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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산 경제자유구역 확대, 해양물류 신산업 육성 거점 되길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은 세계 2위의 환적항이자 세계 7위의 컨테이너 물동량을 처리하는 부산 신항만을 중심으로 조성된 동북아 최고의 물류 중심지이다. 2003년 10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었고, 2004년 3월 부산시와 경상남도의 협의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이 개청했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은 동남권 핵심 인프라인 가덕신공항과 진해신항 개항을 중심으로 경제자유구역을 확대한다고 한다. 경자청은 지난 22일 ‘2040 발전계획 수립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개최해 개발·정주·투자·산업 등 4대 분야별 전략 실행 과제를 확정했다. 개청 이후 첫 장기 개발 계획을 마련해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와 산업구조 전환 대응에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 가덕신공항과 진해신항 개항을 경제자유구역 도약의 핵심 전환점으로 설정했다는 점이 발전계획에서 가장 눈에 띈다. 2040년까지 항만·공항·배후단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트라이포트 기반’ 복합물류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가덕신공항과 진해신항 배후지역을 중심으로 경제자유구역 확대를 추진한다. 항만물류 수요 증가와 산업 집적 여건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김해, 거제 등 인근 주요 산업·물류 거점과의 연계 방안도 모색한다. 항만과 공항을 연계한 첨단 교통·물류시스템 구축, 컨테이너 전용차선 운영 등 과제를 차질 없이 이뤄내야 한다. 속도와 효율을 끌어올려 국가 물류 경제의 성장엔진이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커피와 항만, AI(인공지능) 등 부산항의 전략 산업으로 지정된 분야를 고도화하기 위해 투자와 개발에도 나선다고 한다. 경자청은 지난해 커피콩, 콜드체인 부품, 수소에너지, 선박용 기계부품, 로봇부속품을 전략 산업으로 선정한 바 있다. 경제자유구역의 산업 분야에서 중요한 것은 AI와 결합한 제조·물류 산업의 고부가가치 전환이다. 제조 AI 산업 생태계 조성과 항만물류 AI·로봇 연구 기능 강화, 스마트 물류 고도화를 통해 해양물류 신산업 육성의 거점이 되어야 한다. 항만물류자동화 미니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경제자유구역은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의 경제 활동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특별경제구역이다. 투자 유치를 위해 인허가 원스톱 지원은 물론 기업의 투자, 정착, 성장을 잇는 전주기 지원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은 항만물류를 거점으로 첨단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글로벌 비즈니스·물류 허브로 나아가야 한다. 주거·교통·교육·문화·의료 등 인프라도 대대적으로 확충해 ‘일하고, 살고, 머무르고 싶은 공간’이 되어야 한다. ‘해양 수도 부산’ 시대를 맞아 부산항의 경쟁력을 높이고, 동남권과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 신성장 축으로 도약해야 할 것이다.
[사설] '언론 입틀막' 정보통신망법 개정 대통령 거부권 행사해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언론계와 시민단체는 물론 국민의힘과 진보당 등은 이재명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허위조작정보근절법’으로 명명한 이 법은 언론, 유튜버 등이 불법·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한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이 법은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 국민의 눈과 귀, 입 역할을 하는 언론 ‘입틀막법’이라는 말까지 나온 상황이다.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면 민주주의는 큰 위기를 맞는다. 이 대통령의 합리적인 판단이 절실하다. 가짜 뉴스 등 허위조작정보의 폐해는 현재 심각한 수준이다. AI 활용이 일반화되면서 허위조작정보는 한층 정교해지고 있다. 이런 부작용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피해 확산을 방지하는 강력한 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한 언론과 유튜버 등에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크다.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판단 기준 등도 모호한 상황이다.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우려해 언론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입법 취지와 달리 언론에 재갈을 물릴 우려가 높은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헌법에 보장된 언론 자유의 본질을 훼손해선 안 된다. 그동안 시민단체 등은 여당에 이 법안에 대한 충분한 토의를 지속적으로 주문했지만 민주당은 일방적으로 입법을 밀어붙였다.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을 본회의 상정 직전에 다시 손질하면서 졸속 입법 논란도 확산됐다.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5개 언론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권력자들의 소송 남발로 인한 언론 자유 위축은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힘도 “민주당이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정치적 이해에 배치되는 취재 내용 공개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진보당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재의요구권 행사를 요청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런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도 언론은 기사 봉쇄나 시간 끌기를 목적으로 하는 거액의 소송, 악의적인 ‘댓글 폭탄’ 등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법까지 통과되면서 ‘언론 입틀막 소송’이 상시적으로 남발될 우려가 높아졌다. 이것은 언론 개혁이 아니라 개악에 불과하다. 언론 활동이 위축되면 우리 사회는 퇴행의 늪에 빠진다. 군사정권이 언론을 통제해 국민을 기만하던 그 시절의 암울함이 재현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이 대통령은 법 공표를 막아야 한다. 그 뒤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국회와 시민단체, 언론계 등이 머리를 맞대면 허위조작정보를 효율적으로 차단할 방안을 충분히 모색할 수 있다.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
