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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산 이전·신설 해양 기관 집적화하는 게 당연한 수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부산에 이전·신설되는 해양 기관·기업을 한곳에 모으는 집적화를 추진하고 있다. 〈부산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해수부는 신청사를 비롯해 산하 기관, 동남권투자공사, 해사법원, 해운 대기업 본사 등을 하나의 기초지자체를 선정해 집중시키기로 했다. 이 구상이 실현될 경우 기존 이재명 정부의 해양·물류 클러스터 구상을 뛰어넘는 사실상 ‘해양 특구’의 면모를 갖출 것으로 주목된다. 다만 16개 구·군에 경쟁 공모가 실시된다는 점에서 과열로 인한 갈등과 분열이 우려된다. 공모 결과가 특정 구·군의 승리가 아닌 ‘해양수도 부산’ 비전의 구체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엄정하게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부산은 해수부 유치를 전환점으로 해양수도권 형성이라는 미래 비전을 세웠다. 북극항로 개척 등을 위한 기술과 자본, 인력이 모이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해양 관련 공공기관과 기업의 이전·신설은 필수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건 그저 물리적으로 옮겨 놓는 데 그치지 않고 이전 과정에서 해양수도의 청사진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다. 따라서 집적지를 선정하는 공모에서는 해양 행정·법률·투자·물류·산업 생태계 통합과 시너지 효과를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해양수도권 경쟁력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는 점에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는 필수다. 부산은 해양 기관·기업의 집적화를 통한 해양 특구 형성을 글로벌 해양수도 도약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북극항로 개척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해양산업 외부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려면 기술, 자본, 인력이 융합되는 클러스터 중심지가 필수적이다. 부산 해양산업 집적화는 대상 기관의 위상을 고려하면 클러스터 이상의 역할이 기대된다. 물론 부산이 해양수도권으로 성장하기에 앞서 풀어야 할 안팎의 과제는 여전하다. 해수부 이전 특별법과 북극항로 구축 지원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해양수도 부산’은 언감생심이 된다. 또 집적 후보지 선정 과정이 지역 내 과열로 흐르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해양 특구 탄생 과정에 부산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부산시와 정치권, 시민단체는 부산 해양산업의 미래를 시민사회와 함께 집단 학습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다짐해야 한다. 특히 이번 공모에서 지속 가능한 도시계획의 반영은 필수적이다. 2차 공공기관 이전과 함께 해양 특구에 예상보다 많은 입주 기관·기업이 몰리면 자칫 과밀화될 우려도 있다. 교통, 주거, 상권, 환경은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 ‘해양수도 부산’ 비전은 행정·산업·도시 전략이 통합될 때 구현될 수 있다. 해양 기관 집적은 해양수도 도약을 위한 의미 있는 진일보다. 공정한 기준, 명확한 로드맵, 시민적 합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사설] 검사 징계 운운하며 한편에선 특검 남발 앞뒤가 맞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한 ‘외압’과 ‘항명’ 논란이 끝없이 확산하면서 진실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논의까지 표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18일 오찬 회동을 통해 관련 국정조사 방식을 놓고 논의를 벌였으나 결국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여야가 좀처럼 견해를 줄이지 못하는 것은 각 당이 요구하는 국정조사 주체가 아예 다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법사위 차원의 국정조사를 주장하는 반면 국힘은 특위를 구성해 조사해야 한다고 맞서는 중이다. 조사 범위도 검찰 항명과 외압 의혹으로 첨예하게 달라 의견 조율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결국 민주당 주도의 법사위 국정조사가 현실화할 공산이 커졌다. 이 와중에 항소 포기와 관련한 해명을 요구했던 검사장들은 잇따라 사의를 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서울고검 등 전국 고등검찰청 6곳 중 5곳과 서울중앙지검, 수원지검 등이 수장 공석 상태가 됐다. 검찰 지휘부 공백은 검찰 업무의 차질로도 이어졌다. 전국 검찰청 사건 수 2위인 수원지검의 수장인 수원지검장이 마약범죄 전담 합동수사본부 단장을 맡기로 했으나 그의 사의 표명으로 본부 출범은 아예 미뤄졌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집단 반발하는 검사들을 징계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검사장의 평검사 강등 등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은 뒤에야 사표를 수리해 줘야 한다며 강공 일변도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기본 원칙이 되면서 내년 10월 검찰청 폐지까지 앞두고 있는 검찰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를 맞아 와해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휘부의 잇따른 사의 표명으로 공백이 발생하기 이전부터도 3대 특검에 핵심 수사 인력이 대거 파견됨으로써 수사력 약화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여기에다 또 다시 관봉권 띠지 폐기와 쿠팡 불기소 외압 의혹을 수사할 상설특검까지 발족하자 검찰 본연 업무 차질 우려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려는 여권이 수사권과 기소권 모두를 가지는 특검을 이렇게 남발하는 현상을 놓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푸념까지 흘러나온다. 최근 검찰이 겪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검찰 스스로 지어온 원죄의 과보라는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검찰이 국가를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중요한 기관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최근 검찰의 보완수사권 등을 놓고 큰 논란이 이어지는 것은 검찰이 해 온 임무가 그만큼 중요함을 반증하는 사례다. 그런 검찰이 내년 10월 검찰청 폐지가 되기도 전에 와해되는 결과를 맞는다면 결국 누가 이익을 얻을 것인지는 명확하다. 이 와중에 여권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갖는 특검을 남발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이는 여권이 그동안 국민 앞에 내세웠던 수사·기소 분리 필요성 주장의 저의까지 의심받게 하는 자해행위에 가깝다.
