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결함? 운전 과실? 부산 시내버스 사망사고 진실은…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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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밟았는지 여부 '쟁점'
기사들 기계 고장 잇달아 지적
운전 대응 미숙도 수사 과제
차량 정비 부실도 검증할 부분
버스조합 "페달 블랙박스 검토"

10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의 한 도로에서 시내버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 2명과 오토바이를 잇따라 들이받아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부산진경찰서 제공 10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의 한 도로에서 시내버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 2명과 오토바이를 잇따라 들이받아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부산진경찰서 제공

부산에서 시내버스가 횡단보도로 돌진해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사고(부산일보 8월 11일 자 2면 보도) 원인을 두고 운전 과실이나 차량 결함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브레이크 오작동을 주장하는 사고가 잇따르자 버스조합 측은 페달 블랙박스 설치를 검토하고 나섰다.

부산버스운송사업조합은 운행 중인 시내버스 차량에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페달 블랙박스란 운전석 하단의 페달 부분을 녹화하는 장치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가속 페달이나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는지 확인할 수 있어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 규명에 활용된다.

버스조합 측이 페달 블랙박스 설치를 검토하는 이유는 최근 발생한 시내버스 교통 사고에서 제동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버스 기사 주장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오후 1시께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부산도시철도 1호선 서면역 13번 출구 인근 도로 위에서 시내버스가 횡단보도로 돌진해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사고도 기사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기사가 실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지만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차량 결함, 과속 페달을 밟았다면 단순 과실 등으로 사고 원인이 달라질 수 있다. 당시 버스를 몰았던 60대 남성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교차로 신호등 앞에서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아 차량을 계속 몰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지난해 3월 24일 부산진구 양정동 하마정교차로에서는 시내버스가 택시와 1t 트럭, 승용차를 들이받아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당시에도 버스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부산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사고 때마다 제기되는 논란을 줄이기 위해 페달 블랙박스 설치를 검토하는 것”이라며 “경찰 수사로 이번 사고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면 재발 방지를 위해 그에 따른 후속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차량 결함, 기사 과실, 정비 미흡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폭넓게 사고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사고 당일 A 씨를 조사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고 상황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 감정을 의뢰했다.

현장 근처 CCTV를 확인해 사고 전후 차량 경로와 운전자 대처가 적절했는지도 살펴볼 방침이다. 60대 후반 고령인 탓에 가속 페달을 잘못 밟았거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응이 미흡했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A 씨가 차량을 인명 피해 가능성이 높은 사고 지점 방면으로 틀었던 이유도 수사 과정에서 규명할 전망이다.

사고 당시 버스는 서면교차로에서 부전사거리로 향하는 경로를 벗어나 초읍 방면으로 방향을 틀어 주행했다. A 씨는 서면교차로 신호등 앞에서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아 계속 몰 수밖에 없었고, 앞선 차량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핸들을 사고 지점 방면으로 틀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정비 여부도 검증 대상이다. 사고 당일 오전 진행한 안전 점검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제동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건 운전자 주장이고, 진술 중에는 수긍하기 어려운 지점도 있다”며 “차량 결함 여부를 포함해 운전자 건강 상태 등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후 대처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 이후 해당 차량은 버스회사 관계자가 직접 운행해 차고지로 옮겼다. 차량을 옮기는 과정에서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추가로 사고가 났을 가능성도 있다. 당시 제동 장치에 문제가 없었더라도 일시적 결함인지는 국과수 감정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시내버스 업계 관계자는 “제동 장치 고장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직접 차량을 몰지 않고 견인차 등을 이용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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