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로또는 사고 없이 계속되는 일상
■인생여전/양성민
육체노동자와 글쓰기. 그다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인데도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억지스럽지 않으면서도 공감과 미소를 끌어내는 글맛은 재미있는 소설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인생 역전을 꿈꾸는 세태를 재치 있게 비튼 <인생여전>이라는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다.
책은 저자가 여러 형태의 노동 현장에서 일용직이나 단기 계약직으로 일하며 겪은 일상을 담담하게 기록한 에세이집이다. 조선소 조수로 취업한 스무 살 청년의 얼굴이 그늘지지 않기를 바라는 자상함, 건설 노동을 비가 오면 쉬는 직장이라고 뽐내보는 소박한 낭만, CNC 공장의 단순 ‘버튼맨’으로 일하며 기계와 인간의 관계 변화를 내다본 혜안…. 소소한 일상에서 건져 올린 구절들은 무겁지 않으면서도 진지하고 유쾌하면서도 단단하다.
몸 쓰는 노동으로 다진 20여 년 세월은 노동자로서 살아가기에 녹록지 않은 현실을 고발하는 문장에 고스란히 묻어나기도 한다. 고질적인 저임금 장시간 근무와 산재 공포, 일상화된 비정규직 고용과 다단계 하청, 단순 노동에 대한 차별적 시선과 이주노동자의 고충을 얘기할 때 책은 냉철한 사회 비평서가 된다.
묵직한 주제를 다루는 부분에서도 억지스럽거나 과장됐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건 이 책의 큰 장점으로 보인다. 경험하고 체화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생각과 문장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리라. 저자는 제32회 전태일문학상 르포 부문을 수상했다. 최근 10여 년 경남 진주시를 기반으로 주로 일했으며 지리산을 좋아한다. 현재는 중학교 계약직 시설관리 노동자로 일한다. 양성민 지음/돌베개/256쪽/1만 8000원.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