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만식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청장 “답은 사무실 아니라 바다에…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
현장 중심 단속·안전관리 활동 강조
사고 초동 대응 확대 위해 간담회도
“AI 기반 해양 정보 수집량 늘려야”
해상 안전 위해 해수부 협의도 지속
“답은 사무실이 아니라 바다에 있습니다. 직원들이 부딪히는 어려움도, 시민과 어민이 체감하는 불안도 결국 현장에 가야 보입니다.”
오는 22일 취임 100일을 맞는 하만식(56)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은 “숫자나 보고서보다 현장의 목소리, 성과보다 사람의 안전을 먼저 떠올리는 청장이 되고 싶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취임 직후부터 그는 부산·울산·통영의 관제센터와 구조대, 파출소, 유선장 등을 잇달아 찾았다. 또 헬기를 타고 관할 해역을 돌며 바다 위 위험 요소를 직접 점검했다.
인천과 태안, 여수 등 다양한 해안 지역에서 근무한 하 청장은 부산을 “대한민국 제1의 항만이자 해양 수도”라고 규정했다. 대형 항만과 연안 어업, 해상 교통, 관광, 국제 물류가 가장 복합적으로 얽힌 곳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부산은 해양 사고 유형도 복잡하고 규모도 큰 곳”이라며 “따라서 부산 해경 업무는 단순한 지역 치안을 넘어 국가 해양 안전의 기준을 만드는 일이다”고 덧붙였다.
그가 유독 현장을 강조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해경이 시민과 어민들을 가장 가까이서 만나는 곳이 현장이고, 이들의 불편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라서다. 하 청장은 “정책은 방향을 제시하지만 실제 국민을 지키는 힘은 현장에서 나온다”며 “현장을 모르면 정책도 헛돌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남해해경청 관할 해역에서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선박사고 증가세다. 2024년 1079척이던 선박사고는 지난해 1138척으로 5% 늘었다. 하 청장은 사고가 줄지 않는 이유로 해양레저 인구 증가와 자원 고갈로 인한 무리한 조업, 안전 불감증을 함께 지목했다.
하 청장은 “바다를 좋아하는 것과 안전을 챙기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구명조끼만 제대로 착용해도 생존율은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갯바위 낚시까지 구명조끼 착용을 모두 의무화하는 데는 제약이 있다”면서도 “안전은 스스로 챙긴다는 인식이 가장 중요하므로 캠페인과 계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불법 행위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남해해경청이 해마다 처리하는 불법 행위는 약 1만 5000건이다. 이 중 과적·과승을 비롯해 선박 불법 개조 등 안전저해사범 비중이 1만 2000여 건(84%)으로 가장 크다.
하 청장은 “매년 시기별·지역별 특성에 따른 불법 유형을 분석해 특별 단속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남해해경청은 108억 원 상당 위조 명품을 밀수한 이들을 검거해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로부터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하 청장이 가장 힘을 싣는 분야는 사고 초동 대응 확대다. 사고 위치와 피해 규모를 빠르게 특정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해서다. 경비함정과 항공기 등 대응 세력을 즉시 투입하고 관계 기관과 해양재난안전구조대도 동시 가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잇달아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도 해경의 발 빠른 대응을 통해 바다로 기름이 확산하는 것을 막았다.
현재 해경은 AIS(선박자동식별장치), V-PASS(어선 위치발신 장치), 위성 기반 야간불빛 정보 등을 활용해 바다 위 움직임을 추적하고 있다. 이에 하 청장은 AI 기반 분석까지 더한 해양영역인식(MDA)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봤다. 무인 헬기와 AI 드론, 인공위성 수를 늘려 수집하는 해양 정보를 늘리는 것이다. 그는 “제한된 데이터에 의존하는 평면적 관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사고 뒤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위험 선박이나 사고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는 체계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수부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시범 운항 등에 대해서도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 청장은 “산업과 경제가 성장할수록 결국 그 기반은 안전과 신뢰”라며 “해상교통 안전관리와 예방, 신속 대응 체계 등을 두고 해수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