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신작 ‘휴민트’ 인간 정보전 그린다… 설 극장가 출격
류승완 감독의 신작 ‘휴민트’가 설 연휴 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진다. 오는 11일 개봉하는 ‘휴민트’는 정보원이 중심이 되는 인간 정보전을 전면에 내세워, 액션의 긴장과 감정의 균열을 동시에 겨냥한다.류 감독은 지난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와 기자간담회에서 “오랜 시간 영화를 만들어 왔지만, 오늘만큼 떨리는 날은 많지 않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류 감독과 함께 배우 조인성, 박정민, 박해준, 신세경 등이 함께 했다.류 감독은 냉전의 잔상이 남아 있는 블라디보스토크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인물의 선택을 따라간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휴민트’는 인적 정보원이란 뜻으로, 한국 국정원이 북한의 동향을 수집하기 위해 가동하는 내부 소식통을 말한다. 영화 ‘짝패’(2006) ‘부당거래’(2010) ‘베를린’(2013) ‘베테랑’(2015) ‘모가디슈’(2021) ‘밀수’(2023) 등을 선보인 류 감독의 신작이다. ‘베를린’ ‘모가디슈’를 잇는 류 감독의 해외 로케이션 3부작이기도 하다.류 감독은 ‘베를린’ 직후 ‘휴민트’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썼던 초고는 이번에 영화로 나온 시나리오와는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난다고 했다. 류 감독은 “박건과 채선화가 외삼촌과 조카 사이였고, 둘 사이에 멜로 역시 당연히 없었으며 영화도 보다 밝고 경쾌한 톤으로 그려졌다”면서 “조인성과 박정민이라는 배우를 전면에 내세우게 되면서 대대적인 수정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국정원에 실제로 배우들이 가서 사격훈련도 하고, 심지어는 총알의 갯수를 세면서 탄창을 갈아야 할 시점까지 매번 계산했다”고 했다.조인성은 대한민국 국정원 요원 조 과장을 맡아 냉철한 판단과 신체 액션을 모두 소화한다. 그는 작품을 준비하며 실제 국정원 사격과 기초 훈련을 거쳤고, 최근 운용 방식에 맞춘 총기 동작을 반복적으로 익히며 현실감을 높였다. 조인성은 “시나리오를 읽기도 전에 출연하기로 했을 정도로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컸다”며 “어떻게 하면 작품을 잘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박정민은 북한 국가보위성 조장 박건을 연기한다. 박건은 냉철한 판단을 하는 인물이지만, 우연히 만난 채선화 앞에선 감정적인 혼란을 겪는다. 그는 “박건의 목적은 오로지 선화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며 “신세경 배우가 첫 만남부터 마음을 열어줘서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 박정민이 할 수 없는 선택을 박건을 통해 실현했다. 연기하면서 한 사람을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고민해봤다”고 했다.이 작품은 류 감독의 대표작 '베를린'과 느슨하게 세계관을 공유한다. 영화 속에선 ‘베를린’의 주인공 이름이 언급되며, 배경과 인물의 과거를 암시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류 감독은 이를 통해 기존 관객의 몰입을 돕는 동시에 새로운 관객에게는 또 다른 호기심을 유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감독은 “‘베를린’을 한 번 더 보게 하려는 얄팍한 꼼수였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베를린’을 기억하는 관객들에게 빠르게 이 캐릭터를 설득하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했다.이 영화는 올 설 연휴 스크린에서 관객을 기다린다. 류 감독은 “설 연휴에 개봉 영화를 만든 모든 사람들과 모두 친하다”며 “바람이 있다면 이번 설 연휴가 기니까 개봉하는 모든 영화를 예쁘게 봐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휴민트’는 배우들의 매력이 스크린에서 뿜어져 나올 수 있도록 노력했다”면서 “영화쟁이들이 모여서 능력의 최대치를 뽑아서, 극장에서 근사하다 싶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용을 썼으니 잘 봐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평소와 다른 전조증상인데… ‘나이 탓’ 무시했다간 큰코
갑자기 말이 어눌해지고 한쪽 팔에 힘이 없어진 박 모(68) 씨와 최 모(70) 씨. 즉시 병원을 찾은 박 씨는 증상이 나타난 지 1시간도 안 돼 혈전용해제를 투여받아 완전히 회복됐지만, 조금 쉬면 나아질 것이라고 판단해 집에서 2시간 가량 경과를 지켜보던 최 씨는 골든타임을 놓쳐 반신마비와 언어 장애를 얻게 됐다. 단 2시간이 운명을 가른 이 같은 사례는 고령자들 사이에선 허다하다. 