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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산 지방선거 격전 예고… 지역 부활 경쟁 벌여야
부산 민심이 심상치가 않다. 최근 〈부산일보〉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6·3 지방선거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격전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부산시장 가상대결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다자·양자 구도 모두에서 국민의힘 박형준 시장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고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도 ‘야당 후보’보다 높았다. 정당 지지도 역시 민주당과 국힘이 차이가 없을 정도로 엇비슷했다.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하다고 평가돼 온 부산에서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는 점은 부산 시민들이 기존 정치 구도 전반에 대해 분명한 변화와 쇄신을 요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전 의원의 지지율이 양자·다자 대결 모두에서 박 시장을 앞섰다는 점이다. 특히 양자 대결에서는 전 의원이 43.8%를 기록해 박 시장(32.3%)과 10%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렸다. 해양수산부 장관 재직 시절 해수부 부산 시대 개막 등을 통해 인지도를 높였다고는 하지만,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결과다. 박 시장에 대한 직무수행 부정 평가가 과반을 넘은 데다, 대안 세력으로서 수권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국힘에 대한 실망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봐야 한다. 이런 흐름 앞에서 여야 모두 민심의 신호를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기초단체장 선거를 둘러싼 여론도 예사롭지 않다. 현역 구청장에 대해 ‘교체돼야 한다’는 응답이 41.6%로 ‘다시 선출’ 의견(39.1%)을 앞섰고, 중도층에서는 교체 요구가 52.9%로 절반을 넘겼다. 이는 부산 기초단체장 다수가 국힘 소속임을 고려하면 야당에 대한 분명한 경고라 할 수 있다. 국힘 소속 일부 단체장들의 사법 리스크와 각종 의혹 역시 민심 이반을 재촉했다. 다만 민주당 또한 ‘어게인 2018’을 외치면서도 부산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구체적 비전 제시는 여전히 부족하다. 시민들이 특정 후보나 정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지 않고 팽팽한 구도를 유지하는 이유다. 이는 시민들이 진영보다 성과와 책임을 보겠다는 뜻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 격차가 100만 명을 넘어선 현실은 지방소멸이 더 이상 경고가 아님을 보여준다. 광역 단위 행정 통합 역시 선택이 아닌 불가피한 과제가 됐다. 단기 처방이나 선언적 균형발전으로는 더 이상 대응할 수 없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일자리·교육·의료·주거를 아우르는 구조적 해법이 요구된다. 민주당은 정권 프리미엄에 기대기보다 부산형 성장 전략을 구체화해야 하고, 국힘은 수성 논리를 넘어 시정·구정 운영에 대한 성찰과 쇄신을 내놓아야 한다. 이제 5개월도 남지 않았다. 여론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변화와 혁신의 요구를 읽지 못한 정당이나 후보는 시민의 선택을 기대하기 어렵다.
[사설] 꺼지지 않는 이혜훈 의혹, 통합 취지마저 퇴색된다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국민의힘 출신 이혜훈 전 의원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지명했을 당시엔 진영을 넘나드는 통합 인사라는 평가와 지방선거를 의식한 선거 전략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런 상황에서 이 후보자가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에게 폭언과 갑질을 일삼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비난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거센 상황이다. 공개된 녹취록 속의 폭언은 해명이나 사과로 덮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설령 협치와 통합을 위한 발탁이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그 취지마저 퇴색됐다.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국회의원이던 2017년 본인의 이름이 언급된 언론 기사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턴 직원을 질책했다. 녹취록엔 해당 직원에게 “말 못 알아듣느냐” “너 아이큐가 한자리냐” “내가 정말 널 죽였으면 좋겠다” 등의 폭언을 하고 고성을 지르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직원은 사안이 발생한 후 보름 만에 의원실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이 후보자 측이 사과했지만 그의 폭언과 갑질은 용서받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일을 배우는 인턴 직원에게 심한 모멸감을 준 것은 인성마저 의심케 한다. 특히 가뜩이나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는 이 시대 청년들에게 갑질을 일삼는 인물은 장관 자격이 없다. 더욱이 이 후보자는 갑질뿐만 아니라 보좌진들에게 비판 댓글을 지우게 하고 상호 감시를 지시했다는 등의 의혹으로 경찰에 고발된 상태다. 배우자가 인천 영종도 인근 토지를 대규모 매입했다는 ‘부동산 투기 의혹’도 받고 있다. 국힘은 강도 높은 인사청문회를 예고했다. 국힘은 “간사 협의가 시작되면 이틀간 청문회를 진행하는 방안을 주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틀 청문회’는 이 후보자의 갑질이 큰 사회적 파장을 야기한 만큼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당초 야당 인물이라는 점을 들어 국힘 논리에 반박하는 등 여야 공방만 증폭되고 있다. 통합을 위한 발탁이 되레 통합을 저해하는 셈이다. 기획예산처 발족은 새판을 짜겠다는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따른 것이다. 이 자리에 이념 구분 없이 인재를 파격적으로 발탁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통합·실용 인사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만하다. 하지만 국가의 재정을 총괄하는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에겐 남다른 조정 능력이 요구된다. 특히 본인에게 하자가 없어야 하고 도덕적 완결성도 요구된다. 이런 점에서 이 후보자는 이미 기획예산처 장관 직무를 수행하는 데 부적합하다. 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더라도 정권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지명을 철회하거나 이 후보자 본인이 자신의 거취를 하루빨리 결정하길 촉구한다.
