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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영화 인재 요람 'FLY', 부산에서 '마지막 수업'
시행 11년째를 맞는 ‘한-아세안 차세대영화인재육성사업’(FLY)이 부산에서 대미를 장식한다. 부산영상위원회는 1일 올해 FLY가 오는 4일부터 19일까지 보름간 부산 전역에서 시행된다고 밝혔다.
FLY는 아시아 영화 인력 기반 강화를 목표로, 한국과 아세안 각국에서 선발된 젊은 영화 인재들이 모여 단편영화를 공동 제작하는 워크숍 프로그램이다. 2012년 첫발을 뗀 FLY는 코로나19 기간 3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아세안 국가를 돌며 개최, 221명의 영화 인재를 육성했다. 지난해 라오스를 끝으로 10개국 순회를 마친 FLY는 올해 ‘영화의도시’ 부산에서 마지막 워크숍을 진행한다.
FLY2025에는 한국과 아세안 10개국에서 선발된 22명의 교육생이 참가한다. 이들은 앞서 온라인 프로덕션을 통해 완성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총 4편의 단편영화를 제작하게 된다. 또 연출, 촬영, 음악, 편집, 제작, 미술 등 영화제작 전반에 관한 전문가 심화 학습과 작품 시사 및 대담, 부산국제영화제 참여 등의 일정도 소화할 예정이다.
심화 학습에는 분야별 전문가들이 대거 강사로 나선다. 영화 ‘협상’(2018)의 이종석 감독, ‘개를 훔치는 방법’(2014) 김성호 감독, ‘보이스’(2021) 이선영 촬영감독, ‘우리집’(2019) 김지현 촬영감독이 작품 기획과 연출, 촬영 전반을 지도한다. ‘외계+인’(2022) 시리즈 스크립터와 ‘기생충’(2029) 연출부 경력의 정시은 조감독과 구글, 에스티로더 등 상업 광고 아트디렉터로 활동한 김나영 미술감독은 미술 분야에 힘을 보탠다. ‘보이 인 더 풀’(2023) 작업에 참여한 최원영 소리나스튜디오 대표는 음악 분야를 맡고, 영화 제작사 루이스픽처스 김태완 대표는 글로벌 프로덕션 특강을 진행한다.
FLY2025는 한-아세안협력기금(AKCF) 지원으로 부산시가 주최하고 부산영상위와 아시아영상위원회네트워크(AFCNet)가 공동 주관한다.
2025-09-0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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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강안병원, ‘어깨·팔꿈치 관절 전문가’ 방진영 과장 초빙
은성의료재단 좋은강안병원은 해운대백병원 정형외과 방진영 교수가 정형외과 과장으로 초빙돼 진료 중이라고 2일 밝혔다.
방 신임과장은 한양대 의대를 졸업한 뒤 건국대병원 견주관절·스포츠센터 임상강사, 인제대해운대백병원 정형외과 교수를 역임하면서 다양한 임상 경험을 쌓았다. 대한견주관절의학회와 대한스포츠의학회의 인증 전문의이자 스포츠의학 분과 전문의인 방 신임과장은 대한스포츠의학회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회전근개 파열을 비롯한 오십견, 충돌증후군 등 다양한 어깨·팔꿈치 질환을 비롯해 어깨 관절내시경 수술, 인공관절수술, 근이전술 등 고난이도 수술까지 폭넓게 진료하는 어깨 전문가로 꼽힌다.
좋은강안병원은 방 과장의 합류에 맞춰 관절센터 외래·수술·재활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 등 유관 진료과와 협진 체계를 강화해 진단부터 수술, 재활, 사회생활 복귀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2025-09-0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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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생기념병원 부울경 첫 신장이식수술 1400례 달성
부산 봉생기념병원이 신장이식 수술 1400례를 달성했다. 부울경 첫 최다 실적으로 1995년 첫 신장이식 수술을 시행한 이후 30년 만에 이룬 대기록이다.
2일 봉생기념병원에 따르면 1400번째 수술의 주인공은 부산에 거주하는 60대 조 모 씨. 10년 간 약물치료를 받아온 그는 2019년 간암 수술 후 완치됐지만 만성 신장 질환이 악화되면서 지난해부터는 투석 치료를 받았다. 경북지역에서 뇌사 판정을 받은 기증자로부터 신장을 이식 받은 후 회복 중이다.
수술을 맡은 봉생기념병원 외과 백승언 명예원장은 “신장이식은 보통 3~5시간 정도 소요되는 고난도 수술로 환자의 혈관 상태, 동맥경화 여부, 방광 크기 등 여러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조씨의 경우에도 이식신 동맥이 3개로 어려운 경우였지만, 수술 경과는 매우 양호하며 현재 이식된 신장이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어 회복 상태도 좋다”고 설명했다.
봉생기념병원의 신장 이식 수술 1400례는 1995년 3월 첫 수술 이후 30년 만이며, 1300례를 달성한 지 1년 여 만에 거둔 큰 성과다. 수술 후 10년 생존율은 95.3%로 매우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식된 장기 생존율 역시 10년 83.2%로 우수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이는 봉생기념병원의 ‘원스톱 협진 시스템’ 덕분이다. 이 시스템은 환자 상담, 수술 전 평가, 이식 수술, 수술 후 면역치료 및 감염예방 관리까지 24시간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봉생기념병원은 신장이식센터를 중심으로 신장내과, 외과, 비뇨의학과, 마취과,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들과 함께 장기이식 코디네이터가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봉생기념병원 김중경(신장내과 전문의) 병원장은 “이 수술이 병원에겐 1400번째일 수 있지만, 환자에겐 단 한 번 뿐인 기회”라며 “그 무게를 알기에 전 의료진이 한마음으로 수술에 임했고, 무사히 새 생명을 이어갈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2025-09-0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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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비프에서 한예종 영상원 30주년 특별전
부산국제영화제(BIFF) 속 또 하나의 영화제 ‘커뮤니티비프’가 올해 출범 30년을 추억하는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우선 눈에 띄는 건 개원 30주년을 맞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특별전이다. 특별전에서는 △김도영 △윤가은 △이경미 △이종필 △임선애 △정재은 감독 등 한예종 출신 감독의 대표작과 30명이 제작에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 ‘프로젝트 30’을 CJ ENM과 함께 월드 프리미어로 선보인다. 19일부터 21일까지 메가박스 부산극장과 남포동 비프광장, BNK부산은행 아트시네마에서 만날 수 있다.
