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크리스마스 시즌, 마법을 더하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눈앞에서 직접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 조직위원회는 13일과 14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제20회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이하 BIMF) 크리스마스 특집 매직갈라쇼’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의 마지막 공연으로, 2025년 연말을 마무리하는 관객들에게 마술로 펼쳐지는 환상 순간을 선사할 예정이다.지난해 처음 선보인 ‘크리스마스특집 매직갈라쇼’는 이전에 열린 적이 없는 신규 공연이지만,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단숨에 BIMF의 연말 공연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지난해 관람객의 폭발적인 수요를 감안해 공연을 추가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영화의전당과 공동 주최로 진행하는 올해 공연은 13일 오후 2시와 5시에 크리스마스특집 매직갈라쇼가 열린다. 이튿날인 14일에는 체험형 공연인 공룡애니멀쇼 시즌 2가 오후 1시와 3시에 진행된다. 날짜별로 색다른 장르와 연출이 준비되어 있어 다양한 관람객이 선택적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크리스마스특집 매직갈라쇼는 옴니버스형 환상적인 마술 공연으로 마술, 서커스, 코믹 퍼포먼스 등 다채로운 장르의 무대가 이어진다. 트로트 마술사 김민형이 진행자로 나서며 지난해 SBS 더매직스타에 출연했던 이주열과 최이안, 일본의 키쿄브라더스, 홍콩의 알버트탐, 미스테리한 국적의 마술하는 로봇 등 국내외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마술사들이 무대에 오른다. 마술사들은 각자의 개성과 스타일을 담은 다양한 퍼포먼스를 펼쳐 보일 예정이다.공룡애니멀쇼 시즌 2 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룡과 동물을 주제로 한 체험형 가족공연이다. 공룡 캐릭터가 마법처럼 살아 움직이는 가운데 신비로운 마술 연출이 결합한다. 기존 공룡 전시나 체험 프로그램과는 다른 색다른 무대가 펼쳐진다. 공룡과의 만남, 관객과 상호 작용을 하며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직접적인 참여를 통해 몰입감 높은 무대를 선보인다.13일과 14일 공연 모두 관객 참여와 체험 요소가 많아 가족 단위를 비롯해 친구, 연인 등 연령에 관계없이 관객 누구나 즐길 수 있다. 공연 입장권 구매는 YES24 티켓, 네이버, 인터파크 티켓, 놀이의 발견에서 가능하다. 축제와 관련된 자세한 일정은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 SNS(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젓가락질 어렵고 팔다리 저린데 중풍도, 목 디스크도 아니라면?
갑자기 젓가락질이 어려워지고 양쪽 팔다리가 저리다면? 경추척수증을 의심해볼 만하다. 뇌졸중(중풍)이나 추간판 탈출증(목 디스크)으로 혼동하기 쉬워 초기 대응이 중요한 질환이기도 하다. 경추척수증은 경추 부위에서 척수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압박되면서 발생하는 척수 손상을 일컫는다. 경추는 총 7개 척추뼈로 구성돼 있는데 머리를 지지하는 것은 물론 회전, 굴곡·신전 등 다양한 방향으로 머리가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팔·어깨·손으로 내려가는 말초신경의 분지 경로 역할도 하며, 경추 내부의 척추관을 통해 지나가는 척수와 신경 구조물을 보호하기도 한다. 척수는 중추신경계의 핵심 구조로, 뇌에서 시작해 경추·흉추·요추를 따라 내려가는 길고 연속된 신경 조직이다. 척수는 뇌의 명령을 근육으로 전달하는 운동 신경 경로, 감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감각 신경 경로, 그리고 자극에 빠르게 반응하도록 하는 반사 작용의 중추 역할을 수행한다. 척추의 뼈와 뼈 사이에서 충격 흡수 역할을 하는 추간판이 여러 요인으로 탈출해 척수를 직접 압박하는 목 디스크와 척추체 뒤쪽에서 척추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후종인대가 두툼해지거나 골화돼 척수 공간을 좁히는 후종인대 골화증, 척추 후궁을 연결하는 황색인대가 두꺼워지거나 골화돼 후방에서 척수를 압박하는 황색인대 골화증 등이 경추척수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초기에는 목, 어깨, 손, 팔에 통증이나 저림 증상이 나타나면서 목 디스크와 혼동될 수 있다. 척수 압박이 심해지면 손의 미세운동 장애가 나타나면서 젓가락질을 비롯해 필기 능력이 저하되고, 단추를 채우기나 물건을 잡는 정교한 손동작이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보행이 불안정해지고 균형 잡기가 어려워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든 경우도 발생한다. 이뿐만 아니다. 주먹을 빠르게 쥐었다 펴는 동작을 10초 동안 20회를 하지 못하거나 양쪽 팔·다리가 저리고 손가락 끝이 저리거나 시큰한 경우엔 가까운 병원을 찾아 몸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노화와 퇴행성 변화가 진행되는 50대 이상부터는 정기적인 척추 평가가 권장된다. 