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크리스마스 시즌, 마법을 더하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눈앞에서 직접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 조직위원회는 13일과 14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제20회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이하 BIMF) 크리스마스 특집 매직갈라쇼’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의 마지막 공연으로, 2025년 연말을 마무리하는 관객들에게 마술로 펼쳐지는 환상 순간을 선사할 예정이다.지난해 처음 선보인 ‘크리스마스특집 매직갈라쇼’는 이전에 열린 적이 없는 신규 공연이지만,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단숨에 BIMF의 연말 공연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지난해 관람객의 폭발적인 수요를 감안해 공연을 추가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영화의전당과 공동 주최로 진행하는 올해 공연은 13일 오후 2시와 5시에 크리스마스특집 매직갈라쇼가 열린다. 이튿날인 14일에는 체험형 공연인 공룡애니멀쇼 시즌 2가 오후 1시와 3시에 진행된다. 날짜별로 색다른 장르와 연출이 준비되어 있어 다양한 관람객이 선택적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크리스마스특집 매직갈라쇼는 옴니버스형 환상적인 마술 공연으로 마술, 서커스, 코믹 퍼포먼스 등 다채로운 장르의 무대가 이어진다. 트로트 마술사 김민형이 진행자로 나서며 지난해 SBS 더매직스타에 출연했던 이주열과 최이안, 일본의 키쿄브라더스, 홍콩의 알버트탐, 미스테리한 국적의 마술하는 로봇 등 국내외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마술사들이 무대에 오른다. 마술사들은 각자의 개성과 스타일을 담은 다양한 퍼포먼스를 펼쳐 보일 예정이다.공룡애니멀쇼 시즌 2 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룡과 동물을 주제로 한 체험형 가족공연이다. 공룡 캐릭터가 마법처럼 살아 움직이는 가운데 신비로운 마술 연출이 결합한다. 기존 공룡 전시나 체험 프로그램과는 다른 색다른 무대가 펼쳐진다. 공룡과의 만남, 관객과 상호 작용을 하며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직접적인 참여를 통해 몰입감 높은 무대를 선보인다.13일과 14일 공연 모두 관객 참여와 체험 요소가 많아 가족 단위를 비롯해 친구, 연인 등 연령에 관계없이 관객 누구나 즐길 수 있다. 공연 입장권 구매는 YES24 티켓, 네이버, 인터파크 티켓, 놀이의 발견에서 가능하다. 축제와 관련된 자세한 일정은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 SNS(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올해 마지막 부일시네마…봉준호 세 번 울린 ‘행복한 라짜로’
영화를 사랑하는 <부산일보> 독자를 극장으로 초대하는 BNK부산은행과 함께하는 부일시네마(이하 ‘부일시네마’)가 오는 30일 시즌2 여덟 번째 상영회를 개최한다. 부일시네마는 전문가가 엄선한 숨은 명작을 매달 함께 관람하고 감상을 공유하는 행사다. 시즌2의 올해 마지막 상영작은 제71회 칸 영화제 각본상의 주인공 ‘행복한 라짜로’(2019)이다. 이탈리아 거장 알리체 로르바케르가 연출한 ‘행복한 라짜로’는 시골 마을 농장에서 일하는 순박한 청년 라짜로(아드리아노 타르디올로)가 자유를 갈망하는 친구 탄크레디(루카 치코바니)의 납치 자작극을 돕다가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작품이다. 지난 3일 멀티플렉스 등을 통해 국내에 재개봉하기도 한 이 영화는 영화인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화제작이다. 뉴욕타임스(NYT) 영화비평가 마놀라 다기스가 2018년 최고의 영화 5위로 선정했고, 봉준호 감독은 2010년대 최고의 영화 2위로 꼽았다. 특히 봉 감독은 2019년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올해 본 최고의 외국영화”라며 “이 영화를 보고 세 번 울었다”고 밝혔다. 영화는 많은 부분을 성경에서 따왔다. 주인공의 이름 라짜로도 성경의 나사로에서 가져왔다. 영화 속 은유적 요소들은 라짜로를 예수를 상징하는 인물처럼 보이게 하기도 한다. 라짜로가 사는 이탈리아 마을 인비올레타는 현대판 노예제를 운영한다. 