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에서 시네마까지, 부산 인문학의 확장
‘가우디’에서 ‘잇츠시네마’까지 올해 부산의 예술 인문학을 여는 두 강좌가 눈길을 끈다. 이들 강좌는 건축과 플라멩코, 그리고 영화를 매개로 세계와 연결되는 법을 가르쳐준다.(재)부산문화회관은 오는 29일부터 가우디의 철학과 스페인 문화를 깊이 있게 다루는 ‘가우디의 예술 노트’ 스페셜 아카데미를 개최하며, 상지인문학아카데미 역시 20일부터 영화와 대화가 어우러지는 ‘잇츠시네마’ 시즌4의 막을 올리고 시민들을 예술의 향연으로 초대한다.■가우디 서거 100주기 기념 강연안토니 가우디(1852~1926) 서거 100주기를 기념하는 (재)부산문화회관의 스페셜 아카데미는 오는 29일부터 7월 22일(오후 2~4시 부산문화회관 챔버홀)까지 ‘가우디의 예술 노트’라는 이름으로 총 10회에 걸쳐 진행한다. 특히 올해는 가우디의 역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정 성당)에서 핵심 구조물인 ‘예수 그리스도의 탑’(172.5m)이 완공되는 역사적인 해인 데다 6월 10일은 가우디가 세상을 떠난 지 정확히 100년이 되는 날이어서 더 상징적이다.스페셜 아카데미를 기획한 박민희 교육전시팀장은 “오늘날 우리가 가우디를 다시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그가 세운 거대한 석조 건물의 위용 때문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해답은 결국 자연에 있다는 진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증명해 낸 그의 고결한 집념일 것”이라면서 “이번 프로그램은 가우디의 건축물을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 스페인 인문학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고 밝혔다.강연은 △16세기 스페인 제국의 화양연화(5월 29일, 강사 임승휘 선문대 사학과 교수) △마드리드·바르셀로나 미술관 산책(6월 2·9일, 이현 미술사가) △가우디_자연을 사랑한 건축가(6월 16일) △구엘 저택_어제의 양치기, 오늘의 귀족(6월 23일) △밀라 주택_새로운 도시, 새로운 건축(7월 2일) △성가정 성당_새로운 구조, 새로운 기하학(7월 7일, 이상 이병기 건축가·아키트윈스 대표) △세상에서 가장 큰 악기, 파이프 오르간의 2000년 여행(7월 14일, 박소현 이화여대 교수·오르가니스트) △가우디의 빛의 숲–성가정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7월 21일, 정수경 인천가톨릭대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교수) △영혼을 흔드는 스페인 춤: 플라멩코에 숨겨진 감정과 미학(7월 22일, 플라멩코 아티스트이자 2018년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훈장을 수훈한 롤라 장)으로 구성된다. 가우디와 가우디가 설계한 건축물 관련 강연 4강을 맡을 이병기 건축가는 가우디의 모교인 카탈루냐 공과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다.수강 신청은 부산문화회관 홈페이지와 전화(051-607-6000) 예매로 가능하며, 수강료는 회차별 2만 4000원이지만, 10회 강연을 패키지로 들을 경우 50% 할인 금액(12만 원)이 적용된다.■20일부터 시즌4 맞는 ‘잇츠시네마’상지인문학아카데미가 주최하는 ‘잇츠시네마’는 시즌4를 맞는다. 오는 20일부터 내년 4월 21일(오후 6시 30분~)까지 부산 중구 신창동 BNK부산은행 3층 아트시네마 모퉁이극장에서 매달 1회(연 12번), 최근 2~3년 내에 개봉한 영화를 감상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매번 새로운 진행자가 나와서 영화 관련 이야기를 안내하는 등 우리의 삶을 더욱 깊고 넓어지게 하는 대화의 장을 펼친다. 잇츠시네마는 ‘이것이 영화다’, ‘영화를 씹어먹는다’(이해한다), ‘먹으면서 보는 영화’ 등 여러 뜻을 지닌 중의적인 표현이다.12편의 영화와 안내자는 다음과 같다. △네오 소라 감독 ‘해피엔드’(5월 20일, 장현정 호밀밭 대표) △요아킴 트리에 ‘센티멘탈 밸류’(6월 17일,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양희 ‘바람이 전하는 말’(7월 22일, 곽한영 부산대 교수·법교육학자) △마이크 리 ‘내 말 좀 들어줘’(8월 19일, 김은정 영화평론가) △자파르 파나히 ‘그저 사고였을 뿐’(9월 16일, 전진성 부산교대 교수·역사학자) △이타미 주조 ‘담뽀뽀’(10월 8일, 박찬일 요리사·에세이스트) △오기가미 나오코 ‘동그라미’(11월 18일, 진영섭 금속공예가) △왕자웨이 ‘화양연화’ 특별판(12월 16일, 장의진 인제대 교수) △짐 