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형준-전재수 시장 후보 확정, 부산 재도약 비전 보여줘야
부산시장 선거 대진표가 확정되면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과 국민의힘 박형준 현 시장이 최근 잇따라 당내 경선을 돌파하며 맞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선거일까지 50일 남짓 남은 시점에서 현직 시장과 여당 중진 정치인의 대결은 단순한 인물 경쟁을 넘어 부산의 향후 진로를 가늠할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여론조사 등을 놓고 보면 여권 우세론이 제기 되지만 부산 특유의 보수 결집력과 막판 변수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부산 민심의 변화가 재연될지, 아니면 현 체제가 유지될지는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 결국 승부는 유권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박 후보는 치열한 경선을 거쳐 본선에 올랐다. 경선 과정에서 대여 비판과 강경 메시지를 강화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고 부산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통과를 촉구하며 단행한 삭발은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된다. 지난 11일 경선 승리 직후 박 후보는 이번 선거를 단순한 지방선거가 아닌 정치적 의미가 큰 승부로 규정했다. 박 후보는 경륜과 안정성을 내세워 시정 연속성을 강조하고 있다. 재임 기간 취업률 개선, 투자 유치 확대, 관광객 증가 등의 성과를 설명하며 여당의 ‘무성과’ 비판에 대응하고 있다. 경선에선 행정 경험과 안정성을 선택했지만, 결국 박 후보가 직면한 과제는 여당의 비판을 넘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중도층까지 설득할 수 있느냐다. 전 후보의 ‘부산 유일 민주당 3선’ 이력은 여당 취약 지역에서의 확장성을 상징하는 자산으로 평가된다. 해수부 장관 시절 해운기업 이전 추진 등 정책 실행 경험을 강조하며 중앙정부와의 협력을 통한 부산 발전을 주요 메시지로 내세운다. 여기다 최근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불송치하며 이른바 ‘사법 리스크’를 덜어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불송치 이후에도 관련 의혹을 둘러싼 정치 공방은 이어지고 있다. 국힘은 “짜인 시나리오”라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해수부 이전을 관철한 추진력과 여당 후보로서 정책 실행력을 강조하는 전략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이러한 정치적 부담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이번 선거는 다분히 인물과 구도 중심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하지만 부산에는 가덕신공항 건설,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통과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여기다 청년 유출로 도시 활력은 떨어지고 이란 전쟁 여파로 인한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지역 경제를 압박한다. 그럼에도 여권은 중앙 권력과의 연계를, 야권은 견제론을 앞세우는 전형적 대결 구도에 머물러 있다. 이는 유권자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결국 이번 선거의 본질은 분명하다. 누가 현재의 복합 위기를 돌파하고 부산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희망을 보여줄 수 있느냐다. 남은 기간 후보들은 부산이 재도약할 수 있는 비전과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야 할 것이다.
[사설] 낙동강 최초 국가도시공원 지정 위해 치밀한 전략 수립하길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에 성공한 부산시가 ‘전국 최초 국가도시공원’ 타이틀에 도전한다. 시는 공모 지정 요건을 갖추기 위해 낙동강하구공원의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추진한다. 국유지에 해당하는 을숙도 북단과 맥도 부분을 분리해 을숙도·맥도공원을 신설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 낙동강하구공원 558만㎡ 가운데 328만㎡에 해당한다. 시는 2024년 낙동강하구공원을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받기 위해 추진했다. 하지만 지정 요건 중 ‘지자체가 공원 부지 전체를 소유해야 한다’는 조항에 가로막혔다. 낙동강하구공원은 시유지와 환경부 소관의 하천 부지가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시가 지정 요건에 맞춰 전략을 유연하게 바꾼 것은 바람직하다. 국가도시공원법은 국가적 기념사업 추진이나 자연경관, 역사·문화유산 보전 등을 목적으로 2016년 도입됐다. 그러나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공원 부지면적이 300만㎡ 이상이어야 한다’ ‘공원 전체 부지 소유권이 지자체에 있어야 한다’ 등 지정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은 지정 요건 완화를 주장해 왔다. 이를 반영해 지난해 7월 국가도시공원 지정에 필요한 최소 면적 요건을 300만㎡에서 100만㎡로 완화하는 내용의 공원녹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가도시공원 문턱이 낮아지면서 시는 인천, 대구, 광주 등과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여야 한다. 낙동강하구공원은 국내 철새도래지 종 다양성 1위, 국내 유일의 만입 삼각주, 480종에 달하는 식물 분포지라는 특성을 가진 지역이다. 정부의 국정 과제인 ‘4대강 재자연화 및 생물다양성 회복’과도 직결되는 최적지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러한 강점을 적극적으로 부각해야 한다. 낙동강하구공원이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되면 공원 운영과 관리 예산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현재 산림청 소관으로 지정된 울산 태화강국가정원은 연 40억 원 규모의 관리 예산을 국비로 지급받는다고 한다.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된다면 이와 비슷한 수준의 지원이 기대된다. 첫 국가도시공원의 위상과 예산 절감이라는 일거양득 효과를 누려야 할 것이다. 도시공원의 가치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녹지율을 높여 기후변화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태적 접근, 자연과의 공존이 가능해 사람들에게 휴식과 힐링을 제공한다. 낙동강하구공원이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된다면 서부산 생태관광 활성화를 이루게 된다. 금정산 국립공원을 보유한 부산은 함께 추진 중인 삼락생태공원의 국가정원 지정까지 성공한다면 명실상부 ‘3대 공원녹지 브랜드’를 모두 확보하게 된다. 전남 순천의 순천만 정원이 1호 국가정원 지정 후 전국적 인지도가 높아졌던 만큼, 낙동강하구공원도 이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시가 치밀한 유치 전략을 수립해 ‘전국 최초 국가도시공원’ 타이틀을 확보하길 바란다.
