적 연대를 내비치는 것은 그동안 두 부처로 갈려 시행돼 온 정책의 시너지 효과에 아쉬움이 많았다는 방증이라서다. 해양강국을 지향한다는 대한민국에서 부산으로 해양수산부를 이전하면서까지 내세운 해양수도의 밑그림을 고려하면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두 정부 부처의 전략적 동반관계가 조선·해운산업을 필두로 한 해양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이번 정책 전환은 향후 해양수산부로 해양 관련 기능을 결집하는 첫걸음이 돼야 옳다.
[사설] 로봇·사람 '일자리 전쟁' 시작, 사회적 대타협 모색해야
인공지능(AI)과 로봇 개발 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AI와 로봇이 인간의 현재 일자리를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는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산업 현장의 패러다임은 이미 큰 변화를 맞고 있다. AI로 무장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제조 현장에 투입하는 것을 둘러싼 갈등도 증폭 중이다. 산업수도 울산의 핵심 기업인 HD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등에서는 로봇 투입 관련, 노사가 정면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조 공정 무인화는 거부할 수 없는 미래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노조는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반발하고 있고, 사측은 기술 혁신을 하지 않으면 공멸한다며 서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사측이 2024년 6월 이후 노사 합의 없이 82대에 달하는 로봇을 용접 현장 등에 일방 투입했다”고 강력 반발 중이다. 2028년 투입 예고된 휴머노이드 로봇 앨리스를 두고도 노조는 기술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도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합의 없이 생산라인에 배치하는 것을 거부한다며 도입에 제동을 걸었다. 로봇을 둘러싼 노조 주장의 핵심은 일자리 축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노조는 또 로봇 투입으로 근로 시간이 감소할 경우 사실상의 임금 삭감에 직면한다며 완전 월급제 쟁취 등을 촉구하고 있다. 노동계와 학계는 울산에서 촉발된 로봇 도입에 따른 무인화 갈등이 향후 전국 모든 사업장의 노사 관계를 규정할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측의 이익 극대화 논리와 노조의 일자리 방어 논리가 정면으로 부딪히는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미 우리 기업들이 운용 중인 산업 로봇은 2024년 기준 3만 9190대에 달한다. 로봇 시장 규모도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세계 4위에 달한다. 이미 산업 현장에서는 설비 자동화 등 산업 고도화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울산에서 촉발된 제조 공정 무인화로 인한 로봇과 사람의 일자리 전쟁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사측과 노조의 주장이 모두 일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무인화를 둘러싼 노사 갈등은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극한 충돌도 우려된다. 따라서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이런 주제의 갈등 해법 마련을 각 기업 노사에만 떠넘기는 것은 국가 전체적으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정부가 노사 양측을 선제적으로 중재해 노동시장 충격과 갈등을 최소화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로봇이 창출할 부가가치를 근로 시간 단축과 임금 보전 등을 통해 노동자와 분배하는 방안 등에 대한 사회적 대타협도 서둘러 모색해야 한다. 노사도 공생 모델 마련을 위해 끝까지 머리를 맞대주길 당부한다.
