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대에 장물 털린 경찰서 “앞으로 밖에서 당직 서라”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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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물 오토바이 압수 창원서부서
10대에게 2차례나 경찰서 털러
순찰·시설 등 보안 강화는 없이
주차장에 부스 놓고 야간 당직
직원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압수했던 장물 오토바이를 10대 청소년에게 두 번이나 도난당한 경남 창원서부경찰서에서 재발 방지 대책으로 야간 당직자 근무지를 건물 내부에서 외부 주차통제소로 변경했다. 창원서부서 직원이 야간 당직을 서며 홀로 근무하고 있다. 강대한 기자 압수했던 장물 오토바이를 10대 청소년에게 두 번이나 도난당한 경남 창원서부경찰서에서 재발 방지 대책으로 야간 당직자 근무지를 건물 내부에서 외부 주차통제소로 변경했다. 창원서부서 직원이 야간 당직을 서며 홀로 근무하고 있다. 강대한 기자

압수했던 장물 오토바이를 10대 청소년에게 두 번이나 도난당한 경찰서(부산일보 2025년 10월 2일 자 11면 보도)가 부실한 재발 방지책으로 재차 도마 위에 올랐다. 지휘부는 ‘야간 당직자가 건물 내부에서 근무했던 게 사건의 원인’이라는 일차원적인 판단을 내리고 대뜸 야간 당직 위치를 ‘야외’로 돌렸다.

27일 경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최근 함안에서 오토바이를 훔쳐 온 고교생 A 군이 창원에서 경찰에 붙잡혀 조사받고 귀가했다. A 군은 이틀 뒤 친구와 함께 창원서부서를 찾아 압수물 창고 앞에 잠금장치 없이 세워져 있던 오토바이를 몰고 주차차단기 틈새를 통해 그대로 달아났다.

당시 경찰은 오토바이가 사라진 것을 2주간 모르고 있었다. 특히 이 오토바이는 창원서부서 예하 북면파출소 직원들이 발견, 파출소 마당에 임의 보관하고 있다가 또다시 10대에게 도둑맞았다.

이 일로 언론에 뭇매를 맞은 창원서부서는 곧장 압수물 절도 사건에 대한 후속 조치를 마련했다. 압수물 창고에 디지털 도어락을 추가하고 뒤늦게 압수한 자동차·오토바이 바퀴를 묶을 체인 자물쇠를 구매했다. 그러나 이 외에 특별한 청사의 방호·보안 시설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지난 2일부터는 야간 당직자의 근무지를 본관 1층 내부의 안내데스크에서 외부 주차통제소로 변경했다. 사건 당시 당직자가 내부에서 근무한 터라 오토바이 소리를 못 듣는 등 범행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단순한 이유다.

압수했던 장물 오토바이를 10대 청소년에게 두 번이나 도난당한 경남 창원서부경찰서에서 재발 방지 대책으로 야간 당직자 근무지를 건물 내부에서 외부 주차통제소로 변경했다. 창원서부서 주차통제소 모습. 강대한 기자 압수했던 장물 오토바이를 10대 청소년에게 두 번이나 도난당한 경남 창원서부경찰서에서 재발 방지 대책으로 야간 당직자 근무지를 건물 내부에서 외부 주차통제소로 변경했다. 창원서부서 주차통제소 모습. 강대한 기자

현재 창원서부서는 민원인 차량과 업무용 차량을 구분하고 청사 방호 등을 목적으로 주차장을 반으로 갈라 울타리를 세우고 한가운데 주차통제소를 설치해 뒀다. 주차통제소는 1.5평 정도의 협소한 공간으로 43인치짜리 CCTV 등이 갖춰져 있다. 당직자들은 경찰서 곳곳을 비추는 16분할 CCTV를 면벽수행하듯 들여다보며 근무를 서고 있다.

당직은 방호직이 퇴근 후 평일 기준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1시까지 1명, 오전 1시부터 9시까지 1명이 교대 근무하는 형태다. 주말엔 4명에서 교대하며 24시간 근무한다. 상황관리관을 제외하고 매달 56명이 당직으로 배치되며 여기엔 경찰관을 포함해 사무 전담 인력인 행정관까지 투입된다.

문제는 근무 여건이 상당히 열악해지고 비상 상황 시 대처도 늦어졌다는 것이다. 야간 당직의 대표적인 업무 중 하나가 유실물 신고 대응다. 그런데 주차통제소엔 유실물을 전산에 등록할 PC조차 없어 유실물 신고가 들어오면 매번 당직자가 본관으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

게다가 파손이 쉬운 일반 창문에 잠금장치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강력 범죄에도 취약하다는 우려도 있다. 기존 당직 근무지인 본관 1층은 같은 층에 형사·수사팀 당직자들이 함께 근무 중이라 큰소리만 나도 수초 내 즉시 지원이 가능하다.

압수했던 장물 오토바이를 10대 청소년에게 두 번이나 도난당한 경남 창원서부경찰서에서 재발 방지 대책으로 야간 당직자 근무지를 건물 내부에서 외부 주차통제소로 변경했다. 창원서부서 주차통제소 모습. 강대한 기자 압수했던 장물 오토바이를 10대 청소년에게 두 번이나 도난당한 경남 창원서부경찰서에서 재발 방지 대책으로 야간 당직자 근무지를 건물 내부에서 외부 주차통제소로 변경했다. 창원서부서 주차통제소 모습. 강대한 기자

압수물 도난 예방차 당직 정위치를 바꾼 창원서부서는 순찰 장소에 압수물 창고를 추가했지만 정작 당직자의 순찰 횟수는 기존 2회를 그대로 유지했다.

한 차례도 작성·관리되지 않아 문제가 된 ‘통합증거물보관실 일일 점검표’ 역시 수사지원팀장이 매일 결재하도록 조정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팀장이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사실상 기존 점검 절차와 똑같은 셈이다. 규정 내 징계 등 처벌 조항이 더해지진 않았다.

청사 보안 시설 개선이나 관련 규정 정비 없이 덜렁 야간 당직자만 실외로 내몬 지휘부 결정에 창원서부서 안에서는 직원 반발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단 식의 실효성 떨어지는 대책이 줄줄이”라며 “보여주기식으론 안 된다고 해도 ‘잔말 말고 하라’는 답만 돌아온다. 압수물 창고 내외부 센서 설치 등 시스템적인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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