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토’로 여는 부산 ‘인터 아시안 퍼포먼스 페스티벌’(IAPF 2026)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일본의 2세대 부토 무용가 다케노우치 아쓰시(64)가 부산을 찾는다.부산 공간소극장과 공연예술창작집단 어니언킹은 19일 “‘지넨 부토’ 창시자 다케노우치 아쓰시 등 아시아 공연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국제 공연예술 행사 제2회 인터 아시안 퍼포먼스 페스티벌(IAPF 2026)을 오는 23일부터 공간소극장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IAPF는 아시아 여러 지역의 예술가들이 모여 공연과 워크숍, 예술가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의 작업을 공유하고 대화하는 국제 협력 플랫폼으로 지난해 부산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번 페스티벌은 ‘우정과 평화’를 주제로 진행된다. 공간소극장 대표 겸 공연예술창작집단 어니언킹 연출을 맡고 있는 전상배와 대만 아티스트 종차오(鍾喬)가 IAPF 공동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전상배 예술감독은 “종차오 선생과는 ‘국제민중극축제’(IPTF)에서 인연이 됐는데 단순 교류를 넘어 아시아 각 나라가 가진 아픔, 역사 인식, 현대사에서 고민해야 할 것을 함께 이야기하고, 그것을 다시 작품으로 만들어 나가는 계기를 만들고 싶어서 의기투합했다”고 IAPF 창설 취지를 전했다.■‘지넨 부토’ 워크숍과 공연올해 프로그램은 일본 부토 무용가 다케노우치를 중심으로 한 워크숍과 공연, 그리고 영상·사운드 아티스트들의 협업 퍼포먼스 등 총 4개를 선보인다. 다케노우치는 부토 창시자인 히지카타 다쓰미를 사사하고 1986년 자신만의 ‘지넨 부토’를 만들었으며, 자연·지구·고대의 기억을 포용하는 생명 그 자체의 리듬을 표현해 왔다. 1996~1999년에는 일본 전역을 돌며 자연 풍경과 성소를 무대로 600회 이상의 즉흥 공연을 펼쳤다. 2002년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부토 솔로 공연과 다양한 협업, 국제 워크숍을 이어가고 있다.‘부토와 움직임 워크숍-지넨 부토 워크숍’(23~26일 오후 2~8시)은 호흡과 신체 감각을 통해 움직임의 근원을 탐구하는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은 워크숍 마지막 날에 그룹 퍼포먼스를 통해 그 과정을 공유한다. 유료(20만 원)인 데다 공간소극장이 협소한 관계로 참가 가능 인원이 12명에 불과한데 이미 다 찼다. 그의 명성만큼이나 워크숍 참가자도 특별하다. 나흘간의 워크숍 참가를 위해 칠레, 미국, 그리스 등지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는 이들도 있다. 절반 가까이가 외국인 신청자이다.솔로 부토 공연(27일 오후 7시 30분)은 ‘HIBI-나날’이 준비된다. 작품은 늙은 나무의 형상을 다룬다. 그 형상이라는 것은 축적돼 온 시간의 응집이고, 형상 자체가 곧 춤이라고 한다. 다케노우치는 “나는 땅과 하늘 사이에서 기도하는 그러한 나무가 되고 싶다. 일상의 시간을 춤의 삶으로 변모시키는 마법 같은 순간을 계속해서 좇고 있다”고 전했다. 라이브 음악은 히로코 코미야가 맡는다. 러닝타임 75분. 입장료는 3만 원.■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침묵 프로젝트부토 무용과 영상·사운드 작업이 결합한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 ‘움직임 속의 주파수’(Frequency in Motion)는 28일 오후 4시에 공연된다. 이 작품은 미국의 영상·사운드 아티스트 크리스 린과 일본의 사운드 아티스트 히로코 코미야가 협업으로 제작했으며, 슈퍼8 필름과 라이브 사운드, 신체 퍼포먼스가 결합한 실험적 공연이다. 다케노우치 외에도 부산의 황미애 배우, 허경미 무용가가 출연해 퍼포먼스를 함께 펼친다. 러닝타임 60분. 관람료 3만 원.실험적 공간 퍼포먼스 ‘도시 속 침묵 프로젝트-느린 시선의 방’은 30~31일 오후 1~4시에 진행된다. 이 공연은 언제 들어와도 되고, 언제 나가도 상관없다. 영상을 틀어 놓은 상태로 극장이 오픈되고, 드나드는 사람은 눕든 서든 뭘 하든 상관없지만 침묵은 조건이다. 연출을 맡은 전상배 예술감독은 “공간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제공하는 이벤트이고, 그 자체가 연극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며 “바쁜 현대사회에서 진짜 느리게 사는 게 무엇인지를 보여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영상은 크리스 린이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두 개의 필름(‘느린 시선의 방을 위한 13개의 시선’과 ‘표류하는 시간의 기록’)을 1시간 30분짜리로 만들어서 반복 상영한다. 무료.한편 IAPF 프로그램은 5월에도 이어진다. ‘포럼 연극’(Forum Theatre)을 싱가포르에 정착시킨 인물로 알려진 연출가 콕 헹룬(드라마박스 예술감독)과 퍼포먼스 아티스트 리즈만 푸트라가 공동 창작한 공연 ‘6 마이크로 렉처스 온 제노사이드’(6 Micro Lectures on Genocides)가 5월 1~2일 부산에서 공연된다. 또한 5월 5~9일 콕 헹룬이 진행하는 워크숍이 열리며, 참가자들이 연극을 통해 사회적 갈등과 현실 문제를 탐구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문의 051-611-8518.
