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공소시효 뒤 귀국했는데… 법망 못 피한 ‘꼼수 도피’
미국산 불법 성기능 식품 판매
재미교포, 13년 만에 유죄 선고
동생 등 공범 수사받자 미국행
지난해 귀국했다 뒤늦게 처벌
재판부 “도피성 체류 시효 정지”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2억 원 어치가 넘는 미국산 불법 성기능 식품을 국내 쇼핑몰에서 판매한 60대 재미교포에게 13년 만에 법원이 유죄를 선고됐다. 함께 범행에 가담한 가족과 지인들은 이미 재판을 받았지만, 정작 총책인 그는 출국해 잡히지 않다가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해 귀국했다가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그는 처벌을 회피하기 위해 출국한 것이 아니기에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그의 주장을 배척하고 징역형을 선고했다.
부산지법 형사 7단독 장기석 부장판사는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범죄수익 4752만 원을 추징했다고 5일 밝혔다.
A 씨는 추적이 어려운 해외 서버에 쇼핑몰을 차린 뒤,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이 든 불법 성기능 보조식품 52종을 미국에서 국내로 들여와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2012년 3월부터 2013년 5월까지 약 1년 2개월간 총 1413회, 약 2억 3760만 원 상당의 불법 성기능 보조식품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동생 B 씨, 고교 동창 C 씨, B 씨의 지인 D 씨를 국내 판매책으로 끌어들였다. B 씨는 판매 사이트를 만들어 광고·판매와 배송을 맡았고, C 씨와 D 씨는 재포장·배송 등을 담당했다.
국내 수사 기관은 2013년 4월 이들의 범행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같은 해 6월 B 씨와 C 씨, D 씨를 재판에 넘겼고, 법원은 이들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총책인 A 씨는 수사 기관의 수사가 시작되기 전인 2013년 3월 한국을 떠나 해외로 도피한 상태였다. A 씨에게 적용된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었다. A 씨는 해외로 도피한 지 12년 만인 지난해 10월,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안심하며 한국 땅을 밟았다. 하지만 A 씨의 입국 소식을 접한 검찰은 A 씨를 체포해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공소시효였다. A 씨는 1994년 미국으로 이민을 가 2005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이후 30년 넘게 미국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해 왔다. A 씨 측은 “범행 종료일인 2013년 5월로부터 7년이 지난 2020년에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며 “미국 거주는 생업과 가족 부양을 위한 것이지 형사처분을 피하려는 목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장 부장판사는 A 씨가 미국에 체류한 목적에 ‘형사처벌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분명히 포함됐다고 보았다. 형사소송법상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동안에는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2010년부터 매년 1~2회 한국을 찾던 A 씨가 공범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 2013년 3월 출국한 뒤 체포될 때까지 12년간 단 한 번도 입국하지 않은 점 △동생 B 씨가 경찰 조사를 받을 당시 본인 역시 수사 대상임을 이미 알고 있었던 점 등을 지적했다. 장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미국 체류 목적에는 형사처분을 면하려는 목적이 포함돼 있고, 이 목적은 2025년 10월 체포 시까지 유지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국외에 있는 동안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돼 있었으므로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