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 오른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대양 해군 도약 첫걸음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문근식
잠수함 노틸러스호를 타고 다니던 수수께끼의 인물 네모 선장을 생각한다. 어린 시절에 읽은 <해저 2만리>는 바다에 대한 꿈을 심어 주었다. 수년 동안 쉬지 않고 해저 생활을 할 수 있는 노틸러스호는 어떤 잠수함이었을까.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K-SSN)의 건조 승인이 이루어지며 잠수함에 대한 관심이 수면으로 올라왔다. 디젤 잠수함과 핵추진 잠수함의 차이도 확실히 알게 됐다. 잠항 시간의 차이가 가장 크다. 디젤 잠수함이 ‘숨을 참으며 잠수하는 스노클러’라면, 핵추진 잠수함은 ‘물속에서 숨 쉬는 물고기’라고 한다.
<해저 2만리> 속 노틸러스호도 핵추진 잠수함이 아닐까 싶었지만 잘못 짚었다. 쥘 베른이 이 소설을 발표한 1869년은 인류가 방사능의 존재를 발견하기 훨씬 전이었다. 하지만 노틸러스호의 운용 방식은 오늘날 핵추진 잠수함과 신기할 정도로 닮았다. 오죽했으면 과학자들도 이 소설에 경의를 표하며 1954년 세계 최초의 핵잠수함을 만들었을 때 ‘USS 노틸러스’라고 이름 붙였을 정도였다.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은 한국에 핵추진 잠수함이 왜 필요한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심도 깊은 답도 제시한다. 저자인 문근식 박사는 대한민국 최고의 잠수함 전문가다. 그는 2000년대 초반 비밀리에 추진되었던 핵추진 잠수함 사업 단장을 맡아 건조 계획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난 셈이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통해 전 세계 물류와 에너지 대부분이 지나는 바다를 장악하는 자가 전략적 주도권을 쥔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사실 한반도 주변 바닷속을 들여다보면 핵추진 잠수함이 없는 게 더 이상하다. 중국은 매년 3~4척의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해 미 해군에 버금가는 전력을 구축 중이고, 러시아는 태평양 함대에 최신형 핵추진 잠수함을 지속 배치해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매년 최신형 잠수함을 건조해 22척 체제를 유지 중이고, 북한도 핵탄두 탑재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현실화하고 있다. 핵추진 잠수함이 생기면 우리 해군은 ‘연안 해군’에서 탈피해 ‘대양 해군’으로 도약하게 된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주변 강대국들과의 패권 다툼 속에서도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짓는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게 된다니 마음이 웅장해진다.
핵추진 잠수함 한 대만 있으면 끝이냐고 묻는다면 너무 모르는 이야기다. 핵추진 잠수함은 일정한 순환 구조를 따른다. 한 척은 작전 중이고, 한 척은 교대·이동 또는 다음 전개를 준비하며, 한 척은 정비에 들어가는 식이다. 한국은 동해에서는 북한과 러시아 동향을 관리하고, 남해와 제주 남방 해역에서는 중국의 활동을 견제해야 한다. 따라서 주변국의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핵추진 잠수함 최소 6척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최소 2척을 언제나 가용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세계 1위의 조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소형 원자로 설계 및 제작을 위한 핵심 인프라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단기간 내에 핵추진 잠수함을 충분히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건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로드맵이 잘 나와 있다. 문근식/플래닛미디어/352쪽/300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