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성도 삶의 조건으로…‘건축계 노벨상’ 프리츠커상에 스밀얀 라디치(종합)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올해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칠레 건축가 스밀얀 라디치 클라크(60)가 선정됐다. 칠레 출신 건축가가 상을 받는 건 2016년 빈민들을 위한 사회적 건축으로 유명한 알레한드로 아라베나에 이어 두 번째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0만 달러와 메달이 수여된다.상을 주관해 온 미국 하얏트 재단은 지난 13일 “그의 건축물들은 임시적이고 불안정하며 의도적으로 미완성된 듯 보이지만, 구조적이고 낙관적이며 고요하면서도 기쁨이 넘치는 안식처를 제공하며, 취약성을 삶의 경험에 깃든 조건으로 받아들인다”고 선정 사유를 밝혔다. 스밀얀 라디치는 “내 건축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모든 건축물을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다면, 예산, 규모, 용도, 재료는 다양하지만 모두 어떤 절제미를 추구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절제미란 모든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본질만 남기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1965년 6월 21일 크로아티아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칠레 가톨릭대학과 이탈리아 베니스 건축대학에서 수학했으며 1995년 산티아고에 건축사무소를 내고 활동하며 스페인, 스위스, 영국에서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대표작은 임시적인 거주 공간으로 설계한 초창기의 ‘석탄집’(1998)을 필두로 절벽 위에 자리 잡은 ‘피테 하우스’(2005), 채석장에서 캔 바위를 식당 공간의 지지체로 세운 ‘레스토랑 메스티소’(2006), 사색적인 휴식처를 상징하는 ‘직각의 시를 위한 집’(2013), 돌 위에 도넛 모양새의 유리섬유 조각을 놓은 영국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2014), 반투명 외벽이 빛을 조절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음향 성향을 향상시킨 ‘비오비오 지역극장’(2018), 제22회 칠레 건축 비엔날레를 위한 ‘구아테로’(2023) 등이 있다.한편 프리츠커상 수상자는 해마다 3월 첫째 주에 발표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올해는 재단 이사장 톰 프리츠커가 금융재벌이자 성범죄자였던 제프리 엡스타인과 친분을 쌓은 사실이 드러나 회장 자리를 물러나는 바람에 발표가 이례적으로 미뤄졌다.
[김은영의 문화시선] ‘휴먼브리지’와 문화 DNA
부산 수영구 망미동 주택가에 자리한 한 갤러리에 취재 차 들렀다가 수영구와 해운대구를 잇는 ‘수영강 휴먼브리지’를 건넜다. 날씨가 좋아 쉬엄쉬엄 걷고, 보고 하다 보니 어느새 다리 위에 올라 있었다. 영화의전당으로 건너간 김에 영화까지 봤더라면 ‘완벽’한 반나절 문화생활이 되었겠지만, 할 일이 남아 오후 시간은 영화의전당 라이브러리에서 보냈다. 출발점은 이웰갤러리(망미번영로 110번길 7)였다. 오는 27일까지 열리는 박주현 조각가의 개인전 ‘새겨진 시간-울리는 소리’를 돌아보고, 나선 김에 4월 11일까지 이어지는 대만 출신의 조각가 팀 리 개인전 ‘Toward the Light’를 보기 위해 리앤배(좌수영로 127)로 향했다. 이웰에서 리앤배까지 곧장 가면 걸어서 10분인데, 복합문화공간 F1963(구락로 123번길 20)을 가로지르면 7분 거리에 또 다른 전시 공간인 국제갤러리 부산점과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이 있다. 전시가 아니더라도 F1963에는 F1963 도서관, 금난새 뮤직 센터, Yes24 중고 서점 등이 있어 잠시 숨 고르듯 둘러보기 좋다. F1963을 나와 다시 7분 거리의 리앤배에선 팀 리 전시를 관람했다. 리앤배에서 수영강 휴먼브리지까진 10여 분이 걸렸지만, 강변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니 산보 나온 듯 느긋해졌다. 다리는 구경 삼아 나온 시민들로 붐볐다. 보행 전용교여서 4~20m에 이르는 다리 폭이 생각 밖으로 넓게 느껴졌고, 중앙에는 20m 높이 전망대 ‘씨네 아일랜드’가 있었다. 강과 도시 풍경을 시원하게 내려다볼 수 있는 수영강 휴먼브리지였지만 아직은 약간 휑뎅그렁한 인상도 남았다. 어떤 식으로든 수영강 휴먼브리지에 사람들이 즐길 만한 문화 콘텐츠가 하루빨리 장착되면 좋겠다 싶었다. 