진단은 신체검사 및 MRI, CT, X-Ray 등을 통해 척수 압박 정도, 디스크 변화, 척추 정렬 상태를 확인하며, 필요에 따라 신경학적 검사를 추가하기도 한다. 약물, 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가 우선되지만 척수 압박이 심하거나 진행성 신경학적 결손이 있을 경우엔 수술적 치료가 요구된다. 경추척수증 예방을 위해서는 컴퓨터·스마트폰을 쓰거나 운전할 때 척추 정렬에 맞는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스트레칭과 목·어깨·등 근육 강화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하며, 적정 체중 관리를 통해 척추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대동병원 척추센터 정동문(신경외과 전문의) 진료부장은 “손놀림이 부자연스럽고 보행이 불안정한 증상은 뇌졸중과 유사해 조기 진단이 늦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이미 손상된 신경 기능은 회복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마음 산책] 괴로워하는 자기에게 집중할 때 ‘치유’의 시작
우울, 불안,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정신과와 심리상담센터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말 못할 고민에 마음 아픈 이들이 기댈 곳은 실상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마음산책>은 이들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내적 고통에서 벗어날 길을 보여줍니다. 올해 초 동아대병원에서 정년퇴임한 정신과 전문의이자 정신분석가인 김철권 박사는 개인 병원을 열고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회복에 전념하기 하고 있습니다. 이메일(gomin119@busan.com)을 통해 접수된 사연 중 한 건을 선정해 매월 한차례 고민을 풀어볼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편집자주) Q. 어머니는 안중에 첫째 뿐이었습니다. 열심히 살면 언젠가는 어머니가 저의 진가를 알아주실 줄 알았습니다. 가족에게 장기 기증을 권유하는 어머니의 말씀을 따랐던 것도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장기 기증한 뒤 가족들은 나몰라라 했습니다. 이유 모를 고통을 호소하면 생색내느냐며 역정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바랐던 가족의 사랑이었건만…. 제가 먼저 가족과 연을 끊었다고 해서 연락조차 없는 그들은, 남보다 못한 존재입니다. 불쑥 치미는 화 때문에 가끔은 일상생활이 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장기 기증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여전히 후회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이번 사례는 두 가지 매듭으로 꼬여있습니다. 하나는 가족 간의 장기 기증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어머니로부터의 인정 욕망 문제입니다. 가족 간의 장기 기증은 타인 간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심리적 문제를 초래합니다. 가깝고 자주 보기 때문입니다. 기증자는 대부분, 자기 신체 일부를 병든 가족에게 조건 없이 제공함으로써 아픈 가족 구성원이 회복되고 그로 인해 가족 구성원 모두가 행복해지는, 해피 엔딩을 상상합니다. 기증 전에는 가족 모두 기증자의 용기와 희생에 존경과 감사를 보냅니다. 갈등은 대부분 기증자나 수혜자의 건강이 악화될 때 생깁니다. 장기 기증 후 건강이 악화되면 기증자는 자기 보존 본능이 작동해 자연스럽게 자신의 결정을 후회합니다. 마찬가지로 수혜자가 여러 가지 부작용으로 기대했던 만큼 건강이 회복되지 못할 때도 기증자는 괜히 기증했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장기 이식은 기증자의 엄청난 희생을 전제로 성사됩니다. 가족 구성원에게 자기의 장기를 주겠다고 결정하는 순간 기증자의 마음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사랑은 아무 조건 없이 그냥 주는 것입니다. 기증한 후에 기증자의 마음은 사랑에서 욕망으로 바뀝니다. 욕망은 가지는 것입니다. 내 몸의 일부를 주었으니 당신도 그에 맞는 소중한 것을 나에게 달라는 마음이 싹틉니다. 그래서 기증자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수혜자와 가족 구성원 모두로부터 보상을 받기를 원합니다. 돈과 같은 물질이든, 아니면 감사와 칭찬과 존경과 고마움의 표시와 같은 비 물질이든 간에 자기 몸의 일부를 내어준 대가를 원합니다. 그것도 계속, 지속적으로 받기를 욕망합니다. 기증자의 보상 심리와 기대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것이 충족되지 않을 때 기증자는 후회와 배신감, 우울과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또 다른 하나는 어머니로부터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다는 욕망입니다. 이것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욕망입니다. 모든 인간은 여자의 몸에서 태어나고 사회는 아기를 잉태하고 출산한 여자에게 ‘어머니’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어머니’라는 이름은 신성하고 위대합니다. 