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신공항 내팽개친 현대건설, 고리엔 ‘눈독’
공사비만 1조 원대 대규모 사업
원전 해체 시장 본격 참여 선언
지역 숙원은 나 몰라라 하더니
벡스코 이어 돈 되는 사업 관심
시민사회·정치권 질타 쏟아져
정부가 정한 조건을 제멋대로 뒤집어 지역 숙원 사업을 좌초 위기에 빠뜨린 현대건설이 1조 원이 넘는 규모의 고리 1호기 해체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지역 목소리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더니, 고리 1호기 해체나 벡스코 제3전시장 공사처럼 지역의 ‘알짜’ 사업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어 공분을 산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현대건설, 원전 해체 시장 키 플레이어로 나선다’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고리 1호기를 비롯한 국내 원전 해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대건설 측은 “고리 1호기 해체 승인 이후 원전 해체 시장이 본격화한다”며 “현대건설의 독보적 기술력이 재조명된다”고 자평하며 의지를 드러냈다.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1호기는 1978년 4월 상업 운전을 시작한 한국 최초의 원전이다. 지난 40년간 전력을 생산해 오다 2017년 6월 영구 정지가 결정됐다.
그러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달 ‘고리 1호기 해체 승인안’을 의결하면서 해체 사업이 본격화됐다. 정부는 내년에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며 현대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수주전에 참여할 것으로 분석된다. 원전 해체 비용만 1조 713억 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이며, 다른 원전 해체 사업에도 우위를 선점할 수 있어 매우 중요하다.
동남권 숙원 사업인 가덕신공항 조성 공사를 1년 이상 지체시킨 주범인 현대건설은 컨소시엄 이탈 이후 지역에서 이른바 ‘돈 되는 사업’에만 손을 뻗치고 있다. 지난달에는 벡스코 제3전시장 건립 공사 수주전에 뛰어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질타를 받기도 했다. 부산에서 몇 없는 알짜 공사로 평가 받는 벡스코 제3전시장은 총 사업비 2900억 원으로, 부산시는 이달 말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다.
부산시는 지난달 말 국토교통부에 현대건설을 ‘부정당업자’로 지정해 달라는 취지의 입장을 전달했다. 현행 국가계약법상 부정당업자는 최대 2년간 모든 국가계약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정부 부처는 현대건설이 가덕신공항 입찰 공고를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기재부에 법률 자문 요청을 해놓은 상태며 답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도 민간 법무법인을 통해 제재 대상 여부를 판가름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김해을) 의원은 “현대건설의 행태는 국가 공권력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며, 부울경 시도민을 우롱하는 행위이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김도읍(부산 강서) 의원도 “국토부는 이미 42개 지점에 대한 시추조사를 바탕으로 84개월 공기를 산정했는데, 현대건설은 별도 조사 없이 108개월을 요구하며 계약을 철회했다”며 “가덕신공항 개항이 최소 1년 이상 지연됐다”고 질타했다.
시민사회도 들끓고 있다. 부산경실련 도한영 사무처장은 “지역에서 수많은 사업을 통해 성장한 대형 건설사가 자본 이익만을 좇는 모습에는 정부와 부산시, 정치권이 강력 제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