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동서 ‘아메리카 세일즈’… 성과 뻥튀기 논란
카타르항공, 미 여객기 210대 주문
보잉 “역사상 최대 규모 계약 사인”
미 언론 “실제 투자, 발표보다 작아”
적대국 시리아와 25년 만에 회담도
카타르가 미국 보잉사의 항공기 210대를 구매하기로 하는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순방에서 ‘인베스트 아메리카’(대미 투자)를 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에서도 6000억 달러(약 850조 26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받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대적인 발표와 달리 실제 투자 규모는 발표에 못 미칠 수 있어 성과 ‘뻥튀기’ 논란도 있다.
A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4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카타르 방문 기간에, 카타르 국영 항공사 카타르항공이 160대의 보잉 광동체 여객기(787, 777X)를 주문하고 향후 50대를 추가로 구매할 수 있는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의 총가치는 960억 달러(약 134조 원)에 달한다. 이 항공기에 장착할 엔진 400개 규모의 계약도 GE에어로스페이스와 마쳤다.
이날 카타르 도하에서 트럼프 대통령,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 켈리 오트버그 보잉 CEO(최고 경영자), 바드르 모하메드 알미르 카타르항공 CEO가 참여한 계약 서명식이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잉 CEO가 나에게 보잉 역사상 최대의 항공기 주문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카타르와 최소 1조 2000억 달러(약 1680조 원) 규모의 경제 교류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면서 “보잉 항공기와 GE에어로스페이스의 엔진 판매를 포함해 양국 사이 2435억 달러(약 340조 원) 이상의 경제적 거래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항공기 거래뿐만 아니라 양자 컴퓨팅 분야와 방산 분야 카타르 기업의 대미 투자도 포함됐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이 계약들이 실제 투자 규모보다 과장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카타르항공과 보잉의 계약을 살펴보면, 계약 기간이 명시되지 않았고 항공사가 보통 항공기를 구매할 때 할인 협상을 하는 만큼 실제 계약 금액은 960억 달러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 등은 사우디와의 계약에 대해서도 백악관이 사후 배포한 참고 자료 수치를 분석해 보면 실제 발표 금액에 못 미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첫 해외 순방지인 중동에서 투자를 이끌어 낸 것은 맞지만 실제보다 성과를 부풀렸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방문에서 시리아 제재 해제를 깜짝 발표한 뒤, 아흐마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정부 대통령과 짧은 만남을 가지기도 했다. 미국이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할 만큼 대표적인 적대국이었던 시리아지만, 양국 정상은 25년 만에 만났다. 알샤라 임시 대통령은 과거 미국이 1000만 달러(약 140억 원)의 테러리스트 체포 현상금을 걸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한때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알카에다와 연계된 조직인 알누스라 전선을 이끌었던 이슬람 성전주의자 ‘지하지스트’다. 알샤라 임시 대통령은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을 몰아내고 시리아의 수장이 됐다.
CNN은 역사적인 양국 대통령의 만남이 중동 정세를 뒤흔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방의 제재로 마비됐던 시리아 경제가 되살아날 수 있고, 중동 국가들이 시리아에 투자할 길도 열렸기 때문이다. 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리아 제재 해제를 하지 말아 달라고 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해제를 했다는 점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 긴장이 커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