[사설] 5극 3특·2차 공공기관 이전 치밀한 대응 전략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현재 수도권 일극주의와 지역 소멸이라는 큰 난제에 봉착했다. 경제 발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선택한 수도권 집중 전략은 국토 균형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정책을 추진한다. 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 등 5개 초광역권과 제주·강원·전북 3개 특별자치도 중심으로 경제·생활권을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2차 공공기관 이전도 병행한다. 국토 곳곳에 다양한 성장축을 만들어 미래 발전을 견인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허울뿐인 제2의 도시로 전락한 부산을 살릴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부산시의 치밀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부산시는 ‘5극 3특’ 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 조직 개편에 나선다. 부울경초광역경제동맹추진단을 본부 체제로 확대 개편하는 것이 골자다. 인력과 권한을 늘려 정부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 초광역 협력의 효율성과 실행력을 높이겠다고 한다. 시는 또 2차 공공기관 이전에 대비해 최근 미래혁신부시장과 도시혁신균형실장을 각각 단장·부단장으로 하는 ‘공공기관 이전추진단 전담 조직’(TF)을 구성했다. 다소 뒤늦은 감은 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중차대한 정부 정책과 관련, 조금의 후회도 남지 않도록 시가 최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 시의 역량에 부산 미래가 달렸다는 점을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특히 부산은 다른 광역지방자치단체와 입장이 다르다.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전국을 아우르는 성장 정책 추진이 당연하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수도권 일극주의의 뿌리 깊은 부작용을 일거에 치유하기 위해서는 ‘5극 3특’과 2차 공공기관 이전 과정에 ‘선택과 집중’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는 제2의 도시이자 수도권과 견줄 수 있는 성장 인프라를 갖춘 부산 등 동남권을 제2의 성장축으로 삼아야 한다. 시는 정부를 상대로 이런 점을 강하게 피력하는 등 정책 설계 단계부터 당당한 동반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다른 광역지자체를 압도하는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시의 절박한 각오와 실천 의지가 절실하다. 2차 공공기관 이전 문제와 관련해 가장 시급한 것은 근거 자료를 확보해 기관 유치 논리를 개발하는 것이다. 특히 이전 기관 구성원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정주 여건 등에 대한 빈틈없는 준비도 필수다. 시는 현재 2차 이전을 통해 총 37곳의 공공기관을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해양강국을 견인할 해양수도이자 영화도시, 금융도시인 부산 정체성에 부합하면서도 미래 성장에 필요한 기관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유치 전략이 시급하다. 정부도 고른 배분에 방점을 찍은 1차 공공기관 이전이 반쪽 효과에 그쳤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은 시가 간절한 시민 열망에 부응할 시간이다.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기를 당부한다.
'님' 호칭
2023년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홈쇼핑은 당시 김재겸 대표가 새로 취임한 뒤 ‘통일호칭제도’라는 것을 전면 도입했다. 보고 문화와 업무 방식, 교육 등에 전반적인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해 대표이사를 포함한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호칭을 ‘님’으로 통일하자는 것이 제도의 골자였다. 직급과 직책을 부르던 호칭이 폐지되자 사내 시스템과 문서에서도 직급 표기들이 서서히 사라졌다. 도입 초기 어색해 하던 직원들이 꽤 있었으나 집중 활성화 기간을 거친 뒤 친밀감과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자체 평가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사내 호칭에서 직책이나 직급을 없애고 ‘님’과 같은 호칭으로 부르는 기업문화는 2000년대 들어 대기업과 IT기업 등을 중심으로 선구적으로 시행됐다. 때로는 ‘님’이라는 호칭도 생략하고 미국처럼 영어 이름이나 닉네임을 정해 더 편하게 부르는 실험을 해 보기도 했다. 해당 기업들은 한결같이 상명하복식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직급 대신 순수하게 성과 위주로 평가가 가능하다는 점 등을 장점으로 내세웠다.반면 일찌감치 이 같은 호칭 변경을 시도했다가 몇 년 만에 직책이나 직급을 표시한 명칭 사용으로 회귀한 기업들도 나왔다. 대표적인 곳이 IT기업의 맏형 격인 KT다. KT는 2010년께 팀장이나 실장, 본부장 같은 직급을 모두 ‘매니저’로 바꿔 부르는 방식을 도입했다가 2015년 직급 호칭을 부활시켰다. 호칭의 껍데기는 크게 바뀐 것 같았으나 실질적인 조직 내 소통 방식이나 위계 의식은 거의 변화가 없어서였다는 얘기들이 나돈다.KT 외에도 상당수 기업들이 직책·직급을 없앤 호칭을 도입했다가 철회한 것으로 알려진다. 호칭만 수평일 뿐 수직 문화는 그대로였다는 비판이 가장 큰 이유였다. 존대 표현이 뚜렷한 한국어를 쓰면서 모든 자리에서 ‘님’과 같은 호칭을 쓸 수 없었다는 푸념도 만만찮다. ‘매니저’ 같은 호칭은 외부 인사에게 별도로 직책과 직급을 설명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불편으로 꼽혔다.기업들의 이 같은 호칭 변경 시도 과정에서의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최근 과기정통부가 직급 호칭을 없애고 ‘님’으로 호칭을 통일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눈길을 끈다. 자체 게시판에서 불거진 각종 불만 해소책 차원에서 배경훈 장관이 자신을 부를 때도 ‘배경훈 님’으로 부르도록 하라고 먼저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위계에 따라 움직이는 공무원 사회에서 이 같은 시도가 어떻게 연착륙할 수 있을지에 벌써부터 큰 관심이 쏠린다.