[사설] 수도권 기업 부산 이전 위한 항만·물류 경쟁력 더 키워야
부산을 비롯한 동남권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수도권에 밀집해 있는 기업들의 이전이나 투자 유치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기업들이 이전과 투자 유치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최근 수도권에 있는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관련 의견 조사는 이에 대한 답을 보여준다. 조사 결과 수도권 기업들은 동남권의 각종 인프라가 수도권과 대등한 수준이라고 답을 하면서도 선뜻 이전이나 투자를 망설이게 되는 지역적 요인들을 언급했다. 이는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정부의 정책 의지가 높은 현 시점에 부산과 동남권이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를 시사한다고 할 것이다. 부산상공회의소는 9일 ‘수도권 기업의 부산지역 이전 및 투자에 관한 의견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도권 소재의 연 매출액 1000억 원 이상 기업 900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은 재투자 최우선 검토 지역으로 50.2%가 수도권을 꼽았다. 수도권 인근의 충청권 선호도도 23.6%에 달해 범수도권 선호가 70%를 넘었다. 지방 투자를 검토한다는 기업은 13.9%에 그쳤다. 지방 투자 의향을 밝힌 기업 중에 47.5%가 동남권을 우선 검토한다고 답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 정도다. 이들 기업은 부산의 투자 여건 입지 평가에서 86.7%가 물류·교통 인프라 측면에서 수도권보다 우위 혹은 대등하다고 답했다. 특히 수도권 기업들은 부산 이전과 투자에서 기대할 수 있는 점으로 38.5%의 높은 비율로 ‘물류 경쟁력 확보’를 꼽았다. 이는 지난해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계기로 해양 기능의 집적이 가속화하면서 부산의 항만·물류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는 데 대한 기대감으로 풀이된다. 반면 부산 투자 결정에 제약 요인을 꼽는 질문에 대해서는 절반이 넘는 50.2%의 기업들이 비즈니스와 산업 생태계가 수도권과 비교해 열악하다는 답을 내놨다. 생활 인프라 부문에 대해서도 수도권에 못 미친다는 응답이 44.9%에 달했다. 지역 중심 밸류체인 구축과 의료·교육·문화 인프라 강화를 위해 지역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요구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향후 지역에서 도입된다면 가장 실효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세제 혜택을 묻는 질문에 기업들은 62.8%가 지역별 차등 법인세율을 꼽았다. 스위스와 이스라엘 등 해외 국가들이 지역별 법인세율 차등화로 균형 발전에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도입 논의를 본격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상의의 이번 조사 결과는 정부의 ‘5극3특’ 정책과 연계해 지역 산업 특성을 어떻게 극대화해야 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단초라 할 수 있다. 특히나 부산으로서는 항만·물류 등 해양 인프라를 전략적 자산으로 키우고 해양수도로서 위상을 높일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이 더욱 두드러졌다 할 것이다.
