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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수부 이전·기능 강화 아우른 '해양수도특별법' 만들자
부산을 진정한 해양수도로 육성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지원에 초점을 맞춘 ‘이전 지원형’ 법안과 해양산업 육성에 방점을 둔 ‘산업 강화형’ 법안이 각각 상정돼 있다. 하지만 어느 하나만으로는 부산을 명실상부한 해양수도로 도약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해수부 이전은 부산의 숙원이지만 각각의 법안만으로는 세계적 해양도시로 성장하기에 부족하다. 이제는 두 갈래 논의를 하나로 통합해 해수부 이전과 기능 강화는 물론 국가 해양 전략까지 담아낼 수 있는 ‘종합 특별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분명코 해양수도 부산의 미래는 단순한 해수부 이전에 그쳐서는 안 된다.
부산판 해양수도특별법은 행정기관 이전을 뒷받침하는 수준을 넘어야 한다. 5년 단위 종합계획 수립, 규제 특례, 글로벌허브도시법의 내용을 접목하는 것은 물론, 북극항로 개척 전략까지 포괄해야 한다. 해양금융, 해운·조선 신산업, 극지 연구, 전문 인재 양성 등 부산이 글로벌 톱5 해양도시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모두 담아내는 종합 패키지가 되어야 한다. 이미 세종 행복도시법과 제주특별법은 국가균형발전과 국제 경쟁력 강화를 내세워 큰 결실을 거두었다. 부산 역시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 이번 특별법이 단순한 지역 숙원사업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의 미래를 여는 법안임을 설득해 낸다면 국민적 공감과 여야 합의를 끌어내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해양수도특별법 제정은 부산의 숙원이다. 2005년 ‘해양특별자치시법’을 시작으로 수차례 입법 시도가 있었지만 정부의 소극적 태도와 정치권의 이견으로 번번이 좌절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전재수 해수부 장관이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지금이야말로 적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해당 특별법이 농해수위에 배정되면서 이전 지원을 넘어 기능 강화까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은 다행이다. 특별법 제정에 있어 중요한 것은 국가적 명분과 국민적 공감대다. 이에 국무총리 직속의 강력한 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객관적인 성과지표를 공개함으로써 해양수도특별법이 대한민국 성장의 명확한 전략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적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
부산은 이제 단순한 해수부 이전 논리를 넘어 대한민국 해양수도 전략이라는 큰 그림을 제시해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미 그 기반이 마련돼 있다는 점이다. 해양수산부와 공공기관 이전, 북극항로 시범 운항, 해양금융 활성화 등 여러 국정 과제가 부산과 맞닿아 있다.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가 바로 해양수도특별법이기도 하다. 김도읍 의원이 강조했듯 “실질적 해양수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정치권의 약속이 공허한 구호로 끝나서는 안 된다. 여야가 힘을 모아 이전 지원과 기능 강화를 함께 담아내는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부산을 넘어 대한민국이 해양 강국으로 도약하는 길이다.
2025-09-02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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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 입법 폭주 맞서 야 상복 등원, 극단 치닫는 정기국회
이재명 정부 출범 뒤 첫 정기국회가 1일 막을 올렸지만, 여야는 첫날부터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갔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화합의 의미로 개회식에 한복을 입고 참석하자고 제안했지만,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여당의 입법 폭주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검정 정장과 넥타이에 ‘근조 의회 민주주의’ 리본을 단 상복을 입고 나와 투쟁을 예고했다. 100일간 열리는 이번 국회에는 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과 쟁점 법안 처리, 인사청문회 등 암초가 많아 여야 극한 대치 구도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 의장이 개회사에서 “갈등하고 대립하는 속에서도 할 일은 하는 것이 정치”라고 말했지만, 첫날부터 ‘드레스코드’ 대결이 펼쳐져 무색하게 됐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혁법안 44개를 포함해 총 224개 중점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특히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검찰 개혁’ 입법, 언론과 유튜브 등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언론 개혁’ 입법, 대법관 증원을 통한 ‘법원 개혁’ 입법 등 3대 개혁 입법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또 내란·김건희·해병대원 등 3대 특검의 수사 대상과 기간을 늘리는 ‘더 센’ 특검법 개정안을 이달 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국힘은 민주당의 독주를 부각하며 이들 법안의 처리를 막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쟁점 법안이 많아 여야 간 주도권 다툼이 벌어질 우려가 크다.