[사설] 지선 최대 승부처 된 북갑, 정치 공학 아닌 지역 비전을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전국적 관심이 집중되는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하정우 청와대 인공지능(AI) 미래기획수석이 27일 사의를 표명하고 부산 북갑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하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르면 29일 하 수석에 대한 인재 영입식을 열고 부산시장 후보로 나선 전재수(부산 북갑) 의원의 지역구를 지키기 위한 전략공천에 나설 방침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이미 무소속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국힘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출사표를 던졌다. 부산 18개 지역구 중 2024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유일하게 차지한 북갑이라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상징성과 파급력이 크다. 높아진 관심과 달리 선거 과정은 혼란스럽다. 민주당은 전재수 의원 사퇴 시점을 둘러싸고 보선을 내년으로 미룰 수 있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키웠다가 4월 30일 이전 사퇴로 정리했다. 하 수석 역시 대통령의 만류성 발언과 당 지도부의 ‘러브콜’ 사이에서 입장 표명을 미루며 혼선을 키웠다. 국가 AI 전략을 총괄해 온 그가 “향후 3~5년이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해 온 점까지 고려하면 이는 유권자에 대한 예의와 국정 운영의 우선순위를 흐리는 처사다. 재보선 특성상 일정이 촉박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선거를 앞두고 급작스레 출마를 결정하는 모습은 유권자의 숙고 시간을 제한한다. 결국 유권자의 선택권보다 당략이 앞선 정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보수 쪽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전 국힘 대표는 대구 출마설에서 방향을 틀어 부산 북구갑 출마를 택하며 주소지를 옮겼지만 과거 부산고검 근무 외에는 뚜렷한 연고가 부족해 유권자 혼란을 키운다. 더욱이 특정 후보의 출마를 둘러싸고 정당이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거나, 반대로 출마를 접어야 한다는 식의 논쟁이 벌어지는 모습은 유권자를 철저히 배제한 정치권의 민낯을 드러낸다. 선거는 유권자의 선택으로 완성되는 제도인데 정작 유권자는 배제된 채 정치 세력 간 이해득실만 앞세우는 양상이다. 선거가 임박했음에도 그동안 후보조차 명확히 확정하지 않은 것은 한마디로 유권자 무시라 할 것이다. 지역의 미래를 제시하는 일은 선거의 출발점이자 최소한의 책무다. 하지만 지금 부산 북갑 보궐선거의 흐름은 정반대다. 정치적 셈법에 따라 후보가 움직이면서 선거의 본질은 흐려지고 있다. 6·3 지방선거의 핵심인 부산시장 선거마저 북갑 보선 이슈에 가려지는 기현상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선거의 중심이 지역 발전이 아닌 정치공학으로 이동한 결과다. 정작 부산 북갑의 변화와 미래에 대한 고민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이제라도 후보들은 제대로 답을 내놓아야 한다. 부산에 내려와 무엇을 바꾸고 어떤 비전을 실현할 것인지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왜 부산 북갑이어야 하는지, 이 지역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부터 분명히 밝혀야 한다.
유럽발 유물 반환
이달 초 국빈으로 방한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한국을 찾은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는 김혜경 여사와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해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로 반출됐다가 2011년 반환된 외규장각 의궤를 관람했다. 이 의궤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왔지만 오랫동안 존재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심지어 중국 서적으로 분류돼 관리되기도 했다. 그러다 1975년 역사학자 박병선 박사가 현지 연구 중 이를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고, 이는 한국 문화재 반환 운동의 계기가 됐다.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은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에 따르면 약 25만 6000점에 이른다. 일본, 미국, 중국, 프랑스, 영국 등 29개국 800여 기관에 흩어져 있다. 이 중에는 일제강점기 부산 연산동 고분군에서 도굴돼 일본으로 반출된 뒤 아직 반환되지 않은 유물도 있다. 도쿄박물관에 보관돼 있는 원두대도와 차양투구, 갑주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인 사업가 오구라 다케노스케는 1921년부터 도굴꾼을 동원해 연산동 고분군 유물을 비롯해 우리 문화재 1100여 점을 수집·강탈해 해방과 함께 일본으로 반출했다. 이른바 ‘오구라 컬렉션’이다.최근 유럽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에서 식민지 시대에 약탈한 유물을 반환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는 불법 취득 문화유산의 반환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독일과 네덜란드도 유산의 출처를 추적하며 무조건 반환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의미가 크다. 그동안 소유권은 유지한 채 장기 대여하거나 국빈 방문 등 계기에 맞춰 반환하던 관행에서 한발 더 나아간 흐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반면 이에 대한 일본의 움직임은 잘 보이지 않는다. 현재 일본에 남아 있는 해외 유출 우리 문화유산은 약 43%(11만여 점)에 이른다. 문화재 반환은 상당 부분 보유국의 ‘도덕적 자각’에 달려 있지만 일본의 반환 움직임은 일부 민간 차원에 머물 뿐이다. 일본은 침략 과정에서 자행한 문화재 약탈을 오랫동안 외면해 왔으며 이를 군국주의의 전리품처럼 취급해 왔다. 이제라도 일본이 유럽 국가들의 반환 움직임을 배웠으면 한다. 문화재 반환은 소유권 이전을 넘어 역사 회복과 문화 다양성 존중, 나아가 국가 간 신뢰와 화해의 출발점이다. 이는 미래를 여는 일이기도 하다. 내년은 연산동 고분군이 국가 사적지가 된 지 어느덧 10년이 되는 해다.
