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울과 차별화된 글로벌 문화도시로"
“서울과는 차별화된 문화도시를 지향해야 한다.” “해양을 청년들의 실험적인 예술공간으로 활용하자.”‘초광역권 문화진흥체계 구축’이라는 이재명 정부의 지역문화 정책 수립에 발맞춰 부산의 문화 관련 이슈를 광범위하게 논의하는 공론의 장이 마련됐다.■“부산만의 문화 소용돌이 만들자”부산문화재단은 지난 3일 오후 부산 영도 라발스호텔에서 ‘2026년 문화지형의 변화와 부산의 대응’ 포럼을 열었다. 이번 포럼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 중인 제3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2026~2030년)과 이에 따른 부산의 지역문화 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제언이 나왔다.첫 번째 세션에서는 부산시 지역문화진흥 시행계획 책임 연구자인 김민경 부산연구원 연구위원이 발제를 맡았다. 김 연구위원은 “현 정부 문화정책의 첫 번째 의제는 초광역권이라는 새로운 지역문화진흥체계가 생긴 것”이라며 “초광역권이 도입됐을 때 또 다른 시어머니, 결제를 받아야하는 행정체계가 생기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이어 “부산시는 이번 시행계획을 통해 수도권과의 격차를 줄이거나 제2도시로서의 위상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서울과 차별화된 또 다른 글로벌 문화도시를 지향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토론에 나선 정종은 부산대 예술문화영상학과 교수는 “중앙정부의 ‘지역문화진흥 기본계획’에 부산이 면밀히 대응해야 한다고 하는데 ‘대응’이라는 표현 자체가 중앙의존적이다. 부산이 새로운 문화정책의 서막을 어떻게 주도하고 이끌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도, 청년도 모두 서울이라는 일극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면서 “부산은 청년들을 질식시키는 어두컴컴한 저장고와 오랜 세월 뿌리 내려온 기득권층의 단단한 카르텔을 흔들어 망국적인 서울의 초강력 소용돌이를 견제할 수 있는 부산만의 매력, 또 다른 소용돌이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두 번째 세션의 발제자인 송교성 문화예술플랜비 대표는 “북항재개발, 해양수산부 이전, 북극항로 등으로 부산의 바다가 미래정책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해양문화의 실체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고, 단순히 프로그램의 배경으로만 활용돼온 측면이 강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지역성과 정체성의 출발로서 바다를 인식해 청년들의 실험적인 예술공간으로 북항문화지구를 활용하고, 해양관련 기관과 협력하는 다채로운 해양 문화예술 교육을 구상하자”고 제안했다.■‘15분 도시’ 지역문화 해법 될까이날 포럼에서는 부산시의 주요 시책인 ‘15분 도시’와 지역문화 정책을 연계하는 발언들도 이어졌다. ‘15분 도시’는 생활권 15분 이내 거리에서 주거·교육·문화·여가 등을 누릴 수 있는 도시 모델로, 박형준 시장의 핵심 선거 공약이었다.오재환 부산문화재단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부산은 15분 도시다. 15분 안에 걸어서 주변에서 쉽게 문화활동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15분 도시의 지향이자 문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문화정책은 예술과 문화의 산업화를 최일성으로 이야기한다”며 “이는 K콘텐츠 쪽에만 매몰됐고, 문화에 대한 순수한 고민은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김민경 부산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산시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동백전 앱을 활용해서 ‘15분 도시 조성사업’과 문화예술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면서 “문화예술 기반시설과 프로그램 예약·대관 시스템을 구축하고, 생활권에 기반해 문화공간을 소개하고 홍보해야 한다”고 했다.