수중 AI 데이터센터
세계 각 국가들이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특히 선두 주자인 미국과 중국은 AI 패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AI 패권을 거머쥐는 국가가 미래 국제 질서를 주도할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AI 산업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설치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지상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려면 냉각과 유지를 위해 엄청난 양의 물과 전기가 필요하다. 나라마다 데이터센터 부지를 쉽게 확보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것도 이런 이유다.지상 데이터센터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지구 궤도에 우주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100만 기의 인공위성 발사를 추진 중이다. 우주 AI 데이터센터는 태양광을 에너지로 구동되고 우주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복사 냉각 방식으로 열을 방출한다. 지상 데이터센터와 달리 별도의 수자원과 전력이 들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수중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상하이 인근 해역에 설치된 해저 데이터센터를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로 해상풍력발전시설과 직접 연결, 부지 확보 문제와 전력·냉각 부담을 동시에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우리나라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울산시는 최근 해양수산부 주관 ‘탄소제로 수중 데이터센터 표준 모델 개발사업’ 대상지로 최종 선정됐다. 실증 사업 대상지인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리항 앞바다는 연평균 수온이 13.3도인데다 차가운 물 덩어리인 ‘냉수괴’가 잘 발달해 냉각 여건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울산시는 오는 2030년까지 511억 원을 투입해 탄소 저감형 수중 데이터센터 표준 모델을 개발, 성능 검증까지 마칠 계획이다. 이후 2031~2035년 5000억 원 규모의 수중 데이터센터 단지를 운용할 예정이다.AI 데이터센터 냉각 비용은 전체 운영비의 40%를 차지한다. 수중 데이터센터를 건립할 경우 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다. 지상 데이터 센터는 또 냉각 한계로 서버를 무한정 늘리기 어렵다는 구조적 문제를 갖고 있다. 따라서 수중 데이터센터는 향후 AI 산업 판도를 좌우할 미래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울산과 부산 등은 수심이 깊고 냉수대가 발달한 동해에 접한 지리적 이점 때문에 현재 수중 데이터센터 산업 최적지로 꼽힌다. 수중 데이터센터가 동남권의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논설주간/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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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20년 묵은 부산 야구장 신축 논의
벌써 20년이다. ‘구도 부산’에 새 야구장을 짓자는 논의가 정치권에서 등장한 기간이다. 그동안 부산시장은 4명이나 바뀌었지만, 부산 야구장 신축 공사는 착공은 커녕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부산 정치권의 야구장 신축 논의가 지지부진한 사이, 그동안 한국에는 6개 구장이 새로 지어졌다. 새 구장이 들어선 지역에서도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그 지자체와 부산이 달랐던 건 공약이 아니라 실행 여부였다. 부산에서 야구장을 새로 짓자는 논의가 처음 시작된 것은 2006년이다. 당시 한나라당 부산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고 권철현 국회의원이 북항 재개발 지역에 해변 야구장을 짓자는 공약을 세운 것이다. 당시 북항 야구장 추진은 권 의원이 당내 경선에서 탈락하며 소문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1985년 개장한 사직야구장을 재건축하자는 제안이 2010년에 본격화됐다. 당시 3선 부산시장이 된 허남식 시장이 사직야구장을 돔구장으로 짓겠다고 언급했다. 허 시장은 여러차례 돔구장을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행정 추진은 없었다. 비슷한 시기 풍산그룹이 해운대구 반여동 해운대사업장에 돔구장을 짓겠다며 기본 설계까지 진행했지만,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지지부진하던 야구장 신축 사업에 다시 불이 붙은 것은 2015년 서병수 시장 때다. 서 시장은 롯데 자이언츠 구단주 신동빈 롯데 회장과 만나 북항 야구장을 짓기로 했다. 부산시와 롯데그룹 간 실무진 협의도 진행됐다. 이듬해인 2018년 부산시는 사직야구장 부지에 개폐형 돔구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계획 발표 3개월 뒤 서 시장이 부산시장 선거에서 낙선하며 야구장 신축은 동력을 잃었다. 새롭게 부산시장이 된 오거돈 시장은 서 시장의 사직구장 돔구장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대신 북항에 개방형 야구장을 짓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시장 취임 이듬해에 야구장 신축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야구장 사업이 재검토에 들어간 사이, 최종 결정권자인 오 시장은 개인의 성추행 사태로 부산시청을 떠났다. 2021년 부산시장이 된 박형준 부산시장은 다시 사직야구장을 돔구장이 아닌 개방형 야구장으로 짓기로 방향을 정했다. 