논설주간/상무이사
강윤경
수석논설위원
김승일
논설위원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데스크 칼럼] 인공지능 바다에서 허우적거릴 당신에게
후배 기자들의 발표를 듣고 있었다. 불현듯 20세기 말, 세상의 변화에 당황하던 그 당시 아저씨들이 떠올랐다. 20세기 말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다이내믹 코리아’였다. 1997년 IMF 사태(외환위기)가 터졌고, 국내 첫 정권교체도 있었다. 정치와 경제 상황이 요동치는 동안, 일상에서도 혁명이 일어났다. 다음이 한메일넷이라는 웹메일 서비스를 내놓은 게 1997년이다. 1998년엔 케이블망을 통한 초고속 인터넷 사업이 시작됐고, 1999년 네이버가 설립됐다. 인터넷 바다가 일상을 삼키기 시작했다. 당시 10·20대였던 일명 ‘엑스세대’까지는 비교적 빠르게 변화에 적응했다. 만날 필요 없이 이메일로 자료를 주고받고, 도서관에 가지 않고 검색으로 자료를 찾았다. 다음 카페, 프리챌, 아이러브스쿨 등의 게시판에서 일상과 정보를 공유했다. PC방에서 세계인을 상대로 스타크래프트 대전을 벌였다. 인터넷 덕에 시간도 아끼고, 일상의 스케일도 커졌다. 아버지 세대들은 우리와 달랐다. 인터넷의 바다에서 종종 허우적거리는 것 같았다. 아날로그 방식에 익숙한 그들은 스타크래프트보다는 무조건 족구를 해야 하는 세대였다. 자료만 오가는 소통이 익숙할 리 없었다. 그럼에도 억지로 인터넷을 배워야 했다. 외환위기 뒤 정년보장이 무너졌다. 인터넷을 다룰 줄 아는 것은, 상당한 경쟁력이었다. 당시 어른들은 책을 사서 읽으며 인터넷을 공부했다. 안쓰러웠다. 인터넷에 접속해 하다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을, 굳이 저런 식으로 공부까지 해야 할까. 나이가 들면 뇌가 굳는 것인가라는 건방진 생각도 했다. 후배 기자들의 발표 주제는 ‘AI(인공지능) 활용법’이었다. AI와 각종 어플을 연동하니, 취재원과 주고받은 메일과 전화 통화 내용이 자동으로 데이터 처리가 됐다. 주요 기관장의 스케줄이 본인의 일정표와 연동되는 기술도 있었다. 국내외 주요 기사와 이슈를 AI가 개인별로 최적화해 분류하고 압축해 줬다. 후배 기자들은 AI로 취재 시간도 줄이고 취재 영역도 확장하고 있었다. 저런 작업을 시도할 생각도 못했다. 있다는 것 자체를 몰랐으니까. 그제서야 AI에 대해서 너무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갑자기 몸이 무거워지며, ‘AI 바다’에서 가라앉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20세기 말, 인터넷 바다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던 아저씨들이 생각났다. 다시 보니 2026년의 나였다. AI 폭풍이 가장 먼저 덮친 분야가 프로 바둑의 세계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전 뒤, AI의 바둑은 정답지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 많은 프로들이 바둑에서 인간미가 사라졌다며 낙담했다. 하지만 젊은 프로들은 AI에게 바둑을 배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바둑의 재미를 잃은 이세돌은 떠났고, AI를 스승으로 삼은 신진서는 바둑의 황제가 됐다. 한때 엑스세대라고 불렸던 지금의 40·50대는 대부분 신진서보다 이세돌에게 감정이입이 될 것이다. 유료 AI에게 물었다. “AI 같은 기술 혁신에 뒤처지고 있다.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AI는 원리 파악보다 용도에 집중하라는 식의 조언을 했다. 너무 잘하려 하지 말고, 적당히 남들만큼 따라 하라는 거다. 어느새 처음 접한 인터넷에 당황하던 그 시절 아저씨들도 이제 60, 70대가 됐다. 주변을 보면 웬만한 어르신들도 온라인을 충분히 활용한다. 유튜브, SNS 등이 없으면 못 버티는 이들도 있다. AI도 비슷하게 흘러갈 것이다. 20여 년 뒤 미래엔 결국 나이와 상관 없이 누구나 필요한 만큼 AI를 비서처럼 활용하고 있을 듯하다. 적당히 시대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AI 활용법을 익힐 터이니,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AI의 진단이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어쩌면 후배들보다 AI를 잘 모른다는 게 본질적인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인터넷 바다에서 허우적대던 그 시절 40·50대들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면서 호기심이 사라진 게 진짜 문제일 수 있다. 10대, 20대들은 호기심 때문에 인터넷과 AI를 익혔다. 그들에겐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다. 반면 열정과 호기심이 옅어진 기성세대에겐 같은 일이 과제 같은 것이 돼버렸다. 10대 말 PC방에서 처음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더블 클릭할 때가 있었다. 인터넷 세계가 열리기를 기다리며 들뜬 기분이었다. 오늘부터 호기심 가득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AI를 알아가려 한다. 벌써 AI가 무섭다기보다, 재미있어지는 기분이다. AI를 켜고 프롬프트에 첫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넌 누구냐?
