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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썰물] 부산국제아동도서전
중세 학문과 사상의 중심지였던 이탈리아 볼로냐. 매년 봄이면 이곳은 동심의 세계로 변모한다. 전 세계에서 모인 그림책들이 전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도서전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이다. 1964년 시작돼 올해로 61회째를 맞았다. 특히 세계적인 권위의 아동문학상인 안데르센상과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수상자를 볼로냐도서전 기간 현장에서 발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이유로 아동문학 작가와 그림책 작가에게 꼭 방문하고 싶은 도서전으로 꼽힌다. 어느덧 세계 90여 개국 1000개 이상의 출판사, 5000여 명의 출판인이 참가해 아동도서 출판의 최신 정보를 교류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봄에 열린 도서전에는 한국 아동도서 전문 출판사 30여 곳이 참가했다. 한국 작가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볼로냐도서전이 선정하는 픽션과 논픽션 부분 상을 연이어 수상하면서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작가들의 이런 활약에 힘입어 도서전 내 한국관은 매년 한국 작가들의 그림책을 찾는 발길로 북적일 정도다.
국내 최초의 국제아동도서전인 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이 오는 28일부터 나흘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다. 부산도서전은 볼로냐도서전을 모델로 하지만, 볼로냐전과 달리 전시장에 어린이들이 함께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테면 저작권 거래와 독자들의 축제가 결합한 형식이다. 이번 도서전에는 16개국 193개 출판사가 참가해 도서 전시를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도서전의 테마는 ‘라퓨타’로, 조너선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 속 하늘에 떠 있는 상상의 나라를 의미한다. 어린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으로 즐거운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도서전에는 2020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 수상 작가인 백희나를 비롯해 국내외 유명 작가들이 대거 북토크 연사로 참여한다.
최근 몇 년 간 한국 아동문학은 연이은 해외문학상 수상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차기 한류 열풍의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한마디로 세계가 주목하는 그림책의 나라가 되었을 정도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 작품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러한 기회를 발판 삼아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이 한국의 우수한 아동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고 세계에 알리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영화,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 관련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온 부산의 저력을 믿는다.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2024-11-2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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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썰물] 인간과 문어의 미래
지구의 역사는 대략 46억 년. 최초의 생명이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아무도 모른다. 인류가 쌓은 과학 지식은 38억 년 전쯤 바다에서 생명체의 기본 형태가 존재한 것으로 추정한다. 특정 환경에서 무기물이 유기물로 합성된 뒤 더 복잡한 유기물로 진화했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이는 가설일 뿐 증명할 길은 없다.
지구 생명의 기원을 외계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이를 ‘범종설(汎種說·panspermia)’이라 한다. 우주에서 떠돌던 미생물이 혜성 혹은 운석의 충돌로 지구에 도착했고 이게 생명의 씨앗이 돼 진화하고 번성했다는 이론이다. DNA 구조를 밝혀낸 생물학자 프랜시스 크릭도 일찍이 이를 주장한 바 있다.
그 구체적 근거로 꼽히는 생명체가 있으니 바로 문어다. 얼음 운석을 타고 지구에 날아온 냉동 배아가 문어의 조상이라는 가설이 2018년 과학자들에 의해 제기됐다. 지구 유전자와 외계 유전자가 섞여 문어와 두족류를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근거는 여럿이다. 진화의 역사에서 갑자기 나타난 점, 복잡한 특징을 담당하는 돌연변이 유전자가 추적되지 않는다는 점 등. 하지만 주류 과학계는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어찌 됐든 문어의 외관은 지구의 다른 생명체와 확연한 차이가 있다. 머리가 크고 지능이 높은데, 온몸은 신경세포로 채워져 형태와 색깔을 쉽게 바꾼다. 무척추동물임에도 도구를 사용할 줄 알고, 집단생활을 하지 않는데 척추동물 이상의 소통 능력을 지녔다. 다양한 환경에서 생존이 가능하도록 진화해 왔다는 뜻이다. 문어는 확실히 인간과 다른 지성과 감정을 지닌 지구상 가장 신비로운 존재다.