논설주간/이사
강윤경
논설위원/대기자
강병균
논설위원
김승일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정달식의 일필일침] 폐교 하나쯤은 이런 공간 필요하다
“외로움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이나 건강에 해롭다.” 미국 연방정부 공중보건서비스단은 2023년 발표한 ‘외로움과 고립감이라는 유행병’ 보고서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같은 해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외로움을 긴급한 세계 보건 위협으로 규정하고 이를 전담할 위원회까지 출범시켰다. 영국은 2018년 세계 최초로 외로움 담당 장관을 임명해 국가 차원의 정책을 추진해 왔고, 일본도 코로나19 이후 고독과 고립 문제를 전담하는 장관직을 신설하며 관련 대책을 강화했다. 한국 역시 고독사 예방과 사회적 고립 해소를 위한 정책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외로움이나 고독은 이제 전 지구적 사회 리스크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데 이 문제의 한가운데에는 바로 노인이 있다. 노인과 외로움은 어쩌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물론 독일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얄팍한 행복 대신 단단한 외로움을 선택하라”고 말하며 외로움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외로움은 내면의 성장과 자기 성찰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 특히 노인에게 외로움은 철학적 성찰의 기회가 되기보다 삶의 무게를 더욱 가중시키는 현실적 고통으로 다가오곤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외로움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령대가 높을수록 외로움을 느끼는 비율이 증가했고, 특히 80세 이상 노인의 절반 이상이 외로움을 호소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노인의 외로움은 삶의 질 저하를 넘어 신체·정신 건강의 악화, 우울과 사회적 위축으로 이어진다. 최악의 경우 고독사라는 비극적 결말에 이르기도 한다. 이 문제는 부산에선 더욱 절박하게 다가온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전국 특·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노인들이 여가와 활동, 생산적 참여를 동시에 지원하는 공간도 충분하지 않다. 기존 노인복지시설은 대체로 닫힌 공간 안에서 상담이나 강의, 여가 프로그램에 집중돼 있어 생산적 활동이나 폭넓은 사회적 참여를 담아내는 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이 지점에서 눈여겨볼 자원이 바로 폐교다. 학령인구 감소로 현재 부산에는 50곳이 넘는 폐교가 존재한다. 앞으로 그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폐교는 매각 대상이거나 임시 활용 공간 정도로 취급돼 왔다. 그러나 시각을 달리하면 폐교는 고령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공공 자산으로 충분히 재탄생할 수 있다. 그래서 제안한다. 폐교를 노인을 품은 새로운 공간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폐교 활용의 가능성은 이미 검증된 바 있다. 부산 서구 암남동에 위치한 ‘알로이시오기지1968’은 폐교를 복합공간으로 재탄생시켜 지역의 대표적 명소가 됐다. 카페와 영상제작실, 상담·치료실, 공방, 침묵의 방, 도서관과 사랑방, 부엌, 수직농장, 달빛 옥상과 옥상 텃밭, 체육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춘 이 공간은 개관 4년 만에 10만 명이 넘는 초중고 학생들이 찾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성공 모델을 노인을 위한 공간으로 확장하는 일이다. 기존 노인복지시설이 상담과 강의, 여가 중심의 비교적 닫힌 공간에 머물러 있다면, 폐교는 교육·체험·생산·보건 기능이 한 공간에서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열린 공간이자 지역의 생활 거점으로 재구성하자는 제안이다. 예컨대 교정과 운동장 일부를 공동 경작지로 활용해 노인들이 직접 작물을 기르고 이를 폐교 내 장터에서 판매하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식사 공간과 명상 프로그램, 교양 강좌, 체육·취미 활동, 보건소, 약국 등 간단한 의료 서비스까지 더해진다면 폐교는 노인의 일상과 관계가 회복되는 생활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나아가 지역 주민을 위한 카페나 독서실, 소규모 영화관을 함께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졌던 교실과 운동장이 노인의 대화와 활동, 지역민의 문화로 다시 채워진다면 폐교는 방치된 건물이 아니라 사회를 회복시키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최근 전남 고흥에서 지역 노인을 활용해 지자체가 운영 중인 ‘고흥손맛반찬’ 사례는 시사점을 던진다. 어르신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고 배달하며 지역사회와 관계를 맺는 이 사업은 돌봄 등 그 어떤 지원보다도 생산적 활동이 노년을 가장 따뜻하게 지탱하는 복지임을 일깨워 준다. 외로움의 해법은 결국 관계와 활동이다. 폐교는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 될 수 있다. 폐교 활용은 노인 문제 해결을 넘어 도시의 구조적 난제에 답을 제시한다. 원도심 쇠퇴, 세대 단절, 공동체 해체라는 문제를 한꺼번에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이 ‘늙어가는 도시’를 넘어 ‘노인까지 품은 도시’로 나아갈 수 있을지는 폐교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폐교의 재탄생은 부산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 될 것이다.