아무나 ‘어머니’의 이름을 달고 어머니의 자리에 앉을 수 없습니다. 어머니가 없다면 아기는 태어날 수 없고 태어난 후 생존할 수 없기에 어머니는 아기 생명의 모든 것입니다. 아기는 태어나서 처음에는 자기와 어머니가 다른 존재라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내가 어머니이고 어머니가 나인줄 압니다. 성장하면서 어머니가 자기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도 아이는 오랜 기간 어머니를 욕망하는 심리적 일체감을 가집니다. 그러다가 사회 규범을 받아들여 비로소 어머니에 대한 욕망을 접고 독립합니다. 어머니와 심리적으로 분리된 후에도 ‘어머니’라는 단어가 주는 그 포근함과 안락함과 안정감은 모든 인간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습니다. 실제 자기 어머니가 그런 따뜻한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어머니’라는 말이 주는 상징성은 변함이 없습니다. 평소에는 아프지 않던 손이 소금물에 넣었을 때 어느 부위가 쓰리고 아프다면 분명 그 부위에 상처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사례에서 장기 기증은 삶에서 소금물 역할을 하는 중요한 사건입니다. 인간은 그런 경험을 통해 자신의 심리적 취약성을 발견하게 되고 성장하게 됩니다.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했기 때문에 장기 기증을 권유하는 어머니의 말씀을 따랐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바로 그때가 아이에서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순간입니다. 상처는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치유는 나에게 상처 준 사람이 아니라 그 상처를 안고 괴로워하는 나 자신에게 집중할 때 시작됩니다. 상처가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하십시오. 그 과정에서 상처는 아물어 삶의 무늬가 되고 당신은 이전보다 훨씬 더 단단해질 것입니다. 중심을 자기 자신에게 두어야 크고 작은 시련에 인생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첫눈에 황홀지경 신라 금관 여섯 점…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겨울방학이 눈앞이다. 신나게 방학을 시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여행이다. 그래서 당일치기로 경북 경주시에 다녀왔다. 이번 행선지는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등 인기 높은 야외 명소가 아니라 어린 자녀들과 함께 따뜻한 실내에서 흥미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신라 금관전’이 열리고 월지관이 재개관한 국립경주박물관, 최근 신라를 주제로 문을 연 ‘플래시백 계림’ 그리고 겨울에 꼭 가볼 만한 동궁원 버드파크가 바로 그곳이다. ■국립경주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은 두 가지를 기념하기 위해 신라역사관 3a실에서 특별전시회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을 열고 있다. ‘APEC 2025 정상회의’와 국립경주박물관 개관 80주년이 그것이다. 신라 금관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지 104년 만에 교동, 황남대총 북분, 금관총, 서봉총, 금령총, 천마총에서 발굴된 금관 여섯 점이 사상 최초로 한자리에 모이는 전시여서 큰 기대를 모았다. 초기 양식의 교동 금관부터 완성형이라는 천마총 금관까지 제작 시기에 따른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그야말로 박물관 역사상 최대 규모의 ‘황금 프로젝트’가 아닐 수 없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이달까지만 전시회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일반 관람객이 쇄도하자 전시 기간을 내년 2월 22일까지로 연장했다. 무료입장권은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예약하거나 박물관 정문에서 나눠 받으면 된다. 물론 입장권 구하기가 쉬운일은 아니다. 다행히 홈페이지 예약에 성공해 특별전을 관람할 수 있었다. 하루에 총 17차례, 30분마다 매회 150명이 특별전에 입장할 수 있다. 사실 특별전 전시실은 ‘신의 금관’이라는 주제에 비해서는 매우 좁다. 그래서 전시실 내부는 매우 붐비고 제대로 된 사진을 찍기는 정말 어렵다. 그래도 모든 입장객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기대감에 들뜬 모습이다. 언제 다시 신라 금관 여섯 점을 다시 볼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지 않은가. 전시실은 중앙에 ‘신성한 나무와 새 그리고 황금빛 세상’이라는 독특한 사각형 구조물이 서 있고, 구조물 뒤에 금관총 금관 그리고 주변 벽을 따라 다른 금관들이 전시된 형태로 구성됐다. 곳곳에 신라 금관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붙어 있어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동영상을 미리 관람하면 여섯 금관을 직접 볼 때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사전 지식을 갖고 신라 금관 여섯 점을 한꺼번에 살펴보니 모두 다른 형태에 다른 특징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가장 원초적 형태를 가진 교동금관에는 사슴뿔 장식이 없는 반면 서봉총 금관에는 새 모양 장식이 있다. ‘신라 금관’ 특별전 외에 국립경주박물관에 가봐야 할 곳이 있다. 