뉴미디어, K팝, 출판 등 대중문화 영역에서 지평을 넓힌 아티스트와 소통하는 ‘커비컬렉션’의 올해 주제는 책이다. BIFF는 작가와 영화의 만남인 ‘커비북스’를 마련해 각본집 ‘아가씨’의 정서경 작가, 산문집 ‘보통의 존재’의 이석원 작가,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작가, 인터뷰집 ‘배우와 배우가’의 김신록 배우 겸 작가, 글 쓰는 요리사 박찬일 작가와 대화에 나선다.
관객이 상영작 선정과 기획에 직접 참여하는 ‘리퀘스트시네마’는 역대 BIFF 상영작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형사 Duelist’(2005)의 강동원과 하지원, ‘무뢰한’(2015)의 김남길, ‘초인’(2016)의 김정현이 참여해 시네필과 추억을 나눈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2005) 이와이 슌지 감독과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온라인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하루 종일 특정 주제의 영화를 탐구하는 ‘올데이시네마’는 지역 사회, 전문가 단체와 협업으로 진행된다. 19일 ‘로컬 & 소셜 DAY’는 부산외대 글로컬마케터센터, 부산시사회복지사협의회, 부산공고총동창회가 함께한다. 20일 ‘벡델초이스 & WDN DAY’는 한국영화감독조합과 여성감독네트워크, 21일 ‘사이언스 DAY’는 부산과학문화거점센터가 협업한다.
이밖에 정성일 감독과 소설 ‘혼모노’의 성해나 작가의 만남으로 진행되는 ‘블라인드시네마’, 장재현 감독과 박정민 배우가 영화 ‘사바하’(2019)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는 ‘마스터톡’, 시네필들의 심야상영회 ‘취생몽사’ 등이 준비돼 있다.
커뮤니티비프는 BIFF 개막 다음 날인 18일부터 21일까지 남포동 일대에서 진행된다. 티켓 예매는 개·폐막식 예매와 함께 오는 5일 오후 2시부터 가능하다. 찾아가는 영화관 ‘동네방네피프’는 17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부산 열세 곳과 양산(부산대어린이병원 새싹홀), 서울(국회의원회관)에서 각각 관객과 만난다.
2025-09-0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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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자체 등급분류, 청소년 보호 노력 부족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이 일상화된 가운데, 사업자들의 청소년 이용자에 대한 보호 기능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지난달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정책 세미나 자리에서다.
이날 ‘OTT 플랫폼 청소년 보호 실효성 제고 방안’을 발제한 박세진(한양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OTT 자체 등급분류 제도가 콘텐츠의 원활한 생산과 공급이 신속히 이루어지도록 해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라면서도 “반면 OTT 플랫폼의 법적 의무와 사회적 책임에 기반한 청소년 보호 노력은 여전히 미흡하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영등위가 시행한 ‘2024년도 영상물 등급분류 인지도 및 청소년 영상물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5%만 청소년 보호장치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실제로 청소년 보호장치를 활용해 등급에 맞지 않는 영상물을 제한하는 경우는 65.3%에 머물렀다.
박 교수는 “OTT 플랫폼 자체적으로 가입 연령을 제한하고, ‘키즈 프로필’이나 ‘연령별 선별장치’와 같은 자녀 보호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나, 플랫폼별 운영 방식의 차이와 낮은 활용도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라며 “부모가 자녀 보호를 위한 잠금기능(LOCK)을 적극 활용하도록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동아대 김대경(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자체 등급분류 제도 현황과 향후 과제’ 주제 발표를 통해 “영상물 본편에 앞서 진행되는 광고·선전물은 여전히 영등위의 사전심의를 받아야 유통할 수 있어 본편의 신속한 유통에 지장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국회에 계류 중인 OTT 광고물 자체 등급분류 도입도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병재 영등위원장은 “영등위는 앞으로도 청소년 보호를 위한 영상물 리터러시 교육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라며 “사업자들 역시 청소년 보호 장치를 적극 홍보하고, 가정에서는 자녀의 시청지도를 생활 속에서 함께 실천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영등위는 이날 넷플릭스, 콘텐츠 웨이브, 디즈니코리아, 티빙, 쿠팡, 애플코리아, 왓챠, 엘지유플러스, 위버스컴퍼니 등 9개 OTT 운영사와 청소년 보호 강화를 위한 공동협력 선언식을 개최했다. 또 네이버웹툰 유한회사, 주식회사 에스제이엠엔씨,(주)카카오엔터테인먼트 3개 사를 자체 등급분류 사업자로 추가 지정했다.
2025-09-0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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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연극계 큰 어른 전성환 배우 별세
부산 연극계의 큰 어른 전성환 배우가 지난달 31일 타계했다. 향년 85세.