[중앙로365] 부산 관광의 미래 앞에 놓인 두 갈래 길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지난 28일, 관광산업 분야에서는 ‘부산 관광·컨벤션·해양·크루즈·문화·축제,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간담회가 열렸다. 부산관광미래네트워크를 비롯한 6개의 주요 관광·문화 산업 단체들이 참여했고, 두 부산시장 후보가 같은 질문에 각각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반부는 전재수 후보, 후반부는 박형준 후보의 시간이었다. 이번 간담회는 단순한 정책 설명 자리가 아니었다. 같은 질문이 던져졌지만, 두 후보의 답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두 후보의 차이는 정책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관광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였다. 전재수 후보의 접근은 비교적 익숙한 방향에 가까웠다. 해양수도 부산을 중심으로 관광을 산업과 연계해 확장하려는 구상은 그동안 부산이 지속적으로 제시해 온 전략과 맞닿아 있다. 관광을 해양산업과 크루즈, 지역 기업 육성과 연결된 경제 생태계로 확대하려는 시도는 부산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이러한 접근은 정책 실행 과정에서 상당한 재정비와 조정이 요구될 가능성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방향성에 대한 공감과 함께 실제 실행 단계에서 어떻게 구체화될 것인지에 대해 신중하게 지켜보려는 분위기도 감지되었다. 지역 기업 육성과 산업 구조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행정 역할을 강조한 점은 인상적이었지만, 그만큼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부담 역시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한 가지 눈여겨볼 지점은 두 후보가 상정하고 있는 외부 협력의 축이다. 전재수 후보의 구상에는 여당 후보로서 중앙정부와의 연계 가능성이 비교적 뚜렷하게 읽힌다. 대규모 인프라와 해양 관련 정책은 중앙과의 협업 없이는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러한 접근은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 다만 정책의 지속성과 실효성은 결국 지방정부의 실행 역량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중앙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사업의 연속성과 안정성에 대한 고민 역시 함께 제기될 수밖에 없다. 박형준 후보는 관광을 도시 전략의 관점에서 설명했다. 글로벌 허브도시라는 틀 안에서 관광을 도시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바라보는 접근이다. 최근 관련 특별법 국회 통과가 무산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글로벌 허브도시의 틀을 관광에서도 적용한 듯한 인상이었다. 그의 답변에서 눈에 띄는 점은 행정 실행 방식의 변화였다. 올해부터 실시간 현황판을 중심으로 관광 및 관련 산업 정책을 관리하고 있다는 점은 선언적 정책을 넘어 실제 작동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는 데이터 기반 행정의 방향을 보여준다. 또한 지역 소상공인을 위한 ‘지역이 삽니다, 지역이 합니다’ 정책은 관광이 외부 유입에 그치지 않고 지역 경제 내부로 순환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낸다. 