악의 심연을 향해 걸어가는 치열한 삶
대한민국 최초 프로파일러는 권일용이다. 경찰청에서 오래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교수, 방송인, 저술가로 활동하며 현재 얼굴이 잘 알려진 유명인이기도 하다. 프로파일러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2000년, 탁월한 수사와 현장 감식 능력을 갖춘 권일용 형사가 프로파일러로 발탁된다. 주변 형사들은 “범인은 심리 분석이 아니라 질긴 운동화를 신고 다니면서 잡는 것”이라며 범인 체포에 심리 분석은 도움이 안 된다는 불만을 표출한다. 다행히 1호 프로파일러의 활동 성과가 쌓였고, 특히 온 국민을 떨게 한 연쇄살인범 유영철, 강호순 검거에 프로파일링이 결정적인 단서가 되자 2005년 사상 최초로 공개 모집을 통해 민간인 심리전공자 16명을 특채 1기 프로파일러로 채용한다. 민간 심리학자가 경찰서라는 조직에 취직해 경찰과 범죄 수사를 함께 한다는 건 당시 획기적인 변화였다. 이 책은 시사인 잡지에서 프로파일러에 관한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 나경희 기자가 썼다. 잡지에서 풀지 못했던 이야기와 사연을 좀 더 상세하게 보충했고, 특채 1기로 채용돼 이제 20년을 맞은 4명의 프로파일러들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은 일을 하는 중에도 정기적으로 모여 사건과 해결 사례를 공유하며, 대한민국에 맞는 한국형 범죄 분류 매뉴얼을 만들었고 그 과정이 책에 구체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책은 구체적인 범죄 내용과 범인 검거 과정, 프로파일링을 통한 범인의 특성을 적나라하게 담았다. 최초로 공개되는 범죄 사건이 3건 이상이며 누구의 시선으로 사건을 보는가에 관한 고민이 느껴진다. 과거 발생 시점에 언론사 사회부의 단신으로 짧게 보도되었지만, 수사와 분석에 참여한 프로파일러의 시선과 고민이 생생하게 공개된다. 단순히 사건의 팩트와 진행 상황을 알려주는 건 아니다. 인간으로서 프로파일러들이 고민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단순한 기록을 넘어 관점과 통찰이 담긴 이야기이다. 서문에 소개된 살인 사건 이야기를 보면, 2019년 범인은 잔혹하게 살해한 후 사체를 냉장고에 넣은 후 사다리차를 불러 베란다로 냉장고를 빼내 외딴 지역 창고에 두었다. 경찰은 돈을 노린 살인이라고 발표했지만, 범인이 왜 그렇게 복잡한 방식으로 사체를 처리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사람을 죽였는데 사다리차 기사를 부르고 창고를 계약할 정신이 있었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았다. 그때 노련한 1기 프로파일러 백승경 씨가 답한다. “그건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이죠. 범인은 달라요. 이미 상식을 벗어난 짓을 저지른 사람이잖아요. 내가 피 묻은 칼을 손에 쥔 사람이라면 당장 어떻게 행동할까요? 일단 손을 씻을까요? 핏자국부터 지울까요? 아니면 지문? 말 그대로 범인의 입장에서 다음 동작과 그다음 동작을 하나하나 재구성해야죠.” 이 말에서 프로파일러가 무슨 일을 하는지 깨닫게 된다. 2026년을 사는 사람이나 30만 년 전 호모사피엔스도 똑같은 이유로 서로 죽이고 있다. 사랑해서, 미워서, 탐나서, 욱해서이다. 본능이 같아도 범죄 양상은 시대에 따라 다르다. 인간의 활동 반경이 넓지 않던 시대에는 범죄가 금세 탄로 났고, 범인은 쉽게 잡혔다. 그러나 교통수단이 발전하며 범죄자들은 빠르게 더 멀리 도망쳤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조차 모르는 도시 생활이 시작됐다. 경찰청에선 변하는 사회상을 예측하면,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나타났고, 결국 프로파일러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프로파일러는 지금까지의 범죄에서 드러난 범인의 심리적 변화를 읽어내고, 과거의 사건을 통해 미래 사건을 유추한다. 심리적 몽타주를 그리고 수사팀은 프로파일러가 제공하는 이 밑그림의 도움으로 용의자 범위를 좁히고 효율적으로 검거하게 되었다. 연쇄범죄가 줄줄이 이어지던 시대 경찰서로 간 심리학자들의 고생과 성장부터 연쇄 범죄가 사라진 이후 프로파일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치열한 삶의 현장이 실제 범죄 사건과 이어져 책은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범죄자를 이해하기 위해 그들 마음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언어로 세상을 본다. 프로파일러가 악인의 마음을 이해하다가 마음과 정신을 다치기도 한다. 추천사를 쓴 권일용 교수는 “후배들이 오직 피해자 고통을 생각하며 지치지 말고, 끝까지 걸어가길 바란다”라고 부탁한다. 나경희 지음/에스판다스/252쪽/1만 6800원.
