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우환 공간서 소통한 여백의 미술과 침묵의 음악
“눈 깜짝할 사이에 10년이 지났네요. ‘이우환 공간’이 부산문화에, 특히 현대성을 심는 데는 하나의 암시적인 장소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단순히 전람회만 보는 게 아니라 이번처럼 음악회도 열고, 때에 따라선 강연회를 한다거나 춤이라든지 다른 것도 함께할 수 있으면 좋다고 봐요. 여러 가지 현상을 보일 수 있는 장소로도 활성화되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립미술관의 본관 활동이 더욱 다이내믹해져야 하겠죠!”한국 최초로 부산에 문을 연 ‘이우환 공간’ 10주년을 맞아 부산시립미술관이 마련한 ‘보는 소리, 듣는 빛’ 기념 연주회에 맞춰 부산을 찾은 세계적인 작가 이우환(89)을 <부산일보>가 단독으로 만났다. 인터뷰는 14일 오전 파라다이스호텔 로비 라운지에서 이뤄졌다. 아흔을 바라보는 이우환 작가가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가진 건 실로 오랜만이다.경남 함안 태생의 이우환은 1960년대 말 ‘모노하’(物派)의 이론적 형성에 깊이 관여했다. 모노하는 돌·나무·흙·철판·유리·종이 등 일상적이고 비가공적인 재료를 사용해 관계와 만남의 의미를 찾는 일본의 미술 운동이다. 1970년대 실험미술과 단색화의 전개 과정에도 의미 있는 영향을 미쳤다. 현재 한국 생존 작가 중 가장 영향력이 크고, 미술 시장에서도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공인된 현대 미술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미술품을 넘어 서구 중심의 인식 틀을 넘어선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기에,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미술관에서 대규모 전시를 잇달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작가는 이번 인터뷰에서 음악과 미술의 융합, 예술철학, 그리고 고향 부산의 문화 역할 등을 강조했다.■작곡가가 꿈이었던 ‘소년 이우환’이우환 작가를 좀 안다는 사람은 안다. 그가 음악에도 얼마나 조예가 깊고 사랑하는지. 실제로도 그는 젊은 시절 음악 특히 작곡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작곡가가 되기를 희망했다. 그런데 ‘음악 콤플렉스’ 이야기를 꺼냈다.“어릴 때 시골에서 자라서 서양 고전음악을 접할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대여섯 살인가 옆집에 삼촌이 살았는데 레코드판이 많아서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심포니를 들었거든요. 중학교(경남중)에 진학하면서 부산에 왔는데 그땐 축음기가 아닌 직접 음악을 들으면서 촌놈이 쇼크를 받은 거죠. 다른 친구들은 이미 피아노도 치고, 바이올린도 켜는 거예요. 저는 늦어도 한참 늦었다 싶었어요. 그 후로 음악이 가까워진 게 아니라 되레 멀어졌어요.”결국, 작곡가의 꿈은 포기했지만, 그는 음악을 떠나지는 못했다. 예술적 위상이 이미 확고한 ‘대가’의 반열에 올라선 지금도, “정수를 응축하고 새로운 울림을 만든다”는 그는 작업할 때 바흐 음악을 틀어놓곤 한다. “바흐 음악을 제일 좋아하는 건 아닌데 가장 걸림돌이 없어요.” 말뜻을 알 듯 말 듯했다. “작품을 할 때 듣는 곡은 바흐가 많긴 합니다. 배경 음악으로 쓰는 건 아니지만 거기에 빨려 들어가는 것보다는 그냥 틀어놓고 지나가는 식으로 듣는 편인데 치고 들어오지 못하니까요.” ‘걸림돌 없는’ 곡으로 듣는 바흐라니 새삼 놀랐다.■기호학과 언어학을 불신하는 이유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도 분명했다. “저한테 음악은 어떤 의미에선 언어를 넘어선 언어예요. 문학 소년이기도 했으나 설명과 해명에 한계를 인식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서사를 넘어서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에 대한 관심이나 흥미가 컸어요. 기본적으로 언어를 사용하지만, 언어를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려면 제일 가까운 것이 시각적이거나 청각적인 표현이었어요. 지식은 도구일 뿐, 직접 보는, 듣는 현상이 깊이와 멀리 나아가는 길입니다. 철학도 약간 배웠지만 기호학이나 언어학에 대해서는 불신이 대단히 많아요.”기호학이나 언어학에 대한 불신은, 그의 예술 철학 핵심인 ‘모노하’(物派)와 ‘관계항’(Relatum)의 개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서양 근대 이후의 예술 이론에서 언어학이나 기호학은 예술 작품을 ‘의미를 담는 기호’로 보고, 작가의 의도나 사회적 메시지를 해석하는 틀을 제공했다. 그러나 이우환은 이를 거부했다. 그의 작품은 작가의 감정이나 사상을 담는 도구가 아니라, 가공되지 않은 사물(돌, 철판 등) 그 자체의 존재를 드러내는 행위라는 것이다.■음악의 ‘침묵’-미술의 ‘여백’이 통하다전날 이하느리 작곡가의 신작 ‘스터프(Stuff) 3번: 이우환의 정원’을 이야기하면서 나온 ‘침묵’ 이야기가 생각나서 더 자세하게 설명을 부탁했다. “기본적으로는 음악은 침묵이 중요하다고 봐요. 침묵에서 시작해서 침묵을 깨트리는 걸로 끝이 나는 것처럼요. 대표적인 것이 베토벤 교향곡 5번(운명 교향곡)이잖아요. 바흐도 마찬가지예요. 그것은 아무것도 없는 데도 쑥 나왔다가 쏙 꺼지는 그런 느낌 같은 거죠. 그런데 100% 소리가 없는 공간은 불가능합니다. 물리학적으로 ‘순수 진공’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요. ‘순수’란 인간이 만든 관념적 허구에 불과해요. 완전한 백색, 완전한 무(無), 절대적 침묵, 이런 것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고, 인간이 상상으로 설정할 수 있는 ‘개념적 공간’일 뿐이에요.”‘침묵’이 실제로 소리가 전혀 없는 상태가 아니라, 의식이 ‘무언가를 들을 수 있는 상태’로 정돈된 지점을 뜻한다면, 그의 회화나 설치 작업의 빈 공간도 사실은 비어 있는 듯하지만, 관계의 긴장과 잠재적인 움직임이 가득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한 것이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미술에서도 침묵을 다루는 작가가 있고, 그렇지 않은 작가가 있잖아요. 문학처럼 서사적으로 하면 침묵이 끼어들기 힘들지만, 오늘날은 억지로라도 말을 끊고, 잠깐 침묵에 설 필요가 있다는 말이죠. 요샌 정보도 넘치고, 잡음도 많으니까요. 아무튼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역시 침묵에 개입해서 뭔가 다시 듣고 보는 것인 만큼 그런 계기를 만드는 역할이라고 봅니다.” 음악의 침묵 역할이 결국 미술의 여백과 다르지 않음을 강조한 것이리라.■“부산 문화 보완하는 현대미술 공간” 되길개관 10주년을 맞은 ‘이우환 공간’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동안 ‘이우환 공간’은 상설 전시장치고는 이례적으로 관람객이 많은 편이라고 한다.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장은 시립미술관 본관 리모델링 공사로 올해 관람객은 다소 저조했지만, 기획전이 아닌 상설 전시장에 연평균 10만 명 관람객은 적지 않은 숫자라고 강조했다. 작가는 오히려 “기존 전시뿐 아니라 음악, 무용, 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연계해 좀 더 활성화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10년 전 ‘이우환 공간’이 부산에 들어서게 된 취지를 따지자면 그럴 만했다.“미술관을 만들고 싶다는 부산시 제의를 받고 처음에는 거절했어요. 