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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일해저터널 로비 PK 정치권 번지는 통일교 게이트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관련 불똥이 부산·경남 여야 정치권 전체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한일해저터널 추진이 통일교의 정치권 집중 로비 이유로 지목되고 있어서다. 이미 통일교 로비 관련 피의자가 된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해서도 통일교가 한일해저터널 관련 현안 협조 로비를 했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파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통일교의 숙원사업으로 꼽혀온 한일해저터널은 출발 지점이 부산 혹은 부산 인근지역으로 설정돼 온 만큼 통일교의 접촉 대상 정치인은 해당 지역에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에선 이 사안이 지역 정치권을 흔드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전재수 전 장관은 처음 알려진 것보다 더 자주 통일교와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며 곤욕을 치르는 중이다. 한 언론사는 전 전 장관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통일교 행사에 참석하는 등 모두 7번 통일교 측과 접촉했다고 1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2018년 통일교 부산지역 행사 다음날 “우리 일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며 전 전 장관에 대한 특별보고를 하기도 했다. 전 전 장관 외에도 통일교는 202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에 속해 있는 PK 인사들을 집중 접촉해 협력 관련 내부 보고를 남긴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협력 대상은 통일교 숙원사업인 한일해저터널로 추정된다. 한일해저터널 사업은 통일교 창시자 문선명 씨가 1981년 ‘국제하이웨이·한일터널’ 구상을 밝히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해당 구상은 부산과 대한해협, 쓰시마, 규슈를 잇는 약 200km 길이의 해저터널을 만드는 게 핵심 내용이다.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한일 양국이 국가적 명운을 걸 정도로 주력해야 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이 때문에 사업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가로젓는 전문가들이 많다. 하지만 역으로 그렇기에 통일교가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정치권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일교로서는 해당 사업이 문 씨의 뜻을 잇는 상징성이 크기에 후계자 다툼에도 큰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PK 정치권은 너도나도 통일교의 로비는 없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으나 수사 확대 이후 금품 수수 대상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해 긴장감이 역력한 표정들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통일교 서울본부와 천정궁 등에 대한 압수수색은 15일에야 이뤄졌다. 특검 수사 때부터 금품 로비 관련 진술이 나온 점을 감안하면 늑장 수사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자칫 결정적 증거를 못 찾아 수사가 한없이 장기화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 미치는 악영향도 그만큼 커질 공산이 크다. 여야를 막론하고 원칙에 따라 신속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민이 납득할 결과는 결코 나올 수 없다. 그럴 경우 이 사안의 종점은 또 다른 특검이 되고 말 것이다.
[사설] '지방대 예산 늘리기' 구체적인 정책 로드맵 내놓아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서울대 예산 쏠림’ 문제를 지적하며 지방 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 예산의 대폭 증액을 지시했다. 교육부는 서울대의 70% 수준까지 부산대를 비롯한 9개 지방거점국립대의 예산 지원을 늘리겠다고 답했다. 향후 5년간 지방대에 4조 원 이상을 집중 투자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대 예산 지원을 줄이면 섭섭할 테니 지방대 지원을 최대한 늘려가자”고 말했다. 정부가 교육 분야에서도 수도권과 지역 간 불균형을 완화해 국가 균형발전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인 것은 바람직하다. 거점국립대가 ‘5극 3특’ 성장 엔진과 맞물려 지산학연 허브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대와 지방대 학생 1인당 예산을 직접 언급하며 정부 교육 예산 불균형 문제를 구체적으로 짚었다. 학생 1인당 예산이 서울대는 6000만 원대, 거점국립대는 2000만 원대로 3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데, 연구용역을 제외한 예산 지원이 학교별로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교육부에 물었다. 실제로 서울대가 받는 1년 정부 지원 예산은 7200억 원가량인 반면, 거점국립대는 2980억 원에 그친다. 학생 수는 서울대 2만 9000명, 지방대는 2만 1000명 수준이다. 학생 수 차이에 비해 지원금 격차가 훨씬 더 큰 것이다. 서울대가 법인의 특수성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정부 예산 편중 지원은 지역 불균형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교육부는 이 대통령의 핵심 교육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중점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에 거점국립대 투자 예산으로 총 8855억 원을 투입한다. 거점국립대 9곳의 교육을 혁신하고 학생 1인당 교육비를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의 지방대 육성을 위한 다른 정책으로는 ‘글로컬대학30’ 사업과 지역혁신중심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 사업이 있다. 3년에 걸친 글로컬대 심사 결과 9개 거점국립대 모두 지정된 바 있다. 글로컬대 사업은 대학의 혁신, 라이즈 사업은 지역과 대학의 협력·동반 성장을 강조한다. 정부가 각각 다른 사업들을 잘 연계하고 시너지를 발휘해 실질적인 지방대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거점국립대에 예산을 대폭 늘리기로 한 만큼, 이를 어떻게 실행에 옮긴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 거점국립대가 지역 발전을 이끌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인재 양성 방안, 우수 교원 유치를 위한 대책, 지역 사회·산업계와의 동반 성장 모델 마련 등 세밀한 정책을 가다듬어야 한다. 대규모 예산 투입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려면 대학의 체질 개선도 뒤따라야 하겠다. 대학이 지역 산업과 연계해 인재를 키우고, 청년들의 취업·창업·정주를 이끌어내는 기반을 서둘러 조성할 필요가 있다. 대학이 지역 혁신의 불씨가 돼 지방 소멸을 막고 지역 균형발전을 이뤄내야 할 것이다.