[사설] 첨단산업 인재 떠나는 부산, 원격근무 대안으로 뜨나
부산은 미래 성장 동력이 되는 정보통신(IT)·과학기술 분야 신산업 인재가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이 배출되는 도시다. 하지만, 이 인력 대부분은 대학을 졸업하면 지역을 떠난다. 부산의 일자리는 1인당 0.07개에 불과하고, 그나마 절반이 월급 300만 원 미만으로 열악한 탓이다. 젊은 세대는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대기업이 몰린 수도권으로 떠밀리는 실정이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부산 청년 인구는 21만 명 이상 감소하고, 저출산·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지역소멸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그간 청년 유출 해법으로 1순위에 꼽힌 대기업 유치 노력의 성과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대안 모색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은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및 명지·강서 산단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신산업 특구와, 동부산·원도심·서부산 5대 혁신클러스터로 디지털, 친환경, 첨단산업이 약동하는 도시 성장 비전을 그리고 있다. 기업이 몰려오고, 일자리가 창출되며, 청년 세대가 지역에 머물게 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신산업 유치는 인력 유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에 형성된 연관 산업 생태계와 시장 접근성, 인력 네트워크의 기득권이 공고한 탓이다. 이 때문에 기업 유치 노력은 계속하면서도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절실하다. 이 상황에서 지역을 떠나지 않고 원격근무를 이용해 수도권 대기업으로 취업하는 시도가 등장해 주목된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최근 부산의 대학생과 취업 준비생 사이에 지역의 구직 한계를 수도권 대기업 원격근무제 취업으로 극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젊은 층에 선망의 대상인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플러스, 쿠팡, 배달의민족)에 원격근무가 확산하면서 부산 거주자에게도 수도권 대기업의 취업 문호가 열린 것이다. 수도권의 비싼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지 않고도 대기업 경력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 IT 분야 구직자들 사이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부산에서 재택근무로 소득을 얻을 수 있으면 지역에 남고 싶다’(83.7%)라는 응답은 청년 이탈 대책에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점을 시사한다. 원격근무는 기성세대에 낯설지만, 디지털 기업과 청년세대에는 뉴노멀이 된 지 오래다. 부산의 산단과 클러스터에 기업을 유치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지만, 원격근무가 ‘분산형 일자리 모델’이라는 점도 받아들여야 한다. 시내 각 대학에서 IT·디지털 인력이 대거 배출되는 부산은 기대 효과가 크다. 그간 부산시 정책이 관광 중심의 워케이션 지원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정주를 위한 원격근무 기반 조성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공공 부문이 앞장서서 원격근무 채용을 모델화하거나, 구인-구직 매칭 시스템 구축, 원격근무 오피스 제공 등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청년이 떠나지 않아도 되는 도시를 위한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1교시의 악몽
항상 1교시 국어 영역부터 시작되는 대입 수능에서 수험생들은 ‘한글’로 출제만 될 뿐 이게 왜 국어 영역일까 싶은 문제들을 접하게 된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수험생들은 국어 영역을 ‘1교시의 악몽’이라 부른다. 수험생들은 긴장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마주치는 장문의 지문과 까다로운 질문으로 인해 자신감이 급락해 다른 영역까지 망치는 일이 허다하다고 입을 모은다.영어나 제2외국어 같은 타국어도 아닌 국어가 이렇게 수험생들에게 악몽을 안기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많은 이들은 수능 국어 영역에서 이전처럼 문학이나 문법 위주의 출제가 아니라 ‘비문학’ 출제가 도입되기 시작한 2008년을 악몽의 시작으로 꼽는다. 학교 국어 시간엔 접해 보지 못한 과학, 철학, 경제학, 법학, 코딩 등을 내용으로 하는 길고 복잡한 독해 지문이 등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수능 시험 출제를 담당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받고 평소 독서량이 많은 수험생이라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라는 입장인 반면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고개를 세차게 가로 젓는다.