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향 설립 64년 만에 첫 '모녀 단원' 나왔다
부산시립교향악단 설립 64년 만에 첫 ‘모녀 단원’이 탄생했다. 엄마와 딸이 같은 오케스트라에서 같은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다른 전국 교향악단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엄마인 배영주 씨는 경북예고와 계명대 음대를 졸업한 뒤 대구시립교향악단에서 활동하다 1993년 부산시향에 입단해 33년째 제2바이올린 파트를 맡고 있다.배 씨는 바쁜 공연과 연주 활동을 하면서도 세 자녀가 모두 음악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했고, 부산시향 내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온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배 씨는 “제 인생에서 부산시향은 모든 생활의 원동력이었다”면서 “집에 들어오면 잘 나가지도 않고 오로지 무대와 가정만 왔다 갔다 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딸 권순지 씨는 지난해 10월 부산시향 단원 공개모집 오디션에서 8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해 오케스트라에 합류했다. 부산예고를 졸업한 뒤 부산대 음악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과정을 마친 뒤 부산시향 비상임 단원, 경산시립교향악단 단원 등으로 활동하다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온 것이다. 엄마 배 씨와 마찬가지로 제2바이올린 파트에서 연주한다.권 씨가 처음 바이올린을 잡은 건 만 3세 때라고 한다. 엄마가 다른 장난감 대신 어린이용 바이올린을 가지고 놀아주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5세 때부터는 엄마의 후배 바이올리니스트로부터 정식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중·고교 시절엔 부산시립청소년교향악단 단원으로도 활동하면서 음악인으로서의 잠재력을 키워왔다.두 사람이 함께 오른 첫 번째 부산시향 무대는 지난해 10월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열린 제624회 정기연주회였다.배 씨는 “처음 연주를 함께 할 때는 같은 파트에 앉아서 악기를 다루다 보니 모녀의 외모가 닮았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조금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면서 “이제는 그런 불편함이 전혀 없다. 다른 동료들을 대할 때와 똑같은 느낌으로 적응했다”고 말했다.권 씨도 “연주 때 앞뒤 또는 대각선으로 자리가 배치될 때가 많아 계속 엄마가 시야에 들어와서 처음에는 신경이 쓰였다”면서도 “지금은 다른 동료 연주자 가운데 한 명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릴 때 엄마 따라와서 보아왔던 이모, 삼촌들과 같은 단원이 돼 함께 시향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두 사람은 서로의 예술적 지향점이나 연주 취향에 대해서는 확실히 선을 긋고 있다. 배 씨가 정통 클래식에 집중해 왔다면, 권 씨는 낭만주의 이후의 근현대 음악에 더 관심이 많다. 배 씨는 “음악을 대하는데 있어서도 세대 차이가 있다”고 말했고, 권 씨는 “각자의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엄마 앞에서는 가급적 악기를 만지지 않으려 한다”고 웃었다.사실 이 가족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부산시향 패밀리’다. 배 씨의 남편이자 권 씨의 아버지 권재용 씨는 부산시향 상임 단원으로 32년 간 트롬본 연주를 해오다 2024년 정년퇴직했다. 지금은 화물운송자격증을 따서 트레일러 개인 사업자로 ‘인생 2막’의 무대에 올랐다.권순지 씨가 정년을 채운다고 가정하면 세 사람의 부산시향 근무 연수는 무려 90년을 넘어서게 된다.첫째 딸인 권순지 씨뿐만 아니라 모든 가족이 음악을 전공했다. 둘째 딸은 피아노, 막내 아들은 트럼본을 연주한다. 배 씨는 “아이들이 어릴 때는 가족들이 모두 참여해 협연을 해 보는 것이 꿈이었다”며 “지금은 딸과 같은 음악 단체에서 연주하고 있으니, 어느 정도 꿈을 이룬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그러면서 “시향에서 받는 월급 만으로 아이 셋 모두를 음악 공부시키는 게 힘들었지만 지금은 좋은 추억이 됐다. 특히 남편이 자상하게 어린 자녀들을 잘 챙겨줬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배 씨는 은퇴 후 계획에 대해 “시향에서 원 없이 바이올린을 만져봤기 때문에 이제는 다른 일을 좀 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재주가 많아서 바느질, 수세미 제조 등 수공예를 지금도 취미 삼아 하고 있다.권 씨는 “어릴 때부터 가족이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고, 대화 주제도 비슷해서 좋았다”면서 “대체로 음악 이야기를 많이 했고, 정치나 주식 이런 쪽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음악 가족 내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바이올린을 배우면서 독주회나 실내악 연주를 많이 했었고, 다양한 무대를 경험하고 싶다”면서도 “지금은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다. 어렵게 부산시향에 들어온 만큼 오케스트라의 일원으로 민폐 끼치지 않고 하루빨리 자리 잡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엄마와 딸이 함께 하는 바이올린 듀오 콘서트’ 같은 걸 해보는 건 어떠냐는 질문에 배 씨는 “기회가 있으면 못할 건 없다”고 했고, 권 씨는 말없이 웃기만 했다. 배 씨는 같은 직장에서 딸을 바라보는 느낌에 대해 “젊은 세대의 공부법에 대해 배우는 게 많다”며 “우리 때와는 달리 새로운 곡과 기법을 쉽게 다루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어엿한 음악가로 성장한 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따뜻한 시선과, 자신을 음악의 세계로 이끌어준 엄마에 감사하는 딸의 마음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기고] AI도 할 수 없는 일, 이순신 전적지 탐사