조찬희 부산시 문화정책팀장은 “도시의 전반적인 현실과 시민의 의견을 반영한 ‘15분 문화도시’의 이미지를 염두에 두고 지역문화진흥 시행계획 수립하고 있다”면서 “청년이 떠나고 지역의 활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문화의 힘에 있다. 그래서 ‘15분 도시’ 개념을 이번 계획에 적극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팀장은 세부방안으로 생활 밀착형 문화 공간 확충, 포털과 앱 활용 문화정보 접근·예약 시스템 구축 등을 제시했다.‘15분 도시’에 대한 발언이 이어지자 일부 참석자들들은 “5년 단위의 중장기 지역문화진흥 비전에 초점을 맞춰야 할 부산의 문화정책 논의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좌충우돌 구르다보니 이끼가 생겼다"
전교 1등 하던 형과 달리 전교 꼴등인 중학생 동생이 있었다. 항상 형과 비교되었지만, 동생은 공부에는 취미가 없었다. 성인이 되어서 보니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성향이 매우 높았다. 일찍부터 공부를 내팽개치고 본격 알바 전선에 뛰어들더니, 요리사가 되겠다고 정식 인가도 안 난 조리학교에 들어가 버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농사를 짓겠다고 귀농하는 등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지금까지 경남 양산에 본사를 둔 유망 스타트업 ‘코드 오브 네이처’ 박재홍 대표(31)의 10대 시절 이야기였다. 박 대표는 현재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 과정에서 쓴 논문으로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전교 꼴등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와 인터뷰한 내용을 일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했다. 나는 일찍부터 공부에 관심이 없었다. 대신 돈에 관심이 많았다. 중학생 때 주식 계좌를 처음 열고, 모의 투자 대회에도 참가했다. 공부 대신 알바를 하고 싶었다. 어머니가 선선히 동의서를 써 준 덕분에 샤부샤부 가게에서 설거지부터 시작했다. 이내 피자집으로 옮겨 피자와 스파게티를 만들었다. 손이 빠르다는 칭찬을 받았고, 한 단계씩 올라가는 재미가 있었다. 고등학교는 부산조리고에 진학했다. 졸업하면 시급을 더 준다는 말 때문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정식 인가도 나기 전이었다. 요리사의 꿈은 현장 실습 과정에서 손을 다치는 바람에 멀어졌다. 대신 식재료 생산으로 눈을 돌렸다. 열아홉에 농사를 짓겠다며 경남 함안으로 귀농했다. 초보 농사꾼의 고추와 참깨 농사가 제대로 될 리 만무했다. 귀농이 실패로 끝나던 무렵 시골집 지붕 위에 있던 이끼가 눈에 들어왔다. 이끼는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만 산다고 생각했다. 찾아보니 이끼 종류는 너무 다양했다. 양지에 사는 이끼도 많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내가 본 건 햇빛이 강하고 건조한 지붕 위에서도 잘 사는 ‘지붕빨간이끼’였다.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천안에 있는 연암대 원예과에 진학했다. 교수님은 연구할 주제를 알아서 정하라고 했다. 나의 주제는 ‘이끼’였다. 부산대 식물생명과학과에 편입하며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왔다. 어느 날 학교에 붙어 있던 창업 공모전 포스터가 운명처럼 눈에 들어왔다. 그때부터 공모전에 목을 맸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에서 열린 공모전에는 빠짐없이 다 나갔다. 농림축산식품부·산림청 청년창업 경진대회 ‘F-스타트업’ 대상, 부산시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대상, 고용노동부 주최 소셜벤처 경연대회 부산 결선 2020 1위, 전국 결선 2020 대상, 기획재정부 대국민 혁신성장 정책공모(그린뉴딜 분야) 대상까지 모두 휩쓸었다. 코로나 시절이 되레 도움이 되었다. 