그러던 것이 2018년 영어가 수능에서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국어는 1교시의 악몽을 넘어 합격을 좌우하는 최대 변수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킬러’를 표방한 문제는 더욱 어려워졌고 급기야 2023년도 수능에서는 오답률이 85%에 육박하는 역대 최고난도 문제가 출제돼 논란을 빚기도 했다. ‘클라이버 법칙’을 통해 농게 집게발 길이를 추정하는 내용의 그 문제를 놓고 학부모와 수험생들은 ‘국어 시험인지 과학 시험인지 모르겠다’며 치를 떨기도 했다.올해 대입 수능에서도 국어는 당락의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 이번 수능 국어의 예상 최고 표준점수는 146점. 역대 최고였던 2019학년도의 150점에 육박할 정도로 난도 높은 문제가 출제됐다는 뜻이다. 킬러 문항이 배제됐다고 하지만 포스텍 철학과 교수가 칸트 철학 관련 이번 수능 국어 17번 문제의 답이 없다고 할 정도로 논란은 여전히 진행중이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국어 영역의 문제 지문이 EBS 교재와 상당 부분 연계된다며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동일 지문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교재 속 개념을 변형하거나 재구성하는 것이어서 수험생들이 국어 영역 간판 아래 다른 학문 분야의 개념과 내용을 공부해야 하는 부담은 여전하다. 영역 이름에 걸맞지 않은 평가를 치러야 하는 수험생들이 너무나 안쓰럽다.
논설주간/이사
강윤경
논설위원/대기자
강병균
논설위원
김승일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데스크 칼럼] 외국인이 '살아가는' 부산은?
부산에서 외국인 커뮤니티를 취재하면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여행객’으로서의 부산이 아니라 ‘사는 사람’으로서의 부산은 훨씬 복잡하다는 점이다. 관광객에게는 화려하고 편안한 도시가, 정주 외국인에게는 하루하루를 스스로 해석해야 하는 도시가 된다. 어디에서 살아야 하고,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각자가 직접 찾아야 한다. 길을 찾는 문제를 넘어, 삶의 규칙을 해독해야 하는 도시인 것이다.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연내 300만 명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될 만큼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외국인이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장벽은 주거 문제다. 방을 보러 갔다가 이유 없이 거절당하기도 하고, 계약 조건을 제대로 안내받지 못하거나, 아예 계약을 위한 접근조차 되지 않는 주거지도 있다. 어렵게 집을 구한 뒤에는 행정 용어의 낯섦, 일상 정보의 부족, 의료·금융 서비스 접근의 어려움, 지역사회와의 연결 부재 같은 문제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살아간다’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문턱을 넘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정주 여건을 바꿔내는 새로운 흐름이 부산에서 등장했다. 그 주체는 행정도 제도도 아닌, 스스로 만들어진 민간 커뮤니티들이다. 그중에서도 다가치(DAGACHI)의 성장 속도와 확장 규모는 단연 눈에 띈다. 다가치는 16개 언어 AI 자동 번역 기반의 생활 정보 플랫폼으로, 전국 20여 곳의 오프라인 센터와 일본·베트남·인도네시아 등 해외 네트워크까지 운영하는 대규모 정주 지원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병원·학교·지자체·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등 수많은 기관과 협약을 맺고, 법률·노무·행정 전문가가 상주해 실시간으로 상담을 제공한다. 운영진은 외국인 축제, 대학 행사, 체육대회 현장을 찾아다니며 오프라인 접점을 넓혀간다. 다가치 앱에서 가장 활발한 게시판은 ‘주거’와 ‘일자리’다. 정주 과정에서 가장 먼저 막히는 지점이자, 외국인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 안에서 오가는 조언과 경험은 단순 번역 서비스나 기술로는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다. 외국인의 어려움이 언어 이전에 ‘관계의 부재’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다가치는 지금 이 도시에서 외국인이 처음 손을 내밀 수 있는 ‘생활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부산을 ‘사는 도시’로 느끼게 하는 또 다른 힘은 HIBA(Hidden Busan Adventures for Foreigners) 같은 생활 커뮤니티에서 나온다. 이들은 매달 셋째 주 토요일이면 부산의 산과 바다를 함께 걸으며 도시를 몸으로 익힌다. 오륙도~이기대 해안길을 걸으며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고 감탄하고, 송정에서 서핑과 플로깅을 즐기며 서로의 일상이 겹친다. 