자무쉬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2027년 1월 20일,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문화학자) △윤가은 ‘세계의 주인’(2월 17일, 조재휘 영화평론가) △알랭 기로디 ‘미세리코르디아’(3월 24일, 정지혜 BIFF 프로그래머) △정지영 ‘내 이름은’(4월 21일, 신지은 부산대 교수·사회학자) 등이다.2015년 시작한 상지인문학아카데미는 부산의 상지E&A·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가 정기적으로 여는 시민 대상 인문학 프로그램이다. ‘잇츠시네마’ 강좌는 상지인문학아카데미 회원(연회비 가입비 5만 원)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모집 인원은 50명 내외. 문의 051-240-1526.한편 상지인문학아카데미는 부산미술협회와 공동으로 ‘인사이트 아트: 해석의 기술부터 큐레이팅의 실제’ 시민대학을 6월 2일부터 내년 3월 2일까지(총 21강) 매주 화요일 오후 6시 30분 상지건축 6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한다. 전 과정 수료시 부산미술협회 도슨트 수료증이 제공되며 수강료는 100만 원(상지인문학아카데미 연회원과 부산미술협회 회원은 15% 할인한 85만 원)이다. 강사는 전진성, 이현주, 류승훈, 김지호, 김지오, 정종효, 김정선, 이상수, 김승호, 김종기, 안창홍, 서진석 등 미술관·박물관·대학에 재직하는 현직 전문가와 작가이다. 문의 051-240-1526.
산사에 올라서야 깨달았다…사람과 우주가 둘이 아님을
불기(佛紀) 2570년.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온다. 부처님은 음력 4월 8일에 태어났다. 부처님오신날은 석가모니가 태어난 해가 아니라 열반한 해를 원년으로 삼는다. 그러니 올해 부처님오신날은 석가모니가 돌아가신 지 2570년째 되는 해에 맞이하는 생일인 셈이다. 이 사실을 여태 모르고 공휴일이라고 그냥 놀았다. 이번에 깨달았다. 지난달 중순 인문학당 ‘큰수레(회장 최복룡)’의 전남 순천 선암사, 송광사 답사를 따라갔다가 불교에 관심이 생긴 덕분이었다. 꽃도 보고 우리 문화에 눈도 뜨는 수지 맞는 여행이었다. ■꽃이 이래 화려해 스님들 우짜노 생각보다 가까웠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선암사는 조계산에 자리 잡고 있었다. 부산에서 선암사까지는 2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차에서 내려 선암사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먼저 부도전을 만났다. 선암사를 거쳐 간 고승들의 사리를 모신 승탑이 있는 곳이다. 시조 시인으로 선암사 부주지를 역임한 조종현 스님도 여기에 묻혔다. 교과서에도 나온 ‘나도 푯말이 되어 살고 싶다’를 쓴 스님은 소설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 작가의 부친이다. 선암사의 대처승이었고, 조 작가도 선암사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이 부도전은 <태백산맥>에도 접선 장소로 등장한다. 선암사가 속한 종단 한국불교태고종은 독신으로 수행하는 스님도 있지만, 스님의 결혼과 가정을 허용하는 대처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돌다리 승선교(昇仙橋)가 나타났다.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오르는 다리’라는 뜻이다. 속세의 번뇌를 씻고 부처의 세계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다. 선암사(仙巖寺)에는 ‘신선이 내려오는 누각’이란 뜻의 강선루(降仙樓)까지 신선이 곧잘 등장한다. ‘순천 전통 야생차 체험관’ 안내판이 나타나더니 길옆으로 차나무들이 보인다. 선암사는 사찰 뒤편 산기슭 등에서 흩어져 자라는 야생차밭이 유명하다. 선암사 스님들은 전통 방식으로 차를 만들고, 차를 마시는 것도 수행의 연장으로 여긴다. “오메, 이게 뭔 일이래?” 선암사 경내에 들어선 순간 진한 전라도 말이 귀에 꽂혔다. “꽃이 이래 화려해 우짜노, 스님이 정진할 수 있겠나?” 일행 중의 한 분이 이에 질세라 경상도 말로 화답했다. 겹벚꽃 만발한 춘사월이었다. 봄이 되면 선암사는 매화부터 시작해 겹벚꽃, 영산홍, 자산홍, 살구꽃, 개나리, 진달래, 복사꽃 등이 차례로 만개해 꽃 대궐을 이룬다. 한국의 산사 중에서 가장 꽃이 아름답다는 선암사였다. 사시사철 꽃이 떨어지는 날이 없으니, 신선들도 틈만 나면 다녀가는구나 싶었다.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다가 불조전(佛祖殿)으로 서둘러 가야 했다. 