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고가 법인차 증가세 전환… 연두색 번호판 ‘눈치 보기’ 끝났나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올해 상반기 3220대 등록
지난해 동기 대비 39% 증가
‘부 과시’ 번호판으로 취지 변질

지난해 도입된 법인차 전용 연두색 번호판. 연합뉴스 지난해 도입된 법인차 전용 연두색 번호판. 연합뉴스

지난해부터 8000만 원 이상 고가 법인차에 부착하는 ‘연두색 번호판’ 제도가 시행됐으나 올해 들어 부산에 등록된 고가 법인차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 차량의 사적 남용을 막기 위해 시행된 정책 실효성에 의문 부호가 달린다.

11일 부산시차량등록사업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부산에서 신규 등록된 8000만 원 이상 법인차는 3220대다. 연두색 번호판 부착이 처음 시행된 지난해 상반기 2320대 대비 약 39% 증가했다.

수입차 기준 제조사별로는 BMW가 6551대로 가장 많았다. 메르세데스-벤츠 4319대, 포르쉐 1867대 순으로 뒤를 이었다. 세부적인 모델로는 BMW 5시리즈(1641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1628대), BMW X5시리즈 (651대)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전국적으로도 고가 법인차는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 등록된 1억 원 이상 수입 법인차는 1만 955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 5866대보다 4000대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해 처음 시행된 연두색 번호판 제도 핵심은 취득가액이 8000만 원 이상인 법인차에 의무적으로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는 것이다. 법인 명의로 고가의 차량을 구매한 뒤 사적으로 사용하는 관행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7999만 원 법인차’가 등장하는 등 기업들도 사회적 시선을 고려해 고가 차량 구매를 자제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연두색 번호판 부착에 대한 기업들의 부담감은 옅어지는 분위기다. 연두색 번호판이 법인 비용의 사적 오용을 막겠다는 취지였지만 오히려 부를 과시하는 상징으로 쓰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두색 번호판이 취지와 달리 ‘억대 차주’라는 상징성을 부각하고, 과시 목적을 충족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의 한 수입차 공식 판매회사 대표는 “연두색 번호판과 어울리는 색상으로 법인 차량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며 "연두색 번호판이 붙어 있더라도 일반 시민들은 사적 사용 여부를 알 수 없어 기업이 눈치 볼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도 고가 법인 차량 구매가 증가세로 전환한 것을 예의 주시하는 중이다. 다만 제도 시행 2년 차에 정책의 성패를 논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자동차운영보험과 관계자는 “아직 정책 수정 계획은 예정된 바 없지만 관련 기관과 정부 등에서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으면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차량 번호판 색깔에 차이를 두는 방식은 법인 차량 사적 사용 억제책으로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부산대 행정학과 김용철 교수는 “고가 법인 차량 구매 추이가 원점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은 정책 시행 목적과 정책 내용 간 괴리가 있다는 의미다”며 “겉보기에 차이를 두는 방식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