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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전용열차

김정은 전용열차

북한 최고지도자가 해외로 향할 때 세상의 시선은 비행기가 아니라 기차에 먼저 쏠린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열차 이용사(史)는 3대에 걸쳐 이어져 왔다. 김일성 주석 시절부터 전용열차는 최고지도자의 주요 이동 수단이었고, 중국과 러시아 등을 방문할 때마다 국경을 넘나들었다. 하지만 열차 외교의 전성기를 이끈 인물은 단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었다. 2001년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당시 20여 일을 달려 모스크바까지 이동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2011년 사망 직전까지 여러 차례 중국을 방문할 때도 늘 기차였다. 이는 비행 공포증 때문이라는 해석이 뒤따랐고, 실제로 ‘비행기를 타지 않은 지도자’라는 꼬리표가 붙을 정도였다.‘태양호’로 불리는 전용열차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이르러 한층 현대화됐다. 2022년 조선중앙TV 기록영화에는 집무실 책상 위 노트북과 회의용 전화기는 물론이고 위성통신 장비까지 갖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난해 수해 현장 방문 때는 열차 문을 활짝 열고 연설하는 모습이 공개됐는데, 그 뒤편에 최신형 벤츠가 놓여 있어 열차 한 칸이 사실상 움직이는 차고임을 보여주었다. 열차 안에서는 당 정치국 회의도 열리고 외교·군사 보고도 이루어진다. 특히 김정은 전용 칸은 포탄이나 지뢰 공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차체 하부에 방탄판을 장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반 열차보다 무겁다 보니 빨라도 시속 50~60㎞ 정도밖에 달리지 못한다.김 위원장은 해외 순방에서도 이 열차를 주로 이용한다.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때는 60시간 넘는 긴 여정을 거쳐 베트남에 도착했고, 2023년 푸틴과의 만남 때도 왕복 9박 10일간 열차를 탔다. 김 위원장은 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 참석을 위해서도 이 열차를 선택했다. 집권 이후 다섯 차례 중국 방문 중 세 차례나 기차로 이동했다. 이번 목적지는 베이징 톈안먼 광장. 북중러 정상들이 탈냉전 이후 처음 한자리에 모일 가능성이 높아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북중러 정상이 나란히 있는 장면은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구도가 굳어지는 듯한 인상을 전 세계에 각인시킬지도 모른다. 김 위원장은 이번이 첫 다자 정상외교 무대이기도 하다.김 위원장에게 열차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그 안에서 그는 외교를 짜고 무대를 꾸미며 자신을 연출한다. 아버지가 두려움 속에 택했던 길을 아들은 마치 쇼윈도 삼아 과시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움직이는 요새’가 느릿느릿 굴러가자, 세계는 또 다시 그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정달식 논설위원 dosol@

부산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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