과거 7불과 미래 53불 총 60분의 부처님을 모신 곳이다. 이날 법문을 하기로 약속한 선암사 주지 승범 스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스님은 “예배당에 가면 예수님 한 분뿐이어서 간단명료한데, 절에 오면 부처님이 ‘땀뿍(가득)’ 찼다. 비불교인은 똑같은 부처님을 왜 이렇게 땀뿍 만들어 놨는지 궁금해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스님은 “모든 생명체가 깨달으면 부처가 될 수 있는데 중생병으로 아직 성자의 반열에 이르지 못했을 뿐이다. 여러분도 언젠가 깨달으면 여기에 올라올 것이니 사진 잘 보관해 두라”라고 말했다. 천불전을 갖춘 선암사는 ‘만불의 세계’였다. 스님은 “우리는 보물 법당에서 예불을 올리고 문화재 변소에서 용변을 본다”라고 우스갯소리처럼 이야기하며 법문을 마쳤다. 사실 선암사 화장실은 지방 문화재로 지정되었을 만큼 유명하다. 소설가 김훈은 <자전거 여행>에서 “전남 순천 승주 지방을 여행하는 사람들아. 똥이 마려우면 참았다가 좀 멀더라도 선암사 화장실에 가서 누도록 하라. 여기서 똥을 누면 비로소 인간과 똥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 수가 있다”라고 말했다. 선암사는 가을이 되면 온통 은행나무잎으로 뒤덮여 노란색 천국이 된다니, 또 가고 싶어질 것 같다. ■수행 전념 지눌 스님 법맥 이어 조계산 산등성이를 마주 보고 동쪽에는 선암사, 서쪽에는 송광사가 있다. 선암사에서 송광사까지 산길로는 불과 8㎞ 떨어져 있다고 했다. 송광사는 승보사찰로 대한불교조계종을 대표하는 사찰로 꼽힌다. 같은 조계산에 조계종과 태고종을 대표하는 사찰이 각각 자리 잡은 사실이 묘하게 느껴졌다. 둘 다 천년사찰이지만 역사적으로는 선암사가 다소 앞선다. 이날 해설을 맡은 불교 인문학자이자 사진작가 노재학 씨의 깊이 있는 설명이 우리 불교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노 작가는 “처음에는 소나무가 넓게 퍼져 있다고 해서 송광산이었고, 절 이름은 길상사였다. 그러다 고려 시대에 ‘동양의 부처님’이라고 불렸던 중국의 육조 혜능이 머물던 조계산을 따서 산 이름이 바뀌었다. 조계종(曹溪宗)이라는 종단 이름도 혜능 대사의 별호인 조계(曹溪)에서 유래했다. 혜능 대사의 선종 법맥을 잇는 종단이라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알면 알수록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송광사 대웅전으로 들어가는 통로 역할을 하는 다리 삼청교 위에 지은 건물이 우화각이다. 무지개 모양의 삼청교 중심에는 여의주를 문 용머리 돌이 나와 있다. ‘용생구자(龍生九子)’, 용의 아홉 자식 중에 물을 좋아하는 ‘공복’이 다리 밑에 있다는 설명이 재밌다. 생각해 보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해 버린 용보다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공복이야말로 칭찬받아 마땅하다. 우화각 또한 선암사 승선교 같은 멋은 없지만 묵묵히 사람들의 통행을 돕고 있다. 영화로 유명해진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도 이 같은 다리 위 누각이란다. 이 영화 주인공의 직업이 사진작가였다는 사실은 뒤늦게 눈치챘다. 우화각 바로 옆에는 임경당(臨鏡堂)과 육감정(六鑑亭)이 있다. 거울처럼 맑은 냇가에 자신을 비춰 정화시킨 뒤에 송광사로 들어가라는 뜻일 것이다. 비가 온 뒤 계곡물이 불어났을 때, 우화각의 곡선과 임경당의 직선이 물줄기와 어우러지는 모습이 기가 막히단다. 대웅보전으로 향하는 길목 오른쪽에는 침계루(枕溪樓)가 자리 잡고 있다. ‘개울을 베개로 삼아 누운 다락’이라니 선조들의 낭만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우화각, 임경당, 침계루를 따라 걸으며 산사의 건축이 계곡을 품은 진수를 제대로 느꼈다. 승보 사찰 송광사 제일 위에는 스님들이 있어야 한다. 국사전(國師殿)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고려 시대 및 조선 시대 초에 국사로 책봉되었거나 후대에 국사로 추인된 송광사에서 활동한 큰스님 16분의 영정을 모시고 기리기 위해 세운 건물이다. 이 가운데 13점을 한꺼번에 도난당했다가 21년 만에 되찾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찾은 장소가 관음전 뒤뜰 언덕에 있는 보조국사 지눌의 감로탑이다. 고려 시대 불교가 권력과 밀착되어 매우 타락하자 지눌 스님은 명리를 버리고 산속으로 들어가 오직 수행에만 전념하자는 정혜결사 운동을 펼쳤다. 지눌 스님이 조계산 송광사에서 선종의 정통성을 다시 세운 것이다. 조계종은 지눌 스님의 법맥을 잇고 있다. 감로탑에서 내려다보는 송광사의 전경이 일품이었다. 어쩌다 절에 가서 “보살님!” 