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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한항공, 지역 거점 항공사 삼키고 승객 불편까지 안기나
부산과 서울을 오가는 항공편이 지난해보다 대폭 줄었다고 한다.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계열사인 LCC(저비용항공사) 진에어, 에어부산의 지난달 김해~김포공항 왕복 항공편은 1051편에 달했다. 지난해 10월 왕복 항공편인 1289편에 비해 18% 감소했다. 특히 대한항공의 해당 노선 왕복 항공편은 지난달 346편으로 지난해 10월 548편에 비해 36%나 감소했다. 에어부산도 같은 기간 33편 줄었다. 세 항공사는 해당 노선 운항의 절반 이상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 항공사는 ‘항공기 정비’를 사유로 내세웠지만, 에어부산이 대한항공에 편입된 이후 부산 중심의 운항 전략이 사라진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부산과 서울을 연결하는 하늘길 축소는 김해공항 이용객들의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 당장 항공권 가격이 올라 경제적인 부담을 느낀다. 토요일 기준 김해~김포공항 편도 항공권 가격은 7만~10만 원대로 과거 5만 원 내외에 비하면 가격이 최대 배 가까이 올랐다. 이마저도 여객이 몰리는 월, 금, 주말 등 황금 시간대는 구하기조차 힘든 실정이다. 출장이 잦은 부산 지역 기업인들은 비행기 표 구하기 전쟁에 시달린다. 휴가철인 여름에는 취소 표를 기다리는 경우도 잦았다고 한다. 항공산업의 독과점 구조가 지역 항공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이로 인해 지역민의 이동권 침해로 이어지는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통합이 되면 서울과 부산을 잇는 항공편이 점차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된다고 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자회사인 에어부산이 하나의 회사로 합쳐지며 수익성이 낮은 단거리 노선보다 국제선에 중대형 항공기를 우선 투입하는 경영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해~김포공항 노선에서 중복되는 항공편을 줄이면서 운항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해공항 노선 감축에 따른 운항 편수 감소가 현실화하면 지역민의 항공 선택권 자체를 빼앗는 것이다. 대한항공이 지역 거점 항공사인 에어부산을 삼켰지만, 김해공항 노선 축소로 승객 불편까지 안기는 것이다. 정부와 산업은행이 2020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을 추진하면서 내세웠던 명분은 김해공항을 지방 공항 LCC 허브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당시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대한항공은 통합 LCC 허브를 지역 공항으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2022년 통합 LCC 본사 소재지에 대해 “진에어를 브랜드로, 인천국제공항을 허브로 운항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올 3월에는 에어부산 분리 매각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이며 지역 염원을 무시했다. 대한항공은 ‘김해공항 LCC 허브 육성’이라는 합병 추진 당시의 초심을 되살려, 부산 중심의 운항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독과점 항공 기업의 전략에 지역민만 희생당할 수 없다.
[사설] 공공공사 참여 확대… 지역 건설업 살릴 파격 대책 필요
정부가 침체된 지역 건설업계를 살리겠다며 지역제한 경쟁입찰 허용금액을 크게 높이고 공사 전 단계에서 지역업체 우대 평가를 강화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19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된 ‘지방공사 지역업체 참여 확대 방안’은 종합·적격심사낙찰제 전 구간에서 지역 참여 비율에 가점을 부여하고, 기술형 입찰에도 지역 균형발전 지표를 적용하는 등 사실상 지역 업체 중심의 지원책을 담고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지역 건설사 연간 수주액이 3조 3000억 원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지역경제의 체력이 급속히 저하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공공 발주에서 지역 참여 폭을 넓힌 조치는 분명 의미가 있다. 정부는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지역제한 경쟁입찰 허용금액을 일괄 150억 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기존에는 지자체 100억 원 미만, 공공기관 88억 원 미만 사업만 지역업체 입찰이 가능했다. 여기에 입찰·낙찰 평가 전 과정에서 지역업체에 추가 가점을 주는 인센티브도 확대한다. 그러나 현실의 지역 건설업계는 대형 프로젝트의 수도권 집중, 민간 발주 급감, 인력난과 자재비 급등이 겹치며 벼랑 끝에 서 있다. 지역 공공공사조차 외지 대형사가 주도해 온 구조적 문제도 여전하다. 