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해협 내 한국 선사 운용 화물선 폭발·화재...“우리 선박·선원 안전 확보에 총력” [종합]
미군의 ‘해방 프로젝트’ 착수 첫날 오후 사고 발생
HMM 소속 벌크선 ‘나무’ 기관실 좌현서 폭발 사고
청와대·정부 “원인 파악에 수일 걸려…안전 확보 중”
중동 전쟁으로 폐쇄된 페르시아만 호르무즈해협 해상에 화물선과 유조선들이 고립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발이 묶여 있던 한국 선사 운용 선박에서 피격으로 의심되는 화재가 발생하면서 해협 내 우리 선박과 선원들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사고 원인을 점검하고 향후 상황 관리 방안을 폭넓게 논의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섰다.
5일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4일 오후 8시 40분께 호르무즈 해협 내측 아랍에미리트(UAE) 인근 해역의 한국 선사 운용 선박 1척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해당 선박은 HMM 소속 중형 벌크선 ‘나무’(NAMU)로 파나마 국적이지만 우리 해운사 HMM이 운용하고 있다. 이 선박에는 한국인 선원 6명을 비롯해 총 24명이 탑승 중이며,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선사인 HMM은 화물선에서 폭발 소리와 함께 선박 기관실 좌현 쪽에서 불이 나자 선원들이 이산화탄소를 방출해 4시간가량 진화 작업을 벌여 불을 껐다고 전했다.
HMM은 예인선을 동원해 피해 선박을 인근 두바이항으로 인양할 계획인데, 예인선 확보 등 인양 작업까지는 며칠이 걸릴 전망이다. 현재 HMM 소속 컨테이너선 1척, 유조선 2척, 벌크 화물선 2척 등 모두 5척의 선박이 호르무즈해협 안쪽에 위치해 있다.
호르무즈해협에 정박해 있던 HMM 운용 중소형 벌크 화물선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해양수산부가 황종우 장관 주재로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 해수부 제공
다만, 이것이 피격에 의한 것인지 내부 화재 등의 사고로 인한 것인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고 원인 분석에 수일이 걸릴 것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이란이 한국의 화물선을 공격했다”고 밝히면서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한 미국의 작전에 한국의 동참을 촉구해 우리 정부의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하필 이날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발이 묶인 각국 선박을 빼내기 위해 미군이 ‘해방 프로젝트’에 착수한 첫날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이란은 ‘해방 프로젝트’ 작전의 선박 이동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화물선 등 무관한 국가들을 향해 몇 차례 발포했다”면서 “한국도 이 작전에 합류할 때가 된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한국이 자국 선박 피격으로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한 선박 보호·호위 작전에 참여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견해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사고 소식 이후 정부는 발빠르게 현지 상황을 점검하며 우리 선박과 선원들의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청와대는 5일 낮 12시 30분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회의를 갖고 전날 호르무즈에서 발생한 한국 선박 사고와 관련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해수부도 전날 오후 10시와 이날 오후 9시 황종우 장관 주재로 잇따라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우리 선박에 대해 안전한 해역으로 이동할 것”을 지시했다.
호르무즈해협에 정박해 있던 HMM 운용 중소형 벌크 화물선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4시간여 만에 진압됐다고 선사 측이 5일 밝혔다. 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있던 한국 국적 선박들이 안전을 위해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그간 우리 선박 상당수는 해협 봉쇄가 풀리면 최대한 빠르게 분쟁 지역을 빠져나오기 위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샤르자 인근 앞바다에 정박하며 대기 중이었으나, 이날 정부 지침에 따라 페르시아만 안쪽인 카타르 쪽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발이 묶인 한국 선박은 모두 26척이다. 여기에 승선 중인 한국인 선원은 123명이며, 외국 국적 선박에 승선 중인 한국인 선원 37명을 포함하면 모두 160명이다.
지난 2월 28일 이후 두 달여 동안 해협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이들은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군사적 긴장감이 적은 상태에서 안전한 통항 재개를 기다렸으나, 이번 사고로 불안감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선원노련 관계자는 “상황이 수시로 바뀌다 보니 언제 출항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정부 관계 부처는 물론, 외교부와 재외공관을 중심으로 한 재외국민 보호 체계를 총동원해 선원의 안전 확보와 신속한 상황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