특히 이번 주가 인사청문회 ‘슈퍼위크’여서 여야 대립은 더 격화될 수 있다. 2일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 3일 원민경 여가부 장관 후보자, 5일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다. 국힘은 최 후보자에 대해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관련 음모론 제기 등을 지적했고, 주 후보자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이유로 지명 철회를 주장한다. 또 예산안 처리를 두고도 격돌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정부가 편성한 728조 원 규모의 예산안을 통과시킬 방침이지만, 국힘은 ‘포퓰리즘 예산안’으로 규정하고 대대적 삭감을 예고했다. 정기국회 내내 협치는 사라지고, 정쟁만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국민을 위한 정책과 입법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여야가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견을 조율해 더 나은 정책과 법안을 도출하는 것이 의회 민주주의의 본령이다. 지금 여야의 모습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이재명 대통령이 미일 순방 뒤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초당적 협력을 주문했지만, 공허한 메아리가 된 셈이다. 처리해야 할 현안도 많은데 여야가 극단적 대치만 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정부와 여당은 야당의 목소리를 존중하고, 야당도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여야 모두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략적 이해에 매몰되지 말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민생을 살리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2025-09-02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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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년도 가덕신공항 예산 복원 이젠 신속한 착공 나설 때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올해 본예산보다 8.1% 증액된 728조 원으로 편성했다. 본예산 기준으로 총지출이 700조 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내년 말 기준 국가채무는 1415조 원에 달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51.6%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빚을 내서라도 재정을 풀어 경제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재정의 적극적인 활용은 필요하지만 동시에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국가 예산안에는 가덕신공항에 6890억 원이 편성됐다. 올해 1조 원에 가까웠던 예산에서 30% 가까이 감소한 규모지만, 가덕신공항 건설 공사가 재개된다면 내년 착공에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산 삭감의 배경에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사업 참여 중단과 부지 조성 공사 시공사 선정 지연으로 올해 예산의 절반 이상(5224억 원)이 ‘불용’ 처리된 뼈아픈 현실이 작용했다. 하지만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와 관련해 새 컨소시엄이 구성되면 예산은 증액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이는 가덕신공항 조성 일정의 정상화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여기에 엄궁대교(320억 원), 사상~하단선(300억 원)을 비롯해 조선해양 미래혁신인재양성센터, 북항 글로벌 창업허브 등 부산시의 주요 역점 사업들이 대거 예산안에 반영된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부산이 글로벌 허브도시로 성장할 기반을 한층 더 다졌다.
박형준 부산 시장은 최근 구윤철 경제부총리를 방문해 주요 현안 사업에 대한 국비 지원을 요청했다. 이때 건의한 사업 가운데 부산 해수담수화 실증시설 조성, 사직야구장 재건축 사업과 낙동강 유역 안전한 먹는물 공급 체계 구축사업 등이 이번에 반영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부산시는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도 행정부시장을 중심으로 지역 국회의원과 공조 체계를 강화해 국비 확보 노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또 국회 상주반을 가동해 예산 추가 확보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하지만 예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회가 추가 예산을 선뜻 챙겨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 번 놓친 예산은 되돌리기 어렵다. 결국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되는 건 부산의 손해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연말까지 턴키 발주와 기본설계를 전제로 내년도 가덕신공항 예산을 편성한 만큼 이번 예산 확보는 지연된 사업을 다시 이어갈 중요한 전환점이다. 따라서 이 기회를 다시 ‘불용’으로 날려버린다면 가덕신공항은 자칫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 부산시는 수차례 유찰과 공정 지연 등 난관을 겪은 가덕신공항 건설사업의 내년도 국비 확보로 적기 개항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정부는 빠른 시공사 선정과 사업 재개를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마련해 신속한 착공에 나서야 한다. 물론 미반영 예산 추가 확보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부산의 미래가 가덕신공항 재추진에 달려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2025-09-01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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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용후핵연료 관리비 배 인상 고시 흐지부지 배경 밝혀야
원자력발전소에서 연료로 사용한 뒤 배출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는 핵 종류에 따라 반감기만 수 만년 가량 소요된다. 사용후핵연료 영구 처분시설이 없는 우리나라는 사용후핵연료를 발전소 내 수조, 건식저장시설로 옮겨 저장하는 수순을 밟는다. 정부는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놓고 공론화위원회를 출범하는 등 그동안 대책을 모색했으나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관리 비용을 투명하게 고시하지 않고 사실상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스스로 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을 조장한 셈이다. 원전 인접 지역인 동남권 주민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와 영구처분 등을 위해 관리 비용을 부담한다. 2년마다 열리는 ‘방사성폐기물관리비용 산정위원회’가 한수원의 관리 부담금을 결정한다. 2013년 부담금을 다발당 3억 2000만 원으로 인상한 이후 부담금은 동결됐다. 그런데 정부는 2023년 경수로형 연료 다발당 기존의 배 이상인 6억 6000만 원 상당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계산했다. 부담금 인상은 발전 단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당시 후속 조치는 없었다. 재산정 결과가 고시되지 않으면서 외부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일부 관계자들만 그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원전 관리가 주먹구구로 진행된다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원전에서 배출되는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부담금은 발전 단가에서 적잖은 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부담금 상승은 전력 수급 계획이나 에너지 정책 설계에 영향을 준다. 한수원은 전체 원전에 대한 부담금으로 연간 8000억 원을 내는데 이 결과가 정확하게 고시됐다면 비용이 배로 증가하고, 결국 전기료 인상 압박 요인이 됐을 것이다. 이는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켰을 사안이다. 문제는 누가, 어떤 이유로 고시를 하지 않도록 주도했느냐는 것이다. 현재는 단가 상승을 막으려는 원전 업계 등에 의혹의 눈길이 쏠린다. 탈원전 주장 등에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 고시를 하지 않았다면 국민의 알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한 중대한 문제다.