[사설] 개방성과 포용성, 글로벌 도시 부산의 미래 경쟁력이다
부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해양수도다. 부산은 이미 신석기시대부터 한반도를 대표하는 강력한 해양문화의 중심지였다. 동삼동패총 등을 남긴 부산의 신석기인들은 먼바다를 넘나들며 일본, 아시아권과 교류하는 등 선진 해양문화를 구축했다. 이들이 가진 개방성, 용광로처럼 뜨거웠던 포용성은 부산의 DNA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하지만 망국적인 수도권 일극주의 때문에 부산이 가진 고유한 특성은 무뎌지고 인구는 급감했다. 부산의 잠든 DNA를 하루빨리 깨워야 한다. 부산은 해양수산부 이전을 계기로 북극항로 거점 도시 등으로의 발돋움을 준비 중이다. 부산의 개방성과 포용성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정책 추진이 시급하다. 부산은 예부터 선진 문물이 유입되는 곳이었다. 조선 시대에도 왜관 등을 통해 개방성을 키운 것은 물론 한국전쟁 당시에도 참전국들의 다양한 글로벌 문화를 제일 먼저 받아들인 곳이었다. 피란수도 역할을 했던 부산은 1953년 종전 때까지의 수많은 피란민을 끌어안으며 공존과 개방의 문화를 활짝 꽃피웠다. 대한민국의 모든 문화는 부산에서 시작된다는 말까지 있었다. 전쟁 기간 동안 ‘피란민들을 위한 방 비워주기 운동’ 등을 전개해 낯선 이방인들을 뜨겁게 포용한 것도 부산이 가진 고유의 기질 덕분에 가능했다. 부산이 직면한 인구 감소와 청년 인구 유출, 저성장에 대한 해답도 그동안 잊힌 개방성과 포용성에서 찾아야 한다. 부산이 글로벌 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인구를 늘려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부산에 살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미래를 꿈꿀 수 있다. 하지만 부산의 인구는 이제 320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 15~39세 청년층 비율은 8대 특·광역시 중 꼴찌다. 이제는 등록인구뿐만 아니라 체류인구까지 아우른 생활인구를 확충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부산을 머물고 싶은 매력적인 도시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일보〉가 신년을 맞아 시작한 ‘부산은 열려 있다’ 기획은 무척 의미가 크다. 결국 ‘부산 사람’을 늘려야 부산이 살고 대한민국도 살아난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부산은 지금도 외국인 노동자와 유학생들이 선호하는 도시다. 지난해 사상 최초로 외국인 관광객 300만 명 시대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정주 정책 부재는 생활인구 증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이전, ‘5극 3특 균형 성장 전략’ 등을 추진하더라도 인구가 계속 줄면 부산은 한계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부산의 개방성을 극대화해 외국인 등을 대거 유치하는 전략이 절실하다. 북극항로 거점항구 부산에 걸맞은 스마트 포트 등 첨단 디지털 항만 조성, 수소 경제 플랫폼 도시 구축 등을 통해 세계로 열리는 부산을 만드는 방안도 필요하다. 2026년이 부산의 특성을 되살려 미래 주춧돌을 쌓는 원년이 되길 기대한다.