근육량 적으면 신장 기능 더 악화… 신장병 환자, 과도한 단백질 금물
양쪽 허리 근처에 있는 강낭콩 모양의 장기가 하루 약 180L(리터)의 혈액을 걸러낸다. 우리 몸의 ‘독소 필터’인 신장은 작지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기이다. 세계신장학회와 국제신장재단연맹은 매년 3월 둘째 주 목요일을 ‘세계 콩팥의 날’로 지정해 신장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올해 세계 콩팥의 날(3월 12일)을 맞아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해 시선을 끌었다. 국립보건연구원 내분비·신장질환연구과는 서울대병원 오국환 교수 연구팀과 함께 근육량과 신장병 환자의 신장 기능 관계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투석 전 단계의 국내 만성신장병 환자 1957명을 대상으로 약 6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만성신장병은 3개월 이상 만성적으로 신장의 구조적 이상 또는 기능적 이상이 확인되는 경우 진단을 받는다. 만성신장병이 계속 진행되면 신장 기능이 정상 상태의 10~15% 이하로 떨어져 회복이 불가능한 말기신부전이 될 수 있다. 연구팀은 “만성신장병 환자에서는 근육량 감소가 일반인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라고 밝혔다. 만성 염증, 대사 이상, 요독 축적 등 다양한 요인으로 근육이 줄어들기 쉬운 상태가 되고, 근육 감소는 신체 기능 저하와 질병 진행과도 관련될 수 있다. 장기추적 연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근육량이 적은 환자는 근육량이 많은 환자보다 신장 기능 악화 위험이 약 4.4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육량이 가장 많은 그룹의 신장 기능 악화 발생률은 14.3%였고, 근육량이 가장 적은 그룹에서는 42.5%였다. ‘4.47배’는 앞의 두 수치를 다양한 요인으로 보정한 분석 결과치이다. 이를 통해 근육 감소가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니라 만성신장병의 진행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건강 지표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연구는 혈액검사만으로 계산할 수 있는 근감소 지표를 활용해 환자의 근육 상태와 신장 질환 위험을 동시에 평가할 수 있어 임상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근육이 줄면 신장도 위험해진다’는 것을 알았다고 해서 근육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보충제를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된다. 부산 좋은문화병원 신장내과 허수정 과장은 진료 현장에서 만나는 신장병 환자들이 자주 오해하는 부분 중 하나가 단백질 섭취라고 설명했다. 허 과장은 “적절한 단백질은 근육 형성과 면역 유지에 꼭 필요하지만, 신장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단백질 파우더를 과도하게 섭취하면 신장 기능이 더 악화할 수 있다”라며 “걷기·수영·고정식 자전거 타기처럼 큰 근육을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운동이 바람직하며, 무리하지 않는 운동과 균형 잡힌 영양 관리가 근육과 신장 건강을 함께 지키는 기본이다”라고 조언했다.
감기가 아니에요, 수두·백일해·성홍열일 수도 [학기 초 주의해야 할 감염병]
학기를 시작하고 2주 정도 지났으니 학생들도 새 학교, 새 학년에 어느 정도 적응을 했을 때이다. 살짝 긴장의 끈을 놓기 쉬운 시기지만 단체생활이라는 환경 속에서 계속 ‘안전 안테나’를 켜고 있어야 하는 일이 있다. 바로 감염병 예방이다. 동아대학교병원 신보경 가정의학과 교수에게 봄부터 초여름까지 유행하기 쉬운 감염병과 주의사항, 예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감기처럼 보여도 관찰 필요 부산시는 최근 5년간 소아·청소년기에 발생이 많은 수두, 백일해, 유행성이하선염, 성홍열 등이 매년 3월부터 서서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고 19일 밝혔다. 수두와 유행성이하선염의 경우 3월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4~6월에 환자 발생이 가장 많았다. 신 교수는 “이 시기 대표적인 감염병으로 수두, 유행성이하선염(볼거리), 홍역, 인플루엔자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성홍열과 백일해도 영유아와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다시 증가하는 양상이 보고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감염병에 취약한 이유는 단체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교실, 급식실 등 여러 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환경에서 접촉 기회가 많아 감염병 확산 속도가 빠르다. 여기에 더해 학원·예체능 교육시설 등 학생들이 방과후에도 다양한 실내활동을 하는 환경도 영향을 준다. 신 교수는 백신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으로 예방접종을 일부 기피하는 현상이 존재하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거의 사라질 것으로 여겨졌던 백일해 같은 감염병이 최근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서 흔히 발생하는 대표적 감염병으로 수두, 유행성이하선염, 홍역, 성홍열, 백일해를 꼽았다. 