[사설] 부전역~청량리·강릉 운행 확대… 복합환승센터 무르익는다
부전역에서 서울 청량리를 오가는 중앙선과 강원도 강릉을 잇는 동해선 구간에 연말까지 KTX-이음 열차가 증편·신규 투입된다는 소식이다. 청량리행은 하루 왕복 6회에서 18회로 대폭 증편되고, 강릉 노선은 ITX-마음보다 1시간여 빠른 KTX-이음이 달리게 된다. 이는 부전역이 중앙선·동해선·도시철도가 교차하는 광역 교통망 요충지의 입지가 굳어지고 승객이 급증하면서 단순 환승 기능을 넘어선 허브 역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전역이 상전벽해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부산의 보조역’이라는 과거의 관념 탈피는 더디기만 하다. 부전역의 지위 격상에 걸맞은 복합환승센터 추진은 이제 더 이상 지연되어서는 안 된다. 부전역 수요의 구조적 성장과 연결망에서 차지하는 지위의 상승 추세는 확고하다. 올 10월까지 이용객(88만 5000명)은 지난해 전체(49만 명)의 1.8배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중앙선·동해선에 이어 부전마산선까지 개통하면 현재 부전역사의 수용 능력에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교통 혼잡·안전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단순한 철도 환승 공간을 넘어서 부전역과 연계되는 시내 교통 인프라인 도시철도·버스·보행 동선까지 고려한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 부산 시민 40만 명이 복합환승센터 추진을 요구하는 서명에 동참했다. 선제 대응이 필요한 때이지만 중앙 정부의 결단은 여전히 더디다. 부전역은 남해안의 경전선(부전마산선)과 동해안의 동해선을 잇는 U자 형태 국가 철도망에서 결절점 역할을 맡고, 동시에 수도권(청량리)까지 종횡무진하는 중심축이다. 여기에 이동 시간 단축과 노선 확장이라는 양적 변화를 거듭하면서 명실상부한 사통팔달의 요지로 변모하고 있다. 따라서 역사 자체의 수용 능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나아가 역사와 연계된 도심의 교통 혼잡과 주차난, 안전 문제를 해소하는 한편 상업·관광 시설과 휴식 공간이 어우러지는 게 필수다. 도시 계획 차원에서 교통 시설과 주변 공간을 통합·재편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여기에 방향성의 공론화에 이은 신속한 집행이 요구된다. 이번 부전역 KTX 증편은 부산의 도시 공간을 재편하는 계기로 삼아야 의미가 있다. 보조역이 아닌 도시 발전의 중심축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부산시는 부전역 일대의 교통 전략, 상권 활성화 계획, 도시재생 사업을 복합환승센터 중심으로 통합·재구성해서 정부 설득에 나서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복합환승센터에 대해 제5차 광역교통시행계획(2026~2030년) 반영을 검토하는 중이다. 국토부와 부산시 모두 부전역 성장 속도에 뒤처져 적기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승객도 증가하고, 열차 운행도 느는데 도시 인프라만 과거에 머무르게 방치한다면 시민이 용납하지 않는다. 행정이 결단과 실천으로 답해야 한다.
'환빠' 논란 너머
단군조선 이후 고대사를 기록했다는 ‘환단고기’가 때아닌 화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업무보고에서 ‘환빠’ 논쟁을 아느냐고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물으면서 논란이 시작됐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환단고기’는 1911년 계연수가 기존에 전해오던 각각의 책, ‘삼성기’ ‘단군세기’ ‘북부여기’ ‘태백일사’를 하나로 묶어 펴낸 책이다. 강단 사학계는 일찌감치 위서 판명을 내렸다. 고대에 어울리지 않는 근대적 단어 사용, 환인 시대의 비현실적 집권 기간과 수명 등을 근거로 든다. 이 책을 옹호하는 쪽은 사료가 지극히 부족한 우리 고대사에 일부라도 살펴볼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인 관점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과거로부터 전해진 사실을 엮을 당시 표현이 반영됐을 뿐이고, 집권 기간과 수명은 1인이 아니라 왕조의 집권기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1979년 계연수의 제자 이유립이 수십 부를 영인했고, 1982년 일본인 가시마가 이를 일역하고 원문을 게재한 것을 계기로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유립과 함께 1975년 ‘국사찾기협의회’를 결성했던 임승국이 1986년 ‘환단고기’를 국내에 출판하면서 대중에게도 널리 공개됐다. 해방 이후 32년 만에 성공한 민주화 바람에, 민족적 자긍심을 일깨우는 고대사 기록 ‘환단고기’는 좋은 불쏘시개였다.이 대통령이 동북아역사재단 박지향 이사장의 역사관에 대한 문제 의식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 ‘환빠’ 논란의 배경이란 분석도 있다. 영국사 전공자인 박 이사장은 지난해 “2023년 한국 국민 수준이 1940년대 영국 시민보다 못하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주변국 역사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재단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 식민지 근대화론, 뉴라이트 사관과의 관계를 지적 받기도 했다.영국 역사학자 E.H.카의 명언이 떠오른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다.’ 사료와 유물·유적 같은 객관적 근거, 이를 연구하는 사람의 문제의식과 관점. 즉 사실과 해석의 상호작용 결과가 역사라는 얘기다. 연구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역사를 대하는 평범한 시민의 자세도 이와 같으면 좋겠다. 역사에 대한 어떤 주장을 펼칠 때는 사실과 해석을 정직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역사학계는 베일에 쌓인 우리 상고사를 밝히는 데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주변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누구나 동의할 역사의 최대공약수를 넓히기 위해서라도.이호진 선임기자 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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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경 칼럼] 블록체인 도시 부산의 미래
