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부산 현직 기장 피살 사건' 직장서 억눌린 분노 치밀한 계획범죄로
부기장 심사 불만, 2년 전 퇴직
“4명 죽이려 3년 전부터 준비”
주거지 찾기 위해 수개월 미행
범행 전엔 몇차례 현장 답사도
클립아트코리아
부산에서 현직 항공사 기장을 살해하고 검거된 전직 부기장 출신 50대 남성(부산일보 3월 18일 자 8면 보도)이 범행 전 살해 대상자를 설정하고 이들을 몰래 따라다니는 등 치밀한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부기장 심사 결과 불만이 동료 기장들에 대한 적개심으로 이어져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17일 오전 부산에서 모 항공사 기장을 살해하고 달아난 전직 부기장 출신 A 씨는 같은 날 오후 8시께, 사건 발생 14시간 만에 울산에서 검거됐다. 그는 이날 오전 5시 30분께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전 직장 동료 B 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부산에서의 범행 이후 오전 11시께 경남 창원에 있는 또 다른 동료 C 씨의 주거지를 찾아갔다. 하지만 C 씨에 대한 경찰의 신변보호조치로 미수에 그쳤다. 그는 이어 울산으로 달아나 한 모텔에서 숨어 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다만 울산에 거주하는 범행 계획 대상자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A 씨는 지난 16일 오전에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한 주거지 승강장 앞에서 같은 항공사 기장 D 씨를 습격했다. 도구를 이용해 D 씨를 살해하려 했으나 실패하자 부산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울산에서 부산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3년 전부터 범행을 계획했고 4명을 살해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대로 범행 전 치밀한 계획을 세운 정황이 조사 과정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A 씨가 범행 대상으로 염두에 둔 4명은 그가 전 직장에서 함께 일한 기장들로, 부산과 경남, 수도권에 거주 중이다.
A 씨는 퇴직 후 범행 대상자들의 주거지를 찾기 위해 수개월간 이들의 뒤를 몰래 밟았다.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범행 대상자들이 포착되면 조심스럽게 따라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 씨가 B 씨 살해 과정에서도 치밀한 준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는 17일 오전 4시 50분께 B 씨의 아파트로 들어설 때 검정색 복장을 착용했다. 범행 이후에는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흰색 복장으로 갈아입고 아파트를 빠져나왔다. 게다가 A 씨가 범행 실행 전 현장 답사도 몇 차례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에 사용된 흉기는 A 씨가 온라인에서 주문한 것이다. 경찰은 A 씨를 울산에서 긴급체포할 때 그의 캐리어에서 흉기를 발견하고 압수했다.
경찰은 A 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 등에 대해 캐묻고 있다. 〈부산일보〉 취재 결과 공군사관학교 출신인 A 씨는 군 복무 당시 조종사가 아닌 정보가 특기였다. 다시 말해 군에서 조종사로 선발되지 못한 상태였다. 이에 A 씨는 미국 교육기관에서 조종사 면허를 취득해 2019년께 해당 항공사에 취업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기장으로 일하던 A 씨는 정기 심사 평가에서 탈락 등 반복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고, 결국 그 압박 속에서 2024년 퇴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A 씨의 살인 계획 대상자였던 B 씨와 C 씨, D 씨는 같은 항공사 기장이다. 게다가 A 씨를 비롯한 4명 모두 공군사관학교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자신의 평가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는 동료 기장에 대한 A 씨의 적개심이 범행 동기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결국 A 씨가 회사를 떠나는 과정에서 과거 직장 동료들에게 품은 감정이 누적되며 이번 범행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영장을 발부받은 뒤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A 씨를 대상으로 사이코패스 감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