측근 리스크
이명박 정부 출범 전까지 잘 나가던 SLS그룹의 이 모 회장은 대선 기간 동안 이명박 캠프 지원에 적극적이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문체부 차관에 오르는 정부 실세 신 모 씨에게는 2002년부터 거액의 금품을 제공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회장은 신 씨에 대해 “호형호제 하는 사이”라고 주변에 얘기하곤 했다. 이명박 정권 실세의 측근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이 회장은 이명박 정부 검찰의 별건 수사로 인해 그룹이 붕괴되자 앙심을 품게 됐다. 당시 야당에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검찰이 착수한 비자금 조성 혐의 수사가 계기였다. 이 회장은 검찰 수사 이면에 신 씨 등 정권 실세의 개입이 있다고 생각하고 금품 제공 사실을 폭로하고 나섰다. 결국 이 폭로로 이명박 정권은 급속히 레임덕에 빠지고 말았다.경제계에서는 2007년 터진 삼성그룹 비자금 폭로 사건이 측근이 터트린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검사 출신으로 7년 동안 삼성그룹의 핵심으로 일했던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그룹의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오너 일가의 측근 인사였다. 그런 그가 삼성그룹이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를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검찰 등에 조직적인 로비를 벌였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초반엔 개인적인 불만이나 금전적 요구 불발 등을 들먹이며 앙심에 의한 폭로라고 주장했으나 결국 특검 수사로 불법이 드러나자 대국민 사과를 하기에 이른다. 김 변호사가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폭로한 것은 삼성그룹과의 관계가 틀어진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룹의 법무 관련 업무를 하면서 내려온 지시를 거부하자 그룹 내부에서 따돌림을 당하다시피 한 뒤 결국 퇴사했다고 주장했다.지난해 말에 이어 신년 벽두까지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민주당의 공천 헌금 관련 의혹도 김병기 의원의 측근이었던 보좌진이 폭로 출처인 것으로 보인다. 각종 녹취를 보도하는 매체들이 출처를 공개하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김 의원 스스로가 자신이 쫓아낸 보좌진들의 추태를 공개하고 나섰기에 보좌진들이 유력한 출처로 꼽힐 수밖에 없는 구도가 됐다.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측근은 가족 같은 존재일 수 있지만 사이가 틀어졌을 땐 치부를 낱낱이 알고 있는 가장 무서운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보좌진에 대한 갑질이 난무하는 여의도는 당분간 측근 리스크에 떨게 될 듯하다.
논설주간/이사
강윤경
논설위원/대기자
강병균
논설위원
김승일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편집국에서] 정치적 불쾌감에 얼룩진 한일해저터널
지난해는 ‘다사다난’이라는 상투적인 표현조차 버겁게 느껴질 만큼 격랑의 시간이었다. 정치판은 더욱 그랬다. 불법 계엄의 후유증과 어수선함으로 한 해를 시작해 1년 내내 대통령 탄핵 등으로 시끌벅적하더니, 연말에는 통일교 의혹이 다시 정국을 흔들었다. 연말에 만난 한 국회의원은 평소 즐겨 마시던 이른바 ‘보리콜라’조차 마시려니 눈치가 보여 손이 가질 않는다고 했다. 제조사가 통일교 산하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괜한 정치적 오해를 살까 두렵다는 것. 물론 농(弄)으로 한 말이었지만, 마냥 농으로만 웃어넘기기엔 이 시절이 하수상하다. 통일교로부터 부정한 정치자금을 받은 것도 아닌데(일단 다들 아니라고 주장하시니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해 그렇다고 치고), 그저 통일교 행사에 얼굴을 내민 것만으로도 뭇매를 맞는 세상이다. 그러니 통일교 기업이 만든 음료 사랑을 숨기는 것도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그렇게 ‘통일교’는 낙인이 됐고, 해가 바뀌었어도 그 ‘주홍글씨’는 여전히 선명하다. 그렇게 좋아하는 ‘보리콜라’를 양껏 마시지 못한다는 모 의원의 사정도 딱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공포가 개인의 기호를 넘어 지역의 백년대계까지 집어삼키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인의 입을 막은 그 음료처럼, 부산의 미래를 논할 때 더 이상 언급해서는 안 될 단어가 생겼다. 바로 통일교단이 그토록 원한다는 ‘한일해저터널’이다. 통일교가 이슈의 중심에 서기 전에도 한일해저터널은 ‘뜨거운 감자’였다. 부산과 규슈를 잇는 이 거대한 구상은 부산 선거판의 단골 소재였다. 그러나 지금은 ‘해저터널이 필요한가’라는 논의는 없고 ‘누가 해저터널 이야기를 꺼냈는가’라는 질문만 남았다. 그리고 그 질문은 곧 ‘누가 통일교와 연관되어 있는가’라는 사상 검증과 다르지 않다. 정치적 불쾌감이 정책적 판단을 압도해 버린 셈이다.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전제하자면, 나는 통일교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다만, 한일해저터널이 가진 잠재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수도권 일극 체제에서 부산이 살아남기 위해선 바다 건너 부산과 근접한 일본 규슈와 손잡고 새로운 경제권역을 창출해야 한다고 믿어 왔다. 이는 지난 20년간 ‘부산-후쿠오카 포럼’을 지켜온 두 도시의 학계·경제계 인사들의 공통된 견해이기도 하다. 물론 한일해저터널을 바라보는 그들의 입장은 제각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일해저터널은 부산과 규슈가 만들 새로운 경제권역의 혈맥을 잇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터널이 뚫리면 부산의 부품·조선기자재 산업은 일본이라는 거대 시장에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닿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기술직·서비스직·연구개발직 등의 일자리도 늘 것이다. 