우리 사회에서 블록체인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폭발하기 시작한 게 2017년 즈음의 일이다. 비트코인 가격 급등과 함께 ICO(암호화폐 공개) 붐을 통한 코인 광풍이 몰아친 시기였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코인 투자 열풍은 경제적 불안과 부동산 가격 급등, 기성세대에 비해 불리한 사회적 위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대중의 관심에 민감한 정치가 이를 그냥 두고 봤을 리 없다. 2018년 6월 13일 실시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암호화폐 도입이 이슈로 등장했다.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자유한국당 남경필 후보는 암호화폐와 핀테크를 결합한 지역화폐 ‘G코인’ 발행을 공약했다.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 내에는 ‘블록체인랩’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당시 무소속으로 나선 원희룡 제주도지사 후보는 ‘제주코인’ 발행과 함께 블록체인 특구 조성을 공언했다. 오거돈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부산형 사회복지 코인인 ‘B코인’ 공약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미래 첨단산업으로 포장된 후보의 이미지는 선거 전략의 일환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내에서도 암호화폐 열풍을 둘러싸고 ‘신산업 육성 파’와 ‘투기 과열 방지 파’의 논쟁이 팽팽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범정부 차원에서 거래소를 통한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특별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혀 논란에 불을 붙였다. 유시민 작가가 한 토론회에서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와 논쟁을 벌인 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인류 역사상 가장 난해하고 우아한 사기”라며 특유의 대중적 언어로 전문가를 제압하려 했던 것도 그런 논란의 연장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산업 육성 필요성은 정부 내에서도 꾸준히 제기됐고, 중소벤처기업부는 2019년 7월 부산을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하기에 이른다. 제주와 경기뿐만 아니라 서울까지 가세한 특구 유치전이 부산의 승리로 끝난 데에는 유재수 당시 경제부시장의 역할이 컸다. 정통 금융 관료 출신인 그는 부산시 블록체인특구 추진단장을 맡아 특구 지정과 사업을 주도했다. 그렇게 부산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위변조가 불가능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첨단 신산업을 키우는 ‘신뢰 도시’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했다. 그 후 6년여 세월 부산에서는 물류, 관광, 공공안전, 금융, 부동산, 의료 등의 분야에서 블록체인 실증 사업이 진행됐고 항만 정보공유 플랫폼, 맞춤형 AI 의약품 등에서 의미 있는 혁신의 결과물이 축적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커피 이력 추적 등도 커피 도시 부산에서 눈에 띄는 시도다. 부산시가 앵커 사업으로 의욕적으로 추진한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비단)는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민간 주도로 출범했고, 올해로 4회째를 맞는 ‘블록체인 위크 인 부산’도 블록체인 인식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은 세계적 블록체인 도시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다양한 시도와 혁신의 축적에도 불구하고 산업생태계 조성은 미미한 수준이다. 기존 산업과의 폭발적 시너지도 아직 보이지 않고 시민의 일상 속 블록체인 도시로서의 경험이나 공공 서비스 등도 체감하기 쉽지 않다.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방향성도 보이지 않는다. 그 사이 세계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은 크립토 윈터와 서머를 거치며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떠올랐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선언하고 현물 ETF를 제도화함으로써 블록체인 산업에 불을 질렀다. 스테이블코인과 암호화폐 기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담은 지니어스법도 만들어 생태계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마침 국내에서도 늦었지만, 토큰증권(STO) 근거 규정이 담긴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STO는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자산 형태 증권으로 기존 전자증권만으로 담기 어려웠던 부동산, 미술품, 음원 저작권 등 실물자산과 권리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가 STO 가이드라인을 공개한 지 3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야 법제화를 앞두게 된 데에는 정치권의 직무 태만이 한몫했다. 어쨌든 STO 도입은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에 새로운 전환점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재 금융 당국은 장외거래소 인가를 진행 중인데 3개 컨소시엄이 신청한 상태다. 부산에서는 한국거래소 컨소시엄이 도전장을 던졌는데 블록체인 특구에 유통 플랫폼이 허가돼야 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사실 STO는 가이드라인 설정 당시부터 블록체인 특구 사업 안에서 논의됐어야 하는 사안이다. 이제 블록체인 특구 부산이 보여 줘야 하는 것은 더 이상 담론이 아니라 산업화의 경험과 실질적인 생태계의 진전이다. STO 시장 선점과 활성화가 그 새로운 출발일 수 있다. 강윤경 논설주간 kyk93@busan.com
[김대래의 메타경제] 혐오의 경제학
