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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지자체가, 돈은 국가가? 무인단속기의 ‘불편한 현실’

재주는 지자체가, 돈은 국가가? 무인단속기의 ‘불편한 현실’

부산시가 교통 단속을 위해 수십억 원을 들여 무인 교통단속 장비를 도입하고 있지만 과태료 수입은 전액 국세로 납부돼 구조 불평등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에 교통 단속 권한 등을 위임한 자치경찰제의 취지에 맞게 세입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25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부산 시내 무인 교통단속 장비는 2023년 1074대, 2024년 1129대, 2025년 1286대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부산시 예산으로 장비 설치와 유지 보수가 이뤄지는데 2023년 15억 5000만 원, 2024년 20억 9000만 원, 2025년 21억 1000만 원이 투입됐다.하지만 단속으로 벌어들이는 과태료 납부액은 전액 국세로 귀속된다. 부산에서는 지난 3년간 총 1421억 원이 넘는 과태료가 발생했다. 2023년 429억 2700만 원, 2024년 521억 200만 원, 2025년 470억 6000만 원이었다.재정 투입은 지역에서 하지만 수입은 국가가 가져가는 모순적인 구조가 지속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지역 자치경찰 소속이 ‘국가 경찰’이라서다. 무인 교통단속 장비의 설치·유지 비용 부담은 2021년 자치경찰제가 시행되기 이전부터 이어졌던 문제다. 하지만 자치경찰제로 교통 단속 등 생활 안전 치안 관리가 지방 사무로 전환된 이후에도 불평등한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이는 지역 자치경찰의 업무만 지방 사무로 분류됐을 뿐 인사권을 비롯해 과태료 부과와 징수 권한은 여전히 국가 경찰에 있기 때문이다.재정 부담이 늘어나면서 최근 충남도, 대구시, 세종시 등 전국에서 무인 교통단속 과태료를 지방세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 시군구의회의장협의회 역시 24일 강릉에서 열린 제272차 시도대표회의에서 ‘교통안전 강화와 지방재정 형평성 확보를 위한 무인교통단속 과태료·범칙금 지방세입 전환 촉구 건의안’을 가결했다.부산시는 자치경찰위원회 질의 등을 통해 제도 개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상태다. 부산시의회 역시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나 법 개정 사항인 만큼 자체적으로 손을 쓰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부산시의회 김재운 건설교통위원장은 “과거부터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지속 검토 중이었으나 구조적 문제 탓에 자구책을 추진하지 못했다”며 “무인 교통단속 장비를 운용할 보조금도 지원받지 못해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제주도의 경우 특례법에 따라 도 소속 제주경찰자치단을 만들고 과태료 부과·징수 권한을 확보했다. 또 지난해 1월 국가경찰로부터 무인 교통단속 장비 153대를 환수했다. 과태료로 얻게 될 수입은 연 80억 원 규모로 예상된다.현재 국회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완전히 분리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원화 체계 확립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전문가들은 빠른 경찰 조직 이원화가 어렵다면 지방 세액 전환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최종술 교수는 “지역 주민이 낸 과태료를 지역 교통안전에 쓸 수 없는 기형적 구조”라며 “도로교통법 또는 지방재정법 개정을 통해 수백억 과태료의 일부만이라도 지방 재정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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