알폰시나 후작 부인의 담배 농장에서 소작농 50여 명이 열악한 환경에서 착취를 당하며 일한다. 그 소작농들이 부려 먹는 순수한 청년이 라짜로다. 바보 같을 정도로 순박한 라짜로는 부당한 취급을 받으면서도 늘 웃는 얼굴로 지낸다. 무리하고 무례한 요구들도 순순히 들어준다. 그러던 어느 날 후작 부인의 아들 탄크레디가 마을을 찾아오고, 둘은 절친한 사이가 된다. 자유를 갈망하는 탄크레디는 마을을 벗어나기 위해 납치 자작극을 계획하고, 라짜로는 그를 돕는다. 납치 신고를 받고 마을을 찾아온 경찰은 후작 부인이 마을 사람들을 노예로 부린 사실을 알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라짜로는 홀로 남게 된다. 영화는 진정한 자유와 행복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연말에 어울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주인공 라짜로 역을 맡은 배우 아드리아노 타르디올로는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데도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됐다. 그의 순수한 얼굴과 표정 연기를 보고 나면 캐스팅 이유를 절로 납득하게 된다. 한편 부일시네마에선 영화 상영 뒤에 관람객들끼리 감상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시네마’가 이어진다. 모더레이터로는 ‘덕화명란’ 장종수 대표를 초청했다. 12월 부일시네마 상영회는 오는 30일 오후 7시 부산 중구 신창동 모퉁이극장에서 열린다. 부산닷컴 문화 이벤트 공간인 ‘해피존플러스’(hzplus.busan.com)에 접속해 회원 가입을 한 뒤 응모하면 매달 50명을 추첨해 영화관람권(1인 2장)을 증정한다. 응모기간은 오는 23일까지이며, 당첨자는 24일 추첨으로 발표된다. BNK부산은행이 후원하는 부일시네마는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오후 7시 모퉁이극장에서 열린다. 부일시네마 시즌2는 앞으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명작을 관객에게 소개한다. △‘크레센도’(2023) △‘타인의 삶’(2007) △‘너와 나’(2023) △‘퍼펙트 데이즈’(2024)가 상영될 예정이다.
프랑스 시골에서 농사 짓는 한국인 소믈리에
프랑스에서 직접 포도 농사를 지어 와인을 만드는 한국인이 있다. ‘사부아(Savoie) 농부’ 하석환 씨다. 하 씨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잘나가는 소믈리에였다. 농사를 지어 와인을 만들고 있지만 사람들이 여전히 소믈리에라고 부르는 게 거북해서 이처럼 자신을 농부로 소개한다. 그가 만든 브랜드 ‘도멘 아쉬(Domaine H)’는 이미 국내외 애호가 사이에서 주목받는 와인이 되었다. 지난달 28일 부산 해운대에 있는 미슐랭 레스토랑 ‘율링’ 스페셜 디너에서 그를 만났다. 율링 측은 일찌감치 그의 와이너리에 다녀간 뒤, 사람들에게 도멘 아쉬 와인을 추천해 온 인연이 있는 곳이다. 이날은 2024년 빈티지 새 와인과 그의 와인 병 레이블에 작품을 올린 부산의 김무디 작가를 동시에 소개하는 자리였다. 알고 보니 부산과의 인연은 오래되고 깊었다. 부산에서 소믈리에로 활동하다 부산 여자를 만나 결혼했고, 프랑스 리옹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잘 살고 있었다. 지금도 처가는 부산에 있다. 프랑스에서 직접 포도 농사를 지어 와인을 만든 이와 이날 그 와인을 함께 마셨다. 마치 만화 ‘신의 물방울’처럼 눈앞에 드넓은 프랑스의 넓은 포도밭이 펼쳐지는 것 같았다. “포도 수확 중에 비가 와서 철수하기도 했고, 비가 예보되었는데 날씨가 좋아서 속이 타기도 했다. 비를 한두 번 맞더니 포도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서 멘탈이 털린 적도 있었다. 와인을 만들면서 수많은 선택과 결정을 했다. 실수도 많았지만, 다행히 좋은 포도로 잘 자라줘서 뿌듯하다.” “처음 만든 와인을 들고 해산물로 유명한 프랑스 미슐랭 투 스타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그곳 대표와 소믈리에가 나를 와인 생산자로서 진심을 다해 존중해 주는 게 느껴졌다. 그들에게 나는 이름 없는 지역에서 와인을 막 만들기 시작한 동양의 꼬마로 보였을 텐데…. 내가 소믈리에로 일할 때가 떠올라 부끄러워졌다.” 하 씨가 자신의 SNS에 일기처럼 올린 글에는 초보 농사꾼이자 신생 와인 생산자로서의 애환이 진하게 배어 있었다. 사부아는 알프스 산맥 서부에 자리잡아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보르도, 부르고뉴, 샹파뉴 등 세계적인 와인 산지에 비하면 덜 알려졌지만 프랑스의 포도밭으로 유명하다. 에비앙 생수가 여기서 생산되니 물 맛 또한 짐작이 된다. 