일본으로부터의 단기 부산 방문이 늘면서 의료, 뷰티 산업의 시장이 확대될 수도 있다. 반대 논리도 만만치 않다. 핵심은 ‘부산 패싱’이다. 일본의 자본과 사람이 부산을 건너뛰고 서울로 직행할 것이라는 우려다. 물류가 부산항을 거치지 않고 철도로 빠져나가고, 부산 시민들은 접근성이 좋아진 일본에서의 소비가 잦아지면서 부산 상권이 위축될 수도 있다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보자. ‘패싱’은 지금도 일어날 수 있다. 후쿠오카나 오사카에서 비행기를 타면 서울은 지척이다. 부산과 비교해 비행시간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서울행 항공편이 더 많아 오히려 부산보다 가깝게 느껴질 정도다. 해저터널 유무와 상관없이, 서울로 갈 사람은 이미 가고 있다. 그나마 육로(정확하게는 육로가 아니라 바다 밑길이지만)가 생기면 오히려 부산이 가깝게 느껴질 수 있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터널 그 자체가 아니라, 터널이 뚫렸을 때 ‘그저 스쳐 지나가는 정거장’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리의 패배주의다. 더욱 답답한 점은 대게 그것이 부산이 아닌 중앙의 목소리라는 점이다. 언제 연결될지도 모를 ‘유라시아 교통망의 종착지’라는 개념에 너무 연연할 필요도 없다. 대륙의 종착지 역시 그 이후로 뻗어나갈 수 없다면 그저 변방의 막다른 골목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종착지’가 아니라 ‘허브’가 되는 것이다. 과거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성과가 없지 않았냐,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황은 바뀌고 있다. 부산은 지금 북극항로의 기점을 꿈꾸고, ‘글로벌 허브 도시’를 지향한다. 그러면서 고작 해저터널 하나에 경쟁력을 잃을까 전전긍긍한다면, 이는 어불성설이다. 대한민국의 선박이 일본 화물까지 가득 싣고 북극을 지나려면, 오히려 해저터널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지 모른다. 그렇다고 이 글이 반드시 터널이 건설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어떤 식으로든 부산에는 반전이 필요하고, 혹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는 카드를 단순히 ‘누가 추진했느냐’라는 꼬리표 때문에 제대로 된 논의 없이 폐기해선 안 된다는 거다. ‘실사구시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비용과 경제적 기대 효과에 대해, 과거의 데이터가 아니라 변화한 현재와 미래의 비전에 맞춰 다시 계산기를 두드려야 한다.
[김진호의 금융포커스] 연임 논란, 다시 관치의 그림자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관행을 두고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직격한 이재명 대통령 발언 이후 금융권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금융지주에 대한 검사 착수와 함께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 설립을 예고했다. 다만 개편 방향이 자칫 정부 영향력 확대로 흐를 경우, 또 다른 ‘관치금융’ 논란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대통령의 문제 제기 자체를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회장들의 연임 시도와 성공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져 온 것도 사실이다. 현직 회장이 재임 중 선임한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가 다시 그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지배구조의 독립성과 투명성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의 지적은 필요했고, 오히려 늦은 감마저 있다. 문제는 방식이다. 정부는 개별 금융사 인사에는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고 있다. 사외이사 구성의 정합성을 높이고 최고경영자(CEO) 자격 기준을 마련하는 등 제도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공개 발언 직후 전개되는 상황을 보면 과거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이 곧바로 특정 금융지주를 겨냥한 고강도 검사에 나선 장면은, 예전처럼 노골적인 낙하산 인사는 아니더라도 지배구조에 대한 사실상의 압박으로 금융권이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사외이사 추천 과정에서 국민연금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구상까지 내놓으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대주주 지위를 활용한 주주권 행사라는 설명에도, 금융지주 인사에 정부가 직접 개입할 여지를 넓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관치 논란이 인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당정은 은행에 보이스피싱 피해금 배상을 요구한 데 이어 전세사기 피해보증금 부담까지 금융권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 새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을 위한 각종 출연금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 입장에서는 경영 판단보다 정책 부담이 앞서는 구조로 비칠 수밖에 없다. 금융산업이 공공성이 강한 게 사실이다. 주인이 분산돼 있는 구조상 책임 경영과 지배구조 투명성도 중요하다. 그러나 관치금융이 인사는 물론 경영 전반을 좌우하면, 금융사는 혁신과 소비자 보호보다 정책 눈치 보기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은 ‘누가 회장이 되느냐’가 아니라 ‘회장의 권한이 제대로 견제·통제되느냐’에 맞춰져야 한다. 특정 인사나 회사를 겨냥한 개입이 아니라, 제도가 일관되게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관치금융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제는 금융당국 스스로를 돌아볼 시점이다.