박 시장은 두 번째 도전 만에 정부 공모사업을 통해 국비를 확보했고, 사직야구장을 대체할 구장까지 지정했다. 야구장 신축 논의가 진행된 이후 가장 진전된 모습이었다. 이런 사이 부산은 오는 6월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번 부산시장 선거에 나선 두 후보는 모두 북항 야구장 신축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박형준 현 시장은 북항 야구장 신축에 부정적이지만 최근 입장을 바꿨다. 북항에 야구장을 짓고 프로야구단까지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세웠다. 전재수 의원은 자신이 대표 발의한 항만공사법 개정안을 바탕으로 북항 돔구장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20년째 이어진 부산 야구장 신축 논의의 흐름을 정리해본다. 역대 부산시장들은 ‘노후 문제 제기→지방 선거 공약 발표→당선 후 용역→재원 마련·롯데 구단 협의 난항→시장 교체 후 무산’의 패턴을 반복했다. 20년간 지방선거는 부산 야구장 신축 계획을 일으킨 기폭제이기도, 계획을 뒤엎는 시발점이기도 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 북항 야구장, 돔구장, 사직야구장 재건축 등은 당시 부산시장으로 나선 여야 후보들의 선거 공약 중 대표 공약이었다. 하지만 2026년 오늘의 모습은 냉혹하다. 이미 사용 중인 6개 야구장은 차치한다. 서울 잠실야구장은 올 시즌을 끝으로 철거돼 2032년 돔구장으로 바뀐다. 인천은 2028년 시즌부터 지금 한창 공사 중인 새 돔구장에서 경기를 시작한다. 부산은 신축 야구장이 없는 유일한 프로야구 도시가 된다. 20년이라는 긴 세월이 말해준다. 부산의 야구장 신축 문제는 어느 한 시장의 의지나 공약 하나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야구장 신축은 재원 조달, 구단과의 협의, 사업 구조 설계까지 풀어야 할 복잡한 프로젝트다. 물론 새 야구장을 바라는 부산 시민의 열망은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야구장 공약 하나로 다가오는 차기 부산시장 선거에서 후보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부산은 지금 해양수도로의 도약이라는 거대한 과제 앞에 있다. 북항 재개발, 인구 감소, 부울경 메가시티, 가덕신공항 건설. 차기 부산시장이 풀어야 할 과제는 이미 차고 넘친다. 야구장은 그 큰 그림 안에서 함께 풀어야 할 하나의 퍼즐일 뿐이다. 지난 20년, 야구장 공약이 선거를 달굴수록 실현은 오히려 더 멀어졌다. 유권자들이 더 집중하고 살펴야 할 것은 공약의 화려함이 아니라, 후보의 실천 역량이다.
[노트북 단상] 황금어장과 해상풍력 공존의 길
지난 2일 오전 11시 경남 통영시립박물관 1층 세미나실. 모처럼 비린내 나는 작업복을 벗고 말끔하게 차려입은 어민 1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통영해상풍력어업인대책위원회가 한 민간 해상풍력사업자와 상생 협약을 체결하려 마련한 자리다. 대책위는 해상풍력을 둘러싼 사업자와 어민 간 갈등 속에서 지역 어업인 권익을 보호하려 통영 연안어선 종사자 700여 명이 뭉쳐 작년 9월 공식 출범한 단체다. 이후 어민들을 대표해 사업자와 협의를 진행해 왔고 꼬박 반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협약서에는 △사업 추진 전 과정 지속적 정보 공유·협의 △어업인 참여 기반 상생·보상·이익공유 방안 검토 △실무협의체 구성·운영에 상호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어민들 입장에 해상풍력은 삶의 터전을 빼앗는 경계의 대상이었다. 대규모 풍력발전단지 건설과 가동이 유발할 소음과 진동, 전자파 등으로 바다 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돼 어장도 초토화될 게 뻔하다는 이유였다. 게다가 하필 그 중심에 통영 욕지도가 있었다. 통상 해상풍력은 수심 20~50m에 평균 풍속이 초속 6m를 넘어야 사업성이 확보되는데, 동·서·남해안을 통틀어 이런 환경적 요건을 충족하는 몇 안 되는 해역 중 하나가 바로 욕지도 주변인 탓이다. 현재 욕지도를 중심으로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거나 추진 중인 대형 프로젝트만 4건이다. 총계획 면적은 146㎢, 축구장 2만 3000여 개를 합친 크기다. 이곳에 에펠탑 높이 구조물 130기 이상을 세운다. 문제는 이 일대가 경남 어민에게 마지막 남은 황금어장이라는 점이다. 각종 어류 서식·산란장이자 난류를 따라 회유하는 멸치 떼와 이를 먹이로 하는 각종 포식 어류가 유입되는 길목으로 전국 최고 수준의 조업 밀도를 보인다. 이 때문에 2021년 12월 고시된 ‘경남해양공간 관리계획’에선 ‘어업활동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제대로 뿔난 어민들은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며 대규모 궐기대회와 해상 시위로 맞섰다. 어민들 반발에 대다수 프로젝트는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장려 정책 기조와 어수선한 정치 상황 등으로 어민들 요구는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대로는 끝이 없다고 판단한 어민들은 결국 타협에 나섰다. 2024년 4월 ‘남해군해상풍력발전대책위원회’가 처음 민간사업자와 손잡은 이후 꼬박 2년 만에 통영대책위도 협상테이블에 앉기로 한 것이다. 10년 넘게 갈등을 겪어온 양 측이 손을 맞잡을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일단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책위는 실질적인 협력 구조를 통해 해법을 모색해 나가는 출발점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적지 않다. 