전조 증상을 ‘나이 탓’으로 치부해 대수롭지 않게 여겨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김준성 응급의학과 교수는 <온 가족이 함께 알아야 할 고령자 응급대처법>을 통해 “고령자 응급상황의 30%는 초기에 나이 탓으로 여기면서 진단이 지연되고, 이로 인해 사망률이 증가할 수 있다”며 “고령자의 응급상황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사실과 적절한 대처만으로도 예후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자의 응급상황은 뚜렷한 통증보다는 ‘평소와 다른 느낌’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젊은층의 경우 심장에 문제가 생기면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고령자는 일반적인 노화 증상과 구분하기 어려운 탓에 인지하기 쉽지 않다. 2~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함께 보유한 경우도 많아 새로운 증상이 생겨도 기존 질병 때문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저혈당 증상으로 이따금씩 어지럼증을 느끼던 당뇨병 환자가 뇌졸중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을 특별하게 여기지 못하고 한참 뒤에야 병원에 찾는 경우가 대표 사례다. 김 교수는 뇌졸중 의심 상황에서 자가진단법 ‘F·A·S·T’ 검사를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얼굴이 한쪽으로 처지는지(Face), 한쪽 팔에 힘이 빠지는지(Arm), 말이 어눌하거나 발음이 부정확한지(Speech) 확인하고,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Time)는 것이다. 무엇보다 고령자의 몸 상태와 움직임, 질환 여부 등을 세심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물리치료사 케이와 나가시마 가호는 <고령자의 몸과 마음 돌봄 매뉴얼>을 통해 “고령자의 뇌와 몸의 구조를 이해한다면 고령자가 하는 말이나 행동 배경, 주의해야 할 위험 요소를 보다 폭넓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나이가 들수록 골밀도와 골량이 줄어들면서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러질 수 있다. 인지기능은 물론 감각·관절 기능 저하로 균형잡기가 어려워지고 약 복용량 증가로 인한 낙상 위험성이 커지면서 고령자들의 골절은 치명상이 되기 일쑤다. 전기 코드와 실내화를 치우고 즉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휴대폰을 항상 목에 걸도록 하는 등 고령자의 눈높이에 맞춘 대책을 마련해볼 수 있다. ‘뭔가 이상한데?’라는 변화 느낌을 놓치지 말고 살펴보자는 것이다 이와함께 고령층에 있어 중요한 것은 기존 질병과 함께 살면서도 최대한 좋은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있다. 김 교수는 “나이가 들면서 여러 질병이 동시에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완벽한 건강을 추구하기보다는 현실적이고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마음 산책] 자신과 타자 동일시… 그 뒤엔 깊은 상실감이
우울, 불안,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정신과와 심리상담센터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말 못할 고민에 마음 아픈 이들이 기댈 곳은 실상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마음산책>은 이들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내적 고통에서 벗어날 길을 보여줍니다. 지난해 동아대병원에서 정년퇴임한 정신과 전문의이자 정신분석가인 김철권 박사와 함께 이메일(gomin119@busan.com) 등을 통해 접수된 사연 중 한 건을 선정해 매월 한차례 고민을 풀어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편집자주) Q. 아이들과 함께 컸던, 자식과도 다름없던 고양이가 18년 만에 고양이별로 떠났습니다. 독립한 자녀들의 빈자리를 메워준 고마운 아이였기에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펫 로스 증후군을 그럭저럭 극복하면서부터 길고양이들에게 애정을 쏟았습니다. 없던 알레르기까지 생겼지만 길에서 떠도는 아이들의 고단한 삶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먹이 주는 문제로 주변과 다툼이 일면서 지나치게 어린 고양이들은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문제는 자녀들이 고양이 양육을 반대하는 데 있습니다. 고양이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건강을 되찾으라고 하는데, 엄마의 외로움과 슬픔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 자녀들이 그저 야속합니다. 고양이 문제를 다시 거론할 거라면 집에 더 이상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제가 너무한 걸까요. A. 이번 사례는 고양이 문제를 놓고 어머니와 자녀들간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습니다. 서로 한발씩 양보할 수도 있고 어머니의 뜻을 존중할 수도 있으며, 반대로 자녀의 요구를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자녀 입장에서는 어머니의 행동이 비합리적인 감정에 치우친 것으로 여겨질 것이고, 어머니 쪽에서는 자녀들이 자신의 마음은 이해하지 못하면서 현실적인 조언만 제시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상담을 받아도 양쪽 모두가 흡족할 만한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서로의 욕망이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흔히 해결책부터 찾으려 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상대방은 왜 저런 말과 행동을 할까?’