언젠가 서울에 갔을 때 봤던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가 떠올랐다. 그곳은 매주 일요일에만 차도를 보행로로 바꾸어 두 발로 걸으며 즐기는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는데, 수영강 휴먼브리지는 일요일만 기다릴 필요가 없는 상시 보행 전용교라는 점이 다르다. 사실 아무 목적 없이 무작정 걷는 것도 좋지만, 일삼아 찾아오는 이들에겐 볼거리, 느낄 거리, 체험할 거리가 한두 개쯤 더해져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다리 이쪽과 저쪽 끝 어딘가에 주변 전시·공연 소식을 알리는 안내 지도나 게시판이 생기고, 플리마켓과 두 개 구가 함께 여는 ‘휴먼브리지 페스티벌’(가칭) 같은 것이 자리 잡아 이름처럼 ‘휴먼’브리지다운 다리가 된다면, 다리 하나만 보러 오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 수영구민은 해운대구로, 해운대구민은 수영구를 넘나들며 자연스레 문화를 나누게 된다면, 그것 또한 이 다리가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아미’ 마음 잡아라…BTS 공연 앞두고 유통가 ‘보랏빛 마케팅’ 총력전
유통업계가 방탄소년단(BTS)의 글로벌 팬덤 ‘아미’(ARMY)를 겨냥한 마케팅 경쟁에 나섰다. 오는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BTS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 기념 공연을 계기로 해외 팬들의 방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백화점과 편의점, 면세점, 호텔 등 관련 업계는 팝업스토어와 쇼핑 행사, 관광 연계 상품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외국인 소비 수요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백화점 업계는 공연을 찾는 글로벌 팬을 겨냥한 쇼핑 행사와 팝업스토어를 마련했다. 롯데백화점은 19일부터 22일까지 명동 ‘롯데타운’ 일대를 BTS 상징색인 보라색 조명으로 꾸미는 ‘웰컴 라이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같은 기간 본점과 잠실점, 롯데아울렛 서울역점에서는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K웨이브 쇼핑 위크’를 열고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구매액의 7%를 롯데상품권으로 제공한다. 신세계백화점은 BTS 소속사 하이브와 협업해 명동 본점 ‘헤리티지 뮤지엄’에서 정규 5집 발매 기념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신규 앨범과 공식 응원봉 등 다양한 굿즈를 판매하는 행사다. 국내 유통사 가운데 정식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곳은 신세계가 유일하다. 현대백화점은 4월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공연에 맞춰 킨텍스점을 중심으로 외국인 고객 혜택을 확대할 계획이다. 해당 매장을 찾는 관광객에게 쇼핑 지원금과 식당가 할인권을 제공한다. 편의점 업계도 공연 특수에 대비해 광화문 일대 매장 운영을 강화하고 있다. CU는 광화문 인근 점포 주요 상품 재고를 평소 대비 최대 100배까지 확보하고, 명동·홍대 등 관광객 밀집 지역에서는 바나나맛우유와 불닭볶음면 등 외국인 선호 상품 중심의 전용 매대를 운영한다. GS25는 광화문 인근 약 60개 점포에서 생수와 간편식, 주류 물량을 확대하고 BTS 멤버 진이 글로벌 앰배서더로 활동하는 전통주 브랜드 ‘아이긴’ 관련 상품과 굿즈를 전면에 배치할 예정이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도 추가 포스(POS) 기기를 설치하고 외국어 대응이 가능한 직원을 배치해 외국인 고객 응대에 나선다. 면세점과 패션·뷰티 업계는 공연을 계기로 브랜드 노출 확대에 나섰다. 롯데면세점은 명동 본점 인근에서 체험형 이벤트를 진행하고 멤버십 등급 상향과 쇼핑 지원금 제공 프로모션을 준비했다. 신세계면세점은 명동점 ‘K웨이브 존’에서 BTS 관련 굿즈를 판매하고 캐릭터 브랜드 ‘BT21’ 상품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은 광화문 인근 KT스퀘어에서 라네즈 브랜드 옥외 광고를 진행하며 공연을 찾는 팬들에게 브랜드를 알린다는 전략이다. 호텔과 여행업계도 공연을 계기로 방한 관광 수요 공략에 힘쓴다.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는 BTS 굿즈가 포함된 객실 패키지를 100객실 한정으로 판매한다.