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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BPA 직접 참여, 북항 랜드마크 부지 개발 본격화하길
부산항 북항 재개발 지역의 핵심 부지이면서도 10년이 되도록 미분양 상태로 방치돼 온 랜드마크 부지에 대한 투자의 물꼬가 새로운 방향으로 트이게 됐다. 부산항만공사(BPA)가 해당 부지에 대한 최적의 투자 유치 방안을 마련해 분양 시기를 새로 검토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BPA는 11만 3000㎡ 규모의 넓은 부지를 민간이 통으로 사들이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고 보고 BPA가 직접 사업에 뛰어드는 방법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지 가격만 7000억 원에 이르는 대형 투자개발에 직접 투자자로 참여하겠다는 뜻이다. 공공 부문이 마중물 투자자 역할을 떠안음으로써 지지부진하던 사업엔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BPA의 해당 부지 새 투자 방향은 15일 열린 해수부 산하기관 업무보고 과정에서 나왔다. ‘북항 재개발을 통한 해양 비즈니스·문화 거점 조성’ 방안 보고 도중 해수부 장관직무대행이 장기간 미분양 부지에 대한 민간 투자자 부담을 지적하자 나온 방안이다. 여기에 해수부 담당 국장이 즉시 BPA의 직접 투자를 막는 현행 항만재개발법 개정을 위한 계획을 밝히자 쉽사리 정책의 방향성까지 마무리지어졌다. 해수부 부산 이전으로 현장성이 강화되고 이를 토대로 즉시 현장에 정책이 반영되는 순기능까지 나타난다는 평가다. 물 흐르듯 새 투자 방향이 확정되자 장기간 해당 부지의 미분양 방치가 너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북항 재개발 지역 랜드마크 부지는 BPA가 민간 사업자 유치를 위해 수차례 공모를 진행해 왔지만 번번히 투자가 무산됐다. 2023년엔 단독 입찰로 유찰됐고 2024년에는 사업 제안서가 제출되지 않아 유찰되기도 했다. 그 사이 부산시는 별도로 투자자 발굴에 나서면서 사업자 선정 방식과 속도 등을 놓고 BPA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2024년 12월에는 부산시가 4조 5000억 원 규모의 외국 자본을 랜드마크 부지에 유치해 88층 높이 3개 동 복합콤플렉스를 조성하는 방안을 발표했으나 공개입찰을 고수하는 BPA와 줄다리기만 하는 통에 1년이 넘도록 사업 자체가 표류하며 추가적인 논의조차 아예 실종되고 말았다. 부산항 북항 재개발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항만도시로서 근대화의 최전선 역할을 담당해 온 부산의 미래를 새로 쓰는 사업이다. 이 사업의 성패는 재개발 지역 내 최고 노른자위 땅인 랜드마크 부지의 활성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늦게나마 BPA가 전향적으로 직접 투자 방식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 시민으로서 무척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때마침 북항을 지역구로 하는 곽규택 의원도 BPA의 직접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항만재개발법 개정안 발의까지 공언하고 나섰다. 해수부 부산 이전 이후 모처럼 불고 있는 현장의 훈풍이 해당 부지에 제대로 된 랜드마크 조성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사설] 한동훈 제명 논란 확산… 공멸 부를 분열 정치 멈춰야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을 둘러싼 국민의힘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국힘 중앙윤리위가 ‘당원게시판 여론 조작’을 이유로 한 전 대표를 전격 제명하자 당내에서 절차적 정당성과 형평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장동혁 대표가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재심의 기간을 이유로 의결을 미뤘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친윤계 일부 인사들까지 “과한 징계” “당 통합이 우선”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초·재선과 중진, 광역단체장들도 잇따라 제명 재고를 요구하고 있다. 사안의 경중을 떠나 국민 눈높이에서 더 심각한 문제는 보수 진영이 존망의 기로에 선 엄중한 시국임에도 정신을 차리기는커녕 내부 갈등이 당의 존립마저 뒤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의 표면적 발단은 이른바 당원게시판 논란이다. 익명성과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전제로 한 게시판에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이 게시됐고 그 작성에 한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리위는 이를 조직적 여론 조작이자 당 질서 훼손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사실관계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사안을 근거로 전직 당 대표에게 곧바로 제명이라는 최고 수위 징계를 내린 결정은 법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제명은 당적을 박탈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명은 공멸로 가는 길”이라며 분열과 충돌을 경고한 발언은 여권이 처한 위기 상황을 명확히 꿰뚫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의 반발이다. 보수의 핵심 지지 기반으로 여겨져 온 부산 정치권에서도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민심에 역행한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PK 의원들의 집단적 우려는 불과 5개월 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를 향해 있다. 중도층에서의 열세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내부 분열을 방치한다면 선거 경쟁력은 급속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 여기다 친한계와 비한계를 넘어 중립 성향과 과거 친윤계로 분류됐던 의원들까지 징계 수위에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은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정당의 윤리는 엄격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에는 상황을 살피는 판단과 책임의 균형도 필요하다. 징계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국힘은 지금 자신들의 처지를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정국 주도권을 쥐고 야권을 압박하고 있다. 정책 경쟁과 국정 견제에 힘을 모아도 부족한 상황에서 내부를 갈라 적대하는 정치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태다. 당내 초·재선 소장파 의원 모임인 ‘대안과 미래’가 징계 보류와 통합의 리더십을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 국힘에게 필요한 것은 옳고 그름의 공방이 아니라 여당을 견제할 유력 야당으로서의 역할 복원이다. 장 대표는 지금이라도 통합의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 분열을 멈추고 절차와 통합의 원칙을 세우지 못한다면 이번 논란은 당 전체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
[사설] 조세와 재정 분권 이뤄져야 균형발전도 가능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신년사 등에서 지역 균형발전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정부도 5극 3특 정책, 공공기관 이전 등 지역을 소생시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 동력인 지방정부의 재정 자립성과 조세 자율성에 대한 공감대는 부족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지역을 되살려 미래 발전 동력으로 삼으려면 지방 재정부터 튼실하게 만들어야 한다.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현재의 재정 구조를 혁신적으로 개편하지 않으면 균형발전은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특히 이미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에 따른 악순환은 고착화 단계로 진입했다. 적극적인 분권을 전제로 한 균형발전 전략이 시급한 상황이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2025년 전국 시도의 재정자립도 평균은 43.2%다. 서울의 재정자립도는 73.6%, 경기도는 55.7%로 집계됐다. 반면 부산은 42.7%에 그쳤다. 경남은 34.3%까지 떨어졌다. 경북 24.3%, 전남 23.7%, 전북 23.6% 등으로 다른 지역 재정자립도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수치들은 수도권 일극주의를 장기간 방치한 폐해를 여실히 드러낸다. 특히 수도권이 전국의 인구와 좋은 일터를 모두 빨아들이는 현재의 기형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지역의 사정은 처참하다. 지역 특성에 맞춘 조세·재정 제도 개편을 기반으로 한 분권 정책이 시급하다. 더 이상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시민단체들은 적극적인 지방분권 정책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경실련은 최근 전국 단위의 ‘지방분권운영본부’를 발족했다. 중앙정부가 재정적 권한을 틀어쥐고 있는 현재 상황을 타파하지 않고서는 지역 균형발전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부산 시민단체들도 시혜적인 현재의 지방 재정정책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분권 정책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부산 시민단체들은 헌법 개정을 통해 조세와 재정 분권을 제도적으로 담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무척 합당한 주장이다. 다음 개헌은 지방분권 강화에 초점을 맞춰 연방제에 준하는 강력한 조세·재정 권한을 지방정부에 서둘러 이양시켜야 한다. 수도권은 갈수록 부유해지고 지역은 가난해지고 있다. 지역에 지금 필요한 것은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직접적인 권한이다. 조세 자치권이 강화되면 과감한 세제 혜택을 통해 기업들의 자발적 이전과 창업을 유도할 수 있다. 이렇게 될 때 지역의 재정 자립도가 높아지고 인구도 유입되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현재 지방정부 공무원들은 예산 시즌이면 세종시를 찾아가 예산 지원을 ‘읍소’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지방정부의 자치권 자체가 유명무실한 상태다. 역대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은 모두 그럴 듯했지만 결국 조세와 재정 분권을 이루지 못해 실패로 끝났다. 이재명 정부가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를 고대한다.
