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대표 축제 ‘부산국제영화제’ 중장기 비전 절실 [글로벌 DNA 깨우자]
부산 영화도시 각인 일등공신
산업 침체·예산 부족 등 위기
명성 유지 위한 전략 마련해야
1996년 부산 중구 남포동 일대에서 시작된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20여 년의 세월을 거치며 명실상부한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 BIFF는 아시아 영화인들의 ‘등용문’으로도 불리며 주목할 만한 감독과 배우 등을 소개했다. 최근에는 BIFF가 발굴한 감독들이 해외 여러 영화제에서 상을 받거나,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에서 소개된 작품들이 영화로 제작되는 등 영화계의 ‘플랫폼’ 역할도 수행 중이다. 오늘날 부산을 영화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한 일등 공신이 바로 BIFF다.
하지만 최근 BIFF는 영화 산업의 침체와 예산 부족이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영화관 입장권 인상,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활성화 등으로 극장으로 향하는 관객의 발길이 뜸해졌고, 이른바 ‘중박’ 영화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영화계의 빈부격차도 심해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더해 최근 정부의 영화제 예산 삭감으로 올해 BIFF의 국고보조금(6억 1000만 원)은 지난해(12억 8000만 원)에 비해 절반 넘게 줄었다.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다른 영화제의 성장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BIFF가 아시아 대표 영화제의 자리를 계속 지키기 위해서는 정체성 확립, 안정적인 예산 확보 방안 등의 중장기적 비전 수립이 필요하다. 다른 영화제와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고 앞으로의 운영 방안을 고심해야 할 시점이다. 지난 7월 착공식을 연 부산영화촬영소(가칭)와 부산아시아영화학교 등 지역 영화 인프라와의 연계방안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
BIFF 측은 오는 10월 열리는 제29회 BIFF에서 다른 영화제 관계자들과 함께 예산 확보 방안 등을 모색할 예정이다. 박광수 BIFF 이사장은 지난 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는 영화제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우리가 그동안 잃어버린 것들에 질문을 던지고 찾아가는 한 해로 생각하기로 했다”며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을 생각하면서 영화제와 마켓의 관계라든지 영화제의 비전을 생각해 AI 문제와 OTT 등 여러 다양한 것들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탁경륜 기자 takk@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