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순방 트럼프' 시리아 제재 해제, 사우디 6000억 달러 대미 투자 발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회담서 밝혀
트럼프 “시리아 제재 해제는 왕세자 요청”
1979년 ‘테러 지원국’ 지정 이후 큰 변화
해외 첫 순방지로 중동을 선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랜 기간 제재해 왔던 시리아에 대한 제재 해제를 깜짝 발표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6000억 달러(약 850조 2600억 원)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13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투자 포럼 연설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시리아에 대한 제재 해제는 10년 넘게 내전을 겪은 시리아에 큰 전환점이 될 전망으로, 미국이 1979년 시리아를 ‘테러 지원국’으로 규정하고 경색됐던 관계가 회복될 신호다.
시리아는 지난해 12월 현재 시리아 임시정부 수장인 아흐메드 알샤라가 이끄는 반군이 바샤르 알 아사드 전 대통령을 축출하는 등 큰 변화가 일어났다. 미국은 2014년부터 시리아 제재를 시작했고 이번 트럼프 대통령 발표로 11년 만에 제재가 풀리는 셈이다. 깜짝 시리아 제재 해제 발표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를 위해 뭐든지 한다”고 농담하며 “시리아가 이제는 전질할 때”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미국은 사우디에 약 1420억 달러(약 201조) 규모의 무기 패키지를 판매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이는 미국이 체결한 가장 큰 방위 협력 협정이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미국의 중동 외교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아사드 알시바니 시리아 외무장관은 X(옛 트위터)에 “시리아 재건의 새로운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사우디에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사우디가 미국에 투자를 약속한 분야는 에너지, 광업, 국방 등 광범위하다. 미국은 이번 사우디와 협정을 통해 이스라엘과 중동 내 관계 개선, 이란 견제를 공고히 하고자 했다.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향후 추가 계약이 체결되면 규모는 1조 달러(약 1415조 5000억 원)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미국 무기의 최대 구매국 중 하나로, 사우디는 미국에 석유를, 미국은 사우디에 안보를 제공하누 상호 이익 파트너십을 이어 왔다.
하지만 2018년 미국에 거주하던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사우디 요원에 의해 살해되면서 미국과 관계가 경색되기도 했다. 사우디는 이 사건과 자국의 관계를 부인해 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에 이어 14일 카타르, 15일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미국의 중동 순방의 목적은 안보보다 투자 유치에 방점이 찍혔다.
미국의 최우방국 중 하나인 이스라엘은 찾지 않는다. 또 이란에 대해서는 강하게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중동에서 가장 파괴적인 세력”이라면서도 “이란 지도부가 바뀐다면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