"당신들은 뭘 몰라"
“소비자 조사만으로 제품을 설계하긴 어렵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직접 보여주기 전까지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애플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는 1998년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심지어 그는 2011년 〈뉴욕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제품 개발에 어떤 시장 조사를 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거 없다. 그건 소비자의 일이 아니다”라고까지 말하기도 했다. 그는 자주 이런 식의 말을 함으로써 오만한 CEO라는 인상을 많이 풍겼지만 제품 개발에 있어서 이런 철학을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 애플의 최고 히트작 아이폰은 이 같은 스티브 잡스의 고집이 만든 결과물이다.그는 당시 휴대폰에서 일반적으로 채택한 스타일러스 펜을 없애라고 기술진을 압박했다. 난처해 하는 기술진을 ‘손가락이면 충분하다’는 논리로 제압했다. 그렇게 나온 것이 손가락 멀티터치 기술과 키보드 없는 아이폰이었다. 그런 아이폰을 두고 마이크로소프트 CEO 스티브 발머는 실패를 점치며 조롱했으나 얼마 후 마이크로소프트는 휴대전화 시장에서 처절한 반성을 해야 했다.인텔의 창업 공신으로 유명한 앤디 그로브는 1987년 CEO가 된 뒤 인텔의 미래를 바꾸는 결단을 내린다. 당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일본 기업에 밀려 위기를 맞은 인텔이 가야할 길로 반도체 사업의 폐기를 들고 나온 것이다. 코카콜라사가 탄산 음료를 버리는 것에 비유할 만큼 충격적인 결단에 회사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조차 우려를 넘은 감정적 저항을 내비쳤다. 이런 저항을 뚫고 앤디 그로브가 고집스럽게 밀어붙인 것이 마이크로프로세서 사업이었다. ‘인텔 인사이드’를 전략으로 내세운 이 사업은 결국 PC 시장에서 인텔이 독보적인 성공을 거두는 결과로 이어졌다.최근 CES를 뜨겁게 달구며 현대차의 미래를 새롭게 썼다는 평을 받은 보스톤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 로봇도 현대차 정의선 회장의 고집이 그 시작이었다. 2021년 현대차가 보스톤다이나믹스를 인수할 당시 국내외에선 성공을 점치기보다 실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정 회장은 수천억 원의 사재를 투입하는 뚝심으로 인수를 밀어붙였고 그 결과 세계적인 로봇 양산 체제 가능성 확립이라는 성공 신화를 쓰게 됐다. 특출한 CEO의 고집이 가져온 이 같은 성공 사례는 경영이 이성적 판단으로만 가능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운다.
논설주간/이사
강윤경
논설위원
김승일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편집국에서] 지역 의료 공백 논의는 다시 시작된다
해가 바뀌고 희망의 메시지가 쏟아지는 요즘이다. 그 가운데서도 지역에 반가운 소식을 꼽자면 단연 지역의사제 논의다. 의대 정원을 결정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에서 내년 이후 의대 증원분 전체를 지역의사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공의대 신설과 인력 양성 규모 등에 대한 논의도 이어가기로 했단다. 지난해 의대 증원을 빌미 삼아 촉발된 의료계의 태업은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으로 갈수록 더 크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의사를 못 구해 동네마다 겨우 돌아가던 24시간 응급실이 문을 닫았고, 응급실 뺑뺑이에 어린 목숨이 피어보지도 못하고 숨을 거뒀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다. 일련의 사태는 정주 환경에 대한 지역 주민의 기본적인 믿음을 흔들어 댔다. ‘진짜 여기서 나와 내 가족이 안심하고 계속 살아도 되는 걸까’라는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스스로 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국가의 입장에서도, 국민의 입장에서도 참담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의 심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균형발전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가는 와중이었다. 그러나 의료계의 태업은 그들이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균형발전은 허상에 불과하며, 역시나 수도권을 벗어나 살면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도 받을 수 없다’라는 조롱만 남겼다. 사실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대 논의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다들 막연한 거부감을 느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대도시를 벗어나 도농복합지역으로만 가도 그 거부감보다 의료 공백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졌다. 지난해 의료계의 태업을 직시하며 여론은 그렇게 싸늘하게 바뀌었다. 김해와 양산은 문을 닫았던 거점 병원 두 곳이 올해 긴 침묵을 깨고 재가동을 준비하자 주민 기대감이 상당하다. 경영난으로 폐업했던 김해중앙병원과 웅상중앙병원이 운영 재개를 위한 로드맵을 구체화 하고 있다. 여전히 복잡한 채무 관계와 의료진 확보가 숙제로 남아 있지만 이들 병원의 폐업 이후 오랫동안 원거리 진료와 응급의료 공백으로 큰 불편을 겪어온 탓에 주민들은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경남도가 지난해 시범운영에 들어간 지역의사제도 반년도 되지 않아 긍정적인 시그널이 나온다. 영입이 쉽지 않은 과목에서도 채용이 이뤄지고 있고, 계약 만료 후 수도권으로 돌아가더라도 그 기간만큼은 진료의 영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까닭이다. ‘내일부터 근무 못 해요’ ‘공고를 띄워 새 의사 구해봐요’라는 식의 철부지 수련의들의 처신에 지역 병원들이 더는 휘둘리지 않게 됐다는 게 고무적이다. 그러나 벌써 의료계는 의사 수급 시점과 인원을 놓고 불만을 드러내며 재차 태업 기미를 보인다. 대한의사협회에서는 물리적 대응까지 운운하는 모양이다. 지난해 ‘의대 증원이 어떠한 기준도 없이 이뤄졌고 오류투성이’라며 1년을 드러누운 이들이다. 