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내년도 예산안, 지방 우대 재정 원칙 새 이정표 되길
이 대통령 시정연설서 '5극 3특' 강조
AI 거점 광역별 조성 균형발전 박차를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6년도 정부 예산안 심의가 본격화됐다. 여야는 4일 이재명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인 내달 2일까지 예산 정국을 이어간다. 내년도 예산안은 728조 원 규모로 올해보다 8.1% 증가했다.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AI) 시대를 여는 첫 번째 예산안”이라고 강조했다. 지방 시대를 열기 위해 지방 우대 재정 원칙을 도입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수도권 일극주의 극복에 방점을 찍은 것은 무척 의미가 크다. 하지만 야당은 시정연설에 불참하는 등 벌써부터 예산안을 둘러싼 극심한 갈등을 예고했다. 지금은 여야가 정쟁에 몰두할 때가 아니다. 엄중한 국내외 위기를 극복하려면 예산안 심의에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고 지역이 성장 중심이 되는 5극 3특 새 시대를 열도록 지방 우대 재정 원칙을 전격 도입하겠다”며 “수도권 집중 완화와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수록 더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거점국립대를 지·산·학·연 협력의 허브로 육성하겠다”며 지방정부에 대한 포괄보조금 규모를 3배가량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설명했다. 지방 시대를 활짝 열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는 단순히 지방만을 살리는 것이 아니다.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해 병든 대한민국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이번 예산안이 지역 균형발전을 앞당기는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
이 대통령은 이날 AI 강국 도약을 위해 10조 1000억 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특히 “내년을 새로운 백년을 준비하는 출발점으로 만들겠다”며 “산업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달이 뒤처지고, 정보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1년이 뒤처졌지만, AI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진다”며 신속한 대응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AI 시대와 지방 시대가 별개일 수는 없다. 이런 점에서 AI 지역 거점을 광역별로 조성하고, 대규모 R&D 추진을 통해 AI에 기반한 지역 혁신과 특화산업 발전을 촉진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설명은 무척 합당하다. AI 시대와 지방 시대라는 쌍두마차로 기형적인 수도권 과밀화 타파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하지만 예산안 첫 단추인 시정연설부터 여야는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은 시정연설을 보이콧하면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구속영장 청구는 야당 탄압이자 정치 보복”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논평을 통해 역대 최대 적자예산이자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사상 처음 50%를 넘어서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예산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2024년도 예산안은 결국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단독으로 처리했다. 여야 합의 없는 예산안 통과는 헌정 사상 처음이었다. 올해 또 유사한 일이 반복되면 안 된다. 여야는 예산안 심사를 위해 서둘러 머리를 맞대야 한다. 소모적 논쟁을 끝내고 국가 위기 상황 타파에 힘을 모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