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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눈] 기후환경에너지부의 과제
AI 확산과 데이터센터 증설로 전력의 중요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께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약 945TWh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에너지 담론 역시 재생에너지와 원전에 맞춰 전력에 집중돼 있다. 전력은 점검하되, 해법은 에너지의 숲에서 찾아야 할 때다.
에너지 전환은 전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최종에너지에서 전기의 비중은 약 21%, 한국은 약 26%에 머문다. 이는 수송 연료, 산업용 열, 석유화학 원료 등 비전력 부문의 비중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뜻한다. 화석연료의 퇴장도 현실적이지 않다. 전환 속도는 빨라지고 있으나, AI 확산과 데이터센터 증설이 전력 수요를 끌어올리면서 향후 일부 지역에서 전력 확보와 계통 접속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모든 부문이 전기로 대체되는 것도 아니며, 비전력 부문의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런 현실에서 화석연료의 98%를 해외 수입에 의존할 만큼 에너지 안보에 취약한 우리는 더욱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한국은 국제 유가 급등이나 지정학적 충격이 곧바로 경제와 민생을 흔드는 구조다. 이에 에너지 정책에는 기후 대응뿐 아니라 안정적 공급과 국가 안보라는 관점이 반드시 담겨야 한다.
해법은 종합적인 에너지 전략의 설계다. 전력 부문의 재생에너지 보급과 원전 활용을 일관되게 추진하되, 비전력 부문의 수요를 인정하고 재평가해야 한다.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저탄소 수소, 에너지 효율과 같은 수단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AI·데이터 경제가 이끄는 전력 수요 증가가 지금의 과제인 만큼, 이달 출범한 기후환경에너지부는 전력 탈탄소화의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비전력 부문의 수요를 인정하고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숲의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구태훈·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사과정
2025-10-1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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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눈] 부산, 교통복지도시 되려면
부산에는 만성적인 교통 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다리와 터널이 건설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유료여서 시민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 건설 비용 또한 시 예산으로 충당할 수 없어 민간자본을 유치한 탓에 장기간 통행료를 징수하고 있다.
통행료를 보면, 소형차 기준으로 적게는 700원에서 많게는 1500원까지 결코 싸지도 않다. 한달 기준 출퇴근 때 유료도로를 이용할 경우 통행료는 6만~9만 원 선에 이른다. 부산 시민이라면 응당 무료로 이용해야 할 도로나 터널 이용시 별도의 요금을 부과하는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 온갖 세금을 다 납부했는데 도로나 터널을 통과한다고 별도의 요금을 부과하는 것 자체가 이중삼중 납세를 강요하는 게 아닌가.
이번에 을숙도대교와 산성터널에 대해 출퇴근 시간 통행료를 단계적으로 없애고, 7개 유료도로를 2년 내에 무료화하겠다고 하니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다. 문제는 민간사업자 손실보전금을 시 재정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장 연간 125억 원에 이르는 을숙도대교와 산성터널 통행료 면제에 따른 손실보전금을 지원해야 하고, 다른 유료도로까지 합하면 지원 금액은 더 늘어난다. 그러잖아도 시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재원 마련 방안이 없다면 재정 적자 폭이 커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시 재정이 더욱 압박을 받게 돼 다른 우선순위 사업들의 진행에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시민들에게 교통복지를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이 또한 재정 확보 없이는 시민들에게 새로운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대중교통 수단을 유료도로 인근 지역에 집중 배치하거나 현재 시행하는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부산이 진정한 교통복지도시가 되려면 단기적 지원과 함께 중장기적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우도형·부산시 동래구 명륜2동
2025-09-3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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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눈] MASGA 시대, 혁신 항로를 열다
미국이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를 앞세워 세계 조선업의 질서를 새롭게 짜고 있다. 이런 변화의 한가운데서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은 혁신 역량을 재편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에서 강점을 지닌 HD현대중공업과 중소형·특수선 분야에 노하우를 가진 HD현대미포의 합병은 친환경 연료, 자율 운항, 차세대 추진체계 같은 미래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중복 연구와 한계를 딛고, 하나로 나아가면서 더 큰 파도를 넘어설 수 있게 된 것이다.
둘째, 규모 확대는 단순한 숫자의 합을 넘어선다. MASGA와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는 막대한 자본과 지속적인 연구개발 역량 없이는 대응이 어려운데, 이번 합병으로 대형선·해양플랜트와 중소형·특수선을 아우르는 전 선종 대응력이 확보됐다. 또 군함이나 해안경비함 같은 방산 분야까지 사업을 넓힐 수 있는 발판이 생겼다.
셋째, 합병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스마트 조선소 같은 범용기술 확산의 촉매제가 된다. 이러한 기술은 조선산업 전반의 체질을 바꾸는 동력이다. 통합된 연구개발과 생산 현장은 기술을 빠르게 적용하고 표준화할 수 있으며, 저가 경쟁에 매몰된 중국 조선업체들을 뒤로 하고 한국은 기술 혁신으로 새 항로를 개척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합병은 친환경 규제 강화, 디지털 전환, 방산 수요 확대라는 업계의 주요한 변화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물론 단기적으로 암초도 예상되지만, 혁신 역량을 재구성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한국 조선업의 입지를 강화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성윤·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학생
2025-09-23 [1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