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40% 벽' 부산 정치 지형 지각변동 예고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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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득표율 심리적 저항선 붕괴
지역 여권 '친명' 등판 맞춰 재편
구심점 없는 국힘, 사분오열 지속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목표 득표율(40%)을 달성하고 동시에 국민의힘 저지 한계선(60%)이 무너지면서 지역 정치 지형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선전한 여권은 ‘진짜 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며 야권은 패배로 인한 내홍으로 변화의 강도와 방향은 예측불허로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틀 차인 5일 부산 정치권은 다소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이 대통령이 부산에서 득표율 40.14%를 기록, 그동안 지역 정가에서 일종의 여야 경계선으로 여겨진 40%대 벽을 넘어선 까닭이다. 이에 지역에서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바람이 대거 불었던 당시 수준에 준하는 지각 변동이 일어나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그간 부산에서 주류 자리를 지켜온 그룹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여권의 경우 부산이 노무현·문재인 본산인 만큼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계가 진보 진영 내에서 큰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이들은 일선에서 물러나고 친명계가 전면으로 등판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부산의 민주당 지역위원장과 여권 인사들 대부분 자칭타칭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된다. 다만 이재명 정부 핵심 라인으로 꼽히는 이른바 이 대통령 최측근 그룹인 성남라인, 7인회, 신이재명계 등에 포함된 이들은 전무하다. ‘진짜 이재명계’ 인사가 누군지 당장은 분별이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결국 향후 이재명 내각이 구체화되면서 여기에 합류하는 인사가 부산 민주당 중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류 자리를 둘러싸고 기존 민주당 인사들과 새로운 세력 간 충돌이 발생할 수 있어 권력 교체를 속단할 수만은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 과정에서 일종의 세대 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각종 선거에 출마하며 민주당이 부산에 자리매김하는 데 역할을 했지만 수차례 선거에서 낙선하며 이미지 소비가 이뤄진 이들로 이번 대선에서 얻은 ‘득표율 40%’의 컨벤션 효과를 이어나가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부산 국민의힘 상황은 말 그대로 오리무중이다. 지역 야권은 이미 계파가 나뉘어진 상태로 선거를 치르면서 운동 기간 내내 잡음이 계속됐다. 부산의 일부 친한(친한동훈)계는 친윤(친윤석열) 인사의 중앙 선거대책위원회 합류 소식에 강한 목소리로 반발하거나 심지어 유세 중단에 나서기까지 했다. 대선이 끝난 지금은 패배 책임론을 두고 양측이 분열해 화학적 결합이 불가능하지 않겠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결국 한동안 부산 국민의힘은 사분오열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지역 정치권 중론이다. 특히나 지역 야권은 구심적 역할을 맡을 인사가 없어 혼란은 갈수록 가중될 전망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내년 지방선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3년 전 지방선거에서 광역, 기초단체장은 물론 광역의회도 석권하는 데 성공했지만 내홍이 짙어질 경우 자칫 7년 전 민주당이 싹쓸이한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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