[서상호의 오픈 스페이스] 예술의 3대 요소
“기쁘다 구주 오셨네.” 성탄절의 축복이 지나면서 일력이 며칠 남지 않은 을사년 끝자락이다. 불안한 시국 속에 해를 맞이했지만, 4월 4일 윤석열 탄핵을 기점으로 세상은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다. 아우토반처럼 달려온 시간이다. 최근 “국민께 보고드립니다”라는 슬로건으로 국민들은 대통령 정부 업무보고가 안방에서 생중계되는 장면을 맞이한다. 혹자는 넷플릭스보다 재밌다고 한다. 밥그릇 사정이 그렇다 보니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업무 보고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올해 초 1월 10일 문체부에서 2025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모두를 위한 문화, 세계를 잇는 문화강국’이라는 비전 아래, ‘민생경제 지원’ ‘지역균형발전’ ‘콘텐츠·관광·스포츠산업 육성’ ‘미래를 만들어가는 문화’ ‘K아트 글로벌 문화교류 확대’ 등 5대 핵심 과제를 발표했다. 그리고 며칠 전 업무보고 내용을 보면 K컬처와 예술인 복지에 대한 언급이 대부분이었다. 단연 목소리를 높이는 대목이 K컬처다. 대중문화는 민간의 성장 영역인데 정부 기관이 산업화 계획으로 목표치를 정한다. 대한민국의 브랜드 확장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국가의 역할은 상위 몇 퍼센트보다는 문화예술 생태계에 주목해야 한다. 그 일을 도맡아서 해야 할 문체부는 예술가들의 성역 없는 활동 터전 마련을 우선시해야 한다. 문체부는 ‘K컬처 300조 원 시대’를 선포하며 2026년도 예산을 7조 8555억 원으로 최종 확정했다. 올해 본예산 대비 7883억 원(11.2%)이 증가한 규모다. 국민 향유·관광 확대가 핵심이다. 예술 관람을 통한 향유 확대는 소비의 시선이다. 물론 문화산업의 발전을 위해 공연, 영화, 대중음악 등을 통해 문화복지를 증대하는 지점이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정부 기관의 정책 방향에는 동시대 실험 예술, 비주류 예술, 융복합 등 기초예술 지원에 관한 정책과 실천이 해가 갈수록 보이지 않는다. 지원 주체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광역 및 기초지자체, 문화재단 등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지원의 다변화가 시대의 유행처럼 행사성 사업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 예술(인)은 가난할까? 시장이 외면하는 영역, 당장의 성과가 나지 않는 창작, 실패할 권리를 허락해 주는 예술은 여전히 국가의 보호가 필요하다. 모두가 1등이 될 수는 없다. 1등도 탄탄한 생태계 내에서 나온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수상과 차트 성과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지역 간 문화 격차를 가중시킨다. 비수익 문화 영역, 창작 노동의 지속 가능성과 같은 문화정책의 핵심 과제를 처음부터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 것이다. 이로 인해 문화정책의 성과 기준은 제도 개선, 권리 보장, 접근성 확대와 같은 정책 본연의 목표가 아니라, 글로벌 수상 여부와 흥행 지표로 그 온도는 지역문화재단까지 스며든다. 그렇게 공공재의 투여가 성공이라는 신화를 쫓아가는 동안 예술가들은 도구로 활용되고 다시 그들은 창작 앞에서는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게 하는 것이다. 결과적 수치가 보이지 않지만 문화강국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창작활동에 전업으로 살아가는 예술가들의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안정적이지는 않더라도 최소한의 장치를! 최근 아일랜드 정부는 예술가 기본소득 프로그램을 영구 제도로 전환했다고 한다. 앞으로 예술가 2000명에게 조건 없이 매주 325유로(약 47만 원)를 지급하게 된다. 시범 사업으로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시행했었다. 기본소득을 받은 예술가들의 작품 생산량이 증가했고, 예술가들의 주당 창작 시간이 4시간 더 늘어났다. 여기에, 시범 사업을 영구적으로 정착시킬 경우 작품 생산량이 22% 증가한다는 연구 보고가 발표됐다. 부러울 따름이다. 바야흐로 2026년도 문예진흥기금 신청과 금년도 사업들을 정산하는 기간이다. 연말은 예술가들에게 무수한 서류 작업과 각종 영수증을 챙겨 증빙자료를 만드는 시간이다. 세모의 끝을 즐기거나 할 여유 따위는 없다. 해가 갈수록 지원사업 서류는 촘촘해지고 절차는 복잡해져 간다. 그래도 매번 반복되는 일들을 해야만 내년도 창작 여건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부산문화재단은 3번에 걸쳐 권역별로 차기 연도 지원 사업에 대한 안내와 공개 토론회를 가지며 예술가들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어느 현장의 중장년층의 목소리가 기억을 떠나지 않는다.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작업을 해 왔는데 지원을 안 해 주는지 모르겠다”라고 원로에 대한 예의가 없다는 성토를 하기도 한다. 간극은 현장에서도 멀게 느껴진다. 예술가란, 예술이란, 무엇이길래 이토록 쓰린 겨울을 마주해야 하는가. 예술의 힘은 그렇게 안 배웠고 세상을 바꾼다고 했는데 작금의 현실은 혹독하기만 하다. 시쳇말로 예술의 3대 요소가 지원, 교부 그리고 결산이란 말인가!