그렇게 함께 보내는 시간은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이 도시와 사람에 대한 이해를 천천히 넓혀준다. 외교관, 연구자, 유학생, 영어 교사, 주재원 등 서로 다른 배경의 이들이 모여 친구가 되고, 생활 정보를 나누고,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과정은 정주가 곧 관계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개인이 운영하는 커뮤니티인데도, 불과 반년 만에 150명 규모로 커진 이 모임은 단순한 취미 공동체가 아니라 외국인이 지역사회로 스며드는 하나의 경로가 됐다. 정주 외국인은 부산의 ‘미래 인구’이기도 하다. 인구 감소와 인재 유출을 먼저 체감한 도시에서 새로운 시민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다. 관광객은 떠나지만, 정주 외국인은 일하고 세금을 내고 관계를 만들며 도시의 일원이 된다. 그들을 어떻게 맞이하느냐가 부산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부산이 지금 외국인을 대하는 방식은, 이 도시가 미래 세대와 새로운 시민을 어떻게 맞이할지 비춰주는 거울이다.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데 반드시 거창한 정책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선 필요한 것은 ‘정주 외국인을 이 도시의 시민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그 시선이 자리 잡는 순간 행정은 다언어 안내를 넓히고, 지역사회는 편견의 문턱을 낮춘다. 학교와 기업 역시 외국인을 소비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 도시에서 외국인은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는가?” 부산이 관광객의 도시에서 함께 사는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선 결국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외국인이 살아가기 편한 도시는 결국 누구에게나 편안한 도시다. 그래서 이 질문은 부산의 미래 경쟁력을 향한 질문이기도 하다.
[중앙로365] 수도권 집중 해소 못 하면 집값 못 잡는다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면 집값이 오른다고 하지만, 최근의 집값 상승은 문재인 정부 때와 다른 구석이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전국의 집값이 올랐다. 부동산R114에 의하면 2017년 6.41%였던 연간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2018년 11.77%. 2019년 5.70%를 기록하더니 2020년 20.48%, 2021년 19.59%로 치솟았다. 문재인 정부 5년 누적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111%, 수도권은 98%, 전국은 81%였다. 문재인 정부에서의 전국적인 집값 폭등은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장기간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한 데다, 팬데믹으로 각국이 재정 지출을 늘리면서 시중에 유동성 자금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 돈이 자산시장으로 몰리며 전국의 집값을 끌어올렸다. 시장의 불신도 한몫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당장 정부 관계자들부터가 그 말을 믿지 않은 듯했다. “다주택 참모는 한 채만 남기고 처분하라”는 지침에 청와대 참모들은 줄줄이 직을 내려놓았다. “직(職) 대신 집을 택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도 자기 지역구에 있는 비수도권 아파트를 내놓고 서울 강남 아파트를 사수하려다가 빈축을 샀다. 재개발 지역 상가를 매입하고 갭투자에 뛰어드는 정부 고위직들의 행태는 국민에게 ‘부동산 불패’라는 확실한 믿음을 주었다. 5년간 총 28차례의 부동산 정책이 제시되었지만, 정책이 나올 때마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집값이 올랐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또다시 부동산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그 양상은 문재인 정부 때와 사뭇 다르다. 전국 집값이 들썩거렸던 문재인 정부 때와 달리, 최근 집값 상승은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으로 대표되는 한강벨트에 집중돼 있다. 서울에서도 비인기 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심지어 몇몇 광역시는 끊임없는 부동산 가격 하락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요즘 나오는 집값 논란은 결국 서울 일부 지역에 국한된 이야기인 셈이다. 인구 구조상으로만 보면 집값은 예전처럼 오르기 어렵다.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가격이 오른 뒤 다음 세대가 그걸 대출 당겨서 받아줘야 상승 추세가 유지된다. 인구가 계속 증가하던 시절엔 이런 메커니즘이 성립했다. 