특히 부담금을 현실화하지 않은 것은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보관하는 현재 시스템을 고착화시킬 우려가 크다. 사용후핵연료 처리용 방폐장 설치는 막대한 재원을 필요로 한다. 사용후핵연료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부담금 인상을 미룬 것은 영구 방폐장에 대한 의지조차 없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국내 최초로 해체 결정된 고리 1호기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소가 포화상태에 근접했는데도 영구 방폐장 계획은 답보 상태다. 해당 부지 자체가 ‘영구 방폐장화’될 우려가 높은 것이다. 부담금 인상을 고시하지 않은 것은 부산 등 원전 주변 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무시한 무책임한 행태다. 그 배경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2025-09-01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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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수부 이전 딴지 거는 국힘 수뇌부, 부산 민심 안중에 없나
신임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이 공세에 나섰다. 장 대표는 27일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수부 부산 이전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 석이라도 더 얻으려는 얄팍한 정치적 행위”라고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28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가 해수부 이전을 내년 지방선거용 얄팍한 정치행위로 치부하며 반대해 온 것은 부산 시민의 염원을 외면하고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반부산 행위”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해수부 연내 부산 이전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제1야당 대표가 불필요한 논란만 가중시키는 셈이다.
장 대표가 해수부 이전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당대표 선거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난 11일 부산을 방문했을 때도 “정부 부처 분산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해수부가 부산에 온다고 해서 (직원 가족들) 일부가 와서 경제활동 인구로 살아간다는 것 외에는 이점이 없다’는 등 부산 지역 민심과 동떨어진 인식을 드러냈다. 장 대표의 이러한 행보에 정치적 역풍을 우려한 부산 국힘 일부 의원들은 해수부 이전이 필수라며 진화에 나섰고, 장 대표도 28일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뒤늦게 졸속 이전에 반대한 것이라며 신중론을 펼쳤다. 장 대표가 입장을 다소 누그러뜨렸다고 하지만,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부산 국힘 국회의원들은 그동안 민주당 주도의 특별법안이 해수부의 단순 이전에만 초점을 둬 반쪽짜리라며 공세를 취해왔다. 이들은 지난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이 정부와 합의해 발의한 ‘부산 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은 행정기관의 물리적 이전에만 국한돼 있어 해수부 기능 강화와 해양산업 발전이라는 취지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수부 부산 이전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역 최대 이슈로 떠올랐고, 민주당도 연내 해수부 부산 이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수부 이전에 대한 국힘 지도부의 빠른 입장 정리가 없다면, 내년 지방선거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은 해양수도 부산 완성의 마중물이자 부산을 홍콩, 싱가포르와 어깨를 견주는 글로벌 해양허브 도시로 성장시키는 신호탄이다. 국가균형발전을 이끌고 부산을 대도약시키는 전략도 해수부 부산 이전에서부터 시작한다. 해수부 권한 강화와 예산 확대, 해양 인재 육성, 해양 기관·기업 집적화 등 실현해야 할 과제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의 가장 중요한 전제인 해수부 이전은 부산 시민의 오랜 염원이다. 산학연관민 90여 개 단체가 참여해 28일 출범한 ‘글로벌 해양수도 부산 추진위’도 그 의지의 결과물이다. 장 대표가 부산 민심을 잘 헤아려 해수부 부산 이전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
2025-08-29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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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틀만 잡은 미일 순방 외교 실질 성과는 지금부터 만들어야
이재명 대통령이 3박 6일간의 미국·일본 정상회담 일정을 마치고 28일 새벽 귀국했다. 이 대통령은 격식을 따지지 않는 국익 우선 외교를 펼쳐 큰 고비를 무난하게 넘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과거와 미래를 분리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민감한 동맹 현대화 등의 현안을 피해가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북미 대화 등 미국과의 통상·안보 후속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인 데다 미국의 쌀·소고기 시장 개방 등 노골적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일본과 과거사 문제 등도 순차적으로 풀어야 한다. 이 대통령이 이제부터 본격 추진할 순방 외교 후속 대응 전략에 국가 미래가 달렸다.