이번 대책이 이런 불균형을 완화하려는 의미는 있으나 이 정도 개선만으로는 침체에 빠진 지역 건설업계를 되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대한건설협회가 “지역 원도급사 수주 시 하도급도 지역에 머문다”고 밝힌 만큼 지역경제 확산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지역업계는 무엇보다 공사비 현실화를 절실히 호소한다. 자재비·인건비 상승을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에서는 수주가 곧 적자로 이어지는 모순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과중한 부담 역시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지역 중소업체에는 치명적이다. 부산의 미분양이 지난 9월 7316세대로 늘어난 상황에서 민간 발주 침체도 발목을 잡는다. ‘유령 본사’ 문제를 막기 위한 본사 유지 의무 강화와 실태점검도 이번에 도입됐지만 실효성을 높이려면 추가적 보완이 필수적이다. 이번 대책은 지역 건설업체에 숨통을 틔워주는 시작일 뿐 지역 건설업 생태계를 되살리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계기로 더욱 과감하고 포괄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테면 단기 수주 확대를 넘어 지역 금융기관의 PF 지원 강화, 공사비 현실화, 중대재해처벌법의 예방 중심 개편 등을 담은 정책 패키지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지역 건설업체의 경쟁력 강화도 가능하다. 흔히 지역 건설사를 지역 경제의 버팀목이라고 말한다. 한데 이들 건설사가 지금은 간신히 버티는 단계에 있다. 정부가 이번 대책을 계기로 보다 과감한 보완책을 내놓을 때 위태롭게 버티는 지역 건설사도 지속 가능한 회복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사설] 부산 이전·신설 해양 기관 집적화하는 게 당연한 수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부산에 이전·신설되는 해양 기관·기업을 한곳에 모으는 집적화를 추진하고 있다. 〈부산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해수부는 신청사를 비롯해 산하 기관, 동남권투자공사, 해사법원, 해운 대기업 본사 등을 하나의 기초지자체를 선정해 집중시키기로 했다. 이 구상이 실현될 경우 기존 이재명 정부의 해양·물류 클러스터 구상을 뛰어넘는 사실상 ‘해양 특구’의 면모를 갖출 것으로 주목된다. 다만 16개 구·군에 경쟁 공모가 실시된다는 점에서 과열로 인한 갈등과 분열이 우려된다. 공모 결과가 특정 구·군의 승리가 아닌 ‘해양수도 부산’ 비전의 구체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엄정하게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부산은 해수부 유치를 전환점으로 해양수도권 형성이라는 미래 비전을 세웠다. 북극항로 개척 등을 위한 기술과 자본, 인력이 모이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해양 관련 공공기관과 기업의 이전·신설은 필수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건 그저 물리적으로 옮겨 놓는 데 그치지 않고 이전 과정에서 해양수도의 청사진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다. 따라서 집적지를 선정하는 공모에서는 해양 행정·법률·투자·물류·산업 생태계 통합과 시너지 효과를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해양수도권 경쟁력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는 점에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는 필수다. 부산은 해양 기관·기업의 집적화를 통한 해양 특구 형성을 글로벌 해양수도 도약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북극항로 개척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해양산업 외부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려면 기술, 자본, 인력이 융합되는 클러스터 중심지가 필수적이다. 부산 해양산업 집적화는 대상 기관의 위상을 고려하면 클러스터 이상의 역할이 기대된다. 물론 부산이 해양수도권으로 성장하기에 앞서 풀어야 할 안팎의 과제는 여전하다. 해수부 이전 특별법과 북극항로 구축 지원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해양수도 부산’은 언감생심이 된다. 또 집적 후보지 선정 과정이 지역 내 과열로 흐르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해양 특구 탄생 과정에 부산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부산시와 정치권, 시민단체는 부산 해양산업의 미래를 시민사회와 함께 집단 학습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다짐해야 한다. 특히 이번 공모에서 지속 가능한 도시계획의 반영은 필수적이다. 2차 공공기관 이전과 함께 해양 특구에 예상보다 많은 입주 기관·기업이 몰리면 자칫 과밀화될 우려도 있다. 교통, 주거, 상권, 환경은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 ‘해양수도 부산’ 비전은 행정·산업·도시 전략이 통합될 때 구현될 수 있다. 해양 기관 집적은 해양수도 도약을 위한 의미 있는 진일보다. 공정한 기준, 명확한 로드맵, 시민적 합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엡스타인 파일