[조희창의 클래식 내비게이터] 2026년을 맞는 '뷰티풀 드림'
올해가 일주일도 채 안 남았다. 이제 제야의 종소리만 들으면 새해를 맞는다. 2026년에는 어떤 작곡가를 특별히 기념하게 될까? 미리 당겨서 알아본다. 우선 영국의 작곡가 존 다울랜드가 사망 400주년을 맞는다. 그가 쓴 ‘흘러라, 눈물이여’는 바로크 최고의 히트곡 중 하나였다. 1626년에 태어난 프랑스 작곡가 프랑수아 쿠프랭은 탄생 400주년이 된다. 베르사유 악파 클라브생 음악의 대가였다. 오페라 ‘마탄의 사수’로 유명한 칼 마리아 폰 베버는 사망 200주년이 되고, 미국 민요의 아버지로 불리는 스티븐 포스터는 탄생 200주년이 된다. 작곡가 마누엘 데 파야, 지휘자 브루노 발터, 첼리스트 파블로 카살스의 탄생 150주년이며, 현대 작곡가 죄르지 쿠르탁과 한스 베르너 헨체의 탄생 100년이기도 하다. 1676년엔 하인리히 비버의 미스테리 소나타가 잘츠부르크에서 출판되었다. 일명 ‘묵주 소나타’라고도 불리는 이 곡은 바로크 시대 변칙 조율의 정점을 보여주는 곡이다. 슈베르트의 현악4중주 ‘소녀와 죽음’은 1826년 빈에서 초연되었으니 올해로 초연 200주년이 된다. 베토벤 현악 4중주 13번 ‘대푸가’도 마찬가지다.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전곡을 초연한 지 150년이며,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가 초연 100주년을 맞는다. 이 정도로 정리하고, 그중에서 한 곡을 들어본다. 작곡가 스티븐 포스터(Stephen Collins Foster, 1826~1864)의 노래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여 거의 독학으로 악기와 작곡을 배웠다. 38세로 뉴욕에서 세상을 떠나면서 189개의 노래를 남겼다. 1848년에 ‘오, 수재너’를 작곡하면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이어 ‘스와니 강’ ‘켄터키 옛집’을 발표하면서 전성기를 맞이했다. 명곡 ‘금발의 제니’는 그즈음 결혼한 아내를 위해 쓴 곡이라고 한다. 그러나 포스터는 돈을 관리하는 능력이 형편없는 데다 술과 방랑벽까지 있어서 점점 가난에 쪼들리게 되었다. 결국 아내는 아이와 함께 떠났고, 포스터는 허름한 여인숙을 전전하다가 건강마저 나빠졌다. 1864년 1월 10일, 현기증으로 쓰러져 중상을 입은 채 실려온 그는 사흘 후에 세상을 떠났는데, 그때 주머니에 남아 있는 돈은 단돈 38센트였다고 한다. ‘뷰티풀 드리머’(Beautiful Dreamer)는 포스터가 쓰러지기 며칠 전에 작곡한 ‘백조의 노래’다. 우리나라에선 ‘꿈길에서’라는 제목으로 번안되어 불렸다. “아름다운 몽상가여 잠에서 깨어나요~”라는 가사처럼 그는 최고의 몽상가였다. 개인적으로 바리톤 토마스 햄슨의 음성을 좋아해서, 2016년 내한공연 때 부른 영상물로 소개한다.
