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톡톡] 교사에게 먼저 힘을 실어주세요
박은지 거제초 교사
“우리 엄마가 스마트워치 켜도 된다고 했어요.” 수업 중 스마트워치를 만지는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주의를 주자 돌아온 말입니다. 그 안에는 ‘부모가 괜찮다고 했으니 선생님의 말보다 우선해도 된다’는 생각이 담겨 있었겠지요. 교사는 다시 한 번 학교 규칙을 안내하고, 스마트워치를 꺼달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는 누구의 말을 따라야 할지 혼란스러워합니다.
많은 보호자들은 학교와 함께 아이를 바르게 키우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불편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부모니까 이 정도는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학교에 의견을 전하시기도 합니다. 의견을 나누는 것은 당연히 가능하고 때로는 꼭 필요한 일입니다. 다만 그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서 항의가 거칠어지고, 악성 민원으로 번지는 상황은 문제입니다. 이럴 때 학부모와 학교 사이의 신뢰는 단숨에 무너지고, 아이는 더욱 혼란스러워지며 결국 부모 뒤에 숨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요즘은 부모들조차 부모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어려움을 느끼는 시대입니다. 생후 6개월부터 기관에 맡기는 일이 보편화됐고, 하루 중 자녀와 보내는 시간보다 기관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긴 시간을 함께하는 교사의 말보다, 아이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오히려 짧은 시간일지라도 가정에서 부모가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부모가 교사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여줄 때, 아이는 학교에서 책임과 규칙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배우게 됩니다.
누군가는 “어릴 적 선생님이 또박또박 글씨를 쓰라고 하셔서 지금도 그렇게 쓰려 노력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말만으로 습관이 만들어졌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그 옆에서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해”라고 말해준 부모가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부모는 학교라는 공간을 통해 아이의 모든 상황을 통제하거나 보호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회로 나아가기 전, 아이가 책임감을 갖고 스스로 배우며 갈등을 해결하는 연습을 할 수 있는 시작점이 바로 학교입니다. 좋은 부모가 되려는 마음을 갖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아이 곁에 있는 학교와 교사에게 먼저 힘을 실어주세요. 아이가 배우는 건 단지 지식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법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다듬어 주려는 마음이 있다면, 아이도 학교도 사회도 분명 더 따뜻하고 단단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