사부아(Savoie)를 영어식으로 읽으면 사보이,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 있는 ‘사보이 호텔’의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도멘 아쉬’ 와인을 만드는 하 씨의 포도밭 면적은 3만 3000평에 달한다. 국제 규격 축구장으로 따지면 15개에 달하는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하 씨는 평생 농사 한번 지어보지 않은 사람이었다. 늘 정장 차림으로 고급 레스토랑에서 서빙만 하다가 대체 어쩌다 프랑스에서 농부가 된 것인지 그 사연이 궁금해졌다. 하 씨는 고교 시절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 어린 나이에 다큐멘터리에 빠져, 영화 연출을 공부하고 싶어서였다. 막상 가 보니 프랑스에서는 가장 싼 술도 와인이었다. 친구들과 와인을 마시면서 자연스럽게 와인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프랑스어를 생각보다 빨리 익혀, 영화 학교 입학 전에 보르도에 있는 일 년짜리 소믈리에 과정에 들어간 게 시작이었다. 현장 실습을 위해 와이너리에 갔다가 “당신은 소믈리에를 하지 말고, 그냥 우리 와이너리에서 일하면 어떻겠느냐”라는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와인 관련해서 일할 생각이 전혀 없을 때였는데, 와인은 운명이었을까? 와인 공부는 소믈리에 일 년 과정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그다음 해에는 부르고뉴에 가서 소믈리에 과정에 다시 등록하고 공부에 매진했다. 그러자 운 좋게도(?) 와인의 길이 열렸고, 지금까지 와인 관련해서 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2012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프랑스에서 일하며 만났던 윤화영 셰프가 부산에 메르씨엘 레스토랑을 열면서 같이 해보자고 제안한 덕분이었다. 20대 후반 젊은 나이에 2년 가까이 메르씨엘 소믈리에로 일하며 너무 좋은 경험을 했다. 무엇보다 부산에서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는 큰 소득을 거뒀다. 서울보다 더 좋았고, 언젠가 한국에 다시 들어가면 부산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부산에서 전문적인 소믈리에보다 지배인 역할에 머물러야 하는 게 아쉽게 느껴졌다. 다시 프랑스에서 소믈리에 생활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있었던 곳은 한국인 이영훈 셰프가 운영하는 ‘르 파스탕’이었다. 아무것도 없이 조그맣게 시작해 프랑스에 있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으로는 처음으로 미슐랭 원 스타를 받는 감격스러운 순간을 함께 누렸다. 대신 아이들을 비롯해 가족들이 힘들어 했다. 소믈리에 일의 특성상 맨날 집에 밤늦게 들어온 탓이었다. 소믈리에 일이 좋고, 잘했고, 나이 들어서도 계속하고 싶었지만, 가족을 생각하면 지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9년 10월 소믈리에를 그만뒀고, 그 이듬해에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공부를 좀 더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부르고뉴에 있는 일 년짜리 와인 경영자 과정에 들어갔다. 실제로 와이너리를 하려는 사람들만 듣는 수업이었다. 와이너리는 농사만 지어서도 안 되고, 양조만 해서도 안 되었다. 와인병과 코르크 마개에 이르기까지 모든 걸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이었다. 사람들은 소믈리에로 일하다가 왜 갑자기 농사를 짓고 와인을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해한다. 사실 와인 종주국 프랑스에서도 소믈리에 출신 생산자는 몇 명 되지 않는다. 와인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꿈은 쉽게 꾸지만, 실제로 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 씨 역시 지금도 끊임없이 자신의 가능성에 대해 걱정과 고민을 한다. 다른 이들과 차이가 있다면 ‘내가 잃을 게 뭐가 있어’라는 말을 자주 되뇌는 것이다. 집이 있는 리옹에서 사부아까지 차로 1시간 거리라 바쁘지 않을 때는 출퇴근을 한다. 요즘처럼 포도나무 가지치기를 해야 하는 겨울철에는 와이너리에 매트리스를 깔아 두고 잔다. 수확 철에도 한두 달은 그렇게 지내니, 일 년에 절반은 와이너리에서 사는 셈이다. 포도 농사를 짓다 보니 기후 위기가 피부에 와닿는다. 