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톡톡] 수업 교사에게 ‘안전 총괄’ 맡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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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준 양정초등 교사

아파트 화재로 어린 생명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중학교 시절 겪었던 화재가 떠올랐다. 수업 도중 밖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소방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평소 같았으면 고장이라 여겼겠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선생님이 운동장으로 대피하라고 외치셨다. 당황한 우리는 우왕좌왕하며 밖으로 향했고 2층 복도를 지날 때는 엄청난 열기가 느껴졌다. 운동장에 도착해 바라본 화염은 학교를 집어삼킬 듯했다. 이번 사고와 그날의 기억이 겹치며 학교 재난 대응 훈련의 문제점이 다시 떠올랐다.

재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컨트롤 타워, 즉 총괄 책임자다. 학교에서는 이 역할을 맡은 교사가 방송 장비를 이용해 재난 발생 위치와 규모를 안내해야 한다. 교사들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대피 경로를 판단하고, 훈련처럼 학생을 인솔해 이동하는 것이 이상적인 대응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많은 학교가 이 총괄 업무를 수업 중인 교사에게 맡기고 있다. 문제가 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화재 상황에서 교사는 교실에서 수업 중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비상벨이 울리면 총괄 담당 교사는 먼저 반 학생들에게 대피를 지시하고, 곧바로 방송실로 이동해 상황을 통제해야 한다. 이후 운동장에서 대피 상황을 살피고, 각 교직원이 맡은 임무가 제대로 이행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 동안 그 교사의 반 학생들은 누구의 인솔도 없이 대피하게 된다. 옆 반 교사나 전담교사가 대신할 수 있을까? 이들도 수업 중인 경우가 많다. 재난 상황에서 다른 학급 교사가 이웃 반까지 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총괄 담당 교사의 반에 저학년 학생이나 통합교육 대상 학생이 포함돼 있다면, 상황은 훨씬 더 위험해질 수 있다.

이처럼 위험한 상황에서 학생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학생을 직접 인솔하는 교사(수업 담당 교사)를 총괄 업무에서 배제해야 한다. 이를 교육청 안전총괄과에 의견을 제출하고 교육감에게도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옆 반에 맡기고 진행하면 된다” “예전에는 60명도 감당했다”는 식이었다.

결국 학생 안전보다 행정 논리가 앞선 것이다. 지금도 담당 교사들은 학생들을 뒤로한 채 방송실로 향하고 있다. 학생 안전과 총괄 업무를 동시에 떠안은 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교육청은 더 이상 업무 분장을 핑계로 학생 안전을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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