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3주만 열리는 얼음왕국, 즐길 준비 됐나요?
강원 화천 산천어축제 1월 6일 개막
날씨 춥지 않아도 ‘요령’ 덕 강물 꽁꽁
중국 기술자 초청해 얼음조각도 준비
산타우체국에서 편지 쓰면 핀란드로
커피박물관, 케이블카, 유람선도 눈길
축제의 주무대가 될 화천천 얼음은 서서히 두꺼워지고, 행사를 빛낼 얼음 조각은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얼음낚시로 유명한 강원도 화천군 산천어축제는 100만 관람객을 맞을 준비를 하나둘씩 마치는 중이다.
내년 1월 6~28일 화천천 일대에서 열리는 2024년 산천어축제 준비 상황을 살펴보고 왔다. 축제와 함께 즐겨볼 만한 화천군의 관광 명소도 함께 둘러봤다.
■산천어축제 내년에도 ‘대박’
화천군은 산천어축제 개막을 3주 남겨두고 행사 채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주행사장인 화천천에 얼음을 얼리는 것이다. 놀랍게도 화천천에서는 꽤 두꺼운 얼음이 생성되고 있었다. 지구 온난화 속 날씨의 심술을 딛고 얼음을 손쉽게 얼리는 ‘요령’을 터득한 덕분이다. 핵심은 화천천 상류 쪽에 임시 흙댐을 쌓아 물의 흐름을 막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행사장 구역에서 물이 정체되는데, 물이 흐르지 않으면 얼음이 잘 언다고 한다.
산천어축제가 안전하게 진행되려면 얼음 두께가 30cm 이상이어야 한다. 지금은 5~10cm 정도 언 것으로 보인다. 화천군은 “현재 상태가 유지된다면 목표 두께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얼음 얼리기와 함께 눈썰매장, 얼음썰매장, 아이스봅슬레이장 설치 작업은 물론 집라인, 얼음축구‧컬링장, 얼곰이성 미끄럼틀, 겨울문화촌 설치 작업도 진행된다. 본격 공사를 앞두고 화천천 주변에는 각종 장비와 임시시설로 사용될 컨테이너가 옮겨지는 중이다.
화천군청을 중심으로 시내에는 한 달간 축제 분위기를 자아낼 화려한 거리 조명 시설 설치 작업이 진행 중이다. 거리 조명은 어느 축제보다 예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내얼음조각광장에서는 얼음 조각 작업이 한창이다. 올해는 세계적 얼음축제인 중국 하얼빈 빙등제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얼음 조각가 8명을 초청해 얼음 조각을 만든다.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실내 공간인 조각광장에서 한국인, 중국인 작업자들은 추위를 무릅쓰고 화려한 얼음 조각을 다양하게 만드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산타우체국 등 5대 관광 명물
산천어축제를 즐기러 화천군에 간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5대 관광 명물’이 있다. 산타클로스우체국 대한민국 본점과 산천어커피박물관, 북한강 파크골프장 그리고 백암산 케이블카와 파로호 유람선이다.
시내에 있는 산타클로스우체국은 한마디로 아이디어가 빛나는 환상적인 장소다. 공간은 좁지만 내부를 꽤 잘 꾸며놓았다. 사진을 찍거나 지역민이 만든 각종 수공예품을 비싸지 않게 살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특히 ‘산타에게 보내는 편지’로 유명하다. 여기서 편지를 써서 접수시키면 핀란드의 ‘공인 산타 마을’인 로바니에니 마을의 산타클로스에게 전달된다. 편지를 받은 산타클로스는 반드시 편지를 쓴 사람에게 답장을 해 준다.
산천어축제 기간인 내년 1월 15일에는 로바니에니 마을의 산타클로스가 화천군을 방문한다. 혼자 오는 게 아니라 요정인 산타 엘프도 함께 온다. 두 사람은 산타클로스우체국은 물론 화천 곳곳에서 사인회, 사진 함께 찍기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산타클로스우체국 인근의 커피박물관은 커피 전문가인 제임스 리가 평생 수집한 커피 관련 기구와 자료를 기증한 덕분에 만들어졌다. 넓은 곳은 아니지만 아주 흥미로운 기구가 다양하게 널린 데다 스페셜티 커피 맛도 일품이어서 꼭 들러볼 만한 장소다.
파크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화천만 한 곳이 없다. 북한강을 따라 파크골프장이 3곳이나 조성됐다. 서울, 경기도는 물론 멀리 대구와 경남 창원에서도 이곳까지 파크골프를 즐기러 온다. 밤에도 운동할 수 있게 조명 시설까지 갖춰져 하루종일 공을 칠 수 있다. 특히 산천어파크골프장의 수령 300년 된 느티나무를 배경으로 해 질 녘에 찍는 사진은 정말 환상적이어서 SNS에서 인기 포토존으로 유명하다.
백암산 케이블카는 군사시설을 지나 해발 1170m의 산꼭대기 전망대에 올라 휴전선 너머 북한 땅을 조망할 수 있는 시설이다. 강원도 전문인 새영남해외여행사 정경해 대표는 “지금은 겨울이어서 온통 갈색 세상이지만 여름에는 초록이 우거지고 가을에는 단풍이 물들어 감탄을 숨길 수 없을 정도로 빼어난 경치가 일품”이라고 말했다. 아쉬운 점은 지정된 장소 두 곳만 제외하고는 북한 땅은 물론 백암산 전경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파로호는 일제 강점기이던 1939년 일본이 화천댐을 건설한 덕분에 생겨났다. 동아시아 침략 전쟁 수행을 지원하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것이었다.
최고 수심 50m라는 호수가 얼마나 깊고 넓은지, 화천 사람들은 이곳을 ‘바다의 호수’라고 부른다. 푸른 산과 맑은 하늘 외에는 볼 게 따로 없는 파로호 뱃놀이는 너무 차분하고 담백해서 지겹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복잡한 도시의 먼지를 털고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1시간가량 호수 수면이나 주변 산을 바라보며 ‘멍 때리기’를 할 수 있다. 이곳이 아니면 즐길 수 없는 탁월한 장점이다.
남태우 기자 le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