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 12채 팔아 서울 1채 못 사는 현실 두고만 볼 건가
통계로 확인되는 부동산 양극화의 현실
억제와 부양으로 차별화한 정책 시급해
정부가 연이어 내놓고 있는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부동산을 향한 자본의 유입은 더욱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정권들의 설익은 부동산 정책으로 인한 학습효과로 인해 ‘똘똘한 한 채’만 바라보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져서다. 최근에는 지방의 값싼 아파트 12채를 팔아도 서울의 고가 아파트 한 채조차 살 수 없다는 분석까지 등장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이 미분양 심화와 장기적인 건설경기 악화로 인해 수요 실종에 가까운 불황에 시달리며 이 같은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를 막기 위해서는 수도권과 지방에 대한 정부의 정책부터 양극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KB부동산이 월간 시계열로 분석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의 아파트 5분위 배율은 12.1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5분위 배율이란 가격 상위 20% 아파트의 평균 가격을 하위 20% 아파트의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이 수치가 12를 넘어섰다는 것은 하위 20%인 지방 아파트 12채를 팔아도 상위 20%인 수도권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없다는 뜻이다. 해당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라니 수도권과 지방 사이 부동산 양극화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하겠다. 이 양극화는 한국은행의 전체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 지수에서 수도권이 지방 대비 1.4449배로 2008년 이후 최고를 기록한 사실로도 재확인된다.
끝없이 치솟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정부는 6월 27일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 원까지로 대폭 제한했다. 이 대출 규제에도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들뜨자 정부는 지난달 7일 수도권에 오는 2030년까지 135만 호를 신규 공급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대대적인 주택공급 확대 정책도 내놓았다. 이 같은 대출 규제와 공급 확대에 이어 정부는 부동산 보유세 인상 등 강력한 세제 조치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문제는 수도권을 겨냥한 이 같은 정책 3종 세트가 거래조차 말라버린 지방의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 시그널을 더 크게 보내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이미 진행된 양극화의 심화 우려가 더욱 커지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달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발표하면서 지방은 공급 확대보다는 수요 회복이 필요하다고 짧게나마 언급을 한 바 있다. 지방 부동산의 심각한 현실을 파악하고 있다는 이런 식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이후 지방 부동산에 대한 처방은 거의 없었다. 인구소멸지역이 대거 포함된 부산에 대한 세컨드 홈 혜택 적용조차 외면할 정도였다. 지방 부동산 시장의 현실을 파악하고 있다는 정부가 다음 정책으로 강력한 세제 조치를 고려한다면 지방에 대해선 보유세 인상이 아니라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한시적 완화 정도의 부양책을 펴야 한다. 그 정도로 양극화한 부동산 정책이 아니고서는 이미 진행된 부동산 양극화를 어떻게 해소할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