올해 바뀐 정권에서 추계위를 새로 꾸려 재차 증원 수치를 산출했지만 이 또한 합리적이지 않다며 어깃장을 부린다. 이쯤 되면 어느 쪽의 주장이 비합리적인지는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다. 연초 쏟아지는 메시지와 이슈의 홍수 사이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건 지역 의료는 벼랑 끝 위기감 속에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 했다는 사실이다. 이슈의 주무대에서 사라진 의대 증원 논의는 장기간 이어진 피로감에 졸속 처리되거나 여론과 동떨어진 수준의 야합으로 결론 날 가능성 역시 높다. 2024년 기준으로 인구 1000명 당 의료인은 서울이 4.7명인 데 반해 경남은 그 절반 수준인 2.6명에 불과했다. 의대 증원 논의가 수도권 의료기관 종사자 수만 늘리는 방향으로 악수를 두지 않도록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가 본궤도에 오를 때까지 꾸준히 지켜봐야 한다. 교육과 의료는 최소한의 정주 환경을 만드는 기본 조건이다. 그리고 그 기본 조건을 충족하는 지역이 확장될수록 균형발전은 이상이 아닌 현실이 된다.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모두 천문학적 비용도 불사하고 ‘사람 붙들기’에 나서고 있다. 기본소득에 집과 일자리까지 지역에 살아만 준다면 뭐든 제공하겠다며 진땀을 흘리는 중이다. 하지만 이런 당국의 노력과 시간과 자본도 ‘우리 동네도 응급실 뺑뺑이 발생’ 기사 한 번에 무위로 돌아간다. 일상을 흔들어 정주 환경을 악화시키는 세력이야말로 진정한 균형발전의 적이다. 병오년의 여론은 더 매서운 회초리를 들고 눈을 치켜떠야 한다.
[안준영의 집피지기] 시민 우롱한 백화점 개발계획
3년 전 부산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 내 노른자위 땅에 백화점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역 커뮤니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카더라’ 수준이 아닌,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의 공식 발표였기에 기대감은 더 컸다. 특정 백화점 브랜드까지 오르내리며 입소문은 점차 사실로 굳어져 갔다. 서부산 최초의 대형 백화점이 될 것이었고, 이는 지금껏 일대 땅값이나 집값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이 땅은 ‘명지지구 복합 5구역’으로 부산지법 서부지원 맞은편에 위치해 명지국제신도시에서도 사업성이 손꼽히는 곳에 위치한다. 그러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산울산본부에 따르면 부지 매수를 희망했던 업체 측에서 잔금을 납부하지 않으면서 최근 계약이 해지됐다. 두말할 것 없이 백화점 프로젝트는 완전히 물거품이 됐다. 당시 계획에 따르면 복합 5구역에는 백화점 1개 동과 레지던스 10개 동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레지던스는 최고 40층 높이, 총 3800세대 규모로 계획됐다. 서부산이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도 단번에 소화시키기 어려운 규모의 레지던스 개발 계획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처음부터 이 프로젝트가 백화점으로 위장한 레지던스 개발 계획이었다고 본다. 서부산 지역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돼 수천 세대 수준의 레지던스 분양이 어렵다고 판단한 사업자 측에서 매수를 포기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 명지국제신도시 내 여러 오피스텔이 지금도 무더기로 미분양이 나 있거나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상황이다. 문제는 소위 ‘간만 봤던’ 사업자가 무책임하게 잔금을 치르지 않고 프로젝트를 내팽겨치더라도 그저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경자청은 복합 5구역의 건축 관련 인허가 관청이고, 부지 매입 등은 LH에서 담당한다. 취재 과정에서 3년 전 홍보용 보도자료를 배포했던 경자청은 “LH를 통해 확인하라”는 입장을 내비쳤고, LH는 “계약 불이행 행위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제재 방안이 없다”는 김 빠지는 답변만 내놨다. 이런 식이면 다음 번에도 시민들이 기대하는 도시 개발은 요원하다. 주택 용도로의 개발을 원하는 사업자가 ‘양두구육’식 청사진만 내놓고 하릴 없이 시간만 허비할 공산이 크다. 앓는 소리를 내며 아파트 개발 분위기를 조성하다 부동산 경기가 정상화됐을 때 주택으로 개발해 분양하려는 흑심이다. 부산 시민들이 여러 차례 봐왔던 행태다. LH와 경자청은 물론이고 부산시, 강서구청 등도 복합 5구역이 더 이상 실기하지 않도록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오션 뷰] 해운물류시장 구조적 위기 앞 부산항
글로벌 해운 시장의 지표들은 2026년이 금융 위기와 팬데믹 충격기를 제외하면 ‘현대 컨테이너 통계에서 가장 부진한 해’가 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세계적인 환적 허브인 부산항은 수요의 구조적 감소와 기록적인 공급과잉이 결합된 ‘구조적 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는 지난해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위기가 심화되어 글로벌 해운물류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영향을 주면서 부산항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첫째, 수요와 공급 불균형의 심화다. 올해 해운시장의 가장 큰 위협은 단순한 수요 정체를 넘어선 ‘둔화’가 기본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컨테이너 수입량은 지난해 11월 이미 전년 대비 14% 감소하며 약세로 돌아섰고, 올해 초에도 두 자릿수 감소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관세 및 보복관세의 영향으로 수출입 컨테이너 모두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발 미국향 물동량은 25% 감소했으며, 이는 아시아 대미 수출 환적의 허브항인 부산항 물동량 감소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운영 선대 대비 30~34%의 선박 주문량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저유가 환경 탓에 노후 선박 해체가 지연되면서 공급과잉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결국 이는 운임을 역사적 평균 이하 수준으로 떨어뜨려 수익성을 악화시킬 것이다. 