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역시 공연 연계 패키지 상품을 선보인다. 방한 관광 플랫폼 ‘놀월드’는 한강 크루즈와 서울 시티버스 투어, 전통 한복 체험 등 서울 관광 상품에 대해 이달 말까지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방한 관광객의 소비 확대 흐름은 유통 업계의 기대를 키우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관광객 1인당 소비 금액은 지난 2019년 대비 83% 증가했다. 방한 관광객 수도 지난해 1893만 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양산부산대병원 정재훈 교수, 일본·아태 위암학회 학술대회 최우수 초록상
양산부산대병원 정재훈 외과 교수는 제98회 일본위암학회와 제11회 아시아태평양위암학회 공동학술대회에서 최우수 초록상을 수상했다. 정 교수는 ‘수술 적응증과 혁신의 균형 : KLASS-13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 다기관 후향적 연구에서 다빈치 SP를 이용한 축소공 로봇위암수술과 다공 로봇위암수술의 비교’를 주제로 연구 결과를 발표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연구는 국내 다기관 위암 수술 연구인 KLASS-13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진행됐으며, 연구팀은 최신 단일공 로봇수술 시스템인 다빈치 SP를 이용한 축소공 로봇위암수술과 기존 다공 로봇위암수술의 임상적 결과를 비교·분석했다. 연구팀은 단일공 기반 축소공 로봇위암수술은 수술 시간 등 일부 기술적 측면에서는 차이를 보였지만, 종양학적으로 안전한 림프절 절제 범위를 유지하면서 환자 회복 측면에서 유의한 장점을 보일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했다.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3월 16일(음 1월 28일)
◎-大吉 ○-吉 △-平 X-凶 쥐 96년생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다 놓치기 쉽다. 84년생 정열의 발휘를 의미하기도 하고 성공과도 뜻이 통하는 하루. 72년생 스타일 구겨지는 일이 있어도 오늘은 그냥 넘어가는 것이. 60년생 갈 길은 바쁜데 방해물이 만만치 않다. 48년생 식복이 있으니 입이 즐거운 날. 36년생 아랫사람의 고집 때문에 내가 피곤할 수 있다. 금전-△ 애정-△ 건강-◎ 소 97년생 도전해 보라. 지금 쌓는 경험이 약이 되리니. 85년생 조금 더 힘을 기른 후 일을 추진해야. 73년생 새로운 일을 도모하거나 새 정보를 접할 일이. 61년생 외화내빈이라 겉은 화려하나 실속이 없을 수도. 49년생 아직까지 끝내지 못한 일들을 정리하는 기회가 될 듯. 37년생 귀인을 만나서 도움을 받을 수도. 금전-○ 애정-△ 건강-△ 범 98년생 차근차근 준비하면 순조로이 일이 이루어진다. 86년생 하고 있는 일에서 부가적인 보너스가 생긴다. 74년생 우두머리가 되려 하기 보다 고개 숙이는 자세를. 62년생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정성과 지혜를 구해야. 50년생 괜한 욕심은 손과 발이 바쁠 뿐. 38년생 고집을 부리다간 정신적 스트레스만 쌓이니 조절할 것. 금전-○ 애정-△ 건강-△ 토끼 99년생 떠나갈 사람은 잡지 말고 그냥 가게 둬야. 87년생 자신의 말과 행동은 다가올 행운의 열쇠. 75년생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수고를 아끼지 않는 날. 63년생 몸도 마음도 재충전을 해야. 가벼운 산행이나 산책을 해 보는 것도. 51년생 시간이 지나면 모두 해결되니 걱정 안 해도. 39년생 지금 상황을 행복으로 생각하라. 금전-△ 애정-○ 건강-△ 용 00년생 실천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운을 돕는다. 88년생 해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두운 법. 참고 견디어 내야. 76년생 앞으로 가는 것도 좋지만 뒤도 돌아보아라. 64년생 억지로 밀어붙여 보지만 마음에 차지 않는 양상. 52년생 옳다고 생각해도 모든 것을 걸지는 말아야. 40년생 세상일이 내 뜻과 맞지 않으니 마음만 분주할 뿐. 금전-△ 애정-○ 건강-○ 뱀 01년생 현명한 조언에 귀를 기울여라. 89년생 없는 것은 새로이 생기고 과했던 것은 수그러들 듯. 77년생 대인관계에서 융통성을 발휘하면 일의 상승효과를 얻을 듯. 65년생 북쪽을 깨끗이 하면 운을 여는데 도움이 된다. 53년생 행운의 여신이 함께 하는 기분 좋은 하루. 41년생 소화기 계통 건강이 불리하니 과식은 삼가야. 금전-○ 애정-△ 건강-△ 말 02년생 기회는 준비된 자의 것. 스스로를 재정비하라. 