[오션 뷰] 변화하는 바다, 새로운 안전 기준 설계할 때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2월 일부 업종에 대해 38년 만에 선복량 상한제도를 폐지하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총허용어획량(TAC) 제도가 정착된 대형선망, 근해연승, 근해채낚기 업종이 그 대상이다. 어업 자원은 인풋(Input) 규제와 아웃풋(Output) 규제로 구분된다. 어선의 크기나 사용할 수 있는 어구를 제한하는 어획 노력 제한이 전자에 해당하며, TAC, 금어기, 금지 체장 등이 후자에 속한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인풋 규제가 중심이고 아웃풋 규제는 보조적 수단에 그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웃풋 규제의 이행과 감독을 위해서 규제자 입장에서 많은 노력과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한일, 한중 어업협정 체결 이전, 충분한 어장이 있거나 어업자원이 상대적으로 풍부하던 시절에는 이러한 규제 프레임이 어느 정도 작동되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수산자원의 급격한 변동,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어업 규제나 수산 보조금에 대한 국제 규제가 강화되는 요즘, 어업 규제의 재설계는 필수적이고 앞서 말한 선복량 상한제 폐지는 그 시작으로 판단된다. 어업 규제 재설계 논의 과정에서 핵심은 공유재인 어업 자원의 효율적 관리이겠으나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어업인의 안전이다. 우리나라는 연안 어선과 근해 어선을 총톤수 10톤을 경계로 구분하고 있고, 업종별로 상한선은 물론 개별 어선의 대체 건조 시 증톤을 제한하고 있다. 톤수는 일반 시민들께서 생각하듯이 무게 개념이 아니라 부피 개념인데 이것이 어업 현장에서는 많은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경쟁적인 조업 환경에서 어업인들은 더 빠르고 더 많은 어구와 어획물을 실을 수 있는 어선을 원한다. 어선의 톤수(부피)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어선은 길어지고 폭은 좁아지며 깊이는 낮아진다. 선원실 등 어선원의 복지 공간은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 증톤이 제한되고 일부는 오히려 톤수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십 년 된 어선이 그대로 운용된다. 여러 연구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의 어선은 흔히 어업 선진국이라 불리는 노르웨이 등 유럽 어선은 물론 비슷한 규제 환경을 가지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 어선에 비해서도 전장은 길고 깊이는 낮은 기형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안전 측면에서 이러한 현상이 무엇을 의미할까? 파도 등 외력에 의해 기울어진 선박이 원래의 평형 상태로 되돌아오는 복원성이 떨어지는 어선들이 양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는 수산자원의 변동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바다도 해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선박 출항 통제 기준이 되는 풍랑 특보 발효 건수의 경우 2015년 459건이던 것이 2024년 929건으로 2배 이상 증가하였다. 맑은 날씨에 갑자기 집채만한 파도가 들이닥치는 등 이상 기상 현상을 호소하는 현장 어업인들도 많아졌다. 현장의 변화는 서류상 통계 이상으로 크다. 정부도 물론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복원성 심사 대상 어선을 현재 선체 길이 24m 이상에서 12m 이상으로 확대하고 구명조끼 보급과 착용 의무화 대상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복원성 대상이 12m 이상까지 확대될 경우 대상 어선은 현재 약 1000척에서 1만 척 이상으로 10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대비 소형 어선에 적합한 과학적인 복원성 기준을 만드는 것과는 별개로 이러한 정책이 현장에 안착하고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 몇 가지 고려 사항이 있다. 첫째, 현재의 톤수 규제를 대폭 완화하거나 길이 기준으로 변경하는 등 근본적인 변화를 같이 고민해야 한다. 현 정부 정책을 TAC 확대를 전제로 한 선복량 상한 폐지 등으로 이해할 때, 어선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안 어선의 경우 적용 대상이 되기 어렵다. 새로운 복원성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공간은 톤수에서 제외하는 등 점진적인 규제 개선은 병행되어야 한다. 둘째, 어업 수익과 비용을 고려한 경제적인 선형이 제시돼야 한다. 낚시 어선의 고마력 기관 설치 경쟁에서 보듯이 TAC에 근거한 톤수 규제 완화 시 일부이겠지만 과잉 투자가 발생할 수 있다. 셋째, 전통적 감(感)에 의존한 어선 관리를 데이터에 입각한 과학적 관리로 전환할 수 있는 도구를 어업인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규제 완화와 새로운 어선이 제공되더라도 고령화와 어선원 부족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은 국내 유일의 어선 검사 대행 기관으로서, 거칠어진 바다와 줄어든 어업 자원 속에서 사투를 이어가는 어업인들의 생업을 지탱하는 것 또한 공단의 사명 중 하나이다. 현장과 정책을 이어가는 가교로서 공단은 변화된 바다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안전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그 역할을 다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공감] 파레시아, 내 안의 아이를 마주할 용기