얼마 전 친구와 함께 늦가을 단풍을 볼 겸 금정산에 올랐다. 제2망루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일흔은 넘어 보이는 신사분이 다가와 갑자기 퀴즈를 내겠다고 하였다. 얼떨결에 받아 든 퀴즈는 두 개였다. 하나는 금정산성의 축조 연대를 맞추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우리나라의 독립문이 어느 나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기 위한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퀴즈의 목적을 알 수는 없었지만 다행히 두 문제를 근사하게나마 바로 맞추었다. 그래서인지 더 이상 퀴즈를 내지 않고 젊은 커플이 앉아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갔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금정산성은 임진왜란과 관계가 없으며, 구한말 우리나라가 독립문을 세웠던 것은 중국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확인해 주었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흐르던 혐오 다시 한국에서 중국으로 흘러가 수평적 경쟁관계 외면 어리석음 그런데 기분이 묘했다. 퀴즈를 내고 설명을 하는 태도에서 퀴즈에 무엇을 담고 싶었는가 하는 의도가 깊이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독립문 건립은 일본이 청일전쟁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라는 말로 시작한 설명은 한반도와 필리핀을 놓고 일본과 미국이 구두로 양해하였던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있었다는 어떤 근거도 없다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이런 식으로 퀴즈와는 관계가 없는 말을 하던 그가 황급히 자리를 뜨는 모습에서 의도는 더욱 짙게 확인되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혐오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여러 차례 보도된 적이 있다. 그러나 일제의 만행을 많이 듣고 자랐을 고령의 신사분으로부터 일본에는 우호적이고 중국에는 적대적인 태도를 접하는 것은 좀 의외였다. 물론 각자의 생각은 다를 수 있고 또 동북아 3국 간의 혐오는, 정도와 형태의 차이는 있지만 3국 모두 적지 않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3국 간 혐오의 역사에서 단연 선두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혐오 즉 혐한(嫌韓)이었다. 대체로 혐오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흐르는 경향이 짙은 것이어서 좀 더 발달된 나라들이 뒤처진 나라에 보내는 무시가 핵심을 이룬다. 일본의 식민지 시대를 겪었던 한국에 대한 일본의 혐오는 그래서 역사적 뿌리가 깊고 강력하였다. 일본에서 혐한은 한 때 산업으로 불릴 만큼 성행하였다. 혐한 서적들은 서점의 한 코너를 차지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가 아주 최근에 들어와서야 많이 퇴색되었다. 진실과는 상관 없이 한국은 나쁘고 곧 무너질 것이라는 희망을 담은 선동이 더 이상 먹히지 않을 만큼 한국의 발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역전의 마무리는 1인당 소득에서 일본이 한국에 뒤지게 된 것이었고, 이로써 혐한이 설 수 있는 핵심 토대는 무너져 내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혐오는 사실을 부정하고 보고 싶은 것만 봄으로써 적절한 대응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한국에 대한 혐오를 통해 일시적으로는 시원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 일본이 대응책을 준비하는 데는 그 같은 혐오가 일절 기여하지 못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일고 있는 대중 혐오도 근본에서는 다를 바 없다. 중국의 발전이 우리보다 낮고, 중국이 곧 무너질 것이라는 주장들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부분적인 사실을 부풀려 전체적인 것처럼 오해하게 하는 것도 닮았다. 게다가 미디어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더욱 자극적인 전달 방식으로 구독자를 끌어모으는 새로운 상업적 방식이 결합되면서 더욱 빈번하게 콘텐츠들이 생산되고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세계 최대의 공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세계의 공장이 되었다. 중국에서 생산된 원재료 없이는 세계의 공장들이 가동되지 못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부문에서는 미국과 선두를 놓고 다투는 유일한 나라로 성장하였다. 그리고 한 때 우리나라가 앞서가던 많은 분야에서 중국이 격차를 줄이고 일부는 앞서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실 오늘날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경제는 이제까지 한번도 겪어 보지 못한 매우 수평적 경쟁 관계에 있다. 일본과 중국이 외교적인 문제로 서로의 약점을 노린 경제적 제재를 한 방씩 주고 받고 있지만, 어느 쪽도 결정타를 날리지 못하는 것은 경제가 너무 깊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역으로 3국 간에 형성된 경쟁 관계가 그만큼 심각하고 또 그러한 경쟁 때문에 불필요한 혐오와 증오가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3국이 함께 이러한 혐오를 줄여나가야 하겠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러한 속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는 것이다. 미워하고 외면한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혐오가 아닌 사실을 직시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실행하는 데 에너지를 써야 한다. 좀 더 냉철해져야 한다.
[데스크 칼럼] 보행자의 죽음을 학습하지 않는 사회
횡단보도를 걸을 땐 주위를 두리번대는 습관이 생겼다. 달리는 자동차를 믿기 어려워 생긴 경계심이다.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뉴스 속 횡단보도 보행자 사망 사고에 언제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지난 7월, 회사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20대 딸을 잃은 어머니였다. 딸은 올해 5월 울산공항 인근 횡단보도에서 우회전하는 시내버스에 치여 숨졌다. 녹색 보행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딸을, 우회전 일시 정지 의무를 어긴 버스가 덮친 것이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딸은 특수교사 꿈을 이뤄 울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했다. 올해 12월엔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그는 “사고 기사 몇 줄로만 남아 버린 딸을 이렇게 하늘로 떠나 보내기엔 너무나 억울하다”며 “더 이상 허망한 죽음이 없어야 한다”고 울먹였다. 