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더는 숨지지 않게…‘나 홀로 집에’ 막을 방안 찾자
최근 5년 화재로 숨진 아동 30명
집에서 홀로 남겨져 있다가 참변
상당수 아이들 재난 위험에 노출
외국선 아동 방치 땐 처벌 규정
돌봄 공백 메울 체계 다시 짜야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홀로 남겨진 아이들이 숨지는 참사가 최근 부산에서 두 차례 반복되면서 아이가 혼자 남겨지는 상황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법적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부산에선 최근 5년(2020~2024년)간 화재로 13세 이하 어린이 11명이 다쳤고 1명이 사망했는데, 이들은 모두 집에서 다치거나 숨졌다. 전국 상황도 마찬가지다. 소방청의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같은 기간 화재로 사망한 13세 이하 어린이는 30명인데 모두 집에서 변을 당했다.
이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선 최소한의 장치로 어린이를 집에 혼자 두지 않아야 하는데 4명 중 1명 꼴로 어린이들이 ‘나홀로 집에’인 상태에 놓여 있다. 맞벌이 가정이 늘고 보육 체계가 미비한 탓인데 여성가족부의 ‘2023년 가족 실태조사 분석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생이 방과 후 돌보는 사람 없이 집에서 혼자 지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30분 이상~1시간이 14.5%, 1시간 이상~2시간 미만이 16.8%, 2시간 이상~3시간 미만이 9%, 3시간 이상이 2.3%로 나타났다.
국내법 상 미성년자인 아이가 혼자 집에 있을 경우 처벌 기준은 국내 아동복지법 제17조 6항이 유일하다. 처벌 규정은 있으나 연령 기준은 없다. 한국의 아동복지법은 ‘기본적인 보호·양육·치료 소홀히 하는 아동 방임행위’를 금지하긴 하지만, 단독 방치에 대한 연령 기준이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동복지법이 ‘기본 보호 소홀’을 포괄적으로만 규정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연령별 방임 기준을 반영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14개 주에서는 ‘집에 혼자 둬선 안 되는 연령’이 정해져 있다. 일리노이주의 경우 아동방치죄의 최소 연령이 만 12세다. 캐나다는 형법에 ‘만 10세 미만 아동을 방치해 위험에 처하게 할 경우 처벌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적어도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늘 보호자가 아이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게 소방 전문가들 생각이다. 어린이들이 화재 상황에 대한 판단력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류상일 교수는 “아이들은 신체가 아직 다 발달하지 않았기에 완강기와 소화기 사용도 힘들고 인지력도 다 발달하지 않아 상황 판단과 결정도 느릴 수밖에 없는 ‘재난 약자’”라며 “해외의 경우 재난 상황에 취약한 어린이들을 혼자 놔두지 못하게 법적으로 막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혼자 두는 경우가 많아 법적 방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생계 활동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돌봄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호자 없이 아이만 남겨지는 ‘돌봄 공백’은 야간이나 주말에 일하는 비율이 높은 자영업자에게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 특히 바다를 접한 부산은 여름 성수기에 밤낮없이 일을 해야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돌봄 체계는 잘 갖춰지지 않아 아이가 혼자 있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정미경 부산민간어린이집연합회장은 “자영업자 부모들은 아이를 업장으로 데리고 나가거나 학원으로 돌리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아이를 집에 혼자 두게 된다. 이게 다 돌봄 체계가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며 “저출생으로 비어 있는 어린이집 교실이 많은데 이를 활용해 심야 시간에도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등 24시간 돌봄 체계를 확충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