당시 부산시립미술관 조일상 관장이 신옥진 공간화랑 대표와 일본까지 와서 설득하는 바람에 결국은 수락했지요. 부담이 안 갈 정도로 하자 싶었는데 일이 자꾸만 커졌어요. 처음엔 방 4개 정도 생각했다가 그걸론 건물이 안 된다고 해서 키웠어요. 부산은 내 고향 같은 곳이니까 기왕 하려면 제대로 된 공간을 만들어야 되겠다 싶기도 했어요. 당시만 해도 부산은 서울과 비교해도 문화가 풍성하다고 생각하기 힘들 때였으니까요.”작은 바람을 보탰다. ‘이우환 공간’이 본관·별관 시스템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대해서 기획전과 상설전의 장단점을 합치면 좋겠습니다. 부산 문화의 현대성을 부여하는 역할에 공간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내년 뉴욕 ‘디아 비컨’에도 상설 코너 생겨최근 국내외에 잇따라 들어설 움직임을 보이는 이우환 미술관 혹은 상설 전시관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그러자 “아직은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지만, 내년 5월 미국 뉴욕의 한 미술관에 이우환 상설 코너가 생긴다는 반가운 소식은 전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미술의 성지로 소문난 ‘디아 비컨’(Dia Beacon)은 그동안 미국계 일본인 외에 아시아 작가에겐 한 번도 문호를 개방한 적이 없었는데 이우환 코너를 만든다는 것이다. 2003년 개관한 디아 비컨은 소장품의 핵심이 바로 1960~1970년대 작품들이며, 당시 뉴욕 맨해튼의 화랑가와 함께 이 시기 예술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이우환 작가는 올해 5월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의 회화 작품 8점(‘점에서’, ‘선으로부터’, ‘바람과 함께’ 시리즈 등)을 디아예술재단에 기증한다고 발표했고, 내년 봄(5월 8일 예정) ‘디아 비컨’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2019~2021년에도 이우환 작가는 ‘관계항’(Relatum) 시리즈 조각 작품을 ‘디아 비컨’에서 전시한 바 있다.■독일 ‘볼프강 한 미술상’ 수상 소식도이우환 작가는 최근 독일 쾰른 루트비히 미술관 현대미술협회가 수여하는 제32회 볼프강 한 미술상(Wolfgang Hahn Prize)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의 작품은 내년 11월 7일~2027년 4월 4일 약 5개월간 루트비히 미술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1994년 제정된 볼프강 한 미술상은 유럽에서 가장 권위 있는 미술상 중 하나로,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며 개념 기반 작업을 펼친 현대미술가들에게 수여한다. 이우환 작가는 한국 작가로는 양혜규 작가(2018년 수상)에 이어 두 번째로 수상했다.“독일은 유럽에서 저한테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어요. 1974년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할레에서 열린 ‘일본: 전통과 현재’라는 전시에 제 작품이 8점인가 소개되면서 세계 무대로 도약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그 이후 전람회 초대가 급격히 늘어났어요. 당시만 해도 쿤스트할레는 작가들의 유럽 등용문이었으니까요. 지금도 독일에 제 팬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고요.”내년 루트비히 미술관 전시는 그리 크진 않을 거라고도 했다. “2023년 하반기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개최한 베를린 회고전(함부르크 반호프-국립현대미술관 개최)이 역대 최대 규모라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루트비히 전시는 그리 크지는 않을 겁니다.”■평생을 ‘돌을 찾아다닌’ 작가역대급 전시 베를린 회고전 이야기가 나와서 뜬금없지만 돌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유럽 전람회 때마다 돌을 구하는 걸 힘들어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나서였다. 그에게 돌은 “평생을 찾아다닌” 어떤 것이다. 그의 전시에서 빠져선 안 되는 것이기도 하다. 전시가 이어지는 한, 그는 단단하고, 중량감이 있고, 성격이 없는 그런 둥그스름한 모양새의 돌을 찾아다녀야 하는 숙명인 것이다.“어떻게든 돌을 찾아내지 않으면 전람회를 열 수가 없으니까요. 나만큼 돌을 찾아서 평생을 헤맨 사람은 없을 겁니다. 옛날 아티스트는 아틀리에에서 작업만 하면 되지만, 지금은 쫓아다녀야 하고, 현장에 있어야 하고, 많은 사람과 접촉한다거나 대화한다거나 활동력이 좀 있어야 하는 현대, 그러니까 우리라는 퍼포먼스 시대잖아요. 그러니까 그냥 ‘에헴’하고 한자리에 앉아서 작품 해서 내면 되는 그런 시대는 아니에요.”유독 기자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작가여서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의외다 싶어서 질문을 이어갔다. “내가 말도 약하고 마이너한 부분이 많은데 그래도 애를 써서 쫓아다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익숙지 않고 서툴고 뭔가 껄끄럽고 잘 안되는 데만 찾아다니는 게 제 평생이지요.” 하지만 그 만남은, 따지고 보면 ‘관계항’에 대해 작가가 직접 언급한 “나의 관심은 이미지나 물체의 존재성보다 만남의 관계에서 오는 현상학적인 지각의 세계에 있다”로 이해해야 할 듯싶었다.■‘그리지 않은 것도 회화’…여백의 예술로‘만남’ 이야기는 그의 예술 세계를 관통하는 ‘여백의 예술’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는 여러 화가의 화면 속에 보이는, 그저 빈 공간을 여백이라고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평소 작가는 “자기와 타자와의 만남에 의해 열리는 여백”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작가가 생각하는 여백에 대해 물었다.“여백이 있는 게 아니고 여백은 어떤 현상에 의해서 나타나는 공간이나 시간감이에요. 그저 비어 있는 건 아무 생명력이 없어요. 여백의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한, 그러니까 뭔가 울림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니까 여백은 선험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고, 무언가에 대해서 이루어질 때 그게 퍼져서 하나의 울림이 생기고 파장이 생긴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그러면서 독일 출신의 화가이자 사진가로, 전후 독일 미술과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에 큰 영향을 미친 지그마 폴케(Sigmar Polke)라는 작가가 들려준 이야기를 전한다. “지그마 폴케는 개인적으로도 친한 작가였는데 그가 언젠가 제게 이런 말을 했어요.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느냐고. 게르하르트 리히터라는 동시대 최고의 작가가 있는데, 그가 추상도 하고 구상도 하고 별짓을 다 해 봤는데 딱 하나 안 해 본 걸 네가 하고 있는 것이라고요.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느냐고 했더니 ‘그리지 않는 부분’, 즉 여백과도 통하는데, 그리지 않는 부분을 남기면서 그린 것의 일부와 그리지 않는 부분이 조인트 되면서 하나의 회화성을 나타낸다고 말입니다.” ‘그리지 않은 것도 회화’라는 말이 여백의 예술로 연결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우환 예술의 특징을 아주 잘 지적한 대목이기도 했다.