대개 서울에서 대면으로 하는 최종 발표 심사가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으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자취방에 앉아서 발표하니 하루에도 몇 탕을 뛸 수 있었다. 처음엔 공모전에서 많이 떨어지기도 했다. 하나가 붙으면서 심사 위원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 뒤엔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는 심사 위원의 눈에 들만한 아이템을 추려서 나갔다. 공모전은 고객이나 투자자 관점에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학점도 낮았고 변변한 영어 성적도 없었지만 시험 삼아 넣어 본 대기업 공채에서도 모두 합격했다. 공모전 스펙 덕분이었다. 내 별명이 상금만 받고 ‘먹튀’한다고 해서 ‘공모전 헌터’였다는 사실은 뒤늦게 알았다. 공모전에서 1등을 내리 세 번 하는 동안 공교롭게도 계속 심사 위원이었던 분이 나를 불렀다. “공모전은 인제 그만 하고, 그 아이템으로 사업을 해 봐라. 내가 투자하겠다”라는 것이었다. 취업, 창업, 대학원 진학이라는 갈림길에서 고민을 했다. 2021년 ‘코드 오브 네이처’를 창업하면서 서울대 환경대학원에도 진학했다. 여러 공모전 대회에 참가하면서 만난 능력자들을 직원으로 채용했다. 모든 게 공모전 덕분이었다. 자연의 천이(遷移) 단계에서 이끼가 가장 먼저 자란다. 그다음에 이끼를 둥지나 먹이로 삼는 곤충이, 또 곤충을 먹으려는 새가 나타난다. 이어서 동물이 돌아오고, 나무가 자라고, 숲이 생긴다. ‘코드 오브 네이처’는 산불 등으로 생명이 사라진 땅 위에 이끼를 기반으로 하는 복원 솔루션을 제공한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천이의 첫 단계를 만들어 내는 일을 하고 있다. 우리가 개발해 품종 등록을 마친 이끼는 모두 7종류다. 양지에서 잘 버티고, 토양 속 영양분을 증대시키고, 유용한 미생물과 공생하는 품종이다. 산불이 난 지역에는 그늘이 없기에 양지에서 잘 버티는 품종을 선별해서 개발했다. 청양고추나 샤인머스캣처럼 남들이 이 이끼를 쓰려면 로열티를 내야 한다. 그까짓 이끼, 개발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기 쉽다. 신이 아닌 이상 생물종을 개발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우리가 개발한 7개의 이끼를 따라오려면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최소 7년이 걸린다. 이끼 개발비보다 우리 회사를 인수하는 게 싸게 치이니 외국계 기업에서 자꾸 인수합병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 회사는 2019년에 일어난 강릉시 경포 일대 산불 피해지역 토양의 생명력과 생물다양성을 회복시키면서 조명받기 시작했다. 염해로 작물 생장이 어렵던 충남 태안 정주영 간척지도 2년 내 정상 토양의 80% 수준까지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많은 관광객으로 망가진 제주 도너리 오름은 이미 생태계 복원이 이루어졌다. 이처럼 우리가 하는 황폐화 토양 복원 수요는 국내보다 해외에 훨씬 많다. 경남 양산에 본사, 서울에 지사를 둔 것도 주목받는 이유 중의 하나다. 사실 서울에는 재미있는 회사가 많지만, 지방에서 ‘코드 오브 네이처’는 독보적이다. 투자를 지역에 한정한 펀드나 지원금을 받기도 쉽다. 요구 사항을 지자체에 이야기하면 피드백이 바로 와서 좋다. 부산이나 경남은 청년 지원이 잘 되어 있다. 지역에 연고가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지역에 내려오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달 표면이나 지구의 사막처럼 황폐한 땅을 농사 지을 환경으로 바꾸는 연구가 한창이다. 지난해에 참가한 ‘CES 2024’는 꿈을 우주로까지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마도 한국관에 있는 기업 중에서는 ‘코드 오브 네이처’에 해외 투자사를 비롯해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다녀간 것 같았다. CES에서 만난 미국 측과 협업해서 진행한 달과 화성 토양 복원 연구도 잘 끝났다. 우리 이끼와 미생물로 처리했을 때 달과 화성의 모사 토양에서 키운 보리의 낱알이 무겁고 많이 맺히는 것까지 확인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영화 ‘마션’에 나오는 것처럼 우주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된다. 