1940년 북간도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1년 1·4 후퇴 때 부모를 따라 부산에 정착한 후 1963년 동생 전승환(2020년 작고)과 함께 극단 전위무대를 창단하며 본격적으로 연극인의 길을 걸었다.
극단 활동을 하며 연기에 꽃을 피운 고인은 ‘도적들의 무도회’ ‘벽’ ‘아 동래성’ ‘세일즈맨의 죽음’ ‘리어왕’ ‘혈맥’ ‘사랑의 주말별장’ ‘막차 탄 동기동창’ ‘나생문’ ‘용띠 위에 개띠’ ‘어떤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 등 수많은 작품을 남기며 대한민국 연극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실향의 한과 아픔은 그의 독보적이고 절절한 내면 연기를 이끈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마흔이던 1980년 고인은 부산 연극계 초유의 모노드라마를 무대에 올렸다. 오영수의 단편소설을 직접 각색·연출한 ‘새’로, 남과 북에 갈라져 사는 조류학자 형제가 찌르레기 인식표로 간접 상봉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고인은 동생 전승환과 함께 ‘소극장 69’ 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지역 소극장 활성화와 젊은 연극인 배출에도 헌신했다. 부산의 소극장 연극 축제인 작강연극제에서는 그의 공을 기려 ‘전성환 연기상’을 제정하고 매년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다.
무대에서 쌓은 명성이 전국으로 퍼지며 2000년대 들어서는 영화와 방송 출연으로 이어졌다. 2003년 영화 ‘청풍명월’을 시작으로 2005년 주연을 맡은 영화 ‘활’로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기도 했다. ‘제빵왕 김탁구’(2011) 등 TV 드라마를 통해서는 특유의 친근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여 많은 팬층을 확보하기도 했다. 2003년 방송을 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통신회사 광고는 요즘에도 회자되고 있다.
한국연극협회 부산지부장과 부산시립극단 5인 예술감독 위원, 수석 연출, 예술감독위원장을 역임했다. 2001년 지역 연극인 최초 이해랑연극상을 수상했으며 부산시문화상, 한국연극예술상, 눌원문화재단 향토문화상을 받았다.
장례는 대한민국연극인장으로 진행된다. 유족으로는 아들 지웅 씨와 며느리 이혜진, 딸 지현·지인 씨가 있다. 빈소는 부산 부산진구 온종합병원장례식장 303호이며 발인은 9월 3일 진행된다. 발인 후 부산 남구 부산예술회관 로비에서 노제가 이어진다. 장지 부산 기장군 실로암공원묘원.
2025-09-0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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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의 태동지 밝히는 '부산 영화의 보물 창고' [문화 핫플]
영화의 바람이 몰려온다. 폭염을 비집고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부산을 또다시 영화의 물결로 일렁이게 할 거대한 바람이다. 9월 17일부터 열흘 동안 열릴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그 중심에 해운대구 센텀시티에 자리 잡은 영화의전당이 있다. 위풍도 당당히 ‘빅루프’를 뽐내는 영화의전당은 2011년 제16회 때부터 중심지로 활약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전에는?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첫발을 내디딘 1996년 제1회 때에도 개막식이 수영만 요트 경기장 야외 상영장에서 열렸을 뿐, 영화 상영은 부산의 영화문화가 태동한 중구 극장가 일원에서 진행됐다. 부산 구도심의 상징 용두산공원과 ‘비프 광장’이 있는 이곳은 해마다 전야제와 커뮤니티비프 등 주요 행사를 치르며 여전히 BIFF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부산 영화의 뿌리를 확인할 수 있는 ‘부산영화체험박물관’이 해운대가 아닌 중구에 터를 잡은 이유이다.
∎부산 영화의 보물 창고
부산도시철도 1호선 중앙역 1번 출구에서 KB국민은행 골목으로 200m 정도 가다 보면 용두산공원 전망대인 부산타워 앞에 우뚝 솟은 대형 건물이 나타난다. 2017년 국내 최초로 개관한 영화 전문 전시체험 시설 ‘부산영화체험박물관’이다. 지하 3층, 지상 4층 규모의 박물관은 부산 영화에 관한 모든 걸 품고 있는 보물 창고이다.
‘홍영철의 유산, 부산 영화를 담다’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1층 기획전시실로 우선 향했다. 한국영화자료연구원 홍영철(1946~2016) 원장이 평생을 바쳐 열정적으로 수집한 희귀 자료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가 한국 영화의 출발지라 할 수 있는 부산에서 모은 자료는 시나리오 2578점, 포스터 2만 5682점에 영화 잡지, 필름, 전단, 포스터까지 모두 9만 점에 이른다.
전시장에서 처음 만나는 자료는 ‘부산 극장가 풍경’이다. 홍영철 원장은 극장의 영화 간판이 사라질 때까지 주말마다 촬영에 나섰다. 화려한 색채와 실감 나는 묘사로 시선을 끈 극장 간판은 상영이 끝나면 다음 개봉작을 위해 재활용되기 때문에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 홍 원장은 이를 일일이 날짜와 상영관 이름을 더해 기록으로 남겼다. 보림극장, 신도극장, 온천극장 등 지금은 이름만 남은 곳의 전성기 모습도 여기에선 생생히 살아있다.
극장 간판만이 아니다. 이곳에는 영화 포스터와 홍보용 플래카드, 지금은 사라진 학생 단체관람 풍경까지 시대상과 극장 문화가 오롯이 보존돼 있다. 담배 포장지에 새겨진 영화 광고도 눈길을 붙잡는다. 대한극장이 임권택 감독의 ‘개벽’(1991) 개봉을 알리는 내용이다. 서면 학원가에 자리했던 대한극장은 2020년 문을 닫은 후 지금은 메가박스 서면대한점으로 변신했다.