장기간 보수를 거쳐 지난 10월 재개관한 월지관이다. 통일신라 왕실의 별궁이자 연못이었던 동궁과 월지(안압지)에서 출토된 유물 중 1100여 점이 전시된 곳이다. 무엇보다 널찍하게 펼쳐진 박물관 내부 구성이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박물관 한가운데에는 7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배 한 척이 놓여 과거로의 여행을 안내하는 느낌을 준다. 배를 중심으로 왕의 연회와 음악, 꽃과 새가 어우러진 정원 문화, 수중 장식물 등 통일신라의 생활 미학이 전시품으로 펼쳐진다. 주사위인 상아 주령구와 금박무늬 뼈 장식, 연꽃 문양 도자편 등은 처음 공개되는 희귀 유물이라고 한다. 물론 ‘신라의 금관’ 특별전을 둘러본 뒤 같은 건물인 신라역사관도 빼먹을 수 없다. 가장 눈길을 끄는 전시품은 당연히 벽에 걸린 얼굴무늬 수막새 ‘신라의 미소’다. 모든 사람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인기 전시품이다. 그 앞에 서서 한동안 넋 빠진 표정을 하고 있으면 수막새가 정말 가벼운 미소를 지어보이는 착각을 가질지도 모른다. 불교미술을 볼 수 있는 신라미술관도 빼먹지 말아야 한다. 그곳의 조각상은 고대 그리스 못지 않게 환상적이다. 금강역사, 사천왕, 팔부중 등 다양한 신장상의 강력한 표정과 역동적 자세는 잊지 못할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불교 조각 3실’에서 만난 약사여래는 무더위와 일상에 지친 관람객에게 위로와 안식을 준다. ■플래시백 계림 요즘 국공립 박물관, 미술관은 물론 개인 시설에 이르기까지 미디어아트, 즉 특수 영상이 인기다. 빛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화려하게 표현하는 장치다. 경주에는 최근 신라 시대 계림을 주제로 만든 히스토리텔링 미디어아트 시설인 ‘플래시백 계림’이 문을 열었다. 전시 공간은 총 13개의 주제로 이뤄진다. 신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시작점부터 신라 건국 설화, 신화 속 신, 고대 유물, 신라 왕국의 대서사시가 차례로 펼쳐진다. 가격이 비싼 게 흠이지만 이색적인 주제인 데다 화려한 영상을 보면서 독특한 사진을 찍기에도 좋아 경주에 간다면 한번쯤 둘러볼 만한 시설이다. 플래시백 계림의 시작은 홍살문을 표현한 ‘붉은 문’이다. 거울에 끝없이 비친 홍살문은 여행의 시작을 의미한다. 신라를 지킨 수호신인 골화, 계신 등을 표현한 ‘수호자’가 이어진다. 벽에 붙은 거대한 부조처럼 표현된 신들의 모습은 무섭기도 하면서 재미있기도 하다. 부조를 보고 서면 뒤쪽에서 나온 빛이 그림자를 만들어내는데 특이하게도 도깨비, 귀신 등의 형상을 연출한다. 움직임에 따라 빛은 계속 모양을 바꾸는 게 상당히 이색적이고 재미있다. 플래시백 계림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사진 찍기에 훌륭한 공간은 ‘신단수’다. 하늘과 땅을 잇는 신성한 나무 신단수를 주제로 한 넓은 공간인데 끊임없이 변화하는 영상과 색채가 화려해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다. 문무왕의 대왕을 주제로 삼은 ‘용이 지키는 바다’는 파도가 철썩이는 바다를 표현했다. 바다가 너무나 사실적으로 보여 사진을 찍으면 정말 동해 겨울바다에 다녀온 것처럼 훌륭한 한 컷이 된다. ‘용이 지키는 바다’에 이어 신라인들의 문양인 ‘보상화’를 표현한 스테인드글라스인 ‘빛의 회랑’가 나온다. 햇빛이 잘 비치는 쪽에 마련된 시설이어서 정말 밝아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곳이다. 마지막 공간은 금관, 상감유리 목걸이 등 신라의 각종 보물을 환상적으로 표현한 영상이다. ■동궁원 버드파크 <삼국사기> 기록에 따르면 신라 시대 동궁과 월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동·식물원이었다고 한다. 이런 기록을 바탕으로 2013년 보문단지에 동궁원이 탄생했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시설은 버드파크다. 다양한 새를 살펴보거나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시설이다. 물론 새 외에도 여러 가지 동물을 구경할 수 있다. 버드바크 안에 들어가자마자 다양한 새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진다. 뱀과 거북이 잠을 자는 시설을 지나면 수생플라이트장이 가장 먼저 나타나는데, 새 소리는 이곳에서 흘러나온다. 태양황금앵무, 흰올빼미 등이 소리를 지르는 ‘범인’들이다. 어린이 두 명이 태양황금앵무 두 마리를 손바닥에 앉혀 모이를 준다. 새들은 익숙한 듯 얌전하게 먹이만 골라 먹는다. 새로운 관람객이 들어오자 새들은 더 소란스러워진다. 먹이를 달라면서 주변을 맴돌며 소리를 지른다. 사람 머리에 앉은 새가 있는가 하면 바닥에 앉아 사람 얼굴만 쳐다보는 새도 있다. 수생플라이트를 나오면 화려한 깃털로 장식한 청금강앵무를 만날 수 있는 새장이 있다. 이곳에서는 안전을 고려해 직원이 안내한다. 청금강앵무는 부리가 날카로운 탓인지 먹이를 줘서는 안 된다는 안내판도 붙어 있다. 제2관에는 사랑앵무장이 있다. 잉꼬앵무새들의 재촉을 들으며 먹이를 주는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잉꼬앵무새가 여러 마리가 바로 날아온다. 머리에 앉아 재롱을 떠는 새도 있다. 손바닥을 펼치자 여러 마리가 날아와 앉더니 먹이를 달라면서 짹짹거린다. 새들은 노래하고 사람들은 신나게 웃으면서 그야말로 합창을 한다.