이들 감염병은 초기에는 발열, 기침, 콧물, 인후통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특징적 증상이 나타나는 양상이 있기에 보호자의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수두와 홍역은 감기와 유사한 초기 증상 이후 피부 발진, 유행성이하선염은 귀 아래 침샘이 붓는 증상, 백일해는 점차 심해지는 발작성 기침, 성홍열은 목 통증과 함께 붉은 발진이 나타날 수 있다. 발진, 침샘 부종, 심한 기침이나 고열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의료기관에 가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감염 예방, 가정과 학교도 같이 가장 기본적인 감염 예방법은 손 씻기와 기침 예절의 생활화이다. 외출 후나 식사 전후 비누를 이용해 손을 깨끗하게 씻고, 기침·재채기를 할 때는 휴지나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감염이 의심되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지 않도록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중교통 이용 자제 등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정에서는 예방접종 일정을 확인해 권장 백신을 제때 접종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이 있을 경우 무리하게 등교나 등원을 시키기보다 먼저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이 감염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전염력이 있는 기간 동안 등교·등원을 제한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두는 모든 피부 병변에 딱지가 생길 때까지, 유행성이하선염은 증상 발생 후 5일까지, 홍역은 발진 시작 후 4일까지, 인플루엔자는 증상 발생 후 약 5~7일까지 전염 가능성이 있다. 학교에서는 교실이나 공용 공간을 자주 환기하고 개인 위생 습관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하다. 감염병 의심 증상이 있는 학생이 발생하면 보건교사나 학교는 신속히 상황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아이 의식이 처지거나 심한 탈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39도 이상 고열이 지속되는 경우, 호흡이 힘들어 보이거나 경련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즉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빠른 회복과 면역 강화를 위해 감염병을 겪는 동안 몸에서는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다양한 사이토카인과 염증 매개물질이 분비된다. 염증 반응이 완전히 가라앉고 신체 균형을 회복하기까지는 충분한 휴식과 회복의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감염병에서 탈출했다고 해서 바로 평소 활동으로 돌아가기보다는 몸 상태를 보며 서서히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좋다. 회복기에 ‘보양식’을 챙기는 경우가 많지만, 열량이나 지방 함량이 높은 경우가 많아 회복기 환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신 교수는 “생선, 달걀, 두부, 살코기 같은 단백질 식품과 채소, 과일 등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음식을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라며 “식욕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경우에는 소화가 비교적 잘되는 부드러운 음식 위주로 조금씩 나누어 섭취하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면역을 높이기 위해 특정 음식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찾는 이들이 많다. 신 교수는 일상적인 생활습관이 면역 기능 유지에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식사, 충분한 수면, 적절한 운동이다. 스트레스 관리와 휴식도 중요하다. 신 교수는 “고농도의 비타민을 꾸준히 복용하더라도 하루에 3~4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하고 계속 피로가 누적되는 생활을 한다면 면역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건강 습관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부산교구 박재범 라파엘 신부 선종
부산성모병원 행정부원장과 기획처장을 지낸 박재범 라파엘 신부가 지난 19일 오후 8시 병환으로 선종했다. 향년 53세. 경북 출생의 박 신부는 2001년 사제 서품을 받은 뒤 서면·옥동·좌동·화명성당 보좌와 오순절평화의마을 부원장을 거쳐 2012년 개금성당 주임을 맡았다. 이후 미국 포틀랜드 한인성당 주임, 부산가톨릭의료원 원목을 거쳐 2022년 부산성모병원 행정부원장에 부임해 기획처장까지 지냈다. 선종 미사는 21일 오전 11시 남천성당 소성전, 장례 미사는 23일 오전 10시 남천성당 대성전에서 각각 거행된다. 추모 미사는 25일 오전 11시 양산 하늘공원에서 마련된다.
“홈으로 함께 살아오는 이런 맛에 야구합니다”