90년생 성실한 마음으로 임하면 결과가 좋을 것이다. 78년생 돈 씀씀이가 많아지니 계획성 있는 금전 관리가 필요할 때. 66년생 눈치 보지 말고 소신껏 행동해야. 54년생 성급한 문서 계약에 주의. 득보다 실이 많다. 42년생 판단력이 흐려지니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말아야. 금전-◎ 애정-△ 건강-◎ 양 03년생 혼자 결정하지 말고 상대와 의논해서 하라. 91년생 주동하면 구설수를 겪을 수 있으니 일단 한 번 참아야. 79년생 하던 일 말고도 다른 일에 눈을 돌릴 수 있다. 67년생 여유로운 만큼 게을러질 수 있으니 정진하는 자세가. 55년생 내게 주어진 선택권은 없어도 따라가면 무난. 43년생 옆에 있는 사람을 의심하지 말아야. 금전-△ 애정-△ 건강-△ 원숭이 04년생 자신을 위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라. 92년생 분주히 움직이니 하루 해가 짧은 날. 80년생 무리한 일의 추진만 아니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듯. 68년생 인맥도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56년생 땅에 떨어진 명예를 회복해야 할 때. 44년생 좋은 일과 궂은 일이 한 몸과 같이 붙어 다닌다. 금전-△ 애정-○ 건강-△ 닭 05년생 가진 재능을 다 드러내기는 힘이 들 듯. 93년생 내 생각대로 추진하고 활동영역을 확장시킬 시기. 81년생 해결 못한 고민거리가 정리되니 마음이 후련하다. 69년생 금전 따라 움직여 보면 뜻밖의 이익을 얻을 수도. 57년 미리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걱정, 근심을 다 버려라. 45년생 작은 만족에서 행복을 찾아야. 금전-○ 애정-○ 건강-◎ 개 06년생 자꾸 다툼이 일어나면 잠시 떨어져 있는 것이 좋을 듯. 94년생 비가 왔다 햇빛이 비췄다 하는 격이니. 82년생 이곳저곳 둘러볼 곳이 많은 양상. 70년생 평이한 인생인 것 같지만 그 속에서 경이로움을 느낄 듯. 58년생 편안하게 지내고 싶으면 아침부터 서둘러야. 46년생 마음의 여유를 가지니 평화가 찾아올 듯. 금전-△ 애정-X 건강-○ 돼지 07년생 결심한 것과는 달리 일이 더딜 수도. 95년생 동분서주하면서 바삐 움직여 보지만 기대 이하일 수도. 83년생 컨디션이 좋지 못하니 집중력도 떨어져 다소 산만한 모양. 71년생 먼 곳 출입을 통하여 새로운 소식을 접할 수도. 59년생 계획대로 해서 손이 두 번 갈 일이 없도록. 47년생 일상의 소박한 일에서 만족을. 금전-△ 애정-○ 건강-○
‘활 이해도가 연주자 판가름해’ 부산의 어린 음악가와 만난 세계적 활 제작자 피에르 기욤
현악기와 활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수백억 원을 호가하는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도 활이 없으면 소리를 낼 수 없다. 활 역시 현악기가 있어야 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바이올린이나 첼로 등 현악기에 비해 활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적인 활 제작자가 부산에서 강연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2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 음악관 5층 강의실에서는 벨기에 출신의 세계적인 활 제작·수리·복원·감정 전문가 피에르 기욤(Pierre Guillaume)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활의 역사에 관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활 전문 업체 ‘메종 베르나르(Maison Bernard)’의 공동대표로 음악계에서 활 분야 최고 권위자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외국 경매 사이트에 따르면 그가 제작한 활은 1000만 원 이상에 거래되기도 한다. 이번 강연은 부산대 음악학과 김동욱 교수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김 교수가 이달 한국 방문 일정이 잡혀 있던 기욤 대표를 지인을 통해 초청하면서 마련됐다. 강연은 약 1시간 동안 이어졌다. 기욤 대표는 19세기 프랑스의 유명 악기·활 제작자인 장 밥티스트 뷔욤(Jean-Baptiste Vuillaume) 공방을 중심으로 활의 변천사를 소개했다. 이 공방을 거쳐 간 활 제작자들이 많아 짧은 시간 안에 활의 역사와 제작 전통을 설명하기에 적합한 주제였다. 또한 뷔욤이 태어난 프랑스 미르쿠르는 ‘프랑스 현악기 제작의 수도’로 불리는 상징적인 지역이기도 하다. 