그밖에 8폭 병풍에 스틸사진이 배접된 ‘한국 영화 스틸 사진 병풍’, 얼마 전 별세한 고 김사겸 감독의 ‘창수의 전성시대’(1975) 친필 연출 대본 등 196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부산의 영화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고 홍영철 원장은 2013년 부산시문화상, 2018년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특별 공로상을 받았다. 기획전시실은 2층 매표소를 통하지 않고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영화의 주인공이 된다
‘부산영화체험박물관’은 단순히 전시물을 구경하는 박물관이 아니다.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는 것 또한 이곳의 주요 기능이자 사람을 불러 모으는 포인트이다.
기존의 트릭아이 공간을 새로 단장해 지난 5월 개장한 ‘씨네뮤지엄’은 영화를 주제로 조성된 테마파크. 문을 열고 들어가면 8개의 방을 차례로 통과하게 된다. 198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품이 놓인 방, 미디어아트 기술을 활용해 부산의 명소와 추억의 영화 장면으로 사방을 휘감는 시네마 부산, 1970년대 골목을 재현한 레트로 스트리트, 아이들을 동화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판타지 월드, 거울을 활용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매직 미러, 킹콩과 라라랜드 등 해외 유명 영화 장면을 배경으로 시상식장이 조성된 어드벤처 어워즈 등이 차례로 이어진다. 무더위에 힘들어하는 아이 동반 가족이, 실내에서 데이트를 즐기려는 연인들이 소중한 추억을 만들기에 이만한 곳이 있을까.
진짜 체험은 3~4층 체험존에서 이뤄진다. 영화의 역사와 원리, 장르, 제작 방법 등을 직접 체험하며 영화 예고편을 실제로 만들어 보는 곳이다.
우선 역사의 거리. 처음으로 고종 앞에 선보인 활동사진부터 1903년 현재의 남포동 자리에 들어선 부산 1호 극장 ‘행좌’를 포함해 20세기 초 부산에 자리 잡은 7개 극장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제작사(1924년 조선키네마주식회사)와 첫 영화상(1958년 부일영화상)도 부산의 몫이었다. 영화 OST를 감상하고 원작 만화와 소설을 둘러보고 나면 ‘해운대’(2009)와 ‘국제시장’(2014)으로 ‘쌍 천만’ 반열에 오른 윤제균 감독의 강의가 기다린다. 거리를 걷다 보면 오늘날 부산이 ‘영화도시’로 불리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제 영화를 만들 차례다. 박물관 입장 때 받은 체험카드를 이용해 자신만의 영화 예고편을 촬영·편집해 완성하도록 준비돼 있다. 크로마키 촬영장에서 공룡에 맞서 싸우거나 인디아나 존스 주인공이 된 촬영본을 편집까지 마치면 퇴장 때 휴대폰에 담아 갈 수 있다.
체험존에서 만나는 희귀 자료도 적지 않다. 부산의 마지막 극장간판 미술가 권오경 씨 인터뷰 영상, 1990년대 중반까지 극장에 가면 의무적으로 봐야 했던 ‘대한늬우스’, 1998년 보림극장이 폐관할 때까지 사용하던 35mm 필름 영사기 등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4층 ‘명화극장’에서는 한국영상자료원 소장 고전영화 베스트 59편을 골라볼 수 있다.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는 윤여정과 박근형의 앳된 얼굴을 만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층계를 오르내리는 계단 벽면의 BIFF 포스터(1회부터 22회까지)와 주요 장면 사진, 1층 출입구 양면을 지키는 블랙팬서와 스파이더맨 조형물까지 영화체험박물관은 어느 한구석 허투루 지나칠 수 없는 영화 테마파크이다. 개관 9년째를 맞으며 부산영화체험박물을 찾는 관람객들이 점점 늘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도 잦다고 한다. 박물관 관계자는 "지난해에만 17만여 명이 방문했는데, 그중 약 15%가 외국인이다"라고 밝혔다.
박물관·씨네뮤지엄 성인 기준 각 1만 원, 통합 1만 4000원. 부산 시민은 7000원, 1만 3000원.
한편, 영화체험박물관은 시민참여형 프로그램 ‘봄씨네클럽’을 운영한다. 이달 30일과 오는 12월 20일에는 극단 인터미션과 함께하는 ‘커뮤니티 뮤지컬 버스킹’이 열린다. 1층 영상홀에서 무료로 진행되는 버스킹에서는 뮤지컬 영화 ‘난 공주, 이건 취미’의 OST를 기반으로 한 콘서트가 펼쳐진다. 9월 6일부터 12월 6일까지 다섯 차례 열리는 ‘영화로운 수업’은 전문 해설자와 함께 영화를 감상하고 토론하는 참여형 시네마 클래스이다. 1층 강의실에서 진행되며 참가비는 5000원이다. 문의 및 관람 예약은 전화(051-715-4200)와 SNS를 통해 할 수 있다.
2025-08-3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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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픽] 연극-극단새벽 '어느 골짜기에 관한 논쟁'
1998년 초연된 극단새벽의 레퍼토리 작품 ‘어느 골짜기에 관한 논쟁’이 한층 젊어진 출연진으로 관객을 맞는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기반으로 이성민 상임 연출이 한반도 산골 마을로 배경을 옮겨 극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 한반도 분단과 전쟁의 아픈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담아내면서, 그 사이를 관통하는 인간의 욕망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극중극으로 깊이를 더하고 흥겨운 연희극으로 놀이성을 가미하면서도 땅의 소유권에 대한 생태적 관점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을 받아 선발한 청년 예술인 13명이 갈고닦은 기량을 선보이는 첫 무대이기도 하다. 8월 30일~9월 6일 총 5회 공연. 부산 연제구 효로인디아트홀 소극장. 토요일 오후 5시, 일요일 오후 3시. 목·금요일 오후 7시 30분. 종전 기원 특별관람료 1만 원으로, 전 좌석 사전 예약제다. 예매 극단새벽 홈페이지. 문의 051-245-5919.