억만장자 금융재벌과 미성년자 성착취범이라는 두 얼굴을 가졌던 제프리 엡스타인. 그는 2019년 교도소 복역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확인할 수 있는 미국 연방 정부의 문건, ‘엡스타인 파일’이 곧 공개된다.문건에는 그로부터 성 접대를 받았다는 고객들의 명단도 들어 있다. 거물 정치인을 비롯해 미국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가운데 최대 관심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여기에 포함됐느냐이다.트럼프는 선거 때마다 엡스타인 문건이 거론되면 강하게 부인해 왔다. 엡스타인 문건을 공개하는 법안이 이슈로 떠오르자 ‘사기극’이라고 비난하며 온갖 수단으로 저지하려 했다. 트럼프는 의회 표결을 피할 수 없게 되자 “공화당 의원들은 엡스타인 문건 공개 법안에 찬성하라. 우리는 숨길 게 없다”며 입장을 번복했다.다수 공화당 의원들도 법안에 찬성하며 “원래부터 지지해 왔다”고 말을 바꿨다. 여당 내 이탈표가 속출하면서 법안 통과가 대세가 되자 트럼프로서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미국 하원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본회의에서 찬성 427표, 반대 1표로 해당 법안을 가결했다. 곧이어 상원도 이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찬성 몰표였다. 하원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의원은 루이지애나 출신의 극우 성향 공화당 의원 클레이 히긴스였다.트럼프는 여론을 의식해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이미 밝혔다. 트럼프가 서명하면 법안은 곧바로 발효되고, 법무부는 30일 안에 이번 사건과 관련된 미공개 기록·수사 자료·이메일 등을 피해자 신원 보호 기준에 따라 가공한 뒤 일반에 공개해야 한다.이번 상·하원 표결은 미국 의회의 전통, 미국 정치의 목적을 다시 확인시켜줬다는 평가다. 국민적 관심사에 대한 진실 규명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것이다.트럼프의 대표적 측근 마조리 테일러 그린 의원은 이날 본회의 연설에서 “이 문제는 연방정부와 의회가 국민을 얼마나 오랫동안 외면해 왔는지를 상징한다”면서 “이것이 바로 미국 국민이 워싱턴 정치에 질려 있는 이유”라고 일갈했다.한국 정치는 언제쯤 극단적 편가르기에서 벗어나 공공의 선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여의도 정치에 질려 있는 우리 국민들이 묻고 있다.
논설주간/이사
강윤경
논설위원/대기자
강병균
논설위원
김승일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김상훈의 포커스온] '서울 자가 김 부장'을 보며
요즘 화제작인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는 ‘중년판 미생’으로 불린다. 대기업 부장으로 일하며 승승장구했던 50대 직장인 김낙수(류승룡 분)가 승진에서 미끄러지고, 한직으로 좌천되는 등 위기를 겪은 뒤 진정한 자아를 발견한다는 내용이다. 직장 생활의 희로애락을 코믹하고 적나라하게 묘사해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드라마 속 승진 경쟁과 좌천, 사내 정치, 회식 문화, 희망퇴직 종용, 부동산 투자 실패 등을 보면 남의 얘기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의 내용 못지않게 눈길을 끈 것은 제목이다. ‘서울 자가’ ‘대기업 부장’은 한국 사회에서 성공한 이미지로 통한다. 극 중의 김낙수 역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부장’이라는 정체성으로 자신을 규정하고 자존감을 채운다. ‘서울 자가’를 소유한 드라마 속 김 부장은 그래도 행복한 편이다. 그가 첫 집을 장만하던 시절의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았을 것이다. 김 부장처럼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려면 이제는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4년가량을 꼬박 모아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2024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자가 가구의 ‘연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배수’(PIR·Price to Income Ratio)는 중간값 기준 13.9배였다. 서울 주택 가격 중간값인 8억 원과 평균 연 소득 5760만 원을 대입하면 나오는 수치다. PIR은 월급을 고스란히 모았을 때 집을 장만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뜻한다. 서울의 자가 가구 PIR은 2022년 15.2배에서 2023년 13.0배로 하락했지만, 지난해 증가로 돌아섰다. 권역별 PIR은 수도권이 8.7배로 2023년 8.5배보다 늘었다. 부산을 비롯한 광역시는 6.3배로 전년과 같았고, 도 지역은 2023년 3.7배에서 4.0배로 증가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전국의 자본이 ‘똘똘한 한 채’만 바라보며 서울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한강벨트 부동산으로 유입되면서, 수도권과 지방의 초양극화는 심화하고 있다. KB부동산의 월간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의 아파트 5분위 배율은 12.1을 기록했다. 