인간이 우주에서 장기간 생활하려면 현지에서 경작하거나 지구에서 식량을 보낼 수밖에 없다. 지구에서 식량을 보내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현지의 토양을 복원해서 작물을 생산하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나는 지금 ‘우주 비행사’라는 다음 꿈을 꾸고 있다. 박사 논문도 이끼와 미생물로 우주 토양 복원, 중국 차밭 복원, 국내 간척지 복원 세 개를 엮어서 쓸 계획이다. 그런데 국내에는 이끼 관련해 연구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아쉽다. 이끼가 유망한 분야라는 사실을 많이 알리고 싶다. 중고교에서 강연 요청이 오면 꼭 가려고 노력하는 이유다. 학생들에게 이끼의 매력에 한번 빠져 보라고 권하고 싶다. 사람들은 전교 꼴등이 공부 잘하는 서울대 대학원생이 된 비결에 대해서도 궁금해하는 것 같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분야니까 가능했다. 국영수 같은 수능 공부를 하라고 했으면 절대 못 했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공부는 싫은데 연구는 좋아한다. 연구하는 공부는 아무리 해도 피곤하지 않고 너무 재밌다. 돌이켜보면 나는 정말 부모님을 잘 만난 행운아였다. 뭘 하겠다고 하든 부모님은 반대 없이 다 하게 해 주셨다. 실업계인 부산조리고에 간다고 해도 반대하지 않았다. 중학생이 주식 투자를 한다고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공부나 하라거나, 안정적으로 돈을 벌라고 하지 않았다. 부모님은 나에게 무관심했던 게 아니라 늘 응원해 주셨다. 나중에 내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기를 때도 부모님 반만 하더라도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릴 때부터 책 많이 읽히고, 아이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생기면 그때 지원을 해 주면 좋겠다. 우리 부모님처럼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글·사진=박종호 기자
[알림] 해진공과 함께하는 부산일보 해양문학 공모전 "바다와 사람이 만나는 이야기, 문학으로 빛나다"
부산일보사는 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함께 ‘부산일보 해양문학 공모전’을 개최합니다. 바다에서 느낀 감동과 소중한 순간을 글로 표현해보세요. 소설, 시·시조, 수필 등 다양한 장르로 참여할 수 있으며, 청소년부는 해양수필을 통해 바다를 바라보는 순수한 감성과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습니다. 대상 1000만 원을 비롯해 풍성한 상금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해양을 사랑하는 마음, 여러분의 글 속에 담아주세요. ■공모부문 : 해양소설(단편 70매 내외, 중편 250매 내외), 해양시·시조 3편 이상, 해양수필(일반부 50매 내외, 청소년부 30매 내외) ※컴퓨터로 작성한 원고를 A4 용지로 출력해 제출, 원고 분량은 200자 원고지 기준 ■공모대상 : 기성문인·일반인 누구나 응모 가능 ■상 금 : 일반부 통합 대상 1000만 원, 부문별 최우수상 500만 원, 청소년부 중고등부 각각 시상 하며 최우수상 각 1명 150만 원, 우수상 각 2명 50만 원 ■접수기간 : 2025년 12월 12일(금) 오후 3시까지 (우편도착분) ■접수방법 : 온라인 참가신청서 제출 후 작품 우편접수 ※ 자세한 사항은 부산일보 홈페이지 배너 또는 QR코드를 통해 확인 ■접 수 처 : 부산광역시 연제구 과정로276번가길 32 2층 부산일보 해양문학 공모전 사무국 (우편번호 47562) ■유의사항 : 응모작은 미발표 신작에 한합니다. 표절이 밝혀질 경우 당선은 취소됩니다. 응모작은 반환하지 않습니다. ■문 의 : 사무국 070-5159-5447, contact_mail@naver.com ■주 최 : 부산일보사, kobc한국해양진흥공사 ■후 원 : 부산메세나협회
[기자 픽] 전시-‘Co Ra: 우주토끼의 팽창’