관광객의 소비가 지역 상권과 기업으로 연결되지 않는 한 관광의 성장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글로벌 기업 유치와 국제행사, 도시 콘텐츠 경쟁력 강화 등은 단기간에 드러나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점에서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요구되므로 중앙 정부와의 협력이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박 후보는 관광을 바라보는 시각 차원에서 전 후보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그는 특히 기존 부산지역 축제들이 축제조직위원회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일부에서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지역 민간기업과의 협업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관광이 지역 경제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운영 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비판적 스탠스로 읽혔다. 결국 두 후보의 접근은 분명히 갈린다. 한 후보가 관광을 산업 구조 속으로 확장하려 한다면, 다른 후보는 관광을 움직이는 작동 방식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었다. 어느 쪽이 더 옳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두 방향 모두 부산의 현실 속에서 설득력을 가진다. 간담회를 마친 뒤 업계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결론은 단순했다. “둘 다 맞는 말이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부산을 글로벌 도시로 키워야 한다는 점도, 부산의 특색을 살린 해양 중심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도 모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번 선거는 단순히 사람을 선택하는 과정이 아니라 부산 관광의 방향도 결정하는 과정이다. 관광은 더 이상 부수적인 산업이 아니다. 도시의 경제, 일자리, 이미지, 그리고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 핵심 영역이다. 그만큼 선택의 무게도 가볍지 않다. 부산은 오랫동안 ‘2위 도시’라는 인식 속에 머물러 왔다. 이제는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할 시점이다.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을 기반으로 세계 속의 해양수도로 나아갈 것인지, 아니면 기존 구조 속에서 점진적인 변화를 선택할 것인지, 그 갈림길에 서 있다.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묻지 않을 수 없다. 부산은 어디로 갈 것인가.
[시론] ‘인구구조의 행운’을 ‘사회 대개조’의 마중물로
2024년, 끝도 없이 추락하던 합계출산율이 9년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이어 2025년 역시 증가세를 유지하며 인구절벽의 끝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학계와 언론에서는 이 우상향 곡선이 구조적 개선의 신호탄인지, 일시적인 착시인지를 두고 열띤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번 반등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다. 우선 통계적 측면에서 ‘2차 에코붐 세대’로 불리는 90년대생들이 혼인 연령대에 진입하며 수적 우위에 따른 기저효과를 만들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동시에 정책적 효능감도 감지된다. 0.7명이라는 극단적 수치에 위기감을 인식한 정부가 주거 지원을 강화하고, ‘6+6 육아휴직제’와 급여 상한액 인상 등 파격적 대책을 내놓으며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 신호를 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인구구조의 관점에서 보면 인구가 급감하는 2000년대생이 부모가 되는 2030년경, 이 우상향 곡선은 다시 꺾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를 정해진 미래로 단정하며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지금이야말로 정책적 마중물을 부어 사회 체질을 완전히 바꿔야 할 결정적 골든타임이기 때문이다. 먼저, 중앙정부는 단기적 보조금을 넘어 청년들이 생애 전반에 걸친 국가의 지지를 체감할 수 있도록 법적·재정적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분절된 예산 체계를 생애주기별 인구 예산으로 재편하고, 현재 유야무야된 인구 전담 부처 설립을 조속히 추진하여 정책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재정 확보는 정책 의지의 가장 정직한 척도이며, GDP 대비 최하위권인 아동가족 지출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그 시작이다. 