해상풍력에 대한 반감 역시 여전한 데다, 사업 추진에 따른 생태계 교란과 어업 피해를 외면할 수 없는 현실에 섣부른 속도전은 또 다른 어민 간 갈등을 부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이번 협약이 난개발을 부추기는 수단이나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대책위 김종찬 위원장도 이를 의식한 듯 “이번 협약을 장애물 걷어내는 수단으로 삼지 말고, 진정성을 갖고 대화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갈등을 넘어 공존을 택한 어민들 선택이 결코 틀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앙로365] 블록체인 도시 부산, 이제 '돈 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부산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블록체인을 정책으로 끌어올린 도시다. 규제자유특구 지정 이후 물류, 관광, 공공안전, 금융,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증 사업이 이어졌고, b-space와 기술혁신지원센터 같은 공간도 갖춰졌다. 제도, 예산, 시설 모두 준비됐다. 형식적으로는 인프라가 완비된 상태에 가깝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블록체인 기업은 왜 부산으로 오지 않는가. 인프라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눈에 보이는 공간과 시설, 특구 지정이나 규제 완화 같은 제도, 그리고 기업이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는 사업 구조다. 부산은 앞의 두 가지는 갖추었다. 하지만 세 번째가 없다. 고객이 있고 거래가 반복되며 수익이 쌓이는 생태계, ‘여기서 사업하면 돈이 된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구조 말이다. 기업은 공간이 아니라 기회를 따라 이동한다. 지난 몇 년간의 실증사업들은 분명 의미가 있었다. 관광 통합 플랫폼, 공공안전 영상 제보 시스템, 디지털 바우처, 의료 데이터 활용 사업은 블록체인이 실제 서비스에 적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가능성을 증명한 PoC(개념검증)는 많았지만, 수익을 증명한 사례는 과연 얼마나 되는가. 실증 이후 민간 고객이 붙었는가. 부산이 아니면 안 되는 사업이 만들어졌는가. 이 질문들 앞에서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구조적 문제는 더 있다. 특구 사업에 참여한 기업 중 상당수가 부산에 본사를 두지 않는다. 참여는 했지만 정착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특구의 성과가 지역 경제에 얼마나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지점이다. 이제는 접근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블록체인 실증 자체를 목적으로 사업을 설계한 결과, 실증을 수행한 기업에는 도움이 됐지만 부산 블록체인 특구에는 별다른 변화가 남지 않은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다. 블록체인 기업을 유치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부산이 이미 강점을 가진 산업에서 블록체인이 진짜 필요한 곳을 먼저 찾는 것이다. 기술이 산업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산업이 기술을 불러오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산업은 커피다. 국내 커피 수입의 대부분이 부산항을 거친다. 그런데 부가가치는 수도권에서 만들어진다. 콜롬비아, 과테말라, 온두라스 농장을 떠난 커피가 부산 창고에 도착하기까지 물류는 이미 실시간으로 추적된다. 그런데 정작 대금 정산은 여러 나라의 은행을 거치며 수일이 걸리고, 수수료가 쌓이며 거래 위험도 남는다. 화물은 도착했는데 돈은 아직 은행 어딘가에 묶여 있는 구조다. 블록체인 스마트 계약을 활용하면 선적이 확인되는 순간 대금 일부가 자동 지급되고, 화물이 부산항에 도착하면 나머지가 즉시 정산된다. 부산이 커피의 관문에서 무역 금융 정산의 플랫폼으로 올라서는 순간, 데이터 흐름을 쥔 도시가 돈의 흐름도 쥔다. 부산의 또 다른 핵심 산업인 수산도 블록체인이 절실한 분야다. 부산은 국내 수산업의 중심 도시로, AI를 접목한 스마트 양식 빅데이터 센터를 추진 중이다. 그런데 양식장이 스마트해질수록 보안 위협도 함께 커진다. AI가 사료 공급과 수온·산소 관리를 자동화할수록, 해커가 시스템에 침투해 이를 조작하면 어류가 집단 폐사할 수 있다. 단순한 경제적 손실이 아니라 어족 자원 고갈과 식량 안보 위협으로 이어지는 문제다. 부산시가 추진 중인 AI 데이터 센터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데이터 인프라일수록 사이버 공격 표적이 되기 쉽다. 블록체인 기반 분산 보안 구조는 단일 장애 지점을 없애고 데이터 무결성을 보장하는 유효한 대안이 된다. 생산부터 수출까지의 이력을 검증 가능한 형태로 연결하면, 부산 수산업은 단순 이력 관리를 넘어 신뢰를 수출하는 산업이 될 수 있다. 항만은 이미 블록체인 도입이 진행 중인 영역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별 서비스가 아니라 선사·터미널·통관·보험·정산을 하나로 묶는 데이터 연합 구조다. 부산항이 물류 거점을 넘어 신뢰 데이터의 거점이 될 때, 기업이 부산에 와야 할 이유가 비로소 생긴다. 정책의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몇 건의 실증을 완료했는지가 아니라, 반복되는 매출이 얼마나 생겼는지, 부산에 정착한 기업이 몇 곳인지를 봐야 한다. 블록체인 특구, 디지털금융 정책, 스타트업 투자 및 육성, AI·데이터 인프라 사업이 각자 따로 움직이면 산업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부산은 블록체인을 위한 도시를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이제 넘어야 할 단계는 하나다. 블록체인이 필요한 도시를 만드는 것. 실증 성과를 산업 성과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 지금 부산 블록체인 특구 앞에 놓인 진짜 숙제다. 부산이 블록체인을 ‘도입한 도시’를 넘어 ‘주도하는 도시’로 갈 수 있을지는, 바로 이 전환에 달려 있다.