라는 질문을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정신분석은 바로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학문입니다. 이번 사례에서 자녀들이 가지는 의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왜 어머니는 자신의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주변 이웃과 불화를 일으키면서까지 고양이를 돌보는 것에 집착할까? 심지어 자식보다도 더 고양이를 우선시할까? 자녀의 눈에는 그런 어머니의 말과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어머니와 자녀가 각자 자신의 눈으로 상대방을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각자 자기 위치에서 욕망하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를 이해하려면 정신분석에서의 ‘동일시’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의 영화 ‘제 8요일’에서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주인공 조지는 동일시 개념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그는 두 팔로 커다란 나무를 안으면서 “나무를 만지면 나무가 된다”고 말합니다. 이게 바로 동일시입니다. 동일시는 나와 사물, 나와 타자가 같아지는 경험을 뜻합니다. 정신분석에서 또 하나 중요한 개념은 ‘타자성’입니다. 우리는 보통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와 너는 다르다. 나는 나고 너는 너다. 너는 바깥에 있는 또 다른 존재다.’ 이것이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그러나 정신분석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너다. 나와 너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나는 너에 의해 구성되고 만들어진다.’ 이게 동일시입니다. 타자와의 동일시에 의해 나의 자아가 구성되기 때문에 나는 타자라는 말입니다. 19세기 프랑스 시인 제라르 드 네르발은 이를 시로 ‘Je suis un autre(I am an other)’라고 표현했습니다. 자아는 대상과의 동일시를 통해 형성되기 때문에 개인적이고 사람마다 다릅니다. 자아는 단번에 생겨나지 않습니다. 무수히 많은 동일시가 겹겹이 쌓여 형성됩니다. 마치 누더기 옷과 같습니다. 다시 사례로 돌아가겠습니다. 어머니의 마음을 드러내는 두 구절이 있습니다. ‘길에서 떠도는 아이들의 고단한 삶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와 ‘엄마의 외로움과 슬픔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 자녀들이 그저 야속합니다’입니다. 어머니는 자신을 길고양이와 동일시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외롭고 슬픈지 자기 이야기는 들어주지 않고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말만 하는 자녀들을 보면서, 길에서 떠돌면서 보호받지 못해 춥고 배고픈 길고양이와 자신의 처지가 같다고 여긴 것입니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길고양이를 버린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길거리에 버린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그것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만약 자녀들이 이런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좀 더 나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gomin119@busan.com
신진서, 또 역사를 쓰다…‘농심배 21연승’으로 한국 6연패
한국 바둑의 간판 신진서 9단이 농심신라면배에서 또 하나의 대기록을 세웠다. 신진서는 6일 중국 선전 힐튼 푸톈 호텔에서 열린 제27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본선 최종국(14국)에서 일본의 이치리키 료 9단을 180수 만에 백 불계승으로 한국 우승을 견인했다. 이 승리로 신진서는 농심배 개인 통산 21연승이라는 본인이 보유한 최다 연승 기록을 경신하는 등 전무후무한 기록을 달성했다. 종전 최다 연승 기록이었던 이창호 9단의 14연승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 농심배에서 누구보다 강한 신진서의 활약으로 한국은 역대 두 번째로 6회 연속 우승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앞서 한국은 1회 대회부터 6회 대회까지 6연패를 달성한 바 있다. 최종국은 그야말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중앙전 실패의 후유증으로 초반 고전을 거듭하던 신진서였다. 하지만 초읽기에 들어간 이치리키 료가 중앙에서 하변으로 이어지는 곳을 보강하려다가 착각했는지 형세는 반전됐다. 신진서는 이를 놓치지 않고 역습에 나서 승리로 이끌었다. 신진서는 이치리키 료를 상대로 8승 전승을 기록했다. 입단 이후 일본 기사를 상대로 한 45연승도 이어갔다. 중국팀은 하루 전 왕싱하오가 패하면서 모두 탈락했다. (주)농심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는 제27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의 우승 상금은 5억 원이다. 본선 3연승부터는 1000만 원의 연승 상금을 지급하며 1승을 추가할 때마다 1000만 원이 적립됐다. 초읽기는 각자 1시간에 60초 1회였다.