인상 깊은 영화와 드라마를 반복해 감상하곤 한다. 영화 ‘굿 윌 헌팅’과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다시 볼 때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한 사람의 삶 전반에 얼마나 깊은 흔적을 남기는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과거의 상처로 마음의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윌’과 세상에 대한 냉소로 자신을 무장한 ‘지안’의 모습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다행히 그들 곁에는 얼어붙은 상처를 녹여 줄 심리학 교수 ‘숀’과, 삶의 무게를 말없이 함께 견뎌 줄 ‘나의 아저씨’가 있었다. 어린 시절의 상처와 결핍은 시간이 흐른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무의식 깊숙이 자리 잡은 채, 성인이 된 우리 삶을 끊임없이 흔든다. 사소한 일에도 감정이 요동치고, 별것 아닌 일에도 깊은 우울에 잠기는 이면에는 대개 돌보지 못한 ‘내면아이’가 있다. 지나치게 방어적인 태도, 인정받고 싶은 갈망으로 자신을 소진하는 행동, 타인에게 과도하게 의존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회피하는 모습 역시, 어쩌면 돌보지 못한 내면아이가 보내는 신호일지 모른다. 프로이트는 “한때 우리 자신이었던 어린아이는 일생 동안 우리 내면에서 살아 있다”고 말했다. 이 아이를 내버려두고 산다는 것은, 길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어린 시절의 나를 외면하고 유기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아이를 마주하고 위로할 수 있을까. 이 치유의 여정에서 중요한 태도가 바로 푸코가 말한 ‘파레시아’(parrhesia)다. 파레시아는 고대 그리스어로 ‘모든 것을 말하다’라는 뜻이지만, 푸코는 이를 단순한 솔직함을 넘어선 용기 있는 진실 말하기로 재해석했다. 자신의 상처와 수치심, 취약함을 두려움 없이 인정하고 발화하는 용기, 그것이 파레시아다. ‘굿 윌 헌팅’에서 윌이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 앞에서 무너지며 학대의 기억을 고백한 순간, ‘나의 아저씨’에서 지안이 침묵을 깨고 아저씨에게 감추고 싶었던 자신의 삶을 드러낸 순간이 바로 그러하다. 푸코에 따르면 이러한 실천을 통해 우리는 과거의 상처가 규정한 대로 반응하는 존재에서 벗어나, 현재의 선택으로 자기 삶을 재구성하는 주체로 거듭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상처의 책임을 누구에게 묻느냐가 아니라, 현재의 성인 자아가 그 상처를 어떻게 다루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태도다. 과거가 오늘의 나를 설명할 수는 있어도, 그 과거가 지금의 나를 규정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파레시아는 바로 그 지점에서 과거와 현재 사이에 거리를 두는 용기 있는 결단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안의 아이는 무의식의 한편에서 울고 있을지 모른다. 이제 그 아이의 이름을 불러 주고, 왜 우는지 물어야 할 때다. 우리를 길러낸 부모 역시 서툴렀기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상처를 외면하거나 억지로 미화할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상처를 정직하게 응시하는 용기다. 만약 우리 곁에 숀 교수나 ‘나의 아저씨’ 같은 존재가 없다면, 우리는 ‘글쓰기’라는 파레시아를 시작할 수 있다. 글쓰기는 가장 안전하고도 정직한 고백의 공간이다. 독서치료나 문학치료, 이야기치료에서 글쓰기를 중요하게 활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때 어린 나는 무엇을 원했는가?” “그때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라고 묻고 검열 없이 써 내려가는 것만으로도 치유는 시작된다. 과거의 상처 입은 내면아이를 현재의 성인 자아가 바라보고 기록할 때, 우리는 비로소 과거로부터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푸코가 말한 ‘자기 돌봄’(care of the self)의 핵심이다. 내면의 진실을 글로 기록하는 행위는 나를 가둔 과거의 감옥에서 자신을 스스로 구출하는 치유의 의식이다. 파레시아의 글쓰기를 통해 우리는 더 이상 울고 있는 아이를 방치하지 않고, 그 아이의 손을 잡고 당당히 현재의 삶으로 걸어 나올 수 있게 된다.