[편집국에서] HMM, 자부심만큼 책임감 새기길
“해수부 이전, 해사법원 설치에 이어 동남권투자공사 설립은 물론 HMM 이전도 곧 합니다. 한다면 합니다! 대한민국은 합니다!” 지난 2월 중순 대통령이 SNS에 게시했던 약속들이 부산에서 하나씩 현실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최대 국적 해운사인 HMM의 본사 부산 이전이 가시권에 들어오는 모습이다. HMM 이사회는 지난달 26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본사의 부산 이전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을 전격적으로 처리했다. 이는 부산지역 학계 인사와 산업은행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지 나흘 만에 이뤄진 것으로, 본사 부산 이전을 위한 HMM 사측의 의지가 읽힌다. 다음달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이 안건에 대한 확정 여부가 정해지는데, 사실상 HMM 본사 부산 이전을 위한 마지막 절차가 될 전망이다. 이에 발맞춰 해양수산부도 지난 8일 HMM 등 해운기업의 부산 이전을 지원하기 위한 ‘이전기업 지원 협의체(TF)’ 첫 회의를 열었다. 이전 논의 주체인 HMM을 비롯해 해수부, 부산시,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처음으로 얼굴을 맞대고 앉았다. 해수부는 HMM의 건의 사항에 대해 ‘부산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 관계 법령에 따른 국가·지자체의 지원 범위와 방안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특별법은 지난해 해수부 이전 때와 마찬가지로 산하 공공기관과 부산 해양수도 조성을 위해 부산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이전 비용 지원과 융자, 공공택지 우선 공급, 건축물 분양·임대 및 국유재산·공유재산의 임대료 감면 등의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두고 있다. 정주환경에 큰 변화를 겪어야 하는 직원들을 위해 주거 안정, 자녀 교육, 생활여건 개선 등을 지원하는 것도 포함된다. 지난해 말 본사 부산 이전을 발표한 에이치라인과 SK해운을 비롯해 국내 최대 국적선사인 HMM이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참에 HMM에 대해 좀더 알아보자. 1976년 설립된 HMM, 옛 현대상선은 올해 50주년을 맞았다. 1900여 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며, 이 가운데 육상 직원이 1057명으로 해상 직원(893명)보다 많다. 공식 홈페이지에 실린 50년사에는 기업의 역사부터 비전과 CI 변천, 조직도, 경영진, 선박 및 선복량, 재무제표와 연표까지 상세하게 담겨 있다. 3척의 유조선을 가진 아세아상선으로 시작해 1983년 현대상선으로 바뀌었다가, 2019년에 Hyundai Merchant Marine을 줄인 HMM으로 CI를 변경했다. 1999년 현대부산감만터미널을 개장하고, 당시로서는 세계 최대이자 최고 속도였던 65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신규 발주하며 대형 선사로의 도약에 나섰다. 2000년대 초반, 당시 현대상선의 컨테이너 선복량은 14만TEU 규모였으나 2025년 HMM은 세계에서 8번째로 선복량 100만TEU를 넘어섰다. 또한 2025년 말 기준 12척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등 94척의 컨선과 51척의 벌크선 총 145척을 보유한 글로벌 8위 선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HMM의 눈부신 성장의 뒤에는 국가적 지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글로벌 해운 불황이 정점에 이르며 국내외 해운산업 전반에 구조적 위기가 폭발했던 2016년, 한때 대한민국 대표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했다. 한진해운에 뒤처졌던 HMM 또한 2013년 말부터 유동성 위기를 겪었지만, 한진해운 파산 후폭풍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해운업의 근간이 흔들리자 7조 원의 공적자금을 수혈받고 파산 위기를 넘겼다. 국가 해운 재건 프로젝트에 의해서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HMM은 현대그룹에서 분리됐고 최대주주가 산업은행(36.2%), 2대 주주가 한국해양진흥공사(35.67%) 등으로 변경됐다. 물론 용선료 부담과 운임 급락, 과도한 부채로 인해 직면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HMM 직원들이 장기간 선대 감축과 인력 구조조정, 대규모 용선 계약 조정 등 생존을 위해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해온 것 또한 사실이다. 지난주 HMM 육상노조 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공기관이 아닌 사기업에 대해 사측이 본사 부산 이전을 강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정치적 논리로 결정해선 안 되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운업은 국가기간산업이고, HMM은 10년 전 국민 세금이 들어간 공적자금으로 위기를 넘어서지 않았나. 막대한 액수의 공적자금에는 HMM이 기업 가치에 걸맞은 사회적 역할을 담당해 주길 바라는 국민적 염원이 들어가 있다. 정부가 수도권 일극주의 타파를 위해 추진하려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에 HMM이 함께하는 것은 이 같은 염원에 부응하는 공적 책임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 해운산업을 이끄는 1등 선사라는 자부심만큼 HMM 노사 모두 그 책임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 김경희 해양수산부장 miso@busan.com