학승이자 대강백인 종범 스님의 법문을 우연히 듣다가 벼락을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법문의 요지는 이렇다. “공부는 하면 할수록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아진다. 가장 고집이 센 사람은 학자들이다. 식당에 와서 혼자 앉아 있는 사람에게 주인이 다가가, 단체 손님이 온다고 자리를 조금 옮겨 달라고 하면 대부분은 옮기는데 학자들은 절대 말을 안 듣는다. 그리고 학자들은 자기 주장이 최고인 줄 알고 남과 타협하는 일이 없다.” 그러나 이런 학자들의 고집과 권위는 ‘빛의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때문이다. 질문만 잘 하면 AI는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한 해답을 내놓는다.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AI 열풍 앞에 학자들의 입지는 위협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역사학자는 통역가와 번역가 다음으로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직업이라는 분석 결과가 있다. 명확한 답이 있고 실험으로 증명할 수 있는 자연과학 분야는 비교적 논란이 덜한 편이지만 인문학 분야는 학자들 간에 주장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역사학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서로 다투면서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에 환단고기가 위서인가 여부를 놓고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사료가 풍부하지 못한 상고사는 학자들 간의 논쟁이 치열한 분야 중 하나다. 임진왜란 역사와 이순신 장군을 연구하는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최초 삼도수군통제영이 여수인가 아니면 한산도인가를 놓고 편을 갈라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양측의 지역 정치인들까지 가세하여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어 민망할 뿐이다. 합포해전지가 마산 합포인가 진해 학개인가를 놓고도 해묵은 논쟁이 종식되지 않고 있으며,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을 하러 갔던 합천의 권율 원수진이 어느 동네인가도 연구자들 사이에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렸다. 이순신 장군을 연구하는 학자들 중에는 유독 자기 주장만 내세우며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자신과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에게 공개적인 인신공격이나 비방도 예사로 한다. 지식 카르텔을 형성하여 횡포를 부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행태는 모두 충무공의 영전에 부끄러운 일이다. 필자는 이순신 장군의 행적을 따라 20년 이상 바다를 누비고 다니면서 스스로 학자라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냥 이순신 장군을 좋아하는 해전 현장 전문가라고 하는 것이 편하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출판사 사장은 필자를 두고 발로 뛰는 ‘바다의 고산자’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고산자는 대동여지도를 그린 김정호의 호다. 서재에서 문헌만 연구하는 것은 나의 자유분방한 성정과도 맞지 않다. 역사기행 수필가나 시인이 내게는 더 잘 어울리는 타이틀이다. 그동안 350회 이상 이순신 전적지를 답사하면서 태풍에 갇혀 섬에 고립된 적도 있었고, 날이 저물어 외딴 암자에서 하룻밤 신세를 진 적도 있다. 그러다 보니 전국의 섬은 거의 다 섭렵했고 결국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있는 오곡도라는 작은 섬에 내 영혼의 짐을 내려놓았다. 섬마을 토담집을 수리하여 이순신 전적지 답사를 위한 베이스캠프를 하나 마련했다. 종범 스님의 법문은 AI 시대에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AI가 역사학자들을 능가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역사학은 기본적으로 문헌학이기 때문에 그 어떤 분야보다 먼저 AI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AI가 잘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배낭 하나 메고 이순신 장군의 해전 현장을 다니면서 역사의 진실을 캐고 구전설화를 채록하며, 별빛 쏟아지는 밤 바다에서 이순신 장군을 다시 만나는 일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확신한다.