■고독은 사유로 이어지는 과정, 꼭 필요이우환 작가는 한국에서 태어나 이십여 년간 자랐고, 그 뒤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60여 년을 살고 있으며, 그동안 50여 년을,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를 뛰어다니며 보내왔다. 아직도 ‘중간자’라는 생각이 드는가 싶었다. 그래서 늘 고독했다는 그가 아직도 같은 생각인지 물었다.“기본적으로 예술가는 고독한 거예요. 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는다거나 자연과도 만나지만 결국은 한 바퀴 되돌아가는 습관을 만들고, 그것이 하나의 발효, 성숙 그러니까 되돌아설 수 있는 위치, 접점을 생각하니까 사람은 고독 안 할 수가 없어요. 그래야 정리가 되고, 자기가 뭘 알고 뭘 모르는지도 생각하게 되니까요. 사유라는 말이 있듯이 뭔가 되씹고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차원이 필요한 거잖아요. 괜히 외롭다고 고독이 아니라 한 바퀴 한 바퀴 돌면서 돌아올 수 있는 접점을 소중히 여긴다는 게 고독인 거죠.” 디아스포라(Diaspora) 관점에서도 그는 흥미로운 존재였다. 그는 “반도 국가 출신으로, 오랫동안 떠돌다 보니 거꾸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드는 것”이라고. 그와 이야기할수록 점점 철학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우환 작가는 서울대 미술대학 회화과에 1956년 입학한 후 중퇴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니혼대학(日本大學) 문학부 철학과를 졸업했다.■나와 타자, 나와 외부와 관계성이 중요2022년 프랑스 아를의 고택을 안도 다다오가 개조한 ‘이우환 아를’ 개관 전후로 이우환 재단도 출범했다. 혹시 아카이빙센터를 국내에 만들 의향은 없는지 확인했다. “오랫동안 유럽을 왔다 갔다 하다 보니까 나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미국이나 유럽에 많아요. 일부는 일본에도 있고요. 한국에서도 제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분이 많고, 아카이빙 이야기를 꺼내는 곳도 있는데, 그분들이 제 전시를 얼마나 봤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저는 압도적으로 유럽 활동이 많아요. 글도 마찬가지고요. 국내에선 아마 쉽지 않을 겁니다.”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들려달라고 했다. 꽤 긴 말을 했지만 그대로 옮겨본다. “오늘날은 정보가 발달하고 인공지능(AI) 존재감이 엄청 커진 시대인데 그건 그것대로 중요한 이슈이고 우리 생활이 빠르고 편리하도록 도와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으로 전체가 대체되는 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내가 생각할 때는 나와 타자, 나와 외부와 관계성이 중요해요. AI는 답만 찾아요. 관계는 상관없어요. 하나의 작업이나 어떤 해프닝이나 퍼포먼스를 통해서, 어떤 현상을 통해서 우리가 삶을 확인하고 다른 미지를 바라보는 차원이 중요합니다. 답만 받으면 된다는 식의 일방통행이 아니라 우리가 거기서 빼앗기는 시간이라든지 과정이라든지 경험이라든지 이런 걸 되찾아야 해요. 그 많은 연계성 속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이 되길 바라요. 그래야 닫혀 있는 것이 아니고 열려 있는 표현이 될 테니까요. 우리는 형이상학이 약해요. 그냥 내뱉는 게 아닌 한 바퀴 두 바퀴 돌려 씹어서 내놓아야 합니다. 메타포, 은유에 대한 더 적극적인 시도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KNN 드라멘터리 ‘사라진味(미)’ 방송대상 3관왕
KNN의 드라멘터리 ‘사라진味(미)’가 한국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방송대상을 수상하며 올해 ‘한국방송 대상 3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사라진미(味)’는 지난 12일 서울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한국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방송대상 시상식에서 ‘지역발전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지난 4월 한국PD연합회의 한국PD대상 지역 정규 부문 작품상, 9월 한국방송연합회가 주관하는 한국방송대상 지역 교양TV 부문 작품상에 이어 이번에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방송대상까지 수상하며 지역 드라마 장르 최초로 ‘한국방송 대상 3관왕’을 석권했다. 제작 환경 등이 척박한 지역 방송 현장에서 드라마 장르에서 작품상을 세 차례 수상한 것은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한 심사위원은 “지역방송의 약진이 대단하다”며 “창의적 시도와 콘텐츠의 다양성을 구현한 부분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권재경·전윤재 PD가 공동 연출하고 한지원 작가가 극본을 쓴 ‘사라진미(味)’는 작가 지망생인 손녀 하지(이승연 분)가 섬에 사는 할아버지(최주봉 분)의 유품을 정리하다 우연히 발견한 ‘의문의 수첩’에 담긴 조리법을 보고 식재료 세계를 탐구하며 아스라이 사라져가는 맛의 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을 담은 이야기다. ‘소멸위기 식재료 아카이빙 프로젝트’라는 부제를 달고, 총 14회에 걸쳐 통영·거제·산청·창녕·함안·양산·하동·고성 등을 누볐다. KNN 관계자는 “홍합 삶은 물로 만든 천연 조미료인 통영의 ‘합자장’ 등 할아버지가 전하고 싶었던 맛과 사랑을 기억하려는 손녀의 이야기”라며 “향긋한 봄의 향, 오뉴월 보양식 등 다양한 주제로 맛을 탐구했다”고 말했다. 드라마를 중심으로 다큐멘터리를 혼합한 ‘드라멘터리(Dramentary)’ 형식으로 흥미와 몰입도를 높였다. 지난해 11월 10일 첫 방송을 시작해 매주 일요일 방송했고, 올해 2월 16일 종영했다. 두 번째 이야기 ‘사라진味(미): 겨울, 다시 봄’(연출 전윤재, 각본 한지원)은 올해 11월 16일 첫 방송을 시작해 현재 방영 중이다. 라디오 프로그램 막내 작가인 설(김민지 분)과 ‘유령 셰프’ 우수(고재현 분)’가 미스터리한 맛의 기록을 따라 기장, 거제, 남해 등 부산과 경남 지역을 오가며 사라진 식재료의 비밀을 찾고 서로의 진심을 마주하는 여정을 그린다.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2월 17일 수요일(음력 10월 28일)
