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빛요양병원 기저귀 체험, 신체보호대 착용으로 환자 입장 ‘역지사지’
기저귀 사용량 줄면 사유서 적어
생명 직결 때만 보호대 엄격 제한
환자 눈빛 보며 원하는 것 파악
친척 입원 시키는 직원들도 많아
삼겹살 파티 ‘회식하는 날’ 인기
매출 5% 매년 무료급식 사업 지원
“환자들이 사용하는 기저귀 사용량이 지난달보다 줄어들면 사유서를 적어야 합니다. 기저귀를 아끼면 좋은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만큼 기저귀를 자주 안갈아 주었다는 반증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환자를 위하는 모습이 변함없이 쭉 한결 같았습니다. 이 병원에서 실습을 끝내고 나서 입사를 결심한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부산은빛요양병원(이사장 윤장우)에 입사한 3병동 조가현 간호조무사의 말이다. 그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저희 이사장님, 솔직히 무섭습니다’라고 말했다. 누가 봐도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환자에 진심이다 보니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사장은 병원 내에서 캡틴, 대장이라고 불리지만 불호령으로도 통한다.
■역지사지, 환자 입장서 생각한다
환자가 불편함이 없으려면 먼저 환자의 입장이 되어 보아야 한다는 점을 직원들에게 강조한다. ‘죽어 봐야 저승을 안다’며 환자 입장이 되어 4가지 체험을 해보게 한다. 기저귀 착용, 신체 보호대 착용, 낙상 체험, 숙박 체험 등이다.
이사장부터 직접 기저귀 체험에 참가했다. 기저귀를 처음 차보니 소변이 안 나오고, 찜찜하고, 사타구니 주변이 눅눅해지고, 피부가 붉어지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해보게 됐다. 기저귀 체험 후에 환자들의 기저귀 사용량이 배로 늘었고 환자들의 만족도도 그만큼 높아졌다.
신체 보호대 착용은 환자 인권을 생각해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환자 보호 차원에서 손발과 흉부를 묶는 경우가 있는데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 자해 위험 등 환자 생명에 직결되는 범위 내에서만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걸음이 불편한 환자의 상황을 가정해서 낙상 체험을 해 보고, 잠자리가 불편하지 않은지 직접 침대에 누워 숙박 체험도 해보는 것이 직원들의 필수 코스다.
물론 ‘우리가 왜 이런 체험까지 해야 되냐’며 직원들의 반발이 심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환자를 위한 일이다 보니 반발은 오래가지 않았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기 때문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끝내 수긍을 못하는 직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퇴사를 결심하는 것이다.
■환자 천국을 위한 끝없는 노력
‘환자 천국’을 위해 간호사를 비롯한 직원 모두가 습관처럼 환자의 눈을 쳐다본다. 밤새 잘 주무셨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식사는 잘 하셨는지를 세심하게 챙기기 위해서다.
“어르신들이 말없이 바라보는 눈빛을 보고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야 합니다. 출근을 하면 어르신들 눈빛을 먼저 살펴봅니다. 눈빛을 마주하고 귀도 열어야 환자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지요.”(2병동 허정옥)
이러다 보니 ‘환자 천국, 직원 지옥’이란 말이 저절로 나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적정성 평가에서 2년 연속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환자들 약 먹어 재운다는데 사실인지, 손 많이 가는 사람은 묶는다는데, 기저귀 많이 쓰면 짜증 낸다는데, 밥 빨리 안 먹으면 숟가락 뺏는다던데….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것을 아는 지인들이 저에게 자주 묻는 질문입니다. 그러면 저는 우리 병원에 와보면 정반대라는 것을 알게 될 거라며 침이 튀도록 설명합니다.”(3병동 김연주)
일이 힘들어서 퇴직한 간호사도 자기 친척은 이 곳에 입원시킨다. ‘환자를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한다,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절대 아끼지 말라’는 병원 운영 방침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입소문을 통해 소개로 입원하는 케이스도 많다.
“저희 가족이 2명 이 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교육시간에 이사장님께서 직원들에게 ‘어르신들 기저귀 자주 갈아주고 구박하지 마세요’라면서 두 손 모아 빌 때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을 받았습니다. 내 가족을 편히 모실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합니다.”(2병동 요양보호사 천윤재)
입원 환자들의 호응이 높은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옥상 정원에서 펼쳐지는 삼겹살 파티다. 일명 ‘회식하는 날’이다. 영양사들이 삼겹살을 구워 쌈을 싸 드실 수 있게 준비를 해주는데 출발하기 전부터 즐거워한다. 옥상에서 하늘도 쳐다보고 화단의 꽃향기도 맡으며 모처럼 나들이를 즐긴다. 눈송이 같은 솜사탕은 디저트다.
침대 생활을 줄이는 탈침상도 간호간병의 핵심 원칙이다. 주 2회 실시하는 족욕 프로그램도 그 일환이다. 간호사와 간병인들이 모두 나와 입원 환자들을 발 마사지 해준다.
요양병원 매출의 5%를 복지재단 무료급식 사업에 지원한다. 매년 2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동남복지재단 이름으로 부산 동구와 북구지역 주민 150명을 대상으로 주 1회 쌀과 반찬을 배달해 주고 있다. 복지재단 직원 인건비를 아껴서 더 많은 어르신들에게 봉사를 하고 싶단다. “자원봉사자 언제든 환영입니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