둘째, 아시아-북미 항로의 구조 변화다. 부산항의 지리적 입지를 위협하는 항로의 구조적 변화도 예상된다. 맥카운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수입 화물은 비용 구조와 인구 분포를 따라 서안에서 동안 및 걸프 지역 항만으로 2019년 이후 매년 0.4~0.5%P씩 이동하고 있다. 미국 인구의 75%가 미국 동부 지역에 거주하고 있고, 최근 해외투자가 이 지역으로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2016년 파나마 운하의 확장으로 아시아-미국 동안 사이 대형 선박의 통항이 가능해진 점도 원인이다. 현재 부산항의 북미 항로는 주로 미국 서안 항만과 연결되어 있다. 게다가 베트남, 대만 등 동남아시아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직기항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부산항을 거치던 환적 물동량이 잠식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의 역설이다. 만약 홍해 사태가 정상화되어 수에즈운하 운항이 재개될 경우, 우회 항로에 묶여 있던 약 8%의 유효 선복이 시장으로 복귀하게 된다. 이는 이미 과잉 상태인 글로벌 해운 시장에 추가적인 공급 압박을 가해 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운임 하락 압박에 시달리는 글로벌 선사들은 부산항의 하역료에 더 강력한 하향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 속에서 부산항이 글로벌 허브 항만 지위를 유지하려면 전략적인 선택을 통한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글로벌 성장 시장으로의 항로 다변화가 필요하다. 미국 수요 부진과 미·중 갈등에 따른 물동량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물동량이 크게 성장 중인 아프리카와 남미 등 신흥 시장과의 연결성을 강화해야 한다. 단순한 항로 개설을 넘어 현지 물류 거점 확보와 국적 기업 진출 지원 등의 지속 가능한 네트워크 확충이 필요하다. 둘째는 AI 기반의 공급망 솔루션 제공이다. 항만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데이터와 물류가 흐르는 공급망의 심장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부산항은 회복탄력성 확보를 목표로 AI 기반 물류의 가시성 확보, 데이터 통합, 재고 완충 및 부가가치 창출, 인프라 유연성을 갖춘 복합운송 네트워크를 제공해야 한다. 셋째는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이다. 거래 선사를 압축하고 체선료 및 장치료 조항을 명확히 하여 실질적인 장기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넷째는 항만 터미널 통합이 필요하다. 부산항 신항의 고질적인 문제인 터미널 분절화와 다수 운영사 존재는 마케팅 능력을 저하시키고 규모의 경제 실현을 가로막는다. 부산항 신항 내 터미널 통합과 터미널 간 환적시스템 구축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 마지막은 친환경 인프라 선점이다. IMO 2030-2050 규제 강화에 따라 이중연료 선박 발주가 대세가 된 만큼, 부산항은 친환경 연료 공급망을 확충해 글로벌 선사들이 찾는 ‘그린 허브’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2026년의 부산항과 연계된 해운물류 시장은 ‘선박 공급은 늘고, 화물 수요는 줄며, 항로는 이탈하는’ 삼중고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부산항이 이 거대한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단순히 물동량 수치에만 매몰되지 말고, 네트워크 다변화, AI 기반 공급망 솔루션 확보,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항만 운영 효율화와 탄소 중립 실현이라는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생존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 특히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더욱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공감] 겨울
새로 얻은 탁상 달력을 세워놓고 잠시 그림을 감상했다. 달력 첫 장에는 얼어붙은 개울가에서 썰매를 타는 아이들의 수채화가 있다. 그 풍경을 넘기면 1월이다. 익숙하도록 규칙적인 숫자들을 보고 있자니 새삼스레 이런 생각이 든다. 한 해의 시작은 봄이 아니라 겨울이었구나.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끝나는 한 해가 아니었구나. 계절마다 제각각의 풍경이 있겠지만. 나에게 겨울은 뭔가 투명한 것이 반짝이는 계절이다. 물론, 겨울이 만만한 계절은 아니다. 이제 곧 낯설고 더 어려워진 도전과 맞닥뜨릴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춥다. 그래서 오히려 ‘따뜻함’이라는 것이 소중하게 드러나는 계절이다. 마치 무더운 여름에 ‘시원함’이 두드러지는 것처럼 말이다. 오래된 기억이 있다. 그다지 특별한 것도 없는데 녹화된 영상처럼 간직된 기억들이다. 추운 겨울 아침, 나는 시골 외갓집 뒷산 너머의 저수지 앞에 서 있다. 길쭉한 갈댓잎엔 하얀 서리가 부풀어 앉았고, 땅을 디딜 때마다 잔뜩 성을 낸 서릿발에 뽀득뽀득 소리가 났었다. 다랑논에 물을 대기 위한 자그마한 저수지였는데, 전날까지만 해도 뿌옇게 살얼음이 껴있었다. 그랬던 저수지가 간밤의 추위로 전체가 꽁꽁 얼어붙었다. 운동장만큼 컸던 저수지는 그만한 크기의 매끈한 빙판으로 변해있었다. 사촌을 포함한 우리에겐 썰매를 탈만치 두껍게 얼었는지가 가장 중요했다. 정말 탐스러운 빙판이었다. 사촌 형이 조심스레 저수지 가장자리에 발을 디뎠다. 앞으로 몇 발 더 나아가 발을 구르자, 쩡,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얼른 물러선 사촌 형이 고개를 젓자 우린 모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그 와중에 누군가가 빙판을 향해 돌을 던졌다. 그 작은 돌은 빙판에 부딪히며 물수제비처럼 미끄러져 나갔다. 동시에 저수지에서 신기한 소리가 울렸다. 아래쪽 개울에서 썰매 타기엔 돌이 많다며 투덜거리던 우리의 재잘거림이 뚝 멈췄다. 작은 돌이 얇은 얼음판과 부딪히면서 내는 소리는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소리였다. 그 소리는 이후로 다시 들을 수 없었고, 어떤 악기로도 흉내 낼 수 없는 소리였다. 