[김진성의 맛있는 여행] 기상이변과 벚꽃 개화
온통 꽃 세상인 듯 했는데 어느 새 꽃들이 자취를 감춘 느낌이다. 벚꽃 때문이다. 벚꽃은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다. 군락지를 찾지 않더라도 도심 하천이나 공원, 도로변, 심지어 아파트 단지 주변에서도 볼 수 있다. 이런 벚꽃이 지난 주말부터 자취를 감췄다. 한꺼번에 피었다가 일시에 지는 벚꽃의 특성 때문이다. 주변에 핀 벚꽃을 보고 “조만간 벚꽃 구경 가야겠다”고 생각하다 차일피일 미루면 벚꽃은 어느 새 자취를 감춘다. 그래서 매년 벚꽃의 개화 시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람들이 많다. 벚꽃 명소 지자체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해마다 벚꽃의 개화 시기가 들쭉날쭉하면서 벚꽃 축제 기간을 연기하거나 앞당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자도 올해 벚꽃 취재를 하려고 경주를 갔다가 허탕을 쳤다. 예전엔 벚꽃 구경의 놓친 사람들을 위해 마지막 기회가 있었다. 지역 이탈이다. 벚꽃 구경을 제대로 못한 남쪽 지역 사람들은 충청도나 수도권으로 가면 늦게라도 벚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그런 기회조차 사라졌다. 벚꽃이 전국에서 거의 동시에 개화했기 때문이다. 전국 벚꽃 명소로 유명한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는 3월 말부터 진해군항제가 열렸다. 4월 초 진해 벚꽃은 절정을 이루며 찾는 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사했다. 불과 이틀 뒤, 만개한 벚꽃은 서울에서도 볼 수 있었다. 기상청은 지난달 29일 벚꽃이 공식 개화(서울 기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보다 6일 빠르고 평년(지난 30년 평균인 4월 8일)보다는 무려 10일이나 이르게 피었다. 수도권에서는 4월 2일부터 벚꽃이 만개했다. 남쪽 지역과 불과 하루 이틀 차이로 벚꽃이 활짝 핀 것이다. 이처럼 진해와 서울이 비슷한 시기 동시에 만개를 한 것은 벚꽃의 북상 속도가 과거보다 두 배나 빨라졌기 때문이다. 예전 서울의 벚꽃은 남쪽 지역 보다 2주가량 늦게 폈다. 하지만 최근에는 5일 차로 좁혀졌다. 개화 시기도 빨라졌다. 올해 처럼 3월에 개화한 건 관측 이후 5차례에 불과했는데, 이 가운데 4차례는 2020년 이후 집중됐다. 문제는 시기가 계속 앞당겨지고 있다는 것. 기후변화 때문이다. 벚꽃의 개화 시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은 개화 직전인 2~3월의 기온이다. 보통 따뜻한 남쪽 지역에서 먼저 꽃이 피어야 하지만, 최근 지구 온난화로 전국에서 동시에 벚꽃이 피는 현상이 발생했다. 벚꽃의 전국 동시 개화는 생태계에도 상당한 악영향이 우려된다. 이상 기후로 꽃은 일찍 피지만 이를 매개로 하는 곤충의 활동은 충분하지 않고 먹이 사슬이 깨지면서 생태계 교란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일상의 상당수가 변화하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무감각하다. 자연이 주는 신호를 절대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오션 뷰] 심해저 자원 탐사, 국제 해양법과 함께 가야
지난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서태평양 공해 해역에서 해저 희토류 탐사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자원 자립도가 높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할 때,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이러한 탐사 성과는 충분히 의미 있고 주목할 만한 성취다. 자원 탐사 기술의 독자적 확보와 해저 지질 정보의 축적은 우리나라 자원 안보 역량에 중요한 기반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 대한 자부심과 별개로, 심해저 자원 탐사가 이루어지는 국제법적 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병행되어야 한다. 바다의 헌법이라 불리는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은 제11부에서 심해저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심해저란 국가 관할권 이원 지역의 해저와 하층토를 말한다. 