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소주 마지막 보루’ 부산마저 대기업에 뚫렸다 [기업 살리기 프로젝트]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3, 대선주조

2017년 후 부산 점유율 줄곧 1위
‘주류 공룡’ 무차별 마케팅 공세에
올 상반기 30%로 안방 1위 내줘
“지역과 협업, 전사적 역량 집중”

대선주조가 부산 소주 시장점유율 1위를 내주며 지역 소주가 지역 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곳은 한 곳도 남지 않게 됐다. 대선주조 기장공장의 모습. 대선주조 제공 대선주조가 부산 소주 시장점유율 1위를 내주며 지역 소주가 지역 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곳은 한 곳도 남지 않게 됐다. 대선주조 기장공장의 모습. 대선주조 제공

지역 소주업계가 대기업의 대규모 마케팅 공세에 ‘공멸’ 위기다. 올해 지역 소주의 ‘마지막 보루’였던 부산마저 뚫리며 지역 소주가 지역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곳은 한 군데도 남지 않게 됐다.

10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부산 지역 소주인 대선주조의 올해 1~6월까지 부산 소주 시장 점유율은 30%다. 반면 전국구 소주인 하이트진로의 시장 점유율은 38%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부산 소주 시장은 대선주조가 40%, 하이트진로가 35%를 차지했다.

부산 지역에서 대선주조가 시장 점유율을 1위를 빼앗긴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00년 후반부터 푸르밀이 대선주조 인수 후 외국계 사모펀드에 차익을 남기고 팔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대선주조가 지역의 민심을 잃었고 경남을 기반으로 한 무학의 ‘좋은데이’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효과를 발휘하며 1위 자리를 내 준 적이 있었다. 하지만 2017년 1970년대 사랑을 받았던 ‘대선’ 소주를 되살려 돌풍을 일으킨 이후부터 대선주조는 줄곧 지역 1위 자리를 지켰다.

부산 소주 시장은 지난해까지 전국 각지의 지역 소주의 마지막 보루였다. 제주 한라산, 경남 좋은데이, 전남 보해양조, 대구·경북 금복주, 대전·충남 선양 등은 이미 하이트진로에게 1위 자리를 내줬기 때문이다.

국내 소주시장은 대기업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가 시장 점유율 약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흥 시장까지 포함하면 90%에 육박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하이트진로는 전국 모든 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이들 대기업 두 곳이 저도주와 고급 증류식 소주 등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추세여서 ‘1강 1중 다약’ 체제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역 소주의 위기는 젊은 층들이 지역 소주를 굳이 찾지 않고 대기업들이 자본력을 등에 업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이트진로는 1840억 원, 롯데칠성음료은 1265억 원의 광고 비용을 각각 집행했다. 이는 대선주조의 지난해 매출액 519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마케팅과 브랜드 이미지 구축이 중요한 주류 시장에서 지역 소주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무학소주는 2023년 64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496억 원을 기록, 100억 원 이상 줄었다. 제주 한라산도 지난해 1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대부분 지역 소주들의 상황이 비슷하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소주의 소비는 브랜드와 이미지가 중요해 많은 비용이 드는데, 지역 소주들이 어려워지며 마케팅 비용 부담이 더 커졌다. 지역 소주 위기는 장기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선주조는 부산 지역 시장 점유율 1위 탈환을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대선주조 최홍성 대표는 “최근 대표 제품인 대선, C1 소주를 리뉴얼하고 젊은 층 입맛 공략에 나서고 있다”며 “지역 사회와 호흡하며 대선주조의 가치를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 다시 부산 지역 시장 점유율 1위를 되찾겠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 강원일보
    • 경남신문
    • 경인일보
    • 광주일보
    • 대전일보
    • 매일신문
    • 전북일보
    • 제주일보