프랑스의 각 지역에서는 그 기후에 어울리는 포도 품종을 생산해 왔지만 너무 더워지면서 맞지 않아졌다. 프랑스 포도 농가마다 새롭게 품종을 바꾸기 위한 실험이 한창 진행 중이다. 뒤늦게 농사를 시작한 그 역시 포도밭에 다른 종류의 나무와 식물을 함께 심어 균형 잡힌 생태계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포도로 먹고사는 사람이라면 자연을 유지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23년 첫 빈티지는 5개국에 수출했다. 2024년 두 번째 빈티지는 프랑스, 한국. 스페인, 중국 등 10개국에 나가고 있다. 중국에서는 도멘 아쉬(Domaine H)라는 이름과 레이블을 보고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를 연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나 살 수 없는 명품보다 편하게 즐기면서 더 마실 수 있는 와인을 만드는 게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전에는 태국 방콕에 처음 갔다가 부산이 많이 생각났다고 했다. 방콕에는 전 세계에서 좋다는 호텔은 다 들어와 있었고, 손님 대부분이 외국인이었다. 방콕이 그 정도로 외국인이 몰려들만한 곳일까? 방콕과 비교해 보니 부산은 훨씬 더 매력적이지만 안타깝게도 손님을 맞이할 준비가 덜 된 것 같다. 방콕은 어딜 가도 예약 사이트가 영어로 잘 만들어져 있고, 매장에도 영어 하는 직원이 있다. 방콕의 타깃은 태국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다이닝하는 친구들은 부산 경제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이제는 눈을 돌려 K컬처 바람을 타고 쏟아져 들어오는 외국인에게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음식도 맛있어야 하지만 외국인에게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편하게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부산에 있는 레스토랑들은 아직 외국인에게 많이 친절한 것 같지 않다. 프랑스를 비롯한 외국인이 부산에 오면 돼지국밥에 소주도 먹어 보고 싶지만, 하루쯤은 와인이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매력적인 도시 부산이 그런 쪽에 더 신경 쓴다면 시장이 훨씬 좋아지지 않을까. 와인의 매력은 아무리 노력해도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와인을 다 마셔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매년 새로운 가치를 들고 와인을 만드는 새로운 사람이 등장한다. 앞으로 새로운 땅에 포도밭을 일궈 와인을 만드는 한국인이 더 많이 나올 것이다. 그들을 위하여, 상떼!
일본·중국 와인 뜨는데 한국 와인은 아직 먼 길
하석환 씨는 최근 프랑스에서 일본 와인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와인 시상식인 영국 ‘디캔터 월드 와인 어워드(DWWA)’에서 최고상은 일본의 산토리가 만든 ‘도미 고슈(登美甲州) 2022’에 돌아갔다. 포도 재배에서 양조까지 100% 일본에서 생산한 와인이 이 시상식 최고상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 게다가 일본 와인은 주로 지구온난화 영향을 덜 받는 야마나시현 고슈시(市) 고유종 포도 ‘고슈’로 만든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하 씨는 또 “이번에 상하이에서 중국 와인을 마셔 보니 10년 전에 비해 너무 좋아졌다. 심지어 중국 와인이 일본보다 더 좋다고 느낄 정도였다”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와인 소비국 이미지를 탈피해 닝샤나 윈난 등 주요 산지를 중심으로 와인의 품질을 끌어올리며 국제 콩쿠르에서 잇따른 수상과 수출로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에 비하면 한국은 아직 주요 와인 생산국 순위에 들어 있지 않다. 그는 “한국의 생산자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만 세계와 차이가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어떤 방법으로든 한국의 와인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 주의 새 책] 내란의 밤, 시민의 기록 外