2025년 12월 17일 수요일 박청화 철학원 (음력10월28일) 051-863-8306 ◎-大吉 ○-吉 △-平 X-凶 쥐 96년생 더불어서 함께 하는 것이 더 좋다. 84년생 상황만 모면하려기 보다 확실한 처신을 해야 잡음이 없을 듯. 72년생 세상사 손쉽게 얻어지는 일은 없다. 60년생 지금의 환경을 개선하는 일에 중점을 둠이 좋을 듯. 48년생 낡은 습관에 빠지지 말고 앞을 내다보아야. 36년생 위험한 것에는 접근하지 않아야. 금전-△ 애정-○ 건강-○ 소 97년생 실력 부족을 반성하고 자기 계발에 노력을 더해야. 85년생 자신의 영역을 넘는 행동은 삼가는 것이 좋을 듯. 73년생 고쳐야 할 부분을 개선해야 발전이 있을 듯. 61년생 일의 윤곽이 잡히는 시기. 확실한 방향 설정을 하라. 49년생 지인과의 교류가 끊이지 않도록. 37년생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여유롭게 관조하라. 금전-○ 애정-△ 건강-○ 범 98년생 어제와 같은 오늘은 없다. 변화는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 86년생 자신을 변화시켜 가면 세상도 바뀐다. 74년생 냉정하게 판단하지 않으면 정도에서 벗어날 수도. 62년생 이쪽 저쪽 더불어 융화시키고 발전으로 나아가는 흐름. 50년생 대접받으려 하지 말고 대접하라. 38년생 식복이 있어 입이 행복한 하루. 금전-△ 애정-△ 건강-○ 토끼 99년생 과감히 나의 실력을 발휘해도 좋을 듯. 87년생 절박한 순간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듯. 75년생 잡힌 일이 많아 휴식을 취하기 힘들 수도. 63년생 실속을 차릴 수 있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울 듯. 51년생 자식에게 편애하지 말고 중립을 잘 지켜야. 39년생 좋은 뜻이라도 멋대로 해석하면 무리. 금전-○ 애정-○ 건강-△ 용 00년생 계획성 없이 움직이면 시간을 허비하게 될 수도. 88년생 실망하지 말고 다음 기회를 기다려 봄이. 76년생 분별력을 가지고 겉과 속이 다름에 주의하여야. 64년생 뜻밖의 곳에서 지체되기 쉬울 듯. 52년생 연락을 긴밀하게 하지 않으면 서로 어긋남이 생길 수도. 40년생 마음을 편히 가지면 불편한 병세가 호전될 듯. 금전-○ 애정-○ 건강-△ 뱀 01년생 지금은 불평할 때가 아니니 최선을 다해도 될 듯 말 듯. 89년생 할 일을 사전 조사하고 만전을 기함이. 77년생 들뜬 기분으로 대화하면 실언하기 쉬울 수도. 65년생 일시적인 효과에 만족하지 말고 근원적인 원인을 찾아야. 53년생 무조건 부탁을 받아들이면 힘들어질 수도. 41년생 귀인과의 인연도 기대해 봄직. 금전-△ 애정-○ 건강-○ 말 02년생 내 의사표시를 분명히 해야 한다. 90년생 눈앞의 이익만 쫓지 말고 기반을 다지는 것이 실속 있을 듯. 78년생 적극적으로 일에 참가해야 인정받을 듯. 66년생 결속이나 단결이 중요한 날. 자기 얼굴에 침 뱉는 행동은 하지 않아야. 54년생 겸손하고 온유한 자세를 유지함이 좋을 듯. 42년생 시작은 어려워도 결과는 좋다. 금전-△ 애정-○ 건강-○ 양 03년생 실수로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주의. 91년생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 시야를 넓게 가져봄이. 79년생 도중에 공중 분해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주의. 67년생 매사 공사를 혼동하지 말 것. 55년생 침착하고 냉정하게 윗사람의 면모를 보여야. 43년생 불안은 잠시 곧 마음의 안정이 찾아올 듯. 금전-△ 애정-△ 건강-△ 원숭이 04년생 하고 싶은 행동이 있어도 자제해야 후회하지 않을 듯. 92년생 전화위복이 되어 진일보하는 일이 생길 수도. 80년생 어려운 일이 생겨도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68년생 정 때문에 자신의 계획을 망치지 말아야. 56년생 풀리지 않는 문제는 잠깐 접어 두어라. 44년생 나의 본심을 전하지 못하면 오해하기 쉬울 수도. 금전-△ 애정-△ 건강-○ 닭 05년생 먼 곳의 친구와 연락을 취하면 좋을 듯. 93년생 감정적으로 움직이지 말고 차분하게 나가야. 81년생 현명한 처세술이 필요하다. 지혜로운 처신을 배우고 익혀야. 69년생 현상을 유지하고 정석을 밟아 나감이 좋을 듯. 57년생 원만함을 꾀하는 것이 결국엔 이로울 듯. 45년생 어디에서든 도움의 손길이 올 듯. 금전-○ 애정-○ 건강-△ 개 06년생 숨기려 하면 일이 더 꼬일 듯. 솔직하게 나감이. 94년생 눈치를 보지 말고 소신을 지켜라. 82년생 제 삼자의 눈에만 보이는 일도 있는 법. 70년생 간절히 바라면 성취되는 일이 있을 듯. 58년생 지나친 것은 모자라는 것보다 못하니 욕심을 내지 말아야. 46년생 다른 사람도 기쁘고 자신도 기쁜 일이 생길 수도. 금전-○ 애정-○ 건강-△ 돼지 95년생 준비시간을 많이 갖고 도중에 점검을 해야. 83년생 겸손과 예의를 잃지 않도록 하라. 71년생 지레짐작으로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 사실이 아닌 것은 말하지 않아야. 59년생 상황이 유리하더라도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47년생 주변 말에 흔들리지 말고 초지일관하라. 35년생 흐름에 맞추어야 하루가 편안할 듯. 금전-○ 애정-△ 건강-△
부산 강서구에 영화·영상문화 새 거점 열린다
서부산 지역의 영화·영상문화 거점 공간이 될 서부산영상미디어센터가 개관한다. 부산시는 17일 오후 3시 부산 강서구 대저로 강서열린문화센터 2층에서 센터 개관식을 개최한다. 서부산영상미디어센터는 지난 4월 강서구청 맞은 편에 들어선 지하 1~지상 7층 규모의 강서열린문화센터 2~3층에 자리를 잡았다. 연면적 1523㎡(460평) 규모의 센터는 영화 상영관과 스튜디오, 강의실, 1인 미디어실, 편집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영화 상영과 미디어 교육, 장비 대여 등을 펼칠 예정이다. 85석 규모의 상영관 ‘모두극장’에서는 독립·예술영화를 중심으로 일반 상업영화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정기적으로 상영된다. 또 기획전 및 특별전, 지역 영화제 등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서부산권의 영화·영상 문화 향유권과 접근권 향상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센터는 교육기관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영화 상영과 함께 영상물 제작과 유튜브 운영 등 실습 중심의 영상 전문가 과정부터 미디어의 특성과 활용법을 배우는 일반인 대상 미디어 리터러시 강의까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스튜디오와 편집실 대관, 고성능 영상 촬영 장비 대여도 센터의 주요 역할이 될 것이다. 센터 운영은 부산시로부터 3년 위탁을 받은 (재)영화의전당이 맡는다. 초대 센터장은 이승진 영화의전당 영화예술본부장이 겸임한다. 이승진 센터장은 “영화의전당 운영 경험을 살려 서부산영상미디어센터가 부산의 영상 문화 불균형을 완화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센터는 월~토요일 운영되며 매주 일요일과 설·추석 연휴 땐 휴관한다. 한편, 서부산영상미디어센터는 내년 1월 17일까지 한 달간 ‘개관영화제’를 열고 모두 22편의 영화를 무료로 상영한다. 개막작은 개관 당일인 17일 오후 6시 상영되는 안재훈, 한혜진 감독의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2011)이다. 상영 후엔 안재훈 감독이 참석하는 관객과의 대화(GV)도 열린다. 이달 20일 오후 2시에는 올해의 화제작 ‘3학년 2학기’ 상영과 이란희 감독, 김성국 배우가 함께하는 GV가 예정돼 있다. 크리스마스인 25일엔 신나는 율동과 함께 영화 ‘스탑 메이킹 센스’(2025)를 감상하는 댄싱어롱상영회가 열린다. 이어 내년 1월 3일엔 양희 감독이 참석해 국민 작곡가 김희갑의 음악 인생을 담은 다큐멘터리 ‘바람이 전하는 말’을 함께 보고 관객과 이야기를 나눈다. 영화 상영과 전문가 강연이 곁들여지는 자리도 세 차례 마련된다. 옥미나 영화평론가가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피닉스’(27일), 이지훈 필로아트랩대표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내년 1월 10일), 이미영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가 ‘프리다. 삶이여 영원하라’(내년 1월 17일)와 관련된 주제로 강연한다. 개관영화제의 자세한 정보와 전체 상영 일정은 홈페이지(wbusan.dureraum.org)에서 확인하면 된다. 무료 예매(1인 1표)는 회원 가입 후 할 수 있다. 문의 051-780-6300.
