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했던 이태원 마트 직원, 알고보니 166명 죽인 테러단체 조직원

박정미 부산닷컴기자 like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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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연합뉴스 경찰. 연합뉴스

국내에 잠입해 마트에 취업까지 했던 파키스탄 테러단체 '라슈카르 에 타이바(LeT)'의 조직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단체는 유엔(UN)이 지정한 테러 단체로, 국내에서 조직원이 체포된 건 처음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과는 지난 8일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및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파키스탄 국적인 40대 A 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최근 국가정보원에서 관련 첩보를 전달받고 수사에 착수,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마트에서 일하던 A 씨를 긴급 체포했다.

A 씨는 2020년 고향인 파키스탄 나로왈에서 LeT에 가입한 뒤 기관총 등 중화기 사용법과 침투 훈련을 받고 정식 조직원으로 활동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2023년 9월 파키스탄 주재 한국 영사관을 찾아 한국에서 사업하고 싶은 것처럼 행세하며 허위로 서류를 작성해 취업용 비자를 발급받은 후 같은 해 12월 한국에 불법 입국한 혐의도 받고 있다. A 씨는 이후 서울 이태원 등에서 거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2024년 1월 비자 유효기간이 끝났지만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이태원 일대에 머물렀다.

LeT는 1980년대 중반 만들어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으로, 파키스탄과 인도 간 영유권 분쟁지인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에서 주로 활동한다. 이 단체는 파키스탄 정보부(ISI)의 지원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인도 뭄바이에서 연쇄 테러를 주도해 166명의 목숨을 앗아간 바 있으며 올해 4월 인도령 카슈미르 총기 테러 사건의 배후로도 지목됐다.

최근 경찰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첩보를 전달받아 수사를 개시한 뒤 탐문 조사 등을 거쳐 A 씨가 LeT 소속 조직원인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지난 2일 A 씨를 체포해 구속했다. UN 지정 테러단체의 조직원을 체포·구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 씨는 2016년 시행된 테러방지법에 따라 테러단체 조직원으로 활동한 자체 혐의로 검거됐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돈을 벌러 대한민국에 왔을 뿐"이라며 "그 조직을 알긴 하지만 소속은 아니다"라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태원동 한 마트에서 직원으로 근무하며 생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체류 기간 연장 신청을 해오던 A 씨는 출입국관리소로부터 출국 권고를 받은 상태였다.

A 씨가 불법으로 국내로 넘어올 당시 함께한 지인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 씨가 그동안 벌어들인 수입을 LeT에 보냈는지 계좌를 통해 확인할 방침이다.

테러 신고는 국번 없이 113으로 하면 된다.


박정미 부산닷컴기자 like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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