올해 마지막 부일시네마…봉준호 세 번 울린 ‘행복한 라짜로’
영화를 사랑하는 <부산일보> 독자를 극장으로 초대하는 BNK부산은행과 함께하는 부일시네마(이하 ‘부일시네마’)가 오는 30일 시즌2 여덟 번째 상영회를 개최한다. 부일시네마는 전문가가 엄선한 숨은 명작을 매달 함께 관람하고 감상을 공유하는 행사다. 시즌2의 올해 마지막 상영작은 제71회 칸 영화제 각본상의 주인공 ‘행복한 라짜로’(2019)이다. 이탈리아 거장 알리체 로르바케르가 연출한 ‘행복한 라짜로’는 시골 마을 농장에서 일하는 순박한 청년 라짜로(아드리아노 타르디올로)가 자유를 갈망하는 친구 탄크레디(루카 치코바니)의 납치 자작극을 돕다가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작품이다. 지난 3일 멀티플렉스 등을 통해 국내에 재개봉하기도 한 이 영화는 영화인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화제작이다. 뉴욕타임스(NYT) 영화비평가 마놀라 다기스가 2018년 최고의 영화 5위로 선정했고, 봉준호 감독은 2010년대 최고의 영화 2위로 꼽았다. 특히 봉 감독은 2019년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올해 본 최고의 외국영화”라며 “이 영화를 보고 세 번 울었다”고 밝혔다. 영화는 많은 부분을 성경에서 따왔다. 주인공의 이름 라짜로도 성경의 나사로에서 가져왔다. 영화 속 은유적 요소들은 라짜로를 예수를 상징하는 인물처럼 보이게 하기도 한다. 라짜로가 사는 이탈리아 마을 인비올레타는 현대판 노예제를 운영한다. 알폰시나 후작 부인의 담배 농장에서 소작농 50여 명이 열악한 환경에서 착취를 당하며 일한다. 그 소작농들이 부려 먹는 순수한 청년이 라짜로다. 바보 같을 정도로 순박한 라짜로는 부당한 취급을 받으면서도 늘 웃는 얼굴로 지낸다. 무리하고 무례한 요구들도 순순히 들어준다. 그러던 어느 날 후작 부인의 아들 탄크레디가 마을을 찾아오고, 둘은 절친한 사이가 된다. 자유를 갈망하는 탄크레디는 마을을 벗어나기 위해 납치 자작극을 계획하고, 라짜로는 그를 돕는다. 납치 신고를 받고 마을을 찾아온 경찰은 후작 부인이 마을 사람들을 노예로 부린 사실을 알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라짜로는 홀로 남게 된다. 영화는 진정한 자유와 행복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연말에 어울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주인공 라짜로 역을 맡은 배우 아드리아노 타르디올로는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데도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됐다. 그의 순수한 얼굴과 표정 연기를 보고 나면 캐스팅 이유를 절로 납득하게 된다. 한편 부일시네마에선 영화 상영 뒤에 관람객들끼리 감상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시네마’가 이어진다. 모더레이터로는 ‘덕화명란’ 장종수 대표를 초청했다. 12월 부일시네마 상영회는 오는 30일 오후 7시 부산 중구 신창동 모퉁이극장에서 열린다. 부산닷컴 문화 이벤트 공간인 ‘해피존플러스’(hzplus.busan.com)에 접속해 회원 가입을 한 뒤 응모하면 매달 50명을 추첨해 영화관람권(1인 2장)을 증정한다. 응모기간은 오는 23일까지이며, 당첨자는 24일 추첨으로 발표된다. BNK부산은행이 후원하는 부일시네마는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오후 7시 모퉁이극장에서 열린다. 부일시네마 시즌2는 앞으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명작을 관객에게 소개한다. △‘크레센도’(2023) △‘타인의 삶’(2007) △‘너와 나’(2023) △‘퍼펙트 데이즈’(2024)가 상영될 예정이다.