한번에 정확한 진단과 신속한 치료는 환자 중심 의료 ‘핵심’
‘정확한 진단’과 ‘신속한 치료’. 이들은 환자의 예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특히 간을 비롯한 담도, 췌장과 같은 복잡한 장기 질환의 경우 여러 진료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해운대부민병원의 통합진료 시스템은 핵심 요소 둘을 모두 충족하는 사례로 꼽힌다. 해운대부민병원 강대환 병원장은 “통합진료 시스템을 통해 구현되는 환자 중심 의료는 현대 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원스톱 진료 프로세스 구축 통합진료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는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기존 진료 방식으로는 환자가 여러 병원을 전전하거나 각 진료과를 개별적으로 방문해야 하는 불편을 겪게 한다. 이 때문에 불필요한 시간이 소요되면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하지만 통합진료 시스템이 구축되면 한 병원에서 원스톱으로 진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진단과 신속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해운대부민병원의 통합진료 시스템은 진단부터 치료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는 ‘원스톱 진료 프로세스’가 핵심이다. 이 시스템은 담도·췌장질환 전문의인 강 병원장의 내과 진료를 시작으로, 영상의학과의 정밀 진단 지원, 필요시 외과 및 간담도췌장이식센터로의 신속한 전원으로 이어진다. 예컨대 환자가 복부 불편감, 황달, 소화 장애 등의 증상으로 병원을 찾으면 강 병원장의 문진과 진료를 받는데, 강 병원장의 풍부한 임상경험과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초기 진료는 질환의 방향성을 파악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초기 진료 후 질환이 의심되면 즉시 영상의학과로 연계돼 당일 또는 다음 진료일에 복부 초음파, CT, MRI 등 정밀 영상검사를 받는다. 영상의학과는 최신 영상장비와 숙련된 판독 시스템을 갖추고 미세한 병변까지 신속하고 정확하게 찾아내 치료의 방향을 제시한다. 주목할 점은 검사 이후 한 두 시간 내 판독과 보고가 이루어진다는 데 있다. 문진부터 검사, 결과 상담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대체로 하루 안에 이뤄지기 때문에 환자의 불안감을 최소화하고 치료 계획을 신속히 수립할 수 있는 것이다. ■정밀 진단에서 즉각 치료까지 통합진료 시스템의 가치는 진단 이후 치료 단계에서 더욱 뚜렷해진다. 정밀검사 결과 간·췌장·담도 질환이 확인되면 환자 상태에 따라 즉시 필요한 시술이나 수술이 결정된다. 특히 내시경 역행 담췌관 조영술이 요구되는 경우 관련 진료과와 신속하게 연계되며, 간암 색전술이나 담도 배액술 등 인터벤션(영상중재치료)이 필요한 환자는 영상의학과에서 즉시 시술이 시행된다. 환자 상태에 맞춰 내과적 시술 또는 외과적 수술 치료도 차질 없이 진행된다. 해운대부민병원 영상의학과는 모든 치료 과정에서 전후 영상 판독과 시술 지원을 담당하며, 진단에서 치료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는 협진 체계를 완성한다. 이를 통해 환자의 불필요한 이동과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고, 검사-진료-치료로 이어지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해 높은 치료 만족도를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간·담도·췌장 영상의학 분야 권위자로 꼽히는 양산부산대병원 이준우 교수가 최근 영입되면서 영상의학의 전문성이 한층 강화됐다. 30년 간 해당 분야를 연구해 온 전문가인 이 원장은 “정확한 영상 진단이 치료의 시작이며, 환자에게 가장 안전한 길”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진료에 임하고 있다. 이 같은 전문 인력 보강으로 통합진료 시스템의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병원 측은 강 병원장의 내과 전문성과 이 교수의 영상의학 역량을 기반으로 협진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한편 최첨단 영상 장비와 AI 영상 분석 기법을 적극 활용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한다는 비전을 실현해 나갈 계획이다. ■첨단 장비·전문 의료진 시너지 통합진료 시스템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서는 시스템적 접근과 더불어 첨단 장비와 숙련된 의료진이 필수적이다. 해운대부민병원은 정확한 진단과 빠른 치료를 목표로 내과와 영상의학과, 간담도췌장이식센터가 긴밀히 협력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는데, 이같은 협진 체계가 가능한 것은 첨단 영상장비와 숙련된 의료진의 정밀 진단 체계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상의학과의 전문적 지원은 진료의 효율성을 높이고 치료 방향의 정확도를 극대화해 환자 만족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통합진료 시스템의 필요성은 단순히 효율성 향상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환자에게 신뢰받는 의료, 의료진이 자부심을 느끼는 병원,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병원을 만드는 기반이 된다. 강 병원장은 “진단과 치료, 재활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며 미래형 의료를 선도하는 최고의 관절·척추·내과 종합병원으로 나아가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단독 인터뷰] 이우환 공간서 소통한 여백의 미술과 침묵의 음악
“눈 깜짝할 사이에 10년이 지났네요. ‘이우환 공간’이 부산문화에, 특히 현대성을 심는 데는 하나의 암시적인 장소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단순히 전람회만 보는 게 아니라 이번처럼 음악회도 열고, 때에 따라선 강연회를 한다거나 춤이라든지 다른 것도 함께할 수 있으면 좋다고 봐요. 여러 가지 현상을 보일 수 있는 장소로도 활성화되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립미술관의 본관 활동이 더욱 다이내믹해져야 하겠죠!” 한국 최초로 부산에 문을 연 ‘이우환 공간’ 10주년을 맞아 부산시립미술관이 마련한 ‘보는 소리, 듣는 빛’ 기념 연주회에 맞춰 부산을 찾은 세계적인 작가 이우환(89)을 <부산일보>가 단독으로 만났다. 인터뷰는 14일 오전 파라다이스호텔 로비 라운지에서 이뤄졌다. 아흔을 바라보는 이우환 작가가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가진 건 실로 오랜만이다. 경남 함안 태생의 이우환은 1960년대 말 ‘모노하’(物派)의 이론적 형성에 깊이 관여했다. 모노하는 돌·나무·흙·철판·유리·종이 등 일상적이고 비가공적인 재료를 사용해 관계와 만남의 의미를 찾는 일본의 미술 운동이다. 1970년대 실험미술과 단색화의 전개 과정에도 의미 있는 영향을 미쳤다. 현재 한국 생존 작가 중 가장 영향력이 크고, 미술 시장에서도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공인된 현대 미술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미술품을 넘어 서구 중심의 인식 틀을 넘어선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기에,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미술관에서 대규모 전시를 잇달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작가는 이번 인터뷰에서 음악과 미술의 융합, 예술철학, 그리고 고향 부산의 문화 역할 등을 강조했다. ■작곡가가 꿈이었던 ‘소년 이우환’ 이우환 작가를 좀 안다는 사람은 안다. 그가 음악에도 얼마나 조예가 깊고 사랑하는지. 실제로도 그는 젊은 시절 음악 특히 작곡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작곡가가 되기를 희망했다. 그런데 ‘음악 콤플렉스’ 이야기를 꺼냈다. “어릴 때 시골에서 자라서 서양 고전음악을 접할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대여섯 살인가 옆집에 삼촌이 살았는데 레코드판이 많아서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심포니를 들었거든요. 중학교(경남중)에 진학하면서 부산에 왔는데 그땐 축음기가 아닌 직접 음악을 들으면서 촌놈이 쇼크를 받은 거죠. 다른 친구들은 이미 피아노도 치고, 바이올린도 켜는 거예요. 저는 늦어도 한참 늦었다 싶었어요. 그 후로 음악이 가까워진 게 아니라 되레 멀어졌어요.” 