이날 강의실에는 실제 무대에서 활동하는 바이올리니스트들과 50여 명의 학생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학생들은 활의 제작 과정과 역사에 대한 설명을 집중해 들으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강연이 끝난 뒤에는 활 털 교체 주기나 특정 연주 주법에 어울리는 활을 고르는 방법 등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다. 강연 이후 <부산일보> 취재진과 만난 기욤 대표는 학생들의 열정적인 반응에 놀랐다며 앞으로도 이런 강연을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올해 63세인 그는 다음 날 일본으로 출국해야 하는 촉박한 일정 속에서도 젊은 음악가들과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항상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활에 대한 이해도에 따라 음악가의 수준과 연주의 질도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육과 강연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세계적인 활 제작자인 그가 가장 높이 평가하는 활은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 프랑스에서 활동한 프랑수아 자비에 투르트(François Xavier Tourte)가 만든 활이다. 투르트는 현대적인 바이올린 활의 형태를 완성한 인물로 평가받으며, 그의 활은 ‘활의 스트라디바리우스’라고 불린다. 특히 밀도가 높고 탄성이 뛰어나 활 제작에 최적의 재료로 평가받는 페르남부코 나무가 사용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기욤 대표는 “부산대 학생들이 훌륭한 교수님과 함께 공부하고 있는 것은 큰 행운”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강연을 통해 훌륭한 음악가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활과 관련한 모든 분야를 다루는 강의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올해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칠레 건축가 스밀얀 라디치 클라크(60)가 선정됐다. 칠레 출신 건축가가 상을 받는 건 2016년 빈민들을 위한 사회적 건축으로 유명한 알레한드로 아라베나에 이어 두 번째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0만 달러와 메달이 수여된다. 상을 주관해 온 미국 하얏트 재단은 지난 13일 “그의 건축물들은 임시적이고 불안정하며 의도적으로 미완성된 듯 보이지만, 구조적이고 낙관적이며 고요하면서도 기쁨이 넘치는 안식처를 제공하며, 취약성을 삶의 경험에 깃든 조건으로 받아들인다”고 선정 사유를 밝혔다. 스밀얀 라디치는 “내 건축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모든 건축물을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다면, 예산, 규모, 용도, 재료는 다양하지만 모두 어떤 절제미를 추구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절제미란 모든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본질만 남기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1965년 6월 21일 크로아티아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칠레 가톨릭대학과 이탈리아 베니스 건축대학에서 수학했으며 1995년 산티아고에 건축사무소를 내고 활동하며 스페인, 스위스, 영국에서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작은 임시적인 거주 공간으로 설계한 초창기의 ‘석탄집’(1998)을 필두로 절벽 위에 자리 잡은 ‘피테 하우스’(2005), 채석장에서 캔 바위를 식당 공간의 지지체로 세운 ‘레스토랑 메스티소’(2006), 사색적인 휴식처를 상징하는 ‘직각의 시를 위한 집’(2013), 돌 위에 도넛 모양새의 유리섬유 조각을 놓은 영국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2014), 반투명 외벽이 빛을 조절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음향 성향을 향상시킨 ‘비오비오 지역극장’(2018), 제22회 칠레 건축 비엔날레를 위한 ‘구아테로’(2023) 등이 있다. 한편 프리츠커상 수상자는 해마다 3월 첫째 주에 발표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올해는 재단 이사장 톰 프리츠커가 금융재벌이자 성범죄자였던 제프리 엡스타인과 친분을 쌓은 사실이 드러나 회장 자리를 물러나는 바람에 발표가 이례적으로 미뤄졌다.
