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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눈] 벼랑 끝 자영업 생태계 언제까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겪는 어려움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이 위기는 단순한 경제적 충격을 넘어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2023년 한해 동안 자영업자의 폐업 신고가 98만 건에 육박했으며, 2025년 1월 기준 자영업자 수는 약 550만 명으로 줄어 감소세를 이어갔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에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원자재와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자영업자 금융권 대출 연체율 또한 12.24%로 금융 리스크가 심각한 수준이며, 자영업자의 40% 이상이 향후 3년 내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 결과도 있었다.
정부는 다각적인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2024년 7월 발표된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은 금융지원과 공공요금 부담 경감, 배달비 지원 등을 포함했다. 2025년 제1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전기·가스·수도 요금 등 50만 원 상당의 신용 지원과 최대 1000만 원 한도의 비즈플러스카드 발급, 배달·택배비 지원 30만 원 지급 등이 본격화됐다.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공공요금 지원과 정책자금 상환유예 근거도 명확해졌다. 이로써 자영업자는 공공요금을 직접 지원받거나 요금 차감 방식으로 부담을 덜 수 있으며, 금융부담 완화를 위해 대출 분할 상환 등도 가능해졌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정책 효과 체감도가 낮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크다. 자영업자는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경영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한 디지털 전환 지원, 맞춤형 재기 교육, 부채 구조조정,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이 절실하다. 더불어 지속 가능한 자영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법적·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요구된다.
김동석·부산진구 부전로
2025-09-1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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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눈]고(故) 고현철 교수의 10주기를 보내며
2015년 8월 17일, 나의 선생님은 대학본관 4층에서 총장 직선제 수호를 외치며 투신하여 사망하셨다. 선생님께서는 진정한 민주주의와 대학의 민주화를 위해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는 유언을 남기셨다. 자율과 민주주의는 이번에도 역시 너무나 큰 희생을 치르고 나서야 지켜졌다. 나의 선생님은 전국의 대학인들과 국민들에게 ‘무뎌져서는 안 될 정신’을 일깨워 대학 민주화의 표상이 되셨다.
그 후 열 번의 해가 지나갔고, 열 번의 추도식이 있었다. 인문관 앞에는 추모 조형물이 세워졌고, 중앙도서관에는 선생님의 문고가 개소했다. 아홉 번째 추도식이 있던 해에는 사단법인 기념사업회가 발족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의 기억 속에만 있지 않으셨다. 작년에는 학교 축제인 대동제에서 드론쇼를 통해 생전 모습을 보여주셨고, AI를 통해 구현된 목소리도 들려주셨다. 인문대학 중심에 위치한 206호 강의실은 선생님을 기리는 기념강의실이 되었다. 이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지금도 선생님께 가르침을 얻는 중이다.
인간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진다. 망각이란, 우주가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축복이라는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 모든 것을 다 기억하며 살아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간에게 주어진 진정한 축복은, 소중한 것을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는 인간의 참된 의지이다.
10년이 지나도, 더 긴 시간이 지나도 선생님을 기억하고자 한다. 나의 선생님은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고(故) 고현철 교수이다. 지난 8월 17일은 고현철 교수의 10주기였다.
2025-09-1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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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눈] 경조사 비용, 강요 받는 문화는 안 돼
예로부터 이어진 품앗이 문화의 영향으로 우리는 아직까지도 경조사를 챙긴다. 서로 주고 받으며 돕는 습성이 생활화된 탓에 경조사는 어쩌면 필요악일지도 모른다. 한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연간 경조사 경험 횟수는 평균 6.7회로, 결혼식과 장례식이 주를 이루고 회갑연과 아이 백일 또는 돌잔치도 포함됐다. 여기에 드는 경조사 비용은 연간 1인 평균 56만 원으로 60대가 가장 많은 89만 원을 부담하고 있었다. 더불어 이에 경제적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이 65%, 사회적 관계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응답도 76%에 달해 경조사로 인한 부담과 불편이 존재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처럼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고, 액수가 점차 늘어나며, 개인 의사와 무관하게 사회적 관행에 따라야 한다는 분위기가 압도적이어서, 한번 쯤은 경조사 문화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비용과 시간 부담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와 경조사가 강요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또 경조사에 참여한다면 이에 대한 개인의 선택이 존중돼야 하고, 참석 인원과 행사 규모를 축소 내지 간소화해 상호간 부담을 줄여야 할 것이다.
더불어 공동체 사회에서 가족, 친척, 지인의 경조사를 외면하기는 힘들기에 이를 고려해 가급적 행사 규모와 참석 범위를 줄이고 가족이나 친척 위주의 행사로 바꿔 나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가족 단위 여가 선용이란 측면이 강조된다면 타인의 시간을 뺏는 단점도 없앨 수 있으리라 본다. 부조금이나 선물에 대한 표준금액 설정 같은 가이드까지 마련된다면 지금보다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경조사에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경조비를 받으면 자신도 반드시 부담해야 하는 만큼 억지로 강요되는 분위기는 분명 개선돼야 한다. 우향화·부산 사하구 사리로
2025-09-09 [1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