동시에 커리어와 육아의 양립을 중시하는 청년 세대를 위해 노동시장의 근본적 개혁이 병행되어야 한다. 대기업 위주 가족친화제도의 혜택을 중소기업과 플랫폼 노동자까지 실질적으로 확대하고, 남성 육아 참여가 ‘사회적 기본값’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직장 문화를 개조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시민사회와 협력하여 현장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수천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준다 한들,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동동거리고 소아과 ‘오픈런’을 해야 한다면 그 돈은 무용지물이다. 24시간 촘촘한 돌봄 안전망을 위해 AI 기반 긴급돌봄 매칭 시스템을 구축하고, 아파트 혹은 지역의 유휴 공간을 청년 부모들의 공동 육아와 커뮤니티 거점으로 공유하는 등 ‘돌봄 공유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과감한 실험을 시도해야 한다. 나아가 우리 사회의 문법 자체를 ‘환대’로 전환해야 한다. 아이를 향한 따뜻한 눈짓, 유아차를 위해 문을 잡아주는 사소한 양보가 시민사회의 기본값이 되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할 ‘키즈 친화 점포 인증제’나 ‘디지털 환대 지도’ 같은 제도적 설계는 환대의 문턱을 낮추는 실질적 동력이 될 것이다. 청년들이 마주한 ‘낳지 않을 합리적 이유’는 견고하다. 이를 깨뜨릴 수 있는 것은 결국 ‘공동체의 환대’와 ‘가족을 통한 자아의 확장’이라는 감각적 경험이다. 사회 전체가 환대의 시선으로 이들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끌어안을 때, 아이와 함께하는 삶이 개인의 역량을 확장하는 새로운 장치이자 즐거운 실험이 될 때, 청년들은 비로소 ‘함께 살 결심, 낳을 결심’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의 인구 전략 또한 양적 접근을 넘어 시민의 행복과 환대 문화가 우상향하는 질적 차별화로 향해야 한다. 부산에 사는 것이 가족의 행복과 삶의 질 측면에서 수도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낫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2025년의 반등은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다. 이 통계적 행운을 구조적 축복으로 바꾸기 위해, 우리 사회 전반의 운영 체제와 문화를 재설계하는 대개조를 시작해야 한다. 모든 생명이 환영받고 모든 부모가 안심하는 사회, 그곳에 우리의 우상향 미래가 있다.
[김종기의 미술 미학 이야기] 공휴일이 된 노동절 이후, 노동운동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2026년, 노동절(5월1일)이 공식 공휴일이 되었다. 1970년 11월 13일, 스물두 살의 청년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분신했다. 그의 희생은 대한민국 노동운동의 기폭제가 되었으며, 또한 70년대 노동과 민주화운동의 주요한 토대가 되었다. 이후 노동운동은 민주화운동과 결합하며, 거리와 공장에서 동시에 진행되었다. 노동은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시민권의 문제로 전환되었다. 세계적으로도 노동은 구조적 변화를 겪어 왔다. 19세기 산업자본주의에서 노동은 물리적 생산과 결합돼 있었고, 20세기 복지국가 체제에서는 일정한 보호를 받았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신자유주의는 노동을 다시 해체하기 시작했다. 정규직은 축소되고, 비정규직과 플랫폼노동이 확산되었다. 배달 노동자는 고용되지 않은 채 일하고, 플랫폼 노동자는 알고리즘에 의해 통제되며, 돌봄 노동은 여전히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노동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세계사적 관점에서 노동의 역사는 끊임없는 확장의 역사였다. 처음에는 공장 노동자만이 노동자로 인정되었지만, 이후 여성 노동, 서비스 노동 등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또 하나의 경계에 서 있다. 