그런데 이제 인구의 방향이 바뀌었다. 우리나라 총인구는 2020년 정점(5183만 명)을 찍고 2021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물량을 받아줄 인구 집단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미 비수도권 지역은 빈집 문제가 가시화했다.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2023년 전국 빈집은 약 153만 채에 달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빈집 수가 25년 뒤 지금의 두 배를 넘어설 걸로 전망하고 있다. 빈집은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수도권에서 서울로 그 범위를 넓혀나가게 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지금까지 세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그중 지난 9월 7일 발표된 9·7 대책은 2030년까지 수도권에 주택 135만 호를 신규 착공하는 걸 핵심으로 한다. 이재명 정부뿐 아니라 거의 모든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카드를 꺼냈다. 주택 공급을 늘리는 건 세금이나 대출 규제보다는 효과적이다. 하지만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지언정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수도권으로 몰리는 수요를 분산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수요가 변치 않는다면 사람들은 원래 집을 팔고 서울 일부 지역으로 몰릴 것이다. 한쪽에선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다른 한쪽에선 빈집이 속출하는 양극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이유는 모두가 안다. 수도권에 가야만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허성무 의원(창원 성산구)에 따르면 2024년 수도권에 순유입된 20~39세 청년은 5만 5467명이었다. 수도권과 대전·세종을 제외한 나머지 광역권에선 6만 2445명의 청년 순유출이 있었다. 부산의 청년 순유출은 8550명, 경남은 1만 419명에 달했다. 주요 기업 상당수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보니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사람이 몰리니 집값이 뛰고 주거비 부담이 는다. 그걸 감당하지 못하면 직장과 먼 곳에서 출퇴근에만 하루 서너 시간을 써야 한다.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다. 다산 정약용도 자녀들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서울 밖으로 나가 살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끈질긴 수도권 집중의 역사를 끊어내지 않는다면, 제아무리 강력하게 부동산 대출을 규제하고 수도권에 주택 공급을 늘린다고 한들 부동산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수도권에 주택 몇만 호를 공급하느냐보다 중요한 건 서울 아파트 외에 대안이 얼마나 존재하느냐가 아닐까. 부동산 정책 결정권자들이 서울 아파트값 잡는 데에 지금 쓰고 있는 노력과 비용의 반이라도 지역 균형발전에 투입한다면, 집값 안정 효과는 더욱 분명하게 나타나리라고 본다.
[김필남의 영화세상] 액션을 넘어선 감정의 깊이
일본 애니메이션의 열기가 심상치 않다. 이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계보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또는 견고한 마니아층을 지닌 ‘명탐정 코난’ ‘짱구는 못말려’ 같은 한국인에게 익숙한 시리즈와는 결이 다르다. 몇 년 전부터 꾸준히 개봉하고 있는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극장판 주술회전: 회옥·옥절’로 이어지는 흥행 흐름은 과거의 작품들과는 다른 감수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특히 올해 하반기 개봉한 ‘귀멸의 칼날’과 ‘체인소 맨’은 한국에서만 각각 560만 명과 3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들었다. 시리즈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만큼 어느 정도 서사를 알고 있어야 영화의 내용을 따라갈 수 있는데도 이런 성과가 나왔다는 건 놀랍다. 이는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의 미학과 정서에 익숙해진 10대, 20대의 감수성이 극장 경험으로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된 결과로 읽을 수 있다. 주목할 것은 과거 개봉작들이 주로 가족 서사나 판타지적 유희를 중심에 두었다면, 최근 작품들은 잔혹한 현실과 윤리적 긴장, 그리고 ‘생존’이라는 근원적 질문을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원작자인 후지모토 타츠키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스크린으로 확장한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은 복잡한 설정과 보편적인 감정 사이의 균형을 포착하며 완성도를 보여준다. 