소리를 들으면 깜짝 놀라며 손사래부터 치는 비불교인이 이날 점심은 선암사, 저녁 공양은 송광사에서 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알고 보니 보살은 생명체를 가진 모든 존재에게 쓰는 최상의 호칭이라고 했다. 선암사, 송광사에서 ‘한국 산사의 기념비적 건축’도 많이 알게 되었다. 노 작가가 “우주의 축소판이 사람이고, 사람이 곧 우주다. 서로를 존중해야지, 힘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생명에 대한 존중심을 가지면 절대로 전쟁을 못 한다”라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AI 로봇이 수계를 받고 명예 스님이 되었다는 소식에 부처님오신날의 의미를 AI에게 물어봤다. “자비 정신을 되새기며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고, 모든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확인하는 날이다”라는 명쾌한 답이 돌아왔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파도가 속삭였지, 멍하니 바라다보면, 마음의 멍도 사라진단다
잘 쉬는 것도 능력인 시대다. 일정은 빽빽하고, 머리는 늘 바쁘다.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어디로 가느냐보다 어떻게 쉬느냐가 여행의 기준이 됐다. 관광지를 빠르게 훑고 사진을 남기는 여행보다, 몸과 마음을 내려놓는 시간이 더 중요해졌다. 이른바 ‘리커버리노믹스(Recoverynomics·회복경제)’다. 회복이 곧 소비가 되는 흐름이다. 흐름의 중심엔 부산 바다가 있다. 부산은 지금 ‘보는 바다’에서 ‘쉬게 하는 바다’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치열한 도시의 속도에서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싶은 사람들에게 바다는 더 이상 단순한 풍경이 아니다. 몸을 맡기고 감각을 되찾는 공간이다. 바람을 느끼고, 파도 소리를 듣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경험하는 곳. 부산은 바다를 그렇게 다시 정의하고 있다. ■“열심히 살수록 더 쉬어야 한다” 어느 세대에게나 쉼은 언제나 필요한 경험이지만, 최근 가장 절실하게 휴식의 필요성을 외치는 건 2030 세대다. 젊은 세대는 빨리 지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비교는 더 쉬워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켜는 순간 타인의 삶이 쏟아지고 자연스레 내 삶과 비교가 된다. 그 사이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는 점점 줄어든다. 그래서 이들은 의도적으로 멈춤을 선택한다. 젊은 세대는 열심히 사는 것과 충분히 쉬는 것을 동시에 추구한다. 휴식을 잘 취하는 능력은 곧 자기 관리 역량으로 인식된다. 회복은 더 이상 나태함의 징표가 아니라 의도된 선택이자 전략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들은 회복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과 일상을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소비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휴식은 이제 소비 행위이자 자기 표현의 방식이다. 무엇을 소유하느냐보다 무엇을 느끼느냐가 더 중요해진 시대. 그중에서도 회복은 가장 깊고 사적인 경험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다로 향한다. 바람을 맞고, 몸을 움직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통해 마음을 다시 정리한다. ■부산 바다가 전하는 회복의 순간 이 흐름을 가장 부산답게 풀어낸 것이 해양치유 프로그램이다. 부산은 이제 해양관광 도시를 넘어 ‘회복의 바다’로 변신을 시도한다. 햇살이 서서히 기울기 시작한 광안리 해변. 요가 매트 위에 선 사람들은 파도 소리에 맞춰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다. 고개를 들면 바다 위로 노을이 번지고, 시선을 내리면 모래 위에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보인다. 부산 바다에서 즐길 수 있는 회복의 경험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부산관광공사는 바다를 무대로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2026 부산 해양치유 관광 프로그램’을 이번 달부터 오는 10월 25일까지 매주 주말 부산 7개 해수욕장과 동백섬 일원에서 운영한다. 