2025-08-2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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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홍희곡상 주인공을 찾습니다
제12회 김문홍희곡상이 작품을 공모한다. 극작가 겸 연극평론가 김문홍 선생의 이름을 딴 김문홍희곡상은 2013년 지역 작가들의 희곡 창작 활성화를 위해 제정됐다. 이듬해인 2014년 최은영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모두 10명의 수상자를 배출하며 지역 극작가 산실로 자리 잡고 있다.
응모작은 지난해 11월 15일 이후 무대에 오른 창작 초연 작품이나 어떤 매체에도 발표되지 않은 신작이어야 한다. 각색이나 번역 작품은 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 원고 분량은 70분 이상 공연이 가능한 A4 용지 30장 내외로, 본문은 ‘함초롱바탕’ 11포인트, 지문은 10포인트를 기준으로 한다.
부산과 경남 지역의 기성작가와 신인 모두 응모할 수 있으며 마감일은 11월 14일이다. 응모작은 부산 수영구 액터스소극장 내 부산창작극연구회로 직접 접수하거나 김문홍 극작가의 이메일(seawind1976@daum.net)로 보내면 된다. 수상자는 11월 23일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김문홍희곡상은 올해부터 수상자에게 지급하는 창작지원금을 400만 원으로 인상했다. 1회부터 지난해까지 유지하던 300만 원에서 100만 원을 올린 것이다. 김 극작가는 “일간지 신춘문예 상금 수준으로 맞추자는 최우석 운영위원장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며 “운영위원장의 배려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2025-08-2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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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꼭꼭 숨겨 둔 ‘흑역사 영화’ 공개합니다
어디에서도 상영되지 않았고 앞으로 상영될 일도 없(다고 생각되)는 영화, 감독 스스로 공개하기 부끄러워 꼭꼭 숨겨 둔 영화, 혹은 돈과 힘이 없어 완성하지 못한 미완성작을 공개 상영하는 영화제가 부산에서 열린다.
‘흑역사’ 작품만 콕 찍어 소개하고 소통하는 제6회 부산청년영화제가 오는 29일부터 사흘간 부산 남구 대연동(도시철도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 인근) 카페 웨이드에서 개최된다. 부산청년영화제는 지역 청년들의 삶과 고민을 함께 나눠보자는 의미에서 2018년 시작됐다. 영화 도시 부산에서 나고 자라 영화를 좋아하는 청년들 주도로 출항해 2년의 공백기를 딛고 올해 여섯 번째 돛을 올린다.
젊은 영화 덕후들의 커뮤니티 ‘영덕스클럽’이 주최하고, 부산시와 부산문화재단이 지원하는 올해 영화제에서는 국내외 장·단편 17편이 선보인다.
상영작은 3개 부문으로 나뉜다. 핵심은 1회 때부터 줄곧 유지해 온 ‘흑역사의 밤’이다. ‘미래 거장이 될지도 모를’ 감독이 서랍 속에 묻어 둔 자신의 흑역사 작품을 내보이는 부문이다. 모두 13편이 상영되는데, 영화제 기간 매일 오후 7시(29일은 7시 30분)부터 4~5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올해 완성한 작품도 있지만 15년 동안 묵힌 작품(로맨스 없는 로맨스 영화)도 관객을 만난다.
영덕스클럽 창립 회원 최수영 씨는 “공개되지 않고 파일로만 존재하거나, 심지어 파일로도 살아남지 못하는 작품들을 발굴해 그분들이 앞으로도 나아가는 기회를 찾기 바라는 마음이 담긴 부문”이라며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려는 영화제 취지가 가장 잘 반영됐다”고 소개했다.
이 외에도 청년들이 모여 단 3일 만에 제작한 영화 ‘잠깐’과 메이킹필름을 상영하는 ‘무박3일’, 청년들의 관람을 적극 권장하는 ‘청년관람불가피’ 부문이 준비되어 있다.
3편의 ‘청년관람불가피’ 상영작 중 하나인 ‘동네책방 폴란’(2022)은 일본 도쿄의 오래된 헌책방이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는 과정을 담담히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2023년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호평받은 작품이다. 영화를 연출한 나카무라 코타 감독은 마지막 날인 31일 상영장을 찾아 관람객과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최수영 씨는 “저희가 초청하지 못했는데도 감독님께서 직접 오시겠다고 해서 정말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상영작은 모두 무료로 볼 수 있다. 예매는 타이니티켓(https://litt.ly/youngducksclub)에서 할 수 있으며, 상영 때 빈 좌석이 있으면 현장 입장도 가능하다. 상영 일정과 작품 소개는 영덕스클럽 인스타그램 계정(@youngducksclub)에 확인할 수 있다.
2025-08-2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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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회 부산국제영화제, 역대급 별들의 잔치 펼쳐진다
서른 번째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이 20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9월 17일 시작하는 제30회 BIFF는 첫 경쟁 부문 도입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BIFF는 지난 26일 부산과 서울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영화제의 방향성과 주요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박광수 이사장의 첫 얘기도 바로 경쟁 부문의 도입이 가장 큰 변화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번 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은 정한석 집행위원장의 표현대로 ‘역대급’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영화계 별이 부산을 찾을 것이라는 점이다.
