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동네가 쓰레기투성이”… 강서구 천성항, 몰려드는 캠핑족들로 ‘몸살’
쓰레기 무단 투기와 캠핑 차량 주차 등
캠핑 명소 된 천성항 일대 주민들 ‘고통’
강서구청에는 매달 10여 건 내외 민원
캠핑 구역 조성하려던 구청 계획도 무산
지난 20일 부산 강서구 천성동 천성항 일대에 텐트가 설치된 모습. 구청의 공터 이용 수칙 안내 현수막도 걸려 있다. 김준현 기자 joon@
캠핑 명소로 떠오른 부산 강서구 천성항이 쓰레기와 불법 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곳을 캠핑장으로 단장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던 지자체의 시도도 무산돼, 캠핑족으로 인한 인근 주민 피해 등을 방지할 뾰족한 대책도 없는 실정이다.
지난 20일 오후 부산 강서구 천성동 천성항. 평일 낮 시간대에도 항구 앞 자갈밭에는 크고 작은 텐트 20여 개가 설치돼 있었다. 텐트 옆에서 테이블을 펼치고 음식을 먹는 등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일부 텐트는 인기척이 없었다. 주변에 각종 비닐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어 오랫동안 발길이 끊긴 속칭 ‘알박기’로 보이는 텐트도 보였다. 이곳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캠핑하기 좋은 봄, 가을에는 워낙 사람이 많이 와서 도로까지 주차장으로 변한다”며 “몇 사람은 텐트를 설치하고 저녁에만 가끔 오는 것 같다. 철거하라는 방송이 가끔 있던데, 텐트 주인이 어디 있는지 모르니까 별 효과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른바 ‘천성항 노지 캠핑장’으로 유명세를 탄 강서구 천성동 3435 일대는 2020년 해양수산부가 수산물 유통단지와 위판장 등을 조성하기 위해 매립한 국가 어항이다. 당초 지역 어촌을 위해 수산물 위판장을 조성하기 위해 매립 공사를 실시했으나, 수산 자원 감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예상돼 계획이 보류되며 공터로 방치됐다.
빈 땅은 캠핑족이 꿰찼는데, 이곳은 정식 캠핑장은 아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제공하는 캠핑장 정보 ‘고캠핑’에 따르면, 부산에서 차박·캠핑이 가능한 곳은 대저생태공원, 삼락생태공원 오토캠핑장 등 12곳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곳은 주변에 편의점과 공용 화장실 등 기반 시설이 갖춰져 있는 데다, 바로 앞에 바다가 있어 캠핑과 낚시를 즐기러 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캠핑으로 인해 생활과 생업인 어업 활동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고 호소한다. 각종 음식물 쓰레기로 동네가 더러워지는 데다, 캠핑 차량으로 주차할 곳도 없어져 어업 활동도 쉽지 않다. 강서구청에 따르면 올해 천성항 캠핑 관련으로 매달 10건 내외의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양평수(72·부산 강서구) 씨는 “아침에 나와보면 까마귀가 쓰레기봉투를 다 뜯어서 곳곳에 음식물이며 쓰레기가 나뒹군다. 집에서 나온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경우도 있다”며 “애초 어민을 위해 조성된 공간으로 지역 주민이 피해를 보는 지금 이 상황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러한 주민 피해와 불편이 이어지면서 강서구청은 이곳을 공식 캠핑존으로 조성해 관리하려 했지만, 안전사고 위험 등으로 조성 계획은 무산됐다. 지난 4월 강서구청은 4900여만 원의 구비를 투입해 이곳에 야외테이블 10개와 야자매트를 설치해 33면 규모의 피크닉존을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강서구청은 현재 7명의 기간제 근로자를 고용해 캠핑족이 몰리는 목요일부터 그다음 주 월요일까지 모닥불 이용 등을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쓰레기양을 줄이기 위해 취사 행위의 간소화를 안내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강서구청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현행법에 어항구역 내 금지 행위가 정확히 명시되지 않은 탓에 계도 위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