그러고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 게시판에 ‘우회전 일시 정지 위반에 따른 보행자 사망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법률 제정에 관한 청원’을 게시했다며, 언론의 관심을 간절히 부탁했다. 사고만 없었다면 딸은 아름다운 12월의 신부가 됐을 터였다. 뉴스를 검색해 보면, 우회전 차량에 의한 보행자 사망 사고는 줄을 잇는다. 지난 8일 경기 안양시에서는 보행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이 우회전하던 통학버스에 치여 숨졌다. 지난 9월 29일에도 경남 창원시에서 보행 신호를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여성이 덤프트럭에 치여 생명을 잃었다. 보행자들이 무엇보다 안전해야 할 횡단보도에서 안타깝고 허망한 사고가 잇따르며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지만, 그 원인을 운전자의 부주의로만 치부하기에는 뭔가 개운치 않다. 보행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며 개정된 법이 현실과 괴리돼, 오히려 운전자와 보행자의 혼란을 키우고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7월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우회전 차량의 보행자 보호 범위를 ‘통행하고 있을 때’에서 ‘통행하려는 때’로 확대했다. 2023년 1월부터는 전방 차량 신호가 적색이면 우회전 차량은 반드시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해야 한다. 도로 접속 지점에 횡단보도를 설치할 수밖에 없는 교통 신호와 도로 체계를 감안해, 우회전 시 발생할 수 있는 보행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복잡한 우회전 방식은 운전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사고 예방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법 시행 이후 부산에서 발생한 우회전 차량 사고 건수와 인명 피해가 오히려 늘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실제로 우회전 시 운전자가 고려해야 할 상황은 지나치게 많다. 횡단보도가 몇 개인지, 각 횡단보도에 어떤 신호가 들어오는지, 보행자가 있는지, 걸으려는 움직임이 있는지, 녹색 화살표 신호가 있는지 등 경우의 수가 끝도 없다. 바뀐 법이 시행된 지 2년여가 지났지만 이를 정확히 숙지하고 지키는 운전자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보행자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라도 길을 건너거나, 건너려는 보행자가 있으면 차량이 반드시 일시 정지해야 하지만, 이를 아는 운전자도 거의 없다. 전문가들까지 나서 규정 간소화를 지적하는 이유다. 보행자 보호와 교통 흐름을 동시에 고려하다 보니 현장과 동떨어진 ‘기형적 규정’이 만들어진 셈이다. 그럼에도 경찰은 법 개정 초기 일시적 계도와 홍보에 그쳤고, 복잡한 규정을 현장에서 정착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은 부족했다. 강력한 단속에 나서기가 부담스럽다면, 꾸준한 계도라도 필요함에도 말이다. 2년 넘도록 달라진 우회전 통행법이 현장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면, 이제는 실효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받아들이고, 복잡하고 난해한 우회전 통행법을 간단하고 명료하게 바꿔야 한다. 우회전 차량이 차량·보행 신호와 관계없이 횡단보도 앞에서 무조건 일시 정지하도록 하고, 횡단보도에 보행 신호가 들어와 있거나 보행자가 있는 경우, 보행 신호가 끝나거나 보행자가 길을 다 건널 때까지 차량이 무조건 멈춰 있도록 하면 운전자의 혼란이 줄고, 보행자 사망 사고도 줄일 수 있다. 교통 흐름에 영향이 있겠지만, 생명보다 중요한 건 없다. 미국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후배는 미국의 우회전 방식이 우리나라와 너무 달라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우회전 도로에서 빨간색 스톱(STOP) 교통 표지판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표지판 앞에서 3~5초가량 멈춰 서 있지 않으면, 경찰이나 단속 카메라에 적발돼 꽤 많은 벌금을 문다고 했다. 3~5초가 보행자의 생명을 지키는 ‘골든 타임’인 셈이다. 우리 사회와 정부도 더 늦기 전에 횡단보도 위 안타까운 죽음들로부터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노트북 단상] 백화점이 사라지는 자리에
기사가 보도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지역 커뮤니티는 여전히 뜨겁다. 롯데백화점 동래점이 3990억 원에 매각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SNS에서는 관련 소식이 넘쳐난다. ‘대형 호재가 터졌다’ ‘무슨 하이엔드가 들어설지 기대된다’는 식의 반응이 주를 이룬다. 롯데백화점 동래점은 롯데쇼핑이 이미 2014년에 사모펀드 운용사인 캡스톤자산운용에 매각했다. 이번 매각은 캡스톤이 다른 시행사에게 부지를 넘긴 것으로, 임대차 문제 등으로 매각이 완전히 종료되지는 않아 새 시행사의 윤곽을 밝히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롯데백화점은 2034년 12월까지 영업이 보장돼 있어 백화점이 당장 문을 닫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업계는 새 시행사가 이 부지를 초고층 주상복합으로 개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부산의 다른 여러 시행사들도 주상복합 개발을 염두에 두고, 지난해부터 꾸준히 동래점 부지 매입을 검토해왔다. 다만, 임대 계약 조건이나 침체된 지역 부동산 분위기 등을 감안해 실제 매입에 나서지는 않았다고 한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자리에 주거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동래점 역시 유사한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소규모 백화점이라 하더라도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오늘도 밥벌이를 하고 있다. 모든 직원이 양질의 일자리를 가졌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지역 경제의 버팀목 중 하나다. 백화점 주변 상권까지 포함하면 두말할 나위 없다. NC백화점 서면점, 메가마트 남천점, 홈플러스 연산점 등 지난 5년간 문을 닫은 부산 소재 대형 판매점은 6곳에 달한다. 전국 최고 수준이다. 이런 자리엔 어김없이 초고층 아파트나 주상복합 개발이 추진된다. 