부산박물관, 예비 큐레이터·교육강사 모집
부산박물관은 박물관 분야 진출을 희망하는 청년들을 위한 예비 큐레이터와 교육 강사를 공개 모집한다. 박물관 현장 실무 경험 기회를 제공하고 학예 및 교육 분야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큐레이터 양성사업은 본관인 부산시립박물관 3개 팀(교육홍보팀, 전시운영팀, 유물관리팀)과 분관인 정관박물관, 복천박물관에서 각 1명씩 모두 5명의 예비 큐레이터를 선발한다. 지원 자격은 18세 이상 39세 이하 부산 시민으로, 4년제 관련 학과를 졸업했거나 대학원 수료자 이상이다. 각 기관 예비 큐레이터는 상근직으로, 내근하며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부산박물관의 원서 접수는 21~22일 이틀간 진행되며 복천박물관, 정관박물관은 별도의 채용 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박물관 프로그램 교육강사는 박물관 관련 전공자이거나 실무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모집한다. 3월부터 2027년 2월까지 1년간 활동하며, 부산박물관이 운영하는 ‘주말엔 박물관’ ‘여름엔 박물관’ ‘드림드림 박물관’ ‘찾아가는 부산역사이야기’ 등 교육 사업 현장에서 강사로 수업을 진행한다. 선발 인원은 10명 내외(예정)다. 박물관이나 미술·예술 관련 분야 학사 이상 학력 소지자면 지원할 수 있다. 접수는 오는 27일 오전 9시부터 30일 오후 6시까지 전자우편 또는 방문으로 가능하다. 정은우 부산박물관장은 “박물관 분야 진출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현장의 실무 경험을 제공하고,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이바지할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며 “박물관 예비 큐레이터와 교육 강사들이 부산의 역사와 문화를 전하는 역량 있는 문화 메신저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모집과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부산박물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51-610-7185.
영화의전당 공동 제작 가족극, 서울어린이연극상 '2관왕' 쾌거
(재)영화의전당이 공동 제작한 연극이 연이어 수상 소식을 전해오고 있다. 화제의 작품은 극단 하땅세의 ‘걸리버 여행기: 줌 인 아웃(ZOOM IN OUT)’으로, 이 작품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아이들극장에서 열린 제34회 서울어린이연극상 시상식에서 대상과 연기상 등 2관왕을 차지했다. 하땅세의 ‘걸리버 여행기: 줌 인 아웃’의 대상 수상은 과감한 혁신성과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한 예술적 노력을 높이 평가받은 결과이다. 심사위원단은 “어린이 눈에 비친 크고 작은 세상이라는 질문을 연극적으로 확장해 상상력 넘치는 장면들을 구현했다”라며 “이런 시도는 하땅세만의 독보적인 기술과 스타일로 큰 매력을 발휘했다”고 치켜세웠다. 대상 수상에 이어 이 작품에 출연한 오에바다, 김채연, 박혜민 배우가 연기상 수상자로 호명되며 배우들의 역량까지 동시에 평가받았다.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아시테지 코리아)가 주최하는 서울어린이연극상은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아동극 시상식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걸리버 여행기: 줌 인 아웃’은 앞서 지난해 12월 한국연극평론가협회(회장 이화원)가 선정한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에도 이름을 올렸다. 연극평론가협회는 “전통적 서사 구조에 의존하지 않고 관찰의 거리 규모 시점을 핵심 장치로 인간을 탐구하는 실험성이 돋보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윤시중 연출의 ‘걸리버 여행기: 줌 인 아웃’은 조너선 스위프트의 고전 명작소설 <걸리버 여행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주인공 ‘바다’가 낯선 세계로 여행을 떠나며 겪는 신비롭고 환상적인 모험을 그린 오브제 극이다. 이 작품은 지난해 5월 춘천세계인형극제 초청으로 소극장용 버전을 쇼케이스로 선보인 바 있다. 이후 영화의전당 무대 인프라와 기술 역량을 더해 중대극장용으로 다시 제작, 지난해 11월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초연 무대를 가졌다. 이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초청 공연을 비롯해 국내 주요 공연장으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영화의전당과 극단 하땅세의 인연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의전당은 2024년 11월 극단 하땅세의 연극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마디’를 초청해 부산시민에게 선보였다. 이를 계기로 당시 하땅세의 차기작 ‘걸리버 여행기: 줌 인 아웃’ 공동 제작 논의가 오갔고, 중대극장용으로 재창작하는 결실을 거뒀다. 