뾰롱, 뾰롱, 뾰로롱, 뾰로로로롱…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가 작고 납작한 돌을 주워 저수지를 향해 던졌다. 물수제비뜨듯 비스듬히 던져진 돌은 피겨스케이트 선수처럼 통통거리며 저수지를 가로질러 미끄러졌다. 작은 돌과 얼음의 부딪힘으로 어떻게 저런 영롱한 소리가 날 수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거대한 저수지는 천연의 악기였다. 저수지를 둘러싼 언덕은 악기의 울림통이었고, 얇은 얼음판에서 울린 소리가 메아리쳐서 마치 얼음과 하늘이 주고받는 화음이 되어 펴졌다. 여기까지가 내 기억이다. 이다음에 썰매를 탔는지 어쨌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이 기억을 떠올리면 늘 따뜻함을 느낀다. 그 당시엔 분명 입술이 얼어붙을 추위에 손과 발이 시리고, 귀도 떨어질 듯 아렸을 텐데 말이다. 왜 따듯하게 느껴질까 생각해봤다. 결론은 명백하다. 지금 내가 따뜻한 곳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내 몸과 마음이 여전히 추위 속에 있다면 그 기억이 따뜻할 리가 없다. 아마도 대부분 감정과 기억의 체감이 그런 이치일 것이다. 겨울은 따뜻함을 선명하게 하는 계절이다. 그 선명함은 추위가 강할수록 더할 터이다. 다만, 그 추위를 감당할 마음의 아랫목을 얻을 수 있다면 말이다. 언제든 달려가 언 몸을 녹일 수 있는 가족의 따스한 체온, 포켓 깊숙이 넣어둔 핫팩, 그도 아니면 내 차가운 손을 모아 후후, 불어주는 타인의 따스한 입김이 그렇다. 새해의 이 겨울, 모두가 따스한 옷을 입고, 장롱 속에 넣어둔 목도리를 꺼내기 바란다. 그래서 지금 이 추위가 따뜻한 한 폭의 그림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기고] 부산 체육, 시민과 함께 2026 새로운 도약
2025년, 부산 체육계는 그간의 노력과 열의를 성과로 증명했다. 25년 만에 부산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체육대회에서 52년 만에 종합 2위를 달성했고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는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아울러 전국동계체육대회에서는 18년 연속 상위권에 자리하는 등 값진 결과를 얻었다. 이는 부산의 체육계 구성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노력한 결과였다. 기록의 이면에는 선수와 지도자, 종목단체와 구·군체육회, 그리고 생활체육을 즐기며 저변을 든든히 받쳐준 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가 있었다. 학교 운동장에서 시작된 응원과 지지의 땀방울, 지역 실업팀에서 불을 당긴 도전, 생활체육 현장의 활력이 쌓여 부산 체육계는 성과를 이룩할 수 있었다. 특히 2025년은 부산의 체육 열기가 특정 지역이나 계층에 머무르지 않고 도시 전체로 확장된 해였다. 아울러 2025년의 성과는 체육행정과 체육 현장의 유기적 협업이 이루어졌기에 가능했다. 부산시는 전국 최초로 체육국을 신설하여 체육정책을 전문화하고 그 위상을 높였다. 이를 바탕으로 보다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현장 지원이 이어질 수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체육국이 신설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임에도 선수와 관계자들이 그 실효성을 체감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체육정책과·생활체육과·전국체전기획단 등 3개 과와 체육시설관리사업소로 이루어진 체육국은 부산시 체육 전반의 발전 방향과 정책을 기획하고 총괄하고 있다. 또한 시민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고 전국체전 유치 및 개최에 대한 업무를 전담하여 보다 수준 높은 대회 진행을 가능하게 했다. 스포츠를 매개로 시민의 건강을 증진하고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행정의 뒷받침 위에 전문체육-학교체육-생활체육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은 부산 체육뿐만 아니라 전국의 체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체육국 신설’이라는 과감한 판단이 실효성을 입증하고 있는 가운데 부산시체육회는 2026년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투명경영·공정운영 △회원단체 역량 강화 △실업팀 운영 고도화 △학교체육 경기력 기반 다짐 △전국대회 경쟁력 강화 △생활체육 일상화 △생활-학교-전문 선순환 기반 강화 △부산체육 브랜드파워 향상 등의 비전을 마련했다. 이에 더해 부산에서 열리는 전국소년체육대회에 힘을 실을 예정이다. 소년체전은 단순한 대회가 아니라 미래 한국을 이끌어 갈 체육 꿈나무들의 기량을 확인하고 그들에게 비전을 제시해 주는 중요한 무대다. 부산시체육회는 대회의 안정적인 개최는 물론, 이를 계기로 학교체육의 저변을 넓히고 학생 선수들이 도전하고 새롭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소년체전의 성패가 학교체육의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학교에서 시작된 스포츠 경험이 지역스포츠클럽과 생활체육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학교와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이는 경기력 향상뿐 아니라, 체육을 향유하는 청소년들이 스포츠를 통해 건강한 일상과 공동체 가치를 학습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모든 비전을 통해 2026년 부산시체육회는 시민과 더욱 가까이 소통하고자 한다. 생활체육과 지역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시민들이 일상에서 운동을 누리고, 스포츠가 특정한 공간이 아닌 도시 전역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할 것이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체육을 통해 모두를 위한 스포츠, 촘촘한 스포츠 복지로 행복도시를 실현하고 행복한 ‘체육천국 도시’ 조성에 앞장서고자 한다. 2025년의 성과는 부산 체육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제 2026년, 부산시체육회는 전국소년체육대회와 학교체육, 지역 체육의 발전을 통해 그 성과를 미래로 확장하고자 한다. 스포츠가 성장의 기회가 되고, 시민의 일상이 되는 부산. 그 도약의 길을 시민 여러분과 함께 힘차게 걸어갈 것이다.
[기고] 일본 영화 ‘국보’를 보셨나요?