애니메이션은 전기톱 악마 포치타와의 계약으로 체인소 맨이 된 소년 ‘덴지’ 앞에 신비로운 소녀 ‘레제’가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전 세계 누적 발행 부수 3000만 부를 돌파한 원작 중에서도 인기가 높았던 에피소드를 선택한 만큼, 만화의 감정선을 충실하게 옮겨오고 있다. 여기에 요시하라 타츠야 감독은 액션 디렉터 출신이라는 경력을 바탕으로 만화적 상상력을 리듬감 있는 전투 장면과 섬세하면서도 감각적인 화면 구성으로 영화적 깊이를 더한다. 이 작품이 던지는 핵심은 덴지의 ‘인간적인 마음’이 레제와의 관계 속에서 시험받는 순간들에 집중되어 있다. 덴지는 악마와의 계약으로 몸이 변했음에도 따뜻한 밥, 안정된 일상,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을 품은 인물이다. 레제는 그런 덴지에게 갑작스럽게 스며드는 존재로, 비 오는 날 전화박스 안에서 나누는 대화나 함께 도망을 꿈꾸는 짧은 순간들은 둘 사이에 로맨틱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러나 레제가 그 순수를 이용하려 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감정의 온기와 비극적 긴장은 극도로 고조된다. 파멸과 순수가 공존하는 이 로맨스는 덴지가 삶의 목표로 삼을 수도 있었던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레제에게 주어진 임무 때문에 결코 실현될 수 없는 미래였음이 드러난다. 결국 이들의 관계는 순수한 감정이 잔혹한 현실과 충돌할 때 어떤 선택이 남을 수 있는지 질문한다. 물론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요소는 파괴적이고 역동적인 액션이지만 이를 단순한 히어로물의 쾌감으로만 소비하기 어렵다. 치열한 싸움 이후의 선택, 레제를 바라보는 흔들리는 눈빛은 사랑하고 살아가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의 결말은 덴지가 절망 속에서도 인간적 감정을 내려놓지 않는다는 지점으로 도달한다. 이는 레제와의 이별을 통해 덴지가 성장했다는 서사가 아니라 상처를 지닌 채로도 타인을 향한 마음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로 이어진다. 즉 ‘체인소 맨’이 그리는 것은 영웅의 탄생이 아니다. 후지모토 타츠키 원작이 지닌 감정의 핵심을 요시하라 감독의 시선으로 다시 비춘, 현실의 잔혹함 속에서도 인간성의 마지막 조각을 지키려는 소년의 감정적 윤리이다. 그리고 이 감정의 윤리는 전기톱이 그어내는 폭주 액션과 폭탄이 터지는 전투 스펙터클이 더해질 때 오히려 선명해진다.
[시간은 거꾸로 간다] 노인이 만드는 도시 이미지
지난달 아세안 액티브에이징혁신센터(ACAI)의 초청으로 아세안 국가들의 액티브에이징 정책 마련을 위한 회의에 패널로 참석했다. 아시아태평양액티브에이징협회는 지난 20년간 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지만, 이번 회의는 아세안 국가들의 본격적인 참여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아세안 11개국 정부 관계자와 정책 입안자들이 모여 각국의 상황에 맞는 엑티브에이징 공동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회의에 참여하면서 놀랍게 바라본 것은 일본의 아세안 국가에 대한 촘촘한 전략이었다. 일본은 이를 하루아침에 이를 준비한 것이 아니었다. 노인 정책에 대한 전문성과 아세안 국가에 대한 깊은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결과물이었다. 노인 서비스와 관련된 일본의 기술과 역량이 아세안 시장에 무리 없이 적용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해 보였다. 아세안 국가들의 고령화 대응력에는 큰 격차가 있었다. 200곳이 넘는 액티브에이징 센터를 갖춘 싱가포르부터, 아직 노인 정책을 우선순위에 두기 어려운 국가들까지 다양했지만, 모든 아세안 국가가 더 이상 노인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는 점에 공감했다. 다자 협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지만, 아세안 국가들에게 공동체의 힘은 여전히 매우 큰 의미가 있어 보였다. 국가 간 교류와 공동 정책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중심에는 ‘아세안액티브에이징혁신센터’라는 정책 플랫폼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이곳은 혁신적인 노인 정책을 찾기 위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었다. 한국, 일본과 교류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듯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첨단 과학기술과 혁신적인 IT 프로그램, 그리고 관련 인프라 조성, 운영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부산이 추진하고 있는 노인 정책을 아세안 국가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 부산이 가진 기술과 노하우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이를 배우기 위해 부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좋겠다. 