이 대통령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과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논의한 북미 대화와 단계적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기지 부지 소유권 요구에 이어 미국 에너지·무기에 대한 구매를 간접적으로 압박했다. 이에 대한 세부적인 전략도 수립해야 한다. 관세 후속 협상은 물론 미국이 청구서를 내밀 것으로 예상되는 쌀·소고기 시장 개방 등에 대한 디테일한 대책도 필요하다. 한미동맹 현대화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등 안보 분야에서도 국익을 최대한 지켜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막무가내식 미국 우선주의에 휘둘리지 않는 이 대통령의 진짜 ‘실용외교’가 절실하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협력 여건 강화를 약속했다. 회담에서 논의한 의제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특히 정상회담에서 거의 거론하지 않았지만 추후 반드시 부각될 강제징용·과거사 문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슬기롭게 풀어야 한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일본 수산물 수입 규제도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꼽힌다. 국내 현안도 대외 문제 못지않게 복잡하다. 우선 다음 달 정기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무리 없이 처리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언론 개혁 입법을 둘러싼 여야의 거센 충돌도 우려된다. 초강성인 장동혁 국민의힘 신임 대표와 협치 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특히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는 최근 지구촌을 요동치게 한 주역인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총 21개국 정상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우리로서는 실타래처럼 얽힌 각종 외교 현안을 앞마당에서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라도 여야는 초당적 협력을 통한 대외 전략 마련에 함께 나서야 한다. 이 대통령이 여야 협치를 위해 귀국 직후 우상호 정무수석에게 장 신임 대표와의 회동 추진을 지시한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이 대통령이 여야 협치를 이끌어내는 것을 시작으로 이번 순방 외교의 실질적 성과를 지금부터 제대로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
2025-08-2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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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산 기업 간 기술 유출 공방 장기화 소모전 끝내야
부산 기업들이 기술 유출 시비를 놓고 장기간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7월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A사는 코렌스를 상대로 부정경쟁방지법(영업비밀누설 등) 위반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달 22일 영업·기술 유출에 대한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해 코렌스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경쟁사인 A사는 검찰이 코렌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지 않는 등 수사가 미진했다며 지난달 28일 항고했다. 코렌스도 A사가 명확한 근거 없이 경쟁사의 진출을 막기 위해 고소를 진행했다며 같은 날 무고죄로 고소했다. 두 기업이 3년간 분쟁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또다시 긴 소송의 터널로 들어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부산에서 경쟁력을 지닌 자동차 부품업체 간 법적 공방을 바라보는 지역 사회는 안타깝고 착잡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양사의 대립이 발전적인 경쟁이라기보다는 소모적인 논쟁에 가깝기 때문이다. 무혐의 처분 불복과 무고 고소를 거듭하게 되면 지난 3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할지도 모른다. 기술 개발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법적 공방에 소비함으로써 양사 모두 도약과 발전의 기회를 허무하게 날리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코렌스는 지난 3년간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면서 국내외 고객사로부터 수주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기업 기반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
지역 자동차부품업계를 둘러싼 대외 수출 환경은 갈수록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부과 정책으로 인해 대미 수출 가격 경쟁력이 저하되면서, 경쟁국인 일본·EU와 치열한 경합을 벌여야 한다. 또 자동차업계가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로 전환하는 중요한 시기여서 업체들이 기술 개발에 한층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관세 파고를 넘고 수출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역 부품업계가 힘을 모으는 것이 절실하다. 더 나은 기술 경쟁을 통해 고품질 제품을 생산해야 할 두 기업이 한 치 양보 없이 대립해 장기 소모전을 끝내지 않는다면 소탐대실로 이어질 수 있다.