한국 프로야구는 2년 연속 1000만 관중을 돌파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1200만 명이라는 역대 최다 관중을 기록했는데, 그 주역은 여성팬이었다. 지난해 프로야구 팬 중 여성 비율은 57.5%로 이제 야구장에는 여성이 더 많다. 특히 20대 여성이 모든 연령·성별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그동안 야구는 남자들의 운동으로 인식되었다. 요즘 여성들은 왜 야구에 열광하는 것일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야구의 재미에 푹 빠진 여성들을 만났다. 말 그대로 야구에 올인하고 있는 ‘부산올인여자야구단(이하 올인)’ 선수들이다. ■롯데가 못한 거 올인이 하자! 지난달 초 무심코 TV 채널을 돌리다 새빨간 유니폼을 입은 ‘올인’을 처음 보게 됐다. 채널A의 여성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 ‘야구여왕’이었다. 올인과 블랙퀸즈가 막상막하의 흥미진진한 경기를 펼치고 있었다. 프로그램의 주인공 블랙퀸즈는 신생이지만 예삿팀이 아니었다. 추신수 감독과 박세리 단장을 필두로 윤석민 투수코치, 이대형 주루코치 등 화려한 코치진을 자랑했다. 블랙퀸즈의 선수 15명도 대부분이 테니스, 배드민턴, 핸드볼 등 각 종목에서 국가대표를 지낸 레전드 선수들이 주축이었다. 이에 맞선 올인도 만만치 않았다. 2022년 디비전 리그 영남권 우승, 2023년 전주시 클럽 대항 야구대회를 비롯해 그 해만 준우승 4차례를 기록한 강호였다. 올인은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는지 내야 수비가 아주 탄탄했다. ‘슈퍼소닉’이라는 별명을 가진 올인의 1번 타자 박명숙 선수는 발이 무척 빨랐다. 전직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로 소개되었는데, 어쩌다 야구장에서 뛰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선발투수인 이혜영 선수는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는 감독이면서 6회까지 홀로 완투하며, 3번 타자로 1인 3역을 소화했다. 주자 견제 동작도 알품이었다. 2008-2010 국가대표상비군 투수에 2025 여자 야구 올스타라는 경력은 확실히 달랐다. “올인의 힘을 보여줘!”라는 선수들의 응원 구호는 흥겨웠고, ‘롯데가 못한 거 올인이 하자!’는 관중들의 응원 문구도 재미 있었다. 이날 경기는 6회까지 양팀이 초박빙 접전을 펼친 결과, 올인이 블랙퀸즈에 3 대 4로 아쉽게 역전패하고 말았다. 원정경기에서 일방적인 응원과 편파 중계(?)에도 주눅들지 않고 잘 싸운 부산 올인 선수들을 격려해 주고 싶었다. ■남자에 비해 100년 늦게 출발 한국 야구는 1904년 미국 선교사들이 가르치며 시작되었다. 하지만 한국 여성 야구는 100년 가까이 늦게 시작했다. 대한야구선수협회에 정식으로 등록한 첫 여성 야구 선수는 안향미 씨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안 씨는 고등학교에 가서도 계속 야구가 하고 싶어 남녀공학인 덕수정보고(현 덕수고) 문을 두드렸다. 여자 체육 특기자 종목에 야구가 없을 때라 안 씨 가족은 규정을 고쳐 달라고 교육청에 요구했다. 우여곡절 끝에 안 씨는 야구 특기생으로 덕수정보고에 입학한다. 안 씨는 3학년 때인 1999년 대통령배전국고교야구대회 배명고와의 준결승전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해 여자로서 공식 경기에 나선 첫 선수가 되었다. 안 선수는 2002년 일본 사회인 야구팀에 입단해 투수와 3루수로 2년간 활동했다. 2004년에는 대한민국 첫 여성 야구팀인 ‘비밀리에’를 창단했다. 비밀리에(Bimylie)라는 이름은 ‘Baseball is my life’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부산에서는 빈 여자야구단이 같은 해 한 달 뒤에 전국에서 2번째로 창단됐다. 올인은 그 뒤를 이어 2004년에 창단했다. 한국여자야구연맹(WBAK)이 출범해 아마추어 여자 야구 활성화 발판을 마련한 것은 2007년이었다. 70년 만에 부활한 미국 여자 프로야구 리그(WPBL)에 올 시즌 김현아(보스턴), 김라경(뉴욕), 박주아(샌프란시스코)가 입단해 한국인 최초의 여자 프로야구 선수가 되었다. 실업팀 하나 없이 이루어 낸 기적 같은 일이었다. 한국에서 여성이 야구로 성공하기는 매우 어렵다. 초등학교와 리틀야구단에는 여학생도 입단할 수 있지만, 중·고·대학에 학교 소속 여성 야구부가 그동안 전무했기 때문이다(2024년 창원의 마산무학여중·고에서 전국 최초로 여자 야구부를 창단했다). 그 빈자리를 대신해서 전국 49개의 여자 사회인 야구팀에서 1100명이 넘는 여자 야구 선수들이 뛰고 있다. ■야구는 사람이 먼저인 운동 지난 8일 부산 북구 화명생태공원 리틀야구장에서 연습을 앞둔 올인 선수들을 만났다. 처음 만나는 선수들이었지만 방송을 본 덕분인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혜영 감독도 “식당에서 모르는 분이 자신을 알아본 뒤 우리 밥값을 계산하고 가서 당황했다”라고 재밌는 경험담부터 이야기했다. 다른 선수들도 방송이 나간 뒤부터 많이 알아보고 인사도 받는다고 했다. 덕분에 여자 야구에 관심이 늘며 신입 단원 모집하기가 수월해졌다. 등록 선수가 21명인 올인에는 지난 6개월 동안 신입이 7명이나 들어왔다. 올인은 20~40대가 주축이지만 10대와 50대도 1명씩 있다. 경찰, 교수, 교사, 운동 처방사, 미용사, 고등학생 등 직업이 다양하다. 사실 남자도 야구가 쉽지 않지만, 야구 하는 여성은 이중고를 겪는다. 일요일마다 모여서 연습하거나 대회에 나가니 가족들도 처음에는 이해를 못 했다. “여자가 무슨 야구 한다고?”나 “가족 행사에 당신이 빠지면 어떡하느냐”라는 소리를 듣기 일쑤였다. 시간이 지나 지금은 가족들이 야구에 대한 열정을 인정해 주고 운동장에도 가끔 나와 응원과 격려를 보내기도 한다. 올인 선수들에게 야구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물었다. 18년 차 야구인 지미정 코치는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지만 주로 개인 운동을 했다. 야구라는 팀 운동을 하면서 매번 새로운 걸 배우고 있다. 개인 운동은 나만 잘하면 되지만, 야구는 내가 실수하는 부분을 다른 팀원이 메꿔주면서 같이 잘하는 매력이 있다”라고 말했다. 