해변, 해안길, 공원 등 부산의 다양한 해양 공간을 활용해 몸과 마음의 균형과 회복을 돕는 체험형 관광 콘텐츠다. 프로그램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초기 노르딕 워킹과 선셋 필라테스 중심이던 콘텐츠는 해변 요가와 싱잉볼 명상, 오션 러닝, 비치 바레, 사운드 워킹 등으로 확대됐다. 해변 요가와 선셋 필라테스는 파도 소리와 일몰을 배경으로 신체 균형을 회복하는 움직임 중심 프로그램이다. 오션 러닝은 해안 경관을 따라 달린 후 지역 F&B와 협업한 건강한 먹거리를 함께 즐긴다. 참가자들은 바다와 함께 움직이며 심신을 회복한다. 특히 지난해에 비해 올해 새롭게 선보인 ‘오션 싱잉볼 라운지’는 해외 휴양지의 프라이빗 비치에서 영감을 얻었다. 웰컴드링크를 마신 뒤 바다를 바라보며 파라솔 아래 누워 아로마 향과 싱잉볼 소리 속에서 휴식을 경험한다. 바람과 향, 소리가 겹치면서 몸이 천천히 이완된다. 누군가는 눈을 감고, 누군가는 아무 생각 없이 바다를 바라본다. 바다를 품은 휴식 속에서 감각과 감정을 회복하는 콘텐츠다. 당일 체험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1박 2일 ‘부산 오션 리트릿’도 도입했다. 해양치유 활동에 온천과 마사지 체험을 결합해 부산에 머무르며 여행하고, 운동하고, 피로를 해소한다. 길어진 체류시간만큼 깊이 있는 치유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해안길과 숲, 항구, 도심 등 부산의 고유한 소리를 채집하며 걷는 ‘부산의 소리를 담다’도 눈길이 가는 프로그램이다. 파도 소리, 갈매기 울음, 바람 소리를 담아 자신만의 부산을 만든다. 눈으로 보는 관광에서 몸으로 느끼고 쉬는 관광으로의 변화다. 참가자 반응도 긍정적이다. “익숙했던 광안리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경험했다”거나 “바다를 바라보며 천천히 호흡하는 시간이 큰 위로가 됐다”는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혼자 여행 온 관광객들이 프로그램 안에서 자연스럽게 교류하며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도 한다. 모든 프로그램은 별도의 준비물 없이 편안한 복장으로 가볍게 참여할 수 있으며 해변 요가, 선셋 필라테스, 오션 러닝, 싱잉볼 라운지 등 주요 프로그램 참가비는 1만 원으로 저렴하다. ■쉬기 위해 부산을 찾는 여행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한 해양치유 프로그램은 코로나19 시기였던 2021년 처음 시작됐다. 밀집된 시내를 피해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당시 406명이던 참가자는 지난해 2254명까지 늘었고, 올해는 2500명 규모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관광객들도 부산 바다의 매력에 빠지고 있다. 해양치유 프로그램 참가자의 37%가량은 타지역이나 해외에서 온 관광객이다. 타지역 참가자가 30%가량, 해외 참가자가 7%가량이다. 이제는 사람들이 부산 바다에서 쉬기 위해 여행을 온다. 해양치유 프로그램은 해양레저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비성수기에도 부산 바다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 여름철에 집중됐던 관광 수요를 봄·가을까지 분산시킨다. 올해는 체류형 관광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요트·온천·마사지 등을 결합한 리트릿 프로그램은 숙박과 식음, 체험 소비까지 연결되며 지역 관광 소비 확대 효과도 기대된다. 부산관광공사 관계자는 “앞으로는 해양치유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체류형 콘텐츠와 지역 관광, 로컬 브랜드가 함께 연결되는 방향으로 확장해 나가고자 한다”며 “발리나 치앙마이처럼 자연 속에서 웰니스 문화를 일상적으로 즐기는 도시들을 참고해 부산 바다를 ‘회복의 바다’로 가꿔 나가겠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먹고 즐기는 도시’였던 부산은 이제는 ‘쉬는 도시’라는 새로운 얼굴을 더하고 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BTS, 월드컵 결승전 하프타임쇼 출연…팝스타 마돈나·샤키라 함께 선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026 FIFA(국제축구연맹)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 하프타임쇼에 공동 헤드라이너(간판출연자)로 출연한다. 14일 외신 등에 따르면 하프타임쇼 제작을 맡은 국제 시민운동 단체 '글로벌 시티즌'(Global Citizen)과 FIFA는 방탄소년단이 오는 7월 1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월드컵 결승전 하프타임쇼 무대에 오른다고 밝혔다. 