부산형 노인복지 체계도 수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 노인 인구가 많은 것을 쉬쉬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전략을 펼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노인들이 일자리, 돌봄, 여가를 고민하지 않고 편안하고 활기찬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인프라와 서비스 등을 개발하는 것은, 비단 부산 시민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부산의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가진 부산에서 행복한 노후를 만들어가는 부산의 노인 정책을 벤치마케팅하기 위해, 더 많은 해외 노년학자들이 부산을 찾길 바란다. 부산시도 세계인들이 인지하는 노인 관련 국제회의를 매년 개최해 많은 이들이 부산을 찾아 배우고 준비하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
[김종기의 미술 미학 이야기] 균열의 미학 - 루이스 부르주아의 거미와 인간의 불안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 하순, 겨울의 문턱에서 세상은 더 불안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불안 속에서 인간은 자기 안의 균열을 느낀다. 루이스 부르주아(1911~2010)는 바로 그 균열의 깊이를 직시한 인물이다. 그에게 예술은 상처와 불안을 봉합하려는 생의 행위였다. 대표작 ‘Maman’은 높이 10m가 넘는 거대한 거미 조각이다. 차가운 강철로 만들어졌지만, 그 속에는 놀라우리만치 따뜻한 감정이 흐른다. 그에게 거미는 어머니의 초상이었다. 실을 잇고 알을 품는 존재, 부드럽지만 단단한 생명의 상징. 어린 시절 부르주아는 아버지가 가정교사와 오랜 시간 동안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모습을 지켜보며 깊은 상처를 입었다. 병약한 어머니는 그런 상황을 묵묵히 견디며 침묵으로 일생을 버텼다. 불안정한 가족 관계 속에서 부르주아에게 ‘실을 잇는 행위’는 단순한 손노동이 아니라, 배신과 상실로 찢긴 마음을 꿰매는 치유의 의식이었다. 거미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무너진 세계를 다시 엮는 존재다. 부르주아의 예술은 단단한 구조 속에 내면의 흔들림을 새겼다. 그 균열은 곧 인간의 존엄을 지탱하는 틈이 된다. 우리는 완벽한 상태에서가 아니라, 부서진 자리에서 진실을 배운다. ‘Maman’은 단순한 거미가 아니다. 그 육중한 다리들은 강철로 만들어졌지만, 마치 바람에 흔들리듯 유기적인 곡선을 그린다. 부르주아는 그 안에 인간의 모순된 감정을 함께 새겼다. 보호와 위협, 부드러움과 냉혹함, 사랑과 공포가 한 몸 안에 얽혀 있다. 바로 인간 존재의 내면 구조가 그렇듯 말이다. 부르주아는 “예술은 내 어머니의 직업, 즉 복원의 일이다”라고 했다. 그의 어머니는 직물 복원가였다. 낡은 천의 찢어진 부분을 실로 꿰매 복원하는 일. 예술은 이처럼 상처를 덮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고 봉합하는 행위였다. 그래서 그의 조각은 균열과 흔들림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아름다움의 한 부분으로 끌어안는다. 오늘의 사회 역시 불안을 내포한 시대다. 전쟁과 혐오, 과도한 경쟁과 가파르게 질주하는 기술 사이에서 인간은 더욱 연약해지고 흔들린다. 그러나 부르주아가 보여준 것은 바로 그 취약함의 미학이다. 실을 잇듯, 상처를 드러내며 타인과 관계를 회복하는 것, 그것이 예술의 윤리적 실천이다. 불안은 결함이 아니다. 그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이며, 서로를 잇는 보이지 않는 실이다. 부르주아의 거미가 찬 하늘 아래 묵묵히 실을 잇듯, 우리 또한 자신의 균열을 꿰매며 하루를 견딘다. 세상을 다시 엮는 일은 언제나 불안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불안 속에서, 인간은 다시 인간이 된다. 미술평론가·철학박사
[기고] 부산, 가덕신공항과 비전
2000년, 뉴밀레니엄으로 들어섰을 때, 부산은 ‘부산의 꿈’이라는 이름 아래 두 가지 큰 비전을 품었다. 첫째는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한 가덕신공항 건설의 꿈이었고, 둘째는 산업 기반을 넘어 문화·창조의 도시로 성장하고자 하는 새로운 미래상이었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 약속이 어떤 현실로 다가왔는지 돌아보는 시간 앞에 서있다. 올해 APEC의 장면들은 이러한 성찰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이번 APEC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세계 AI 혁신의 아이콘인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우리나라 기업인들과 치맥을 나누며 '깐부'를 외친 자리였다. 그는 한국을 ‘기술 동맹의 중심’이라 치켜세웠고, 치열한 세계 정치 속에서도 우리나라가 지닌 가능성과 신뢰를 재확인시키는 강력한 메시지를 남겼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우리나라의 미래뿐 아니라 부산이 걸어가야 할 길도 다시 떠올렸다. 바로 협력·연대·상생의 철학을 바탕으로 도시의 체질을 바꾸는 일이다. 