발 빠른 박명숙 선수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박 선수는 “야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응원해 주는 데서 희열을 많이 느낀다. 아무리 야구가 좋다 해도 사람이 좋지 않으면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진주가 직장인 박 씨는 매주 1시간 반 넘게 운전해 부산까지 와서 훈련에 참여한다. 입단 6개월 차인 정혜미 선수는 “야구는 내가 실수하거나 삼진을 먹어도 응원해 주고, 다른 선수가 안타 치면서 내 실수를 덮어주는 데서 희열을 느끼게 된다. 우리 사회는 개인주의가 만연해 있지만, 야구하는 일요일만큼은 나는 개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도 “구기 종목 중에 사람으로 인해 점수가 나는 건 야구밖에 없다. 농구든 축구든 공이 들어가면 점수가 난다. 그런데 야구는 사람이 들어와야 점수다. 그래서 사람이 먼저인 운동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가 야구장으로 이어지며 좋은 성적으로 나타나는 모양이다. 문득 남자도 코치나 스태프로 활동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이 감독은 “야구를 잘하려면 남자 코치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남자 코치가 팀 전체에 녹아들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남자들은 결과가 빨리 나오길 바라는 경향이 있어 우리와 결이 좀 다르다. 우리는 하나씩 만들고, 한 명씩 품고 가야 하기에 기다려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남자 코치는 쉽게 받지 않는다고 했다. 곰곰이 생각해 볼 대목이었다. 올인의 미래도 궁금했다. 올인의 올해 목표는 우승팀에게 주는 감독상이었다. 이 감독은 “집에 트로피는 자꾸 쌓이는데 감독상 트로피가 없어서 아쉽다”라고 말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었다. 중학교 때까지 리틀야구를 했던 고2인 강예윤 양이 팀 막내다. 계속 야구해서 국가대표와 메이저리거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야구는 아무리 뛰어난 투수가 있어도 모두를 삼진으로 잡지 않는 이상 동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야구는 누구 한 명이 잘해서 이길 수 있는 경기가 아니기 때문에 어렵다. 올인 선수들은 한결같이 “야구는 사람이 먼저인 운동이고, 제일 큰 매력은 함께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요즘 MZ들은 함께 해본 경험이 없어, 오히려 그걸 갈망한다니 의외였다. 젊은 여성들은 야구장에서 한 번 유니폼을 입으면 소속감, 연대감, 그리고 여기서는 안전하다는 생각까지 들어서 쉽게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올인 선수들은 일요일 아침에 눈 뜨면 무조건 유니폼 입고 야구하러 나간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ㅇ
부산–몬트리올, 예술 교류로 잇다
부산문화재단이 자매결연 도시이자 북미 대표 문화도시인 캐나다 몬트리올과 문화예술 협력 강화에 나선다. 부산문화재단은 19일 수영구 F1963 유리온실에서 2026 몬트리올 문화창조산업 사절단 방한을 계기로 ‘몬트리올 예술위원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부산 예술인의 국제교류를 증진하고, 북미 지역과 문화예술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몬트리올은 프랑스어권과 영어권 문화가 공존하는 북미 대표 문화 허브로, 공연·시각·융합·거리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간 100여 개 이상의 축제와 문화 행사가 열리는 도시다. 특히 이번 협약은 지난해 11월 취임한 소라야 마르티네스 페라다 몬트리올 시장의 첫 해외 공식 일정이어서 의미를 더했다. 협약식에는 당사자 격인 오재환 부산문화재단 대표와 나탈리 마이에 몬트리올 예술위원회 대표 외에 부산시 조유장 문화국장, 페라다 시장, 다미앙 페레이라 주한 퀘벡정부 대표부 대표, 이자벨 드쉬로 몬트리올상공회의소 대표가 배석했다. 양 기관은 협약을 통해 △예술·문화 교류 증진 △공동 제작·협력 이니셔티브 개발 △행사·레지던시 참여 촉진 △교육·훈련 교류 추진 △네트워크 접근성 확대 △ 예술적 순환·이동성 활성화 등 다양한 국제문화 예술 교류 협업을 펼치기로 했다. 소라야 마르티네스 페라다 캐나다 몬트리올 시장이 이끈 50여 명의 ‘2026 몬트리올 문화창조산업 사절단’은 지난 16일 4박 5일 일정으로 방한해 서울과 부산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몬트리올시, 몬트리올 예술위원회(CAM), 몬트리올 메트로폴리탄 상공회의소(CCMM)가 공동 주관하며 주한 퀘벡 정부 대표부의 지원을 받았다. 사절단에는 서커스 예술, 시각·디지털 아트, 영화, 음악, 연극 등 몬트리올을 대표하는 예술 단체와 창의적 기업 대표들이 대거 포함됐다. 북미 최대 공연예술 마켓인 ‘시나르’ 질 도레 총괄감독, 몬트리올 심포니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자 최대 공연장인 플라스 데아르 재단을 이끄는 마리 조제 데로셰, 세계적 공연예술지구의 실질적 설계자로 몬트리올 공연예술지구 프로그램 총괄 디렉터를 맡고 있는 에밀리 샤보 등이 이름을 올렸다. 협약 체결에 앞서 열린 고려제강 기념관(강당)에서 열린 사절단 방한 행사에선 부산문화재단 소개와 함께 전통과 현대 감각을 결합한 음악을 선보이는 부산 예술 단체 ‘탈피’의 공연이 펼쳐졌다. 행사 마무리는 해운대 누리마루 APEC 하우스로 옮겨서 부산·몬트리올 문화예술계 협력 강화와 연대 지속을 위한 네트워킹 순서로 진행됐다.