미식가 성시경·마츠시게 유타카가 찾은 부산 ‘미친맛집’②
<부산온나>에서 미식가 성시경·마츠시게 유타카가 찾은 부산 ‘미친맛집’ 2탄을 준비했다. 돼지국밥부터 중국집까지 부산의 색이 또렷한 식당들이 중심이다. ■영성방 대만에서 온 화교 출신 셰프가 운영하는 중국집이다. 방송에서는 가지 튀김과 수제 군만두, 간짜장과 울면을 주문했다. 이 집은 면 요리가 강점이다. 짜장면에 사용하는 면은 손 반죽으로 만든 것이다. 간짜장은 주문과 동시에 소스를 만들어 수분감이 적고 맛이 진하다. 부산식 간짜장답게 계란 프라이가 함께 올라간다. 양파와 양배추, 다진 고기가 어우러진 익숙한 구성이다.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울면은 걸쭉한 국물과 면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짬뽕에서 고춧가루를 뺀 형태에 가깝다. 국물이 따뜻해 겨울철에 잘 어울린다. 방송에서 마츠시게 유타카는 간짜장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가지튀김은 튀김옷이 두껍지 않다. 바삭하게 씹히는 순간 가지 속을 채운 고기 육즙이 함께 퍼진다. 느끼해질 때쯤 마늘소스를 곁들이면 끝까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반면 군만두는 피가 두툼한 편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빵처럼 폭신하다. 일반적인 고기만두보다는 고기만두빵에 가까운 인상이다. 방송 이후 식당을 찾는 손님들을 위해 가지 튀김, 탕수육, 간짜장, 삼선울면, 고구마 맛탕으로 구성된 ‘넷플릭스 코스’ 메뉴도 판매 중이다. 주소 부산 사하구 하신번영로201번길 36 가격 넷플릭스 코스 1인 2만 5000원, 간짜장 9000원, 울면 1만 1500원. ■갈치회관 현장에서 즉석 섭외로 낚시를 즐기는 부산의 택시 기사에게 추천받은 식당이다. 30년 넘게 낚시 용품을 개발해온 사장이 운영하는 갈치 전문점이다. 대표 메뉴인 갈치 정식은 갈치구이와 갈치조림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다. 상 위를 채울 만큼 큼직한 갈치구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손질이 번거로운 갈치지만 살이 실해 숟가락으로 퍼먹기 좋다. 갈치구이에는 파르메산 치즈 가루를 더해 풍미를 살렸다. 갈치조림은 양념이 진한 편이다. 신선한 갈치에서 우러난 육수에 양념을 더해 맛을 냈다. 국물이 밴 무와 무청 시래기는 흰밥과 잘 어울린다. 방송에서는 두 사람이 조림을 연달아 맛보다가 웃음을 터뜨렸고, 성시경은 밥을 한 공기 더 주문했다. 주소 부산 사상구 낙동대로 1402 가격 갈치정식 1인 2만 8000원, 2인 2만 5000원. ■신창국밥 부산의 수많은 돼지국밥집 가운데 두 사람이 찾은 곳은 서구에 위치한 신창국밥이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도 다녀간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의 돼지국밥은 뽀얗거나 맑은 국물이 아니라 갈색을 띤다. 국물을 낼 때 돼지 뼈와 내장, 수제 순대에 사용하는 피가 함께 우러난 결과다. 삼겹살과 앞다리살, 수제 순대로 구성된 수육은 국밥을 먹기 전 곁들이기 좋다. 찹쌀과 숙주, 두부가 들어간 순대는 간장과 식초를 섞은 소스에 찍어 먹는다. 순대에 들어간 배추의 초록 잎 부분이 향을 더해 약선 음식 같은 인상을 준다. 돼지국밥은 토렴 방식으로 밥을 데운다. 밥알이 고슬고슬하게 살아 있다. 진한 국물과 함께 먹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방송에서 성시경은 “돼지국밥 중 손에 꼽을 만하다”고 말했다. 주소 부산 서구 보수대로 53 가격 국밥 1만 원, 따로밥 1만 1000원, 수육 소 3만 2000원, 대 4만 8000원. #부산맛집 #부산온나
세계 탈을 한자리에서 본다-하회세계탈박물관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탈인 하회탈(국보 제121호)을 보려면 하회마을 인근에 마련된 하회세계탈박물관으로 가면 된다. 이곳에는 각시탈을 비롯해 양반·중·선비·초랭이·이매·부네·백정·할미·주지(암·수) 등 11개의 하회탈을 만날 수 있다. 1995년 설립된 한국 최초의 탈 전문박물관인 이곳은 세계 50개국 3000여 점의 탈을 소장하고 있다. 제1전시실에는 하회탈을 비롯해 황해도 봉산·강령·은율탈 등이 있고, 서울·경기도의 산대탈, 경상도 오광대탈 등 우리나라 각 지역의 탈들이 전시돼 있다. 탈을 보고 있으면 저마다의 특징과 애환이 전해진다. 탈은 신앙적인 의미도 있지만, 자신을 숨기는 의식화된 형태로도 사용된다. 세계탈박물관에서 만난 어린아이에게 사진을 요청했더니 선뜻 응한다. 이것도 탈이 가진 힘이다. 제2전시실에는 중국과 태국의 탈이 전시돼 있다. 중국의 나희탈과 사자탈, 기복탈이 있고, 인도네시아 발리의 바롱 댄스에 등장하는 바롱과 랑다는 낯설지 않다. 태국의 전통가면국인 콘(Khon)에 등장하는 10개의 얼굴과 20개의 손을 가진 랑카섬의 마왕탈도 눈에 띈다. 