영화의전당 관계자는 “부산에서 초연한 가족극 형태의 중대극장용 버전은 기존의 소극장용 버전과는 주인공과 내용이 전혀 다른 새로운 작품”이라며 “영화의전당이 공동 제작자로서 참여한 것을 넘어 유통에도 적극 나서 저작권료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걸리버 여행기: 줌 인 아웃'이 연거푸 좋은 평가를 받으며 관객과 만나는 기회가 더욱 늘어난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극단 하땅세 관계자는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으며 국내 초청 공연이나 해외 진출 등 대중과 만나는 기회를 늘리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의전당 관계자 역시 "지난해 초연 후 몇몇 기관에서 단체 관람 문의가 있었다"며 "분위기를 좀 더 지켜보며 재공연 등 추후 계획을 세워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고인범 영화의전당 대표이사는 “이번 수상은 역량 있는 예술단체를 발굴해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선보이려는 영화의전당의 방향성과 성과를 인정받은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제51회 부산음악상 공로 부문에 비올리스트 박소영 선정
부산음악협회(회장 권성은)는 제 51회 부산음악상 공로 부문 수상자로 비올리스트 박소영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부산음악상은 1975년부터 지역 음악의 가치를 승화 발전시키는데 기여한 공이 크고 지역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준 음악인들에게 수여해 왔다. 부산시립교향악단 소속인 박소영은 부산청년오케스트라 트레이너를 맡고 있다. ‘사랑과 나눔의 음악회’라는 자선 연주회를 직접 만들었고, 비올라 수석으로 활동하며 소아암과 말기암 등으로 어려운 생활을 하는 환우를 위로하는 자선공연을 이어왔다. 연주 부문에서는 소프라노 변향숙과 피아니스트 윤재웅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탈리아 브레샤 국립음악원을 졸업하고 2005년 데뷔한 변향숙은 오케스트라 협연, 기악·성악 융합 공연, 성악가들이 부르는 대중가요 & 뮤지컬 콘서트 등 다양한 장르의 무대를 소화하며 성악의 대중화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 윤재웅은 경성대 대학원에서 음악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외래 교수를 역임했으며, 국내외 다양한 무대에서 활동해 왔다. 부산음악협회는 오는 17일 부산예술회관에서 열리는 2026년도 정기총회에서 부산음악상 시상식을 함께 개최한다.
부산시립교향악단 설립 64년 만에 첫 ‘모녀 단원’이 탄생했다. 엄마와 딸이 같은 오케스트라에서 같은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다른 전국 교향악단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엄마인 배영주 씨는 경북예고와 계명대 음대를 졸업한 뒤 대구시립교향악단에서 활동하다 1993년 부산시향에 입단해 33년째 제2바이올린 파트를 맡고 있다. 배 씨는 바쁜 공연과 연주 활동을 하면서도 세 자녀가 모두 음악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했고, 부산시향 내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온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배 씨는 “제 인생에서 부산시향은 모든 생활의 원동력이었다”면서 “집에 들어오면 잘 나가지도 않고 오로지 무대와 가정만 왔다 갔다 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딸 권순지 씨는 지난해 10월 부산시향 단원 공개모집 오디션에서 8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해 오케스트라에 합류했다. 부산예고를 졸업한 뒤 부산대 음악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과정을 마친 뒤 부산시향 비상임 단원, 경산시립교향악단 단원 등으로 활동하다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온 것이다. 엄마 배 씨와 마찬가지로 제2바이올린 파트에서 연주한다. 권 씨가 처음 바이올린을 잡은 건 만 3세 때라고 한다. 엄마가 다른 장난감 대신 어린이용 바이올린을 가지고 놀아주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5세 때부터는 엄마의 후배 바이올리니스트로부터 정식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중·고교 시절엔 부산시립청소년교향악단 단원으로도 활동하면서 음악인으로서의 잠재력을 키워왔다. 두 사람이 함께 오른 첫 번째 부산시향 무대는 지난해 10월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열린 제624회 정기연주회였다. 배 씨는 “처음 연주를 함께 할 때는 같은 파트에 앉아서 악기를 다루다 보니 모녀의 외모가 닮았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조금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면서 “이제는 그런 불편함이 전혀 없다. 다른 동료들을 대할 때와 똑같은 느낌으로 적응했다”고 말했다. 권 씨도 “연주 때 앞뒤 또는 대각선으로 자리가 배치될 때가 많아 계속 엄마가 시야에 들어와서 처음에는 신경이 쓰였다”면서도 “지금은 다른 동료 연주자 가운데 한 명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릴 때 엄마 따라와서 보아왔던 이모, 삼촌들과 같은 단원이 돼 함께 시향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서로의 예술적 지향점이나 연주 취향에 대해서는 확실히 선을 긋고 있다. 