잔잔한 저 강물 아래 충절의 선혈, 봄꽃보다 붉었더라 [경북 영주시 순흥마을 슬픈 역사 엿보기]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000만 명을 지나 1300만 관객을 넘어섰다. 2000만 명에 다다를 기세다. 장항준 감독의 ‘왕사남’은 강원도 영월의 유배지로 떠난 단종 이홍위(박지훈 분)가 고을 촌장 엄흥도(유해진) 등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며 인생의 마지막 시기를 보내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눈시울을 적셨고, 영화계는 모처럼 1000만 영화 탄생에 반색했다. 영화의 여운을 잊지 못한 관객들이 실제 촬영지인 청령포를 대거 방문하면서 단종의 유배지는 관광 명소가 됐다. ‘왕사남’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단종의 숙부로서 단종 복위를 도모한 금성대군. 금성대군의 역할을 맡은 이준혁은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많은 영화 팬들을 설레게 했다. 금성대군이 단종 복위를 도모하다 죽어간 경북 영주시 순흥면에 있는 그의 신단을 찾았다. ■단종 복귀 운동의 성지, 금성대군 신단 금성대군은 세종대왕의 여섯째 아들이다. 단종의 숙부로 단종의 왕위를 빼앗은 수양대군의 넷째 동생이다. 왕위에 오른 수양대군(세조)은 평소 단종과 가까운 금성대군에게 누명을 씌워 순흥으로 유배를 보냈다. 금성대군은 당시 순흥부사 이보흠과 함께 단종 복위에 나섰고, 거사가 발각돼 이곳에서 죽임을 당한다. 사적 제491호로 지정된 금성대군 신단은 영주시 풍기읍을 지나 부석사 방면으로 소백로를 타고 가다 보면 순흥면 내죽리의 한 도로변에 자리잡고 있다. 금성대군 신단 입구는 ‘왕사남’의 인기를 말해 주듯 ‘단종 복위를 꿈꾸던 금성대군의 이야기. 영주 순흥에서 만나다’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금성대군 신단은 2개의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사주문을 들어서면 제청과 주사가 마주하고 있고, 일각문으로 들어가면 토석담장 안에 신단이 조성돼 있다. 사주문을 통과하면 신단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일각문 양쪽에 늘어선 노송이 마치 호위무사 같다. 죽어서도 단종을 모시려는 금성대군의 기백이 엿보인다. 노송의 ‘호위’를 받으며 신단에 들어서자자 넋을 잃었다. 이렇게 절제되고 소박할 수 있을까. 누렇게 변한 잔디 하나 하나에도 단아함과 정결함이 묻어 있다. 신단의 모형이 특이했다. 중앙 뒤쪽에 금성대군 신단이 자리하고, 양쪽으로 순흥부사 이보흠의 단과 순절한 선비들을 추모하는 단이 마주 보고 있다. 돌로 만든 3개의 단은 마치 품(品)자 형태를 띄며 굳건한 충절을 나타내고 있다. 금성대군 신단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영조 18년(1742) 경상감사 심성희의 소청에 의한 것으로 금성대군이 순절(1457년)한 지 285년 만이다. 이곳에 금성대군 신단이 세워진 데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순흥읍지〉 등에 따르면 홍천현감 이대근이 선영을 다녀오던 중 순흥 청달리를 지날 때 그가 탄 말이 길을 피해 비껴가는 곳이 있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이대근은 이곳이 금성대군이 피흘린 곳이라 생각했다. 그날 밤 이대근의 꿈에 금성대군이 나타나 그곳은 자신이 죽임을 당한 곳임을 알렸고, 이대근은 이곳을 봉축하고 단을 쌓아 ‘금성단’이라 했다. 이후 숙종 9년(1683) 역적의 마을로 폐허가 됐던 순흥부가 복원되고, 영조 때 지금의 신단이 마련된 것이다. 금성대군은 단종과는 달리 시신을 수습하지 못해 신단만 남아 있다. ■금성대군 신단 은행나무, 압각수 금성대군 신단을 나와 담장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 가면 엄청난 크기의 은행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금성대군 신단의 은행나무다. 잎이 오리발과 닮아 오리발나무라는 뜻의 ‘압각수’라는 이름이 붙었다. 수령은 1100년 정도로 추정되는데 높이만 무려 30m에 이른다. 이 은행나무는 순흥지역의 흥망성쇠와 함께 해 ‘충신수’로도 불린다. 언제부터인가 순흥마을 사람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노래가 있다. “순흥이 죽으면 이 나무도 죽고, 이 나무가 살아나면 순흥도 살아나네”라는 노랫말이 그것이다. 금성대군의 단종 복위 거사가 발각되면서 순흥마을 사람들은 관군의 습격을 받아 참혹하게 죽임을 당했다. 마을은 온통 불더미에 휩싸였고, 마을 인근의 죽계천은 피바다를 이뤘다. 순흥마을 전체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순흥부가 폐지될 당시 이 은행나무가 함께 말라죽었다고 전해진다. 세월이 흘러 죽었던 은행나무에서 새 가지가 나고 잎이 돋아나면서 숙종 9년 노랫말처럼 순흥부가 복원됐다. 금성대군과 순흥부가 복원될 것이란 순흥 사람들의 믿음이 실현된 것은 아닐까.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가족이 충신수에 술을 올리며 기도를 하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다. ■최초의 사액서원, 소수서원과 죽계천 금성대군 신단에서 동남쪽으로 조금만 가면 우리나라 최초의 사학기관인 소수서원을 만날 수 있다. 소수서원은 조선 중종 37년(1542)에 풍기군수 주세붕이 이 마을의 유학자 안향(安珦)의 제사를 지내기 위한 사당을 세웠다가, 중종 38년(1543)에 유생들을 교육하면서 백운동서원으로 불리게 됐다. 명종 5년(1550)에는 풍기군수 이황의 요청에 의해 ‘소수서원’으로 사액을 받고 나라의 공인과 지원을 받게 됐다. 소수서원은 2019년 7월 전국 8곳의 서원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소수서원으로 가는 수백 년 된 소나무 숲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학자수림’이라 불리는 이곳은 500년 전 과거로 안내하는 시간의 숲처럼 느껴진다. 숲을 지나 소수서원으로 들어가면 정갈함을 먼저 느낄 수 있다. 강당인 명륜당을 비롯해 학생들이 머물며 공부하는 일신재와 직방재가 있다. 서원의 배치는 강당 좌우에 대칭으로 동·서재를 두고 있는 게 일반적인데 소수서원은 현판의 이름으로 구분한다. 유생들의 낭랑한 글 읽는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소수서원 인근에 하천이 있다. 죽계천이다. 안동의 병산서원에서도 그렇듯 우리나라 대부분의 서원 앞에는 계곡이 흐른다. 공부로 지친 유생들의 몸과 마음을 쉬어가려는 것인지, 흘러가는 계곡물을 보며 자연의 이치를 깨달으려는 것인지 조상들의 지혜가 새삼 놀랍다. 