프랑스 시골에서 농사 짓는 한국인 소믈리에
프랑스에서 직접 포도 농사를 지어 와인을 만드는 한국인이 있다. ‘사부아(Savoie) 농부’ 하석환 씨다. 하 씨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잘나가는 소믈리에였다. 농사를 지어 와인을 만들고 있지만 사람들이 여전히 소믈리에라고 부르는 게 거북해서 이처럼 자신을 농부로 소개한다. 그가 만든 브랜드 ‘도멘 아쉬(Domaine H)’는 이미 국내외 애호가 사이에서 주목받는 와인이 되었다. 지난달 28일 부산 해운대에 있는 미슐랭 레스토랑 ‘율링’ 스페셜 디너에서 그를 만났다. 율링 측은 일찌감치 그의 와이너리에 다녀간 뒤, 사람들에게 도멘 아쉬 와인을 추천해 온 인연이 있는 곳이다. 이날은 2024년 빈티지 새 와인과 그의 와인 병 레이블에 작품을 올린 부산의 김무디 작가를 동시에 소개하는 자리였다. 알고 보니 부산과의 인연은 오래되고 깊었다. 부산에서 소믈리에로 활동하다 부산 여자를 만나 결혼했고, 프랑스 리옹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잘 살고 있었다. 지금도 처가는 부산에 있다. 프랑스에서 직접 포도 농사를 지어 와인을 만든 이와 이날 그 와인을 함께 마셨다. 마치 만화 ‘신의 물방울’처럼 눈앞에 드넓은 프랑스의 넓은 포도밭이 펼쳐지는 것 같았다. “포도 수확 중에 비가 와서 철수하기도 했고, 비가 예보되었는데 날씨가 좋아서 속이 타기도 했다. 비를 한두 번 맞더니 포도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서 멘탈이 털린 적도 있었다. 와인을 만들면서 수많은 선택과 결정을 했다. 실수도 많았지만, 다행히 좋은 포도로 잘 자라줘서 뿌듯하다.” “처음 만든 와인을 들고 해산물로 유명한 프랑스 미슐랭 투 스타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그곳 대표와 소믈리에가 나를 와인 생산자로서 진심을 다해 존중해 주는 게 느껴졌다. 그들에게 나는 이름 없는 지역에서 와인을 막 만들기 시작한 동양의 꼬마로 보였을 텐데…. 내가 소믈리에로 일할 때가 떠올라 부끄러워졌다.” 하 씨가 자신의 SNS에 일기처럼 올린 글에는 초보 농사꾼이자 신생 와인 생산자로서의 애환이 진하게 배어 있었다. 사부아는 알프스 산맥 서부에 자리잡아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보르도, 부르고뉴, 샹파뉴 등 세계적인 와인 산지에 비하면 덜 알려졌지만 프랑스의 포도밭으로 유명하다. 에비앙 생수가 여기서 생산되니 물 맛 또한 짐작이 된다. 사부아(Savoie)를 영어식으로 읽으면 사보이,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 있는 ‘사보이 호텔’의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도멘 아쉬’ 와인을 만드는 하 씨의 포도밭 면적은 3만 3000평에 달한다. 국제 규격 축구장으로 따지면 15개에 달하는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하 씨는 평생 농사 한번 지어보지 않은 사람이었다. 늘 정장 차림으로 고급 레스토랑에서 서빙만 하다가 대체 어쩌다 프랑스에서 농부가 된 것인지 그 사연이 궁금해졌다. 하 씨는 고교 시절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 어린 나이에 다큐멘터리에 빠져, 영화 연출을 공부하고 싶어서였다. 막상 가 보니 프랑스에서는 가장 싼 술도 와인이었다. 친구들과 와인을 마시면서 자연스럽게 와인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프랑스어를 생각보다 빨리 익혀, 영화 학교 입학 전에 보르도에 있는 일 년짜리 소믈리에 과정에 들어간 게 시작이었다. 현장 실습을 위해 와이너리에 갔다가 “당신은 소믈리에를 하지 말고, 그냥 우리 와이너리에서 일하면 어떻겠느냐”라는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와인 관련해서 일할 생각이 전혀 없을 때였는데, 와인은 운명이었을까? 와인 공부는 소믈리에 일 년 과정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그다음 해에는 부르고뉴에 가서 소믈리에 과정에 다시 등록하고 공부에 매진했다. 그러자 운 좋게도(?) 와인의 길이 열렸고, 지금까지 와인 관련해서 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2012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프랑스에서 일하며 만났던 윤화영 셰프가 부산에 메르씨엘 레스토랑을 열면서 같이 해보자고 제안한 덕분이었다. 20대 후반 젊은 나이에 2년 가까이 메르씨엘 소믈리에로 일하며 너무 좋은 경험을 했다. 무엇보다 부산에서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는 큰 소득을 거뒀다. 서울보다 더 좋았고, 언젠가 한국에 다시 들어가면 부산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부산에서 전문적인 소믈리에보다 지배인 역할에 머물러야 하는 게 아쉽게 느껴졌다. 다시 프랑스에서 소믈리에 생활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있었던 곳은 한국인 이영훈 셰프가 운영하는 ‘르 파스탕’이었다. 아무것도 없이 조그맣게 시작해 프랑스에 있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으로는 처음으로 미슐랭 원 스타를 받는 감격스러운 순간을 함께 누렸다. 대신 아이들을 비롯해 가족들이 힘들어 했다. 소믈리에 일의 특성상 맨날 집에 밤늦게 들어온 탓이었다. 소믈리에 일이 좋고, 잘했고, 나이 들어서도 계속하고 싶었지만, 가족을 생각하면 지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9년 10월 소믈리에를 그만뒀고, 그 이듬해에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공부를 좀 더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부르고뉴에 있는 일 년짜리 와인 경영자 과정에 들어갔다. 