제3전시실에는 일본 노가면을 비롯해 인도 쵸우가면 네팔의 신화가면, 스리랑카의 질병 치료가면 등을 볼 수 있고, 4전시실에는 이탈리아 전통 가면과 베니스의 카니발 가면도 인상적이다. 특히 제5전시실에는 아프리카 일대의 다양한 부족들이 사용했던 탈과 남태평양 여러 섬나라에서 전해지는 각종 탈들이 전시돼 있다. 전 세계 탈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탈의 독창성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한국의 탈들은 무엇보다 많은 표정을 담고 있다. 삶의 희노애락이 그대로 전해진다. “하회탈을 보면 양반탈은 턱이 뚫려 있어 말을 할 수 있지만, 초랭이탈을 보면 말을 할 수 없게 돼 있어요.” 류시대 해설사의 말이다. 글·사진=김진성 기자
세계 요리 살리는 지역 식재료
세상에는 맛있는 게 너무 많다! 지역의 제철 식재료를 즐기면 우리의 삶도 행복해지고 지구도 지속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맛있는 것만 즐기면서 살면 된다니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그래서 지난 29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 에브리싱글 골프앤라이프에서 열린 <로컬 오딧세이:한 끼에 담아낸 지속 가능성의 여정> 북토크를 찾아갔다. 이 책의 공동 저자인 ‘아워플래닛’ 장민영 대표와 김태윤 셰프가 말하는 맛있는 삶과 하나뿐인 지구를 위한 이야기다. ■세상은 넓고 먹는 방법은 다양하다 “울릉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식재료는 뭘까요?” 장 대표의 질문에 명이나물이라는 정답이 쉽게 나왔다. 명이나물은 고깃집 밑반찬으로 자리 잡으면서 유명해졌다. 울릉도에 가면 쌈, 장아찌, 김치 등 거의 매끼 명이나물이 나온다. 그런데 이제는 고깃집에 빠지면 서운한 명이나물 때문에 우리나라 식재료의 보물섬 울릉도에 문제가 생겼다. 울릉도의 나리분지에는 섬말나리, 눈개중막, 눈개승마, 왕호장, 섬엉겅퀴를 비롯해 종 다양성이 어마어마했었다. 그런데 이걸 싹 다 베고 명이를 심는 바람에 종 다양성이 사람의 손에 의해 뽑혀 버리고 말았다. <로컬 오딧세이>는 기장·속초·태안·제주·울릉도·거문도 등 연안과 섬 지역을 다뤘는데, 이날 부산에서 열린 북토크는 기장 이야기에 집중했다. 기장이 맨 앞 장에 나온 이유는 말미잘, 말똥성게, 곰장어, 개상어, 멸치, 다시마 등 개성있는 식재료가 유독 많아서였다. “바닷속에 우아하게 있어야 할 녀석들이 왜 고무 다라이에?” 기장시장을 찾은 이들을 가장 놀라게 만든 존재는 말미잘이었다. 사실 이 낯선 생물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직도 많지 않다. 독 없는 풍선말미잘은 붕장어를 잡는 과정에서 함께 걸려 올라오는 부수어획물로 대부분 폐기된다. 기장 학리에 사는 한 어부의 아내가 버려지는 말미잘이 아까워 어느 날 장어탕에 썰어서 넣었다. 이게 보기보다 너무 맛있어서 사람들에게 팔기 시작하면서 말미잘탕이 되었다. 꼬들꼬들한 식감과 고소한 내장 맛을 품은 말미잘은 탕, 수육, 전으로 거듭나며 기장만의 특별한 맛으로 자리 잡았다. 버려지던 말미잘이 어엿한 식재료로 올라선 것이다. 김 셰프는 일본에서 요리학교를 나온 뒤 두바이 등 국내외 여러 주방에서 경험을 쌓았다. 그는 이 낯선 식재료를 이용한 새로운 요리를 고민하다 ‘풍선말미잘과 아씨정구지로 맛을 낸 대만식 전병’을 완성했다. 말미잘이 서양식 파이로 재탄생한 것이다. 김 셰프는 “그저 ‘먹을 수 있게’가 아니라 ‘맛있게’ 먹으려면, 단점을 가리고 장점을 부각하는 기술적인 숙고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식재료로서 현 세대를 지나 다음 세대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 셰프는 동남아산 새우는 먹지도 쓰지도 않는다. 새우 저인망은 부수어획 문제가 가장 심각한 어업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새우 1kg을 잡기 위해 버려지는 부수어획물이 5~10kg에 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멀쩡한 생명을 죽이고 쓰레기로 만들어 바다로 돌려보내는 현실이 안타깝다. 두 번째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괜찮은 식재료 성게다. 장 대표는 “지갑이 허락하는 한 성게를 많이 먹는 게 지구 환경을 위해서 좋다”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렇게 즐거운 환경 운동이 없다. 해조류는 육상 식물보다 훨씬 많은 탄소 흡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성게는 해조류를 무차별적으로 갉아 먹어, 바다 사막화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천적인 돔 개체 수마저 격감하며, 성게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실정이다. 