결국, 작곡가의 꿈은 포기했지만, 그는 음악을 떠나지는 못했다. 예술적 위상이 이미 확고한 ‘대가’의 반열에 올라선 지금도, “정수를 응축하고 새로운 울림을 만든다”는 그는 작업할 때 바흐 음악을 틀어놓곤 한다. “바흐 음악을 제일 좋아하는 건 아닌데 가장 걸림돌이 없어요.” 말뜻을 알 듯 말 듯했다. “작품을 할 때 듣는 곡은 바흐가 많긴 합니다. 배경 음악으로 쓰는 건 아니지만 거기에 빨려 들어가는 것보다는 그냥 틀어놓고 지나가는 식으로 듣는 편인데 치고 들어오지 못하니까요.” ‘걸림돌 없는’ 곡으로 듣는 바흐라니 새삼 놀랐다. ■기호학과 언어학을 불신하는 이유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도 분명했다. “저한테 음악은 어떤 의미에선 언어를 넘어선 언어예요. 문학 소년이기도 했으나 설명과 해명에 한계를 인식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서사를 넘어서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에 대한 관심이나 흥미가 컸어요. 기본적으로 언어를 사용하지만, 언어를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려면 제일 가까운 것이 시각적이거나 청각적인 표현이었어요. 지식은 도구일 뿐, 직접 보는, 듣는 현상이 깊이와 멀리 나아가는 길입니다. 철학도 약간 배웠지만 기호학이나 언어학에 대해서는 불신이 대단히 많아요.” 기호학이나 언어학에 대한 불신은, 그의 예술 철학 핵심인 ‘모노하’(物派)와 ‘관계항’(Relatum)의 개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서양 근대 이후의 예술 이론에서 언어학이나 기호학은 예술 작품을 ‘의미를 담는 기호’로 보고, 작가의 의도나 사회적 메시지를 해석하는 틀을 제공했다. 그러나 이우환은 이를 거부했다. 그의 작품은 작가의 감정이나 사상을 담는 도구가 아니라, 가공되지 않은 사물(돌, 철판 등) 그 자체의 존재를 드러내는 행위라는 것이다. ■음악의 ‘침묵’-미술의 ‘여백’이 통하다 전날 이하느리 작곡가의 신작 ‘스터프(Stuff) 3번: 이우환의 정원’을 이야기하면서 나온 ‘침묵’ 이야기가 생각나서 더 자세하게 설명을 부탁했다. “기본적으로는 음악은 침묵이 중요하다고 봐요. 침묵에서 시작해서 침묵을 깨트리는 걸로 끝이 나는 것처럼요. 대표적인 것이 베토벤 교향곡 5번(운명 교향곡)이잖아요. 바흐도 마찬가지예요. 그것은 아무것도 없는 데도 쑥 나왔다가 쏙 꺼지는 그런 느낌 같은 거죠. 그런데 100% 소리가 없는 공간은 불가능합니다. 물리학적으로 ‘순수 진공’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요. ‘순수’란 인간이 만든 관념적 허구에 불과해요. 완전한 백색, 완전한 무(無), 절대적 침묵, 이런 것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고, 인간이 상상으로 설정할 수 있는 ‘개념적 공간’일 뿐이에요.” ‘침묵’이 실제로 소리가 전혀 없는 상태가 아니라, 의식이 ‘무언가를 들을 수 있는 상태’로 정돈된 지점을 뜻한다면, 그의 회화나 설치 작업의 빈 공간도 사실은 비어 있는 듯하지만, 관계의 긴장과 잠재적인 움직임이 가득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한 것이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 “미술에서도 침묵을 다루는 작가가 있고, 그렇지 않은 작가가 있잖아요. 문학처럼 서사적으로 하면 침묵이 끼어들기 힘들지만, 오늘날은 억지로라도 말을 끊고, 잠깐 침묵에 설 필요가 있다는 말이죠. 요샌 정보도 넘치고, 잡음도 많으니까요. 아무튼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역시 침묵에 개입해서 뭔가 다시 듣고 보는 것인 만큼 그런 계기를 만드는 역할이라고 봅니다.” 음악의 침묵 역할이 결국 미술의 여백과 다르지 않음을 강조한 것이리라. ■“부산 문화 보완하는 현대미술 공간” 되길 개관 10주년을 맞은 ‘이우환 공간’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동안 ‘이우환 공간’은 상설 전시장치고는 이례적으로 관람객이 많은 편이라고 한다.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장은 시립미술관 본관 리모델링 공사로 올해 관람객은 다소 저조했지만, 기획전이 아닌 상설 전시장에 연평균 10만 명 관람객은 적지 않은 숫자라고 강조했다. 작가는 오히려 “기존 전시뿐 아니라 음악, 무용, 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연계해 좀 더 활성화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10년 전 ‘이우환 공간’이 부산에 들어서게 된 취지를 따지자면 그럴 만했다. “미술관을 만들고 싶다는 부산시 제의를 받고 처음에는 거절했어요. 당시 부산시립미술관 조일상 관장이 신옥진 공간화랑 대표와 일본까지 와서 설득하는 바람에 결국은 수락했지요. 부담이 안 갈 정도로 하자 싶었는데 일이 자꾸만 커졌어요. 처음엔 방 4개 정도 생각했다가 그걸론 건물이 안 된다고 해서 키웠어요. 부산은 내 고향 같은 곳이니까 기왕 하려면 제대로 된 공간을 만들어야 되겠다 싶기도 했어요. 당시만 해도 부산은 서울과 비교해도 문화가 풍성하다고 생각하기 힘들 때였으니까요.” 작은 바람을 보탰다. ‘이우환 공간’이 본관·별관 시스템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대해서 기획전과 상설전의 장단점을 합치면 좋겠습니다. 부산 문화의 현대성을 부여하는 역할에 공간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내년 뉴욕 ‘디아 비컨’에도 상설 코너 생겨 최근 국내외에 잇따라 들어설 움직임을 보이는 이우환 미술관 혹은 상설 전시관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그러자 “아직은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지만, 내년 5월 미국 뉴욕의 한 미술관에 이우환 상설 코너가 생긴다는 반가운 소식은 전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미술의 성지로 소문난 ‘디아 비컨’(Dia Beacon)은 그동안 미국계 일본인 외에 아시아 작가에겐 한 번도 문호를 개방한 적이 없었는데 이우환 코너를 만든다는 것이다. 2003년 개관한 디아 비컨은 소장품의 핵심이 바로 1960~1970년대 작품들이며, 당시 뉴욕 맨해튼의 화랑가와 함께 이 시기 예술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이우환 작가는 올해 5월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의 회화 작품 8점(‘점에서’, ‘선으로부터’, ‘바람과 함께’ 시리즈 등)을 디아예술재단에 기증한다고 발표했고, 내년 봄(5월 8일 예정) ‘디아 비컨’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2019~2021년에도 이우환 작가는 ‘관계항’(Relatum) 시리즈 조각 작품을 ‘디아 비컨’에서 전시한 바 있다. ■독일 ‘볼프강 한 미술상’ 수상 소식도 이우환 작가는 최근 독일 쾰른 루트비히 미술관 현대미술협회가 수여하는 제32회 볼프강 한 미술상(Wolfgang Hahn Prize)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의 작품은 내년 11월 7일~2027년 4월 4일 약 5개월간 루트비히 미술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1994년 제정된 볼프강 한 미술상은 유럽에서 가장 권위 있는 미술상 중 하나로,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며 개념 기반 작업을 펼친 현대미술가들에게 수여한다. 이우환 작가는 한국 작가로는 양혜규 작가(2018년 수상)에 이어 두 번째로 수상했다. “독일은 유럽에서 저한테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어요. 1974년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할레에서 열린 ‘일본: 전통과 현재’라는 전시에 제 작품이 8점인가 소개되면서 세계 무대로 도약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그 이후 전람회 초대가 급격히 늘어났어요. 당시만 해도 쿤스트할레는 작가들의 유럽 등용문이었으니까요. 지금도 독일에 제 팬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고요.” 내년 루트비히 미술관 전시는 그리 크진 않을 거라고도 했다. “2023년 하반기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개최한 베를린 회고전(함부르크 반호프-국립현대미술관 개최)이 역대 최대 규모라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루트비히 전시는 그리 크지는 않을 겁니다.” ■평생을 ‘돌을 찾아다닌’ 작가 역대급 전시 베를린 회고전 이야기가 나와서 뜬금없지만 돌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유럽 전람회 때마다 돌을 구하는 걸 힘들어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나서였다. 