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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눈] 현수막을 떼며 깨달은 건강의 소중함
청춘은 가고 오십 대 후반의 나이가 되었다. 경비원으로 일하던 어느 날, 별안간에 일이 터지고 말았다. 초저녁부터 계속 가슴이 답답하고 잠도 오지 않았다. 가슴 통증과 불면증이 왔다. 대형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다. 심실성 빈맥, 수축 기능부전을 동반한 울혈성 심부전이라는 질환을 얻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병상에 누웠다. 한숨이 절로 났다. 다행히 수술하고 난 후 맥박이 조절됐다. 남들 사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이라도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퇴원 후 더 이상 밤 근무를 할 수 없게 됐다. 대신 맡게 된 일이 건물 주변을 돌며 날짜가 지난 현수막을 철거하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창피한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하루 현수막을 철거하지 않으면 그만큼 날짜 지난 현수막으로 인해 민원이 쌓인다. 현수막 거치대는 1층에서 5층까지 이어져 있어, 늘 위험을 감수하며 조심스럽게 철거해야 했다.
그럼에도 일을 계속하며 생각이 달라졌다. 곳곳에 걸린 현수막을 철거하면 주변 환경도 좋아지고 거리에 활기가 돈다. 어느 순간 주민들은 나를 ‘현수막 아저씨’라고 부르며 사탕을 건네기도 한다. 현수막 내용을 보며 나도 모르게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고 많은 지식이 쌓였다.
평범함을 잊고 살다가 심장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특히 야간근무처럼 불규칙한 생활을 하기 쉬운 환경에서는 작은 이상 신호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현기증, 두근거림, 호흡곤란을 자주 느끼면 바로 병원에 가는 게 좋다. 어느 날 갑자기 부정맥이 오지는 않는다.
야간근무 노동자들의 건강 관리와 근무 여건에 대한 관심도 더 필요할 것 같다.
송하균·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경수대로
2026-04-1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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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눈] 학교폭력 최고 예방책은 주변 관심
교육부의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의하면 2016~2025년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학교폭력예방법이 제정돼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는 크고 작은 학교폭력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폭력은 학교 내외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폭행·협박 등의 행위를 말한다. 특히 요즘은 개인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24시간 관계를 지속할 수 있기 때문에 일시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든 학교폭력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학교폭력의 형태도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대학교들이 입학 전형에서 지원자의 인성과 책임성을 더욱 엄격하게 들여다보면서, 학교폭력 전력을 반영하는 등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학교폭력 가해 이력이 확인될 경우 학업 성적이 우수하더라도 합격 대상에서 탈락시키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만큼 학교폭력은 개인과 함께 해당 집단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주변의 관심으로 폭력 행위를 중단할 기회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각 초·중·고등학교에서 신학기를 맞아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폭력행위 발생 이후의 대처보다 발생 전 예방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학교전담경찰관들도 직접 담당 학교에 진출해 교사와 학생들을 대면하며 예방 활동에 나서고 있다.
학교폭력은 음지에서 이뤄지는 특성이 있어 사후에 인지되는 경향이 있다. 우리의 일상에서 특정 기관만이 아닌 사회구성원 모두가 학교폭력의 감시자가 된다면 학교폭력은 서서히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배태상·부산북부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 경위
2026-04-1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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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눈]마라톤 중흥책 절실하다
과거 한때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우리나라 마라톤은 퇴보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15여 년 전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명맥을 유지해 왔지만 이제는 세계권은 물론 아시아권에서도 기록이 훨씬 떨어지고 있다.
최근 국제마라톤 성적을 보면 케냐와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의 몇몇 나라가 우승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아시아에서는 바레인과 일본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 기록은 2000년에 이봉주 선수가 세운 2시간 7분 20초다. 그 이후에는 아예 2시간 10분에도 진입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반면 국제 기록은 대회 때마다 1분씩 단축되어 이미 2시간 1분대에 진입해 있고, 얼마 안 있으면 2시간 이내의 기록 도달도 가능하리라 본다.
1936년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에서 비록 일장기를 달긴 했지만 당당히 우승했고,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도 황영조 선수가 우승했으며, 이봉주 선수도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은메달, 1998년 로테르담 국제마라톤과 2000년 동경마라톤에서 2위를 기록해 우리 민족은 마라톤에서 우수한 성적과 저력을 과시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선수층도 얇고 마라톤에 대한 관한 체육계의 관심과 진흥책도 별로 보이지 않으며 육성팀도 거의 없어 퇴보 상태다. 기록이 저조하다 보니 국민들의 관심에서 사라지면서 비인기 종목으로 전락해 버렸다. 은근과 끈기, 자신과의 외로운 투쟁을 보여주는 마라톤이 다시 과거처럼 되살아날 수 있도록 정부와 체육계의 더 높은 관심이 필요하다. 꿈나무 선수 발견, 선수층 확대, 마라톤 선수들의 은퇴 후 직장 및 생계 보장, 국민들의 열기와 관심 높이기 등이 이루어진다면 마라톤 부흥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믿는다. 우도형·부산 동래구 명륜동
2026-04-07 [1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