실제로 와이너리를 하려는 사람들만 듣는 수업이었다. 와이너리는 농사만 지어서도 안 되고, 양조만 해서도 안 되었다. 와인병과 코르크 마개에 이르기까지 모든 걸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이었다. 사람들은 소믈리에로 일하다가 왜 갑자기 농사를 짓고 와인을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해한다. 사실 와인 종주국 프랑스에서도 소믈리에 출신 생산자는 몇 명 되지 않는다. 와인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꿈은 쉽게 꾸지만, 실제로 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 씨 역시 지금도 끊임없이 자신의 가능성에 대해 걱정과 고민을 한다. 다른 이들과 차이가 있다면 ‘내가 잃을 게 뭐가 있어’라는 말을 자주 되뇌는 것이다. 집이 있는 리옹에서 사부아까지 차로 1시간 거리라 바쁘지 않을 때는 출퇴근을 한다. 요즘처럼 포도나무 가지치기를 해야 하는 겨울철에는 와이너리에 매트리스를 깔아 두고 잔다. 수확 철에도 한두 달은 그렇게 지내니, 일 년에 절반은 와이너리에서 사는 셈이다. 포도 농사를 짓다 보니 기후 위기가 피부에 와닿는다. 프랑스의 각 지역에서는 그 기후에 어울리는 포도 품종을 생산해 왔지만 너무 더워지면서 맞지 않아졌다. 프랑스 포도 농가마다 새롭게 품종을 바꾸기 위한 실험이 한창 진행 중이다. 뒤늦게 농사를 시작한 그 역시 포도밭에 다른 종류의 나무와 식물을 함께 심어 균형 잡힌 생태계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포도로 먹고사는 사람이라면 자연을 유지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23년 첫 빈티지는 5개국에 수출했다. 2024년 두 번째 빈티지는 프랑스, 한국. 스페인, 중국 등 10개국에 나가고 있다. 중국에서는 도멘 아쉬(Domaine H)라는 이름과 레이블을 보고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를 연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나 살 수 없는 명품보다 편하게 즐기면서 더 마실 수 있는 와인을 만드는 게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전에는 태국 방콕에 처음 갔다가 부산이 많이 생각났다고 했다. 방콕에는 전 세계에서 좋다는 호텔은 다 들어와 있었고, 손님 대부분이 외국인이었다. 방콕이 그 정도로 외국인이 몰려들만한 곳일까? 방콕과 비교해 보니 부산은 훨씬 더 매력적이지만 안타깝게도 손님을 맞이할 준비가 덜 된 것 같다. 방콕은 어딜 가도 예약 사이트가 영어로 잘 만들어져 있고, 매장에도 영어 하는 직원이 있다. 방콕의 타깃은 태국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다이닝하는 친구들은 부산 경제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이제는 눈을 돌려 K컬처 바람을 타고 쏟아져 들어오는 외국인에게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음식도 맛있어야 하지만 외국인에게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편하게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부산에 있는 레스토랑들은 아직 외국인에게 많이 친절한 것 같지 않다. 프랑스를 비롯한 외국인이 부산에 오면 돼지국밥에 소주도 먹어 보고 싶지만, 하루쯤은 와인이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매력적인 도시 부산이 그런 쪽에 더 신경 쓴다면 시장이 훨씬 좋아지지 않을까. 와인의 매력은 아무리 노력해도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와인을 다 마셔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매년 새로운 가치를 들고 와인을 만드는 새로운 사람이 등장한다. 앞으로 새로운 땅에 포도밭을 일궈 와인을 만드는 한국인이 더 많이 나올 것이다. 그들을 위하여, 상떼!
일본·중국 와인 뜨는데 한국 와인은 아직 먼 길
하석환 씨는 최근 프랑스에서 일본 와인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와인 시상식인 영국 ‘디캔터 월드 와인 어워드(DWWA)’에서 최고상은 일본의 산토리가 만든 ‘도미 고슈(登美甲州) 2022’에 돌아갔다. 포도 재배에서 양조까지 100% 일본에서 생산한 와인이 이 시상식 최고상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 게다가 일본 와인은 주로 지구온난화 영향을 덜 받는 야마나시현 고슈시(市) 고유종 포도 ‘고슈’로 만든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하 씨는 또 “이번에 상하이에서 중국 와인을 마셔 보니 10년 전에 비해 너무 좋아졌다. 심지어 중국 와인이 일본보다 더 좋다고 느낄 정도였다”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와인 소비국 이미지를 탈피해 닝샤나 윈난 등 주요 산지를 중심으로 와인의 품질을 끌어올리며 국제 콩쿠르에서 잇따른 수상과 수출로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에 비하면 한국은 아직 주요 와인 생산국 순위에 들어 있지 않다. 그는 “한국의 생산자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만 세계와 차이가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어떤 방법으로든 한국의 와인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 주의 새 책] 내란의 밤, 시민의 기록 外