최근에는 특별한 생명체로서의 문어를 실감케 하는 또 다른 뉴스가 전해졌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인류의 멸망 뒤 지구에 새로운 문명이 세워질 경우 그 주인공으로 문어를 지목한 것이다. 문어는 물 밖에서 30분 동안이나 숨을 쉴 수 있다고 한다. 육지로 나온다면 포유류 등을 사냥할 수 있고, 일부 개체는 바다에서 도시를 건설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마냥 흰소리로 치부하기에는, 이 생명체의 정체를 우리는 미처 다 알지 못한다.
문어의 진화된 미래는 어쩌면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경지 너머의 것인지도 모른다. 지성이 인간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사실. 인간만이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은 착각이요 오만이다. ‘우주 시대’를 맞는 인간의 길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그것을 묻게 되는 이즈음이다.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
2024-11-1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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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썰물] 민폐 차박 금지
국립공원에서 금지된 ‘취사 행위’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공단이 올해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려해상국립공원 등 해상·해안 국립공원 4곳에서 ‘취사 행위’로 단속된 건수가 2020년 84건이었는데 지난해 195건으로 2.3배 증가했다. 최근 거센 ‘차박 열풍’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비대면 여행’의 경험은 잠자고 있던 한국인의 야생 본능을 일깨웠다. 평소 출퇴근 용도로 사용하다 주말이면 ‘자연에 산다’를 체험하려 차를 몰고 도시를 탈출하는 행렬이 생긴 것이다.
현대차가 싼타페 디자인을 통째로 바꾸게 된 키워드가 ‘차박’이었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 떠오른 ‘차박’에 주목한 것이다. 숙식이 가능하게 개조된 캠핑카도 인기지만 기존 차량을 이용하는 천차만별의 캠핑 방식이 등장했다. 2·3열 좌석 평탄화는 기본. 자동차 지붕에 얹힌 루프 톱 텐트나 트렁크에 체결되는 텐트, 측면에 차양처럼 펼치는 어닝(awning) 텐트 등 캠핑 기술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네 바퀴로 떠나는 야영객이 늘어나니 SNS에서 ‘차박 성지 리스트’는 인기 콘텐츠다. 바다와 강 조망에 화장실이 딸린 무료 공영주차장과 공원, 노지 등은 ‘차박 명당’으로 문전성시다. 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캠핑카·카라반을 방치하는 ‘장박’이 민폐로 지적된 지 오래다. 넓은 공간을 차지한 채 텐트와 의자·테이블을 설치해 불을 피우거나, 쓰레기를 투기하는 진상 짓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전국의 해안 주차장이 ‘알박기 주차’로 몸살을 앓은 뒤 속속 유료로 전환된 이유다.
‘빌런 캠퍼’에 속수무책이었던 공영주차장이 법 개정 이후 문턱이 높아졌다. 개정 주차장법이 9월 시행되면서 야영·취사로 단속되면 최대 5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됐다. 법 시행 2달간 차박족 사이에 규정 해석을 놓고 혼란이 있었다. 일부 공설 오토캠핑장도 캠핑카 출입을 금지하고 있어 이래저래 차박족은 위축되는 모양새다. 일부 차박족들은 눈에 띄지도 않고, 흔적도 남기지 않는 소위 ‘스텔스 차박’ 모드를 고민 중이다.
민폐 차박은 근절돼야 한다. 하지만 차박과의 전쟁이 능사가 아니다. 무분별한 차박지를 지자체가 유료 캠핑장으로 조성해 관광객 유치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유료의 전용 시설을 조성하거나, 기존 시설의 구획을 나눠 차박족을 수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차박 문화를 건전한 여가 활동으로 유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2024-11-18 [1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