[기고] 담배 소송 항소심, 국민 건강의 기업 책임 기준 다시 묻다
오는 15일 예정된 담배 소송 항소심 선고는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역할과 책임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이 재판은 단순한 손해배상 소송을 넘어, 국민의 건강권을 사회가 어떻게 보호하고, 그 비용을 어떤 원칙으로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판단의 계기가 될 것이다. 담배가 폐암과 후두암 등 중증질환의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은 이미 과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되어 있다. 의료 현장에서 흡연을 주요 원인으로 하는 질병 치료가 더 이상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질병 치료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이 현재 어떤 구조 속에서 부담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흡연으로 발생한 질병 치료비의 상당 부분은 건강보험 재정을 통해 지출되고 있다. 이 재정은 흡연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 모두가 매달 납부하는 보험료로 조성된다. 다시 말해 특정 제품으로 인해 발생한 건강 피해의 비용이 사회 전체, 그리고 미래세대에까지 분산되고 있는 구조다.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이 구조를 더 이상 당연한 전제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담배의 중독성과 위험성을 알고도 이를 알리지 않은 채 만들어진 제품이 장기간 판매되어 온 구조적 문제를 사회적으로 정리할 필요성에서다. 이는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공적 의료보장제도가 감당해야 할 책임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재정립하고 기업의 국민 건강에 대한 윤리의식과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특히 이 문제는 청년과 미래세대의 부담과 직결된다. 지금의 판단이 향후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과 보험료 구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원인과 비용의 관계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는다면, 그 부담은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되어 다음 세대가 떠안게 된다. 이는 세대 간 형평성의 문제이자, 지속 가능한 사회보장제도를 위한 중요한 과제다. 건강권의 관점에서도 이번 항소심은 의미가 크다. 담배는 오랜 기간 젊은 층을 주요 소비 대상으로 삼아 왔고, 중독 위험을 알리지 않은 채 만들어진 제품과 마케팅은 새로운 흡연자를 만들어 왔다. 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향후 기업의 책임 기준과 국민 건강보호 정책의 방향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실제 재정 현황을 보더라도 이 문제는 추상적인 논의에 그치지 않는다. 흡연으로 인한 폐암·후두암 등 중증질환 치료에 2023년 기준 3조 8000억 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었다. 흡연과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는 질병에 사용되는 재원이 늘어날수록, 필수 의료와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사용되어야 할 재정 여력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는 보험료 인상 압력으로 이어져 결국 성실히 보험료를 납부하는 국민 모두에게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한 국민적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담배 소송을 지지하며 진행된 서명 캠페인에는 약 150만 명의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이는 단순한 찬반의 표시를 넘어, 흡연으로 인한 건강 피해와 그 비용 부담 구조를 더 이상 공공 재정이나 개인의 몫으로만 남겨둘 것이 아니라, 담배의 중독성과 위험성을 알고도 제품을 생산·판매해 온 담배 제조사 역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국민 다수의 이러한 인식은 건강보험제도가 지향해야 할 공공성과 책임의 방향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다가오는 항소심 판결은 건강보험제도가 앞으로도 국민의 신뢰 속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고, 모두가 납부한 보험료가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방향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기대해 본다. 그 판단이 우리 사회의 건강한 미래를 한 걸음 더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기고] 해양수도 부산과 가덕신공항