가격 상위 20% 평균을 하위 20% 평균으로 나눈 값으로, 배율이 높을수록 상위와 하위 가격 격차가 크다. 하위 20%인 지방 아파트 12.1채를 팔아야 상위 20%인 서울의 고가 아파트 1채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2008년 12월 해당 통계 집계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였다고 한다. 서울의 고가 아파트가 연일 신고가를 쓰는 반면, 지방에서는 인구 유출과 집값 하락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수도권의 과열 양상과 지방의 공동화가 맞물리면서 지역 간 자산 격차는 더 벌어지는 것이다.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는 수도권 주택 가격만 끌어올려 지역 간 주택 경기 양극화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8월 ‘세컨드 홈’ 적용 지역을 기존 ‘인구감소지역’에서 ‘인구감소관심지역’까지 확대했다. 강원 강릉·동해·속초·인제, 전북 익산, 경북 경주·김천, 경남 사천·통영 등 9곳이 추가로 ‘세컨드 홈’ 특례를 받게 됐다. 하지만 주택 가격 상승을 우려로 광역시는 제외했다.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를 완화하는 강력한 ‘세컨드 홈’ 정책을 광역시 등 비수도권 전반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 집을 사는 사람들에게 규제가 아니라 혜택을 오히려 늘리는 게 마땅하다. 수도권과 차별화된 지방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지방 부동산 침체 외에도 우려스러운 것은 청년층의 주거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월급을 수십 년 모아도 10억 원이 넘는 수도권 아파트 한 채를 사기 어렵다. 고금리, 정체된 임금, 불안한 고용과 치솟는 집값 사이에서 이들의 내 집 마련 꿈은 요원해지고 있다. 정부가 청년 중심의 주거정책 대전환을 통해서 주거 사다리를 제공해야 한다. 청년 가구의 주거 실태와 생애주기별 주거 요구를 면밀히 파악하고, 실수요자에 대한 맞춤형 정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전세자금 보증 확대, 청년형 공공임대주택의 지역별 공급 확대 등 생활 기반 실질적 지원이 요구된다. 또 소득이 높은 청년들은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해 주택 구매 기회를 확대하고, 저소득 청년들에게는 지분적립형 주택을 공급해 자산 형성 기회를 늘려줘야 한다. 지금 한국은 부모의 경제력이 자식의 인생을 결정짓는 부동산 세습 사회 조짐도 보인다. 청년의 노력만으로 계층 이동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다. 청년의 주거 이전과 자산 형성이 가능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청년 주거 사다리가 무너지면 자산 격차와 삶의 불안으로 이어진다. 집 한 채가 인생을 갈라놓아서는 안 될 일이다.
[정훈의 생각의 빛] 지역문화가 우리에게 건네는 선물
서울에서 온 한 떼의 ‘글쟁이’들을 데리고 대청로를 돌아 나올 때, 나는 잠시 멈춰 서서 이 거리가 지니는 근현대사적인 의미를 잠시 설명한 적이 있다. 더러 놀란 눈으로 연신 감탄사를 내뱉는 이도 있었으며, 멀뚱거리면서 자신에게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설명을 흘려듣는 이도 있었던 것 같다. ‘대청로’는 초량왜관 시절 지금의 부산 중구 대청동 광일초등학교 자리에 있었던 ‘연향대청’을 본떠 만든 도로명이다. 그러니까 17세기 조선의 역사가 오롯이 지명으로 남아 비록 어두운 시대였을망정 우리에게 지나간 시간의 바퀴가 남긴 흔적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이 마치 상징기호처럼 남은 것이다. 지난 10월 18일 민주공원에서 진행된 제1회 부마항쟁문학제 본행사를 복기한다. 그날 심포지엄 진행을 맡으면서 민주공원이 들어선 부산 중구의 상징성과 1979년 10월 부마항쟁 당시 대청로와 광복로를 가득 메웠던 학생과 시민들의 외침을 잠깐 언급하였다. 멀리 광주에서 온 발제자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에 가려 부마항쟁의 의미가 과소평가된 면이 없지 않지만, 여러모로 살펴보더라도 부마항쟁이 지니는 중대한 가치와 의미를 찾고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하였다. 국가 기념일을 비롯한 유산 지정이나 등재와 관련한 논의가 끊이지 않는 까닭은, 과거의 사건이나 행적을 포함한 장소가 우리에게 주는 뜻과 메시지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가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방향으로 삶의 윤택함과 문화적 향유를 누릴지 가리키는 일종의 ‘숨은 나침반’의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이 국가유산청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여간 반갑지 않다. ‘우선등재목록’은 잠정목록 중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보호·관리 계획 등을 충족하는 유산이며, 앞으로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위한 공식 절차인 예비평가 대상으로 신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에 선정된 피란수도 부산 유산에는 부산항 제1부두와 임시중앙청(부산임시수도정부청사) 등 기존의 9개 구성요소 외 영도다리와 복병산배수지를 새롭게 추가하여 등재 기준과 서술을 보완해 전체적인 완성도를 개선한 점이 특징이다. 