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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도·경찰도 안 믿는다…심리 지배로 금괴 산 피싱 피해자들

가족도·경찰도 안 믿는다…심리 지배로 금괴 산 피싱 피해자들

정부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치밀한 각본에 속아 전 재산을 ‘금괴’로 바꿔 전달하려 한 피해자들이 경찰 도움으로 가까스로 피해를 면했다. 피해자들은 가족은 물론 경찰마저 믿지 못하는 ‘심리적 지배’ 상태에 빠졌지만, 경찰의 선제 대응으로 5억 원이 넘는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울산 북부경찰서는 최근 ‘셀프 감금’, ‘골드바 탈취’ 등 다양한 수법의 보이스피싱 3건을 막아내 총 5억 5000만 원의 피해를 예방했다고 1일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60대 여성 A 씨는 ‘카드 배송’을 알리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A 씨가 카드를 신청한 적 없다고 하자, 조직원은 기다렸다는 듯 가짜 고객센터로 안내했다. 해당 연락처로 전화하자 상담원을 사칭한 조직원이 “명의가 도용된 것 같다”며 원격 제어 기능이 있는 악성 앱 설치를 유도했다. 이후 사기극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내 자신을 금융감독원이라고 밝힌 조직원이 전화를 걸어와 “계좌가 범행에 이용됐으니 서울중앙지검으로 연락해 보라”며 겁을 줬다. A 씨가 인터넷으로 직접 검색해 서울중앙지검 대표 번호로 연락했지만, 악성 앱 때문에 통화는 피싱 조직으로 연결됐다. 검사를 사칭한 조직원은 되레 “검찰 수사 사실을 어떻게 알았냐”며 화를 낸 뒤 가짜 구속영장과 입출금 내역서를 보내 “당장 구속시키겠다”고 압박했다.극도의 공포에 빠진 A 씨에게 조직원은 “수사에 순순히 협조하면 약식기소로 처리해주겠다”고 회유하기 시작했다. 이 단계에 이르자 피해자는 사기범을 철석같이 자신을 구해줄 ‘검사님’으로 믿게 됐다. 결국 A 씨는 “범죄 수익금이 섞였는지 확인해야 하니, 모든 자산을 골드바로 바꿔 안전하게 전달하라”는 말만 믿고 평생 모은 적금 1억 9000만 원으로 골드바 10개를 구매해 전달하려 했다.경찰이 A 씨를 찾아낼 수 있었던 건 체계화된 ‘피해구제 활동’ 덕분이었다. 경찰은 악성 앱 설치 기록 등을 모니터링해 피해자 명단을 확보, 전담팀이 출동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경찰은 명단에 오른 A 씨의 소재를 추적, 주소지 인근에서 그를 발견했지만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았다. 이미 완전한 심리 지배 상태에 놓인 A 씨는 되레 경찰에게 “(검찰) 수사를 방해하지 말라”며 적개심을 보였고, 가족의 설득도 통하지 않았다. 당시 출동 경찰관은 “피해자가 조직에 완전히 가스라이팅 당해 설득에만 서너 시간이 걸렸다”고 혀를 내둘렀다. 다행히 경찰의 끈질긴 설득 끝에 A 씨는 겨우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피싱조직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불과 사흘 뒤인 22일 60대 남성 B 씨 역시 똑같은 수법에 속아 대출 1억 5000만 원을 포함한 2억 8270만 원으로 금괴를 사려 했다. 그는 경찰 연락에 “금반지를 사러 간다”고 둘러대고 전화를 끊었지만, 경찰은 차량 추적과 금거래소 협조 요청으로 B 씨를 찾아내 피해를 막았다.지난달 9일에도 회사원인 30대 남성 C 씨가 검사 사칭 조직원의 말에 속아 “수사 사실을 발설하지 말라”는 지시에 따라 시내 호텔에 스스로 감금됐다. C 씨는 회사도 결근한 채 조직원에게 30분 단위로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며 7900만 원을 이체하기 직전, 호텔을 찾아낸 경찰의 설득으로 범죄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울산북부경찰서는 “정부기관은 어떤 경우에도 현금이나 금괴를 요구하지 않으니, 의심스러운 전화는 즉시 끊고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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