∎박찬욱부터 델 토르까지 별들의 잔치
BIFF의 올해 공식 초청작은 241편으로 지난해보다 17편 늘었다.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87편을 더하면 전체 상영작은 328편에 달한다. 이병헌의 단독 사회로 진행되는 개막식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상영된다. 이 작품은 27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제82회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놓고 경쟁을 펼친다.
개막식에서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이란의 자파르 파나히 감독)과 한국영화공로상(정지영 감독), 까멜리아상(대만의 감독이자 배우인 실비아 창) 시상도 함께 열린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그저 사고였을 뿐’으로 올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을 석권한 최초의 아시아 감독이 됐다.
개막식부터 시작된 별들의 잔치는 열흘간의 영화제 기간 내내 이어진다. 우선 30주년 특별기획 ‘아시아영화의 결정적 순간들’을 통해 아시아의 거장과 스타들을 대거 만날 수 있다. 자파르 파나히를 비롯해 마르지예 메쉬키니, 지아장커, 차이밍량, 두기봉, 이창동, 박찬욱이 부산에 총출동한다. 와타나베 켄, 니시지마 히데토시, 오구리 슌, 양조위, 허광한, 세븐틴 멤버 준까지 레드카펫을 수놓을 배우들의 면면도 눈부시다.
베니스와 오스카를 석권한 멕시코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는 신작 ‘프랑켄슈타인’을 들고 첫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히트’(1995) ‘콜래트럴’(2004)로 잘 알려진 미국의 거장 마이클 만 감독도 마찬가지다. ‘아노라’(2024)로 올해 아카데미시상식 4관왕을 차지한 션 베이커 감독은 경쟁 부문 출품작 ‘왼손잡이 소녀’(쩌우스칭 감독)의 프로듀서 자격으로 내한한다.
이탈리아 거장 마르코 벨로키오와 프랑스 명배우 줄리엣 비노쉬는 특별기획 프로그램에 초청됐다. 봉준호, 매기 강, 강동원, 은희경, 손석희는 직접 선택한 영화를 소개하는 ‘까르뜨 블랑슈’를 통해 부산행에 합류한다.
BIFF 출범 주역인 김동호 전 집행위원장의 첫 장편 연출작 ‘미스터 김, 영화관에 가다’는 특별상영작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인 첫 아카데미 수상자인 윤여정은 한국계 미국 영화감독인 앤드류 안의 ‘결혼 피로연’으로 부산에 온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직접 말하기 부끄럽다면서도 “이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것은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자평했다.
∎‘부산 어워드’ 트로피 첫 주인공은 누구
올해 BIFF의 가장 큰 변화는 단연 경쟁 부문 도입이다. 베를린, 칸, 베니스 같은 세계적 영화제가 모두 경쟁 부문 수상자를 배출하며 브랜드화에 성공했다. 부산도 이 흐름에 맞춰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제에서 상까지 수여하는 브랜드 영화제로 업그레이드하려는 시도이다.
9월 26일 폐막식 현장에서 발표되는 부산 어워드 수상자는 대상과 감독상, 심상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5개 부문에 걸쳐 선정된다. 배우상은 두 명으로, 첫 수상자와 작품에 총 6개의 트로피가 주어진다. 이들에게는 태국의 영화 감독이자 설치미술가인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이 디자인한 트로피가 수여된다. 대상 수상작은 폐막작으로 상영된다.
부산 어워드는 ‘아시아의 시선으로 아시아 영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라는 목표를 정하고 첫 후보작품 모두 14편을 선정했다. 여기에는 장률(루오무의 황혼), 비묵티 자야순다라(스파이 스타) 등 공인된 거장의 신작부터 시가야 다이스케(고양이를 놓아줘), 한창록(충충충) 등 첫 장편 데뷔작을 낸 신예까지 포진돼 있다. 여성 감독의 작품은 여섯 편이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처음 해보는 것이라 우리도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하다”라면서도 “이들 14편이 동시대 아시아 영화의 흐름, 비전, 경향, 시선 등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라고 밝혔다. 박광수 이사장은 “한 번에 완성되지 않겠지만 시행하면서 보완하다 보면 계속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전체 상영 시간표는 오는 29일 공개될 예정이다. 개폐막식 및 오픈시네마, 미드나잇 패션, 액터스 하우스, 커뮤니티비프 예매는 9월 5일 오후 2시, 일반 상영작 예매는 9월 9일 오후 2시 오픈할 계획이다.
2025-08-2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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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부산 어워드' 트로피 첫 주인공 14작품이 다툰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첫 경쟁 부문 트로피를 놓고 14편의 작품이 경쟁한다. BIFF는 26일 오전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처음 도입한 경쟁 부문 ‘부산 어워드’ 수상 후보작 14편을 공개했다.
후보작에는 중국 거장 장률 감독의 ‘루오무의 황혼’, 스리랑카 비묵티 자야순다라 감독의 ‘스파이 스타’, 대만을 대표하는 배우 서기의 감독 데뷔작 ‘소녀’, 일본 신예 시가야 다이스케의 ‘고양이를 놓아줘’ 등 아시아 영화의 최신 경향을 보여주는 작품이 선정됐다. 한국 작품으로는 이제한 감독의 세 번째 장편 ‘다른 이름으로’, 2019년 BIFF KNN관객상을 받은 임선애 감독의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등 4편이 포함됐다.
‘부산 어워드’는 대상,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2명), 예술공헌상 5개 부문에 대해 시상한다. 수상자에게는 최대 5000만 원(대상)의 상금과 태국의 감독이자 설치미술가인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이 디자인한 트로피가 수여된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17편이 증가한 64개국 241편의 작품이 공식 초청됐다. 세계 최초로 상영되는 월드프리미어는 90편이다. 남포동 일대에서 진행되는 커뮤니티 비프 상영작 87편을 포함하면 모두 328편의 작품이 관객과 만난다.