일제강점기에서 한국전쟁기까지 걸쳐 있는 이들 유산은 비단 스펙터클하면서도 부산했던 당시의 역사적 풍경을 보존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인류 보편적인 가치와 지향점, 그리고 자신이 속한 집단과 공동체가 이방(異邦)의 관계에서 빚게 되는 복잡하고 다양한 교류 과정에서 생겨나는 유·무형의 자산을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의미도 중요한 작용을 한다. 정치나 경제처럼 사회를 지탱하고 유지·발전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도 중요하지만, 문화는 구성원들의 단기적이고 지엽적인 경제 논리를 넘어 사회를 오랫동안 풍요롭게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버팀목이자 인간 생태계의 병풍이다. 문화의 이런 기능이 구성원의 풍속뿐만 아니라 삶의 품격과 질을 높이는 바탕이 된다는 사실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누구나 수긍할 것이다. 그리고 문화가 인간에게 영향을 주면서 자아내는 무늬가 한 나라의 역사적 전통의 토대를 더욱 살찌우고 굳건하게 하는 문명의 요소라는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아날학파의 2세대를 대표하는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이 제시한 역사의 세 가지 층위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장기지속의 역사였다. 나머지는 사건사(事件史)와 중기지속 혹은 국면사다. 장기지속의 역사는 수 세기에 걸쳐 지속되는 지리적 조건, 기후, 생태계, 그리고 인간의 기본적인 삶의 양식을 말한다. 브로델에 따르면 이것이 역사의 가장 깊은 층위이며 인간 활동의 근본적인 제약과 가능성을 결정한다. 장기지속의 역사에서 어느 나라든 보편적인 요소로 영향을 주는 것이 문화다. 문화 역시 인간 활동의 기본 양식을 제어하고, 전망하고, 꽃피우는 삶의 결정적인 성분임을 잊지 않아야 하겠다. 이는 최근 이기대 예술공원 사업의 일부인 ‘옛돌스트리트’ 조성과 관련된 논란에도 일정한 해답을 준다. ‘이기대 예술공원’ 사업 중 하나인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 들어서는 옛돌스트리트는 옛돌문화재단이 일제강점기에 약탈당했거나 팔려나간 조선시대 석조 유물 등 65점을 부산시가 기증받으면서 이루어졌다. 어두운 미관과 이미지 때문에 인근 주민 일부의 반발로 잠시 중단된 상태로 있다. ‘지역 이기주의’의 발로는 아니겠지만 일부 주민의 비판을 겸허히 듣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지역문화의 융성을 위한 공원 조성에 부산시와 시민들이 절실한 마음과 뜻을 모아야 할 때다. 이런 실천이 피란수도 부산 유산의 우선등재목록 선정 및 민주주의 성지로서 부산과 함께 복합적이고 다채로운 지역문화 발전과 성장으로 우리에게 결국 선물로 되돌아올 것이다.
리카르도 보필의 공동주택 '라 무랄라 로하' [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
스페인 동부 지중해 연안, 알리칸테주 칼페(Calpe)의 해안가 절벽 위 짙은 분홍색의 추상적 조형물. 멀리서 보면 고대의 성채 같고, 가까이서 보면 다소 비현실적인 영화 속 세트장을 닮았다. 20세기 포스트모던을 대표하는 스페인 건축가 리카르도 보필(Ricardo Bofill)이 1970년대에 설계한 ‘라 무랄라 로하’(La Muralla Roja), 직역하면 ‘붉은 벽’이라는 뜻의 공동주택이다. 라 무랄라 로하는 보필이 젊은 시절부터 탐구 해온 ‘기하학적 질서’와 ‘유토피아적 공동체’라는 두 방향성이 하나로 결합한 사례다. 무엇보다도 그는 북아프리카 지역의 전통 건축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는데, 좁은 골목과 계단, 테라스가 복잡하게 얽힌 카스바(Kasbah)의 조직 방식에서 공동체의 단서를 읽어냈다. 보필은 이 평면적 조직을 입체적 퍼즐처럼 재구성해, 서로 교차하는 계단과 통로, 갑자기 열리는 테라스가 이어지는 미로와도 같은 공간을 만들어냈다. 이런 구성은 사용자를 끊임없이 이동하게 하고, 시선과 빛을 방향에 따라 다르게 경험하게 하며, 마치 건물 자체가 탐험 대상이 되도록 만들었다. 그렇지만 건물의 가장 인상적인 특징은 단연 색채다. 외벽을 감싸는 강렬한 적색과 내부로 들어갈수록 점차 파랑과 보라색으로 변화하는 팔레트는 주변 풍경과 대조를 이루면서도, 지중해의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보필은 색채를 장식 이상의 환경적 장치로 사용했다. 동선의 변화에 따라 색이 달라지면서 사용자는 방향 감각을 조정하고, 동시에 심리적 리듬을 느낀다. 절벽 위 햇빛의 각도에 따라 색은 시시각각 달라지고, 그림자는 벽의 단면을 다시 조각해낸다. ‘오징어 게임’의 이색적인 세트장이 이 공동주택을 모티브로 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인상적인 외형에 따른 화제성에 앞서 건축가는 당시 스페인에서 증가하던 휴양지 개발의 소비적 패턴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획일화된 아파트와 리조트가 해안선을 차지 해가는 흐름 속에서 그는 지역성을 건축적으로 재해석하고자 했다. 그래서 라 무랄라 로하는 기능적으로는 50여 세대가 사는 공동주택이지만, 동시에 주변 개발과 다른 문법을 보여주는 실험 공간이었다. 즉, 그는 단순히 눈에 띄는 건물을 만들려 한 것이 아니라, 공동생활의 구조와 인간의 이동 방식, 주거의 상징성까지 질문하려 했던 것이다.