최근 일본 영화 ‘국보’가 국내에서 개봉되었다. 일본에서는 “국보를 보았습니까”라는 말이 인사말처럼 오갈 정도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지난해 6월 개봉 이후 6개월 만에 1200만 관객을 돌파한 일본 실사영화 최고의 흥행작이라는 점, 그리고 감독 또한 재일교포 3세인 이상일이라는 사실이 호기심을 자극해 지난해 연말 오랜만에 영화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며칠이 지나도록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영화 ‘국보’는 196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약 반세기에 걸친 일본 현대사를 관통하며, 가부키 배우 한 인간이 온갖 난관을 넘어 ‘국보’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장대한 휴먼 드라마다. 영화 속 주인공 기쿠오의 삶과 선택은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나 자신의 인생이 투영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생생하게 다가왔다. 이렇게 영화가 생생하게 느껴진 데에는 주인공 기쿠오가 활발히 활동하는 1980~1990년대가 필자가 유학하던 일본의 고도성장기와 겹치기 때문이다. 도쿄와 지방의 차이는 있었겠지만, 가파른 성장이 가져오는 특유의 숨 가쁜 에너지와 불안, 그리고 욕망이 영화 속에 그대로 녹아 있었다. 예술혼, 혈통과 재능, 고난과 갈등, 사랑과 우정이 뒤엉킨 희로애락의 인간사는 특정 시대의 일본을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이 영화가 특별하게 다가온 또 다른 이유는 오랜만에 일본 전통예술, 그것도 가부키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라는 점이다. 가부키를 주제로 한 영화가 80년 만에 개봉했다는 사실은 일본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나칠 수 없는 요소이기도 하다. ‘국보’는 일본의 문화와 예술을 피상적으로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일본인들이 무엇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왔는지를 정면으로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는 기쿠오가 어린 딸과 산책하다 신사에서 기도하는 장면이다. 딸이 “무엇을 빌었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한다. “악마에게 모든 것을 가져가도 좋으니, 일본 최고의 온나가타가 되게 해달라고 빌었다”라는 이 대사는 예술의 최고 경지에 오르기 위해 가족과 사랑, 인간적인 삶, 나아가 영혼까지도 내놓아야 했던 기쿠오의 삶을 집약한다. 동시에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이 필연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고독과 희생을 뼈아프게 드러낸다. ‘국보’는 묻는다.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혈통인가, 재능인가. 질문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삶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그 물음은 자연스럽게 관객 각자의 삶으로 확장된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얼마나 간절하게 살아가고 있는가. 영화는 결국 우리의 성공이란 보이지 않는 수많은 주변 사람들의 희생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운다. 그리고 국보 기쿠오가 끝내 추구했던 것은 성공도, 명예도, 돈도, 관객의 환호도 아닌, 오직 무대 위에 잠시 스쳐가는 ‘그 순간의 아름다움’이 아니었을까. 왜 일본 사람들은 노, 가부키, 스모 같은 전통예술에 이토록 의미를 두는가. 그것은 전통예술이 일본인들에게 ‘과거’가 아니라 ‘지금의 일본’을 구성하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생활문화로 이어진 역사, 국가와 사회가 함께 만든 계승 시스템, 기술 그 자체를 존중하는 문화, 그리고 전통을 현재형 이야기로 재해석하는 능력이 오늘의 ‘국보’를 가능하게 했다. 이 토양 위에서 1200만 관객이라는 숫자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솔직히 말해 이 영화는 결코 쉬운 작품은 아니다. 일본 문화와 가부키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관객들이 과연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도 든다. 그러나 일본을 이해하는 하나의 창으로, 더 나아가 우리 자신의 삶과 가치관을 돌아보게 하는 보편적 울림을 지닌 작품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엔딩 크레딧이 흐를 때 많은 관객들이 자리를 떴다. 개인적으로는 주제가를 끝까지 듣고, 마지막에 뜨는 이상일 감독의 이름까지 보고 일어나는 것이 이 영화의 진미를 온전히 누리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전통과 예술, 아름다움, 그리고 인간의 삶을 다룬 영화 ‘국보’는 그렇게 천천히 곱씹을수록 깊어지는 작품이다. 일본이라는 나라를, 그리고 자신의 삶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영화를 조심스럽게 권하고 싶다.
[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인공지능의 시대, 한국형 AI 인재란?
세계는 현재 인공지능(AI) 패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 중이다. AI 분야에서 뒤처질 경우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는 물론 지구촌의 모든 부문이 AI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한국은 미국, 중국에 이어 ‘AI 3강 도약’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1호 공약도 AI 대전환이다. 이 대통령은 ‘AI 100조 원 투자 시대’를 선언하며 대대적인 투자 기반 조성을 약속했다. 특히 정부는 2026년을 AI를 기반으로 한 경제대도약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에 대한 실행 계획의 일환으로 지난 9일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AI를 미래 성장 전략의 핵심 카드로 제시했다. 인프라 구축부터 기술 확보, 산업 전환, 인재 양성까지의 모든 영역을 AI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현실이 된 AI 시대를 맞아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미래 AI 시대를 견인할 인적자원이다. 그렇다면 현재 정부가 AI 대전환을 통해 양성하려는 한국형 AI 인재는 어떤 사람을 지칭하는 것일까. ■ AI 전면 전환 방향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정부가 가장 강조하는 핵심 축은 'AI 전면 전환'이다. 인프라·기술·산업·인재 전 분야에 걸친 AI 대전환을 통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AI 고속도로 구축, 피지컬 AI 육성, 전국민 AI 활용 기반 조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올해는 그 비전을 구체화하는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기대된다. AI 혁신 인프라인 'AI 고속도로'는 대규모 연산을 뒷받침할 국가 AI 컴퓨팅 인프라를 확충하고, AI 컴퓨팅센터를 구축하는 것. 정부·정책금융·민간이 함께 안정적인 연산 자원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AI 기술 확보 전략도 함께 추진된다. 대규모 AI 연산에 활용되는 GPU(그래픽처리장치) 의존도를 완화하기 위해 NPU(신경망처리장치) 독자 모델 개발과 국산 패키지 실증 등을 추진한다. 양자컴퓨팅과 슈퍼컴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컴퓨팅 인프라도 확충한다. 정부는 또 피지컬 AI를 국가 목표로 설정했다. 산학연 연합을 통해 7대 선도 분야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제조 현장용 휴머노이드 플랫폼을 비롯해 재난 구조 로봇, 물류 로봇, 농업 완전자율 로봇 등이 주요 육성 대상으로 지목됐다. 자율주행을 위한 AI 전환도 추진된다. 정부는 자율주행 중심 AI 전환 계획을 올해 하반기까지 수립해 자동차 산업 전반에 AI 적용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미 2027년까지 전국에 자율주행 실증 도시를 대거 지정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제조업을 대상으로 한 AI 전환도 추진된다. 