배 씨가 정통 클래식에 집중해 왔다면, 권 씨는 낭만주의 이후의 근현대 음악에 더 관심이 많다. 배 씨는 “음악을 대하는데 있어서도 세대 차이가 있다”고 말했고, 권 씨는 “각자의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엄마 앞에서는 가급적 악기를 만지지 않으려 한다”고 웃었다. 사실 이 가족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부산시향 패밀리’다. 배 씨의 남편이자 권 씨의 아버지 권재용 씨는 부산시향 상임 단원으로 32년 간 트롬본 연주를 해오다 2024년 정년퇴직했다. 지금은 화물운송자격증을 따서 트레일러 개인 사업자로 ‘인생 2막’의 무대에 올랐다. 권순지 씨가 정년을 채운다고 가정하면 세 사람의 부산시향 근무 연수는 무려 90년을 넘어서게 된다. 첫째 딸인 권순지 씨뿐만 아니라 모든 가족이 음악을 전공했다. 둘째 딸은 피아노, 막내 아들은 트럼본을 연주한다. 배 씨는 “아이들이 어릴 때는 가족들이 모두 참여해 협연을 해 보는 것이 꿈이었다”며 “지금은 딸과 같은 음악 단체에서 연주하고 있으니, 어느 정도 꿈을 이룬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시향에서 받는 월급 만으로 아이 셋 모두를 음악 공부시키는 게 힘들었지만 지금은 좋은 추억이 됐다. 특히 남편이 자상하게 어린 자녀들을 잘 챙겨줬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배 씨는 은퇴 후 계획에 대해 “시향에서 원 없이 바이올린을 만져봤기 때문에 이제는 다른 일을 좀 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재주가 많아서 바느질, 수세미 제조 등 수공예를 지금도 취미 삼아 하고 있다. 권 씨는 “어릴 때부터 가족이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고, 대화 주제도 비슷해서 좋았다”면서 “대체로 음악 이야기를 많이 했고, 정치나 주식 이런 쪽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음악 가족 내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바이올린을 배우면서 독주회나 실내악 연주를 많이 했었고, 다양한 무대를 경험하고 싶다”면서도 “지금은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다. 어렵게 부산시향에 들어온 만큼 오케스트라의 일원으로 민폐 끼치지 않고 하루빨리 자리 잡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엄마와 딸이 함께 하는 바이올린 듀오 콘서트’ 같은 걸 해보는 건 어떠냐는 질문에 배 씨는 “기회가 있으면 못할 건 없다”고 했고, 권 씨는 말없이 웃기만 했다. 배 씨는 같은 직장에서 딸을 바라보는 느낌에 대해 “젊은 세대의 공부법에 대해 배우는 게 많다”며 “우리 때와는 달리 새로운 곡과 기법을 쉽게 다루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 어엿한 음악가로 성장한 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따뜻한 시선과, 자신을 음악의 세계로 이끌어준 엄마에 감사하는 딸의 마음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뉴욕 타임스퀘어 빅스크린 장식한 부산 화가 서은혜
세계 최대의 전광판 갤러리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빅스크린 전시에 4년 연속 선정된 작가가 있다.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서양화가 서은혜(경성대 평생교육원 전임강사)이다. 올해는 주최 측인 비전아트미디어(Vision Art Media)로부터 ‘마스터스 어워드 아티스트’(Masters Award Artist) 타이틀도 함께 부여받았다. 서 작가의 작품과 인물 이미지는 오는 18일(현지 시각)부터 타임스퀘어 빅스크린을 통해 하루 75회(회당 15초 송출) 비디오 아트 형식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아트 포럼: 경계 없는(No Boundaries)’으로, 전 세계에서 총 12명이 선정됐다. 이 중 3명이 ‘마스터스 어워드 아티스트’로 호명됐다. 비전아트미디어 회장이자 수석 큐레이터인 마이클 람이 12인의 작품으로 한 편의 비디오 아트를 만들었다. “4년 연속 빅스크린 전시 작가에 선정된 데다 마스터스 어워드 수상까지 하게 돼 매우 기쁩니다. 더욱이 한국 작가로는 최초라고 해서 작가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하는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이번에 상영되는 서 작가 작품은 ‘비밀의 화원’ 회화 연작 중에서 1점이다. 지난해는 3점이 선정됐다. 대신 올해는 12명의 작가가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지난해와 달리 서 작가 단독 작품이 풀 스크린을 장식한다. ‘비밀의 화원’은 서 작가의 회화 연작(휴, 플라워 트립, 비밀의 화원) 중 하나로 2010년부터 하고 있는 작업이다. 한국의 야생화를 그리기 시작해 최근에는 미국이나 싱가포르 꽃도 섞고 있다. 작업 방식은 붓 대신에 나이프를 사용하는 게 80% 이상이다. 나이프 기법 외에는 유화나 아크릴 물감을 아주 두껍게 칠해 화면에 입체적인 질감을 내는 ‘임파스토’ 기법을 주로 활용한다. 주제는 동양적이지만, 소재와 기법은 서양적인 등 회화의 물성과 동서양 미학의 접점을 탐구한 작업이다. 서 작가는 2021년 인사동 사람들 올해의 작가상 등에 이어 2023년 부산미술협회 제22회 오늘의 작가상 청년작가상을 받았다. 비전아트미디어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아티스트 작품을 타임스퀘어 같은 글로벌 랜드마크에 전시하고 홍보하는 아트 에이전시이자 미디어 기업이다.