‘우주토끼’ 캐릭터를 통해 문명 비판과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아내는 김남진 개인전 ‘Co Ra: 우주토끼의 팽창’이 갤러리아트숲에서 열리고 있다. 귀와 앞다리, 뒷다리 길이가 거의 같고 마디의 끝이 뭉툭한 캐릭터 우주토끼는 1996년 처음 탄생했지만, 한동안 제작되지 않다가 2023년 자연스럽게 재탄생했고, 이번에는 ‘코라’(Co Ra)라는 이름을 달았다. 코라는 ‘우주토끼’의 영문(Cosmos Rabbit) 약자로, 막연했던 ‘우주토끼’에서 구체적이고 독자성을 지닌 ‘우주토끼’로 바뀐 것이다. 그의 작업은 전동 드릴을 이용해 나무판을 파내는 독특한 저부조 기법과 강렬한 색조가 특징이다. 이번 ‘우주토끼’도 나무판 위의 작업이다. 2년 전 우주토끼가 재등장했을 때만 해도 우주라는 공간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면, 이번 전시에선 팽창하는 우주토끼의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부산과 울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김남진 작가는 부산대를 졸업하고 독일로 건너가 뒤셀도르프 국립예술대학에서 마이스터 슐러 과정까지 마쳤다. 부산미술협회가 제정한 ‘오늘의 작가상’ 본상 수상(2006), ‘봉생 문화상’ 전시 부문 수상(2011), 제17회 ‘송혜수미술상’ 수상(2021)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다. 전시는 12월 14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갤러리 아트숲(달맞이길 187, 3층). 관람 시간은 화~금요일 오전 11시~오후 6시, 토요일·공휴일 오전 11시~오후 5시(일·월요일 휴관).
[기자 픽] 음악-박성현 파이프 오르간 부산 연주회
한국인 최초로 러시아 미카엘 타리베르디예프 국제 오르간 콩쿠르에서 우승한 오르가니스트 박성현(사진)이 오는 9일 부산콘서트홀에서 연주회를 갖는다. 박성현은 연세대 교회음악과를 졸업 후 독일로 건너가 쾰른 국립음악대학교에서 석사와 최고연주자과정, 프랑스 파리 시립 음악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이어 에센 폴크방 국립음대에서 오르간 실내악 석사를 심사위원 만장일치 만점으로 졸업했다.러시아 콩쿠르에서는 심사위원들로부터 ‘웅장함과 섬세함을 겸비한 연주’라는 극찬을 받았다. 부산콘서트홀에 설치된 웅장한 4423개의 파이프오르간과 박성현의 깊이 있는 연주와의 만남을 앞두고 부산의 클래식 팬들은 세계적인 수준의 오르간 음악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무대에는 바이올리리니스트 김재원과 부산 출신 여성 음악가들로 구성된 ‘조아콰이어’(JOA CHOIR) 합창단도 함께 한다. 김재원은 한국예술종합학교와 프랑스 파리국립고등음악원을 수석입학했고, 스위스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부악장, 오케스트라 드 파리 부악장 등을 역임했다. 2016년 창단한 조아콰이어는 합창을 사랑하는 여성들로 구성된 부산시 지정 전문예술단체로 클래식에서부터 대중음악, 국악, 재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합창곡을 여성 특유의 아름다움과 섬세함으로 해석하고 표현해왔다. 9일 오후 3시, 7시 30분 부산콘서트홀. R석 10만 원, S석 7만 원, A석 5만 원, B석 3만 원. 예매 놀티켓.
[기자 픽] 영화-여성 감독 독립영화 무료 상영회
부산독립영화협회 비평지 <인디크리틱>에서 다룬 작품을 무료로 상영하는 행사. 부산 북구의 독립영화관 ‘무사이’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열린다. 올해 마지막 상영회가 열리는 5~6일엔 부산에서 활동하는 여성 감독 네 명의 연출작을 만날 수 있다. 우선 5일 오후 7시 박민경의 ‘누룩의 시간’(20분)과 노영미의 ‘후회하지 않는 얼굴’(26분)이 연속으로 상영된다. 토요일인 6일엔 오후 3시 장예림의 ‘시월’(30분)과 전소영의 ‘살이 살을 먹는다’(28분)가 관객을 맞는다. 영화 상영 후엔 관객과의 대화도 이어진다. 김지연 <인디크리틱> 편집장의 사회로 네 명의 감독이 자기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2023년에 공개된 네 작품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기억과 마주하는 인물(혹은 시선)이 등장한다. 김지연 편집장은 “기억은 결정적인 순간에 자취를 감추거나, 우연한 계기에 낯선 얼굴을 드러내기도 한다”며 “2025년을 새롭게 기억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독립영화협회와 무사이의 SNS 메시지로 이름과 연락처를 남기면 된다.