■내란의 밤, 시민의 기록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27분, “비상계엄 선포”라는 한 문장이 한국 사회를 흔들었다. 그날 밤 국회로 달려가 내란 군을 막아 낸 시민 313명의 증언을 기록한 책이다. ‘진실의 힘’이 2025년 2월부터 7월까지 313명을 면담하고 A4 용지 1만여 장의 녹취록을 분석해 만든 최초의 시민 역사책이다. 강문민서, 송소연, 조용환 지음/진실의힘/448쪽/2만 2000원. ■폭군 어떻게 미치광이 통치자는 권력을 장악하고 나라를 집어삼키는가. 우리는 왜 뻔뻔하고 이기적인 지도자에게 끌리는가. 오늘날 가장 저명한 셰익스피어 연구자이자 퓰리처상 수상에 빛나는 저자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통해 폭군의 정체를 해부한다. 셰익스피어의 예리한 통찰을 발견할 수 있다.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김한영 옮김/까치/256쪽/1만 8000원. ■나의 물맷돌은 다윗의 그것이니 호세 마르티는 라틴아메리카의 대표적 지성이다. 사망 100주년이 되는 1995년 유네스코는 ‘호세 마르티 국제상’을 제정했고, 평생 디아스포라로 살며 길 위에서 쓴 시와 산문, 연설, 번역 등 그가 남긴 모든 기록은 2005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그의 산문선 집이다. 호세 마르티 지음·김수우 옮김/글누림/304쪽/2만 원. ■제인 오스틴을 처방해드립니다 70세에 졸혼 선언, 시골집에 10년 칩거, 6권의 제인 오스틴 작품 다시 읽기, 88세에 박사학위, 90세에 책 출간. 이 책은 제인 오스틴 소설 다시 읽기를 통해 자기 삶을 되찾은 90세 여성의 독서 회고록이다. 저자는 잃어버린 자신을 회복하는 치유법으로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선택했다. 루스 윌슨 지음·이승민 옮김/북하우스/416쪽/1만 9800원. ■우리는 왜 가짜 정의에 열광하는가 개인의 심리 문제와 한국 사회의 인과관계를 밝히고 주류 심리학의 한계를 날카롭게 비판한 사회심리학자 김태형이 이번에는 ‘정의’를 주제로 한국 사회의 마음을 진단한다. 한국 사회에 범람하는 다양한 정의론의 배경과 지향점, 비판점을 분석하고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가 진정한 정의로 나아갈 수 있는지 제시한다. 김태형 지음/갈매나무/272쪽/1만 9000원. ■건축 너머 비평 너머 저자는 유명한 건축 비평가이다. 건축의 역할과 가치에 관한 질문을 전면에 두고, 한국 현대 건축의 다양성과 건강함을 펼쳐 보인다. 역사성과 현장성을 녹여낸 비평, 130여 컷의 이미지와 도면, 논리적 이해를 이끌면서도 정서적 공감을 일으키는 서술을 통해 한국 현대 건축을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있다. 배형민 지음/한밤의빛/356쪽/2만 4000원.
[잠깐 읽기] 일곱 도시 미술관의 그림 이야기
여행지에서 만나는 미술관은 어떤 의미일까. 언젠가부터 많은 사람들이 출장이나 여행 중에 그 도시를, 그 나라를 대표하는 미술관에 발길을 멈춘다. 아예 미술관에 가기 위해 여행하는 이들도 생겨난다. 미술관의 작품들은 한 도시가 지나온 역사와 사건부터 당시의 사회상과 트렌드, 작가의 인생과 철학까지 여러 겹으로 품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오그림은 자신이 운영하는 아트살롱 오그림의 대표이기도 하다. 그는 책에서 ‘세계의 미술관과 아트페어 현장에서 작품 너머의 이야기를 꺼내며 예술을 통해 삶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표현했다. 문명의 발상지 이집트의 카이로와 룩소르에서 시작해 르네상스의 심장인 이탈리아 피렌체, 예술의 수도인 프랑스 파리, 제국의 황금빛 흔적을 품은 오스트리아 빈, 서양 예술을 수집하고 재해석해 낸 일본 도쿄, 현대미술의 중심지 미국 뉴욕을 직접 여행하며 느낀 감상과 유명 작품에 대한 설명을 친절하고 상세하게 풀어내고 있다. 고대미술부터 중세, 르네상스를 거쳐 현대미술까지 훑어 냈다. 특별한 점은 개별 작품이나 사조를 해설하는 딱딱하고 단편적인 관점에 머무르지 않고, 작품이 놓인 장소가 가진 역사적 의미를 비롯해 당시 사람들의 경험이나 소망,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예술가가 겪은 사건 등을 잘 버무렸다는 데 있다. 마치 전문 도슨트가 옆에서 조곤조곤 알려주는 것 같은 느낌! 만약 그림이 여전히 어렵고 미술관이 부담스러운 이들이 있다면, 이 책과 함께 유명한 예술도시를 여행하며, 미술관과 작품에 담긴 이야기에 보다 편안하게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예술을 통해 도시를 읽고, 도시를 통해 역사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얻고, 언젠가는 그곳으로 떠나야겠다는 계획을 품게 될지도…. 오그림 지음/크레타/416쪽/2만 2000원.