"땅 없어 센터 못 짓는데…" 0.1점 승부에 상급종합병원 '초비상'
하반기 제6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를 앞두고 지역 상급종합병원들의 움직임이 벌써부터 심상치 않다. 준비 기간이 반 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심사 기준안 변경으로 일부 상급종합병원이 탈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다. 상급종합병원 탈락이 현실화되면 가뜩이나 심각한 지역 환자의 수도권 이탈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13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말 공개한 제6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기준(안)은 제5기 심사 기준보다 상대평가 지표 변화가 특히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예가 전문진료 질병군(입원) 비율과 경증환자 회송률 기준 상향이다. 예를 들면 5기 평가에서 경증환자 회송률 0.1~3.0%이면 받을 수 있던 점수를 이번에는 0.5~6.0%가 돼야 받을 수 있다. 이 밖에도 간호교육 전담인력 확보율과 소아응급환자 분담률, 중증상병 환자 분담률 등이 평가 항목에 새로 포함됐다. 상급종합병원 평가 기준이 ‘진료량 경쟁’에서 ‘중증·필수의료 집중’으로 본격 전환된 것이다. 지역 의료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6개 센터 운영 여부가 평가 항목에 신설된 점이다. 권역응급의료센터·권역외상센터는 각각 0.5점,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와 권역책임의료기관, 중증·권역 모자의료센터,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각각 0.25점을 받을 수 있다. 0.1점 차로 당락이 좌우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가점은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부울경 상급종합병원 상당수는 6개 센터 신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의 경우 상급종합병원 모두 구도심에 위치하고 있어 부지 여유가 별로 없는 상황이다. 이들 대부분은 용적률 90% 상당을 이미 쓰고 있으며, 일부 병원은 150%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지역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가점을 받을 수 있는 센터가 하나도 없는 곳도 존재한다. 부지 부족으로 수년간 추진했던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을 받지 못한 곳도 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탈락은 지역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 제3~4기 당시 부울경 일부 상급종합병원이 2차 종합병원으로 격하되자 지역 중증환자의 역외 유출이 심각해지고 전문의와 전공의 이탈이 가속화하는 삼중고를 겪은 바 있다. 이에 지역 의료계에선 공공의료 인프라 확보를 위한 조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의 경우 ‘부산광역시 필수의료 보장 및 지원에 관한 조례’와 ‘부산광역시 응급의료 지원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필수의료 공백을 막는 재정 지원의 길이 마련돼 있지만, 실질적인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도시계획 조례는 감염병관리시설에 한해 120% 이하 범위에서 용적률 완화가 가능한데, 적용 범위를 확대해 중환자실과 응급실 등 공공필요 의료시설도 적용받을 수 있도록 개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부산 상급종합병원 대부분 공간 부족으로 인해 센터 신설이나 확장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인력 확보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상급종합병원은 공공재 성격이 강한 만큼 타 지역 병원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부산시는 “형평성 문제로 인해 용적률 완화가 쉬운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해결점 모색을 위해 지역 의료계와 적극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오는 6월 평가 기준을 공고한 뒤 공모에 신청한 병원을 대상으로 오는 8~11월 평가를 진행하며 연말 신규 지정·재지정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제6기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면 내년부터 2030년까지 상급종합병원 역할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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