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항공 운송도 수도권 집중, 일극화 해소해야
김종우 서울경제부 차장
인천공항에 국제선 운항 79% 집중
김해공항, 전체 국제선의 10% 그쳐
일본은 간사이 등 지방공항이 절반
새 정부, 지방공항 활성화 힘 써야
에어부산과 대한항공의 김해공항 운항 축소로 부산 시민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가덕신공항 건설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항공사까지 부산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거점항공사가 사실상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졌다.
분단으로 육로 교통이 단절된 우리나라는 항공 운송 시장이 전 세계 7위 규모로 성장했다. 그러나 항공 운송은 수도권에만 집중돼 국제선 운항의 경우 수도권에 80%가 쏠려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제선의 78.7%가 인천공항에서 운항했다. 김포공항까지 합하면 전체 국제선에서 수도권 공항 비율이 82.7%에 달한다. 김해공항에서 운항한 국제선의 비율은 전체의 10.1%에 그쳤다.
전 세계에서 한국 다음으로 ‘수도권 집중화’가 심하다는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공항 일극화’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2023년 기준 일본의 공항별 국제선 운항을 살펴보면 나리타(도쿄) 31%, 간사이(오사카) 26%, 하네다(도쿄) 18%, 후쿠오카 10% 순이다. 나리타와 하네다를 합해도 전체의 절반이 안 된다.
우리나라 항공 운송의 일극화에 대해선 정치권이 ‘해소’ 목소리를 높여왔다. 선거 때마다 ‘지방 공항 활성화’와 ‘신공항 건설’ 공약이 이어졌다. 이 때문에 현재 추진 중인 지방 국제공항만 4곳(가덕, 대구경북, 제주2, 새만금)이다. 그러나 항공 운항의 수도권 집중은 10년 전과 비교해 나아진 게 없다. 전체 국제선에서 인천공항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정부도 수년째 지방공항 활성화를 외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발표할 때도 지방공항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을 정도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통해 “신공항 개항에 대비, 지방발 국제선 운항 확대”를 주장했다. 특히 항공화물 수요 증가를 감안해 지방공항을 통해 촘촘한 국제선 화물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방공항 노선 확대는 여전히 ‘정치적 구호’에 머물러 있다. 항공사들의 행동을 이끌 ‘인센티브’가 없어서다.
국회를 통해 국토교통부에 지방공항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를 물었다. 국토부는 “운수권 배분 평가 지표에 지방공항 활성화 기여도가 반영돼 있다”고 답했다. “정량지표 점수 총 65점 중 15점 배점 항목으로 가장 높은 비중”이라는 설명이다.
운수권은 항공사의 대표 무형자산으로 배분 기준은 법률로 정해져있다. 운수권 배분에서 실질적 최대 배점은 ‘안전’ 분야다. 정량지표 65점 가운데 안전 과징금(10점), 안전 사고 사망자 수(10점), 항공보안법 벌금(5점) 등 안전 지표가 25점에 달한다. 이용자 편의성도 15점으로 배점이 높다. 지방공항 활성화 기여도는 ‘단일 지표’로서 배점이 높지만 전체적으로는 낮은 비율이다.
운수권 배분에는 지방공항 활성화 등 ‘국가정책 기여도’ 이외에 ‘인천공항 환승 기여도’도 포함돼 있다. 인천공항 환승 기여도라는 배점(총 10점, 정량평가 8점, 정성평가 2점) 때문에 운수권 배분 평가 지표는 총점이 110점인 특이한 구조다. ‘인천공항 몰아주기’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지방공항의 ‘거점 항공사’ 육성을 위한 지원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내년 이후에나 연구용역 결과가 나온다. ‘나라장터’에 올라온 계약 내용을 보면 ‘지방공항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방안 연구’는 총 예산 1억 원(국토부 5000만 원, 한국공항공사 5000만 원) 예산으로 7개월 동안 진행된다. 이 기간에 지방공항 현황 진단에서 관련 법제도 지방자치단체·해외 주요국 정책 분석,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특화 운영 방안, 연계 교통 거점 기능 활성화 방안, 지역 항공물류 활성화를 위한 공급망 개선 방안, 지역 관광과 연계 방안, 단계별 실행 로드맵까지 제시해야 한다. 광범위한 분석 내용에 비해 적은 예산이 투입돼 ‘생색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공항 활성화 정책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정치적 구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이다.
김해공항 등 지방공항 활성화는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지역균형발전의 핵심 요소다. 특히 ‘북극항로’와 가덕신공항이 결합하면 ‘트라이포트’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시한다면 부산, 제주 등 이미 경쟁력을 확보한 ‘흑자 지방공항’은 급성장할 수 있다. 특히 부산의 경우 대한항공 계열의 통합 저비용항공사(LCC) 본사 유치 등 거점 항공사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