[데스크 칼럼] 외국인이 '살아가는' 부산은?
부산에서 외국인 커뮤니티를 취재하면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여행객’으로서의 부산이 아니라 ‘사는 사람’으로서의 부산은 훨씬 복잡하다는 점이다. 관광객에게는 화려하고 편안한 도시가, 정주 외국인에게는 하루하루를 스스로 해석해야 하는 도시가 된다. 어디에서 살아야 하고,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각자가 직접 찾아야 한다. 길을 찾는 문제를 넘어, 삶의 규칙을 해독해야 하는 도시인 것이다.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연내 300만 명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될 만큼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외국인이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장벽은 주거 문제다. 방을 보러 갔다가 이유 없이 거절당하기도 하고, 계약 조건을 제대로 안내받지 못하거나, 아예 계약을 위한 접근조차 되지 않는 주거지도 있다. 어렵게 집을 구한 뒤에는 행정 용어의 낯섦, 일상 정보의 부족, 의료·금융 서비스 접근의 어려움, 지역사회와의 연결 부재 같은 문제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살아간다’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문턱을 넘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정주 여건을 바꿔내는 새로운 흐름이 부산에서 등장했다. 그 주체는 행정도 제도도 아닌, 스스로 만들어진 민간 커뮤니티들이다. 그중에서도 다가치(DAGACHI)의 성장 속도와 확장 규모는 단연 눈에 띈다. 다가치는 16개 언어 AI 자동 번역 기반의 생활 정보 플랫폼으로, 전국 20여 곳의 오프라인 센터와 일본·베트남·인도네시아 등 해외 네트워크까지 운영하는 대규모 정주 지원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병원·학교·지자체·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등 수많은 기관과 협약을 맺고, 법률·노무·행정 전문가가 상주해 실시간으로 상담을 제공한다. 운영진은 외국인 축제, 대학 행사, 체육대회 현장을 찾아다니며 오프라인 접점을 넓혀간다. 다가치 앱에서 가장 활발한 게시판은 ‘주거’와 ‘일자리’다. 정주 과정에서 가장 먼저 막히는 지점이자, 외국인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 안에서 오가는 조언과 경험은 단순 번역 서비스나 기술로는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다. 외국인의 어려움이 언어 이전에 ‘관계의 부재’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다가치는 지금 이 도시에서 외국인이 처음 손을 내밀 수 있는 ‘생활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부산을 ‘사는 도시’로 느끼게 하는 또 다른 힘은 HIBA(Hidden Busan Adventures for Foreigners) 같은 생활 커뮤니티에서 나온다. 이들은 매달 셋째 주 토요일이면 부산의 산과 바다를 함께 걸으며 도시를 몸으로 익힌다. 오륙도~이기대 해안길을 걸으며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고 감탄하고, 송정에서 서핑과 플로깅을 즐기며 서로의 일상이 겹친다. 그렇게 함께 보내는 시간은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이 도시와 사람에 대한 이해를 천천히 넓혀준다. 외교관, 연구자, 유학생, 영어 교사, 주재원 등 서로 다른 배경의 이들이 모여 친구가 되고, 생활 정보를 나누고,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과정은 정주가 곧 관계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개인이 운영하는 커뮤니티인데도, 불과 반년 만에 150명 규모로 커진 이 모임은 단순한 취미 공동체가 아니라 외국인이 지역사회로 스며드는 하나의 경로가 됐다. 정주 외국인은 부산의 ‘미래 인구’이기도 하다. 인구 감소와 인재 유출을 먼저 체감한 도시에서 새로운 시민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다. 관광객은 떠나지만, 정주 외국인은 일하고 세금을 내고 관계를 만들며 도시의 일원이 된다. 그들을 어떻게 맞이하느냐가 부산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부산이 지금 외국인을 대하는 방식은, 이 도시가 미래 세대와 새로운 시민을 어떻게 맞이할지 비춰주는 거울이다.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데 반드시 거창한 정책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선 필요한 것은 ‘정주 외국인을 이 도시의 시민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그 시선이 자리 잡는 순간 행정은 다언어 안내를 넓히고, 지역사회는 편견의 문턱을 낮춘다. 학교와 기업 역시 외국인을 소비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 도시에서 외국인은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는가?” 부산이 관광객의 도시에서 함께 사는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선 결국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외국인이 살아가기 편한 도시는 결국 누구에게나 편안한 도시다. 그래서 이 질문은 부산의 미래 경쟁력을 향한 질문이기도 하다.