매출이 저조한 일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계속해서 매각 물망에 오른다. ‘용도 제한만 풀리면 주상복합으로 개발한다’는 이들이 늘 주시하고 있다. ‘노인과 바다, 그리고 아파트’라는 부산의 수식어가 틀린 말이라고 할 수 없다. 부산 유력 건설사들은 해안가나 중심 상권지에 노른자위 땅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 대부분은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거나 용도 변경만 가능해지면 이 땅들을 초고층 아파트로 개발하려고 한다. 적기가 오기만을 잠자코 기다리는 것이다. 사모펀드나 사기업의 이윤 극대화를 뭐라 할 수는 없다. 안타깝지만 초고층 아파트를 지어 평당 수천만 원에 분양하는 사업이 가장 큰 이윤을 보장한다. 적어도 부산에서는 그렇다. 그렇다고 이를 두 손 놓고 지켜보기만 한다면, 부산의 도시 경쟁력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공의 역할이 필요하다. 부산시가 중심을 잡고 도시의 설계를 총괄해야 한다. 성장하는 도시에는 아파트 대신 창업 센터나 연구 단지, 시민들을 위한 문화·예술 공간이 들어선다. 기업이나 금융기관 유치에도 사활을 건다. 부산의 현실은 암담하다. 첨단 업종을 집중 유치한다는 해운대구 ‘센텀2지구’ 개발 사업도 인근 아파트들의 부동산 호재 정도로 인식된다. 결국은 센텀2지구에도 주거단지가 적잖게 들어설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민간이든 공공이든 개발 사업이라면 일단 아파트부터 짓고 보기에 어쩌면 시민들의 이런 반응이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터닝 포인트가 필요하다. 백화점이 사라지는 자리에 도시 성장의 씨앗을 뿌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중앙로365] 국민시집 '진달래꽃' 100주년과 문화기억
다가오는 26일은 한반도를 대표하는 시인 김소월의 시집 〈진달래꽃〉이 세상에 나온 지 꼭 100년이 되는 날이다. 소월은 서른 둘의 짧은 인생에서 이 시집 한 권만을 남겼다. 국민 애송시 1위로 자주 꼽히는 시 ‘진달래꽃’과 시집 이름이 같다. 그만큼 그는 강한 생명력의 진달래를 사랑하였다. 그래서 한반도인이라면 남쪽에 살든 북쪽에 살든 누구나 “소월” “소월”한다. 시집에는 본인이 고른 시 127편이 실려 있다. 시 ‘여수(旅愁)’가 목차에선 ‘여수 1’ ‘여수 2’로 구분되어 있고 본문에선 두 연으로 이뤄진 한 편의 시로 되어 있어서 126편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시집은 한성도서와 중앙서림 총판 본을 합쳐 오늘까지 총 3종 4점이 발견되었는데, 한국 문학은 이 책 한 권 덕분에 올해 말로 근대 시 100년이라는 기념비적 경사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러나 해가 저물어 넘어가는 데도 대한민국은 조용하다. 북녘땅도 조용하다. 소리가 났다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7월 취임하면서 “남과 북이 ‘진달래꽃’ 100년 행사를 같이하자”라고 제안한 것과 경기도 고양의 한 문학 단체와 부산의 어느 성악가 그리고 우리 국제 소월협회가 조촐한 기념행사를 자체적으로 가지는 것, 그게 전부인 듯하다. 26일 김소월 시집 출간 100년 되는 날 근대 시 기념비적 경사 국내선 조용 '한국 문학 아버지'에 대한 대우 빈약 러시아 푸시킨 기리는 동상 즐비 한국 근대문학·근대정신 일군 선각자 기억하고 전승해야 새로움 창조 가능 소월은 러시아로 치면 ‘러시아 문학의 아버지’ 알렉산드르 푸시킨이다. 푸시킨은 시집 한 권이 아니라 시, 희곡, 소설, 동화, 역사 등 여러 분야에서 숱한 책을 남겼기 때문에 어느 특정 작품의 100주년이나 200주년을 따로 기념하진 않는다. 다만 그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전국에 300여 개의 동상이 서 있고, 푸시킨 문학관만 해도 곳곳에 18개나 있다. 그에 대한 기억은 푸시킨 시(市), 푸시킨 거리, 푸시킨 명칭의 대학, 푸시킨 공원, 푸시킨 미술관 등으로 이어져 사람들의 일상을 채우고 있다. 반면에 소월에 대한 우리의 대우는 너무 빈약하다. ‘한국 문학의 아버지’라고 하면서 부산 황령산에 ‘진달래꽃’ ‘초혼’ ‘못 잊어’ ‘엄마야 누나야’ 등 시비 10기가 서 있고, 서울 남산에 ‘산유화’ 1기, 황령산의 ‘김소월 시와 함께하는 길’, 남산 주변의 ‘소월로’, 이게 소월에 대해 우리가 지닌 ‘문화기억’(cultural memory)의 전부가 아닌가 싶다. 여기서 문화기억이란 공동체의 형성과 계승 발전에 영향을 끼친 주요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집단적 기억’(collective memory)을 의미한다. 러시아의 문헌 학자이자 문화재 보호 활동가였던 드미트리 리하초프(1906~1999)는 ‘기억의 예술과 예술의 기억’에서 이렇게 말한다. “문화사란 사람의 기억 역사를 말하는 것이고, 기억의 발전사 및 기억의 심화와 완성의 역사이다. 기억을 통하여 지각과 창조의 미학적 수준이 발전하는 것이며, 지식이 만들어진다. 기억은 시간이라고 하는 파멸적인 힘에 정면으로 맞서며, 문화라고 불리는 그 무엇들을 축적하게 만든다. 말하자면, 기억이란 시간의 극복, 죽음의 극복이다. 여기에 기억의 도덕적 의의가 들어있다.” 이 경구를 우리의 현실에 대입하여 보면, “소월 시인을 이렇게 잊어버리고 집단으로 기억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문화사, 새로운 창조와 발전, 한국의 미학, 한국의 도덕을 정립하고 이어가기 힘들 것”이라는 경고로 들린다. 푸시킨의 생일 6월 6일은 ‘러시아어의 날’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생일이 우리의 한글날인 셈이다. 자유 정신과 근대의 표상으로 낭만주의와 사실주의의 중간에 서서 살아있는 민중의 언어를 문학에 도입하고, 문법과 문체 등에서 러시아어의 표준규범을 확립한 작가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이날 러시아 전역에선 각지의 푸시킨 동상 밑에 사람들이 모여 춤을 추고 푸시킨의 시를 낭송한다. 우리의 소월도 전통에 발을 디디고 자유와 단절의 근대를 열어갔다. 고어와 방언, 구어체 등 민중의 언어를 문학 안으로 끌어들여 한국어의 표준체계를 새롭게 했다. 슬픔과 부재를 통하여 반대로 생명과 환희를 지향하고. 아이러니와 자연 표상, 복합기호의 광범위한 활용 등으로 한국의 근대문학을 일군 선각자이다. 소월로부터 출발한 한국 근대문학 100주년은 한국 근대정신 100년사이기도 할 것이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는 봉건사회와 남의 식민지에서 벗어나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잇달아 이뤄내, 세계 10위권 안팎의 ‘알아주는’ 나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물질적인 성장에 스스로 도취하여 정신과 문화를 소홀히 하는 건 아닌지, 자신을 뒤돌아볼 시점이 아닌가 한다. 진정으로 부강한 나라와 부유한 국민은 경제적으로 윤택할 뿐만 아니라 같이 기억하고 전승하며 새로움을 창조해나갈 그런 문화기억이 충만한, 다른 차원의 나라와 국민일 것이기 때문이다.