[데스크 칼럼] 'Merry 해수mas'
살면서 꿈이 현실이 되는 경험, 몇 번이나 할 수 있을까. 7대 특·광역시 중 최고 수준의 초고령화율(24.5%), 특·광역시 중 최초의 소멸위험 단계(2024년 3월 기준 0.49) 진입. 온통 잿빛이던 부산 뉴스에 생기가 돌기 시작하는가 싶더니 밤이 가장 긴 동지 다음 날 해양수산부가 개청식을 열었다.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기에 좋은 날이었다. 중앙정부부처 중 홀로 부산에 터를 잡고 개청식을 여는데, 대통령실과 모든 국무위원이 출동해 힘을 싣는 모습을 온 시민과 국민이 지켜봤다. 올해 초 당시 이재명 후보가 해수부 부산 이전을 공약할 때만해도 많은 시민들은 “별 공약을 다 한다” “또 공약만 해놓고 안 지키겠지” 하는 반응이 다수였다. 2012년 대통령 선거때도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정부에서 분해된 해수부를 다시 복원시키고, 부산으로 옮기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해수부 복원에 만족해야 했다. 올해 이 후보 공약을 보면서 많은 이가 또 ‘빌 공(空)자 공약’ 이겠거니 한 것은 정치인에 대한 불신뿐 아니라 그 사이 우리나라 수도권 집중이 더 심화됐다는 현실 때문이기도 했을 터. 하지만 불과 6개월 만에 민간 건물 두 동을 빌려 800여 명의 사람과 청사 전체를 옮기는 실행력을 목도했을 때, 많은 시민은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한때는 없애도 문제없는 부처로 인식됐던, 이곳저곳 옮겨 다니기 바빴던, 조직 규모나 예산 면에서 전체 정부부처 중 아직도 막내 자리 언저리를 맴도는 해수부가 부산에 완전히 뿌리내리러 왔다. 서울, 포항, 영도, 세종을 거쳐 이제야 제자리를 잡은 해수부 표지석의 궤적이 어쩌면 해수부가 그동안 거쳐온 굴곡진 역사를 대변할지도 모르겠다. 해수부가 세월호 참사와 한진해운 파산을 겪으며 내상이 깊다는 사실을 많은 국민은 안다. 마침 내년은 한진해운 파산 10주년 되는 해이기도 하다. 기념할 일은 아니지만 기억은 꼭 해야 한다. 글로벌 물류망과의 연결을 책임지는 국가 해운산업의 공공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정부 결정으로 당시 선복량 세계 7위 국적선사는 공중분해됐다. 당시 세계 13위 수준이던 현대상선을 올해 8위 HMM으로 키우는 데 엄청난 공적자금이 들어갔다. 밤이 가장 긴 올해 동지까지가 그런 해수부였다 치자. 마침 내년은 부산항 개항 150주년이 되는 해다. 영욕의 세월을 뒤로하고 영예로운 미래 150년을 열어갈 첫해다. 지구온난화에 의한 북극 해빙은 북극해를 새로운 글로벌 물류 루트로 부상시키고 있다. 북반구에선 유럽~아시아, 유라시아 대륙~미주 대륙을 연결하는 가장 빠른 루트가 북극항로다. 북극항로 개척을 책임지는 해수부 역할이 막중하다. 연관 부처와의 협력은 물리적 거리가 떨어지더라도 범정부 국정과제 차원에서 잘 해나가리라 믿는다. 해수부 부산 시대의 의미는 바로 산업현장과의 소통 확대에 있다. 실제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맡을 해운선사와 해기사, 조선사와 기자재업체 등 산업현장과 인력이 몰려 있는 부울경에서 과거보다 훨씬 밀도 있는 소통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관건이다. 지역 일자리와 산업 육성에 목마른 지방자치단체들과의 협력도 마찬가지다. 해수부 홀로 고뇌에 찬 결단으로 북극항로 개척을, 해양산업 탈탄소·디지털 대전환(2DX)을 책임지라는 얘기가 아니다. 업계, 연구기관, 지자체, 정치권, 대학 등이 함께 해양수도권, 북극항로 경제권 구축에 동참하도록 거버넌스를 만들고 역할을 서로 나눠 수행하자는 것이다. 부산시를 비롯해 해수부를 맞이하는 부울경 각 주체들도 이전과는 다른 자세로 지역 해양 현안과 과제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그리 된다면 해수부는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위축될 것도 없다. 오히려 다른 부처 공무원들이 부러워할, 국내를 넘어 세계를 무대로 뛰는 글로벌 정부 기관이 될 수 있다. 부울경도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번영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마침 오늘 크리스마스다. 오늘부터 해수부와 해양수산가족 모두에게 즐거운 나날이 이어지기를 기원한다. 긴박한 일정에 부처 이전 격무에다, 가족과의 생이별을 묵묵히 감내한 해수부 직원들의 노고에 위로와 감사를 전한다. 내년 창립 30주년을 맞는 해수부가 다가올 새로운 30년과 그 이상의 시간을 잘 설계해 나가리라 믿는다. 현장과 시민이 바로 옆에서 든든히 받쳐줄 것이다. ‘Merry 해수mas’. 그리고 올해도 수고 많았던 해양수산가족, 부울경 시민 모두 행복을 누리는 새해 맞이하기를 기원한다.