[중앙로365] 수도권 집중 해소 못 하면 집값 못 잡는다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면 집값이 오른다고 하지만, 최근의 집값 상승은 문재인 정부 때와 다른 구석이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전국의 집값이 올랐다. 부동산R114에 의하면 2017년 6.41%였던 연간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2018년 11.77%. 2019년 5.70%를 기록하더니 2020년 20.48%, 2021년 19.59%로 치솟았다. 문재인 정부 5년 누적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111%, 수도권은 98%, 전국은 81%였다. 문재인 정부에서의 전국적인 집값 폭등은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장기간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한 데다, 팬데믹으로 각국이 재정 지출을 늘리면서 시중에 유동성 자금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 돈이 자산시장으로 몰리며 전국의 집값을 끌어올렸다. 시장의 불신도 한몫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당장 정부 관계자들부터가 그 말을 믿지 않은 듯했다. “다주택 참모는 한 채만 남기고 처분하라”는 지침에 청와대 참모들은 줄줄이 직을 내려놓았다. “직(職) 대신 집을 택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도 자기 지역구에 있는 비수도권 아파트를 내놓고 서울 강남 아파트를 사수하려다가 빈축을 샀다. 재개발 지역 상가를 매입하고 갭투자에 뛰어드는 정부 고위직들의 행태는 국민에게 ‘부동산 불패’라는 확실한 믿음을 주었다. 5년간 총 28차례의 부동산 정책이 제시되었지만, 정책이 나올 때마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집값이 올랐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또다시 부동산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그 양상은 문재인 정부 때와 사뭇 다르다. 전국 집값이 들썩거렸던 문재인 정부 때와 달리, 최근 집값 상승은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으로 대표되는 한강벨트에 집중돼 있다. 서울에서도 비인기 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심지어 몇몇 광역시는 끊임없는 부동산 가격 하락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요즘 나오는 집값 논란은 결국 서울 일부 지역에 국한된 이야기인 셈이다. 인구 구조상으로만 보면 집값은 예전처럼 오르기 어렵다.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가격이 오른 뒤 다음 세대가 그걸 대출 당겨서 받아줘야 상승 추세가 유지된다. 인구가 계속 증가하던 시절엔 이런 메커니즘이 성립했다. 그런데 이제 인구의 방향이 바뀌었다. 우리나라 총인구는 2020년 정점(5183만 명)을 찍고 2021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물량을 받아줄 인구 집단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미 비수도권 지역은 빈집 문제가 가시화했다.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2023년 전국 빈집은 약 153만 채에 달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빈집 수가 25년 뒤 지금의 두 배를 넘어설 걸로 전망하고 있다. 빈집은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수도권에서 서울로 그 범위를 넓혀나가게 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지금까지 세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그중 지난 9월 7일 발표된 9·7 대책은 2030년까지 수도권에 주택 135만 호를 신규 착공하는 걸 핵심으로 한다. 이재명 정부뿐 아니라 거의 모든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카드를 꺼냈다. 주택 공급을 늘리는 건 세금이나 대출 규제보다는 효과적이다. 하지만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지언정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수도권으로 몰리는 수요를 분산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수요가 변치 않는다면 사람들은 원래 집을 팔고 서울 일부 지역으로 몰릴 것이다. 한쪽에선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다른 한쪽에선 빈집이 속출하는 양극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이유는 모두가 안다. 수도권에 가야만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허성무 의원(창원 성산구)에 따르면 2024년 수도권에 순유입된 20~39세 청년은 5만 5467명이었다. 수도권과 대전·세종을 제외한 나머지 광역권에선 6만 2445명의 청년 순유출이 있었다. 부산의 청년 순유출은 8550명, 경남은 1만 419명에 달했다. 주요 기업 상당수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보니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사람이 몰리니 집값이 뛰고 주거비 부담이 는다. 그걸 감당하지 못하면 직장과 먼 곳에서 출퇴근에만 하루 서너 시간을 써야 한다.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다. 다산 정약용도 자녀들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서울 밖으로 나가 살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끈질긴 수도권 집중의 역사를 끊어내지 않는다면, 제아무리 강력하게 부동산 대출을 규제하고 수도권에 주택 공급을 늘린다고 한들 부동산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수도권에 주택 몇만 호를 공급하느냐보다 중요한 건 서울 아파트 외에 대안이 얼마나 존재하느냐가 아닐까. 부동산 정책 결정권자들이 서울 아파트값 잡는 데에 지금 쓰고 있는 노력과 비용의 반이라도 지역 균형발전에 투입한다면, 집값 안정 효과는 더욱 분명하게 나타나리라고 본다.
