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산 위기 넘긴 대형선망, 국민 생선 지킬 근본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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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완화 법 개정안 통과로 기사회생
한일어업협정 재개·규제 개선 등 시급

8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 고등어 및 생선 판매대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 고등어 및 생선 판매대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고등어 유통의 90% 이상을 공급하는 대형선망수협이 조합 해산이라는 최악의 국면은 일단 피했다. 업종별 수협 해산 기준을 완화한 수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최근 시행되면서 조합원 수 감소로 존폐 기로에 섰던 조직은 가까스로 고비를 넘긴 셈이다. 국내에 유통되는 고등어의 상당 부분을 책임져 온 핵심 생산 주체가 제도적 허점 탓에 하루아침에 사라질 뻔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 그 점에서 늦었지만 수산자원 감소, 어선 고령화 등 현실을 반영한 법 개정의 의미는 있다. 하지만 이번 법 개정은 어디까지나 급한 불을 끈 임시방편에 가깝다. 조합 해산을 막았다고 해서 고등어 산업의 근본 문제가 해소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형선망이 해산 위기에 놓이자 업계에서는 다른 지역으로의 이전이나 중도매인·항운노조 조합원 등 배후 인력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이번 법 개정으로 조합원 최소 인원 요건이 15명 미만에서 7명 미만으로 낮아지면서 일단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이들이 처한 현실은 법 조항 하나로 덮을 수 있을 만큼 녹록지 않다. 가령 현재 감척 대상인 2개 선단이 추가로 탈퇴할 경우 조합원 수는 다시 줄어들어 위기는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대형선망이 처한 위기는 조합원 수 몇 명의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구조적 변화 없이 기준만 낮춘 결과는 불안정할 뿐이다.

더 큰 위기는 생산 기반 자체가 흔들린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로 어장이 이동하면서 중대형 고등어 어획량은 급감했다. 그 빈자리를 메우던 수입산 고등어마저 주요 수출국의 쿼터 감축으로 불안정해졌다. ‘국민 생선’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가격은 치솟고 식탁에서의 존재감은 옅어지고 있다. 한일어업협정 중단으로 대체 어장은 막혀 있고 선박 배출 규제 강화는 노후 선단의 교체를 사실상 가로막고 있다. 부산을 거점으로 한 대형선망이 흔들리면 부산 항만을 중심으로 형성된 중도매, 물류, 노무 인력까지 연쇄 타격을 입는다. 이는 특정 업종의 문제가 아니라 해양수산업 전반과 지역 경제의 기반을 잠식하는 위험 신호다.

대형선망이 이번 고비를 넘긴 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지 모른다. 단기적 수급 대책이나 법 조항 손질만으로는 위기를 감당하기 어렵다. 정부는 수산업계의 말처럼 불합리한 규제를 점검하고 어업 현실에 맞는 지원책으로 고등어 산업을 지속 가능한 구조로 재편해야 한다. 실효성 있는 감척과 충분한 폐업 지원, 어선 현대화를 위한 금융·제도적 장치가 함께 맞물리면 좋다. 한일어업협정과 관련한 시범조업 재개와 대체 어장 조사 등 중단된 협상 타개 노력도 필요하다. 아울러 안전복지 펀드와 리스제도 도입으로 어선 사고를 줄이고 어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를 놓치면 부산 어업의 붕괴는 가속화될 것이다. 또한 ‘국민 생선’ 고등어의 내일도 장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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