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운동장서 골프 연습… 학교 개방 ‘딜레마’
외부인 잇단 기행 뒷수습 골치
관리 부재 속 안전사고 등 우려
부산 대다수 초중고교가 운동장을 주민에게 개방한 상황에서 여러 학교가 외부인 관리에 골머리를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대구 한 초등학교에선 건물 관리인이 없는 시간에 운동장에서 골프를 즐기는 사례 등이 확인됐다. 학교 운동장이 주민 운동 공간 등으로 활용되는 만큼 학생 안전을 지키고 교육 환경 저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부산 전체 초중고등학교 631곳 중 외부인에게 운동장을 개방한 학교는 526곳이다. 운동장이 없어 개방 대상에서 제외된 학교 27곳을 제외하면 개방 학교 604곳 중 87%가 학교 문을 주민에게 열어 놓은 셈이다.
‘부산시 고등학교 이하 각급학교 시설 개방 및 이용에 관한 규칙’ 등에 따르면 각 학교는 학교 교육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주민이 학교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개방해야 한다. 학교시설 개방이 의무는 아니지만, 시교육청은 운동장을 원칙적으로 개방하도록 각 학교를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에 출입한 외부인이 학내에서 각종 기행을 일삼아 일부 학교는 뒷수습에 골치를 썩인다. 해운대구 A초등학교에선 이른 오전 외부인이 학내 운동장에서 골프를 연습해 맘카페 등에서 논란이 일었다. A초등학교에 따르면 지난 5일 성인 남성 2명은 오전 7시 25분부터 40분까지 약 15분간 학교 인조 잔디·모래 운동장에서 골프를 연습했다.
해당 학교는 외벽 공사를 진행하느라 안전을 위해 지난달부터 운동장 출입을 제한한 상태다. 안전 펜스와 차단 로프로 운동장 진입로를 막아뒀지만, 학교 관리인이 부재중인 틈을 타 안전 펜스를 넘어 운동장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맘카페 등에선 단단한 공이 멀리 날아갈 수 있는 골프 특성상 사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며 대책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평소 주민들을 위해 학교 운동장을 개방한 A초등학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외부인이 쓰레기를 무단으로 내버리거나 반려견 배설물을 학내에 방치하고, 반려견 목줄을 풀어 뛰어놀게 하는 등 아이들 안전과 위생을 위협하는 사례가 잇따랐다는 것이 학교 측 설명이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주민들이 학교를 가로질러 가도록 3개 출입문을 모두 열어놨고, 공사 전까지 산책을 할 수 있도록 운동장도 개방했는데 학교에 피해가 끊이지 않는 실정”이라며 “비상식인 행위가 반복되면 학교는 아이들 안전을 위해 출입문을 걸어 잠글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여러 학교에서 문제가 잇따르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시교육청에서도 외부인 관리 가이드라인 등은 따로 마련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