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창의 클래식 내비게이터] 프랑스 국가 작곡가는 누구인가?
음악평론가
프랑스의 국가(國歌), ‘라 마르세예즈’는 “세상에서 가장 살벌한 가사를 가진 국가”라는 평을 듣는다. “무기를 들어라, 시민이여! 대열을 갖춰라! 전진, 전진하자! 놈들의 더러운 피가 우리의 밭고랑을 적시도록….” 이 노래는 1792년 독일 연합군이 프랑스를 침공하려 했을 때 만들어졌다. 스트라스부르에 주둔하던 공병 대위 루제 드 릴이 작사·작곡한 것으로 알려졌고, 당시의 제목은 ‘라인 군대를 위한 전쟁 노래’였다.
노래가 입으로 전해져서 마르세유 의용병들이 파리에 입성할 때 군가처럼 부르게 되면서 ‘라 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라는 제목이 되었다. 이후엔 마치 우리나라의 ‘임을 위한 행진곡’처럼 민중에게 유명한 곡이 되었고, 1879년 프랑스 공식 국가가 되어 월드컵이든 올림픽이든 이 노래를 국가로 사용했다. 차이콥스키 ‘1812년 서곡’에서도 프랑스를 상징하는 멜로디로 인용되었다.
그런데 2013년에 엄청난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탈리아의 바이올리니스트 귀도 리몬다가 작곡가 비오티의 작품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라 마르세예즈’ 선율과 똑같은 악보를 발견한 것이다. 곡의 이름은 ‘주제와 변주 C장조’. 비오티가 무려 11년 전인 1781년에 작곡해 놓은 곡이었다. 다만 악보에 적힌 “1781년 3월 2일”이라는 날짜의 필적이 비오티의 것과 조금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어쨌거나 두 곡의 멜로디가 너무나 닮았기 때문에 비오티든 루제 드 릴이든 한쪽이 빌려 쓴 것은 분명한데, 아직 프랑스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조반니 바티스타 비오티(Giovanni Batistta Viotti)는 1755년 이탈리아 피에몬테에서 태어나, 당대의 거장인 가에타노 푸냐니에게 바이올린을 배웠다. 이탈리아 궁정악단 바이올리니스트였다가 유럽을 돌며 연주 생활을 했다. 나중엔 파리에 머물면서 피에르 로드, 로돌프 크로이처, 피에르 바이요 같이 유명한 제자를 길러냈고, 무려 29개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했다. ‘프랑스 바이올린의 아버지’라고 불릴 정도로 비오티는 바이올린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24년 3월 3일은 비오티가 세상을 떠난 지 딱 200주년 되는 날이다. 진실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만약 비오티가 원작자라면 프랑스는 200년 이상 잘못된 작곡가로 국가를 부르고 있는 셈이다. 이참에 비오티가 남긴 ‘주제와 변주 C장조’를 들어보자. 과연 어느 쪽 말이 진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