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교육 산실’ 동래여고 130주년 맞아 새 도약
지난달 30일 우창회관서 기념식 개최
“품격 있는 삶 위한 교육공동체 도약”
여성에게 배움의 문턱이 높던 130년 전 부산 좌천동에서 시작된 동래여자고등학교가 한 세기 넘는 격랑을 지나 또 한 번의 도약을 선언했다. 1895년 사립일신여학교에서 출발한 동래여고는 한국 근대 여성교육의 초석을 놓았고, 일제강점기에는 항일운동과 민족교육의 산실로서 독립운동의 불씨를 지폈다.
학교법인 동래학원은 지난달 30일 부산 동래여자고등학교 우창회관에서 ‘제13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오정석 동래학원 이사장, 김석준 부산시교육감, 백종헌 금정구 국회의원, 윤일현 금정구청장, 김승제 사학법인회장, 한덕희 조선에듀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법인 산하 동래여고, 부산예술고, 동래여중, 부산예술중, 동래초, 동래초 부속 유치원 등 6개 학교의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 1000여 명도 함께 했다.
오정석 동래학원 이사장은 기념사에서 “동래학원은 일신여학교로 시작해 시대의 변화를 헤쳐 오면서도 교육 철학과 가치를 지켜왔다”며 “앞으로 사람 중심, 가능성 중심, 미래 중심의 철학 아래 지속 가능한 가치와 품격 있는 삶을 디자인하는 교육공동체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1부 기념식은 학원 연혁 소개, 교육대상·유공 교직원 표창, 이사장 기념사, 내빈 축사, 학생 대표 사사, 교가 제창 순으로 진행됐다. 2부에서는 졸업생과 재학생이 함께 꾸민 음악회가 이어졌다. 동래여고 졸업생 합창단의 합창, 동래초 무용부의 부채춤, 부산예술중·고 학생들의 클래식·관현악 공연이 행사에 의미를 더했다.
올해 130주년을 맞은 동래학원의 중심에는 동래여고가 있다. 동래여고의 모태인 사립일신여학교는 1895년 부산진 좌천동에 설립됐다. 구한말 개항 이후 근대화를 지향하는 개화운동 속에서 세워진 일신여학교는 우리나라 근대 여성교육의 출발점이 됐다. 학생과 교사들은 부산·경남 지역 최초로 3·1 만세운동을 주도하며 항일운동의 불씨를 당겼고, 이후에도 교육을 통한 구국 운동을 이어갔다. 1925년 복천동으로 이전한 뒤에도 이러한 정신은 면면히 이어졌고, 박차정 의사를 비롯해 부산에서 가장 많은 독립유공자를 배출했다.
일제의 민족말살정책 속에서도 신사참배를 거부한 일신여학교는 1940년 재단법인 구산학원(이후 동래학원으로 개칭)에 인수됐다. 이후 해방과 6·25전쟁, 4·19의거 등 현대사의 격변기를 지나며 꾸준히 교세를 확장했고,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며 부산 지역을 대표하는 명문 사학으로 자리 잡았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