[편집국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추진 논란
정쟁이 끊이질 않는 정치권에 최근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둘러싼 논쟁이 거세다.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이 헌정질서를 위협한 중대 범죄인 만큼 기존 사법 시스템만으로는 국민적 의혹과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며, 내란 사건을 전담할 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에 반발하는 진영과 법조계 일각은 “사법부를 특정 사건에 맞춰 재편하는 위험한 선례”라며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민주당은 사법 불신 해소와 신속한 정의를 내세운다. 내란죄는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전복하려 한 범죄로 현재 재판이 장기화되면서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그 자체가 민주주의의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전담재판부를 두면 내란 관련 사건을 한 재판부가 집중 심리하고, 쟁점 정리와 증거 판단을 일관되게 하며 불필요한 지연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국민의힘 등 반대 진영에서는 헌법이 보장하는 재판의 독립성과 법관의 자연적 배당 원칙은 사법 신뢰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정치적 파급력이 극도로 큰 사건을 위한 별도의 재판부를 설치하는 순간, 사법부는 정치적 요구에 따라 구조를 바꾸는 기관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내란이라는 단어 자체가 강한 정치성을 띠는 만큼, 전담재판부는 출범과 동시에 공정성 논란과 결과 예단 논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내세운다. 최근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도 이런 문제의식이 드러났다. 여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와 법 왜곡죄 도입에 대해 전국 법관 대표들이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며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하며 “사법개혁 논의에 법관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했다. 회의에 참석한 법관들 다수는 “사건의 중대성만으로 재판부 신설을 정당화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이미 현행 사법체계 안에는 합의부, 전문재판부, 대법원 전원합의체 등 중대하고 복잡한 사건을 다룰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최근 열린 대법원 공청회에서도 이런 우려가 적지 않게 제기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맡았던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은 지난 11일 대법원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1년이 지났는데 내란 재판이 한 사건도 선고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별법이) 처분적 법률(특정한 개인이나 사건을 대상으로 하는 법)이라고 곧바로 위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배당에 관해서 외부 인사가 관여하는 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법원이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해 특별법 제정의 계기를 없애는 것이 왕도”라고 말했다. 내란 전담재판부가 예외적으로도 허용되어선 안 된다는 의견을 낸 참석자들도 있었다. 정지웅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은 “내란 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사법부는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재판부를 만드는 정치적 하청 기관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강하게 우려했다. 정 위원장은 “특정 정치적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서 입맛에 맞는 특정 성향의 판사들로 구성된 전담 재판부를 만든다면, 그 재판부에서 내려진 판결을 과연 국민들이 공정한 법의 심판으로 받아들이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패소한 쪽에서는 정치적 판결이라면서 불복할 것”이라며 “사법 불신을 넘어서 국론 분열의 새로운 기폭제가 될 것”이라 지적했다. 박은정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만약에 내가 재판 당사자가 됐을 때, 사건 배당에 어떤 외부 인사가 관여하거나 정치권의 입김이 들어오는 어떤 특정 판사가 담당한다면 그것에 승복할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란 전담재판부 안은) 구체적인 시행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기보다는 현 재판부에 대한 압박용, 경고용 이런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내란 재판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법 앞의 평등과 정해진 절차에 사법이 이루어진다는 기본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법제도는 한 번 정치의 언어에 포획되면 회복이 쉽지 않다. 이번엔 내란 사건이지만, 다음엔 또 다른 ‘중대 사건’에 대해 같은 논리로 특별한 재판부를 요구할 수 있다. 이러한 선례는 결국 사법의 일반성과 예측 가능성을 훼손할 위험이 크다. 정의는 속도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절차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는 정의는 또 다른 갈등을 낳을 뿐이다. 내란전담재판부 논의는 그래서 더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적 당위가 아니라 헌법적 기준에서, 지금의 욕구가 아니라 장기적인 사법 신뢰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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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해변 테마거리’ 22년 만에 대대적 새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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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찻길로 진입한 자전거와 버스 ‘쾅’…50대 사망
생일상 차려준 아들 사제총기로 살해한 60대 사형 구형
검찰, 뇌물 수수 혐의 박일호 전 밀양시장 징역 10년 구형
3명 사망 창원 모텔 흉기 난동 피의자… 마트서 흉기 사 놓고 여중생 불렀다
[속보] 청량리~부전 KTX-이음 정차역 부산 해운대·기장 확정
경찰, 통일교 본산 압수수색… 불법 정치자금 정조준
영도구의회 의장 불신임 안건 상정… 당사자는 사유 부인
한국 여자골프 ‘톱6’ 총출동 ‘해외파 대 국내파’ 뜨거운 샷 대결
롯데, 내년 외국인 선수 3명 모두 바꾸나
“상금 500만 원 부산파크골프 통합 챔프는 바로 나!”