아카데미 시상식, 한국 영화 초청작은 없어…'케데헌'에 이목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15일(현지시간) 미국 LA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개최된다. 한국 영화 초청작은 없지만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와 한국 영화 원작 리메이크작 ‘부고니아’의 수상 여부가 관심을 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한국 시간으로 16일 오전 시작된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와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씨너스: 죄인들’이 주요 부문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 ‘센티멘탈 밸류’와 ‘햄넷’ 등 가족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도 작품상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유력한 작품상·감독상 후보인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각색상과 촬영상, 편집상 등 총 13개 부문 후보로 올라 있다. 이 영화는 혁명을 꿈꾸던 아버지가 납치당한 딸을 구하기 위해 추격전을 벌이는 상황 속 여러 차례 정치적·도덕적 선택의 갈림길에 서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의 가장 강력한 경쟁작은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씨너스: 죄인들’이다. ‘씨너스: 죄인들’은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을 비롯해 총 16개 후보에 오르며 역대 아카데미 시상식 최다 노미네이트 기록을 달성했다. 이 영화는 1932년 시카고 갱단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쌍둥이 형제가 술집의 신장개업 파티를 연 어느 밤을 다룬 공포 영화다. ‘씨너스: 죄인들’은 화려한 연출과 볼거리를 앞세워 편집상, 분장상, 미술상, 음악상 등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배우 마이클 B. 조던은 남우주연상 후보에, 델로이 린도는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고, 운미 모사쿠는 여우조연상 후보다.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센티멘탈 밸류’는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주·조연 배우 전원의 연기상, 국제장편영화상, 편집상 등 모두 9개 후보에 올라 있다. 이 밖에 티모테 샬라메 주연의 ‘마티 슈프림’과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 클로이 자오 감독의 ‘햄넷’도 작품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 한국 영화 초청작은 없다. 다만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데헌’과 한국 영화 원작 리메이크작 ‘부고니아’의 수상 여부가 이목을 끌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데헌’은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과 주제가상 후보에 올라 있다. ‘케데헌’은 지난 1월에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받았고, 지난달 그래미 시상식에서는 K팝 장르 최초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영화에 등장하는 걸그룹 ‘헌트릭스’의 보컬을 맡은 이재,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는 이번 시상식에서 주제가 ‘골든’(Golden) 무대도 선보일 예정이다. ‘케데헌’은 앞서 지난해 영화와 쇼 부문을 합쳐 가장 많이 본 작품에 오르며 큰 사랑을 받은 만큼 이번에 오스카 트로피를 수상하면서 ‘헌트릭스 열풍’에 정점을 찍을지 주목된다. 여기에 장준환 감독의 영화 ‘지구를 지켜라!’(2003)를 원작으로 한 할리우드 리메이크작 ‘부고니아’는 작품상, 여우주연상, 각색상, 음악상 등 4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한국 영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중 아카데미 시상식 각색상 부문 후보에 오른 건 ‘부고니아’가 처음이다. 한편, ‘케데헌’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이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영국 오피셜 차트에 따르면 ‘골든’은 싱글 차트 ‘톱 100’에서 25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38주 연속 차트 진입이다.
