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 모더니즘 최후의 거장이 남긴 걸작, 킴벨 아트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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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벨 아트 뮤지엄 내부 전시공간. 이상훈 제공 킴벨 아트 뮤지엄 내부 전시공간. 이상훈 제공

문화적 퍼실리티(facility)는 인구수에 비례한다. 포트워스는 미국 내 인구로 13번째 도시이지만, 30분 거리의 댈러스와 함께 광역권으로는 미국 내 4번째 규모이다. 심지어 DFW 댈러스-포트워스 국제공항은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은 취항지와 승객수를 가지고 있다. 1994년부터 30년 이상 국적기 직항노선이 있어서 어떤 이에게는 친숙할 수도 있지만, 포트워스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생경한 도시라고 여겨진다.

포트워스 다운타운 인근 한적한 공원 언덕 위에 자리한 ‘킴벨 아트 뮤지엄’은 1972년 완공, 건축가 루이스 칸의 건축 세계가 완숙기에 달했을 때 남긴 최고의 걸작이다. 단순히 전시 공간이 아니라, 빛을 재료로 삼은 건축의 시로 예찬될 만큼 건축학도들에게는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칸은 콘크리트와 석재, 알루미늄이라는 투박한 재료를 통해 인간의 감각과 사유를 일깨우는 공간을 만들었다.

고대 로마의 돔에서 영감을 받은 16개의 반원형 천정 중앙에 좁은 틈을 두고 그 아래 알루미늄 반사판을 설치, 자연광이 내부로 부드럽게 확산되도록 디자인했다. 하늘의 빛은 반사판을 타고 흩어지며 벽면과 바닥을 감싼다. 아침의 백색광이 전시실을 깨우고, 일몰시간 붉은 석양빛이 석재 벽을 따뜻하게 감싸면, 관람객은 마치 살아 있는 건축의 호흡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루이스 칸에게 건축은 기술이 아니라 생명에 가까운 존재였고, 킴벨 아트 뮤지엄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공간이 아니라, 몸으로 체험하는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재료의 물성, 빛의 흐름, 인간의 감각이 하나가 되는 건축가의 이상이 실현된 공간인 것이다. 오늘날 킴벨 아트 뮤지엄은 가장 완벽한 미술관 건축으로 평가되고 있는 이유이다.

킴벨의 컬랙션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전체 350점의 소장품은 서양미술사 최고의 거장들이 남긴 걸작들이다. 미켈란젤로부터 카라바조, 루벤스, 엘 그레코, 램브란트, 벨라스케스, 세잔, 모네 등이 있다. 하지만 킴벨 아트 뮤지엄에 들어서는 순간 작품보다 공간의 존재가 더 기억에 남는다. 10개의 전시실 내부는 천정의 곡률과 빛의 각도가 달라, 걸음을 옮길 때마다 리듬감 있게 공간의 표정이 바뀐다. 2013년, 킴벨 아트 뮤지엄 옆에는 건축가 렌초 피아노가 설계한 신관이 완공되었다. 루이스 칸을 존중하며 이어받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작업하는 동안 그는 건축가가 아니라 학생이었다라고 회상했다고 한다. 칸의 건축은 거장에게도 배움의 대상이라는 뜻이다. 인근의 포트워스 현대미술관을 디자인 한 건축가 안도 다다오 역시 킴벨 아트 뮤지엄을 의식하며 작업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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