월드컵 결승전에서 하프타임쇼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프타임쇼는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 쇼의 큐레이션은 밴드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이 맡았다. 출연진으로는 '세서미 스트리트'와 '머펫' 캐릭터도 함께 이름을 올려 세대를 아우르는 쇼를 지향했다. FIFA와 글로벌 시티즌은 스포츠, 음악, 문화를 결합해 전 세계를 하나로 잇는 무대를 만들고자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방탄소년단은 팝스타 마돈나, 샤키라와 함께 공동 헤드라이너로 무대를 꾸민다. 정국은 2022 카타르 월드컵 공식 사운드트랙 '드리머스'(Dreamers)를 부르고 개막식 공연도 펼쳤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글로벌 시티즌은 빈곤 종식과 기후 변화 대응, 글로벌 보건, 교육 기회 확대 등을 위해 대규모 캠페인과 음악 이벤트를 펼치는 단체다. 이번 무대는 전 세계 소외 지역 어린이에게 양질의 교육과 스포츠 접근성 확대를 위해 조성된 'FIFA 글로벌 시티즌 교육 기금'의 취지와 모금 캠페인을 알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2021년 '글로벌 시티즌 라이브'에 출연했고, 멤버 정국은 2023년 '글로벌 시티 페스티벌'에 서는 등 이 단체와 인연이 있다. 방탄소년단은 소속사 빅히트뮤직을 통해 "전 세계가 함께하는 뜻깊은 무대에 서게 돼 큰 영광"이라며 "음악은 희망과 화합을 전하는 보편적인 언어라고 믿는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글로벌 시청자들과 그 메시지를 나누고, 어린이들의 교육 기회 확대에 힘을 보탤 수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월드투어 '아리랑'(ARIRANG) 일정을 소화 중인 방탄소년단은 오는 16∼17일과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스탠퍼드 스타디움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단독 콘서트를 연다. 멤버들은 이후 23∼24일과 27∼28일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도 공연을 이어간다. 이어 6월에는 12~13일 부산을 찾은 뒤, 같은 달 26일부터는 스페인, 벨기에,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5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특히 7월 17일~18일 프랑스 파리 공연을 마친 뒤 곧바로 미국 뉴욕으로 이동해 다음 날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하프타임쇼에 오른다. 그리고 2주 뒤 월드컵 결승전과 같은 장소인 뉴저지 스타디움(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단독 콘서트를 시작으로 약 한 달 간 북미지역 공연에도 나선다.
양산부산대병원 우즈베키스탄 국립아동병원 초청연수 3개년 사업 완료
양산부산대학교병원은 3년간 진행한 ‘우즈베키스탄 아동병원 운영관리 역량강화 초청연수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14일 밝혔다. 한국국제협력단이 주관하는 이번 글로벌연수사업은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진행됐다. 양산부산대병원은 우즈베키스탄 보건부와 국립아동병원 의료진 46명을 대상으로 병원 운영관리 역량 강화를 위한 체계적 교육을 제공했다. 연수 기간 참가자들은 △병원 운영관리 액션플랜 작성 △전문가 초청 강의 △한국 선진 의료시스템 현장학습 △지역문화 체험교육 등에 참여했다. 특히 사업 마지막 해인 올해 연수에는 우즈베키스탄 국립아동병원 병원장을 포함한 소속 직원 13명과 우즈베키스탄 보건부 산하 부하라주 보건국장, 타슈켄트 의과대학 산하 아카데믹 학장 등 총 15명이 참여해 한국 병원의 운영 노하우 습득의 시간을 가졌다. 양산부산대병원은 연수 기간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주 보건국과 보건의료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식을 갖고, 양 기관의 지속적 협력 기반을 다지는 성과도 거뒀다.
