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 악재<고물가·고환율·고금리>’에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커지는 한국 경제 [미·이란 전쟁 한 달]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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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100달러 전후 요동
가계 소비·기업 투자 위축 초래
전쟁 장기화 시 정부 대응 한계

중동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100달러 전후로 요동치고 있다. 26일 부산의 한 주유소에서 고객이 주유를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중동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100달러 전후로 요동치고 있다. 26일 부산의 한 주유소에서 고객이 주유를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미국과 이란 사이의 중동 전쟁이 한 달간 지속되면서 한국경제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따른 유가 고공행진에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이른바 ‘3고(高)’ 악재가 지속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26일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전황에 따라 배럴당 약 100달러 전후에서 요동치고 있다. 브렌트유 배럴당 선물가격(종가 기준)은 지난해 12월 50달러 후반대였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전쟁 발발 후 수직으로 상승했다. 지난 13일 103.14달러로 100달러를 넘어선 뒤, 20일 112.19달러까지 찍었다. 이후 미국과 이란의 협상 소식이 전해지면 100달러 밑으로, 전쟁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면 다시 치솟는 것을 반복 중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미 ‘천장’으로 여겨졌던 1500원이 뚫린 상태다. 지난 23일 주간 거래 종가는 1517.3원으로, 2009년 3월 9일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았다. 고유가와 고환율은 일정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리게 된다. 이는 결국 가계소비와 기업투자 동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출 호조세를 견인하는 반도체도 악영향을 받을 여지가 높다. 올해 2.0% 성장을 전망했던 정부도 하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자체 진단을 내놓은 상태다.

이에 정부는 25조 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과 청와대 비상경제상황실로 복합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시장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정부는 청와대 내 비상경제상황실을 운영하며 전쟁 장기화에 순발력 있는 대응 체계를 가동키로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이끄는 거시경제·물가대응반은 거시지표 점검과 물가 안정 조치를 맡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반장을 맡은 금융안정반은 금융시장 변동성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시장 안정을 위한 선제적 대응책을 준비한다.

관건은 전쟁의 장기화 여부다. 전쟁이 수개월 더 이어진다면, 정부의 복합 대응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침체하는 가운데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접어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고유가가 수입물가를 밀어 올리는 상황에서 고환율과 시장금리 상승까지 겹친 만큼 한국경제는 물가와 성장, 금융비용이 동시에 압박받는 국면이 불가피하다.

스태그플레이션의 가장 큰 문제는 정책 대응에 있어 손발이 묶인다는 점이다. 금리를 올린다면 물가를 잡을 수 있지만, 이미 침체인 경기는 더욱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반면 금리를 내리면 경기는 살아날 수 있지만, 물가는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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