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 브라케 겐트시 시의원 “빈 점포·유동인구 감소·획일화된 상권 ‘3중고’, 시민 손으로 해결” [도시 부활, 세계에서 길 찾다]
각 지역 스스로 정체성 만들어
시민 자발적 참여로 도시 활력
소피 브라케(Sofie Bracke) 겐트시 시의원.
벨기에 겐트시의 경제·무역·항만을 총괄하는 소피 브라케(Sofie Bracke) 시의원은 퓨어 겐트를 “도시가 스스로 살아가는 방식을 고민한 제도”라고 소개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도시는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 시민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라며 “시민의 손으로 도시가 활력을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케 의원은 제도 도입 배경에 대해 “지역 상권이 약화되고, 자라(ZARA)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빠르게 들어오면서 로컬 상가의 개성이 사라졌다”며 “그래서 지역 브랜드를 키우고 지역의 정체성을 되살리는 정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브라케 의원은 퓨어 겐트 제도의 효과에 대해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소규모 상점, 외식 문화, 밤거리 문화를 함께 복원한 것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빈 점포, 유동인구 감소, 획일화된 상권이라는 과제를 시민의 손으로 해결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구체적 협력 모델도 소개했다. 그는 “요식업 협의회(Culinary Council)는 셰프, 식품 기업가 등 식당을 운영하는 상인들이 주도하고, 밤거리 문화 협의회(Nightlife Council)는 시민들이 안전하게 밤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도록 조명 설치 등을 통해 안전한 밤거리 문화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퓨어 겐트는 매년 ‘연간 실행계획’을 통해 세부 사업을 정한다. 브라케 의원은 “조명, 상점 지원, 도시 경험 등으로 예산을 구분해 사용하고, 이사회가 항목별 투입 예산을 매년 결정한다”며 “퓨어 겐트 구성원들은 상인들과 현장에서 소통하며 그들이 필요한 점을 정책으로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브라케 의원은 퓨어 겐트의 운영 원칙에 대해 “핵심 가치는 행정 관료가 필요한 예산과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각 지역이 스스로 정체성을 만들어가도록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위에서 지시하는 구조가 아니라, 옆에서 지원하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브라케 의원은 지역 행사를 기획할 때에도 겐트 고유의 개성을 드러내는 데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의 음식을 소개하는 행사나 패션·소매업의 트렌드를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열고 있다”며 “겐트시 SNS를 통해 겐트의 문화를 일 년 내내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브라케 의원은 상인들의 자발성이 퓨어 겐트 전략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도심 중심부처럼 상인들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퓨어 겐트와 같은 전략을 충분히 추진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브라케 의원은 상권 활성화를 위한 현장 정보 수집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 등과 정보를 공유하며 쇼핑 거리의 분위기 변화나 개발이 필요한 구역을 파악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키우는 것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라며 “우리는 매일 시민과 함께 도시를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겐트(벨기에)/글·사진=탁경륜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