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피해자가 ‘운전자 바꿔치기’한 까닭은?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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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면허 숨기려다 경찰 조사서 적발
법원, 징역 8개월에 집유 2년 선고
뺑소니범 “소변 보려고 자리 이탈”
결국 징역 1년·집유 2년 선고받아

울산지방법원 전경. 부산일보DB 울산지방법원 전경. 부산일보DB

뺑소니 사고를 당하고도 자신의 무면허 사실이 들통날까 두려워 지인을 피해자로 내세운 70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울산지법 형사2단독 사공민 부장판사는 범인도피 교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음주 교통사고를 낸 뒤 달아난 50대 여성 B 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A 씨의 부탁을 받고 자신이 운전한 척 허위 진술한 60대 남성 C 씨에게는 벌금 5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2023년 8월 밤 울산 한 도로에서 B 씨가 혈중알코올농도 0.191%의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좌회전 차선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오토바이와 A 씨 차량을 잇달아 들이받고 그대로 도주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가 전치 3주 타박상을 입었으며, A 씨 차량 뒤 범퍼가 파손됐다.

당시 무면허 상태였던 A 씨는 뺑소니 사고를 당하고도 무면허로 처벌받을 것이 걱정돼 지인 C 씨에게 “대신 경찰에 출석해 조사받아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C 씨는 지난해 1월 경찰에 출석해 자신이 운전했다고 거짓 진술했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사고를 낸 B 씨는 재판 과정에서 “소변을 보려고 사고 현장을 이탈했을 뿐 도주 의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 씨가 사고 직후 차에서 내리라는 오토바이 운전자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현장에서 떨어진 곳에 주차한 점, 주차 직후 피해자와 잠시 얘기하다가 곧바로 자리를 이탈할 점, 출동한 경찰관이 인근에 숨어 있던 B 씨를 발견한 점 등을 이유로 B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씨는) 면허 취소 상태에서 운전하고 거짓 진술을 교사하는 등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B 씨 역시 도주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는 점, 오토바이 운전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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