데이터 생산, 감정 노동, 돌봄 노동과 같은 영역을 보호받아야 할 노동으로 포함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21세기의 노동운동은 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 노동운동은 다음과 같은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첫째, 보이지 않는 노동을 드러내는 것. 둘째, 노동의 범주를 확장하는 것. 셋째, 노동을 인간의 존엄과 다시 연결하는 것. 이 지점에서 예술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술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장치였다. 미국의 페미니스트 작가 미얼 리더먼 유켈리스(1939년생)는 유지(management)와 돌봄(care)을 예술로 끌어들인다. “나는 유지·관리 노동을 예술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그녀는 청소 노동자와 함께 작업하며, 청소, 돌봄, 유지 등 사회를 유지하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을 예술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그녀는 자신의 퍼포먼스를 통해 뉴욕의 환경미화원 8500명과 일일이 악수하며 그들의 노동을 예술로 만들었다. 전태일 이후 반세기가 지났다. 우리는 더 이상 그가 살았던 시대의 노동 조건 속에 있지 않다. 그러나 그의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인간답게 살 권리는 어디에 있는가.” 이 질문을 다시 묻는 순간, 노동절은 과거의 기념일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정치적 시간으로 변한다. 유켈리스의 작업은 이에 대한 하나의 응답이었다. 유켈리스는 퍼포먼스를 통해 말하는 대신 몸으로 인사한다. 이는 보이지 않는 노동자를 대상이 아니라 존재로, 이름 있는 개인으로, 존엄한 인간으로 호출하는 행위였다. 미술평론가·철학박사
[기고] 부산이 낳은 평화교육 선구자, 이경태를 기억하다
1911년 지금의 부산 구포에서 태어난 이경태(李慶泰). 가정형편이 어려워 서울로 이주하던 가운데 8살 때 눈앞에서 3·1운동을 목격했고, 중학생 때는 원산항에서 일본으로 실려 가는 수많은 소 떼를 보며 조선이 힘을 기르려면 교육밖에 없다고 다짐했던 소년은 이후 오사카에서 재일동포 교육의 큰 등대가 되었다. 고베에서 해방을 맞이한 조규훈(曺圭訓)은 성공한 실업가였다. 그는 언젠가는 꼭 돌아갈 고국으로 귀국하지 못하고 일본에 남게 된 조선인을 위한 학교 설립을 위해 교육전문가를 수소문하여 이경태를 찾아낸다. 두 사람은 징용되어 온 조선인 젊은이들과 함께 백두동지회(白頭同志會)를 정식으로 설립하고 1946년 3월 조선건국공업학교와 조선건국고등여학교을 창학한다. “해방 직후에 학생 200명, 교직원 16명을 수용할 수 있는 본 학원을 만들었다는 것도 그야말로 참말로 36년간 일제 압박하에 있다가 해방의 선물로 된 거지.” 법학을 전공하고 일본에서 정규학교 교사 경험이 있던 그는 처음부터 일본 정부의 정식 인가를 목표로 했다. 후대를 우리 손으로, 일본인보다 나은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일본학교와 동등한 자격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 결과 1948년 일본 문부성의 조선인 학교 폐쇄라는 부당한 과정에서도 1949년 정규사립학교로 인가받는다. 1985년 금강학원이 인가받기까지 40년간 백두학원은 조선학교와 재일한국학교를 아울러 유일하게 대학 진학이 가능한 학교였다. 졸업생 중 1기부터 20기까지만 해도 박사학위 취득자가 23명에 달한다. 이경태는 새로운 시대에 맞춰 과거에 대한 반성과 미래에 대한 전망을 담아 어떠한 인재를 육성할 것인가에 대한 교육 이념을 교훈으로 만들었다. 자주(自主), 상애(相愛), 근검(勤儉), 정상(精詳), 강건(剛健)은 놀랍게도 한국의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과 일치한다. 80년이 지난 지금도 미래 교육의 방향으로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이경태의 진정한 위대함은 평화교육에 있다. 1948년 남북 각각의 정부 수립, 1950년 한국전쟁으로 재일동포 사회마저 갈라섰을 때도 백두학원은 유일한 남북공학이었다. “조국은 남이고 북이고 내 조국이며, 장래 통일이 될 것을 어찌하여 우리가 두 동강으로 나눌 수 있는가!” 분단 이후 태극기를 다시 올리지 않은 것은 조국 통일을 염원하는 증거였다. 만약 조국이 통일되었다면 그 어느 곳보다도 높이 국기를 게양하고 그 누구보다도 크게 국가를 불렀을 것이다. 한국에서 멸공, 반공을 외치던 시절, 이경태는 자주·평화·통일교육을 실천했다. 한국에서 통일교육이 시작된 것은 1972년이다. 2015년 부산MBC는 백두학원 전통예술부의 활동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이바라키의 여름’을 제작, 호평을 받았다. 