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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대한 감각·경험·상상… 치열하게 지우고 쓴 흔적 느껴"

23일 부산에서 해양수산부 개청식이 열리며 부산이 동북아 해양수도, 글로벌 해양 강국을 향한 첫발을 뗐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해수부 청사에서 6년 만에 국무회의를 열며 해양수도 부산에 적극 힘을 실었다. 부산일보와 해양진흥공사는 해수부 부산 시대의 개막을 앞두고 해양의 가치와 인간의 삶을 예술적으로 조명하고, 바다를 향한 문학의 시선을 확장하기 위해 ‘해진공과 함께하는 부산일보 해양문학 공모전’을 열었다.기성 작가조차 정해진 소재나 주제 안에서 글을 쓴다는 것이 힘든 작업이기에 문단에선 처음 열리는 공모전에 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신춘문예를 비롯해 문인단체나 문예지의 공모전이 이미 문학 지망생에겐 행사 내용과 공모 시기가 알려져 있어 몇 달 전부터 준비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공모전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걱정이 많았다. 일반인뿐만 아니라 청소년 부문도 넣었고, 보통 소설만 공모하는 것과 다르게 일반부는 소설, 시·시조, 수필 등 다양한 장르를 준비했다는 점도 관심을 받았다.한 달여 공모 끝에 모두 292편의 작품이 도착했다. 일반부는 해양시와 시조가 151편 접수됐으며 해양 소설 75편, 해양 수필 42편이 심사에 올랐다. 일반부 심사는 구모룡 문학평론가 겸 한국해양대 명예교수, 유연희 작가, 이병순 작가가 참여했다.심사위원은 공통으로 “일반부의 투고작은 비교적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고 심사가 까다로울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치열하게 지우고 쓴 흔적이 보인다. 가까운 연안 바다에서 대양을 아울러 바다를 감각하고 경험하고 상상하는 다양한 경향이 있다”라고 밝혔다.구 교수는 시·시조 부문을 심사하며 “바다와 연관한 장소와 사물에 감정을 이입하거나 가족사의 기억을 소환하는 경향이 뚜렷하였고 더러 연안 어업과 원양의 경험을 서술하려는 시편도 보였다. 시적 표현에 서툰 경우도 있었으나 대체로 수준을 유지하였으며 시에 비하여 시조는 투고 편수가 적었다”라고 평가했다.소설 부문을 심사한 유 작가는 “투고된 소설이 보여준 해양 서사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었다. 기존의 원양어선 조업 과정의 문법이 있는가 하면 해양 판타지도 적지 않았다. 첨단 선박 기술을 매개한 모험 소설도 보였고 과학적 지식을 수반하여 내용을 풍부하게 한 작품도 있었다. 익숙한 항해의 서사보다 새로운 변화를 주목할 수 있어 좋았다”라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중편과 단편을 모두 아울러 상당한 수준을 보여주었다. 단편의 경우 잘 짜인 작품이 없지 않았으나 다수 우수한 중편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둘을 구분하여 공모하는 방안이 있으면 좋겠다. 형식과 내용에서 기존의 익숙한 항해 서사보다 새로운 내용으로 해양소설의 다양성을 견인하는 작품에 더 눈길이 갔다. 특히 결말이 밋밋하여 흠이 된 경우가 있었다”라고 말했다.구 교수는 일반부 수필 분야에 관해 “바다 여행을 통하여 부산 연안의 바다 풍경을 이야기하려는 작품이 많았고, 해양을 매개로 아픈 가족사를 진솔하게 서술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바다와 사물을 사유하고 이해하는 철학적 에세이도 더러 보였다. 대체로 수필을 통하여 해양을 경험하고 인식하는 구체적 과정을 잘 진술하고 있었다”라고 전했다.중등부와 고등부로 나눈 청소년부는 24편이 응모돼 전체 편수는 적었다. 사실 청소년 대상 글쓰기 대회가 폐지되거나 위축되는 건 전반적인 경향이다. 대학 진학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생기부에 외부 활동, 시상에 관한 내용을 쓰지 못하게 되며 글쓰기에 관한 관심이 급속히 식었다. 이번 공모전 청소년부 역시 입시에 모든 걸 맞춘 고등부보다 시간이 자유로운 중등부 작품이 오히려 수준이 더 높았다.청소년부 심사를 맡은 임성용 작가와 오선영 작가는 “바다와 해양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 탓인지 자기의 언어를 제대로 찾지 못하는 응모자가 많았다. 다루는 소재 또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해양 오염과 자기 연민을 다루는 글이 주를 이루어서, 해양의 넓고 다양한 얼굴을 담는 글은 부족했다. 전개 면에서도 단조로운 고백의 형식을 넘어서지 못하고 일관성과 통일성이 부족한 작품들이 많아 아쉬움이 남았다”라고 평가했다.임 작가는 “기본적인 문장 구사력 부족, 띄어쓰기, 맞춤법에 대한 소양 부족, AI의 무비판적 사용, 인터넷 자료 표절에 대한 우려가 되는 작품도 보였다. 창작의 윤리성에 대한 인식 미흡은 지금의 청소년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라고 지적했다.오 작가는 “바다와 그 주변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웅숭깊은 시선을 담은 작품들이 있었다. 항만과 조선소 노동자의 삶을 살갑게 살피고, 바다가 주는 위로에서 생활의 방식을 통찰했다. 바다 환경에 대한 실태를 다변적 시각으로 살핀 점은 칭찬하고 싶다”라고 전했다.당선자들에겐 개별 통보를 했으며, 해양진흥공사와 부산일보는 첫 공모전에 작품을 접수한 응모자들에게 감사 선물을 전달하기로 했다. 청소년부 참가자 전원, 일반부 참가자 80명에게 문화상품권을 보내줄 예정이다.1회 해진공과 함께하는 부산일보 해양문학 공모전 시상식은 내년 1월 14일 오후 5시 부산일보 10층 대강당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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