기장에서 말똥성게는 앙장구로 통한다. 기장 사람들은 “앙장구는 통째로 쪄서 숟가락으로 퍼묵으면 꼬습고 맛있어예”라고 여유 있게 말한다. 스페인 북부 갈라시아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성게 산지로 성게를 이용한 그라탱 방식 조리법이 유명하다. 김 셰프는 쌉쌀함을 누그러뜨리고 진한 풍미를 강조한 ‘스페인 갈라시아풍 앙장구 그라탱’을 소개했다. 세상은 넓고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앙장구는 늦겨울에서 초봄이 제철로 이 시기에는 생식소가 꽉 차고 맛 또한 절정에 이른다. 앙장구 생식소는 보라성게보다 짙은 주황빛을 띠며, 그 색만큼이나 맛도 더 진하다. 성게를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하는 일은 해양 생태계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실천이다. 우리가 성게의 천적이 되어야겠다. ■해조류 소비하면 바다 숲도 넓어져 기장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요리가 곰장어다. 눈이 먼 장어라는 의미의 ‘먹장어(곰장어)’는 원래 먹지 않았다. 먹장어는 2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 군수물자로 가죽 수요가 급증하면서 활용이 확대되고, 전쟁으로 인한 식량 부족으로 먹게된 것으로 알려진다. 자갈치시장에서는 빨간 양념으로 볶은 곰장어볶음, 기장에서는 짚불에 구운 짚불 곰장어가 발달한 것도 특색이다. 이들은 자갈치시장에서 목격한 산 채로 머리를 못에 박아 껍질을 벗기고, 피가 묻은 몸통에 시뻘건 양념을 묻혀 연탄불에 올리는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지금까지 뇌리에 박혔다고 했다. 김 셰프는 곰장어를 최대한 정갈하고 ‘딱 떨어지는’ 형태의 요리로 만들겠다고 일찌감치 방향을 잡았다. 또 곰장어집에서 고추와 마늘을 곁들인 쌈의 형태로 먹었을 때 조화가 훌륭했다는 생각에 스프링롤 요리를 만들기로 마음먹는다. 곰장어의 가장 큰 매력은 오독거리는 식감이다. 거기에 다른 식감의 층위를 더하면 그 매력을 더 부각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만든 ‘봄동 스프링롤’은 스프링롤의 쫄깃함에 봄동의 아삭함, 목이버섯의 탱글탱글함, 튀긴 샬롯의 바삭함을 더해 식감의 층위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곰장어 껍질을 태울 때 드러나는 지방의 자리는 피넛 소스가 고소한 풍미로 대신했다. 곰장어처럼 익숙하지만, 여전히 제 쓰임을 찾지 못한 재료에 어울리는 자리를 찾아주는 작업은 힘들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다. 이들은 또 기장시장에서 귀여운 식재료를 만났다고 했다. 개상어(두툽상어)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개상어는 다 커도 40~50cm이지만 상어의 일종이다. ‘두툽’은 두꺼비의 옛말인 두텁에서 유래했고, ‘개’는 가치가 낮다고 여겨져 붙었다. 기장에서는 개상어를 아나고 회처럼 얇게 썰어 먹는다. 장 대표는 “이거 껌인가?”라며 개상어회를 계속 질겅질겅 씹던 중, 개상어 식감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어졌다고 했다. 개상어 구이, 수육, 세비체까지 해봤지만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포기하기 직전에 남은 개상어로 반찬 삼아 조렸더니 식감도 좋고 맛있는 ‘개상어 조림’이 탄생했다는 이야기였다. 안타깝게도 상어는 오늘날 해양 생태계에서 가장 심각하게 생존을 위협받는 어종 중 하나다. 그 주된 원인은 상어 지느러미 요리, 샥스핀 수프의 수요 때문이다. 상어 전체 체중의 3%에 불과한 지느러미만 취하고, 나머지는 바다에 버리는 ‘샤크피닝(Shark Finning)’이라는 잔혹한 관행이 아직도 성행하고 있다. 기장 멸치는 스페인식 멸치 초절임 ‘보케로네스’로 화려하게 옷을 갈아입었다. 마지막으로 디저트 차례에서는 기장 대표 특산물 다시마가 선택됐다. 해조류는 광합성 과정에서 나무보다 수 배에서 수십 배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한다. 또한 성장 속도가 빠르고 오랫동안 탄소를 가두어 탄소 흡수원으로서의 잠재력이 크다. 나무 심는 것처럼 해조류를 더 많이 소비하면 그만큼 바다 숲도 더 가꾸며 넓어진다. 기장시장의 꽈배기집에서 디저트의 힌트를 얻었다. 꽈배기와 비슷한 추로스를 참고해 꽈배기 반죽에 기장 다시마를 넣었다. 꽈배기에 든 일식 식재료 ‘시오콘부’는 다시마를 채 썰어 간장·미림·설탕을 넣고 졸여서 만들었다. 튀긴 꽈배기 겉면에는 시나몬 가루와 설탕을 묻혔다. 