기어이 세상을 바꾼 한 여성의 고백
한국에 책이 출간되기도 전에 이 책은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다. 미국 아마존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전 세계 100만 부가 판매되었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그렇게 기다리던 책이 드디어 수십 권의 신간들과 함께 신문사에 도착했다. 그러나 출판면 톱기사로 이걸 쓸 수 있을지 꽤 망설였다. 656쪽이라는 분량이 부담스러운 건 절대 아니다. 이 아픈 이야기를 감당할 수 있을지, 저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이 책이 가진 중요성과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고 싶었다. ‘엡스타인 사건’ ‘엡스타인 파일’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빌 게이츠, 앤드루 왕자, 도널드 트럼프, 일론 머스크, 노엄 촘스키 등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권력자들이 희대의 아동성폭력범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 접대를 받았고 심지어 성폭력 피해자는 대부분 10대 중반의 어린 소녀들이었다. 안타깝게도 언론과 사람들은 억만장자인 앱스타인의 소아성애 취향과 얼마나 엽기적인 성행위가 있었는지 초점을 맞추었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명단에 집중하고 있다. 잔혹한 아동성폭력 범죄가 여전히 권력자들의 스캔들로 치부되고, 회복과 정의를 염원하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뒷전으로 밀린다는 걸 보여준다. 이 책은 엡스타인과 그의 조력자 맥스웰을 심판하는 데 앞장섰고, 자신의 고통스러운 피해를 적나라하게 밝힌 장본인이다. 철저하게 생존자의 시점으로 쓴 이 책은 어린 시절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에게 성폭력 당한 이야기부터 그런 집에서 탈출했지만, 거리에서 만난 어른에게 다시 몸과 마음을 유린당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리조트에 취직하며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지만, 거기서 엡스타인의 범죄 조력자 맥스웰을 만난다. 맥스웰은 소녀들이 원하는 걸 돕겠다며 접근한다. 저자는 리조트에서 일하며 틈틈이 해부학책을 읽으며 마사지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운다. 그런 저자에게 맥스웰이 일을 조금 도와주면 마사지 배우는 걸 지원하겠다고 접근했고, 이후 3년간 앱스타인을 비롯해 그의 지인, 손님들에게 성폭력과 착취를 당한다. 저자가 책에 기록한 엡스타인과 공범들의 범죄 실상은 읽기 힘들 정도로 처참하다. 속이 메스꺼울 정도로 피해 상황을 마주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저자는 그렇게 무참한 폭력을 응시해야 피해자들에게 회복의 가능성이 열리고 가해자들을 심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3년 만에 엡스타인에게서 탈출했지만, 이후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공황장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약물 중독에 시달리며 삶을 누릴 능력을 상실하고 되돌릴 수 없는 영구적인 상처를 입었다는 걸 알게 된다. 수년이 흘러도 엡스타인과 가해자들의 망령이 떠올랐고, 언제든 앱스타인이 자신을 찾아내 해칠지 모른다는 불안에 떨었다. 이런 상태에서도 엡스타인을 단죄하기 위해 증언하고 얼굴을 공개하며 언론 인터뷰를 한 건 딸을 출산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딸에게 자신이 당한 일을 절대 겪게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고, 나아가 지금도 고통을 당하고 있을 소녀들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011년 엡스타인과 맥스웰을 고발했고, 유명인을 가해자로 공개하며 저자는 ‘거짓말쟁이’ ‘꽃뱀’ ‘창녀’ ‘관종’이라는 모욕에 시달린다. 심지어 가해자로 지목한 유명인의 팬으로부터 살해 협박에 시달려야 했다. 쏟아지는 모욕을 받아내며 저자는 증언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다른 피해 여성들도 동참한다. 권력자의 비호 속에 엡스타인은 2019년에야 성매매 혐의로 체포되었고, 성폭력 인신매매에 관한 법안의 개정까지 끌어 낸다. 하지만 저자는 2025년 4월 트라우마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실 이 죽음 역시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제목인 ‘노바디스 걸’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소녀’라는 저자의 외침이다. “약탈자들이 비호받는 대신 죗값을 치르고 상처받은 이들이 수치심 속에 숨는 대신 따뜻한 연민으로 보호받고, 막강한 권력을 쥔 자들도 누구와 다름없이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는 세상을 꿈꾼다”라는 저자의 말은 너무 당연하지만, 이조차 지켜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따끔한 지적이다. 버지니아 로버츠 주프레 지음/김나연 옮김/은행나무/656쪽/2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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