[중앙로365] 환단고기와 가림토문자
대통령이 동북아역사재단 국정보고 자리에서 ‘환빠’라는 말을 소환하면서 동북아역사재단과 〈환단고기〉가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양자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우선 동북아역사재단은 고구려연구재단으로 출발한 국책 연구 기관이다. 중국이 고구려·발해의 역사를 자국의 지방정권의 역사라고 주장하자, 2003년 11월 고구려사 왜곡 대책위원회가 결성되었고, 이를 모태로 고구려연구재단이 2004년에 문을 열었다. 이처럼 동북아역사재단은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임나일본부설과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응하기 위해서 설립된 것이다. 중국은 자국의 영토 속에서 영위된 역사는 모두 자신들의 역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가 고구려의 영토가 광대했다고 강조할수록, 중국사에 편입되는 고구려의 영역 역시 확대되는 셈이다. 고구려의 유민들이 참여하여 세운 발해도 당연히 중국의 역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이 고구려사만 자국의 역사로 편입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 서북공정을 통해서 신장(新疆) 지역의 위구르족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기원전 60년에 전한이 서역도호부를 설치한 이래로 중국이 신장 지역을 관할해 왔다는 것이 중국의 주장이다. 위구르족은 종족적으로도 한족과 다르고, 독자적인 위구르문자를 만들어 썼으며, 종교적으로도 이슬람교를 믿고 있다. 그러나 그런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중국 영토에 살고 있는 사람은 모두 중화민족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는 2021년에 10억 톤 규모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하였고,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中 동북공정, 日 임나일본부설 왜곡 한국, 동북아역사재단 출범해 대응 한정된 연구 인력 힘겨운 활동 지속 식민사학 카르텔 매도 주장 안 될 말 표음문자 주장 〈환단고기〉는 위서 내부 공격·논란은 역량 분산할 뿐 서남공정은 역시 독립왕국이자 불교를 국교로 하고 독자적인 문자를 사용하는 티베트를 중국의 역사로 포섭하려는 작업이다. 학문적인 논의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베이징과 티베트를 연결하는 철도는 총길이가 4062㎞로 부산과 서울 거리의 10배에 달하고 4500m의 고산지대를 통과한다. 한족들의 이동을 자유롭게 함으로써 티베트의 정체성을 희석시키려는 게 근본 목적이다. 중국은 전방위적으로 주변의 역사를 자국의 역사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역사 문제에 대응할 목적으로 만든 동북아역사재단을 식민사학의 카르텔이라고 매도하는 일부 인사들이 있다. 그들은 백 가지 사안 가운데 한 가지만을 문제 삼거나, 아직 준비 단계에 있는 사안을 최종 결과물인 것처럼 주장하면서, 정부 부처나 국회에 압력을 가하고는 한다. 중국과 일본의 역사적인 공세에 대처하기에도 급급한 우리나라의 역사학자들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환단고기〉의 내용을 가지고 중국의 영토가 고대에 우리 영토라고 주장할수록, 역으로 고조선의 역사도 중국의 역사가 될 위험성이 크다. 동북공정은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 아래 수많은 학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추진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는 한정된 연구자들이 동분서주하면서 힘겹게 우리의 역사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식민사학 카르텔 운운하면서 동북아역사재단을 공격하는 일은, 우리들의 역량을 분산시킬 뿐이다. 그렇게 분명한 자료가 있고 자신감이 있다면 동북공정을 주장하는 중국 학자,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는 일본 학자들과 직접 싸우면 될 일이다. 〈환단고기〉가 위서라는 증거를 한 가지만 들어보자. 〈환단고기〉에서는 가림토문자가 기원전 2000년경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집트의 히에로그리프와 중국의 한자는 모두 상형문자 즉 뜻글자다. 뜻글자가 사용된 뒤 수천 년이 지나서야 표음문자가 등장한다. 그런데 가림토문자는 신기하게도 표음문자다. 모음은 훈민정음의 모음과 그 배열 순서만 다르고 기본 모음이 무려 11개다. 문자의 발달 순서에서 원래 자음이 먼저 만들어지고 모음은 뒤늦게 만들어진다. 모음의 독립은 문자 발달사에 대단히 중요한 비약이었다. 알파벳은 모음이 5개이고, 일본어는 5개, 몽골어도 7개의 기본 모음이 있을 뿐이다. 가림토문자가 존재했다면 왜 그 문자로 쓰인 자료는 단 한 점도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는가? 히에로그리프나 한자는 수많은 증거들이 지금도 발견되고 있다. 가림토문자가 문자의 최종 발전 단계라고 하는 표음문자 중에서도 음소문자에 해당하는데, 그 편리한 문자를 두고 왜 우리는 다시 한자를 썼을까? 세종은 독자적으로 훈민정음을 만든 게 아니고 가림토문자를 그대로 베꼈다고 해도 괜찮은가? 세종께서는 분명히 내가 새로 28자를 만들었고, ㄱ은 혀가 구부러진 모습을, 아래아(·)는 하늘을 본떴다고 창제의 원리까지 밝히셨다. 세종대왕이 표절한 사실조차 부인하는 파렴치한이란 말인가? 사회에 영향을 끼칠 만한 발언을 할 때는 최소한 해당 분야의 기초 지식이라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나라는 선진국이 되었는데 우리의 지식수준은 아직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 있는 듯하다.