필자는 부산시장 정책특보로 있던 2000년 2월 '해양수도 부산'을 처음 제안했다. 그해 12월 18일 당시 안상영 시장이 공식 선포했다. 25년이 흐른 지금, 부산이 과연 해양수도로서 대한민국 제2의 도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그 이유는 부산 경제 활력 저하, 법·제도적 기반 미흡, 중앙정부 예산 부족 등 복합적이다. 이로 인해 도시 성장과 국가 발전의 중요한 국면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기 못하고 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해양수도 부산은 부산이 지닌 해양산업의 잠재력을 극대화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도의 자치권 보장과 국가균형발전을 연계해 지방시대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매우 전향적이고 혁신적이다. 특히 가덕신공항의 차질 없는 추진(2026년 예산 6889억 원 확정),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및 기능 확대, 해사법원 설치, HMM의 부산 이전, 북극항로의 부산항 환적 거점 육성 등은 해양산업 기반을 닦고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전략이다. 그 중에서도 부산항을 북극항로의 아시아 출발항이자 글로벌 환적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 법·제도 기반 마련, 전문 인재 양성 의지는 해양수도 부산 실현의 핵심축이다. 해양수도 부산이 되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글로벌 공항의 확보다. 세계적 해양허브 톱10 도시들의 평가 결과를 보더라도 도시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공항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싱가포르, 로테르담, 런던, 상하이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공항의 부재는 부산 발전의 구조적 제약 요인이다. 가덕신공항 논의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한 달 앞두고 발생한 김해공항 북측 돗대산 참사 이후 본격화되었다. 최근 부지공사를 위한 수의계약 과정에서 시공사가 입찰 조건(84개월)과 다른 설계안을 제출함에 따라 계약이 중단되었고, 국토교통부는 발주 방식과 적정 공기를 재검토한 재추진 방안을 발표하였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 도입 △공사기간을 당초 84개월에서 106개월로 조정△ 사업비를 10.5조 원에서 10.7조 원으로 증액 △공기 단축을 위한 협력 체계 구축이다. 이를 기반으로 2025년 재입찰 공고, 기본설계 착수, 2026년 착공을 목표로 한다. 가덕신공항은 남부권의 글로벌 관문공항으로서 인천공항과 상호보완적 관계를 형성한다. 인천이 수도권의 하늘길이라면 가덕도는 남부 경제·물류의 관문이 될 것이다. 나아가 유사시 인천공항을 대체한다. 가덕신공항은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해상공항이라는 점에서 경쟁력이 매우 높다. 내륙에 위치해 소음 제약이 많은 김해공항과 달리 민원 부담이 없고, 안전성도 우수하다. 세계 주요 도시의 현지시간에 맞춘 스케줄 관리가 가능해지면 환승 효율이 높아지고, 야간 운항이 가능한 화물기의 증가로 물류 경쟁력 또한 강화될 것이다. 해양수도 부산의 실질적 완성은 가덕신공항 건설에 달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가덕신공항은 부산 경제뿐 아니라 국가와 남부권 전체의 재도약을 견인할 전략사업이며, 대한민국의 미래 항공·물류 경쟁력을 결정짓는 인프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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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강한 코스닥…‘천스닥’ 가나
수도권-비수도권 인구격차 첫 100만명 돌파…출생등록 2년 연속↑
수도권-비수도권 인구격차 첫 100만 명 넘어…부산 주민등록 인구 324만 명
첫 비은행 출신 부산은행장, 혁신 신호탄?
[생활경제뉴스] 풀무원다논, 창립 10주년 기념 이벤트 실시 外
두 자녀 이상 가구 사교육비 월 61만원…코로나19 이후 배 증가
'국민생선' 고등어 수급 비상…올해 노르웨이산 공급 '반토막'
“가을 맛보세요”… 호텔가는 지금 ‘미식의 대향연’
가덕신공항 핵심 기관 ‘안착’… 활기 넘치는 에코델타시티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월 5일 월요일(음력 11월 17일)
전국 최고 수준 도서관 6곳 '도장 깨기' 어때요? [문화 핫플]
고기만 먹으면 된다고? 단백질 덩어리 ‘콩’ 챙겨먹어도 굿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월 4일 일요일(음력 11월 16일)
운동 안하고 단백질 과다 섭취 땐 오히려 독
[부산 전시] 이번 주에 뭐 볼까?[2026년 1월 1일~ ]
[2026 신춘문예-시] 셰어 하우스 / 박은우
한일 오가는 크루즈 여객선에서 즐기는 신년음악회
[2026 신춘문예-시 심사평] 뿌리뽑힌 현대인, 그 존재 방식 표현
'다문화'라는 말 속에 똬리 튼 경계와 배척
'천만 계보' 끊긴 한국 영화, 명예 회복 주인공은 누구?
[2026 신춘문예-단편소설] 여기서 누군가 / 윤현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