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7일 만에 ‘지각 사과’… 책임론·사고 원인은 ‘모르쇠’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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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발주처 한국동서발전 사장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 송구”
시공사 HJ 중공업도 공식 사과
지휘·감독 여부 등 질의는 회피
“원론적인 수습책만 되풀이” 비판

울산 화력발전소 붕괴 사고 8일째인 13일 발주처인 한국동서발전 권명호(사진 위) 사장과 시공사인 HJ중공업 김완석 대표가 잇따라 ‘늑장 사과’에 나섰다. 연합뉴스 울산 화력발전소 붕괴 사고 8일째인 13일 발주처인 한국동서발전 권명호(사진 위) 사장과 시공사인 HJ중공업 김완석 대표가 잇따라 ‘늑장 사과’에 나섰다. 연합뉴스

6일 붕괴 사고가 발생한 울산 화력발전소 해체 공사의 발주처인 한국동서발전 권명호 사장과 시공사인 김완석 HJ중공업 대표이사가 13일 공식사과했다. 그러나 사고 후 7일 만에 나온 ‘지각 사과’인 데다 사고 원인과 책임 규명에는 입을 닫고 원론적인 수습책만 되풀이해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졌다.

권명호 사장은 13일 오전 11시 사고 현장을 찾아 “고인분들에 대한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애도를 전한다”며 “국민 여러분께도 심려를 끼쳐 매우 송구스럽다”고 고개 숙였다.

권 사장의 이번 사과 기자회견에 울산에서는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발주처의 사과가 늦어진 데 대해 권 사장은 “그동안 매몰자 구조에 집중하느라 입장 표명이 늦었고, 피해자 가족에게는 따로 사과했다”고 해명했다.

이날 동서발전이 배포한 사과문은 ‘사고의 원인을 명확히 하겠다’‘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 등의 내용으로 채워졌다. 이미 사고 수습 초기에 나왔어야 했을 원론적인 구호들이다.

사과문 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동서발전과 권 사장의 책임 회피는 이어졌다. 취재진에서 사고의 쟁점인 발주사의 책임과 실질적인 지휘·감독 여부 등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지만 권 사장은 “관계 기관에서 조사와 수사 등을 하고 있는 과정이다. 그 결과에 따라서 저희가 감당할 부분은 감당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기본적인 안전 관리 현황에 대한 질문에도 동서발전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 동서발전 관계자가 몇 명 있었나’ ‘안전 관리 인원은 몇 명이었나’라는 질문에 권 사장은 “자세하게,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며 “죄송하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국회에 구조 검토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지적에도 ‘현장 지원에 전념하고 있어 파악이 부족했다’고 답할 뿐이었다. .

답답한 취재진이 “제대로 답변할 수 있는 다른 분이 답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권 사장은 “오늘은 저희가 그동안 늦었지만 사과의 말씀을 드리는 장소로 정했다”며 사실상 구체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이날 동서발전에 이어 시공사인 HJ중공업도 현장에서 사과 입장을 밝혔다.

김완석 HJ중공업 대표이사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게 되신 유가족 여러분께 뼈를 깎는 심정으로 사죄드린다”라며 “차가운 잔해 속에 계셨던 분들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실종자분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 드리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으며 최선을 다해 구조 작업에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HJ중공업 역시 “중앙사고수습본부가 매몰자를 구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느라 늦어졌다”며 구체적인 사고 배경 등에는 침묵했다. 두 회사는 매몰자를 모두 수습한 뒤 이번 사고의 경위와 대책을 설명할 수 있는 자리를 다시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발주처와 시공사가 사과 입장을 밝히는 동안 이날 사고 현장에서는 소방 당국이 마지막 실종자 김 모 씨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한 수색 작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날부터 전체 잔해의 바깥부터 빔 절단기를 이용해 잘라낸 뒤 중장비를 동원해 덜어내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붕괴한 타워의 잔해가 철근과 H빔 등으로 실타래처럼 엉켜있는 상태여서 실종자 발견까지 아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울산 동서발전 화력발전소에서는 지난 6일 오후 2시 2분 높이 63m의 보일러 타워가 해체 전 취약화 작업을 하다 무너져 현장에 있던 작업자 9명 중 7명이 매몰됐다. 현재까지 매몰자 중 6명의 시신이 수습됐으며, 1명은 아직 잔해 속에 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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