달콤한 꽈배기에 점점이 박힌 다시마, 기장의 바다 풍미를 더한 새로운 조화가 완성됐다. ■지역 식재료 다양한 변주에 대한 고민 이상으로 기장 식재료의 변신 이야기가 마무리됐다. 요리를 맛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대신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무한정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아워플래닛’은 먹거리의 획일성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다양성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지금 먹는 것도 충분히 다양하지 않을까? 김 셰프는 “우리는 지역의 고유한 음식 문화가 유지되고, 제철 식재료가 살아 있고, 용도에 따라 다양한 품종을 선택할 수 있고, 세대 간에 이어지는 조리법과 기억이 공존하는 다양성을 말하고 있다. 다양성은 미식과 지속 가능성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라고 말했다. 또 장 대표는 “우리나라에는 정말 맛있는 식재료와 음식이 많다. 죽기 전에 그 음식 ‘반에 반에 반만’ 먹고 간다는 목표로 열심히 찾아드셨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우리는 너무 유행만 좇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지역 식재료의 다양한 변주에 대해서도 더 깊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양반과 평민이 함께 만든 정신 문화 본향’ 안동 하회마을
안동 하회마을하면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곳이다. 하지만 어떤 마을인지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하는 사람은 드물다. ‘강물이 마을을 휘감은 멋진 풍경’, ‘하회탈’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 ‘서애 류성룡의 고향’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방문지’…. 이 정도면 많이 아는 편이다. 하회마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조상들의 정신 문화 유산이 깃들여져 있다. ‘양반과 평민이 함께 만든 정신 문화의 본향’이 바로 안동 하회마을이다. 하회마을은 태백에서 시작한 낙동강이 남쪽으로 흐르다 잠시 동북쪽으로 선회해 만들어진 곳에 터를 잡고 있다. 강물이 S자형으로 돌아나간다고 해서 ‘하회’(河回)라는 이름이 붙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해서 해설사의 도움을 받았다. 관람객들이 원하면 매일 6~7차례 해설사와 동행할 수 있다. 이날 동행한 안동시 류시대 문화관광해설사는 시민단체 안동문화지킴이에서 20년 이상 활동하고 있는 베테랑이다. ■한옥·초가 공존한 풍산 류씨 집성촌 마을 입구에 세워진 하회마을 안내판에서 해설사의 대략적인 설명을 듣고 마을 탐방에 나섰다. 집집마다 매단 문패를 보니 한결같이 류(柳)씨 성이다. 그렇다.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 집성촌이다. “안동 풍산 상리에서 살던 풍산 류씨는 고려 말 전서 류종혜 공이 자손 대대로 머물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태백산에서 뻗어 나온 화산에 수년간 오르며 관찰해 지금의 터를 마련했습니다” 류 해설사의 설명이다. 그러고 보니 해설사도 이 마을 출신이다. 하회마을은 중앙을 가로지르는 큰길을 중심으로 크게 북촌과 남촌으로 나뉜다. 다른 곳에서 보기 드물게 초가집과 기와집과 잘 어우러져 있다. 하회마을의 초가집들은 주로 종갓집들에서 부리던 사람들이나 소작인들이 살던 살림집이다.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전통마을로 인정받아 지난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오래된 고택 사이에 주민들의 차량이 주차돼 있어 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 마을에는 현재 120가구 23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하회마을 고택들은 외지인들에게 거래가 가능하다. 하회마을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늪지대에 마을이 들어서다 보니 마을 가운데가 불록하게 솟아 있고, 길은 방사형이다. 배수를 감안한 것이다. 이 때문에 남향인 집이 드물다. 길에서 대문이 보이지 않는 집도 많아 골목을 누비는 재미도 있다. 하회마을에서는 돌담보다는 흙담을 쌓았다고 한다. 돌은 배를 가라앉힌다는 생각이 주민들 사이에 팽배해 흙담을 선호했다는 게 류 해설사의 설명이다. 