게스트의 면면과 규모도 역대급이다. 이탈리아 거장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이 첫 아시아 방문지로 부산을 찾고, 세계 3대 영화제 배우상 수상에 빛나는 줄리엣 비노쉬가 15년 만에 방문해 특별전을 갖는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매기 강 감독과 ‘히트’(1996)와 ‘페라리’(2025)의 마이클 만 감독, 드라마 ‘상견니’ 열풍을 주도한 허광한도 관객과 만남을 기다린다.
9월 17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30회 BIFF의 개막작은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이다. 폐막작은 ‘부산 어워드’ 대상 수상작이 상영된다.
2025-08-2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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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경계의 언어, 흑과 백 규정은 언론의 영역"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행동할 힘을 줄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사바나와 산’(Savanna and the Mountain)으로 지난해 제77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된 파울루 카르네이루(Paulo Carneiro) 감독의 말이다.
지난 21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개막한 제4회 하나뿐인지구영상제 초청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한 그를 23일 오후 영화 제작사 케이드래곤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의 영화는 25일 열린 폐막식에서 대상작으로 호명됐다.
‘좋은 마을, 나쁜 자본, 그리고 산’이라는 제목으로 한국 관객에 첫선을 보인 영화는 영국 자본이 들어와 유럽 최대 규모의 노천 리튬광산을 개발하려는 포르투갈 북부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촬영한 다큐멘터리이다. 거대 자본과 맞서며 일상이 위협받는 상황을 긴장감과 유머가 공존하는 재연 드라마로 만들었는데, 마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배우로 나섰다. 장르로 구분하자면 다큐와 픽션이 혼용된 하이브리드 영화인 셈이다.
부모님 고향과 가까운 마을의 일이라 관심을 가졌다는 그는 “처음엔 단순히 인터넷에 올려 마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외부에 알릴 생각으로 촬영과 인터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직접적으로 광산을 개발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산악용 오토바이를 탄 청년 두 명이 마을 곳곳을 휘젓고 다니는 장면을 수시로 볼 수 있다. 카르네이루 감독은 “조용한 산골 마을에서 겪는 오토바이 소음은 부산 같은 대도시에서 느끼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하다”라며 “이를 통해 관객들이 일상을 위협당하는 주민들의 실상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장치는 자신의 영화 철학과도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카르네이루 감독은 “흑과 백처럼 명확하게 규정짓는 것은 언론의 영역에 가깝다”라면서 “제가 생각하는 영화의 영역은 흑과 백이 아닌 회색, 즉 경계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대신 그는 웨스턴무비 기법을 적극 활용해 영화적 재미를 담보하면서 미국 서부 개척 시대로 회귀한 듯한 마을의 현실을 효과적으로 알리려 노력했다고 한다. 서부극 특유의 경쾌하고 단순한 리듬의 음악과 굵은 고딕에 다이아몬드형 돌출을 새긴 제목 서체부터가 그랬다. 또 백마를 탄 남성과 마차, 현상금 벽보, 총을 등장시켜 피 한 방울 없이 광산 개발이 불러올 비극을 경고하는 효과를 만들었다.
홍상수나 이창동 감독 등을 언급하며 한국 영화에 관심을 나타낸 카르네이루 감독은 특히 홍상수 감독이 2016년 칸영화제 기간 촬영해 이듬해 칸에서 특별상영된 ‘클레어의 카메라’를 인상 깊게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백만 명에서 1000만 명 이상 관객이 드는 한국 영화 시장을 부러워했다. 그는 “미겔 고메스 같은 유명 감독의 작품도 1만 5000~2만 명 정도밖에 보지 않는다”라며 포르투갈 영화 시장이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 지배당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2018년 첫 장편을 선보인 카르네이루 감독은 이번 작품까지 세 번 연속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상업영화 촬영 계획은 없을까? “영화인도 각자의 역할과 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상업영화를 만드는 방법을 잘 모를뿐더러 포르투갈에는 봉준호 감독 작품 같은 스케일의 영화를 만들 돈이 없다”고도 말했다.
칸에 이어 전 세계 40여 개 영화제에서 초청된 그의 작품은 9월 26일 개막하는 제10회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국제경쟁 부문에도 초청돼 한국을 다시 방문할 예정이다. 다음 작품 준비를 위해 최근엔 해외 영화제 참석을 자제한다는 그는 "한국이 아니었으면 아마 참석할 생각을 못 했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카르네이루 감독은 “제 작품이 비록 많은 관객이 보진 않았지만, 이번처럼 여러 나라에 초청돼 널리 소개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카르네이루 감독은 제4회 하나뿐인지구영상제에 직접 참석한 유일한 해외 감독이다. 지난 21일 열린 개막식부터 현장을 누빈 그는 폐막일인 25일 두 번째 상영이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GV)를 갖고 자신의 영화 철학과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다음 작품도 아프리카의 한 지역을 배경으로 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라며 “하나뿐인지구영상제 주제와도 잘 맞을 것 같다”라며 재초청 희망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2025-08-2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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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뿐인지구영상제' 희망 메시지 남기고 대단원
기후 위기를 주제로 열리는 세계 최초이자 국내 유일의 영화제 ‘하나뿐인지구영상제’가 5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사단법인 자연의권리찾기는 2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제4회 하나뿐인지구영상제 폐막식을 갖고 경쟁 부문 대상 수상작인 포르투갈 파울루 카르네이루 감독의 ‘좋은 마을, 나쁜 자본, 그리고 산’(Savanna and the Mountain·2024)을 폐막작으로 상영했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돼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이번 영상제에서 처음 상영됐다.