유엔 협약은 이 심해저와 그 자원을 인류의 공동 유산으로 선언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 해양법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이다. 인류의 공동 유산인 심해저 자원은 어느 한 국가가 독점적으로 점유하거나 개발할 수 없다. 유엔 협약에 따라 설립된 국제해저기구(International Seabed Authority, ISA)의 체계를 통해서만 탐사와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다. 한국, 서태평양 해저 희토류 탐사 성과 국제법 규정 없어 개별 국가 개발 한계 기술·경험 축적하며 규범 제정 준비를 이러한 원칙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우리나라가 탐사를 통하여 심해저에서 막대한 희토류 매장량을 확인했다고 하더라도, 그 자원을 우리나라가 독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아가 유엔 해양법 협약의 심해저 제도 하에서는 자원에 대한 탐사 자체도 개별 국가가 자의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제해저기구는 심해저 자원 탐사를 위한 규칙을 제정하고 있으며, 자원을 탐사하고자 하는 국가는 이 규칙에 따라 국제해저기구와 탐사 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 현재 탐사 규칙이 제정된 광종은 망간단괴, 해저열수광상, 망간각 세 가지에 한정되어 있다. 희토류에 대한 별도의 탐사 규칙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이번 심해저 희토류 탐사는 유엔 협약 제3부속서 제2조에 규정하고 있는 심해저 자원의 존재와 분포를 파악하기 위한 개괄 탐사 성격을 지닌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유엔 협약에 따를 때 개괄 탐사자는 활동 개시 이전에 국제해저기구 사무총장에게 탐사 시행 예정 지역을 통보해야 하고, 국제해저기구에 의한 개괄 탐사자의 해양 환경 보호에 관한 규칙 준수 등 확인이 필요하다. 따라서 국제법적 관점에서 이번 활동이 심해저 제도와의 정합성에 대한 의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재 국제해저기구는 망간단괴 개발을 위한 개발 규칙 제정 협상을 수년간 진행 중이며,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존의 망간단괴, 해저열수광상, 망간각 자원의 심해저 개발이 심해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제기되면서 사전주의적 심해저 개발 정지를 요구하는 국가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 광종에 대한 개발을 위한 규범 체계 마련조차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희토류라는 새로운 광종에 대한 탐사 규칙 제정을 국제해저기구에 요청하는 것도 시기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복잡한 국제법적 환경을 고려할 때, 보다 전략적이고 신중한 접근을 모색해야 한다.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에서 공해 해양 과학 조사는 모든 국가에 보장된 자유다.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심해저 희토류 부존 지역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고자 한다면, 심해저 지질 구조와 해저 환경을 파악하기 위한 해양 과학 조사라는 틀 안에서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리고 조용하게 희토류 관련 정보를 축적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조사 결과로 확인된 희토류 부존 정보는 국가 차원에서 비밀리에 전략적으로 관리하여 향후 국제해저기구에서 희토류 탐사 규칙이 제정되는 시점에 선제적으로 해당 지역에 대한 탐사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 더 현명한 접근이라 생각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축적한 심해저 탐사 기술과 경험은 우리나라의 귀중한 자산이다. 이러한 역량이 국제 해양법의 틀 안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도록, 기술적 성과와 법적 정합성을 함께 갖춰야 한다. 국제법에 대한 깊이 있는 사전 검토를 거치고 국제해저기구와 소통을 통해 우리의 활동이 국제 규범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민국이 해양 선진국으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쌓아가기 위해서는 뛰어난 해양 과학 기술 뒤에 국제법에 대한 존중과 전략적 지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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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엘시티 타워동 일부, 성호전자에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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