부산은 주력 산업의 침체, 인구 감소 등으로 활력을 잃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두 기업이 힘을 합친다면 지역 자동차부품 산업은 훨씬 큰 시너지를 낸다. 기술 협력과 공동 개발을 통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계약을 확대하고, 지역 대학·연구소와 협력하면 ‘부산형 미래차 산업’이라는 새 브랜드를 만들 가능성도 크다. 양사는 대립을 중단하고 선의의 기술 경쟁을 통해 산업 재도약을 이끌어내는 데 앞장서야 한다. 부산시와 경제단체도 적극 중재에 나서서 화합과 단결을 촉구해야 한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등 대형 프로젝트가 빠르게 진행돼 부산 투자 유치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에서, 부산의 미래와 지역 이미지를 지켜야 할 것이다.
2025-08-28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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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극항로 개척 모항 최적지 부산 전략 개발 필요하다
북극항로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기후변화로 북극해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새로운 해상·복합 운송 루트, 이른바 ‘북극회랑(Arctic Corridor)’의 전략적 중요성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부산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차세대 쇄빙연구선 모항 부산 유치 전략’ 보고서는 부산이 북극항로 개척의 핵심 거점으로 도약할 기회와 과제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는 북극항로 시대를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동시에 부산의 미래 경쟁력을 위한 전략적 청사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실행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
공급망 불안과 에너지 안보 위기가 상시화된 글로벌 정세에서 북극항로는 해상 운송로를 넘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새로운 전략 자산으로 부상했다. 보고서는 부산 지역 내 6개 항만 시설을 면밀히 분석한 끝에 영도구의 부산국제크루즈터미널과 동구의 부산항 북항 1부두를 차세대 쇄빙연구선 모항의 최적지로 선정했다. 전자는 이미 항만 인프라가 탄탄하고 동삼혁신도시 내 연구기관과 협업도 가능하지만 교통 접근성이 다소 떨어진다. 후자는 북항재개발과 연계가 용이하고 모항 기능을 이미 갖췄지만 연구시설 부재가 아쉬운 점으로 지적됐다. 이처럼 후보지를 압축한 것은 부산이 북극항로 허브 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하지만 북극항로 개척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선박의 종합적인 관리와 운영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적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 부산연구원이 제시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강화 방안은 이 점을 정확히 짚고 있다. 지자체 간 모항 유치 경쟁이 불붙고 있는 상황에서 북극항로 모항 인프라 구축이라는 하드웨어적 측면과 함께 관련 조례 제정, 극지 활동 기본계획 수립, 북극경제이사회(AEC)와의 협력 강화 등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국제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부산의 모항 유치 당위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부산 조선·해양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북극항로 시대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부산이 북극항로 시대를 선도하려면 정부, 민간, 학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정성엽 박사가 강조했듯 쇄빙 컨테이너선과 친환경·스마트 선박 등 북극해 운항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선제 개발해 세계 표준을 주도해야 한다. 다만 북극항로는 아직 상업적 경제성이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다. 기후변화와 국제 정세 변화 속에서 잠재적 기회와 리스크가 공존한다. 따라서 항해 안전을 뒷받침할 기술 개발, 국제 규범 대응과 다자 협력,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균형 외교와 산업 전략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 준비하는 만큼 북극항로 모항 선점 경쟁에서 부산의 미래는 더욱 넓게 열릴 것이다.