[조희창의 클래식 내비게이터]숨겨진 보석, 파니의 녹턴
펠릭스 멘델스존의 누나인 파니(Fanny Mendelssohn, 1805~1847)는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의 한 명이자 뛰어난 작곡가였다. 그러나 당시의 여성은 사회생활보다 집안일에 충실해야 한다는 보수적인 벽을 넘어설 수 없었다. 파니는 열다섯 살이 되면서 음악 수업을 그만둬야 했다. 아버지는 파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펠릭스에게 음악은 직업이 될 수 있을 거야. 그러나 너에게 음악은 그저 장식품 정도일 뿐 삶의 중심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돼... 그러니 앞으로 분별 있게 처신하도록 해라. 그것이 여자다운 것이다. 여성스럽게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명예로운 일이다.” 아버지는 여성이 음악 작품을 출판하는 것이 적절치 못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파니는 아버지의 눈을 피해서 홀로 작곡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나중에 하나씩 알려진 사실이지만, 펠릭스의 작품 중에는 누나가 작곡한 것이 꽤 많이 들어 있었다. 한 예로 펠릭스가 빅토리아 여왕 앞에서 작품번호 8번인 ‘12개의 노래’를 연주했을 때, 여왕은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이 세 번째 곡 ‘이탈리안’이라고 했다. 이에 펠렉스는 그 곡을 누나 파니가 작곡한 것이라 밝혔다고 한다. 아버지가 말했다시피, 당시에는 여성이 작곡계에 발을 들여놓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동생의 이름으로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파니는 프로이센의 궁정화가 빌헬름 헨젤과 결혼해서 몇 번의 유산 끝에 힘겹게 낳은 첫아들의 이름을 제바스티안 루트비히 펠릭스로 지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음악가 세 명의 이름을 조합한 것이다. (바흐-베토벤-멘델스존) 이후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그녀는 다시 음악에 몰두했다. 1846년에 첫 작품집 ‘7개의 가곡’을 출판했고, 이어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하기 위해 힘을 쏟았다. 그러나 1847년 5월 14일 동생이 발표할 ‘발푸르기스의 밤’을 반주하기 위해 연습하던 파니는 갑자기 손을 떨구며 쓰러졌다. 파니는 그날 밤에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소식을 들은 멘델스존은 너무나 절망하여 그 자리에서 실신했다고 한다. 멘델스존은 자신의 마지막 현악 4중주에 ‘파니를 위한 레퀴엠’(Requiem For Fanny)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 후부터 시름시름 앓던 멘델스존은 누나의 사망으로부터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똑같이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봐도 파니의 음악 세계는 매우 다채롭다. C장조 서곡, 현악 4중주와 피아노 3중주,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판타지, 3개의 무언가, 피아노 모음곡 ‘일 년’(Das Jahr), 6개의 가곡 등을 남겨놓았다. 그중에서 ‘6개의 멜로디’ 3번 Db장조 녹턴 G단조를 듣는다. 파니가 남겨놓은 가장 아름다운 곡 중의 하나다.
부산대병원 디지털 헬스케어 ‘MEDICAL HACK 2026’ 참가하세요
부산대학교병원은 부산시, 서구, 부산대, 부산테크노파크, 엠게임과 공동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대표 해커톤 행사를 개최한다고 14일 밝혔다. ‘제10회 디지털 헬스케어 MEDICAL HACK 2026’은 오는 7월 23일부터 24일까지 부산 코모도호텔에서 열린다. 부산대병원은 2017년부터 매년 헬스케어 비즈니스모델 개발에 관심 있는 전국의 예비창업자, 기업인, 의료계 종사자, 학생, 일반인 등이 참여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해커톤 행사를 열었다. 대회 참가자들은 24시간 동안 팀을 구성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헬스케어 서비스와 제품의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는 방식으로 선의의 경연을 펼친다. 이번 대회는 참가 신청팀 가운데 예선심사를 통과한 12개 팀이 본선에 진출한다. 본선 첫날은 의료·IT·공학 분야 등 전문가 멘토링을 통해 비즈니스모델을 구체화하고, 둘째 날에는 프레젠테이션을 평가해 시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상 1팀에는 부산광역시장상과 상금 300만 원, 최우수상 3팀과 우수상 3팀은 각각 200만 원과 100만 원의 상금이 지급된다. 또한 우수 비즈니스모델에 대해서는 부산시 서구 의료·헬스케어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조성사업 공모 와 입주 시 가점 부여 등 유관기관의 후속 지원이 이어질 예정이다. 부산대병원 성상민 융합의학기술원장은 “올해로 10회를 맞이한 MEDICAL HACK는 의료 현장과 지역 사회의 실질적인 니즈와 혁신적인 기술이 결합하는 융합의 장”이라며 “앞으로도 창의적인 헬스케어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적극적인 사업화 지원을 통해 미래 디지털 의료 생태계 혁신을 선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 참가신청은 부산대병원 융합의학기술원 홈페이지(cmit.pnuh.or.kr)에서 진행하며, 접수 마감은 오는 6월 29일까지이다.