최근 나라(奈良)에서의 한일정상회담 중 재일동포 간담 행사에서 백두학원 전통예술부가 문화 공연을 펼쳤다. 이경태가 창학한 백두학원은 지금도 한일 문화 교류의 주역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이경태는 조총련계로 왜곡됐다. 필자의 학술 연구를 통해 그는 자주·평화·통일이라는 명확한 국가관 아래 교육의 자주성과 학원의 자율성에 근거해 평화교육을 실천했음이 밝혀졌다. 이러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학중앙연구원도 관련 기록을 수정했다. 이제 우리는 바로잡는 데서 멈출 것이 아니라 그의 뜻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2026년 백두학원 건학 80주년을 앞두고 부산이 먼저 나서야 한다. 부산 출신 평화교육 선구자 자이니치 이경태를 기억하고 그가 남긴 숭고한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미래세대에게 우리가 줄 수 있는 가장 귀한 선물이자 평화의 시작이다.
[부동산 돋보기] 선거, 30대 도시 기회로
현재 부산은 GaWC(Globalization and World Cities Research Network)의 전 세계 주요 802개 도시를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항만 경쟁력에서는 세계 최상위권이고, 종합 도시 경쟁력에서는 중위권 수준으로 글로벌 영향력 측면에서는 Gamma(감마) 단계인 약 100위권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된다. GaWC는 ‘세계화된 도시화(globalized urbanisation)’를 분석하기 위해 설립됐다. 도시 간 상호작용(경제, 사회, 문화, 정치적 흐름)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부산이 이 정도의 위상이라는 것은 매우 자랑스럽다. 하지만, 평가지표 최상위 Alpha(알파) 단계인 서울, 뉴욕, 밀라노, 토론토와 중간 Beta(베타) 단계인 바르셀로나, 프라하 등보다는 낮다. 6·3 지방선거를 계기로 부산은 예술, 문화 등 K열풍의 중심지 역할을 통해 부산의 미래 위상을 더 높일 절호의 기회로 삼아 ‘세계 톱 30’ 도시로 거듭 성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6·3 지방선거에서 부산은 산업 기반과 도시 경쟁력 간 괴리 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인구와 산업 구조다. 부산 인구는 약 330만 명 수준으로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청년층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과 투자 유치를 확대하지 못하면 세계 톱 30 도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부동산시장 역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더 커지는 주거 질적 수준의 지역 내 양극화,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부동산 산업, 떨어지는 지역경제 체력 속에서 정책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도시 공간 구조 또한 근본적인 재편이 필요하다. 현재 부산은 해운대와 수영구 등 특정 지역에 수요가 집중되는 반면, 원도심과 서부산권은 상대적으로 침체된 양극화 구조를 보이고 있다. 대규모 개발예정지 등에는 세계 톱 30 도시 위상에 맞는 글로벌, 대기업 수요를 끌어 들이기 의한 노력과 그 수요자 요구에 맞는 획기적인 도시 공간 활용 방안을 수요자와 함께 마련하여야 한다. 금리와 외부 변수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겠지만 결국 부산이 세계 톱 30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산업, 인구, 부동산, 도시 공간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종합 전략을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글로벌 도시들은 모두 산업 경쟁력과 인구 유입, 안정적인 주거 환경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부산 역시 이러한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는 단순한 정책 선택이 아니라 도시의 체질을 바꾸는 결정의 순간이다. 부산이 중위권 도시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세계 톱 30 도시로 도약할 것인지는 어떤 전략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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