[김경진의 기록으로 그림 읽기] 희망을 품고 나아가는 피노키오
지난여름 해운대 센텀을 지나다 커다란 조형물이 눈에 들어왔다. 짐 다인 작품인 ‘희망을 품고 나아가는 소년’이라는 제목이 붙은 공공조형물이었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 모습인데 얼굴은 약간 험상궂다. 이것을 떠올리게 된 것은 순전히 제목 때문이다. 흔한 표현으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는 시기라 지나간 많은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짐 다인은 미국에서 1935년 태어난 팝 아티스트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1958년 뉴욕으로 이주한 뒤로 청계천에 소라처럼 생긴 조형물을 설치한 클래스 올든버그(Claes Oldenburg), 백남준과 전위음악으로 활동했던 존 케이지 등 여러 예술가와 인연을 맺게 된다. 짐 다인은 이들과 당시 미국에서 주류였던 추상표현주의를 탈피하려는 시도로 ‘해프닝’을 발표하면서 알려진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부모가 철물점을 운영했던 영향인지 툴박스, 해머, 실내 가운, 신발과 같은 생활 속의 사물을 화면으로 끌어들였고 특히 하트는 그의 대표적인 소재가 되었다. 그렇지만 그는 일상 혹은 일반적인 관습이나 관념대로 사물과 사건을 이해하거나 해석하지 않는다. 대신에 지극히 개인적이고 자전적으로 해석하고 그것을 표현한다. 이런 그의 방식은 우리에게 친숙했던 사물을 이상하고 낯설게 만들어 오히려 더 주목하게 만드는 효과를 만들어 냈다. 하트는 전 세계 공통으로 따뜻한 이미지를 가진 기호이다. 하지만 그가 그리고, 제작한 수많은 작품에서는 그런 온기는 찾기 어렵다. 동서대 센텀캠퍼스 광장에 세워진 대형 조형물 피노키오에서도 짐 다인의 이런 독특한 예술 형식을 엿볼 수 있다. 동화 속 피노키오는 비록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지만 대개 어렸을 적 우리는 그 동화에서 기괴하거나 공포를 느끼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작품을 정면으로 마주하면, 피노키오 얼굴이 귀엽거나 친숙하기보다는 어딘지 어색하고 다가가기 힘든 인상을 받는다. 이 점이 바로 짐 다인의 예술 형식이다. 그러나 그건 짐 다인이 세상을 보는 방식이고 우리는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 위풍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힘차게 팔을 흔들며 발걸음 옮기는 피노키오를 보며 다가오는 새해를 꿈꾸는 것도 우리 권리이다. 앞에 어떤 일이 도사리고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다시 또 희망을 품고 살아야 할 존재이다. 비록 동화 속 주인공이지만 나에게 희망을 준다면 약간 험상궂은 얼굴로 표현되었어도 상관없다. 푸시킨의 시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을 가진 〈인생이 우리를 속일지라도〉라는 브래디 미카코의 책이 눈에 든다. 책꽂이에서 몇 년째 그대로인 이 책을 이번 주말에는 읽으려 한다. 또 속는 셈 치고 말이다.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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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콘 에반게리온 손절 선언 '다시는 소비 안 하겠다'
'나이 66세' 가수 하춘화, 남편 이인순과 자녀 없이 사는 사연
서장훈 오정연 이혼 사유… 오정연, 강타-우주안 저격 왜?
정진석 '김용현 빼고 국무위원 모두 계엄 만류'…신원식 '尹에 큰 실망'
이 대통령 이어 정청래도 ‘부산행’ 왜?
전재수와 사진 찍은 통일교 부산울산회장, 한일해저터널연구회 이사였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쿠팡 처벌'… 과징금·영업정지도 검토
전재수 변수에 보수진영 부산시장 후보 잰걸음
장동혁에 손 내민 한동훈… 친한계 '동지 되자는 의미'
체급 올린 부산 민주당 인사… 선거 앞두고 다시 부산행
‘당심 70%’ 국힘 출마자 긴장… 변화 언급 장동혁 촉각
칸막이 없는 벤치에서 평등하게 공간 향유하는 시민들 [벤치가 바꾼 세계 도시 풍경]
민주 '부산 탈환' 시동거나… '부산시장 선거 반드시 승리'
김정은, 韓핵잠 추진에 '국가안전 엄중 침해… 반드시 저지'
대통령실, '쿠팡 사태' 장관급 회의…특검, 쿠팡 수사 무마 의혹 정조준
부동산 온기 도는 부산, 동래구가 상승 견인
금감원 수시 검사에 BNK 부산은행장 선임 연기
소비자단체연합, 쿠팡·SKT 개인정보 유출 대규모 ‘손해배상 공동소송’ 돌입
[생활경제뉴스] 풀무원다논, 창립 10주년 기념 이벤트 실시 外
환율 상승에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도 상향 조정
“외식 대신 홈파티”… 집 안으로 들어온 연말 모임
“가을 맛보세요”… 호텔가는 지금 ‘미식의 대향연’
가성비 내세운 중국산 전기차, 거침없는 한국시장 공습
울산·경북·충남 분산특구 추가 지정…총 7곳으로 늘어
[영상] “후임 장관은 부산 인재 중에서” 대통령 언급에 하마평 무성
개인들 해외주식 팔고 국내 증시 투자하면 양도세 1년간 면제
HUG 사장 인선 본격화… 최인호 유력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2월 26일 금요일(음력 11월 7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2월 27일 토요일(음력 1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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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코리아’ 현빈 “작품 위해 14kg 증량”
현대음악 거장 안일웅 작곡가 별세
부산 최고(最古) 동인 ‘윤좌’와 ‘혁’을 아시나요
정명훈, 라 스칼라 이어 KBS교향악단까지… 클래식부산 예술감독 잘 수행할까?
'바다에 대한 감각·경험·상상… 치열하게 지우고 쓴 흔적 느껴'
[부산 전시] 이번 주에 뭐 볼까?[2025년 12월 15일~ ]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1월 3일 월요일(음력 9월 14일)
신카이 마코토 애니 실사 영화 ‘초속 5센티미터’, 내년 2월 25일 개봉
노란 옷 입은 메타세쿼이아 터널에서 가을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