조계종 성파 종정 “대립·갈등 화합으로 치유해야”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인 중봉 성파 대종사가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13일 발표한 봉축 법어에서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성파 스님은 “부처님께서 오탁악세인 사바세계에 오신 것은 모든 이가 본래 갖추고 있는 여래의 지혜를 깨닫고 부처의 삶을 살도록 이끌기 위함”이라며 부처님오신날의 의미를 되짚었다. 특히 “부처님의 수많은 가르침은 대립과 갈등을 화합으로 치유하고, 폭력과 전쟁은 평화로 이끄셨으며, 무명번뇌는 지혜로운 안목으로 바꿔 쓰도록 한 것”이라며 “탐욕·진심·치심의 ‘삼독심’(三毒心)에서 비롯된 법계의 여러 가지 문제들은 ‘삼학’(三學, 불교 수행자가 닦아야 하는 계학·정학·혜학)을 통해 해소하고 치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성파 스님은 이어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원만하고 장엄한 우리의 본성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불안과 공포에 떨게 되고, 그 두려움 때문에 우리는 하나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마음과 부처와 중생이 조금도 차별이 없다’는 뜻의 ‘심불급중생 시삼무차별’(心不及衆生 是三無差別)하는 안목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즉, ‘우리 본성 가운데 여래의 지혜덕상이 온전하게 갖추어져 있다는 안목으로 세상을 보면, 우리 모두는 본래 한몸이라는 생각으로 부처님과 같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잠깐 읽기] 범죄 피해자의 생존기이자 연대기
스토킹 범죄 피해자인 기자가 쓴 책이다. 기자는 자신이 쓴 기사와 회사 일로 진행한 팟캐스트를 통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 의해 범죄 대상이 됐다. 2021년 6월 피해 사실을 인지했고, 그해 11월 가해자를 처음 고소했다. 책은 이후 형사 여섯 건, 민사 한 건 등 총 일곱 건의 소송을 진행하며 겪은 투쟁기이자 생존기이다. 고소와 수사기관 조사, 재판을 통해 겪은 피해자의 세계는 불합리로 가득했다. 무엇보다 이해가 되지 않은 건 형사사건 피해자는 재판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현실이었다. 자신이 피해를 본 사건기록조차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자 권리에 무관심한 시스템에 분노한다. 동시에 무죄 추정 원칙, 피고인 방어권, 절차적 정의라는 이름 아래 가해자의 권리가 더 존중되고 과하게 보호받는 시스템이 정당한지 질문한다. 24년 차 팀장급 기자는 책머리부터 자신이 ‘순진했다’라고 고백한다. 성범죄 피해자이니 당연히 국가가 지켜주리라 믿었고, 업무 과정에서 범죄 표적이 됐으니 회사도 자신을 보호해 줄 거라 확신했지만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았다’라고 되뇌었다. 스스로 “명문대를 졸업하고, 이른바 ‘대한민국 1등 신문사’ 기자로 일하면서, 제법 탄탄한 인맥을 갖췄다”고 말하는 저자의 생각은 “나도 이렇게 힘든데 다른 피해자들은 어떻게 버티고 있는 걸까”로 이어진다. 책이 기자의 기록이자 동시에 ‘피해자 연대기’로 읽히는 이유이리라.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 씨는 추천사에서 “우리 사회의 지독한 민낯을 비추는 거울이자 피해자들의 마음을 정확히 대변하는 완벽한 해설지”라고 소개했다. 곽아람 지음/생각의힘/452쪽/1만 9800원.
KCC 우승 주역, 이제는 대표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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