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지연 영향? 부산 경찰 상반기 징계 급증
1~6월 경찰 징계 건수 총 21건
지난해 1년간 29건… 올해 껑충
경무관·총경 등 정기 인사 밀려
경찰 “징계 시점 탓에 증가” 해명
올해 상반기 각종 비위 행위로 인한 부산 경찰 징계 건수가 20건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년에 비해 징계 건수가 급증하자 경찰 조직 내부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부산 경찰 징계 건수는 21건이다. 사유별로는 금품 등 수수 2건, 품위 손상 8건, 규율 위반 11건이다. 품위 손상에 해당하는 성비위 징계 건수는 2건이고 규율 위반에 해당하는 음주운전 징계 건수는 3건이었다. 계급별로는 경정 2건, 경감 7건, 경위 6건, 경사 4건, 경장 1건, 순경 1건이다.
지난 8월 30대 현직 경찰관이 채팅 앱으로 만난 여성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중부경찰서에 입건됐다. 영도경찰서에서는 경위가 보이스피싱 범죄 혐의에 연루돼 지난 7월 기소됐다. 지난 3월엔 서구의 한 도로에서 사하경찰서 소속 경사가 음주 운전을 하다 단속에 걸렸다. 같은 달 연제경찰서 소속 경위도 음주 운전으로 적발됐다.
지난해 1년간 징계는 29건이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21건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징계 현황을 봐도 특히 올해 징계 건수가 많다. 부산에서는 2020년 25건, 2021년 32건, 2022년 31건, 2023년 32건, 지난해 29건의 징계가 있었다. 이대로라면 부산 경찰 징계는 올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징계 수위도 중징계가 과반수다. 올해 상반기 21건의 징계 중 중징계는 11건(파면 2건·해임 3건·강등 1건·정직 5건)이다. 파면의 경우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고 퇴직 급여가 최고 50% 감액된다. 해임의 경우 3년 뒤에 다시 공무원 임용이 가능하고 퇴직 급여는 최고 25% 삭감된다. 경징계는 10건(감봉 4건·견책 6건)이었다.
경찰 기강이 해이해진 원인으로는 인사 지연 등이 거론된다. 경무관·총경들의 하반기 정기 인사는 통상 8월에 이뤄졌으나, 현재 10월 중순인데도 인사가 나지 않았다. 인사가 유독 늦어지는 까닭은 대통령실의 검토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 인사 이동은 건너뛸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서장이 바뀔 경찰서는 직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인사가 언제 날지 소문만 많다 보니 일에 집중하기 어려운 뒤숭숭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동의대 최종술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인사 지연 등으로 기강 해이를 바로잡기 위한 간부와 중간 관리자들의 노력이 약했던 것이 징계 증가의 원인이 됐을 것”이라며 “경찰 지휘관들과 감찰 담당 부서가 더 관심을 갖고 문제가 일어나기 전 감시·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올 들어 징계 건수가 급증한 것이 징계 시점의 차이 등으로 인한 것이지 실제 증가는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형사 사건의 경우 재판 결과가 나온 후 징계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올해 발생한 의무위반행위는 지난달까지 6건으로 예년에 비해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실효성 있는 교육과 예방적 점검 활동으로 의무위반행위 지속 감소 추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