“서울과는 차별화된 문화도시를 지향해야 한다.” “해양을 청년들의 실험적인 예술공간으로 활용하자.” ‘초광역권 문화진흥체계 구축’이라는 이재명 정부의 지역문화 정책 수립에 발맞춰 부산의 문화 관련 이슈를 광범위하게 논의하는 공론의 장이 마련됐다. ■“부산만의 문화 소용돌이 만들자” 부산문화재단은 지난 3일 오후 부산 영도 라발스호텔에서 ‘2026년 문화지형의 변화와 부산의 대응’ 포럼을 열었다. 이번 포럼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 중인 제3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2026~2030년)과 이에 따른 부산의 지역문화 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제언이 나왔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부산시 지역문화진흥 시행계획 책임 연구자인 김민경 부산연구원 연구위원이 발제를 맡았다. 김 연구위원은 “현 정부 문화정책의 첫 번째 의제는 초광역권이라는 새로운 지역문화진흥체계가 생긴 것”이라며 “초광역권이 도입됐을 때 또 다른 시어머니, 결제를 받아야하는 행정체계가 생기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이어 “부산시는 이번 시행계획을 통해 수도권과의 격차를 줄이거나 제2도시로서의 위상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서울과 차별화된 또 다른 글로벌 문화도시를 지향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토론에 나선 정종은 부산대 예술문화영상학과 교수는 “중앙정부의 ‘지역문화진흥 기본계획’에 부산이 면밀히 대응해야 한다고 하는데 ‘대응’이라는 표현 자체가 중앙의존적이다. 부산이 새로운 문화정책의 서막을 어떻게 주도하고 이끌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도, 청년도 모두 서울이라는 일극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면서 “부산은 청년들을 질식시키는 어두컴컴한 저장고와 오랜 세월 뿌리 내려온 기득권층의 단단한 카르텔을 흔들어 망국적인 서울의 초강력 소용돌이를 견제할 수 있는 부산만의 매력, 또 다른 소용돌이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세션의 발제자인 송교성 문화예술플랜비 대표는 “북항재개발, 해양수산부 이전, 북극항로 등으로 부산의 바다가 미래정책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해양문화의 실체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고, 단순히 프로그램의 배경으로만 활용돼온 측면이 강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지역성과 정체성의 출발로서 바다를 인식해 청년들의 실험적인 예술공간으로 북항문화지구를 활용하고, 해양관련 기관과 협력하는 다채로운 해양 문화예술 교육을 구상하자”고 제안했다. ■‘15분 도시’ 지역문화 해법 될까 이날 포럼에서는 부산시의 주요 시책인 ‘15분 도시’와 지역문화 정책을 연계하는 발언들도 이어졌다. ‘15분 도시’는 생활권 15분 이내 거리에서 주거·교육·문화·여가 등을 누릴 수 있는 도시 모델로, 박형준 시장의 핵심 선거 공약이었다. 오재환 부산문화재단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부산은 15분 도시다. 15분 안에 걸어서 주변에서 쉽게 문화활동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15분 도시의 지향이자 문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문화정책은 예술과 문화의 산업화를 최일성으로 이야기한다”며 “이는 K콘텐츠 쪽에만 매몰됐고, 문화에 대한 순수한 고민은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김민경 부산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산시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동백전 앱을 활용해서 ‘15분 도시 조성사업’과 문화예술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면서 “문화예술 기반시설과 프로그램 예약·대관 시스템을 구축하고, 생활권에 기반해 문화공간을 소개하고 홍보해야 한다”고 했다. 