[김필남의 영화세상] 액션을 넘어선 감정의 깊이
일본 애니메이션의 열기가 심상치 않다. 이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계보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또는 견고한 마니아층을 지닌 ‘명탐정 코난’ ‘짱구는 못말려’ 같은 한국인에게 익숙한 시리즈와는 결이 다르다. 몇 년 전부터 꾸준히 개봉하고 있는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극장판 주술회전: 회옥·옥절’로 이어지는 흥행 흐름은 과거의 작품들과는 다른 감수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특히 올해 하반기 개봉한 ‘귀멸의 칼날’과 ‘체인소 맨’은 한국에서만 각각 560만 명과 3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들었다. 시리즈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만큼 어느 정도 서사를 알고 있어야 영화의 내용을 따라갈 수 있는데도 이런 성과가 나왔다는 건 놀랍다. 이는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의 미학과 정서에 익숙해진 10대, 20대의 감수성이 극장 경험으로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된 결과로 읽을 수 있다. 주목할 것은 과거 개봉작들이 주로 가족 서사나 판타지적 유희를 중심에 두었다면, 최근 작품들은 잔혹한 현실과 윤리적 긴장, 그리고 ‘생존’이라는 근원적 질문을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원작자인 후지모토 타츠키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스크린으로 확장한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은 복잡한 설정과 보편적인 감정 사이의 균형을 포착하며 완성도를 보여준다. 애니메이션은 전기톱 악마 포치타와의 계약으로 체인소 맨이 된 소년 ‘덴지’ 앞에 신비로운 소녀 ‘레제’가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전 세계 누적 발행 부수 3000만 부를 돌파한 원작 중에서도 인기가 높았던 에피소드를 선택한 만큼, 만화의 감정선을 충실하게 옮겨오고 있다. 여기에 요시하라 타츠야 감독은 액션 디렉터 출신이라는 경력을 바탕으로 만화적 상상력을 리듬감 있는 전투 장면과 섬세하면서도 감각적인 화면 구성으로 영화적 깊이를 더한다. 이 작품이 던지는 핵심은 덴지의 ‘인간적인 마음’이 레제와의 관계 속에서 시험받는 순간들에 집중되어 있다. 덴지는 악마와의 계약으로 몸이 변했음에도 따뜻한 밥, 안정된 일상,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을 품은 인물이다. 레제는 그런 덴지에게 갑작스럽게 스며드는 존재로, 비 오는 날 전화박스 안에서 나누는 대화나 함께 도망을 꿈꾸는 짧은 순간들은 둘 사이에 로맨틱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러나 레제가 그 순수를 이용하려 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감정의 온기와 비극적 긴장은 극도로 고조된다. 파멸과 순수가 공존하는 이 로맨스는 덴지가 삶의 목표로 삼을 수도 있었던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레제에게 주어진 임무 때문에 결코 실현될 수 없는 미래였음이 드러난다. 결국 이들의 관계는 순수한 감정이 잔혹한 현실과 충돌할 때 어떤 선택이 남을 수 있는지 질문한다. 물론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요소는 파괴적이고 역동적인 액션이지만 이를 단순한 히어로물의 쾌감으로만 소비하기 어렵다. 치열한 싸움 이후의 선택, 레제를 바라보는 흔들리는 눈빛은 사랑하고 살아가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의 결말은 덴지가 절망 속에서도 인간적 감정을 내려놓지 않는다는 지점으로 도달한다. 이는 레제와의 이별을 통해 덴지가 성장했다는 서사가 아니라 상처를 지닌 채로도 타인을 향한 마음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로 이어진다. 즉 ‘체인소 맨’이 그리는 것은 영웅의 탄생이 아니다. 후지모토 타츠키 원작이 지닌 감정의 핵심을 요시하라 감독의 시선으로 다시 비춘, 현실의 잔혹함 속에서도 인간성의 마지막 조각을 지키려는 소년의 감정적 윤리이다. 그리고 이 감정의 윤리는 전기톱이 그어내는 폭주 액션과 폭탄이 터지는 전투 스펙터클이 더해질 때 오히려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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