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중국 관광객 무비자 시대를 맞아
김윤경 영산대 호텔관광학과 교수
두 달 전 법무부는 지난달 29일부터 중국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내년 6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한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이후 지난달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에도 불구하고 중국 단체 관광객에게 대한민국 관광의 문을 열었다. 26일부터 29일 사이 많은 언론에서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입국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었으며 입국을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많은 우려와 언론의 공격에도 꿋꿋이 문을 열었다. 그리고 2주 정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대한민국 전역에서 흔적을 나타내고 있다.
필자는 ‘사건반장’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자주 보는데, 여기서는 CCTV에 찍힌 영상과 함께 사건을 보여주며 가장 사실적인 보도를 한다. 원래 이 채널에는 음식점 먹튀, 악성 사기꾼, 지하철 민폐 행위자 등의 고발이 주를 이루었지만, 최근에는 관광지의 ‘꼴불견 관광객’과 아무 데서나 흡연하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대부분 중국인 관광객이다. 과거 같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최근 국제 정세와 국가 정책의 흐름을 고려할 때 이러한 행동은 결코 가벼이 볼 문제가 아니다. 경주의 고분 유적지에서 한 중국인 가족이 아이를 왕릉 꼭대기에 올라가게 해 포즈를 취하게 하고, 제주도에서는 한 여성이 아이를 안고 해안가 돌바위 위에서 용변을 보게 하는 장면이 공개되었다.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는 음식점 실내에서 흡연을 하고, 제지한 주인에게 복수하듯 화장실 앞에 용변을 본 사건도 있었다. 모두 중국인 관광객이 연루된 사례였다.
국정자원 화재 직후 시작된 무비자
문화적 충돌에 대한 사전대비 없어
문제적 뉴스거리 곳곳서 속속 등장
中 당국과 사전교육 등 협의했어야
정부 시스템 불안정 핑계 삼기보다
부산시 차원 지침이라도 마련 필요
일부 언론은 중국인 관광객을 폄하하는 ‘가짜 뉴스’가 많다고 하지만, 다른 언론은 실제 장면을 보도하며 중국 관광객의 문제적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편견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대규모 유입이 뉴스거리를 만들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문제 없는 집단은 없다지만, 이제 시작된 무비자 제도가 본격화해 정부 목표인 100만 명이 입국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하기 어렵다.
미디어가 보여주는 중국 관광객의 행태를 보면, 1970년대 한국의 공중도덕 수준을 떠올리게 된다. 필자가 초등학교 시절만 해도 길가에 앉아 볼일을 보는 일이나, 잔디밭에 무단 진입해 사진을 찍는 일은 흔했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은 다르다. 공중도덕과 시민의식이 정착되어 흡연은 지정된 구역에서만 가능하고, 일부 아파트에서는 실내 흡연도 금지되고 있다. 그런 사회에서 중국인 관광객의 행태는 내국인과의 마찰을 피하기 어렵다. 반대로 국내 흡연자들이 동남아나 중국 여행을 선호하는 이유는 ‘아무 데서나 흡연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반면 싱가포르가 세계에서 가장 질서정연한 도시로 평가받는 이유는 공중질서 위반에 대한 강력한 처벌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실질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아무런 대비 없이 중국 단체 관광객을 대거 받아들인다면, 우리 문화재와 관광지의 훼손은 불 보듯 뻔하다. 최근 인천항으로 입항한 크루즈선의 관광객 중 6명이 귀선하지 않고 불법 체류자로 분류되었다는 사실은 그 위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신원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더 큰 문제다. 최근 3년간 무단 이탈자가 3만 명에 육박한다는 통계도 이미 나와 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의 여파로 각종 행정 시스템이 복구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비자 입국이 유지된다는 것은 위험한 실험이다. 부산 해운대에서 관광업을 하는 한 관계자는 “연휴 기간 동안 방문객의 절반이 중국인 관광객이었다”고 말한다. 이대로라면 내국인 관광객보다 중국인 관광객이 더 많아질 날이 머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이러한 관광 문화의 충돌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과거 우리나라 1980~1990년대 해외 여행객들은 출국 전 반드시 ‘사전교육’을 받아야 했다. 그 내용에는 공중질서, 문화적 예절, 외국의 민감한 문화에 대한 주의사항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정부는 이번 무비자 제도를 추진하기 전에 중국 정부와 협력하여 유사한 사전 교육 시스템을 구축했어야 한다. 제주도의 무비자 사례만 면밀히 검토했어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의 여파로 지금도 공공 시스템은 불완전하다. 부산시는 정부 지침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자체 차원에서라도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김해공항과 부산항을 통해 입국하는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K-문화 예절 가이드 라인’을 마련하고, 예절 위반 시 경고와 제재를 병행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무단 이탈자 추적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구축해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가 완벽하지 않다면, 부산이라도 해내야 한다. 부산은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