조찬희 부산시 문화정책팀장은 “도시의 전반적인 현실과 시민의 의견을 반영한 ‘15분 문화도시’의 이미지를 염두에 두고 지역문화진흥 시행계획 수립하고 있다”면서 “청년이 떠나고 지역의 활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문화의 힘에 있다. 그래서 ‘15분 도시’ 개념을 이번 계획에 적극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팀장은 세부방안으로 생활 밀착형 문화 공간 확충, 포털과 앱 활용 문화정보 접근·예약 시스템 구축 등을 제시했다. ‘15분 도시’에 대한 발언이 이어지자 일부 참석자들들은 “5년 단위의 중장기 지역문화진흥 비전에 초점을 맞춰야 할 부산의 문화정책 논의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연말 맞아 문화 취약계층 찾아가는 오케스트라
부산메트로폴리탄필하모닉오케스트라(BMPO)가 오는 10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에 있는 아동복지시설 ‘소양무지개동산’을 찾아 음악회를 연다. 이번 음악회는 ‘겨울에 찾아온 사랑’이라는 주제로 개최된다. 문화 취약계층을 직접 찾아가 애니메이션, 클래식, 캐럴 등 아름답고 감성적인 곡들로 사랑과 위로의 음악을 선물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영수(사진) 상임지휘자의 지휘로 메조소프라노 이다정과 바이올리니스트 정진경이 함께한다. 영화 ‘알라딘’과 ‘미녀와 야수’ 주제곡을 비롯해 비발디의 ‘사계’,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속의 명곡을 들려주며, 크리스마스 캐럴을 함께 부르며 막을 내린다. 이번 공연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부산문화재단의 ‘지역중심 예술과 기업 동반성장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김영수 상임지휘자는 “클래식 음악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위로하면서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면서 “아이들에게 예술적 경험뿐만 아니라,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음악을 선물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7월에 창단한 BMPO는 부산·경남 지역 오케스트라로는 최초로 2011년 5월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았다. 2012년 9월 전문예술법인으로 지정됐다. 10일 오후 7시 소양무지개동산. 문의 070-7727-0188, 부산메트로폴리탄필하모닉 홈페이지(www.bmpo.co.kr).
시립무용단 ‘홀로홀춤’ 특별 공연
부산시립무용단 수·차석 단원들의 독무를 만날 수 있는 특별 공연 ‘홀로홀춤 with 움트다’가 5~6일 이틀 동안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열린다. 금요일은 오후 7시 30분, 토요일은 오후 3시 공연이다. 첫 무대는 허태성 부수석이 고성오광대 ‘말뚝이 춤’으로 열고, 이어 김진영 수석이 허튼춤의 즉흥성과 유연한 몸짓을 보여준 뒤 이현주 부수석이 ‘파사’라는 작품으로 춤추는 여인의 옷소매를 아름답게 묘사한다. 계속되는 무대는 강모세·최의옥 수석 순서로, 전통 처용무의 동작 어법을 바탕으로 역신과 처용의 대무로 재구성한 ‘산하 천리국에 처용이 왔구나’를 선보인다. 다음은 안주희 수석이 ‘마주’(MAJU)라는 창작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이 작품은 수많은 시선이 규정하고 판단한 나에서 그 누구의 기준도 아닌 ‘나’로 서고자 하는 모습을 담아 보인다. 마지막 무대는 삶의 순간을 몸으로 기록한 김미란 수석의 ‘The Road-길놀이’로 막을 내린다. 한편 6일 공연 후에는 부산시립예술단과 함께하는 아카데미 ‘나는 예술가다’ 무용편 ‘움트다(UMT_DA) 프로젝트’ 수강생 공연도 마련된다. 입장료 균일 2만 원. 부산문화회관 홈페이지(www.bscc.or.kr)와 전화(051-607-6000)로 예매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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