한국은 전통 제조업을 기반으로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산업구조를 첨단화하지 않으면 제조업 자체가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을 적극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실제로 부산 등은 제조업 기반의 산업구조를 고도화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제조 AI 2030 전략'을 1분기 안에 마련해 공장과 생산 공정 전반에 AI를 적용하는 산업 AX(AI Transformation)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중소·중견 제조기업을 포함한 산업 현장의 AI 활용을 단계적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고용, 납세 등 수요가 높은 공공부문에도 공공 AX를 단계적으로 확산해 행정과 공공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는 기술·산업 전환과 함께 '전국민 AI 한글화'를 포함한 AI 기본사회 구축에도 나선다. 온라인 AI 교육 기반을 구축해 초중고 학생은 물론 대학생, 비전공자, 청년, 재직자, 일반 국민, 소상공인·자영업자까지 폭넓게 AI 활용 역량을 높일 계획이다. 국가 공인 AI 자격증의 확대도 추진된다. 교육과 산업 현장을 연결해 AI 활용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한마디로 정부의 AI 대전환은 인프라·기술·산업·인적자원 등 국가 산업, 경제, 사회 구조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이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그래픽처리장치(CPU) 대량 확보, AI 데이터 센터 확충 등 핵심 정책을 추진 중이다. ■ 한국형 AI 인재란? 정부가 추진하는 'AI 전면 전환'의 핵심 인프라는 한국의 미래 AI 시대를 이끌 인재일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형 AI 인재는 어떤 사람을 의미할까. 최근 생성형 AI 사용이 일반화된 데다 정부가 국가 주도의 AI 대전환까지 추진하면서 “이대로 가면 나만 도태될지 모른다”거나 “나는 점점 효용가치가 떨어지겠구나”는 등의 반응이 이어진다. 학생들의 경우엔 “무엇을 전공해야 할지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다수다. AI가 기존 일자리의 상당수를 대체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미래가 점점 현실화되면서 불안감은 갈수록 증폭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엔 AI 시대에 인간 사고력과 문해력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철학 등 인문학 계열 학과의 입학 경쟁률까지 치솟고 있다. 통상 그동안 AI 인재는 생성형 AI 모델 개발자나 자율주행 알고리즘 연구자 등을 의미했다. 즉 새로운 모델을 연구 개발할 수 있거나 AI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는 남다른 수학적 사고력을 갖춘 박사급 연구자나 고급 개발자에 국한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핵심 기술 인재인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협의의 AI 인재라고 할 수 있다. AI 인재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면 AI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업무 혁신을 할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현재 정부가 정한 ‘모두의 AI’라는 국정 비전을 감안하면 AI 인재의 의미는 한층 확장된다. 일부 공학도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교과과정 개편, 직장인 대상 재교육 등을 통해 초중고부터 대학생과 경제활동인구 등 전 생애에 걸쳐 AI 소양 교육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즉, AI 인재는 AI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소수의 전문가, 의료, 제조, 금융 등 각 산업에서 AI를 잘 활용하는 다수의 실무 인력을 지칭하는 융합인재, AI를 이해하고 결과를 해석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춘 일반 시민 등을 모두 포함하는 의미로 받아들여 진다. 이런 점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근 산하 공공기관 업무보고에서 한 발언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는 “AI 기술혁명은 노동자에게 실직의 공포가 아니라 능력 향상의 도구가 돼야 한다"며 "AI 기술 발전이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일자리가 될 수 있도록 청년·중장년·취약계층 등의 특성에 맞는 모두의 AI를 위한 직업훈련을 실행해달라"고 주문했다. 결국 현재 정부가 바라는 한국형 AI 인재의 범주를 넓게 해석하면 AI를 다룰 수 있는 모든 국민이라는 해석도 가능한 셈이다. ■ 모든 국민이 AI 인재…코파일럿 경제 시대로 현재의 우리는 AI가 미래를 바꿀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기대감도 있지만 불안감도 큰 상황이다. 국제 민간 싱크탱크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7일 공개한 ‘AI와 함께 일하는 시대, 2030년 일자리의 네 가지 미래’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 보고서는 AI로 인해 바뀔 미래를 네 가지 시나리오로 분류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초고속 발전'이다. AI 발전 속도가 빠르고 해당 사회의 적응 준비도 잘 된 상태에서 발생할 것으로 봤다. 여기에서는 생산성이 급증하고 AI가 산업을 재편하고 새로운 직업도 빠르게 창출된다고 한다. 이때 인간의 역할은 AI에이전트를 지휘하는 '오케스트레이터'로 바뀌게 된다. 두 번째는 AI 발전 속도가 인력의 적응 속도를 앞지르는 '대체 시대'다. 조직과 개인이 AI의 빠른 발전 속도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수익을 노린 자동화에만 집중, 대규모 실업과 사회적 균열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 세 번째는 '코파일럿 경제'다. 준비가 잘 된 인간과 AI의 협업에 초점을 맞춘 경우다. 인간의 기술 적응이 AI 발전 속도보다 빠르거나 병행될 때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경제 구조를 의미한다. WEF는 이 사례를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긍정적인 고용 결과를 창출할 수 있는 시나리오로 꼽았다. 네 번째는 '정체된 발전'이다. AI 발전도 부진하고 인간의 대처도 부족한 경우를 가정했다. AI 발전 속도도 느리지만, 인력들의 AI 활용 기술도 부족해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AI 전문성을 갖춘 일부 기업과 국가에 이익이 집중되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하는 부작용이 촉발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와 관련,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앤컴퍼니는 ‘AI 시대의 협업: 에이전트·로봇·인간’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AI와 로봇의 확산을 통한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책임 있는 결정과 의사소통, 조정 등 인간 고유의 역량이 더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AI를 만드는 소수의 개발자보다, AI를 이해하고 개입 시기를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등 AI와 함께 일하는 능력을 가진 다수의 노동자가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현재 정부의 AI 대전환 계획은 코파일럿 경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모든 국민이 AI 기술에 제대로 적응할 때 생산성이 급증하고 혁신이 일상화되는 미래를 일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거의 모든 국민들이 스마트폰 등을 통해 기본적인 인터넷 사용 소양을 갖췄던 게 IT 강국 도약의 동력이 된 것과 같은 논리라고 할 수 있다. 즉, AI 강국 도약을 위해서는 소수의 전문가와 융합인재 육성뿐만 아니라 전 국민을 AI 인재로 거듭 나도록 하는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교육과 우리 사회 전반의 대대적인 인식 전환 자체가 가장 시급하면서도 절실한 목표인 셈이다.
