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40월드엑스포, 2030 실패의 냉철한 분석 위에 출발해야
부산·경남·전남, 공동 유치 논의 나서
탄탄한 협업 통해 치밀한 전략 마련을
지난달 20일 부산에서 열린 남해안 미래비전 포럼에 참석한 박형준(왼쪽부터) 부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 김영록 전남도지사. 연합뉴스
부산, 경남, 전남 등 3개 시도가 2040년 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한 논의에 나선다고 한다. 3개 시도는 이르면 다음 주 첫 실무 회의를 열어 2040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한 실행 계획과 전략 수립을 의논한다. 부산시가 경남에 월드엑스포 유치 방안을 먼저 제안했고, 해양과 섬을 주제로 기획하는 엑스포로 확장되면서 전남도 참여하게 됐다. 1851년 월드엑스포가 탄생한 뒤 지금까지 열린 36차례의 등록 엑스포 가운데 해양과 섬을 주제로 한 것은 없었다. 부산의 2030월드엑스포 유치 도전 경험을 확장해 3개 시도가 ‘해양’이라는 차별화되는 주제로 엑스포 공동 유치에 나선 것은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부산의 월드엑스포 도전은 부산을 국가 신성장 엔진으로 키워, 수도권 집중의 폐해를 극복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열망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2023년 11월 1차 투표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큰 표차로 밀려 고배를 마셨다. 이후 부산시는 엑스포 실패 원인과 재도전 여부를 검토하면서 큰 인구 규모의 메가시티가 유치에 유리하다고 보고, 행정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경남에 공동 유치 방안을 제안한 것이다. 또 ‘2026여수세계섬박람회’를 준비 중인 전남이 가세했다. 3개 시도의 해양 관광·물류 인프라, 830만 명 인구 규모, 수도권 일극 체제에 맞서는 균형발전이란 명분은 유치 가능성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2040월드엑스포 유치 도전은 무엇보다 2030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한 냉철한 분석 위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러나 2030엑스포 유치 활동의 전 과정을 평가한 백서는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부산이 경쟁 도시에 압도적 패배를 당한 이유, 터무니없는 판세 분석의 근거, 실패 원인에 대한 정밀한 진단 등을 백서를 통해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도전과 출발을 위해선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엄정한 평가가 우선이다. 이를 전제로 해서 기본 유치 방향 설정, 지지국 확보 방안, 경쟁국에 대한 정보 수집 등 재도전을 위한 정밀한 계획 수립에 나서야 한다. 장밋빛 기대에만 사로잡혀 또다시 실패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2030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부산이 쌓은 경험은 소중한 자산으로 남아 있다. 부산이란 브랜드를 전 세계 각국에 널리 알렸고, 그 과정에서 맺은 인적·물적 네트워크는 부산 외교의 지평을 넓혔다. 이러한 경험을 3개 시도가 공유한다면 2040엑스포 유치에 큰 동력이 될 수 있다. 물론, 엑스포 공동 유치에 대한 남해안권 주민들의 공감대 형성과 국가적인 지원 등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3개 시도는 탄탄한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하고, 치밀한 유치 전략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엑스포 공동 유치라는 목표를 달성해 남해안 벨트의 획기적인 변화와 국가균형발전을 이뤄내길 바란다. 지자체와 정부의 합심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