잔잔히 흐르는 물이 평화롭지만 죽계천은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단종 복위 거사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순흥마을 사람들은 무참히 죽어갔고, 그 피가 죽계천을 따라 수십 리를 흘러 갔다. 피가 멈춘 순흥면 동촌1리를 지금도 ‘피끝마을’로 불리고 있다. 소수서원의 경렴정에서 죽계천을 내려다보면 ‘경(敬)과 백운동(白雲洞)’이라는 글씨 새겨진 바위가 있다. 일명 경자바위다. ‘敬’은 주세붕, ‘白雲洞’은 이황의 글씨다. 주세붕은 수장된 마을 사람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敬’자에 빨간 칠을 한 후 제를 올렸다고 한다. ■순흥 정신의 요체 선비촌과 소수박물관 영주 선비촌은 한국 유교 문화 발상지인 영주를 가장 잘 표현해 주는 곳 중 하나다. 선현들의 학문 탐구와 전통 생활공간을 재현·체험할 수 있는 교육장이다. 고택 숙박체험에서부터 떡매치기, 전통혼례시연, 천연염색, 매듭, 칠보공예와 다도·캔들체험 등 다양한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다. 매년 5월에는 이곳에서 한국선비문화축제도 열린다. 현재 보수공사 중이라 일부 관람과 체험행사가 제한적이다. 이곳을 방문할 경우 미리 연락(054-630-9700)을 해보는 것이 좋다. 선비촌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인근의 소수박물관을 찾았다. 이곳은 성리학을 주제로 선비문화를 조명한 국내 유일의 유교 전문박물관이다. 유교박물관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현대적인 건물 외부에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유교 전통의 갖가지 자료들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소수박물관은 총 4개의 전시실로 이뤄져 있는데, 성리학의 시조인 안향 선생의 생애와 주세붕과 이황으로 이어지는 소수서원 탄생 여정까지의 전 과정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 전통의 유교적 자료들을 현대적 느낌으로 배열하고 전시한 점이 인상적이다. 도슨트 도움을 받으면 보다 풍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글·사진=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특허 만료’ 줄줄이…바이오시밀러 시장 판 바뀐다
올해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잇따르면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연 매출 수 억달러에서 수십 억달러에 이르는 핵심 품목들이 독점권 상실(LOE)에 진입하며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제약사 간 경쟁이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19일 피어스파마의 ‘2026년 미국 독점권 만료 상위 의약품’ 분석에 따르면 로슈,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존슨앤드존슨(J&J), 머크(MSD), 다케다, 화이자 등 주요 글로벌 제약사의 핵심 제품들이 특허 또는 독점권 만료 시점에 도달한다. 알레르기 치료제, 항암제, 면역질환 치료제, 중추신경계 치료제 등 주요 치료 영역 전반에서 경쟁 구도 변화가 예상된다. 시장 영향이 가장 큰 품목으로는 로슈의 알레르기 치료제 ‘졸레어’가 꼽힌다. 지난해 미국 매출 약 37억 달러(약 5조 5000억 원)를 기록한 이 제품은 제형 특허까지 만료되며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일부 바이오시밀러가 이미 승인된 가운데 올해 하반기부터 시장 경쟁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다발골수종과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시장도 특허 만료 영향권에 들어섰다. BMS의 ‘포말리스트’는 연 매출 20억 달러(약 3조 원) 이상을 유지해온 핵심 품목으로 제네릭 경쟁이 예상된다. 존슨앤드존슨의 ‘옵서미트’ 역시 핵심 특허 만료를 앞두고 다수 제네릭이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당뇨병과 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에서도 경쟁 구도 변화가 본격화된다. 머크의 ‘자누비아·자누메트’는 제네릭 업체들과의 합의에 따라 오는 5월 이후 경쟁이 시작된다. 존슨앤드존슨의 ‘심퍼니’, 다케다의 ‘가텍스’와 ‘트린텔릭스’, UCB의 ‘브리비액트’, 화이자의 ‘젤잔즈’도 잇따라 독점권 상실 구간에 진입하면서 매출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허 만료가 곧바로 경쟁 심화로 이어지지 않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일부 바이오의약품은 생산 난이도와 규제 변수, 특허 소송 등의 영향으로 바이오시밀러 진입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독점권은 사라졌지만 경쟁이 제한되는 ‘지연된 시장 재편’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장기적으로 특허 만료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약 4000억 달러(약 592조 원) 규모의 의약품 특허가 만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30년까지는 블록버스터 의약품 70개를 포함해 약 200개 품목이 특허 만료를 맞아 시장 재편이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에는 시장 확대 기회가 열리고 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 경쟁에 나서며 점유율 확대를 추진한다. 업계에서는 특허 만료 이후 시장 전개가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의 출시 속도, 특허 분쟁, 보험 등재 여부가 시장 재편의 속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부산시장 경선, 주도권 경쟁 ‘점화’
초유의 항공사 기장 피살 사건 정부, 수사 결과 따라 후속 조치
가스전 맞불 폭격…이란전, 에너지 전쟁 비화
[단독] 살인 계획 위해 배달원 복장으로 수시로 아파트 드나들어 (영상)
석유화학업계 초비상… “다음 달까지 버티기 어렵다”
전재수 '출마 메시지 고심' vs 이재성 '2차 공약 발표'
[르포] 금정산국립공원, 새단장 ‘한창’…“지역관광 연계해 생태관광 프로그램 우선 개발”
두 차례 ‘결정적 위기신호’ 있었지만…울산 일가족 5명 숨진 채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