[잠깐 읽기] 밀양 작원관 전투를 아십니까?
역사적 사실과 문학적 상상을 결합한 역사 판타지 소설은 출판가에선 꽤 인기 있는 장르이다. 특히 대다수 국민이 아는 유명한 역사 인물, 혹은 역사적인 사건이 주요 소재가 되면 플러스 점수를 얻는다. 그런데 유명한 인물도 없고 심지어 우리 역사에 이런 전투가 있었는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인 사건을 주요 소재로 했다. 나라의 수도도 아닌 지방에서 일어난 일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작가의 자부심이 제대로 느껴진다. <임란, 삼백 감꽃>은 임진왜란 당시 밀양시 삼랑진읍 작원관에서 왜군과 싸웠던 전투를 주요 줄거리로 택했다. 작원관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은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밀양 작원관은 조선 시대 서울에서 부산을 잇는 영남대로에 자리 잡고 있었다. 고려 시대부터 왜적의 침공을 방어하던 곳으로 고려 고종 때 지어졌다. 평상시엔 영남대로와 나루를 통해 드나드는 사람들과 화물을 검문했고, 유사시엔 군사요충지 기능을 했다. 이 작원관에서 임진왜란 발발 초기 엄청난 전투가 벌어졌다. 임진왜란 첫날 부산진성이 함락되고 이튿날 다대진성과 동래성마저 적의 수중에 떨어지며 왜군은 한양을 향해 빠르게 진격한다. 동래성 함락 소식을 들은 박진 밀양 부사는 작원관에 300여 명의 군인과 백성을 모아 왜군과 결사 항전을 벌인다. 3~4일이나 왜군의 발을 묶었고 결국 한양 백성들의 피난 시간을 벌었다. 저자는 작원관 300 용사를 페르시아 대군과 싸운 스파르타 용사와 연결하며 치열한 전투 속 인간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풍부한 상상력과 액자식 구성 덕분에 독자는 당시 전투를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이준영 지음/좋은땅/196쪽/1만 6800원.
소소한 일상부터 경제 변화상까지… 중동을 이해하는 첫걸음
카를로스 알카라스와 얀니크 신네르 등 세계 남자프로테니스협회(ATP) 최상위급 선수들이 참가하는 투어의 랭킹 네이밍 스폰서 자리엔 PIF라는 기업명이 붙어 있다. ATP뿐만이 아니다. WTA(여자프로테니스협회) 랭킹 스폰서 역시 PIF다. 단순히 번역하자면 ‘공공투자펀드’인 PIF는 흔히 사우디 국부펀드로 불린다. 1971년 설립된 PIF는 원유 수입을 기반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 다각화와 글로벌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회장을 맡은 뒤부터는 국가 미래 전략인 비전 2030을 주도하며, 글로벌 스포츠·엔터테인먼트 기업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골프와 테니스 후원을 비롯해 프리미어리그 구단 인수 등이 잇따르자 일각에서는 국내 인권 문제를 희석하기 위한 ‘스포츠 워싱’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요즘 중동이 화두라고 한다. 스포츠팬들만의 시각은 아니다. 경제 분야에서도 이곳과 관련된 이슈가 매일 쏟아진다. 지난달엔 이재명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해 이색적인 환대를 받는 모습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절반 이상이 집중된 곳. 우리나라 수입 원유의 70% 이상이 나오는 지역이자 네옴시티 건설을 통해 탈석유시대를 대비하는 곳, 인공지능과 스포츠 외교의 중심으로 성장하는 이곳, 중동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전처럼 전쟁이나 분쟁, 유가 논란이 전부인 막연한 느낌의 이국은 이제 놓아주자. 그곳 사람들의 삶과 문화, 경제, 그리고 미래 비전까지 현재의 진짜 중동으로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가까운 중동>의 저자는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경제신문 기자로 경력을 쌓던 그는 30대 중반에 두바이로 훌쩍 떠나 현재 에어버스 A320 조종사로 하늘을 날고 있다. 책은 기자 출신 조종사인 저자가 현지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한 ‘중동의 속살’을 소개하는 리포트인 셈이다. 