[김상훈의 포커스온] 대학에 부는 해수부 온풍
연초부터 부산 지역 대학가에 훈훈한 소식이 전해졌다. 한파를 녹일 만큼 온기가 충만하다. 부산 지역 4년제 대학 15곳의 2026학년도 평균 정시 경쟁률이 5.35 대 1로, 2025학년도 3.65 대 1보다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해양·수산 특성화 대학들이 역대급 경쟁률을 기록했다. 국립부경대의 정시 경쟁률은 7.19대 1로 지난해 5.61대 1을 크게 넘어섰다. 개교 이래 최고 경쟁률이라고 하니 놀랍다. 해양·수산 계열 학과의 강세도 두드러졌다. 나군에서 해양공학과는 14.6대 1, 수해양 생물 전반을 다루는 생물공학과는 13.8대 1을 나타냈다. 국립한국해양대는 평균 6.7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2009학년도 이래 17년 만에 최고 경쟁률이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효과가 대학 입시에도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해수부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 등 해양산업을 둘러싼 정책 환경 변화와 함께 부산이 미래 해양산업 인재 양성의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기대감이 수험생들에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역 사립대의 경쟁률 상승도 두드러졌다. 경성대가 8.88대 1로 지역 대학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신라대 6.96대 1, 동서대 6.75대 1, 부산가톨릭대 6.41대 1, 동의대 6.38대 1, 부산외국어대 6.28대 1, 동아대 5.95대 1 순이었다. ‘벚꽃 피는 순으로 폐교 위기’라던 대학가의 오랜 자조가 올해만큼은 무색할 정도다. 정시 경쟁률 3대 1 미만 대학이 무려 8곳에 달했던 지난해와는 확연히 다른 흐름이다. ‘무작정 인서울 대학’ 현상이 주춤해진 데에 대해선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정부의 비수도권 거점대 육성 정책, ‘불수능’·의대 정원 회귀·‘사탐런’ 확산 등 입시 환경 변화에 따른 안정 지원 경향, 지역 대학들의 정원 감축과 수험생 수요를 반영한 학과 개편, 수시 모집 이월 인원 축소와 황금돼지띠(2007년생) 수험생 증가 등이 거론된다. 고물가로 인한 수도권 거주 비용 부담도 원인이다. 수도권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쉽지 않다 보니 실리를 추구하면서 지역의 경쟁력 있는 학과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지방대학 육성법’에 따른 비수도권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35% 채용 의무화, ‘혁신도시법’에 따른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30% 채용 의무화 제도도 지역 대학 출신에겐 매력적이다. 현 정부는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지방대 육성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는 서울대의 70% 수준까지 부산대를 비롯한 9개 지방거점국립대의 예산 지원을 늘릴 방침이다. 향후 5년간 지방대에 4조 원 이상을 집중 투자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교육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 실현을 위해 올해 거점국립대 투자 예산으로 총 8855억 원을 투입한다. 정부의 지방대 육성을 위한 다른 정책으로는 ‘글로컬대학30’ 사업과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 사업이 있다. 3년에 걸친 글로컬대 심사 결과 부산에서는 경성대(단독), 부산대·부산교대(통합), 동아대·동서대(연합)가 지정된 바 있다. 비수도권 대학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선정 대학은 재정 지원과 규제 특례를 받고 대학당 5년간 최대 1000억 원을 지원받는다.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은 지자체와 대학이 협력적 동반관계를 구축해 지역 혁신과 발전을 이끄는 것이 목표다. 정부가 이처럼 각각 다른 사업들을 잘 연계하고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야 대학·산업·도시가 동반 성장하는 추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해수부 부산 시대가 열린 것은 지역 대학에는 큰 기회이자 전환점이 된다. 해수부 이전을 계기로 SK해운, 에이치라인해운 같은 해운 대기업이 본사 부산 이전을 공식화한 바 있다. 여기에다 해운 대기업 HMM과 해양수산 공공기관 이전, 동남권투자공사와 해사법원 설치, 북극항로 거점 구축 등 해양 행정·사법·금융을 포함한 해양산업의 종합적인 집적이 이뤄져야 한다. 이것이 실현돼야 지역 대학들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더 가팔라질 학령 인구 감소와 학업·일자리를 위한 청년들의 수도권행은 여전히 대학과 지역엔 위기의 요소다. 올해는 지역 대학 지원자들이 많았지만,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지, 어떤 변화가 펼쳐질지 장담하기 어렵다. 지역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가지 않더라도 지역에서 연속적으로 교육, 취업, 정주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기업, 지자체의 협력은 필수다. 특히 대학은 지역 혁신의 중심이자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고 구현하는 전략적 자산이 되어야 한다. 지역 대학의 위기는 도시 전체의 존립 조건과 연결된다. 대학이 무너지면 청년이 떠나고, 산업 기반은 축소되고, 고령화는 심화한다. 수험생의 탈지역 추세 반전을 대학 혁신과 지역 사회 성장의 선순환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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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이기대 입구에 결국 25층 아파트… 시민단체 '감사원 감사 청구'
빗나간 머스크의 예언… K배터리 ‘혹독한 겨울’ [비즈앤피플]
삼성전자·SK하이닉스 3배 레버리지 ETF 나온다
HJ중공업 함정정비협약 체결 대상자로 최종 선정
“가을 맛보세요”… 호텔가는 지금 ‘미식의 대향연’
[생활경제뉴스] 풀무원다논, 창립 10주년 기념 이벤트 실시 外
가덕신공항 우여곡절 끝에… 대우 컨소에 한화·롯데·HJ중공업 '구원 투수' 나선다
역대 최대 중국산 농산물 불법 수입 적발…대추·땅콩·고추·생과일 등 1150톤
풀체인지부터 고성능까지… 국산·수입차 역대급 ‘신차 보따리’
홈플러스, 부산감만점 등 점포 7곳 추가 영업중단 '자금상황 한계… 1월 급여도 연기'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월 18일 일요일(음력 11월 30일)
낙동강변 '지식 놀이터', 한겨울도 뜨겁다 [문화 핫플]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월 17일 토요일(음력 11월 29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월 19일 월요일(음력 12월 1일)
부산 ‘달동네 작가’ 엄경근 별세… 향년 43세
[부산 전시] 이번 주에 뭐 볼까?[2026년 1월 15일~ ]
귀여운 유치원생인 줄 알았던 라니에게 숨겨진 비밀은…
'76년 전통' 부산 노포가 매년 간판 바꾸는 이유는?
권상우 “나는 ‘언더독’에 가까운 배우”
[2026 신춘문예-시] 셰어 하우스 / 박은우
[2026 신춘문예-단편소설] 여기서 누군가 / 윤현준
[2026 신춘문예-시 심사평] 뿌리뽑힌 현대인, 그 존재 방식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