가덕신공항은 단순한 건설 사업이 아니다. 그 자체가 연대의 도시 철학을 담은 상징적 공간이다. 부산·울산·경남이 각각의 이해를 넘어 하나로 연결되는 초광역 협력의 중심이며, 항만·물류·도시·관광이 한 흐름으로 움직이는 미래 행정의 ‘통합 플랫폼’이다. 지금 부산이 해야 할 일은 가덕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협업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산업·문화·환경·관광이 함께 움직이는 연결의 행정 패러다임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가덕신공항이 완공되는 날, 부산은 단지 하늘길을 얻는 것이 아니라 미래세대에게 꿈꾸는 힘을 되돌려주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부산은 오랫동안 제조·항만 중심 산업구조 위에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세계경제는 이미 AI·디지털·친환경 산업 중심 구조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으며, 이번 APEC에서 강조된 '기술을 통한 국가 간 협력' 흐름은 부산 경제에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가덕신공항과 북항 재개발 사업은 AI 기반 스마트 물류, 자율 운항 선박, 디지털 해양 산업 등 부산 경제가 도약할 수 있는 미래 산업의 토대를 형성하고 있다. 부산이 글로벌 기술 기업, 연구기관, 스타트업과 연대하여 ‘연결 기반 경제도시’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부산은 더 이상 제조업 중심 도시의 정체성에 머물 수 없다. 청년 인재·창업 생태계·국제 기업 네트워크를 품을 수 있는 도시형 첨단 경제 허브가 되어야 한다. 도시의 품격은 문화에서 완성된다. 부산은 국제영화제, 바다·도시의 독특한 경관, 다층적 역사 등을 갖춘 가장 문화 잠재력이 큰 도시 중 하나다. 이런 지점에서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 건립 논의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일부에서는 예산 문제나 지역 예술 생태계와의 관계를 우려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 논의가 ‘찬성·반대’의 이분법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부산 예술이 세계로 뻗어가는 기회로 삼을 수 있는가를 중심에 두어야 한다. 퐁피두는 부산 예술을 대체하는 기관이 아니라 부산 예술을 세계와 연결하는 문화 확장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연착륙 후 부산 작가들이 참여하는 공동 기획전, 청년 예술가 국제 교류 프로그램, 부산 작가 해외 연계 등의 '상생 구조'를 함께 설계해 나가야 한다. 부산의 미래는 단순히 시설과 예산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언제나 철학이다. 그 철학은 지금 부산이 직면한 모든 영역에서 하나의 방향으로 모여야 한다. 가덕은 공항이자 협력의 상징이다. 북항은 혁신경제의 시작점이며, 퐁피두는 부산 예술의 확장 플랫폼이다. APEC에서 확인된 대한민국의 가능성처럼 부산의 미래도 연대·협력·상생의 철학에서 더욱 크게 펼쳐져야 하며 부산이 지향하고 있는 도시 철학과 닮아 있다. 부산의 꿈은 과거를 기념하는 꿈이 아니라, 미래세대에서 건네는 희망의 꿈이 돼야 하며, 부산다움과 세계를 연결해 도시문화가 생동감이 넘쳐나는 부산으로 만들어져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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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한국서 사실상 철수?… 직영서비스센터 모두 매각
‘빛의 다리’ 광안대교, 12년 만에 새 옷 입었다
광안리~수영강~해운대 ‘부산해상관광택시’ 내년에 뜬다
스무 살 맞은 부산불꽃축제, 이번 주 토요일 '특급 불꽃 쇼'
[영상] 부산 아파트 값 2주 연속 올라… 지방 집값도 2년 만에 상승 전환
패딩 사려면 지금! 롯데·신세계 부산점 최대 70% 겨울 세일 시작
해양수산부 연내 이전 가시화, 부산 부동산 시장도 ‘들썩’
프로-스펙스, LG트윈스 한국시리즈 우승 기념 프로모션
‘금 창고’ 틈만 나면 서울로? 자고나면 말 바꾸는 예탁원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1월 3일 월요일(음력 9월 14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1월 19일 수요일(음력 9월 30일)
노란 옷 입은 메타세쿼이아 터널에서 가을과 걸었다
[부산 전시] 이번 주에 뭐 볼까?[2025년 11월 15일~ ]
부산에 가볼 만한 목욕탕은
“독재 타도!” 46년 만에 다시 거리에 선 백발의 청춘들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1월 18일 화요일(음력 9월 29일)
사구체신염, 부종 보이면 이미 늦어… 정기적인 소변검사 중요
K팝, 그래미 본상 첫 지명... 美 언론 '드디어 주류로 인정'
밀양강 따라 절벽 잔도, 11월엔 황금빛 은행나무 금시당
'방송 패널 활약' 백성문 변호사, 암 투병 끝 별세…향년 52세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0월 30일 목요일(음력 9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