중동에선 아랍어 한마디 못 해도 살 수 있을까?(UAE는 사실상 영어 공용 국가) 라마단 기간에는 정말 물 한 모금도 마시면 안 될까?(기본 예의와 눈치만 장착하면 문제없음) 일부다처제는 여전히 그들의 전통으로 남아 있을까?(젊은 세대는 기피 추세) 등 단순하지만 당장 떠오르는 궁금증부터 하나하나 속 시원히 알려준다. 인류 공동 관심사인 음식에 관한 부분도 재미있다. 무더운 사막 기후에서 오랜 유목 생활을 해 온 그들이 높은 열량을 손쉽게 보충하고 음식 부패도 막는 방법으로 만든 게 설탕을 쏟아부어 다디달게 만든 디저트라는 분석을 읽다 보면 ‘두바이 초콜릿’이 왜 인기인지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1부가 생활인으로서 들려주고 싶은 내용 위주라면, 2부 ‘중동, 우리가 몰랐던 세계’에서는 정치와 경제, 국가 간 역학관계 등 경제 전문가로서의 날카로운 분석과 식견이 돋보인다. 특히 최첨단 스마트시티 건설과 친환경 에너지 개발, IT산업 육성에 역량을 모으며 경제 구조를 재편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파트너십을 준비하는 기업은 물론이고 미래를 열어갈 청년세대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 보인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중동을 제대로 알자’쯤 될 것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중동이 단순히 우리의 석유 수입처가 아니라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갈 동반자라는 생각부터 갖자고 친절히 호소한다. 원요환 지음/산지니/256쪽/2만 원.
'백건우 & 이 무지치' 부산콘서트홀에서 첫 협연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이탈리아 명문 현악합주단 ‘이 무지치’(I Musici)가 오는 15일 부산콘서트홀에서 첫 협연 무대를 갖는다. 이번 공연은 ‘거장과 전설의 조우’를 콘셉트로, 한국 클래식의 현재와 유럽 바로크 전통이 맞닿는 프로젝트로 기획됐다. 백건우와 이 무지치는 오랜 시간 음악적 탐구와 숨겨진 명곡의 발굴을 이어 왔으며, 공통된 예술 철학을 바탕으로 이번 부산콘서트홀 무대를 준비했다. 백건우는 1956년 데뷔 이후 깊이 있는 해석과 폭넓은 연주곡(레퍼토리)으로 70년 가까이 세계 무대에서 활동해 온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다. 함께 무대에 오르는 ‘이 무지치’는 1951년 로마에서 창단된 세계적 합주단(앙상블)으로, 비발디의 ‘사계’를 세계적인 연주곡(레퍼토리)으로 만든 주역이다. 또한, 코렐리·제미니아니 등 이탈리아 바로크 작품뿐만 아니라 엔니오 모리코네, 류이치 사카모토 등 현대 작곡가들의 작품까지 발굴하여, 폭넓은 레퍼토리를 보유한 세계 최고의 앙상블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공연은 바로크부터 현대 협주곡까지 풍성한 곡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폴란드 현대음악의 거장인 헨리크 구레츠키의 ‘피아노 협주곡 작품번호 40’을 한국 초연으로 선보인다. 이 외에도 제미니아니의 ‘합주협주곡 D단조 H.143 ‘라 폴리아’, 레스피기의 ‘옛 노래와 춤곡 모음곡 3번 피(P).172’,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A장조 K.414’를 들려준다. 또 쇼스타코비치의 ‘2대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5개의 소품’, 버르토크의 ‘루마니아 민속 춤곡 에스제트(Sz).68’ 등 명곡들을 연주한다. 클래식부산 박민정 대표는“이번 공연은 클래식 음악의 깊은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만나는 귀중한 무대로, 부산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음악적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15일 오후 7시 30분 부산콘서트홀. R석 11만 원, S석 9만 원, A석 7만 원, B석 5만 원. 예매 부산콘서트홀 홈페이지 또는 놀(NOL) 인터파크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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