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어겼다" 공사기간 연장에 들끓는 지역 민심 [6년 늦어진 가덕신공항 개항]
양질 일자리 기대 청년들 실망
“균형발전 저해 결정” 비판 비등
책임자 문책·정부 사과 요구도
경제계, 2035년 이전 개항 촉구
‘신공항과 거점항공사 추진 부산시민운동본부’는 지난달 23일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과 간담회를 갖고 가덕신공항 정상 건설과 개항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부산시민운동본부 제공
정부가 가덕신공항 공사 기간 연장을 결정하자 지역 시민사회 여론은 우려를 넘어 분노로 커지고 있다. 특히 가덕신공항 개항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기대했던 청년들도 정부를 향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스스로 초래한 혼선과 불신에 대해 책임지고, 공기 연장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침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가덕도허브공항시민추진단은 24일 오전 부산시의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토교통부에 가덕도신공항 106개월 공기 발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신속한 착공, 개항 등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동남권신공항추진부울경범시민운동본부 등 부산·울산·경남 지역 시민단체 12곳이 참여한다.
이들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가덕신공항 공기를 106개월로 연장하는 계획이 지역 경제와 국가 물류 경쟁력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단순히 지역사회와 약속을 어긴 수준이 아니라 정부가 표방하는 지역 균형 발전 정책 추진을 저해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은 활주로 2본 기반 부지 조성을 기본계획에 반영하고, 지역 건설사 참여 확대를 통한 공사 기간 단축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가덕도허브공항시민추진단 이지후 상임대표는 “완공 지연이 불가피하고 그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활주로 2본 기반 부지 조성을 통해 공기 연장을 신공항의 확장성 확보 기회로 삼아야 하고, 지역 건설사 참여와 분할 발주 등을 보장해 공사 기간 단축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사 기간에 대한 논쟁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고, 조속한 착공과 관문공항이라는 위상에 걸맞은 완성도 높은 신공항 건설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덕신공항 공기 연장 결정과 관련된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과 정부 차원의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현대건설이 지난 5월 ‘108개월 안’을 제시하며 결국 사업을 포기한 이후 공사가 중단된 기간을 포함하면, 차라리 당초 제시안을 수용하는 편이 더 나았을 정도로 정부 결정이 실망스럽다는 것이다.
신공항과 거점 항공사 추진 부산시민운동본부 박재율 상임대표는 “정부가 약속한 방침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면 향후 또다시 공사 기간이 늘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건설업자에게 국가와의 계약을 지키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다는 선례를 남기지 않으려면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하고 장관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덕도신공항국민행동본부 강진수 대표도 “부산시 등 당사자들과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마음대로 공기를 연장한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최대한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공기 연장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속한 가덕신공항 개항으로 부산 경제가 활력을 얻고,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길 기대했던 지역 청년들도 분노하고 있다. 노조은(26·부산 해운대구) 씨는 “주변에 가덕신공항으로 취직이나 이직을 목표로 준비하는 선후배들이 많은데, 정부 결정에 따라 하루아침에 진로가 틀어지게 생겨 다들 공황 상태에 빠졌다”며 “공항이 하루빨리 들어와야 일자리도 창출되고 지역 청년 유출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국토부가 알면서도 무시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이재훈(27·부산 부산진구) 씨도 “가덕신공항은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부터 논의됐는데 지금도 공사가 시작되지 못하고 기간이 연장됐다는 걸 믿을 수 없다”며 “정말 정부가 가덕신공항을 건설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역 경제계도 실망감을 드러내며 2025년 이전 조기 개항을 촉구했다.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은 “가덕신공항 건설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이며, 남부권 전체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인프라인 만큼 지금 필요한 것은 논쟁이 아니라 실질적 진전”이라며 “정부가 지역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2035년 이전 조기 개항을 목표로 두고 신속하고, 흔들림 없는 추진 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