‘제2회 부산일보 파크골프’ 화려하게 마무리
롯데 '베테랑' 정훈 은퇴
롯데 아시아쿼터 일본 ‘파이어볼러’ 쿄야마 영입
홍명보호 마지막 월드컵 평가전… 내년 6월 북중미 지역서 개최
롯데 새 우완 파이어볼러 2명 영입… 외국인 선수 구성 마무리
전 국가대표 라건아 KCC와 ‘세금 소송전’
한국 축구, 사상 처음 월드컵 조 추첨 '포트 2' 확정
롯데, 2차 드래프트 최충연-김주완-김영준 선발
김하성 일단 잔류
김남주와 불화설 김승우, 전 부인 이미연과 이혼 사유는?
유례없다-유래없다 중 바른 말은?… '우리말 겨루기' 시청자 문제
'2TV 생생정보' 소꼬리수육 오소리감투무침, 시흥시 정왕동 우대가…우리동네숨은맛집(생생정보통 맛집오늘)
윤아, 전 남친 이승기와 결별 이유도 역시...
김나정 아나운서, '82년생 김지영' 감상평 '페미 정말 이해 안 가'
줄리엔 강, 아버지 외상값 때문에 '빚투'…'父와 연락 안한지 오래'
'포스터 찍으려 콘서트 여는' 에픽하이, 이번엔 '스카이캐슬' 패러디
변우민 나이는?… 19살 연하 아내 빛나는 '청순 미모'
마마무 화사 휘인, 알고보니 중학교 동창…그 시절 사진 '풋풋'
'세경고 전설' 김민지 영양사, 5500원으로 1인1랍스타 급식
디스패치 안재현 구혜선 문자, 문제의 '젖꼭지' 발언 어떻게 나왔나
'썸바디 최종커플' 서재원♥ 한선천 나이·직업은? '댄싱9' 박효신 닮은 얼짱 춤꾼
통일교 문건에 ‘한학자 면담’ 정황 나온 전재수…만남 인정할까
전재수, 통일교와 잦은 접촉 정황… 단순 교류? 깊은 관계?
이준석 '李대통령 '환단고기' 언급에 경악…'반지의 제왕'도 역사냐'
장동혁 낙점한 여연 부원장 첫날부터 “한동훈 당게 ‘고름’ 짜내야”
조국 '온 국민 싸울 때 침묵한 법원장 회의… 이제서야 '위헌'이라고'
‘한일해저터널’ 통일교 전방위 로비 의혹에 PK 정치권 ‘긴장’
이 대통령 '내년 6대 핵심 분야 개혁 필두로 국가 대도약'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65세까지 연장’…민주당, 정년 연장 입법 착수
의료 불균형 해결 위한 '지역의사법' 국무회의 통과
통일교 ‘호재’에도 지지율 맥못추는 국힘… 내부 충돌 격화
“금품 수수 없었다”는 전재수, ‘TM’ 한학자는 만났나
김병기 “명분 없는 ‘필버’ 멈춰야” 송언석 “내란몰이 ‘2차 특검’이나…”
부산서도 ‘로또급 줍줍’…일광 자이 1세대 5254명 몰려
부산-강릉, 부산-청량리 KTX-이음 투입해 3시간대 주파한다
캠코, 해동용궁사에 국유지 무단 매각
부전~청량리 잇는 ‘KTX-이음’ 센텀·신해운대·기장에도 선다
카카오, 카톡 친구 탭 첫 화면 친구목록으로 복원
HJ중공업, 미군 MRO 첫 계약… 지역업계 낙수효과 본격화
대중교통 ‘모두의 카드’ 출시된다…5만5000원 초과금액 모두 환급
1480원 육박한 원달러 환율…서학개미 순매수세도 꺾여
내부 인사냐 외부 출신이냐…KT, 오늘 차기 대표 최종후보 선임
삼진식품 청약 경쟁률 ‘3225 대 1’, 올해 IPO 최고 ‘대박’
2027년부터 공공기관 2차 이전 본격화… 이재명 '나눠먹기식 안 돼' [이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
[속보] 법원, 인터파크커머스에 파산 선고… 회생 신청 1년 4개월만
부산 강서구에 영화·영상문화 새 거점 열린다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2월 16일 화요일(음력 10월 27일)
[단독 인터뷰] 이우환 공간서 소통한 여백의 미술과 침묵의 음악
[2026 신춘문예] AI에 주눅들기는커녕 AI 화두로 더 커진 글쓰기 욕망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2월 17일 수요일(음력 10월 28일)
“일본까지 가지 않고 줄기세포 치료 받을 수는 없나”
하루 5000보 걸으면 진료비 자동 차감
음악과 미술의 통섭, 부산에서 피어나다
[모심의 주역] 올해 사자성어 ‘변동불거’와 풍수환
해수부 부산 이전 축하 '함께海 2025 콘서트' 열린다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2월 15일 월요일(음력 10월 26일)
‘메이드 인 코리아’ 현빈 “작품 위해 14kg 증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