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운전 심사 대기 원전 9기에도 속도 붙나…경제성 측면 ‘불가피한 선택’ [고리 2호기 계속운전 허가 의미]
원전 26기 중 10기 계속운전 신청
고리 2호기 첫 관문 넘어 긍정 영향
고리·한빛·한울·월성 심사도 주목
재생에너지 중심 새 정부 원전정책
안전 담보가 ‘계속운전 잣대’ 될 듯
고리원전 2호기(부산 기장군 장안읍 소재) 외부 전경. 한수원 제공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고리원전 2호기(부산 기장군 장안읍 소재) 계속운전(설계수명 연장) 허가를 두 번의 보류 결정 및 세 번째 심의(심사) 끝에 13일, 재적 위원 표결로 전격 승인하면서 심사 대기 중인 나머지 국내 원전 9기도 심사에 속도가 날지 주목된다.
고리 2호기 계속운전 허가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계속운전을 신청한 국내 원전 10기 가운데 첫 시험대로서, 첨예한 입장차를 보여온 원전업계와 탈핵·환경단체의 주목을 받아 왔다. 단순히 노후 원전 1기에 대한 계속운전 여부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는 이재명 정부의 원전 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결정으로 고리 2호기를 시작으로 2030년 이전에 설계수명이 종료되는 국내 원전 10기에 대한 수명 연장 등 운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13일 서울 중구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리 2호기 수명연장 심사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수원은 현재 고리 2·3·4호기, 한빛 1·2호기, 한울 1·2호기, 월성 2·3·4호기 등 국내 원전 총 10기에 대해 계속운전 안전성평가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다. 이 가운데 고리 2·3·4호기, 한빛 1·2호기, 한울 1·2호기 등 원전 7기에 대해서는 운영변경허가 신청을 완료했다. 월성 2·3·4호기 등 나머지 3기는 신청 준비 중이다. 운영변경허가 신청이란 최종안전성성평가보고서 등 인허가 서류 일체를 변경하는 작업으로, 운영변경허가 승인이 나야 비로소 원전 계속운전이 가능하다.
원안위에 따르면 국내 가동원전 26기 중 고리 2호기를 비롯한 10기가 계속운전을 신청해 심사를 진행 중이다. 이들 원전 10기의 발전 용량은 8.45GW(기가와트)로 전체 원전 발전 용량 26.05GW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날 허가된 고리 2호기를 제외하고 고리 3호기, 4호기도 각각 지난해 9월, 올해 8월 설계수명이 만료됐으며, 한빛 1호기도 올해 12월 설계수명 만료로 멈출 예정이다.
고리 2호기 주제어실(MCR) 전경. 한수원 제공
원전업계에서는 이번 계속운전 허가를 기점으로 심사 대기 중인 원전에 대한 계속운전 허가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원안위는 최근 국회 국정감사 업무보고 자료에서 고리 3·4호기의 경우 내년 상반기 심사 완료, 한빛 1·2호기는 내년 하반기 심사 완료를 목표로 제시했다. 한울 1·2호기는 2027년 상반기 심사 완료, 월성 2·3· 4호기는 2027년 하반기 심사하겠다는 목표다. 이런 계획대로 심사가 진행되면 한울 1·2호기와 월성 3·4호기는 설계수명 만료 전 계속운전 허가가 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전업계는 이번 계속운전 심사 과정에서 해소된 쟁점들을 바탕으로 향후 심사는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고리 2호기 심사에서 주요 쟁점 중 하나로 제기됐던 사고관리계획서와 계속운전 심의 순서 문제도 현재는 일정이 겹치고 있지만, 점차 사고관리계획서가 먼저 심의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자연스레 해소되리란 전망이다.
이번 고리 2호기 계속운전 허가 결정은 정부로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계기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 위기가 재연되면서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세계적으로 다시 원전 확대 및 원전 설계수명 연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나라도 확실한 안전만 담보된다면 찬반 양론 속에 국력 소모가 큰 신규 원전 건설보다는 당분간은 노후 원전 성능 개선을 통한 설계수명 연장(계속운전)이 경제성·효율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새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에는 다소 부정적, 유보적인 입장인 반면, 철저한 안전을 담보로 한 노후 원전 설계수명 연장(계속운전)에 대해서는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고리 2호기를 시작으로 2030년 이전에 설계수명이 종료되는 국내 원전 10기에 대한 계속운전 허가 여부는 ‘안전성’에 달렸다는게 중론이다.
하지만, 탈핵·환경단체 등은 이번 고리 2호기 계속운전 허가에 대해 “갑작스러운 안건 상정이자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