그에게 돌은 “평생을 찾아다닌” 어떤 것이다. 그의 전시에서 빠져선 안 되는 것이기도 하다. 전시가 이어지는 한, 그는 단단하고, 중량감이 있고, 성격이 없는 그런 둥그스름한 모양새의 돌을 찾아다녀야 하는 숙명인 것이다. “어떻게든 돌을 찾아내지 않으면 전람회를 열 수가 없으니까요. 나만큼 돌을 찾아서 평생을 헤맨 사람은 없을 겁니다. 옛날 아티스트는 아틀리에에서 작업만 하면 되지만, 지금은 쫓아다녀야 하고, 현장에 있어야 하고, 많은 사람과 접촉한다거나 대화한다거나 활동력이 좀 있어야 하는 현대, 그러니까 우리라는 퍼포먼스 시대잖아요. 그러니까 그냥 ‘에헴’하고 한자리에 앉아서 작품 해서 내면 되는 그런 시대는 아니에요.” 유독 기자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작가여서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의외다 싶어서 질문을 이어갔다. “내가 말도 약하고 마이너한 부분이 많은데 그래도 애를 써서 쫓아다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익숙지 않고 서툴고 뭔가 껄끄럽고 잘 안되는 데만 찾아다니는 게 제 평생이지요.” 하지만 그 만남은, 따지고 보면 ‘관계항’에 대해 작가가 직접 언급한 “나의 관심은 이미지나 물체의 존재성보다 만남의 관계에서 오는 현상학적인 지각의 세계에 있다”로 이해해야 할 듯싶었다. ■‘그리지 않은 것도 회화’…여백의 예술로 ‘만남’ 이야기는 그의 예술 세계를 관통하는 ‘여백의 예술’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는 여러 화가의 화면 속에 보이는, 그저 빈 공간을 여백이라고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평소 작가는 “자기와 타자와의 만남에 의해 열리는 여백”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작가가 생각하는 여백에 대해 물었다. “여백이 있는 게 아니고 여백은 어떤 현상에 의해서 나타나는 공간이나 시간감이에요. 그저 비어 있는 건 아무 생명력이 없어요. 여백의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한, 그러니까 뭔가 울림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니까 여백은 선험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고, 무언가에 대해서 이루어질 때 그게 퍼져서 하나의 울림이 생기고 파장이 생긴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독일 출신의 화가이자 사진가로, 전후 독일 미술과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에 큰 영향을 미친 지그마 폴케(Sigmar Polke)라는 작가가 들려준 이야기를 전한다. “지그마 폴케는 개인적으로도 친한 작가였는데 그가 언젠가 제게 이런 말을 했어요.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느냐고. 게르하르트 리히터라는 동시대 최고의 작가가 있는데, 그가 추상도 하고 구상도 하고 별짓을 다 해 봤는데 딱 하나 안 해 본 걸 네가 하고 있는 것이라고요.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느냐고 했더니 ‘그리지 않는 부분’, 즉 여백과도 통하는데, 그리지 않는 부분을 남기면서 그린 것의 일부와 그리지 않는 부분이 조인트 되면서 하나의 회화성을 나타낸다고 말입니다.” ‘그리지 않은 것도 회화’라는 말이 여백의 예술로 연결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우환 예술의 특징을 아주 잘 지적한 대목이기도 했다. ■고독은 사유로 이어지는 과정, 꼭 필요 이우환 작가는 한국에서 태어나 이십여 년간 자랐고, 그 뒤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60여 년을 살고 있으며, 그동안 50여 년을,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를 뛰어다니며 보내왔다. 아직도 ‘중간자’라는 생각이 드는가 싶었다. 그래서 늘 고독했다는 그가 아직도 같은 생각인지 물었다. “기본적으로 예술가는 고독한 거예요. 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는다거나 자연과도 만나지만 결국은 한 바퀴 되돌아가는 습관을 만들고, 그것이 하나의 발효, 성숙 그러니까 되돌아설 수 있는 위치, 접점을 생각하니까 사람은 고독 안 할 수가 없어요. 그래야 정리가 되고, 자기가 뭘 알고 뭘 모르는지도 생각하게 되니까요. 사유라는 말이 있듯이 뭔가 되씹고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차원이 필요한 거잖아요. 괜히 외롭다고 고독이 아니라 한 바퀴 한 바퀴 돌면서 돌아올 수 있는 접점을 소중히 여긴다는 게 고독인 거죠.” 디아스포라(Diaspora) 관점에서도 그는 흥미로운 존재였다. 그는 “반도 국가 출신으로, 오랫동안 떠돌다 보니 거꾸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드는 것”이라고. 그와 이야기할수록 점점 철학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우환 작가는 서울대 미술대학 회화과에 1956년 입학한 후 중퇴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니혼대학(日本大學) 문학부 철학과를 졸업했다. ■나와 타자, 나와 외부와 관계성이 중요 2022년 프랑스 아를의 고택을 안도 다다오가 개조한 ‘이우환 아를’ 개관 전후로 이우환 재단도 출범했다. 혹시 아카이빙센터를 국내에 만들 의향은 없는지 확인했다. “오랫동안 유럽을 왔다 갔다 하다 보니까 나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미국이나 유럽에 많아요. 일부는 일본에도 있고요. 한국에서도 제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분이 많고, 아카이빙 이야기를 꺼내는 곳도 있는데, 그분들이 제 전시를 얼마나 봤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저는 압도적으로 유럽 활동이 많아요. 글도 마찬가지고요. 국내에선 아마 쉽지 않을 겁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들려달라고 했다. 꽤 긴 말을 했지만 그대로 옮겨본다. “오늘날은 정보가 발달하고 인공지능(AI) 존재감이 엄청 커진 시대인데 그건 그것대로 중요한 이슈이고 우리 생활이 빠르고 편리하도록 도와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으로 전체가 대체되는 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내가 생각할 때는 나와 타자, 나와 외부와 관계성이 중요해요. AI는 답만 찾아요. 관계는 상관없어요. 하나의 작업이나 어떤 해프닝이나 퍼포먼스를 통해서, 어떤 현상을 통해서 우리가 삶을 확인하고 다른 미지를 바라보는 차원이 중요합니다. 답만 받으면 된다는 식의 일방통행이 아니라 우리가 거기서 빼앗기는 시간이라든지 과정이라든지 경험이라든지 이런 걸 되찾아야 해요. 그 많은 연계성 속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이 되길 바라요. 그래야 닫혀 있는 것이 아니고 열려 있는 표현이 될 테니까요. 우리는 형이상학이 약해요. 그냥 내뱉는 게 아닌 한 바퀴 두 바퀴 돌려 씹어서 내놓아야 합니다. 메타포, 은유에 대한 더 적극적인 시도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스승·제자 함께 만드는 ‘사제동행’ 20일 열린다
해마다 이맘때쯤 스승과 제자가 함께 만드는 무대로 눈길을 끈 부산여대 BWC댄스컴퍼니의 사제동행(師弟同行) 프로젝트가 오는 20일 오후 7시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을 찾아온다. ‘춤-동무동락’(同舞同樂)을 부제로, 스승과 제자, 선후배가 한 무대에서 춤을 나누며, 세대를 넘어 함께 즐거움을 창조한다. ‘지역사회 공연예술 공헌 사업’ 일환으로 진행되는 사제동행 프로젝트는 올해로 8회째다. 전통과 현대, 실용무용까지 아우르는 작품 구성으로 춤 예술이 지닌 확장성과 융합의 가능성을 선보일 예정이다. BWC댄스컴퍼니는 부산여대 아동예술무용과의 졸업생·재학생·교수진이 함께 구성한 전문 무용 단체이다. 올해 공연은 1부 한국 춤, 2부 외국 춤・실용무용으로 구성한다. 1부는 부채입춤 ‘흥취’(興趣), ‘진도북춤’(박병천류), ‘설장구춤’을 무대에 올린다. 2부는 스트리트댄스 ‘LUCID’, 발레 ‘행운의 수레바퀴’, 현대무용 ‘구원’, 벨리댄스 ‘Oriental Night’, 탭댄스 ‘One Beat One Team’, 스트리트댄스 ‘당클매다-신이 머문 자리’ 등을 준비한다. 특히 스트리트댄스 작품에서는 손영일 현대무용가가 합류해 두 장르 간 협업을 시도한다. 연출·예술감독 김해성 학과장, 총감독 서덕구 교수. 그 외 안무·출연에 김민교(부산유니온발레단 단장), 신유정(한국 위드벨리댄스 협회장), 김은영·윤성주(이상 부산여대 외래교수), 이혜리, 박수화, 윤성주 등 무용 전공 교수진이 참여한다. 여기에 ‘탭댄스’ 축하공연을 비롯한 60여 명의 재학생·졸업생·객원 무용수가 무대를 채운다. 전석 초대. 문의 051-850-3261.
