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6월 학평 문제·정답 사전 유출… 전국 시험관리 체계 ‘허점’ 드러났나
시험 40분 전 학원 강사 채팅방 공유
유출 경로 많아 조사에 시일 걸릴 듯
“교육 당국, 신속한 조사 필요” 목소리
2026학년도 6월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 고1 영어 시험 문제가 사전 유출되면서 전국 단위 시험 관리 체계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당 시험은 부산시교육청이 출제했지만 전국 시도교육청에 사전 전달된 탓에 유출 시점과 경로가 불분명한 상태다. 교육 당국이 신속하고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교육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치러진 6월 학평 고1 영어 영역의 문제와 정답, 해설이 전국 학원 강사 3200여 명이 참여한 오픈채팅방에 사전 공유됐다. 시험 시작 시간인 오후 1시 10분보다 약 40분 앞서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 종료 후에야 공개되는 정답과 해설까지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 공유된 것이다. 이번 시험에는 고1 학생 약 40만 명이 응시했다.
전국연합학력평가는 부산·서울·경기·인천 등 4개 시도교육청이 돌아가며 문제를 출제하고, 고3 6월·9월 모의평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담당한다. 이번 고1·고2 학평 문제는 부산시교육청이 출제했으나 유출 경로 조사는 부산에 한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부산시교육청은 “문제 출제를 담당했을 뿐, 지난 4월 말 전국 시도교육청에 문제와 정답, 해설을 전달했다. 이후 각 시도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인쇄·보관·배포를 맡는다”고 설명했다.
학평 시험지는 일반적으로 시험 당일 오전에 각 학교로 배송돼 시험 전까지 학교에서 보관된다. 특히 영어 영역은 오후에 시험이 치러지는 특성상 오전부터 학교에 시험지가 머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일선 학교에서 시험지가 촬영되거나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처럼 유출 경로가 다양하고 복잡해 진상 규명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이번에 유출된 문제가 수능이나 평가원이 출제한 고3 대상 시험은 아니지만, 전국 단위 모의평가라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은 결코 작지 않다. 유출 경로를 규명하지 못하면 향후 다른 전국 단위 시험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러나 조사 주체를 둘러싼 교육 당국 내 혼선은 풀리지 않고 있다. 이번 문제 유출의 최초 신고자는 경남 지역 학원 강사로 알려졌다. 이를 근거로 경남도교육청이 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문제를 출제한 부산시교육청이 조사 책임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여기에 학평 주관 기관인 서울시교육청까지 얽히며, 사안의 성격에 따라 조사 주체가 달라지는 상황이다. 전국적인 사안인 만큼 아예 상위 기관인 교육부가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관리 소홀로 넘길 수 없으며, 교육 당국의 조속한 진상 조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문제 출제 기관이 시도교육청이고 고1·고2 대상이라고 가볍게 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이번 유출은 향후 평가원 모의평가나 수능 등 주요 국가시험에서도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는 구조적 허점을 드러낸 만큼, 교육 당국이 신속하고 체계적인 진상 조사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