2025-08-28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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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 정상회담 큰 고비 넘었지만 통상·안보 후속 논의 중요
한국시간으로 26일 새벽 미국 백악관에서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은 출국 전 우려에 비해서는 첫 고비를 비교적 무난히 넘긴 것으로 보인다. 협상에만 치중해 외교적 예의를 저버리는 식으로 예측불허의 행동을 곧잘 해 온 트럼프 미 대통령이 상대였기에 모욕적 장면 없이 마무리된 것만으로도 국내외 공히 무난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공동성명과 같은 합의 문서는 나오지 않았으나 조선과 원자력, 반도체 등에서 기술협력 의지를 다지고 일본과 더불어 한미일 협력 강화를 강조한 점도 실용외교라 평가받을 만하다. 그럼에도 회담 전보다 더 늘어난 미국의 청구서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정치상황을 ‘숙청 또는 혁명’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강경 메시지를 띄웠다.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입국 과정에서 이전 방미 대통령들과 비교한 의전 수위 논란 등이 있었기에 이 같은 메시지는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실제로 만난 양국 정상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회담을 진행했다. 여기에는 상대의 성향을 미리 연구한 이 대통령이 북한 투자와 골프 등을 소재로 대화를 이끈 노력이 작용했다. 이 대통령의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기조 포기 발언도 반미친중 이미지 탈피 성과로 이어졌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며 기술협력 이외에 북핵 대화 재개와 한국 APEC 참석 적극 검토 등의 대화도 이끌어내 표면적으론 무난히 진행된 모양새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 보면 회담 전보다 더 많은 청구서가 속속 날아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만 해도 주한미군 기지 부지 소유권을 비롯해 B-2 폭격기 등 미국 군사장비 구매, 알래스카 에너지 사업 투자 등 하나하나 벅찬 것 투성이다. 회담 직후 회담에서 일절 언급이 없었던 농축산물 시장 개방 문제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언급한 점을 미뤄 보면 논의가 없었던 관세나 미군 감축 등 양국 핵심 문제도 ‘살아있는 불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70년이 넘도록 이어져 온 한미동맹은 군사동맹으로 시작했으나 경제동맹으로 발전해 왔다. 그런 한미동맹이 이제는 조선과 원자력, 반도체 등 분야에서 미국의 기술과 한국의 제조가 협력의 시너지를 내는 새로운 기술동맹의 단계로 접어들 길목에 왔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그 길목에서 이정표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믿는다. 비교적 무난히 끝난 이번 회담의 양상이 이를 웅변한다. 새 이정표를 확인한 한미 양국 앞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 많이 남았다. 가장 큰 과제는 관세와 미군 역할, 북미 대화 등을 고리로 하는 통상·안보 문제다. 기술동맹으로 가기 위해선 군사동맹이자 경제동맹인 양국의 관계를 더 다져야 하기 때문이다.
2025-08-27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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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탄' 장동혁 국힘 대표 당선… 여야 극한 대결 정치 우려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에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반대하는 반탄파 장동혁 후보가 당선됐다. 장 대표는 선거 운동 과정에서 대표 당선 땐 윤 전 대통령 면회를 가겠다고 밝힌 데 이어 여당에 대한 초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당선 직후엔 “모든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서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내란 세력과는 대화를 할 수 없다”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에 이어 국힘에도 초강성 대표가 선출되면서 여야의 극한 대결 정치가 우려된다. 벌써부터 협치는커녕 초유의 정쟁 사태로 인해 국가 현안에 대한 초당적 협력과 민생 정치가 실종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이어진다.
국힘이 26일 개최한 당대표 선거 결선 전당대회에서 장 신임 대표가 22만 301표를 얻어 21만 7935표를 받은 김문수 후보를 2366표로 제치고 당선됐다. 충남 보령 출신의 재선 의원인 장 신임 대표는 행정고시와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광주지방법원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2022년 충남 보령·서천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면서 제21대 국회에 입성했다. 2023년 12월 출범한 ‘한동훈 비대위’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데 이어 이듬해 수석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친한계 실세’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등 단일대오를 주장하며 ‘반탄파’의 대표 주자로 부각됐다.
장 신임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같은 반탄파 후보인 김문수 후보보다 한층 강경한 노선을 택해 당심을 공략했다. ‘싸우지 않는 자, 배지를 떼라’는 메시지를 비롯해 찬탄 입장인 친한계를 향해선 “당론에 반대되는 말을 한다면 당을 나가라”는 강경한 입장으로 선명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더욱이 장 신임 대표는 국회 기자회견에서도 “단일대오에 합류하지 못하는 분들에 대해선 결단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찬탄파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찬탄 청산’에 따른 국힘 내부의 극심한 내홍과 후유증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위태위태한 제1야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장 신임 대표가 국민을 위한 현명한 결단을 내리길 기대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25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야당 대표가 법적 절차를 거쳐 선출되면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여야 협치 가능성을 한층 높인 의미 있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여야가 켜켜이 쌓인 국내외 현안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은 “윤 어게인으로 끝났다”며 국힘의 새 대표 선출을 혹평했다. 여야의 극한 대립은 국민 분열과 갈등만 부추긴다. 더욱이 현재 우리나라는 힘겨루기 중인 미국과 중국 틈바구니에 낀 위태로운 형국이다. 국민은 정치가 국민의 삶을 보듬고 국가 발전을 견인하길 원한다. 여야가 극한 대결을 막는 지혜를 발휘하길 바란다.
2025-08-27 [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