■내란의 밤, 시민의 기록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27분, “비상계엄 선포”라는 한 문장이 한국 사회를 흔들었다. 그날 밤 국회로 달려가 내란 군을 막아 낸 시민 313명의 증언을 기록한 책이다. ‘진실의 힘’이 2025년 2월부터 7월까지 313명을 면담하고 A4 용지 1만여 장의 녹취록을 분석해 만든 최초의 시민 역사책이다. 강문민서, 송소연, 조용환 지음/진실의힘/448쪽/2만 2000원. ■폭군 어떻게 미치광이 통치자는 권력을 장악하고 나라를 집어삼키는가. 우리는 왜 뻔뻔하고 이기적인 지도자에게 끌리는가. 오늘날 가장 저명한 셰익스피어 연구자이자 퓰리처상 수상에 빛나는 저자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통해 폭군의 정체를 해부한다. 셰익스피어의 예리한 통찰을 발견할 수 있다.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김한영 옮김/까치/256쪽/1만 8000원. ■나의 물맷돌은 다윗의 그것이니 호세 마르티는 라틴아메리카의 대표적 지성이다. 사망 100주년이 되는 1995년 유네스코는 ‘호세 마르티 국제상’을 제정했고, 평생 디아스포라로 살며 길 위에서 쓴 시와 산문, 연설, 번역 등 그가 남긴 모든 기록은 2005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그의 산문선 집이다. 호세 마르티 지음·김수우 옮김/글누림/304쪽/2만 원. ■제인 오스틴을 처방해드립니다 70세에 졸혼 선언, 시골집에 10년 칩거, 6권의 제인 오스틴 작품 다시 읽기, 88세에 박사학위, 90세에 책 출간. 이 책은 제인 오스틴 소설 다시 읽기를 통해 자기 삶을 되찾은 90세 여성의 독서 회고록이다. 저자는 잃어버린 자신을 회복하는 치유법으로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선택했다. 루스 윌슨 지음·이승민 옮김/북하우스/416쪽/1만 9800원. ■우리는 왜 가짜 정의에 열광하는가 개인의 심리 문제와 한국 사회의 인과관계를 밝히고 주류 심리학의 한계를 날카롭게 비판한 사회심리학자 김태형이 이번에는 ‘정의’를 주제로 한국 사회의 마음을 진단한다. 한국 사회에 범람하는 다양한 정의론의 배경과 지향점, 비판점을 분석하고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가 진정한 정의로 나아갈 수 있는지 제시한다. 김태형 지음/갈매나무/272쪽/1만 9000원. ■건축 너머 비평 너머 저자는 유명한 건축 비평가이다. 건축의 역할과 가치에 관한 질문을 전면에 두고, 한국 현대 건축의 다양성과 건강함을 펼쳐 보인다. 역사성과 현장성을 녹여낸 비평, 130여 컷의 이미지와 도면, 논리적 이해를 이끌면서도 정서적 공감을 일으키는 서술을 통해 한국 현대 건축을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있다. 배형민 지음/한밤의빛/356쪽/2만 4000원.
[잠깐 읽기] 일곱 도시 미술관의 그림 이야기
여행지에서 만나는 미술관은 어떤 의미일까. 언젠가부터 많은 사람들이 출장이나 여행 중에 그 도시를, 그 나라를 대표하는 미술관에 발길을 멈춘다. 아예 미술관에 가기 위해 여행하는 이들도 생겨난다. 미술관의 작품들은 한 도시가 지나온 역사와 사건부터 당시의 사회상과 트렌드, 작가의 인생과 철학까지 여러 겹으로 품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오그림은 자신이 운영하는 아트살롱 오그림의 대표이기도 하다. 그는 책에서 ‘세계의 미술관과 아트페어 현장에서 작품 너머의 이야기를 꺼내며 예술을 통해 삶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표현했다. 문명의 발상지 이집트의 카이로와 룩소르에서 시작해 르네상스의 심장인 이탈리아 피렌체, 예술의 수도인 프랑스 파리, 제국의 황금빛 흔적을 품은 오스트리아 빈, 서양 예술을 수집하고 재해석해 낸 일본 도쿄, 현대미술의 중심지 미국 뉴욕을 직접 여행하며 느낀 감상과 유명 작품에 대한 설명을 친절하고 상세하게 풀어내고 있다. 고대미술부터 중세, 르네상스를 거쳐 현대미술까지 훑어 냈다. 특별한 점은 개별 작품이나 사조를 해설하는 딱딱하고 단편적인 관점에 머무르지 않고, 작품이 놓인 장소가 가진 역사적 의미를 비롯해 당시 사람들의 경험이나 소망,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예술가가 겪은 사건 등을 잘 버무렸다는 데 있다. 마치 전문 도슨트가 옆에서 조곤조곤 알려주는 것 같은 느낌! 만약 그림이 여전히 어렵고 미술관이 부담스러운 이들이 있다면, 이 책과 함께 유명한 예술도시를 여행하며, 미술관과 작품에 담긴 이야기에 보다 편안하게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예술을 통해 도시를 읽고, 도시를 통해 역사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얻고, 언젠가는 그곳으로 떠나야겠다는 계획을 품게 될지도…. 오그림 지음/크레타/416쪽/2만 2000원.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사의… 李 대통령, 면직안 재가
연 1000만 명 김해공항 국제선, 혼잡시간 ‘제2출국장’ 운영
부산 ‘응급실 뺑뺑이’ 심각… 환자 이송 요청 10건 중 1건 수락
요동치는 내년 부산시장 선거… 민주 ‘당혹’ 국힘 ‘반색’ [전재수 사퇴 파장]
HMM·해수부 산하기관 이전… "부산 해양수도 흔들려선 안 돼" [전재수 사퇴 파장]
공직자 참된 자세 vs 당당하면 왜 사퇴? 여야 ‘전재수’ 공방
“지역만의 이야기에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느냐가 관건” [브랜딩, 지역을 살리다]
주어 빠진 현수막 갈등 2R… 오은택 남구청장, 박재범 민주당 지역위원장 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