이밖에 특별상 부분에서는 △KNN 한국영화상 - 살처분(서예인) △가장 치열한 투쟁상 - 우리는 여기 살아간다(자난 쿠르마셰바) △가장 중요한 이슈상 – 소녀와 항아리(발렌티나 오멍, 타치 본드) △가장 뛰어난 대안상 – 울리: 작은 농장이야기(레베카 뉘스타박)이 수상했다.
폐막식에서는 지구환경 포스터 공모전 시상식도 열려 초·중·고 학생들의 수상작 16점에 대해 환경부장관상, 부산시장상, 부산교육감상 등이 주어졌다. 수상작들은 영상제 기간 중 영화의전당에 전시됐다.
앞서 지난 21일 열린 개막식에서는 가수 김장훈과 래퍼 제이통, 노스페이스갓이 특별공연을 펼쳐 참석자들을 즐겁게 했다. 또 공현주 배우와 김요한 대한배구협회 이사 등이 참석해 기후위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호소하기도 했다. 영상제 홍보 대사 박진희 배우는 특별강연을 갖고 환경 실천가로서 자신의 노력을 소개해 박수를 받았다. 개막작으로 상영된 데이비드 리클리 감독의 ‘제인 구달-희망의 이유’는 지구촌을 위협하는 기후 위기 시대, 원로 환경운동가가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로 큰 울림을 남겼다.
하나뿐인지구영상제 기간에는 콘퍼런스가 여러 차례 마련돼 전문가와 유명 인사들이 다양한 주제를 놓고 폭넓고 깊이 있는 논의를 나누기도 했다. ‘제인 구달의 희망은 우리의 희망인가?’ 주제 콘퍼런스에 게스트로 나선 박효주 배우는 초등학생 자녀가 자신만의 환경 실천을 위해 등교 시간을 한 시간 앞당긴 사연을 전하며 부모로서 반성과 다짐을 밝혀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밖에 편백나무 위주 인공조림 정책의 폐해를 지적한 ‘산청의 눈물’, 미래세대가 살아갈 지구환경 구축의 긴급성을 촉구한 ‘재난 이후의 아이들’, 무분별한 석유 시추와 화성 탐사선 개발의 문제점에 대한 전문가 토크 등도 주목을 받았다. 콘퍼런스를 기획한 김희영 케이드래곤 대표는 “여러 영화제의 대담이나 토크 프로그램을 경험했지만, 지구영상제만큼 게스트나 관객들의 진정성이 강하게 느껴진 경우는 없었다”면서 “하나뿐인 지구의 소중함이 단지 구호가 아니라 누구나 피부로 느끼는 현실이 됐음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5일간 진행된 제4회 하나뿐인지구영상제에서는 20개국에서 출품된 49편의 영상이 상영됐다. 장제국 조직위원장은 “매년 뜨거워지는 여름이 두렵지만 우리에게 희망이 있고, 우리 영화제는 그 희망을 이야기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며 “더욱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 주는 것이 희망을 뿌리는 씨앗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08-2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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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 치료” 결심 70대 환자, 다학제 협진으로 수차례 고비 넘겼다
여러 종류의 암이 잇따라 발병했던 70대 환자가 지역 종합병원의 ‘다학제 협진 시스템’으로 수차례 고비를 넘긴 사실이 확인되면서 지역 의료계의 치료 역량에 관심이 모인다.
25일 좋은강안병원에 따르면 6년 전 부산의 한 병원에서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A 씨는 2년이 지난 무렵 경과 관찰을 하던 중 혈액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돼 좋은강안병원을 찾았다. 소화기내과 진료를 거쳐 정밀검사를 한 결과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배출되는 부위에 생기는 팽대부암이 의심됐다. 이에 간담췌간이식외과는 고난도 유문 보존 췌십이지장 절제술을 시행했고 수술 후 조직검사를 통해 원발 부위가 원위부 담도암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암센터로 옮겨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은 A 씨에게서는 재발·전이가 추가로 발견되지 않았다.
담도암 수술을 받은 지 2년 뒤인 2023년 A 씨는 유방외과 정밀검사 결과 유방암 확진을 받고 수술에 이은 방사선 치료로 또 한 번 고비를 넘겼다. 고비는 또다시 찾아왔다. 지난 6월 추적검사에서 간 종양이 발견된 것. 추가 검사 결과 전이성 암이 아닌 원발성 간내담도암이 의심돼 간담췌간이식외과에서 좌간절제술을 받았다. A 씨는 회복 후 혈액종양내과에서 항암치료 중이다.
A 씨처럼 여러 종류의 암이 잇따라 발견되는 건 흔치 않다. 자칫 놓칠 수 있는 암을 지속적으로 발견해내고 치료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강안병원의 다학제 협진 시스템 덕분이었다. 좋은강안병원은 소화기내과·간담췌간이식외과·유방외과·혈액종양내과·방사선종양학과·영상의학과 등 관련 진료과가 한데 모여 치료 방향을 논의하는 암센터 다학제 진료를 운영 중이다. 불필요한 진료를 줄이고 환자 상태에 맞춘 최적의 치료 계획을 통해 대학병원 못지 않은 암 치료 역량을 입증한 것이다. A 씨 수술을 맡았던 좋은강안병원 간담췌간이식외과 윤성필 과장은 “A 씨가 수년에 걸쳐 암을 잇따라 발견하고 적절한 수술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전문 진료 인프라와 암센터 다학제 협진 시스템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2025-08-25 [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