동해와 남해를 연결하는 국악 무대 '함께 가는 길, 동행'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이 오는 18일 올해 마지막 정기 연주회이자 강원도립국악관현악단과의 합동 교류연주회 ‘함께 가는 길, 동행’을 무대에 올린다.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이동훈 예술감독, 강원도립국악관현악단 김창환 예술감독의 지휘로 이뤄지는 이번 연주회에서는 남도민요(박성희,정선희), 경기민요(김은정), 가야금(윤경선), 거문고(이대하), 아쟁(홍영혜), 태평소(권용석), 소리(김준수), 가수(최성수)의 협연으로 구성돼 있다. 동해안과 남해안의 문화를 대표하는 두 국악관현악단은 지난 4월 강릉아트센터 합동공연에 이어 두 도시를 연결하는 음악의 다리가 될 이번 연주회를 통해 다시 만난다. 동해의 바람과 남해의 파도처럼 지역의 정체성과 전통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국악 명곡은 물론, 새롭게 빚어낸 창작곡과 두 악단의 협연 작품들을 통해 부산과 강원이 서로의 색채가 어우러져 음악으로 하나 되는 새로운 감동을 선사하는 무대가 기대된다. 첫 곡은 김창환 작곡, 국악관현악 ‘美! 樂! 扢! (Miracle)’을 들려준다. 아름다움과 즐거움, 그리고 기쁨의 분출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전통장단과 현대적 감성을 결합해 누구나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두 번째 곡은 김현주 작곡, 김창환 편곡, 민요를 위한 국악관현악 ‘네오민요’를 박성희, 정선희(남도민요), 김은정(경기민요)이 들려준다. 이 곡은 새롭다는 뜻의 ‘네오’를 붙여, 민요에 색을 입혀 강원 대표민요(강원도 아리랑), 경기 대표민요(노랫가락) 등을 국악관현악으로 편곡한 것이다. 세 번째 곡은 최지혜 작곡의 3개의 현악기를 위한 산조협주곡 ‘시절풍류’를 가야금(윤경선), 거문고(이대하), 아쟁(홍영혜)의 협연으로 선사한다. 민속음악에 속하는 기악독주곡 형태를 갖춘 음악으로, 느린 장단에서 빠른 장단으로 진행된다. 네 번째 곡은 계성원 편곡, 태평소 협주곡 ‘호적풍류’를 권용석의 협연으로 들려준다. 최경만 구성의 호적풍류를 새롭게 편곡하여, 경기제 태평소 선율을 바탕으로 국악관현악과 잘 어우러지도록 만든 협주곡이다. 다섯 번째 곡은 김창환, 김아성 편곡, 김준수 소리와 국악관현악 ‘사철가’ ‘사랑가’ ‘못찾겠다 꾀꼬리’를 들려준다. ‘사철가’는 남도민요와 판소리 단가 형식의 노래이며, ‘사랑가’는 인간의 가장 순수한 감정인 사랑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못찾겠다 꾀꼬리’는 조용필의 원곡을 김준수의 폭발적인 에너지와 국악관현악으로 표현하였다. 마지막 여섯 번째 곡은 이동훈 편곡, 최성수와 함께 하는 무대이다. 대중가수 최성수는 감수성 짙은 대한민국의 싱어송라이터, 배우, 기업가, 대학교수로서 다재다능한 재능을 갖고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다시오는 봄’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나요’ ‘위스키 온 더 락(Whisky on the Rock)’을 들려준다. 18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1층 2만 원, 2층 1만 원. 예매는 부산문화회관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음악과 미술의 통섭, 부산에서 피어나다
“생전 처음 듣는 음악인데 마치 이우환 선생님의 작품 사이를 거닐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장) “굉장히 자유롭고 생동감이 있는 게 자유분방함이 느껴졌어요. 선생님 작품은 약간 정적인 느낌이 들어서 음악이 어울리지 않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듣다 보니 그 밝음이 좋던 걸요. 춤출 뻔했어요. 모여 있던 선생님의 에너지를 풀어놓은 것 같았습니다.”(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선생님 건강한 모습 뵈니까 그저 기분이 좋았어요!”(조일상 전 부산시립미술관장)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이런 좋은 기획을 해 줘서 이우환 선생님을 또 뵙게 되네요. 감사하죠!”(신옥진 부산 공간화랑 대표). 지난 13일(이우환 공간)과 14일(부산콘서트홀 챔버홀) 이틀에 걸쳐 부산에서 열린 ‘이우환 공간 10주년 기념 연주회: 보는 소리, 듣는 빛’에서 세계 초연된 신예 작곡가 이하느리(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재학)의 ‘스터프(Stuff) 3번: 이우환의 정원’을 감상한 소감이다. 일반 공개한 14일 연주회(부산일보 11월 25일 자 16면 보도)는 무료 티켓 오픈 5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스터프 3번’은 이하느리 작곡가의 스터프 시리즈 세 번째 곡으로, 부산시립미술관이 ‘이우환 공간’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위촉했다. 이 곡 연주는 20세기와 현대음악 전문 연주 단체로 명망 있는 일본의 앙상블 노마드(지휘 하나다 와카코·일본 도호가쿠엔 음악대학 교수)가 맡았다. 곡은 11분짜리였는데, 평소 보기 드문 악기 편성(베이스 플루트, 첼로, 베이스 클라리넷, 더블베이스, 기타, 바이올린)에다 소리와 침묵, 반복과 변형을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묘한 긴장감을 젊은 작곡가 특유의 자유분방한 스타일로 풀어냈다. 얼핏 들으면 재즈풍의 즉흥연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음악회가 끝난 뒤 작곡가에게 즉흥연주 비중을 물었더니 “나중에 악보를 보여주겠다”는 말로 대신했는데, 어느 정도는 정확하게 지정된 액션이 아니었나 싶었다. 이우환 작가는 “이하느리 작곡가를 한 차례 만나긴 했지만, 완성된 곡은 이번에 처음 들었다”며 “전혀 생소하지 않고, 음색이 대단히 발랄했으며, 쇤베르크 영향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주자들도 상당히 감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이하느리 작곡가는 이날 이우환 작가를 위한 곡 ‘스터프 3번’을 작곡한 것 외에도 △모튼 펠트먼의 ‘투영 1번’(Projection I, 1950, 연주 첼리스트 기타지마 아키)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1번(연주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연세대 교수) △위르크 프라이의 첫 현악 사중주(1988, 연주 화음챔버오케스트라 윤여영·김남훈·홍진선·김진경)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총 12명의 연주자가 함께했다. 프로그램 구성에도 호평이 쏟아졌는데, 특히 위크르 프라이의 현악 사중주를 연주한 바이올리니스트 김남훈 계명대 교수는 “이 곡을 처음 접했을 땐 너무 단순한 것 아닌가, 이렇게 쉬운 곡을 연주해도 되나 싶었는데 첫날 이우환 공간에서 연주하면서 이하느리 작곡가가 기가 막히게 선곡을 잘했구나 싶어 천재적이라고 느꼈다”고 감탄했다. 그러면서 관객들에겐 “음악적 여운이 가시기 전에 꼭 ‘이우환 공간’을 다시 방문해 볼 것”을 권했다. 이하느리 작곡가는 “이우환 선생님과 작업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다. 앙상블 노마드의 뛰어난 연주 덕분에 제 작품이 소리로서 세상에 나올 수 있었고, 이 작업은 저에게 음악을 관계와 긴장 속에서 다시 사유하게 만든 중요한 계기로 남았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부산시립미술관 서진석 관장도 “동시대 현대미술에 있어서 미술과 음악이 만나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더 완벽한 통섭과 융합을 추구한 기회였으며, 지난 10년간 ‘이우환 공간’과 함께 부산시립미술관이 세계화되는 데 많은 역할과 도움을 준 이우환 선생님께 특별히 감사한다”고 전했다. 14일 이우환 작가는 챔버홀 객석 맨 앞자리에서 음악을 감상했다. 전날인 13일에는 가족과 함께 연주회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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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의예 415점·자유전공 375점… 부산 15개 대학 정시 참고표 공개
무리하지 않으면 적기… 15년 전후 구축 아파트도 살 만해 [커버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