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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욕심 덜어내니 이야기 살아나, 19금 코미디 속 작은 울림"

“이번에는 덜 보여주고 덜 말하려고 했습니다.”하정우는 지난 3일 개봉한 자신의 네 번째 연출작 ‘윗집 사람들’을 설명하며 이렇게 운을 뗐다. 올해 주연작 ‘브로큰’을 시작으로 출연과 연출을 겸한 ‘로비’에 이어 세 번째 작품을 선보이는 하정우는 “이렇게 개봉이 몰릴 줄 몰랐다”며 “개봉한 게 아니라 개봉을 당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하정우는 “웃음의 결 안에 관계 회복이라는 드라마가 숨겨진 작품”이라며 “표면적인 19금 코미디로만 소비되는 작품이 아니길 바랐다”고 했다.이 영화는 스페인 영화 ‘센티멘탈’을 원작으로 한다. 아랫집 부부와 윗집 부부가 한 식탁에서 나누는 대화를 통해 관계의 균열과 회복을 그리는 작품이다. 하정우는 이 작품의 메가폰을 잡은 동시에 윗집 남자를 연기해 작품을 진두지휘한다. 그가 ‘롤러코스터’ ‘허삼관’ ‘로비’에 이어 네 번째 연출작을 준비하며 가장 신경 쓴 건 ‘욕심 덜어내기’다. 하정우는 “전작에서는 보여줄 수 있는 만큼 다 보여주려 했던 것 같다”며 “이번엔 최대한 그러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등장인물이 네 명이고, 배경은 하나의 공간뿐인 ‘윗집 사람들’에선 캐릭터와 이야기의 밀도를 우선했단다. “적게 보여줄수록 더 집중력이 생긴다는 걸 알았어요. 대사 톤과 리듬, 관계의 온도를 세밀하게 조정하며 시나리오를 설계했죠. 원작의 담백함은 지키되, 한국 관객이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도록 우리만의 결을 덧입히는 것이 과제였어요.”이번 작품은 ‘철저히 준비하고 끝없이 수정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하정우는 배우들과 주 5회, 오전 8시에 모여 수 개월간 반복해서 대본을 읽었다. 주연 배우 일정이 맞지 않을 땐 음색이 비슷한 리딩 배우를 따로 섭외해 장면마다 호흡을 점검했다. 코미디 감각을 보완하고 ‘말맛’을 살리기 위해선 엄지윤, 곽범, 이창호 등 코미디언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하정우는 “전작에서 공감을 얻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며 “그래서 이번에는 한 문장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말이 가진 리듬이 살아야 캐릭터들의 티키타카와 호흡이 살아난다고 생각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지만, 영화의 맛을 살리고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를 잘 표현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연기와 연출을 동시에 맡은 고충도 있었다. 하정우는 “이번엔 숨을 곳이 없었다”고 말하며 “캐릭터의 과감함과 배우들의 리듬에 맞추고, 또 연출자로서 전체의 톤을 잡아야 하는 일이 동시에 있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출연을 안 하려고 했다”며 “작품을 진행시키는 과정에서 직접 출연을 하기로 했고, 두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작품 덕분에 연출자로서도 새로운 감각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욕심을 덜어내고 나니 오히려 이야기의 밀도와 호흡이 살아나더라고요. 그걸 배우들과 함께 확인하는 과정이 즐거웠어요.”하정우는 ‘윗집 사람들’을 “순수한 마음으로 바라본 영화”라고 표현했다. 후반 작업 내내 작품을 반복해 보면서도 피로감을 느끼지 않은 점이 그 마음을 증명한다고 했다. 그는 “관객이 이 영화를 웃음으로만 소비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관계가 부딪히고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과정에서 작은 울림 하나라도 가져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짧게 덧붙였다. “관객이 영화를 보고 눈물을 찔끔하는 거요, 그 정도면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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