낙동강이 마을을 휘감고 있는 마을의 지형적 특징 때문일 것이다. 하회마을은 유서 깊은 고택들로도 유명하다. 대표적인 곳이 풍산 류씨의 대종가인 북촌의 양진당(보물 제306호)과 임진왜란 때 ‘하늘이 내린 재상’이라 일컬었던 서애 류성룡의 종택인 충효당(보물 제414호)이다. 충효당의 바깥마당에는 영국 여왕과 아들 왕자의 방문을 기념하는 ‘로열 웨이’(왕의 길) 표시와 함께 크리스마스 트리 모양의 기념식수가 심어져 있다. 이밖에 하동고택과 북촌댁(국가민속문화재 제84호), 남촌댁(국가민속문화재 제90호) 등도 있다. 양반 가옥의 전형을 이루는 이 집들 가운데는 보물로 지정된 곳이 2곳,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된 곳이 9곳이나 된다. ■600년 된 당산목과 선유줄불놀이 마을 중앙에는 수령 600년 된 느티나무 당산목과 아기를 점지해 주는 삼신당이 자리 잡고 있다. 나무 주위로는 방문객들이 소원을 적어 놓은 하얀 종이들이 빽빽하게 매달려 있어 신령스러운 기운을 더한다. 소원을 빌고 낙동강쪽으로 나오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기념관인 화수당이 보인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한국의 전통 잔칫상을 받고 앉아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마을을 둘러보고 낙동강 쪽으로 돌아 나오면 마을의 약한 기운을 보완하기 위해 소나무 만 그루를 심었다는 만송정 솔숲과 제방길을 만난다. 만송정 숲은 마을의 서단부에 있어 풍수적으로는 수구막이 기능을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방풍·방수재 효과를 지닌다. 강 건너 부용대 절벽도 아주 수려하다. 여름철 이곳은 하회선유줄불놀이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만송정 숲 인근에서 11차례 공연이 열렸다. 사전예약제로 진행했는데 총 3만 여명이 다녀 갔다. 하회선유줄불놀이는 조선시대 양반의 풍류와 강변 선유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안동 하회마을의 대표 야간공연이다. 까만 밤하늘, 줄에 불을 붙여 강 위로 흘려보내는 장면이 압권이라 한다. 아쉽지만 내년 여름을 기약해야 했다. ■하회탈과 별신굿 탈놀이 하회마을에는 그 유명한 하회탈과 별신굿탈놀이가 있다. 선비들의 혼이 깃든 이곳에 이를 풍자하는 하회탈과 탈놀이가 성행하면서 ‘양반과 서민이 함께 만든 정신 문화 본향’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회탈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고려시대 신의 계시를 받은 허 도령이 액운을 막기 위해 100일 동안 탈을 만들던 중 99일째 그를 사모하던 여인이 탈을 만들고 있던 허 도령의 방문을 여는 바람에 허 도령이 신의 노여움을 받아 죽고, 탈은 11개만 전해진다는 이야기다. 하회탈을 쓰고 행해지는 하회별신굿탈놀이는 마을의 안녕과 풍농을 기원하는 굿이다. 매년 지내는 동제와는 달리 5년 또는 10년에 한 번씩 열리는 특별한 굿이다. 여기엔 주술적 행위도 있었지만, 양반을 풍자하는 서민들의 애환도 담겨 있다. 탈을 쓴 평민들이 양반을 풍자해도 이를 본 양반들이 노여워하지 않고 먹을 것을 내어주는 전통이 있었다는 게 류 해설사의 설명이다. 신분 계급이 엄격한 시대 이를 넘어선 조상들의 지혜가 소중하다. 국가무형문화재 69호인 하회별신굿탈놀이는 1~2월은 주말, 3~12월은 매일(월요일 제외) 오후 2시에 열린다.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부산예술회관 '예감' 6일 공연 긴급 취소
6일 열릴 예정이던 부산예술회관의 ‘문화가 있는 날: 예감’ 공연이 연주단체 사정으로 긴급 취소됐다. 부산예술회관은 5일 '운사당: 정자경 가야금 병창 아지트-소리, 바다를 건너다’ 공연이 취소됐다고 전했다. 공연은 애초 6일 오후 7시 회관 1층 공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부산예술회관 관계자는 “출연진의 긴급한 사정으로 부득이하게 공연을 올리지 못하게 됐다”라며 “불편과 혼선을 드려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향후 재공연이 확정되면 다시 안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2월의 예감 세 번째 공연인 '해낙낙의 도니제티 오페라-사랑의 묘약’은 예정대로 11일 오후 7시 정상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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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이 사업 하나만…” 예산철마다 정부 높은 문턱에 읍소 [다시, 지방분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